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854화 (854/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854화

같은 시각.

온라인에는 뉴블랙의 목격담이 속속 올라오고 있었다.

-운전면허필기 보러 왔는데 뉴블랙을 봤습니다 ㅋㅋㅋㅋㅋ (+사진)

-[경축] 왕지호(21세) 1종보통 필기 69점 불합격

-얘들아 나 뉴블랙 봤당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뉴블랙이 필기시험을 보기 위해 운전면허 시험장을 방문했다는 소식.

그중에 막내가 69점으로 탈락했다는 이야기가 웃음을 자아내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점 차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국사 시험때부터 겪어 온 유구한 전통

-왠지 막판에 형들 벼락치기할때 혼자 게임하다 망한 거 같은데ㅋㅋㅋㅋㅋ

-근데 운전면허 필기 같은 거 한번 떨어지면 계속 떨어지는데.. 지호야ㅠㅠㅠㅠ

-애들 면허 없었구나

그와 함께 서리혁의 목격담도 화제가 되고 있었다.

[가짜광기는 범접할 수 없는 찐광기]

(서리혁 목격담.jpg)

98점이지만 재시험을 치겠다는 서리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에 저런 애들 진짜 한 명씩 있긴했어ㅋㅋㅋ

-저거 근데 재시험 가능해???ㅋㅋ

-안 되지 않나

-접수처에서 상담받아 주던 직원분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왜 저러나했는데 선우주가 100점이라는 거 보고 이해함ㅋㅋㅋㅋ 넹글 돌아 버릴 만하긴 하지

하지만 이런 목격담 중에서 가장 큰 화제가 된 것은 바로 구재영 피디의 목격담이었다.

‘뉴니버스…?’

뉴블랙과 함께 신규 런칭 예능을 촬영하고 있다는 소식에 온라인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주사위로 세계 한 바퀴>라는 국민 버라이어티를 만들어 낸 스타 피디 구재영과 그 휘하 제작진.

시청률이 복사되는 버그를 만들어 내는 국민 아이돌 뉴블랙.

그야말로 역대급 조합이 탄생하면서 예능 매니아들의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ㅁㅊ

-구재영이랑 뉴블랙???? 오늘부터 카운트다운 들어간다

-뉴불백 또 나오나

-빨리 와라 5월ㅠㅠㅠ

-구피디의 매운맛에 고통받는 뉴블랙을 보여달라

-후 뉴블랙도 이제 북극에 갈 때가 된 건가

-아 너무 설렌다ㅠㅠㅠㅠㅠㅠㅠ 요새 볼 거 없었는데

예고편도 나오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이건 된다’ 하는 느낌이 드는 조합이었다.

연예부 기자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NBS 신규 예능 ‘뉴니버스 프로젝트’.. 구재영 피디 “뉴블랙과의 협업 긴장되지만 설레”

-구재영 피디 “뉴니버스는 뉴블랙+유니버스.. 진정한 ‘우주’를 보여 주겠다”

-‘주세한’에서 ‘뉴니버스’로 NBS 이적 사유 밝힌 구재영 PD.. “번아웃 상태였다”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온갖 기사들.

여기에 언론 플레이에 출중한 능력을 지닌 피디가 썰을 풀면서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빠르게 소식이 퍼져 나갔다.

소식을 듣고 놀라는 사람들.

‘대박. NBS가 뉴블랙이었구나.’

구재영 피디가 NBS라는 방송국으로 이적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그것 때문에 시끌시끌했으니까.

TBC 방송국 임원진에게 밉보인 주세한 제작진에 대한 이야기는 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

‘놀랍지도 않지.’

출중한 능력을 지닌 이가 파벌 싸움 때문에 밀려나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억울한 일을 겪은 사람에 대한 한국인들의 태도는 대체로 비슷했다.

-구 피디도 잘됐으면 좋겠다ㅠㅠㅠ

-진짜 TBCㄴ 놈들도 후회만땅했으면 좋겠음

-10년 넘게 국민예능만들어 놨더니 대우가..ㅋㅋㅋㅋㅋ 저러니 대기업도 다 인재 유출되고 그러지

-새 프로그램 대박났으면

-와 뉴블랙이 직접 연락해서 이적한 거였네;

이러한 구재영 피디를 응원하는 여론.

국민 아이돌 뉴블랙에 대한 관심.

