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860화
공개홀 무대.
무대 의상으로 갈아입고 올라온 콜드와 내가 무대를 살폈다.
「워우.」
래퍼가 휘파람을 불었다.
「끝내주는데?」
「마음에 들어요?」
「완전 마음에 들어. 무명 시절에 다녔던 55번가의 술집이 눈앞에 있는 것 같군. 그 집 맥주가 진짜 끝내줬는데….」
콜드 브라운과 내가 서 있는 무대의 컨셉은 바로 자그마한 바였다.
미국 영화에 나오는 힙합 뮤지션이나 스탠드업 코미디언들이 동네에서 공연하는 그런 장소.
바텐더가 서 있을 법한 글래스 진열장.
벽돌 벽.
거기에 힙합 뮤지션들이 쓰는 줄이 달린 마이크까지.
「완벽해.」
콜드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한국 뮤지션들이 좀 질투 나려고 하는데. 매번 이렇게 멋들어지게 무대를 꾸미는 거야?」
「아뇨. 그건 아니고요. 컴백 때만 특별히 이렇게 만들어요.」
「오호.」
「회사의 사비로요.」
이거 우리 회사 돈으로 한 거라고 하니 콜드 브라운이 아 하며 말했다.
「너희의 반짝이는 CEO에게 감사의 말을 전해야겠군. 신경 써 줘서 고맙다고 말이야.」
「하핫.」
그런 대화를 나누면서 콜드와 내가 동선을 체크했다.
마이크 줄이 꼬이기도 쉽고 해서 너는 어디에, 나는 여기에 하면서 대략적으로 위치를 고민한 후.
간단한 리허설을 끝내고 관객들의 입장을 기다렸다.
“사람들 오나 보네.”
멀찍이 가수들 출입구에서 웅성거리는 소리.
오늘 사전 녹화를 방청할 사람들은 수플레들과 콜드 브라운의 오랜 팬들뿐만이 아니었다.
-콜드. 음방에서 뭐 하고 싶은 건 없어요?
-음. 파티?
-파티요?
-미국에서는 음원을 발매하고 나면 친구들을 불러서 파티를 하거든. 청음회라고 하는 건데. 같이 노래 들으면서 칭찬 받고 그런 파티지. 무대에서 그런 느낌이 나면 좋겠어.
그런 의미로 오늘의 사전 녹화에는 평소와는 조금 다른 손님들이 있었다.
* * *
“아. 허리야.”
수플레들이 콩콩 허리를 두드리며 입장했다.
너무 무거운 짐을 메고 다녀서 그런 게 아니라….
‘토할 거 같다.’
너무 많이 먹어서였다.
피자 냄새를 잔뜩 풍기는 수플레들이 자리에 앉아 무대를 바라보았다.
‘대박.’
재즈 바 같은 세트를 바라보며 감탄이 나왔다.
이윽고 수플레들이 하나둘 준비물을 꺼내기 시작했다.
‘이벤트용 슬로건은 밑에 숨겨 두고… 응원봉 전원도 체크하고.’
응원봉이 잘 되는지 딸깍딸깍하고 있을 때였다.
반짝반짝.
멀찍이서 파란 조명들이 깜빡이면서 수플레들의 눈이 뱀처럼 쫘악 찢어지기 시작했다.
‘누구야? 어떤 새끼가 소울봉을 가져왔어.’
일명 영혼방망이로 불리는 틴스피릿의 팬덤 소울이 지닌 무구.
달봉이를 메이스처럼 움켜쥔 수플레들이 고개를 들어 그 섬광의 정체를 확인했다.
“어?”
“어!?”
수플레들이 화들짝 놀랐다.
멀찍이서 다가오는 불들의 정체가 바로 틴스피릿이 들고 있는 소울봉이었기 때문이었다.
‘티, 틴스피릿이 여기 왜 온 거지?’
곳곳에서 감탄사를 터뜨리는 방청객들에게 틴스피릿이 수줍게 인사했다.
세상 상냥한 미소년들.
“안녕하세요. 수플레 분들. 저희 틴스피릿입니다!”
이제 7년차에 평균 연령이 스무 살을 살짝 넘긴 틴스피릿.
하지만 여전히 귀여운 미소년들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화사하게 웃을 때마다 세상이 밝아지는 미소년들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이 지구의 미래가 밝은 것만 같다.
고운 금발로 염색한 연후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말했다.
“저희도 오늘 콜드 브라운 공연 구경하러 왔습니다. 콜드 님이 다른 가수들도 봤으면 좋겠다고 해서.”
“아하…….”
“그럼 저희 자리 좀 앉겠습니다~!”
여기저기서 ‘너무 귀엽다…’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맨 앞자리에 앉은 틴스피릿이 얼굴을 구겼다.
‘팬들도 그렇고 맨날 우리 보고 귀엽대.’
‘나 이제 스무 살인디… 어른인디…….’
‘우리도 완전 7년차인데 왜 아무도 7년차로 안 보냐고. 이게 다 얼굴 때문이야.’
어른스러움을 어필하려고 할 때마다 그들에게 잔소리를 하던 윗집 형이 떠오른다.
어려 보이는 게 좋은 거라고.
하지만 선우주는 모른다.
