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855화
3월 가요계.
봄철의 따사로운 훈풍이 서서히 불기 시작하는 바깥과 달리 가요계에는 겨울바람이 불어닥치고 있었다.
“이… 이거 뭐죠?”
곳곳의 기획사들이 비명을 터뜨리고 있었다.
“이거 보셨어요? 뉴블랙 우주가 신곡 들고 나온대요!”
“신곡? 그런 얘기도 없었잖아? 어떻게 된 일이야? …야! 누구 이거 상황 아는 사람 없어?”
“연예부 기자들한테도 전화 쫙 돌렸는데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대요. 그냥 레몬에서 뿌렸나 봐요.”
그야말로 난리통이 펼쳐져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였다.
‘환장하겠네. 정말.’
최근 가요계의 컴백은 대다수가 3월이나 5월에 몰려 있었다.
평창 올림픽이 끝나서 대중들이 다시 연예계에 관심을 가지는 시기이기도 하고, 계절이 따스하게 바뀌면서 겨울철을 장악한 발라드들의 기세가 식는 시기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현 가요계의 최강자가 4월에 컴백한다는 것 때문이었다.
-뉴블랙, 4월 중 정규 3집 발매.. “음원 절대강자의 귀환”
어차피 차트 1위는 뉴블랙이 따 놓은 당상이었다.
게다가 화제성도 어마어마할 테니 상식적으로 피하는 게 맞았다. 소나기가 오면 피하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아니, 뉴블랙은 소나기가 아니라 태풍 수준이었다.
“그런데 왜… 3월에 신곡이 나오는 거냐고.”
“아. 진짜 어떡하죠? 실장님?”
“괜찮아. 우리만 망한 거 아니니까. 지금 다들 기획사마다 전화기 붙잡고 난리 나고 있을 거다.”
뉴블랙을 피하기 위해 3월로 옮긴 가수들의 기획사들은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는 중이었다.
“그래서 컴백이 언제래?”
“다음 주 중에 바로 한다는 것 같은데요. 스페셜 음원이라서 음원 발매 전까지 딱히 홍보는 안 하나 봐요.”
“홍보를 할 필요도 없지. 뉴블랙이란 이름 자체가 홍보인데.”
MOP의 김 실장이 한숨을 쉬며 로드 매니저에게 물었다.
“우리 애들 반응은 어때?”
“시발시발하고 난리난리예요.”
“어떤 시발인데?”
“어… 3단계 시발 정도 같아요. 4단계까지는 안 간 거 같고. 그러려니 하는 것 같습니다. 하도 당한 게 많아서…….”
MOP 엔터의 매니저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삼켰다.
그들도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시발.’
컴백하고 활동할 때마다 묘하게 뉴블랙과 겹치는 틴스피릿이었다.
이번에 피했다고 생각하면 갑자기 컴백 일정이 바뀌질 않나. 중현이 믹스테이프로 안마의자 노래를 내질 않나.
‘굿이라도 해야 하나.’
컴백 때까지 멤버들을 잘 돌보라는 지시를 내린 MOP의 김 실장은 인터넷을 살폈다.
“일 났네. 일 났어.”
즐겨찾기를 해 둔 각종 커뮤니티와 SNS 등을 돌아볼 때마다 콜라보 음원 소식이 뜨고 있었다.
-ㅅㅂ 미쳤다
-국힙원탑 선우주 가나
-콜드 브라운이랑 콜라보 ㅁㅊ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살면서 이런 걸 보는 날이 올줄이야
-누구임?
-2010년대 미국 힙합 원탑.. 래퍼계의 뉴블랙임
-앤써니까 평창때 그거가 레퍼런스인가???? 뭐지
-레몬아 왜 떡밥을 안 주냐 너희 이런 애들 아니었자나
-와 콜드브라운ㅋㅋㅋㅋ
-이름이 콜드 브라운;; 콜드브루인가요ㅋ
-디카페인 콜드브라운 한잔 나왔어요~~
-레몬아 봐라 떡밥이 없으니까 노잼 드립만 이렇게 나오는 거 아니냐아ㅏㅏ
그래도 입소문 정도만 어마어마하게 날 뿐.
