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79화
PBS 채널에서 밤 시간대에 편성된 특집 다큐.
<그는 마치 태양과 같았으니.>
공영방송에서 지난 일주일간 예고편을 올리며 줄기차게 홍보했던 다큐멘터리였다.
주제는 바로 음악인 선명주.
본래 일정대로였다면 작고한 지 20년이 되는 2019년에 나올 다큐가 일정을 훌쩍 앞당겨 나오고 있었다.
바로 지금 국민적인 인기를 누리는 어느 아이돌 때문이었다.
-우주 아버지 다큐하나 보네요
-와 편성 보니까 오늘 다큐 3부작이라고 하네요ㅋㅋㅋㅋ pbs에서 완전 각 잡은 듯합니다
-많이 유명하신 분이었나 보네요 ㄷㄷ
-선명주 호칭이 우주 아버지ㅋㅋㅋ 진짜 강산이 변하긴 했네요ㅎ
젊은 사람들에게는 ‘선명주’라는 음악인보다는 ‘선우주의 아버지’라는 타이틀이 더 먼저 나오고 있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젊은 세대에게 선명주는 현재 우주가 추진하는 공연 때문에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었으니까.
[실시간 검색어]
1위. 선명주
2위. 우주 아버지
다큐 시청을 앞둔 시청자들이 포털 사이트에 이름을 검색했지만 제대로 된 정보는 별로 없었다.
-선우주의 부친 ‘선명주 씨’.. 알고 보니 세계적인 재즈 음악가?
-그 당시 개쩔었던 우주 아버지
-[음악 토픽] 선명주의 음악은 ‘가볍고 경쾌하다’
블로그에서 재즈 동호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올린 정보글 정도를 제외하면 제대로 된 정보가 없었다.
[안녕하세요. 제 블로그를 방문하신 여러분! 오늘은 우주의 아버지에 대해 알아볼 거예요!]
제대로 된 정보인가 싶으면.
[자! 여기까지 알아보았습니다.]
‘아니 시발 뭘 알려 주신 건데요.’
클릭해도 웬 엄지를 든 이모티콘만 가득한 블로그 포스팅은 그나마 양반이었다.
국뽕 미튜브에서 올린 영상에서도 [미국인을 울린 동양인의 실체ㄷㄷㄷ] 같이 제목만 화려할 뿐.
제대로 된 정보 없이 선명주가 미국 대통령이랑 찍은 사진 정도만 대뜸 올리는 정도였다.
[옛날로 따지면 조선의 인물이 중국의 황제를 알현한 그런 느낌이 아니었을까요?]
헛소리.
이상한 정보글.
광고성 블로그.
제대로 된 정보보다 조회수를 올리기 위한 것들만 넘치는 상황이었다.
‘자료가 많긴 한데…….’
조금 더 노력을 기울인 사람이라면 영어로 ‘Sun Myung-Joo’하고 입력하는 정도.
한글로 입력했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어마어마한 양의 논문, 영상 자료가 가득했다.
하지만 그것까지 찾아보는 사람들은 없었다.
귀찮았으니까.
단지 그런 느낌만 받을 뿐이었다.
‘한국보다 외국에서 더 유명한 사람이었나?’
가끔 ‘해외에서 저 사람 인지도가 장난 아니다’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분야인 모양이다.
그리고, 선명주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은 나이 든 세대도 마찬가지였다.
“아빠. 선명주가 그렇게 유명했어?”
“엄청 유명했지. 미국에서도 난리 나고, 일본에서도 막 난리 나고 매일 신문에 뜨고 그랬어.”
“뭘로 유명했는데?”
“그야…….”
나이를 먹은 어른들도 말끝을 흐렸다.
“나도 잘 모르겠는데…….”
이미 명성을 날리고 있던 해외와 달리 한국에서는 금융위기 이후로 국민적인 스타로 떠오른 선명주였다.
정확히 뭘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미국에서 박수를 받았다고 하고.
잠시 재즈 붐이 불기는 했지만 한국에서의 전성기는 그가 작고하면서 빠르게 식었다.
어쨌거나.
한국에서는 기묘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저 선명주가 돌아왔습니다.]
천만 뷰를 넘은 예고편 영상이 뜬 뒤에도 다들 선명주가 어떤 인물인지 잘 모른다는 것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우주 아버지 리즈시절] 같은 짤이나 [선명주 전성기] 정도만 올라올 뿐.
