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848화
72장. Answer
일명 올림픽 직캠.
미튜브에 올라온 직캠은 업로드가 되자마자 어마어마한 반향을 일으켰다.
-올림픽 직캠 ㄹㅇ 간지나네
-직캠에 Olympic 로고 개간지
-와ㅋㅋㅋㅋㅋ 직캠이 올림픽 폐막식이야
-직캠이 로고부터 간지일수가 있는 거구나ㅋㅋㅋㅋ 썸네일 보고 가슴 웅장해졌다가 로고 보고 폭발하는중
-대박
-직캠이라니 고마워요 레몬ㅠㅠㅠㅠㅠㅠㅠㅠ ㅅㅂ 박태준이었으면 이딴거 하나도 없었을듯
-빛규호
-빚규호라 불렸던게 엊그제 같은데 이젠 빛이 되었구나 규호쟝
트위터에 올라온 짧은 영상 클립 정도만 보던 이들이 직캠을 보면서 환호했다.
단체 직캠.
개인 직캠.
방금 전까지 보았던 무대의 생생한 분위기가 눈에 들어오는 느낌…보다는…….
-아 시발 중계 존나 발캠이었네
발로 찍은 거 아니냐는 분노를 먼저 하는 아이돌 팬들이었다.
-1:37 저 화려한 안무씬에서 얼빡 클로즈업을 할 생각한 카감이 레전드
-(대충 심한 욕)
-OBS에서 찍었을 걸 올림픽 촬영감독임
-내가 찍어도 저것보다 잘 찍었을듯
-미국 방송국이 별도로 찍은 카메라 있는데 그게 obs 거보다 훨 나음 ㅇㅇ 그거 보셈
-직캠 찍을생각한 레몬 담당자 상 받아라ㅠㅠㅠ 진짜 빛과 소금이세요
TV상으로 볼 수 없었던 안무 디테일 등이 눈에 들어오면서 아이돌 팬들이 환히 웃었다.
‘진짜 대박이다.’
무대를 볼 때마다 눈이 개안하는 듯했다.
-이게 무대지
-메댄들 춤선 실화냐
-수전 한태현 백승제 비주 ㄹㅇ 초동 100만장 팔 수 있는 라인업
-오늘 무대는 진짜 합동 무대의 끝이 어디까지 갈수 있는지 보여 준 무대같음ㅇㅇ 디테일부터 넘사다
-뭐라고 막 이 감동을 어떻게 설명하긱 ㅏ힘든데 되게 액자 같은데 보관해서 내 집에 걸어두고 싶음ㅠㅠ
특히나 데일라잇의 팬들이 가장 기뻐하고 있었다.
-데일라잇도 맨날 2세대라고 후려침 당해서 그렇지 퍼포 개잘함
-인정
-리앤은 볼때마다 천재다.. 뭘 해도 간지남 도입부부터 뿌시는데 진짜 고급지고 아름답고 매력있고
-01:37 수전 이 파트 벅차오르고 진짜 클라이막스 같음
설렁설렁 춤추던 2세대 아이돌 어쩌구 하던 이들이 쏙 들어가 있는 모습에 속이 다 시원했다.
한편, TNT의 팬들도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 무대 진짜 매일 돌려 볼 거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박태준 ㅅㅂ 이런 애들을 데리고 갠팬 경쟁이나 시켜댄 거냐고
-텐티 올팬 기조로 돌렷으면 지금도 ㄹㅈㄷ였음ㅋㅋㅋ 진짜 텐티한테 왜 그랬냐 영감탱
-03:47 선웅이 이 파트 진짜 눙물ㅠㅠㅠㅠ
-태현이 존잘인거 알고 잇었는데 유독 이 무대에서 더 밝아보인다.. 진심 숨멎을 거같아
-어제 텐티는 진심 전설이었음. 가족들이 쟤네는 왜 활동 뜸하냐고 궁금해하더라 저렇게 잘하는데;
사실상 해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던 TNT의 팬들이었다.