음원 공개를 앞두고 별도 프로모션이 없다는 말에 MOP의 실장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하긴. 음원만 나오는 건데 무슨 걱정이냐. 음방에 나올 것도 아니고. 뭐 한국에 올 것도 아니고.’
그런 생각을 하며 합리화를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고 나서 MOP의 김태윤 실장에게 충격적인 소식이 찾아왔다.
딩동.
홍보팀에서 [실장님 이거 보세요] 하며 보내 준 첨부 링크.
링크된 커뮤니티 글을 보는 순간 MOP의 김태윤 실장은 숨을 삼켰다.
[시1발 지금 비행기탔는데 콜드브라운있다]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는 콜드 브라운의 소식.
그의 얼굴에 가수들과 똑같은 표정이 떠올랐다.
‘조졌다….’
* * *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
코리아나 항공 KA 273편을 탑승한 승객들은 지금 웅성웅성하고 있었다.
“저 사람이야?”
“응.”
“잘생겼네…. 두상이 어쩜 저래 땡글땡글하고 이쁘다냐.”
“미국에서 엄청 유명한 래퍼래.”
그들이 웅성거리는 이유는 바로 이코노미 클래스에 탑승한 승객 때문이었다.
후드티에 청바지를 입은 슬림한 래퍼.
짧게 친 머리와 함께 수염을 멋들어지게 다듬은 미남이 한국인들의 시선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콜드 브라운.
2010년대 미국 힙합 그 자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지닌 가수였다.
그러니 의문이었다.
‘왜 전용기를 안 탔지?’
보통 할리우드 유명인들 보면 전용기를 타고 오던데. 일등석도 아니고 왜 일반석에 탑승해 있는 걸까.
궁금하지만 덩치 큰 경호원들 때문에 다가가지 못하고 있는 한국인들이었다.
“그나저나 한국에는 왜 온대?”
“우주랑 뭐 노래 낸다나 봐.”
“아하.”
그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용기 있는 누군가가 콜드 브라운에게 다가갔다.
“Hi….”
“Hi. How are you?”
하얀 이를 드러내는 미남의 인사에 저도 모르게 ‘I’m fine thank you and you?’ 하는 한국인.
그에 친절하게 답해 주던 콜드 브라운이 팬 서비스를 해 주면서 주변의 사람들이 눈을 빛냈다.
‘친절하다!’
호기심을 빛낸 누군가가 물었다.
「왜 전용기 안 타고 이걸 타고 있어요?」
「환경 이슈 때문이죠. 평소에는 전용기를 타고 다니지만 이번에 동행하는 스탭들 인원이 몹시 적거든요. 적은 인원으로 탄소 배출량을 만들기는 그래서 비행기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오오.」
깔끔하고 알아듣기 쉬운 영어로 말을 하는 콜드 브라운의 눈매가 지적으로 빛나고 있었다.
곧이어 이어지는 대답들.
「한국이요? 이번에 써니와 함께 Answer라는 음원을 발매하기 위해 방문하고 있습니다. 한국 음식이 정말 기대되네요.」
「사진이요? 음. 지금은 곤란하군요. 비행기가 착륙하고 안전하게 나오고 나서 그때 해 드리겠습니다. 다른 분들에게도 이런 이야기를 전해 주시겠어요? 제가 영어만 할 줄 알고 한국어는 할 줄 몰라서….」
「귀엽게 생긴 아이네요. 제가 이따 안아 봐도 될까요?」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달변이 이어진다.
누구든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저도 모르게 호감을 품게 되는 셀럽이었다.
‘와. 진짜 친절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미국의 래퍼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였다.
‘A-yo’ 하거나 삐뚜름한 미소를 짓는 그런 것과는 전혀 달랐다.
특히나 한국인들에게는 색다른 이미지였다.
‘욕도 안 하네.’
‘사람이 멀쩡해.’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콜드 브라운 이전에 본격적으로 내한했던 가수가 바로 헤일리 블루였으니까.
한국인들에겐 ‘미국 가수 = 헤일리 블루’였다.
본의 아니게 미국 가수의 평균치를 갉아먹은 동료 덕분에 반사이익을 누리는 셈이었다.
