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86화
방송 3사 연말 무대 중에서 은 꽤 독특한 컨셉을 가지고 있다.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 바로 시상식 컨셉이다.
당연하게도 진짜 연말 가요 시상식이었던 과거와 다르게 현재는 권위가 없는 시상식이다.
연기 대상에서 주는 네티즌 투표상 같은 느낌?
-축하드립니다!
은성이와 내가 밝게 웃으며 외쳤다.
-네티즌 선정 올해의 솔로 가수 1위. 축하드립니다, 한태현 선배님!
-아. 감사합니다.
무대 위로 올라온 솔로 가수가 능글맞게 웃으며 마이크를 들었다.
-올해의 솔로 가수 1위에 빛나는 한태현입니다. 정말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기분이네요!
짧게 소감을 전하며 팬들에게 캐럴을 불러 준 태현이가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2부 들어서 수상들이 주르륵 이어진다.
올해 최고의 걸그룹 노래상에서는 세레니티가 상을 타고.
크리스마스 캐럴 잘 부를 것 같은 연예인 1위에 리혁이가 올라와서 캐럴을 부르고.
HBS가 이벤트 식으로 마련된 상들이 연달아 흘러나왔다.
“다음은 신인상이에요.”
큐카드를 흘깃 본 은성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하러 가자.”
걸그룹 NYX의 무대가 끝날 무렵에 올라가 이번에는 신인상에 대한 멘트를 주고받았다.
-평생 딱 한 번 수상할 수 있는 상이죠! 바로 올해의 루키상입니다.
-선배님께서도 14년도에 수상을 하셨죠?
-맞습니다. 은성 씨. 저희 뉴블랙도 2014년 가요대상에서 신인상을…….
그런 멘트를 주고받으며 카메라를 향해 외쳤다.
-자. 그럼 올해의 루키! 과연 누가 신인상을 타게 될지 한 번 VCR로 만나 보실까요?
-보시죠!
은성이가 손을 쭉 뻗으면서 카메라의 불이 꺼졌다.
등 뒤편에 있는 LED 스크린이 환해지며 영상이 흘러나왔다.
[올해의 루키상]
그런 자막과 함께 VCR이 시작됐다.
2000년대부터 시작해서 HBS 가요대상의 역대 수상자들이 자막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90년대 특유의 세기말 헤어스타일을 한 선배 가수들, 2000년대 초반의 댄스 디바, 앳된 얼굴의 TNT, 그리고 14년도의 우리까지.
역대 신인상 수상자들의 라인업을 보여 주는 영상은 특별할 게 없었다.
“…….”
하지만 현장에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객석에서는 관객들이 긴가민가한 얼굴로 웅성거리고, 뒤편에서는 현장 스탭들이 혼비백산한 얼굴을 하고 있다.
딱딱하게 굳은 은성이의 눈이 내게 향한다.
‘소리가 안 나오는데요?
VCR에서 나와야 할 소리가 안 나오고 있다.
처음에는 현장에서만 안 나오나 싶었는데 스탭들 분위기를 보아하니 TV에서도 안 나오는 모양이다.
말 그대로 방송 사고였다.
“…….”
순간적으로 머리가 복잡해진다.
큰 방송 사고가 아니라서 그냥 내버려 둬도 MC인 내게는 문제는 없다.
하지만 수습할 방법들이 머릿속으로 하나둘 떠오른다.
20초.
VCR 영상의 도입부가 흘러나오는 동안 그중에서 가장 적절한 해결책을 찾아냈다.
“은성아.”
“네?”
“나랑 멘트 좀 맞춰 주라.”
“뭐 하시게요?”
“수습.”
눈짓을 하며 적당히 장단을 맞춰 달라고 하니 어벙한 얼굴로 있던 상대가 고개를 끄덕였다.
* * *
백스테이지.
“야! 이거 뭐야?!”
“모르겠습니다. 오디오가…….”
“수습을 해야 될 거 아니야! 이 새끼야! 지금 오디오가 안 나오는데.”
HBS 가요대상의 스탭들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우왕좌왕하는 중이었다.
연출자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기술 스탭들은 현장 장비를 빠르게 살피는 중이었다.
‘돌겠네! 진짜!’
돌돌 만 대본으로 자신의 머리통을 콩콩 때리는 피디였다.
심장이 오그라드는 상황 속에서 피디가 기술 스탭들의 뒤편에서 서성였다.