각자의 개인팬들은 활동을 하고 있지만, 올팬들은 서서히 이제 밀려나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영원하자던 트위터 친구들은 계정만 유지하고 다른 아이돌로 갈아탄 듯 보이고, 아는 사람들도 점점 뜸해지고 있었다. 괜히 올팬이라고 밝혔다가 인터넷에서 조롱을 당하는 일도 있고.
괜스레 혼자 방에서 앨범에 묻은 먼지를 털어 내고 있던 차에 이번 무대가 나왔다.
‘그래. 이거라고.’
그들이 보고 싶어 했던 것을 완벽하게 보여 준 TNT였다.
사진 몇 장을 제외하면 사이버 유령 같았던 TNT 팬들의 타임라인에 떡밥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목격담도 들려왔다.
‘어제 무대 끝나고 애들이 모였다고?’
조용한 칵테일 바를 찾아 회동을 했다는 소식까지 들려오면서 TNT의 팬들의 가슴이 콩닥거렸다.
‘혹시…….’
부정이라도 탈까 봐 말하지 못하지만 모두가 은연중에 기대하고 있는 바로 그것.
완전체 앨범.
그런 것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품으면서도 내색하지 않는 TNT의 팬덤 투게더였다.
‘아니야. 너무 기대하면 또 실망하니까.’
그들이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저을 때였다.
TNT 멤버들의 단체 직캠을 보면서 숨을 하악 쉬고 있던 투게더에게 새로운 떡밥이 두둥 등장했다.
-TNT, 뉴블랙, 데일라잇 Dance Practice
SNH 엔터의 연습실 거울 앞에서 후줄근한 의상을 입은 아이돌들이 안무 연습을 하는 영상이었다.
‘와아아…….’
허겁지겁 영상을 보면서 좋아하고 있으니 또 다른 영상이 올라왔다.
-[평창 폐회식 브이로그 #1] 우리의 첫 인상은?
뉴블랙 TV에서 합동 무대의 연습 과정을 담은 브이로그를 업로드하고 있었다.
매주 한 편씩 올라온다는 말에 TNT와 데일라잇의 팬들이 눈을 크게 떴다.
그들의 손가락이 달달 떨렸다.
-원래 소속사가 이런 거 막 잘 올려 주고 그런 거였음?
-규호 감사ㅠㅠㅠㅠ ㅠ진짜 압도적 감사ㅠㅠㅠㅠㅠㅠㅠ 대머리라고 놀려서 미안해요
-머머리라고 놀려서 미안ㅠㅠ 그냥 빛이었던건데
-사실 하느님이 천지창조하실때 규호가 있으라 하셨는데 빛이 나와 버린 거임
-컨텐츠가 넘쳐 나네
정말이지 세 그룹 모두 축제의 나날이었다.
-진짜 케이팝 아이돌이라고 무시할게 아니네요; 어제 와이프랑 무대 보고 찐으로 놀랐습니다ㄷㄷ
-국가대표로 케이팝 종목에 내보낸 느낌이네요 ㅎㅎㅎ
-진짜 뉴블랙이 어마어마하긴 하네요.. 굳이 누가 주입식으로 얘기 안 해도 수긍이 갑니다
역대급 국뽕 무대가 이어지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호평이 쏟아지고 있고.
[???: 아니 뉴블랙이랑 데일라잇이랑 TNT가 합동 무대를..]
(검정고무신 할머니와 잔소리 싫어하는 기영이 짤.jpg)
손자: 할머니 그만..!!! 대체 몇 번을 이야기하시는 거예요
할머니: 아잇 시팔 할미 이야기좀 들어 보세요.. 내가 현장에서 개쩌는 무대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폐회식 보고 온 사람들이 진정한 승리자
-현장에서 본 사람들은 진짜 평생 안주거리로 삼아도 될 듯
-ㄹㅇ 찢었다
-나 같아도 한 달 동안 만나는 사람마다 폐막식 직관 얘기할듯ㅋㅋㅋㅋㅋㅋㅋ
오늘 무대 본 것이 평생 자랑거리가 아니겠냐는 말이 나올 만큼 모두의 화제가 된 무대였다.