“근데 보니까 저 사람은 래퍼가 아니고. 그…….”
“정치인 같지 않아?”
“그러네. 표정이 꼭 미국 정치인들 같아.”
어딘가 모르게 정치인 같다는 느낌을 한국인들이 받는 한편, 콜드 브라운은 후후후 웃고 있었다.
‘비행기의 한국인들에게 호감을 주는 계획은 성공했다.’
명예욕에 대한 욕구가 세상에서 가장 강렬한 미국의 래퍼였다.
저마다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듯이 콜드 브라운이 가장 중요시하는 건 바로 ‘영향력’이었다.
내가 얼마나 더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되는가.
그러하기에 이번에 그래미 수상과 함께 그가 노리는 목적은 바로 한국에서의 영향력 확대였다.
‘새로운 기회의 땅이다.’
지금까지의 동아시아 진출은 번번이 실패였다.
일본에서 조금 시도를 했지만 사람들이 힙합에 관심이 없어서 실패했고.
중국은 자신들에게 반대되는 심볼이라며 해바라기 티셔츠를 공연 중에 입었다고 입국을 금지시킨 상태.
그런 상황이니 동아시아의 마지막 보루인 한국에 대한 기대감도 커져 갔다.
-콜드도 이번 프로모션을 통해 한국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거예요. 일단 내한하는 아티스트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어서 호감 가는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고, 무엇보다 한국에선 힙합이 인기 장르거든요.
벌써부터 한국 콘서트를 상상하는 콜드 브라운이었다.
-녀러분! 한쿡 싸랑해요!
-와아아아! 최고다!
-너희 Korean을 위한 나의 랩! 들어 줘!
“흐흐흐흐흐…….”
창밖을 바라보던 콜드 브라운이 짱구처럼 몸을 들썩이며 웃었다.
몽실몽실한 바깥의 구름들.
‘한국에서 가장 사랑 받는 미국 가수’ 같은 타이틀이 벌써부터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한국 사람들이 내게 반하게 만들어 주지.’
그리고 그는 비장의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스마트폰을 든 래퍼가 머릿속으로 기억을 떠올렸다.
[지금부터 주의사항을 알려 줄게요. 콜드.]
한국에서 어떤 식으로 해야 호감을 얻을 수 있는지 정리된 매뉴얼이었다.
[합장? 한국인과 싸우자는 거예요. 아니라고 알려 줘도 기 싸움하듯이 합장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러면 안 돼요.]
합장은 No.
[떼창 언급은 꼭 해 주시고요. 미국 라디오나 토크쇼에서 당신이 느꼈던 한국 팬들의 열정을 언급해 주면 금상첨화예요. 당신의 영상이 미튜브에 10년 정도 돌아다닐걸요.]
미국 가서 라디오나 토크쇼에서 지나가듯 한국 언급해 주기.
[한국 요리 중에 맛있는 게 있으면 가게 사장님에게 ‘레시피를 얻을 수 있냐’ 한 번 해 주세요. 당신의 일화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떠돌아다닐 거예요. 그게 아니면 입맛에 맞는 과자를 몇 박스 사가는 것도 좋아요.]
어떻게 하면 한국 사람들에게 화제가 되고 예쁨 받을 수 있는지 노하우가 담긴 꿀팁이었다.
‘내 옛날 모습을 보는 거 같군.’
야심 가득한 뉴블랙의 리더를 떠올리며 그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이번에 재미있는 활동이 되겠어.’
왠지 모르게 자신과 쿵짝이 잘 맞을 것 같다는 예감을 받고 있는 미국 최고의 래퍼였다.
* * *
드디어 콜드 브라운이 입국했다.
입국할 때부터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각도로 인사를 하며 들어온 콜드 브라운은 좋은 첫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포토] ‘뉴블랙에게 배웠다’ K인사하는 콜드 브라운
-[포토] 따스한 남자. “이제부터 웜 브라운이라 불러 주세요”
-[사진] 콜드 브라운 “이게 바로 K-하트”
현장 영상 보니까 환호성 터지고 장난 아니던데.
그 때문에 기분이 업 됐는지 지금 내 눈앞에 선 콜드 브라운은 연신 싱글벙글한 얼굴이었다.