그가 쌍소리를 하고 있는 오디오 감독을 불렀다.
“감독님. 이거 어떻게 된 겁니까?”
“우리도 몰라요. 이거 외주 애들이 작업쳐 놓은 데서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 아니면 장비 문제가…….”
벌써부터 책임 회피를 시전하는 오디오 감독의 모습에 피디가 뭐라고 말을 하려다 말았다.
‘돌아 버리겠네. 진짜.’
이번 VCR 하나만 소리가 안 나오는 거면 그나마 괜찮다.
하지만 다음 영상에도 이런 현상이 계속된다면?
이 정도 문제야 해프닝 정도로 처리가 가능하지만 다음 무대까지 오디오가 송출되지 않으면 그건 진짜 대형사고다.
‘어떻게 해결을 얼른…….’
그런 생각을 하며 발을 동동 구를 때였다.
기술 스탭들이 욕설과 함께 돌아다니고, 현장의 연출과 작가진이 의자에서 엉덩이를 뗀 채 침만 꼴깍 삼킬 때.
-정말 많은 선배님들께서 HBS의 가요대상을 거쳐 가셨네요.
부드러운 톤의 목소리가 들리면서 스탭들이 시선을 획 돌렸다.
마이크를 든 우주와 케빈이 멘트를 하고 있었다.
‘어?’
스탭들의 머리가 일시정지한 가운데 VCR에서 역대 시상자들의 라인업이 흘러가고 있다.
해설을 하듯 멘트를 하는 우주와 케빈.
눈이 마주친 피디에게 그들이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
그 순간 피디가 오디오 감독에게 달려갔다. 거의 멱살을 잡듯이 오디오 감독의 어깨를 붙잡은 그가 외쳤다.
“감독님! 저건 송출되죠?”
“예? 예!”
“일단 저걸로 내보냅시다.”
말귀를 알아들은 듯 오디오 감독도 빠르게 움직였다.
동시에 전국의 가정에서 고개를 갸웃하며 리모컨 볼륨을 조정하던 시청자들의 귓가에도 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좋아! 정말 좋아요, 우주 씨.’
피디가 OK 사인을 보냈다.
그러고는 손을 꼭 쥐었다.
‘그룹 이름은 VCR에서 흘러나오니까 호명만 제대로 해 주면 돼.’
그 정도만 해도 정말 최상의 대처라고 할 수 있었다.
방송 사고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 상황을 무난하게 넘기는 게 가장 중요했다.
피디가 그들이 착용하고 있는 인이어에 자신의 뜻을 전했다.
“우주 씨, 케빈 씨. 일단 감사합니다! 이따 후보들 나올 때 호명만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우주가 손을 들어 올려 귓볼을 슬쩍 만지작거렸다.
알아들었다는 사인이었다.
피디가 고개를 끄덕이고 다른 작가들도 겨우 살았다는 표정으로 무대를 바라보고 있을 때.
“어?”
상황은 그들이 예상한 것과 조금 다르게 흘러갔다.
첫 번째로 나온 것은 럭키걸.
선우주와 E스포츠 대회에서 게임 못하는 걸로 자웅을 다퉜던 예능돌 루이가 있는 걸그룹이었다.
넌 나의 shy boy
shine shine 해
본래 배경 음악으로 깔려야 했을 노래를 뉴블랙의 리드 보컬이 부르고 있었다.
감미롭다.
소녀들이 스파클라 폭죽을 들고 해변에서 노니는 뮤비가 흘러나오는 동안 짧은 소절을 부른 우주가 웃으며 외쳤다.
-상큼 발랄한 곡으로 무더운 열대야를 싹 날려 버렸던 Shy Boy라는 곡이죠? 리스너들에게 행운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가수들.
-행운의 소녀 럭키걸입니다!
케빈이 찰떡같이 멘트를 받아먹는다.
제작진이 예상한 것은 ‘네, 럭키걸입니다!’ 정도였는데, 꼭 준비한 것처럼 멘트가 줄줄 흘러나온다.
그가 작가진에게 물었다.
“저거 맞는 거야?”
“맞는 것을 넘어서 너무 정확한데요. 음방 대본 쓸 때도 저런 소개 문구 넣었거든요.”
“그래? 저걸 어떻게…….”
저런 걸 어떻게 알고 있느냐는 말을 하려고 할 때, 한 작가가 말했다.