그가 어떻게 해서 음악인이 되었고, 어떤 식으로 해외에 진출한 것인지에 대한 정보는 찾기 힘들었다.
그랬기에 PBS의 다큐는 그런 호기심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였다.
-곧 시작하나 보네요
-이제 우주네 아버지 얼마나 개쩌는 분인지 확인할 시간
-pbs에서도 꽤 공을 기울인거 같던데요
-어 시작한다
그런 관심 속에서 각 가정에서 리모컨을 쥔 자들이 볼륨을 똑똑똑 올릴 때.
마침내 연령가 알림과 함께 다큐가 시작됐다.
[치열했던 냉전 시기.]
내레이션과 자료 화면이 흘러나온다.
존 F. 케네디가 쿠바 미사일 위기에 입장을 밝히는 장면.
소련의 우주 비행사 유리 가가린과 미국의 암스트롱으로 대표되는 우주 경쟁.
로널드 레이건이 ‘고르바초프 씨, 이 장벽을 무너뜨립시다!’ 하며 연설하는 장면과 베를린 장벽의 붕괴 등.
[세계를 양분했던 두 패권국의 경쟁이 미국의 승리로 끝나면서 세계는 비로소 평화로운 시기에 접어듭니다.]
탈냉전 시기의 새로운 시대에 대한 기대감.
[문화 간의 장벽이 무너지고, 세계는 비로소 하나로 통합되기 시작합니다. 이 시기부터 세계적인 슈퍼스타들이 탄생하기 시작했죠.]
문 워크를 추며 러시아 관객들의 환호를 받는 세계적인 팝 스타의 장면이 흘러나온다.
[여러분이 보실 첫 장면은 바로 그러한 시기에 활약했던 누군가의 공연입니다.]
곧이어 뜨는 자막.
<1996년>
서프라이즈에서 재연을 전문으로 하는 백인 배우들이 테이블에 앉아 악수를 하고 회의한다.
협상안은 미국-러시아 간의 문화 교류.
서방 자유진영의 아티스트들과 공산진영의 아티스트들이 서로의 땅에서 공연을 하는 기획안.
[모스크바, 러시아]
유럽 지도에 있는 모스크바의 점이 깜빡이면서 또 다른 자료 화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아-!]
붉은 광장에 설치된 무대에서 유명 스타들이 공연을 하고 러시아의 관객들이 환호한다.
그리고 인기 록 밴드 데블 그릴스의 무대를 앞두고 한 남자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처음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가.
남자가 피아노 앞에 앉으면서 야유가 터지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우-!]
지루한 공연은 싫다는 듯 흥분한 관객들이 러시아어로 ‘꺼져라!’ 하며 야유를 퍼붓는다.
그러고 있을 때 남자가 피아노 위에 손을 올린다.
[Ddddddddd-]
마치 야유에 대해 야유로 돌려주는 느낌.
피아노로도 야유 소리를 만드는 모습에 러시아 관객들이 주춤하다가 머쓱한 웃음을 터뜨린다.
[Здравствуйте (안녕하세요).]
마이크 입을 가져다댄 미남이 유창한 러시아어로 인사를 한다.
[저는 선명주라고 합니다. 뭐, 여기 있는 분들에게는 발음이 조금 어려울 수 있겠군요.]
아들과 똑 닮은 반짝이는 미소가 입가에 그려진다.
[기억하기 어려우시다면 Sun이라고 불러 주십시오.]
멘트를 하는 동안에도 피아노를 치는데 그의 목소리와 어우러져 기가 막힐 정도의 화음이 만들어졌다.
독특한 화음 때문에 마치 인외의 존재가 말하는 듯한 느낌.
그가 피아노를 치는 동안, 그의 부인인 첼리스트 이명은을 비롯해 연주자들이 하나둘 올라온다.
[처음에는 뭐… 재미없는 피아노 연주자가 올라왔군! 하면서 생각하셨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재즈 연주자입니다. 재즈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모스크바 여러분?]
[우우우우!]
[그 함성, Yes로 받아들이겠습니다.]
능청맞게 웃는 모습에 관객들의 입가에도 살짝 미소가 맺힌다.