「헤이 맨. 별일 없이 지냈어?」
「보다시피요.」
「와우. 너 진짜 말라 보인다. 앨범 준비하는 시기야?」
「네. 그래도 나름 근육이 좀 붙었다고 생각했는데…….」
나름대로 벌크 업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콜드의 딴딴한 몸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미국 기준으론 얄쌍할 수도.
그간 어워드 등에서 친분을 다진 콜드 브라운과 주먹 인사를 하며 동생들도 다시 소개했다.
초롱초롱.
「허어. 정말 언제 봐도… 저 정말 팬이에요.」
우리 래퍼가 그런 말을 하며 수줍어하자 콜드 브라운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내 팬이라면 포옹을 안 해 줄 수 없지! 이리 오라고, Big K!」
「가능하면 포옹 두 번….」
「세 번으로 하고 손 인사도 하자고.」
김씨고 우리 중에 제일 커서 그런지 Big K라고 부르는 모습에 우리가 비주를 바라보았다.
중현이가 Big K라면 비주는 Sma….
비주가 화사하게 웃었다.
“네?”
“아니야. 아무것도.”
영애님에게 잘못 걸리면 어찌 되는지 우리는 중현이의 사례를 통해 항상 잘 알고 있었다.
밥에 의문의 잡곡이 들어가 있다든가.
묘하게 생선 머리 쪽이 자꾸 걸린다든가.
그러는 동안 콜드 브라운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 팬이라고 저번에도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았는데. 진짜 팬이었나 보군?」
「네. 찐팬이에요.」
어릴 적부터 존경해 온 래퍼와 마주해서 수줍어하는 중현이를 익숙하게 대하는 콜드 브라운이었다.
팬이라기보다는 뭔가 지지자를 대하는 정치인 같다.
-돈에 환장하는 나와 달리 콜드는 명성에 집착하는 놈이야.
헤일리의 말이 떠오른다.
-사랑 받는 걸 세상에서 제일 좋아해서 맨날 여기저기 좋은 일 하러 다녀. 무슨 유엔 대사 명함만 몇 개일걸. 딱히 관심은 없는데 무슨 사회 문제만 있으면 눈썹 빠지게 달려 나가는 애야. 흑인 커뮤니티에서도 뭔 일만 생기면 발 벗고 뛰어다녀서 거기서 거의 신(god)의 위치일걸.
명예욕이 굉장히 강하다는 말을 들었다.
어떤 부분에서는 나와 조금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써니.」
「콜드.」
우리가 손을 맞잡으며 웃었다.
콜드가 내 귀에 속삭였다.
「그래미.」
듣기만 해도 꺄르륵 웃음이 새어 나오는 마법의 단어였다.
「우후후후훗!」
「으핫핫핫핫!」
왜 저렇게 웃는 거야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리혁이와 다른 졸개들의 표정에 내가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그러곤 속삭였다.
“그래미.”
“……!”
동생들이 꺄르륵 웃기 시작했다.
관심 분야가 조금씩은 다르지만 상에 대한 욕망으로 들끓고 있는 이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막내가 중얼거렸다.
“다들 욕망의 항아리 같이 생겼어여….”
스마트폰으로 거울을 비춰 주니 헛 하고 ‘나도 그러네’ 하는 막내였다.
잠시 그래미에 대한 열망을 불태우고 있는 동안 콜드 브라운과 내가 동생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형 다녀온다. 나 빼고 맛있는 거 먹지 말고.”
「조금 이따 보자고.」
콜드 브라운과의 신곡 를 홍보하기 위해 레몬 엔터 사옥을 나섰다.
그야말로 숨 바쁜 스케줄이었다.
음원 발매 하루 전인 오늘의 스케줄은 대부분 콜드 브라운이 원했던 스케줄이었다.
한국에서 출마할 예정이냐는 질문이 나올 만한 일정들.
-콜드 브라운, 초등학교 방문.. “어린이들은 즐거워야 한다”
-뉴블랙 우주와 콜드 브라운, 재래시장 방문.. ‘꽈배기 먹고 함박웃음’
-콜드 브라운, 주한미군 기지 방문.. ‘판문점 가지 못해 아쉬워’
초등학교에 방문해서 어린이들에게 동요를 불러 주거나 재미있는 마술을 보여 주기도 하고.