“노래 나오면 다 듣는다는 게 정말이었나 봐요.”
“아…….”
신곡이 나오면 무조건 듣는다고 인터뷰에서 자주 밝혔던 작곡가 우주선이었다.
그걸 그냥 노래가 나오면 듣는다 정도로 알고 있던 제작진이 멍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저건 그냥 듣는 수준이 아니잖아.’
이번에는 신인 보이그룹의 노래를 자기 곡처럼 편하게 부르고 있다.
현장 관객들의 환호성.
-감각적인 랩과 독특한 컨셉이 돋보이는 그룹이죠? 세상을 향해 자신들의 질문을 던지겠다는 7인조 보이그룹.
-그래비티입니다!
적당히 알고 있는 수준이 아니라 해당 가수들의 앨범을 샅샅이 훑지 않고서는 나올 수가 없는 내레이션이었다.
그들이 멍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는 동안 온라인도 들썩거렸다.
-뭐야 이거 찐임?????
-노래 직접 부르는 것만 아니었으면 방송 사고 아닌 줄 알았ㅇ르거같음ㅋㅋㅋㅋㅋㅋ
-이거 라이브야???
-ㅁㅊ
-제작진은 엎드려 있어라 개새기들아
-사고는 방송국이 치고 수습을 가수가 하네ㅋㅋㅋㅋㅋ
-멘트 대박이다ㅋㅋㅋㅋㅋ 즉흥 멘트임??
-큐카드에 원래 멘트 있는 거 같은데
-ㅇㅇ 저걸 누가 즉석에서 하냐
하지만 정말로 우주가 즉석에서 멘트를 떠올렸을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음방에서 1위 후보를 부를 때 그러하듯 음악과 VCR이 나오면 MC들이 내레이션을 해 주는 식으로 이해한 아이돌 팬들.
아직은 현장에 있는 이들만이 진실을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미쳤다.’
현장 관객들은 사고 수습을 하고 있는 국민 아이돌을 향해 환호를 보내는 중이었다.
그야말로 쌩 라이브로 사고 수습을 하는 MC.
중간중간 식은땀을 훔치는 케빈의 모습이 아니었다면 사고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할 정도였다.
‘담이 진짜 장난 아니구나.’
당황스러울 상황인데도 현장 관객까지 의식한 것인지 생글생글 웃고 있는 뉴블랙의 리더였다.
그런 감탄을 하고 있는 동안.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수 있는 2분가량의 VCR이 끝났다.
-네! 축하드립니다! 그래비티!
무대 위로 올라온 신인 보이그룹이 울먹이며 소감을 전하는 한편.
백스테이지에서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길게 토하고 있는 피디에게 오디오 감독이 다가왔다.
“문제가 뭔지 알아내서 다음 무대까지는 해결할 거 같아요.”
“예예.”
대충 대답한 피디가 백스테이지 계단 쪽으로 이동했다. 터덜터덜 걸어오는 두 MC를 반기기 위함이었다.
그가 뛰어가 두 아이돌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우주 씨, 케빈 씨! 덕분에 살았어요.”
“예….”
살짝 목이 갈라졌는지 우주가 군 후임에게 건네받은 생수를 들이켜고는 물었다.
“음향 문제는 해결됐나요?”
“네.”
“아. 다행이네요.”
그러면서 숨을 살짝 토하는데 그제야 눈에 하나씩 들어온다.
‘땀이…….’
무대 위에서는 하나도 티가 안 났는데 다시 보니 마이크를 쥔 손에 땀이 흥건히 배어 있었다.
이마에 난 땀을 훔치며 우주가 웃었다.
“멘트하면서 엄청 쫄았어요. 혹시 실수할까 봐.”
“…….”
정말 감사하다. 다음에 도움이 될 일이 있다면 도움을 주고 싶다… 같은 말을 하려고 했던 피디가 문제 해결에 나섰다.
“일단 의상이랑 헤어…….”
그들의 매니저를 향해 뭐라고 말을 하려고 할 때였다.
“저희 왔어요~!”
“저희가 왔습니다.”
뉴블랙 멤버들이 스타일리스트와 매니저들과 함께 짜잔! 하고 나타나 있었다.
아까부터 준비한 것처럼 바로 도착한 이들에게 우주가 웃으면서 반긴다.
할 일이 없어서 뻘쭘해진 피디가 합이 척척 맞는 이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되는 데는 다 이유가 있구나.’