평소처럼 떡밥을 배부르게 먹던 수플레들도 푸근하게 웃었다.
‘이거지.’
빌보드와 그래미 노미니를 비롯해 요즘에는 어떤 활동을 들어도 호오 하며 ‘그런 일이 있었군’ 하며 납득하던 수플레들이었다.
하지만 올림픽 폐회식은 달랐다.
역사적인 무대에 오른 그들의 가수가 그야말로 주인공이 되어 무대를 펼친 오늘은…….
‘기분 째진다. 진짜.’
너무나 행복한 날이었다.
그들의 가수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등줄기까지 소름이 쭉 올라오는 느낌.
동시에 일종의 쾌감도 느껴졌다.
‘어떻게 이렇게 항상 터뜨리지?’
보통 아이돌 가수에게는 중요한 시기나 중요한 기회가 있다.
계단식처럼 인기가 상승하는 아이돌의 구조상, 이 타이밍에 얼마나 터뜨리느냐가 다음의 인기를 좌우하는 것이다.
뉴블랙은 언제나 항상 그런 타이밍에 잘 터뜨려 왔다.
올림픽 무대라는 중요한 기회를 정말 잘 살리는 수준이 아니라 터뜨려 버린 최애였다.
중요한 기회마다 찰떡같이 받아먹는 모습에 수플레들의 도파민이 펑펑 터지고 있었다.
‘이게 덕질이지.’
수플레들이 멤버들의 직캠을 바라보며 행복한 웃음을 흘렸다.
직감이 됐다.
오늘로서 뉴블랙은 또 한 단계 더 올라갈 것이라고.
그리고 그렇게 생각한 것은 수플레들만이 아니었다.
@LeBlanc
(검은 한복 의상을 입은 우주의 사진.jpg)
최상의 아름다움.
그것이 바로 르블랑이 추구하는 가치입니다.
@DK_Link
(뉴블랙 멤버들의 댄스 브레이크.jpg)
압도적으로 빠른 무대.
5G 시대를 DK링크가 선도합니다.
뉴블랙이 홍보대사로 있는 명품 브랜드나 광고주들이 은근슬쩍 끼어서 ‘우리 광고 모델임’하고 있었다.
국내 브랜드들뿐만 아니라 해외 브랜드들까지.
그들 모두 폐회식의 반응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대박ㄷㄷㄷ
-광고주들 주접 왜일케 웃겨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마지막에 edm은 다들 이 악물고 모른척하고 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곰돌이 선글라스를 쓴 김중현.jpg) 이렇게 귀여운데
-와 근데 해외 반응도 대박나긴 했나 보다;;
-지금 해외 차트에서 메트로 순위 떡상함
유명 해외 음원 차트들에서 METRO가 일제히 최상위권으로 올라올 만큼 어마어마한 파급력.
미친 듯이 올라가는 직캠 및 무대 영상의 조회수.
농담이 아니라 단체 직캠은 1억 뷰를 돌파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올 만큼 어마어마한 관심도를 보이고 있었다.
‘대박.’
아이돌 팬들이 그런 관심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하지만 그들이 진정으로 놀라게 될 변화는 현재 물밑에서 이뤄지는 중이었다.
딸깍.
딸깍.
퀭한 눈으로 K팝 아이돌 직캠을 보던 이들이 연관 동영상을 바라보면서 눈을 빛냈다.
‘개쩐다…….’
이렇게 좋은 걸 왜 지금 알았나 싶을 만큼 방대한 컨텐츠들이 뉴비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시작은 개회식 때 우주의 직캠.