그런 것들을 조합해서 화제성을 만들어 내는 주세한 제작진의 PR 능력이 합쳐지면서 뉴니버스에 대한 관심이 벌써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실시간 검색어]

1위. 뉴니버스 프로젝트

2위. 참새 vs 방앗간

3위. 경성의 달밤

4위. 스마트폰 중독 테스트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시작으로 각종 OTT의 인기 검색어에 올라오는 뉴니버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아이돌 팬들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미친.’

뉴니버스라고 홍보하는 신규 예능의 기본 내용은 간단하기 그지없었다.

그냥 뉴블랙이 무엇이든 원하는 걸 해 본다는 내용을 가지고 만들어 내는 자체 컨텐츠.

‘저놈들은 대체 무슨 덕질을 하는 거지.’

국민 피디가 자컨을 만들어 준다니.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지는 스케일에 혀를 내두르던 아이돌 팬들이 시선을 돌렸다.

지금쯤 풍악을 올리고 있을 수플레들을 바라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들이 바라본 곳에는 시무룩한 이들이 가득할 뿐이었다.

-예고편이 안 올라와ㅠㅠㅠㅠㅠㅠㅠㅠ

-언제 올라오지ㅠㅠ

-언제 와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런 작태를 바라보던 아이돌 팬들이 꼬깃꼬깃 들고 있는 자신들의 눈물 젖은 떡밥을 바라보았다.

“…….”

꿀과 황금이 가득한 수플레 낙원에 유혹을 느끼는 아이돌 팬들이었다.

* * *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지호는 재시험에 바로 합격했다.

“형드으으을!”

“합격했니?”

“70점이에요! 70점! 저 커트라인에 걸쳤어요! 으하하하!”

재시험도 70점이라니. 과연 우리 애를 도로에 내보내도 괜찮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괜찮겠지.

중현이가 그런 말을 했으니까.

-저 면허 따고 처음 드는 생각이 그거였어요. 형. 과연 나 같은 사람이 도로에 나가도 괜찮은 건가…?

히히 웃으며 비주에게 칭찬 받고 있던 막내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저 칭찬 받아야 되는데 중현이 형은 어디 갔어요?”

“중현이도 시험 보러 갔어.”

“아. 그럼 톡으로 칭찬 받아야겠당.”

우리가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컨텐츠를 찍는 동안 중현이도 따로 찍을 컨텐츠가 있었다.

-저는 그럼 1종 대형을 딸게요.

운전면허 학원에서 버스를 열심히 몰고 있을 셋째를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부수진 않겠지.”

“그 형이 다른 건 몰라도 운전은 잘하잖아요. 우리 제주도에서 운전할 때도 엄청 잘했고.”

“중현이가 운전을 잘하긴 해.”

그런 말을 하다가 다시 우리로 주제가 돌아왔다.

중현이가 1종 대형을 따는 동안 우리도 기능 시험 등을 배우러 학원에 가야 하기 때문이었다.

리혁이가 자신감 없는 얼굴로 말했다.

“난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운전을 잘할 거 같진 않아요.”

“괜찮아. 태현이가 그러는데 연습하면 다 딸 수 있다고 그러더라.”

“후우…….”

청담동이 한눈에 보이는 휴게실에 앉아서 리혁이에게 위로를 해 주고 있는데 유선전화가 울렸다.

1층 안내데스크인데 택배가 왔다고 했다.

리혁이 이름으로 되어 있다는 말에 물어보니 자기 것이 맞다는 답이 돌아왔다.

“예, 그럼 올려다 주세요.”

전화를 끊고는 리혁이에게 물었다.

“택배 시켰어?”

“네.”

“뭘 시켰는데?”

따라오라는 손짓에 화물용 엘리베이터 앞으로 다가가니 곧이어 문이 열렸다.

“어이쿠…….”

나도 모르게 입을 떡하니 벌렸다.

사람보다 더 큰 상자를 작업자 세 명이서 수레에 실어 나르기 시작했다.

리혁이의 개인 방에 설치되는 무언가는 바로….

“……핸들?”

“어? 저는 저거 오락실에서 본 거 같은데요. 오락실에서 막 카레이싱하는 그런 거.”

모니터와 함께 설치된 것은 바로 핸들이 달려 있는 운전 시뮬레이터였다.

리혁이가 후후 웃으며 말했다.

“운전은 자신 없지만 돈은 많으니까요. 이제 이걸로 오늘부터 매일 연습할 거예요.”

“…….”