재래시장을 돌아다니며 상인들과 악수를 하고.
미군 기지도 방문해서 미군 장병들에게 콜드 브라운이 ‘땡큐 포 유어 서비스’ 하며 랩을 불러 주기도 했다.
온라인 반응은 제법 좋은 듯했다.
-뭐야 왜 요새 한국 방문하는 사람들마다 이런 건데;
-수상할 정도로 한국을 잘아는 외국인들이 늘어나고 있음.. 몬가.. 몬가 벌어지고 있다
-헤일리 블루랑은 다른 의미로 문화충격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또 너무 극단적이자나ㅋㅋㅋㅋㅋ
-미국에서 흑인들의 추기경이라던데 이런 의미인건가
-랩황상 ㄷㄷ
-ㅋㅋㅋㅋㅋㅋㅋ랩황상
-지금 선우주가 꼭두각시처럼 조종하고 있는 거 아니냐ㅋㅋㅋ 사진 찍으면 실이 보일수도 잇음
-???: 자 말해 봐. 나는,, 한국을,, 좋아한다,,
스포츠카를 타고 질주할 듯한 인상의 래퍼가 독특한 행보를 보이는 게 다들 신기한 듯했다.
한국에 좋은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의도 하에 소화하는 스케줄이긴 했지만 나도 제법 즐거운 하루였다.
좋은 일을 할 때는 기분이 좋다.
저녁에 방문한 경복궁을 끝으로 미국인들이 치킨 누들 수프와 비슷해서 좋아한다는 닭곰탕 집에 데려갔다.
「Oh.」
마음에 드는지 눈을 크게 뜨며 한 숟가락씩 떠먹던 콜드 브라운이 물었다.
「참. 지금 또 생각나는 일정이 몇 가지 있는데… 시간 되면 같이 소화할 수 있겠어?」
「그럼요.」
「내가 오늘 실수한 부분은 없었지? 있다면 가감 없이 말해 줘.」
「훌륭했어요.」
최근 들어 내가 본 사람 중에서 가장 완벽하게 한국에 대해 숙지를 하고 온 사람이었다.
「좋아.」
콜드 브라운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음원이 발매되는 내일 있을 쇼케이스와 각종 공연 스케줄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우선 우리의 내일 쇼케이스를 점검해 보자고.」
음원 발매에 맞춰 내일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있을 쇼케이스 일정에 대해 길게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에 대해 왕성한 호기심을 드러내던 상대가 물었다.
「그리고 저녁에 뮤직 On이라는 공연이 있던데.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들려줘.」
「아. 그거요.」
「미국에 없는 시스템이라 낯설어.」
내가 웃으며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대다수의 가수들이 음원을 발매하고 나서 TV 방송에 출연하거든요. 아무나 출연하는 건 아니고요. 방송사가 선정한 가수들이 출연을 해서 매주 1위를 겨뤄요. 그중 하나가 뮤직 온이에요. 공영방송에서 하는 곳인데….」
「대단한 방송이구나.」
「어….」
「공영방송의 음악 경쟁 프로그램이라니. 그런 곳에서 1위를 하면 몹시 영예롭겠어.」
「그….」
눈을 초롱초롱 빛내는 콜드 브라운의 모습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영광스러운 방송이죠. 하핫.」
한국 음악 방송만의 맥락을 설명하기 너무 복잡해서 그냥 맞다고 했다.
우리 매니저들이 빤히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어깨를 으쓱하며 외면했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 * *
PBS 음악 방송 <뮤직 On>의 사무실.
“…….”
“…….”
메인PD를 필두로 조연출부터 작가진까지.
모두 똑같은 표정으로 영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콜드 브라운이 공손하게 웃고 있는 영상.
[써니에게 이야기를 들었는데 몹시 영광스러운 프로그램이라 들었습니다. 출연시켜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군요. 조속히 뵙고 싶네요. 기대가 큽니다.]
‘영광스러운 프로?’
‘저희가요?’
‘기대가 크시다고요…?’
제작진의 손이 달달 떨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