그리고 이번에 폐회식에 아이돌들의 합동 무대를 보고 나서 관심을 가진 전 세계의 네티즌들이었다.
-내가 이 좋은 걸 지금 알았다니
-더 영상을 보고 싶으면 어디로 가야 합니까??
-솔직히 K팝에 대해 이름만 들어 봤지 무대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나는 오늘 내 몸을 던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까지 영상을 찾아보고 입덕의 기미를 보이는 이들은 전 세계 시청자 중에서 일부였다.
하지만 그 소수의 모집단이 바로 전 세계 3억 명의 시청자들이었다.
1퍼센트만 해도 300만 명이나 되는 인원이 나오는 어마어마한 숫자.
그 몇 퍼센트가 K팝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뭐지?’
뉴블랙의 팬들이 과거 영상의 조회수가 급속히 늘어나는 것에 의아함을 품는 가운데.
이른바 ‘올림픽 세대’라고 불리는 K팝의 차세대 해외 팬들이 서서히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압도적인 인원의 신규 유입.
한정된 파이를 가지고 경쟁하던 K팝 시장의 근본적인 파이가 늘어나고 있었다.
그것이 뉴블랙의 다음 앨범과 관련해 어떤 변화를 만들지, 아직 아무도 모르고 있지만…….
-뉴블랙 올림픽 ‘직캠’ 1억 뷰 돌파.. 전 세계 최단 기록
이러한 대격변의 가장 큰 수혜자가 뉴블랙이라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 * *
올림픽 폐회식 무대가 끝나고 며칠이 지났지만 그 후끈후끈한 열기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세상에.”
휴게실에 쌓아 둔 책들을 바라보며 내가 중얼거렸다.
“저게 다 우리를 다룬 책이라고?”
“네.”
리혁이가 대답하면서 한 권을 슥 뺐다.
<뉴블랙을 인문하다> 라는 제목이었다.
동생들과 함께 휴게실에 높이 쌓여 있는 책들을 바라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뉴블랙을 통해 바라보는 트렌드 2018>
<인문학자는 뉴블랙에게서 세상을 본다>
<뉴블랙, 그들의 뜨거운 열정>
리혁이가 말했다.
“이번에 올림픽 시즌에 대거 출간됐다고 하더라고요. 작년도에 메트로 터지고 나서부터 이런 책들이 나왔다고 듣긴 했는데…….”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건 우리만이 아니네요.”
중현이의 말에 공감했다.
올림픽 폐회식의 임팩트를 노린 것인지 TV에서는 <뉴블랙, K팝의 새로운 신화를 쓰다> 같은 제목의 다큐멘터리가 올라오고.
미튜브에서는 국뽕을 주제로 하는 온갖 컨텐츠에 우리를 썸네일로 쓰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 책까지 나오니 신기하다.
“그래서 책 내용은 어때?”
“으음…….”
이마에 힘줄이 가득한 것을 바라보니 마음에 안 드는 듯했다.
서문과 도입부를 적당히 읽던 리혁이가 책을 휙휙 던지고 있었다.
“최악이에요. 대충 뉴블랙 이름만 넣어서 책 팔이 하려는 장사꾼 놈들 심보가 훤히 보여서…….”
부들부들.
몹시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었다.
“본질 자체를 호도하고 있다니까요. 우리가 무슨 가사에 인문학을 담아서 성공했다고 하는데 그게 아니잖아요. 너무 과도하게 의미 부여하고… 심지어 제대로 연구한 티도 안 나고.”
“네가 참아. 리혁아.”
“후우. 이런 걸로 종이 낭비를… 진짜 흥미로울 줄 알고 구매했거든요.”
지호가 엉망진창으로 만든 영화를 보며 극대노하듯이 엉망인 책들을 보며 투덜대는 리혁이었다.
그동안 다른 책들을 살피던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인문학자의 K팝 산책>이라는 제목 아래 보이는 <어린이 만화 위인전 : 뉴블랙>이었다.