“기능이랑 도로 주행은 내가 이긴다… 이긴다…….”

내게 2점 차이로 필기에서 진 것이 어지간히 분한 모양이었다.

“그냥 네가 이긴 걸로 하면 안 돼?”

“캬아악!”

“알았어, 알았어.”

시뮬레이터에 앉아서 작동법을 익히는 리혁이에게 셀프캠 하나를 건네주었다.

뉴니버스 제작진이 일상에서 찍을 만한 장면이 있으면 찍어서 달라고 요청했던 물건이었다.

분주하게 기기를 점검하는 리혁이를 바라보며 우리는 방을 나섰다.

“그럼 조금 이따 보자.”

휴식 시간이었다.

비주가 보컬 연습실로 향하고, 지호가 잠시 잠을 자겠다며 휴게실로 돌아갔다.

나도 좀 자야 하나.

요즘에 건강을 나름 챙긴다고 챙기고 있지만, 역시 기본 수면 시간의 부족은 어쩔 수 없다.

눈이 뻑뻑하고 머리가 멍하고. 연습하다가 자리에 앉으면 꾸벅꾸벅 고개가 숙여지고 그랬다.

“으어어…….”

눈에 인공눈물을 넣고 몇 번 끔뻑이고는 TF팀 사무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밝고 상쾌한 인테리어.

외근이 많은 TF팀의 사무실 컨셉은 회사에서 좀 더 편안한 분위기에 있을 수 있도록 꾸며져 있었다.

“어어, 왔냐.”

의자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있던 석환 형이 손을 흔들었다.

흐음 하며 잠 깬 사람 특유의 숨소리를 내던 TF팀 팀장에게 내가 휴지를 뽑아 내밀었다.

“?”

“입에 침.”

“아.”

입가의 침을 닦던 석환 형이 안경을 쓰며 말했다.

“의자가 너무 편해서 바꾸든지 해야겠어. 인체공학적이라고 하더니 잠도 진짜 잘 오더라고.”

“쪽잠 말고 그냥 잠을 자. 형.”

“시간이 있어야지. 너희 컴백이랑 콘서트 준비 때문에 매일 회의하고 또 회의하고….”

그러면서 조만간 인력 충원을 부탁해야겠다고 하품을 하는 석환 형이었다.

TF팀 사무실 한편에 있는 테이블에 둘러앉으며 물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아. 딱히 중요한 공지사항은 아닌데, 그래도 알아 두면 좋을 만한 정보라서 너를 불렀어.”

“정보?”

“예전에 미국 프로그램에서 섭외 들어온 거 기억나? 이라고 제목 붙었던 오디션 프로그램.”

“기억나.”

미국에서 새로운 보이그룹을 만들기 위해 제작한다는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우리가 보이그룹으로 흥하는 것을 보고 열불이 터진 세력들이 합심해서 제작에 들어왔다고.

-왜 한국 애들이 우리 파이 먹는 걸 지켜봐야 함? 그냥 우리 보이그룹 만들어서 밀어 주자.

석환 형이 웃으며 말했다.

“표정 보니 기억하고 있나 보네.”

“주시해야겠다고 생각했거든. 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딱히 없겠지만.”

“아무튼 이 프로그램이 얼마 전에 방영을 시작했어.”

그러고는 패드를 돌려서 내게 수치를 보여 주었다.

미국 시청률에 대해 문외한이라 그런지 잘 모르겠다.

“무슨 의미야?”

“저게 지금 대박이 터져 버렸어. 1화부터 시청률이 어마어마하게 나왔거든. 지금 2화랑 3화도 그렇고.”

주의 깊게 듣는 나에게 석환 형이 말했다.

“영국이랑 미국, 캐나다 쪽에서 유명하다는 보이그룹 프로듀서란 프로듀서는 다 붙은 상태고, 거기에 지금 메이저 음반사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브래너 뮤직 그룹이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어.”

“……홍보비를 어마어마하게 썼겠네.”

“거의 올림픽을 홍보하는 수준으로 홍보를 때려댔어.”

LA 같은 경우는 스트리트 하나를 건널 때마다 광고판이 하나씩 보였다나.

석환 형이 나열하는 홍보 이야기를 듣고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 정도로 밀어 줄 수가 있는 거야? 이런 건 처음 보는데.”

“보다시피….”

이 악물고 돈을 쏟아부었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수준이었다.