이유 없이 잘 되는 곳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2017년 HBS 가요대상은 무사히 막을 내렸다.
엔딩은 당연하게도 올해의 가수로 꼽히는 뉴블랙이었다.
장장 17분 간의 무대로 과거 2분 30초와 비교도 안 될 만큼 어마어마한 분량이었다.
분량만 따지면 역대 HBS 연말 무대의 출연자 중 최장시간.
-HBS 가요대상 ‘17분’의 마법, 뉴블랙의 화려한 엔딩 무대
-뉴블랙 리혁 ‘2017 HBS 가요대상’ 엔딩 요정으로 대막 장식
-뉴블랙, HBS 연말무대 피날레 장식.. “소년들은 마침내 꿈을 이뤘으니”
뉴블랙의 무대에 대한 소식과 함께 각종 출연자들에 대한 화젯거리가 온라인 기사로 올라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출연자들의 무대가 아니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방송 사고’.. 카메라 흔들림과 오디오 송출 문제까지
-[할 말하는 기자들] ‘또 문제?’ 차라리 HBS 방송 사고 대상을 만들어라
-HBS 가요대상 오디오 문제, MC들의 발 빠른 대처가 빛났다
자잘하고 다양한 방송 사고 속에서 신인상 때의 방송 사고가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었다.
기사 중에서 시청자들을 놀라게 한 대목 때문이었다.
‘대본이 없었다고?’
너무나 자연스러운 멘트 때문에 대본이 있다고 생각한 시청자들이 당황했다.
-완전 멘트 준비한 사람 같던데;;;
-헐ㅋㅋㅋㅋㅋㅋ
-저걸 그러면 현장에서 그냥 수습한 거??
-누가 대본이라며
-너무 자연스러웠다
-저걸 누가 현장에서 멘트를 떠올려요
-예능 짬바 미쳤다ㅋㅋㅋㅋ
-보는 사람한텐 환상의 쇼엿는데 당사자한텐 환장의 쇼였구나
누군가의 말마따나 뉴블랙 리더의 순발력과 예능 센스가 빛을 발휘하고 있는 순간이었다.
다채로운 방송 경험에서 나오는 차분함.
돌발 상황이 많은 미튜브 컨텐츠 촬영 등을 통해 강화된 순발력.
그 때문에 지금까지 뉴블랙 리더의 순발력이 돋보이는 장면들이 재조명되고 있었다.
[다시 보는 뉴블랙 쇼케이스 당시 데뷔 무대]
(미튜브 동영상 링크)
오디오 안 나오는 거 확인하자마자 빠르게 무반주로 무대를 전환한 선모 씨 (당시 22세)
과거 불꽃놀이 쇼케이스 당시에 무반주로 무대를 했던 뉴블랙 영상이었다.
-저게 하루 이틀에 나오는 짬바가 아니었네ㅋㅋㅋ
-유경험자였구나
-대박이다. 신인 때면 개쫄렸을 텐데 바로 무반주로 무대 가네
-저때 저래서 기자들한테 호평 나오고 커뮤 여기저기서 영상 올라왔었음ㅋㅋㅋㅋ
-저때 진짜 잘해서 짜고 치는 거라고 했던 악플러들 기억난다ㅋ.ㅋ 악플 개쩔었는데
-짜고 치는 거면 중현이 저 동공 흔들리는 건 안 나왔겠지
-마커 때 뉴블랙 영상 뒤적이다가 저거 보고 입덕함ㅋㅋㅋ
순발력과 라이브 실력에 대한 칭찬이 여기저기 올라올 때.
그런 장면을 지켜보던 안티들이 부들부들 떨었다.
‘빡친다.’
자신이 세상에서 싫어하는 것을 남들이 좋아해 주는 모습에 멘탈 타격이 오기 시작했다.
곧바로 공격 포인트를 찾는 안티들.
오버한다, 관심 받으려고 수 쓴다 하는 댓글을 달던 이들이 신인 아이돌 쪽을 공략했다.
‘뭐 실수한 거 없나?’
신인 아이돌에 대한 멘트를 할 때 잘못된 정보를 말했다거나 부적절한 것은 없었는지 확인하는 안티들.