“얘들아. 이거 봐. 우리가 위인이래.”
“흐하하하!”
아동만화 그림체로 그려진 우리의 얼굴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진짜 웃음이 나온 건 바로 박규호 대표님 때문이었다.
반짝반짝- 하는 효과음과 함께 미중년 그림체로 그려진 대표님을 바라보니 웃음이 나왔다.
“이건 대표님 보여 드려야지.”
“진짜 좋아하실 것 같아요.”
그나저나 위인전이라니.
웃음이 나오는 상황이긴 했지만 썩 나쁘진 않았다.
올림픽 특수를 바라고 이런 책들을 출간했다는 것 자체가 이번에 얼마나 화제성이 있는지를 보여 주는 지표니까.
“하여튼 재미있다.”
하도 해야 할 일이 많아서 그런지 이런 것들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오고 재미있다.
“쉬는 시간 끝났네. 일하러 가자.”
“네!”
어느덧 평창 올림픽 폐회식이 끝나고 며칠이 지났다.
달력의 앞자리도 2에서 3으로 바뀌고, 서서히 겨울 날씨와 봄 날씨가 기싸움을 하는 시즌이었다.
-뉴블랙 ‘썸씽’.. 다시 차트에 올라왔다 ‘연금 곡 등극하나’
봄노래인 썸씽이 다시 차트에 올라왔다는 소식을 들으며 서서히 계절을 실감하는 요즘이었다.
봄을 맞이한 우리는 당연하게도 몹시 바빴다.
“녹음. 녹음 신나는 노래~”
“녹음이 푸르른 계절에 녹음을 하며 나는 정신을 놓는다~ 저는 행복해여~ 행복합니당~ 13시간째 행복합니당~”
“히터 때문에 어지럽네. 나 잠깐 토하고 올게요.”
앨범 녹음 마무리 작업을 하느라 바쁘고.
쉴 틈 없이 TF팀과 뮤비와 재킷 포토 등에 대한 회의를 하고 나면 하루가 다 지나가 있고 그랬다.
아.
중간에 패럴림픽 성화 봉송도 있었다.
-우리가 올림픽 및 패럴림픽 홍보대사잖아요. 패럴림픽 관련해서도 뭔가 홍보를 하고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어요.
비주의 강력한 의사에 우리도 동의했다.
기왕 홍보대사를 맡은 김에 마무리를 잘 짓고 싶다는 마음에 잠실 종합 운동장에서 출발하는 성화 봉송에도 참여했다.
-뉴블랙, 패럴림픽 성화 봉송 참여.. “패럴림픽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패럴림픽 성화 봉송 주자는 누구? ‘뉴블랙, 세레니티, 전 국가대표 박성주’
-‘모두를 빛나게 하는 불꽃’… 뉴블랙 패럴림픽 성화 봉송 화제
비주가 현장에서 평창의 스펠링을 보여 주듯 ‘P’, ‘Y’ 같은 단어를 몸으로 표현하며 춤을 췄지만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도 몰랐으니까.
어쨌거나 패럴림픽 성화 봉송이나 패럴림픽 관련 인터뷰를 통해 홍보대사 일정을 완벽하게 마무리한 후.
또 다른 프로젝트도 마무리를 지었다.
-좋은 작업이었어. 써니.
「덕분에 저도 즐거운 경험을 했어요. 콜드.」
바로 콜드 브라운과의 콜라보 곡 작업이었다.
하와이 송캠프에서 돌아온 프로듀싱팀 작곡가들의 도움을 받아 우리는 단시간에 곡 작업을 마무리했다.
내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솔직히 너무 빨리 마무리한 감이 있어서 걱정이 되긴 하네요. 이 정도로 신속하게 작업한 건 처음이라…….」
-걱정할 필요 없어.
미국 최고의 래퍼가 흰 치아를 드러내며 웃었다.