연주자들이 악기를 제대로 세팅하는 동안 그가 광장을 빼곡히 매운 백만의 인파를 보며 멘트를 했다.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군요. 정말 별들로 가득한 은하수를 보는 기분입니다.]
러시아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인 유리 가가린을 비롯해 러시아를 띄워 주는 멘트가 짤막하게 이어진다.
평화의 시기에 대한 코멘트였다.
그러고는 조율이 끝난 연주자들을 바라보고는 다시금 피아노 앞에 앉았다.
서서히 시작되는 피아노 연주.
그 아래로 첼로와 재즈 악기들, 보컬의 허밍이 부드럽게 깔리는 가운데 천재가 미소를 지었다.
[우주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들려 드릴까요? 태양을 지금 여기 있는 저만한 크기라고 생각하면 말입니다. 수성은 저로부터 68미터 거리에 있습니다.]
대략 70미터 부근에 있는 누군가를 지목하곤 들리냐며 묻자 그쪽에서 함성으로 답한다.
[대단한 환호성이군요. 수성 여러분.]
수성이 환호한다.
[그 뒤는 140미터. 금성입니다! 비너스! 함성 들어 볼까요?]
140미터 라인에 있던 관객들이 입을 모아 환호했다.
[그리고 그 너머 170미터에는 지구가 있군요.]
지구 위치에 있는 관객들이 웃으면서 ‘지구다!’ 하면서 환호한다.
화성, 목성….
그리하여 광장 끝의 해왕성과 명왕성까지 도달했을 때.
무대 위에서 태양(Sun)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가 관객들을 향해 매력적인 미소를 지었다.
[환영합니다. 여러분.]
[지금부터 여러분을 저의 태양계에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건반 끝에서 끝으로 손가락이 촤르르 미끄러뜨리는 연주자에게 관객들이 함성을 터뜨렸다.
TV를 보던 시청자들도 고개를 쭉 빼고 연주를 더 감상하려고 할 때.
뚝.
“어…….”
화면이 암전되면서 제목과 부제목이 떠올랐다.
[그는 마치 태양과 같았으니 <1부>]
[보육원의 작은 아이]
그런 제목과 부제목이 떠오르면서 선명주의 아우라에 압도되었던 시청자들이 눈을 깜빡거렸다.
“와…….”
90년대의 흐릿한 화질을 뚫고도 전해지는 아우라.
지금 그 아들이 보여 주고 있는 스타성이 어디서 온 것인지 그 비결을 알게 된 대중들이었다.
* * *
올해 방영한 다큐멘터리 중 최고라 할 수 있는 오프닝이 지나간 후.
PBS의 시청률은 가파르게 올라갔다.
-지금 pbs 다큐 대박임ㅋㅋㅋㅋㅋㅋㅋ
-ㄹㅇ 대박임 다들 봐바
-오프닝 미쳤네ㅋㅋㅋㅋㅋ
여기저기 암약한 수플레들과 그에 동조한 네티즌들이 ‘얼른 봐봐!’ 하며 영업을 하고 있었다.
특히나 누군가 실시간으로 올린 모스크바 공연 클립이 SNS를 타고 빠르게 확산되는 중이었다.
그러면서 새롭게 유입된 이들이 TV를 틀었다.
안타깝게도 그들이 쩔었다고 들은 장면은 이미 지나간 후였다.
하지만.
[보육원 시절의 사진.]
어렸을 적부터 날카로운 턱선을 보이는 미소년이 자료 사진으로 나오면서 사람들이 채널을 고정했다.
‘미친, 완전 잘생겼잖아.’
한국인들 특유의 미인 콜렉터 기질이 발동한 대중들이었다.
그리고 내용도 흥미진진하게 전개가 됐다.
[윈스턴 로스 / 음악인]
정말로 재능이 뛰어난 친구였지요. 그 친구가 들려준 연주에 그 생각부터 들더군요. ‘제기랄, 나도 이제 늙었군.’ 하하하.
다양한 이들이 선명주의 어린 시절과 초창기를 조명해 주는 이야기가 흘러간다.
어지간한 음악 영화의 주인공으로 삼아도 손색이 없을 만한 스토리가 이어진다.
어릴 적에 피아노로 천재적인 두각을 드러내다가 외국 유학을 가서 인종 차별로 고초를 겪고.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한국으로 돌아온 이가 자신만의 음악을 시작한다.