우리가 METRO 발매할 때 미국 연예계가 정말 어마어마하게 밀어 줬다는 말이 돌았을 정도였는데.

그조차도 지금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지금 보이밴드 쪽을 두고 미국 연예계가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거든. 하나는 우리를 밀고 있는 쪽. 그러니까 뉴블랙에게 판돈을 베팅한 사람들이지.”

우리가 계약한 월드 레코드사를 비롯해 여러 자본들이다.

“다른 하나는 너희가 돈을 벌 때 구경만 하던 다른 레코드사나 관계없는 자본들.”

“둘이 싸우는 건가?”

“그런 셈이지.”

석환 형이 비죽 웃음을 흘렸다.

“사실 너희 때문에 벌어진 일이거든.”

“우리가 외국 가수라서?”

“아니. 지금 지나치게 성공할 기미가 보여서.”

“……?”

“기존 북미 보이밴드 수요층이 100이었다면 너희 이후로 110, 120 하면서 꾸준히 시장이 커지고 있거든. 더 커진 시장에서 월드 레코드사와 같이 일부만 크게 이득을 보고 있으니…….”

“다른 쪽에서 군침을 흘릴 만하긴 하네.”

돈에 대한 욕망과 함께 비영어권 국가를 배척하는 미국 특유의 내셔널리즘이 결합하면서 이런 상황이 벌어진 모양이다.

석환 형이 말을 이었다.

“아무튼 지금까지는 배경 설명이고, 지금부터는 저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야.”

후발주자로서 잠재적인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경계심을 기울였다.

“은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같이 영어권 국가를 중심으로 선발된 10대들을 모아서 서바이벌 그룹으로 데뷔시키는 방송이야.”

“한국이랑 비슷하네.”

“한국인이 제작에 들어가 있거든.”

“?”

석환 형이 프로그램 제작진에 끼어 있는 ‘Pil-soo Ham’을 보여 주었다.

“이름이 낯익지? 함필수.”

“예전 K넷 국장 아니야? 16년도였나. 우리한테 헤일리 블루를 KMA에 섭외해 달라고 요청했단 사람이잖아.”

“맞아. 작년 일본 KMA 직후에 나갔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이번에 새로운 일자리를 찾은 거 같아.”

그 때문일까.

석환 형이 보여 주는 이라는 프로그램은 미국적이면서도 한국적인 색채가 섞여 있었다.

한국에서 <온 더 스테이지>의 성공 이후로 우후죽순 나왔던 오디션 서바이벌.

K팝 아이돌 서바이벌 특유의 향기가 느껴지는 편집이 가득하다.

“되게 익숙하면서도 낯서네.”

“그치? 아무튼 이거 때문에 시청률이 대박이 터졌어. 벌써부터 추이가 심상치 않아.”

이쯤 되니 석환 형이 왜 이야기를 해 줬는지 알 거 같다.

“방송 반응은?”

“아직은 크게 팬덤이 형성되지 않았지만 서서히 기미가 보여.”

댓글 반응들이 일부 보인다.

-그래!!! 난 지금까지 이런 걸 기다려왔다고

-케이팝 구려

-솔직히 요즘 뉴블랙이라고 하는 애들이 왜 떠들썩한지 하나도 이해가 안 가. 현실에선 그 열기를 느껴 본적 없다고

-제이콥♡

-누구들에 비하면 얼굴부터 차원이 다른 듯

대체로 우리에게 반감이 있는 이들이 먼저 반응을 하는 것 같은데.

출연자들의 얼굴을 슥 보고 내가 물었다.

“내가 더 잘생긴 거 같은데?”

“세상에 너보다 잘생긴 사람은 거의 없어. 우주야.”

“헤헷.”

아무튼 석환 형이 왜 보여 줬는지 알겠다.

“오디션이 성공해서 이 그룹이 데뷔하면 좀… 볼 만하겠네.”

“그치. 지금이야 너희 팬들이 헛소리가 나올 때마다 마구 때려 대고 있는데, 아마 여기가 지금처럼 규모를 불려 나가기 시작하면 미국 쪽도 당분간 시끌시끌할 거야. 팬덤 싸움도 격화되고.”

텐틴뉴로 고생했던 시절을 떠올리면서 잠시 웃었다.

힘들긴 했는데 올라가는 맛이 있던 시기였다.

석환 형이 말했다.

“그리고 프로그램 쪽에서도 너희를 계속 견제하고 있거든.”

“그래?”