-너도 잘 알고 있겠지만 곡 작업 시간과 퀄리티가 비례하는 게 아니잖아. 내 최고의 명곡이라 불리는 도 5분 만에 흥얼흥얼하다가 탄생했지. 그래미 랩 부문을 수상했고.
「그건 그렇죠.」
사실 뒷작업이 오래 걸릴 뿐.
나도 내가 최고로 꼽는 곡들 중 많은 수가 순식간에 탄생하긴 했다.
내가 물었다.
「그래서 Answer는 언제쯤 발매할 계획인가요?」
-조만간 하려고 해.
「그렇게 빨리요?」
-응. 올림픽 열기가 끝나기 전에 내보내야 최대한 뽕을 뽑을 수 있거든. 늦장 부리지 말고 빨리 승부를 봐야 해.
이번 달 내로 발매를 하고 싶다는 그의 의견에 곰곰이 고민하던 나도 동의했다.
어차피 콜라보 음원이라 발매 시기는 딱히 중요하지 않다.
회사끼리 자세한 일정을 협의하자는 이야기를 나눌 때, 내 머릿속에 뭔가 떠올랐다.
「아. 콜드.」
-음?
「저번에도 제가 이야기한 것 같은데, 혹시 이번에 한국에서도 프로모션 해 볼 생각 있어요?」
-좋지. 안 그래도 헤일리가 자꾸 다녀와 보라고 하더라고. 밥이 존나 맛있다나….
콜드 브라운과 협업할 때 내건 조건이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프로모션을 했으면 좋겠다고.
흔쾌히 동의하면서 일정을 조율하자고 하는 콜드 브라운과 통화를 마무리 지었다.
“바쁘구만.”
작업실에 앉아서 체크 리스트를 하나씩 지워 나갔다.
2월을 끝으로 TBC에서 퇴사한 구재영 피디와도 예능 관련해서 미팅을 해야 하고.
아빠 영화 프로젝트에도 프로듀서로서 미팅을 해야 하고….
하나둘 리스트를 지워 나가고 있을 때였다.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동생들이 들어왔다.
“음?”
“이제 갈 시간이에요. 형.”
“아. 벌써 시간이 됐구나.”
이삿짐센터 직원들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슬슬 하나둘 비워지고 있는 사무실들 중에서 마지막 순서인 우리의 작업실이었다.
“이거 조심해서 옮겨 주세요. 장비 무게도 있어서 힘드실 텐데…….”
“예. 걱정 마세요.”
“신디사이저도 조심스럽게 포장을 해서….”
이삿짐 직원들에게 당부의 말을 하고는 동생들에게 이끌려 복도로 빠져나갔다.
복도 바닥에 깔린 상자.
바쁘게 마무리 작업을 하는 사람들.
벌써부터 사무실들이 휑하니 비어져 있는 레몬 엔터를 바라보며 묘한 기분을 느꼈다.
“여기도 이제 마지막이구나.”
“그러게요.”
동생들도 감회가 새로운 표정으로 회사를 둘러보았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중학교 졸업식 때 느꼈던 그런 기분이다. 텅 빈 학교를 둘러보면서 느꼈던 바로 그 오묘한 기분.
여기 다시 출근하게 될 일이 없을 거라는 생각과 함께 이곳에 녹아든 추억을 반추하는 시간을 가졌다.
얼추 4년.
내가 4년 동안 몸 담았던 회사의 사옥을 바라보고 있을 때, 지호가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이제 가요. 형.”
“가자.”
추억이 깃든 장소를 바라보고는 아쉽게 발걸음을 뗐다.
총총총총.
동생들과 꺄르륵 웃으며 걸었다.
“흐하하하!”
“신사옥이다아아!”
“구 사옥 안녕~!”
낡은 구 사옥에서 도망치듯 달려 나가며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3월 초.
오늘은 바로 레몬 엔터의 신사옥을 구경하러 가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