-인생이 영화셨네 아버님
-아버님 근데 넘 존잘이다;
-어머님 대존예
-존잘과 존예가 만나 선우주가 나온 거구나
-ㅋㅋㅋㅋㅋㅋㅋ여기 사람들 다 웃긴게 다 아버님 어머님이라고 부름
-아니 근데 선명주라고 막 부르기가 좀 뭔가 그래 ㅋ.ㅋ
굳이 특별하게 내레이션이나 효과를 줄 필요도 없었다.
다큐멘터리를 보는 사람들은 왜 선명주가 당시 해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지 납득했다.
빛나는 미모.
간단한 연주에서도 느껴지는 천재성.
대중을 사로잡는 화술.
-왜 우주 아버지가 당시 인기였는지 이해가 감
-개연성(얼굴)
-근데 뭘 했어도 떴을 거 같음ㅋㅋㅋ 클래식으로 갔어도 클래식계의 아이돌이 됬을 거임
-재즈에서도 이 정도인데 대중음악 쪽으로 완전히 빠지셨으면 세계 난리났을듯ㅋㅋㅋ
-ㅇㅈ
마지막 댓글에 사람들이 공감을 표하고 있을 때.
화면이 바뀌며 사람들에게 익숙한 레몬 엔터 사옥과 함께 연습에 매진한 5인조 미남이 나왔다.
아버지에 대해 선우주가 간략히 인터뷰하는 내용.
그리고 사람들이 납득했다.
-누가 우주 아버지 대중음악쪽으로 난리났을 거라고 아까 그랬는데ㅋㅋㅋ 아들이 그러고 있음
-아버지가 대중음악으로 나갔을 때의 미래 : 선우주
-이해 완ㅋㅋㅋㅋㅋㅋㅋ
-아버님.. 아드님은 팝스타가 되었습니다
-매일 우주 보면서 저런 자식있으면 좋겠다는 엄빠.. 오늘 다큐 보고 갑자기 조용해짐
-ㄹㅇ 나도 저런 후계자 되고 싶은데 엄빠가 노력을 안함
-재벌 될수 있었는데 엄마가 노력을 안 해서ㅎㅎ
-여기가 바로 말로만 듣던 불속성 효자 모임인가요
그 와중에 인터뷰하는 리더를 염탐하듯 연습실 문 유리창 너머로 까치발을 한 4인조의 모습에 사람들이 웃음이 터졌다.
귀엽다며 댓글 반응이 오고 있는 한편.
다큐가 이어지면서 시청자들은 점점 차분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뭔가…….’
추억에 젖어드는 기분이었다.
분명히 80년대와 90년대의 자료화면.
자신은 태어나지도 않았거나 혹은 그때 당시 있었음에도 보지 못했던 자료화면들이 흘러나오는데.
왠지 모르게 존재한 적 없는 그 시절의 향수에 빠져드는 듯했다.
“…….”
유럽의 벨 에포크 시대나 과거 20세기 초반의 로맨스 영화들을 보면서 겪어 보지 않은 향수를 느끼는 듯한 기분.
증기 기관차가 다니던 시대에 살아본 것도 아닌데 추억에 젖어드는 관객들처럼 선명주의 일대기 초반을 보며 왠지 모를 묘한 기분을 느꼈다.
그립고.
추억에 잠기고.
지금 TV 속에서 그들이 처음으로 보고 있는 이가 이미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 뭔가 허하게 다가온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그 사람은 이미 세상에 없다.
“…….”
묘한 기분에 잠기는 동안 다큐멘터리의 1부가 끝나면서 2부 예고편이 떴다.
피아니스트 폴 로랑.
바이올린의 여제로 불리는 라일라 버튼 등.
음악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얼굴들이 나오면서 선명주의 발자취를 훑는다.
[그는 마치 태양과 같았으니 <2부>]
[위대한 유산]
그가 남긴 발자취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2부 예고.
“다음 주에 2부도 볼까?”
“…봐야지.”
그런 대화들이 짤막하게 오가는 가운데.
인터넷에서는 다큐멘터리에 대한 소식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었다.
-PBS 특집 다큐 ‘그는 마치 태양과 같았으니’.. “어느 천재의 일대기”
-[박창수 칼럼]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던 그의 인생
-선명주 일대기 다룬 PBS 특집 다큐 ‘대호평’.. 공연은 언제?