“미국 애들 그거 알잖아. 트집 잡기는 애매한데 묘하게 신경 거스르는 발언 하는 거.”

“아. 알지.”

“심사위원들이 묘하게 너희를 돌려 까는 발언을 한다든가… 하는 식인데 프로그램 VCR부터 이래.”

영상이 하나 재생됐다.

과거 핫했던 보이밴드를 나열하면서 우리가 마지막에 나오고.

[과연 누가 THE NEXT BOYBAND가 될 것인가.]

The New Black이라는 우리 팀명의 TNB 알파벳이 겹쳐 보이는 건 기분 탓은 아닌 듯했다.

뭔가 뉴블랙은 이미 지나간 보이그룹이고 이제 차세대 보이그룹을 뽑아야 할 것 같은 뉘앙스의 VCR이었다.

함필수 국장이었나 하는 사람이 우리에게 감정이 안 좋았던가.

악의가 느껴지는 편집에 그저 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근데 후발주자가 우리를 따라올 수가 있나? 격차가 꽤 있을 텐데.”

“당분간은 따라잡기 힘들 거야. 하지만 우주야. 너도 알잖아. 쟤네가 돈을 퍼붓기 시작하면 진짜 순식간이다. 그래서 우리가 경계를 하면서 지켜보고 있는 거고.”

“하긴.”

돈으로 안 되는 게 없긴 하다.

“뭐. 후발주자가 생기는 것도 나쁘지 않지. 만약에 라이벌로 언플한다고 해도 마찬가지고.”

신인 시절의 스트릿 보이즈와 대결 구도.

텐틴뉴 시기의 삼각 구도.

연예계에서 라이벌 구도를 여럿 겪으면서 깨달은 게 한 가지 있다.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해. 아무리 홍보를 해도, 노래 좋고 무대 잘하는 그룹이 이기는 싸움이잖아.”

우리보다 무대를 더 잘하는 보이그룹은 없다.

내가 단언하듯 하는 말에 석환 형이 든든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그러곤 기지개를 켜더니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그래. 아무튼 이건 알려 줘야 할 거 같아서 불렀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용건은 이거야.”

“뭔데?”

“다음 주에 콜드 브라운이랑 Answer 프로모션 일정 픽스 됐다. 일정표 확인해 봐.”

한국과 미국 양쪽에서 진행될 프로모션.

석환 형이 건네주는 스케줄 일정을 확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미! 반드시 그래미!

-그래미이이이!

그래미를 되뇌며 나와 함께 작업한 미국의 래퍼를 떠올리며 웃었다.

이제 이것도 공개할 때가 됐구나.

“예고편은 오늘 올라오는 건가?”

“맞아.”

“기대되네.”

사람들의 반응이 몹시 궁금했다.

* * *

예고편이 올라온 시간은 저마다 달랐다.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을 보고 있거나 대중교통을 타며 출근을 하고 있거나.

각자 다른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전 세계 사람들 중 미튜브를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비슷한 영상이 떠올랐다.

‘인기 동영상?’

썸네일 아래에 인기가 급상승한 영상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Answer]

영상을 클릭하자 익숙한 두 얼굴이 번갈아 가면서 나왔다.

[안녕하세요. 난 콜드 브라운입니다.]

[뉴블랙의 우주입니다.]

어딘가 엉뚱하고 전혀 상상 못한 조합에 영상의 시청자들이 눈을 깜빡였다.

‘콜드 브라운이네.’

‘우주네. 저 흑인 아저씨는 누구지.’

‘음? 콜드 브라운이랑 써니?’

얼마 안 가 두 슈퍼스타를 알아본 이들이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뜰 때였다.

[저희의 신곡 Answer가 곧 발매됩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특별할 것 없는 인사가 끝나고, 마지막에 Answer의 멜로디가 짧게 흘러나오며 영상이 끝났다.

얼마 안 가 전 세계의 온라인이 들썩이기 시작하는 가운데.

댕그렁-

대한민국.

미튜브 영상을 본 미소년들이 닭가슴살 샐러드 그릇을 떨군 채 나라 잃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시발…….”

컴백을 코앞에 두고 있다가 날벼락을 맞은 틴스피릿의 안구에 습기가 차기 시작했다.

‘시발. 컴백 4월이라면서요.’

‘아 행님 잠시만요. 우리한테 왜 이러는 건데…….’

‘또야. 또 조땠어….’

눈앞이 캄캄해지는 6인조 미소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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