하지만 그들이 시선을 돌린 쪽에서는 신인 아이돌의 팬들이 축축한 눈망울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오늘 진짜 좀 뭔가 좋았어ㅠㅠ
-우리 애들 노래 부르고 멘트해 주는데 진짜 감사했음
-진짜 재미있게 소개해 줘서 너무 감사함 ㅠㅠㅠ
-계속해서 그부분 다시 돌려보는 중ㅠㅠ
-우주님 멘트 너무 감사했어
제대로 이름만 소개되어도 고마운 상황인데.
신인 아이돌에 대해 대중들이 잘 알 수 있도록 소개를 해 주는 것은 물론이고, 노래까지 소개해 준다.
신인 아이돌 팬이라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었던 이들이 간만에 힐링을 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 우주 멘트 보면 가요계에 대한 애정도가 느껴짐]
그런 제목의 글에 사람들이 공감을 표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자신이 종사하고 있는 아이돌이란 분야에 관심이 많고, 애정도도 깊다는 게 절로 느껴졌다.
선배 가수들로서 후배 가수들을 애정 있게 챙겨보는 느낌.
-오늘부로 선우주는 돌잘알이다
-이미 돌인데 뭔 돌잘알이야ㅋㅋㅋㅋㅋㅋㅋㅋ
-돌잘알 ㅇㅈ
-근데 저런 거 보일때 너무 좋긴해 뭔가 찐으로 느껴지는 애정 같은 게 있어
-소개 멘트도 딱 좋더라
-진짜 저 노래들을 제대로 알고 잇는 느낌이었음
그런 소개 멘트 때문일까.
우주의 대처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음원 사이트 망고의 실시간 순위에 신인 가수들의 노래가 오르고 있었다.
차트에 아예 없다가 갑자기 100위권과 200위권으로 올라온 노래들.
[178위!!!! 대박!!!!]
[정말 감사합니다. 선배님 멘트 듣고 저희 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신인 아이돌들이 그룹 인스타나 Y앱 라이브로 그에 대한 감사함을 표하는 가운데.
‘이 새끼들.’
수플레들은 열심히 HBS 가요대상을 후드려 찹찹 하는 중이었다.
선봉에 서서 HBS를 향해 짱돌을 던지고, 짭플레들과 호감을 가진 일반인인 호일들이 가세해서 돌무더기를 던진다.
‘기껏 다시 출연했더니 방송 사고냐.’
그래도 얼마 안 가서는 조금 화를 식혔다.
‘일단 좋게 끝났으니까.’
우주가 본인의 센스를 발휘해서 사고를 잘 수습하기도 했고.
HBS 측에서도 두 MC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는 입장문을 발표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재작년의 푸대접 때문에 어그로가 끌려서 그렇지. 올해는 딱히 나쁠 게 없었던 가요대상이었다.
그냥 평상시의 연말무대 정도.
2년 만에 출연한 뉴블랙에게 17분이란 분량을 주었다는 데서 그럭저럭 화를 누그러뜨리고 있을 때였다.
“음?”
미튜브에서 돌아다니던 [우주의 대처 영상] 등이 저작권 문제로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HBS 가요대상 비하인드 #1 - MC들의 방송 사고 수습 모먼트♡]
HBS 공식 미튜브 계정에서 직접 자신들이 편집한 영상을 올렸다.
순간적으로 멍한 기분을 느낀 수플레들.
‘팬들도 아니고 너네가 이걸 왜 만들어?’
사고를 쳤으면 조용히 있어야 하는 것 아니던가.
자랑스럽게 ‘사고 수습한 너희의 최애 정말 멋있지?’ 하고 편집 영상을 올리는 모습에 수플레들이 큰 깨달음을 얻었다.
눈치가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수플레들이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이 새끼들은 조져야 한다.’
온갖 다양한 언어로 달리는 댓글들.
-알라께서도 이 새끼들은 한 대 때리라고 하실 것
-HBS의 BS는 Bullshit의 약자인가
-뭐가 자랑스럽다고 다양한 언어로 영상을 올리는 것인지. 일본어로 악플을 얻고 싶다는 뜻인가요?
-여기가 멕시코가 아닌 걸 감사하십시오 HBS
-한국에선 무슨 욕을 써야 가장 타격이 강합니까? 알려 주십시오.
-제목 그대로 돌려주고 싶다ㅋㅋㅋ 이게 바로 수플레들이 HBS 대가리 깨는 모먼트♡
크리스마스.
전 세계의 수플레들로부터 수십만 개의 욕설을 선물 받은 HBS의 영상은 1시간 만에 미튜브에서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