속속 올라오는 미디어 매체들의 기사.
-부전자전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선명주-선우주
-다큐멘터리 나온 선명주 일대기 요약
-오늘 다큐 본 사람들 모두 공감하는 포인트.twt
연예계 커뮤니티와 SNS 등을 타고 소식들이 퍼져 나가고 있었다.
그러는 한편.
‘공연은 언제 하는 거지?’
속편이 개봉한 영화의 전편을 본 것처럼 사람들은 지금 나온 속편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티켓 판매 사이트에 올라온 콘서트 포스터.
1월로 표기된 공연 날짜와 함께 어느 천재의 모습이 별자리로 만들어져 있다.
[2018 선명주의 마지막 콘서트]
[His Last Vow]
셜록 홈즈의 ‘마지막 서약’에서 따온 제목을 바라보며 사람들의 시선이 티켓팅 날짜를 훑었다.
장소는 예술의 전당.
추첨제로 진행된다는 응모 형식을 확인한 사람들이 응모 버튼을 눌렀다.
‘보고 싶다.’
20년 전에 준비한 누군가의 마지막 콘서트.
그들 모두 속편을 볼 준비가 되어 있었다.
* * *
어제 다큐멘터리는 평이 굉장히 좋았던 것 같다.
시청률도 올해 방영한 다큐멘터리 중에서 최고를 찍었다고 하던데.
“워…….”
석환 형이 내 메신저로 보내 준 표를 보고는 기겁했다.
어마어마한 숫자.
“이게 다 공연 보고 싶다고 한 사람들이라고?”
“응.”
1인 1티켓으로 제한했는데도 어마어마한 인원 수였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고 추첨제라서 그런 거 같다.”
“그렇구만.”
공연이 추첨제가 된 것은 아빠의 의사 때문이었다.
[요즘에 티켓팅 하는 거 보니까 젊은 사람들이 무섭더라. 이름이 트렌드인가. 그 친구들 공연 보겠다고 은행 앞에서 줄을 서는데…….]
그러니 나이 든 사람들까지 공평하게 볼 수 있도록 제비뽑기를 하라는 90년대 사람의 말이었다.
아빠 시절에는 새벽부터 은행에 줄을 서서 티켓팅을 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특별히 따로 초청할 사람들을 제외하면 나머지 인원은 추첨으로 채울 예정이었다.
“인터넷에서 로또 추첨이라고 그러더라. 청약보다 경쟁률이 더 높다고.”
“잘됐네.”
그만큼 공연이 관심을 끌었다니 다행이었다.
지금도 인터넷에서 쭉쭉 반응들이 올라오는 것 같기는 한데 다는 안 보고 있다.
안티들이야 뭘 하든 부모 팔아먹네, 시체 장사하네 하는 안티들이니 그러려니 하는데.
무심코 본 댓글 하나가 훅 들어와서.
-어제 보면서 느낀건데 울 엄빠는 살아계셔서 참 다행인거 같음ㅠㅠ
이런 반응들을 볼 때면 뭐라고… 말을 못하겠다.
신경 꺼야지.
“휴우.”
그냥 안 보는 거 쭉 안 볼걸.
아빠 반응 보겠다고 괜히 인터넷을 살핀 것을 후회하면서 의자를 뒤로 재꼈다.
그러자 주변 의자들에 뉴블랙 미니미 인형들을 놓는 매니저 민수 씨가 보인다.
“저건 뭐예요?”
“그, 멤버 분들께서 자기들 대용으로 생각해 주시라고.”
내가 웃음을 터뜨렸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바로 뉴블랙 전세기.
졸개들이 자기들을 잊지 말라며 좌석에 인형들을 놔주라고 했다는 부탁에 웃음이 나왔다.
누가 보면 며칠 떠나는 줄 알겠다.
“하루 다녀오는 건데 하여간.”
그런 말을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미소가 그려진다.
그동안 기장님의 안내방송이 들렸다.
[좋은 아침입니다. 우주 씨. 저희 비행기는 이제 곧 뉴욕을 향해 출발합니다.]
전세기의 대형 스크린에 표시된 미국 동부의 최대 도시.
재즈의 메카.
오늘은 뉴욕의 레코딩 스튜디오를 방문해 아빠의 마지막 앨범 녹음에 참여할 예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