‘행님이 평생 애새끼로 살아가는 기분을 아세요!? 아냐구요!’
자기들끼리 속삭이며 구시렁구시렁하는 모습.
그런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수플레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흔한 급식들이군.’
아무래도 활동 기간이 6년에 접어들고 있다 보니 틴스피릿의 내밀한 이미지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을 한 아이돌 팬들이었다.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다.
하지만 그게 바로 귀여움의 포인트였다.
온라인에서 남고생들의 귀여운 일화가 들릴 때마다 귀엽다고 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
최근 들어서는 자기들끼리 투닥대는 모습을 리얼리티를 통해 자연스럽게 보여 주고 있는 틴스피릿이었다.
‘시발… 어른이 존나게 되고 싶어요…….’
물론… 존나시발까지는 모르고 있는 아이돌 팬들이었다.
틴스피릿이 어른스러움에 대해 마음속으로 고찰하고 있을 때, 다른 아이돌과 가수들도 하나둘 입장했다.
자리에 앉은 가수들이 수군거렸다.
“근데 어디서 자꾸 피자 냄새 나지 않아?”
“킁킁. 어?”
“어우, 맛있겠다…. 나 피자 먹은 지 백만 년은 되는 거 같아.”
피자 냄새가 난다는 NYX 멤버의 말에 수플레들이 가디건을 여미며 냄새를 숨겼다.
하지만 피자 이야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갑자기 수플레들이 전투 함성을 터뜨렸기 때문이었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악!”
“그와아아아아!”
가수들이 익숙한 듯 귀를 슬쩍 막는 동안 힙합 팬들이 혼비백산한 얼굴로 무대를 살폈다.
그리고 그 이유를 깨달았다.
‘미… 미친! 진짜 콜드 브라운이다.’
‘콜디!’
힙합 팬들도 그의 애칭인 콜디를 부르며 환호했다.
콜드 브라운이 마이크를 들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안녕하세요! 뮤직 On!
“와아아아아!”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이중에 많은 수가 뉴블랙의 팬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날 기다려온 팬들도 일부 있다고 하던데…….
힙합 팬들이 손을 번쩍 들었다.
콜드 브라운이 그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기억하듯 유심히 살핀 후에 말했다.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줄 수 있겠어, 친구들?
“…?”
엉거주춤 일어나는 관객들.
콜드 브라운이 무대 아래에서 태블릿을 들고 있는 매니저에게 지시를 내렸다.
-저 친구들 이름과 연락처를 받아둬. 벤.
이름과 연락처는 왜 받는 건지 모두가 의문을 품을 때.
콜드 브라운이 입을 열었다.
-축하해. 여러분은 내년도 콜드 브라운의 내한 콘서트 VIP 석의 당첨자들이야.
“허어어어어!”
“미친!”
콘서트 1열에 당첨된 힙합 팬들이 입을 틀어막고 있는 동안 여기저기서 부러워하는 소리들이 들렸다.
그가 손가락으로 자신의 팬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오늘 내 노래는 너희들을 위한 거야. 친구들.
다시 한번 터지는 환호.
그런 팬 서비스에 수플레들과 가수들의 시선이 우주에게로 옮겨 갔다.
우주가 마이크를 들었다.
-수플레들 일어나 주세요.
틴스피릿을 포함해 모든 가수들과 수플레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초롱초롱!
우주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저는 티켓 같은 거 없습니다. 하핫.
우우우우우!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야유에 우주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대신에 저도 여러분을 위해 노래를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좋죠?
능글맞게 분위기를 띄운 우주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관객들과 소통을 하는 한편.
준비가 완료됐다는 스탭의 시그널에 녹화가 시작됐다.
달봉이가 흔들리며 임시 응원법이 나오는 동안, 조명이 두 남자를 비췄다.
먼저 콜드 브라운의 랩이었다.
“와…….”
보통 랩이라는 것은 일반 관객들에게는 감흥을 불러일으키기 힘든 장르 중 하나였다.
얼핏 들으면 말만 빠르게 하는 것처럼 들리니까.
하지만 유려하게 흘러나오는 콜드 브라운의 랩을 듣고 있다 보면 정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언어의 물결이 쏴아아 하고 지나가는 기분.
중간중간 기가 막히게 끼어드는 클래식한 색소폰 소리 사이로 완급을 조절할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음원이랑 똑같네. 미쳤다….’
1절을 마친 콜드 브라운이 고개를 까딱이며 뒤로 슬쩍 물러날 때.
이번에는 구석에서 후드티 모자를 쓰고 있던 우주가 후드를 휙 하고 젖히면서 등장했다.
조명이 내리쬐면서 그의 얼굴에서 광채가 흘렀다.
오늘따라 유독 이목구비가 열일하는 느낌.
가수들과 팬들이 감탄했다.
‘내 침대에 떡볶이를 쏟아도 용서해 줄 수 있을 거 같다…….’
‘과메기랑 삼합 먹으러 가자고 해도 먹을 수 있어…. 내 옷만 골라 주는 게 아니라면…….’
‘같은 동안인데 왜 저 행님은 애새끼 같지가 않지.’
갑작스런 얼굴 공격에 깜짝 놀란 이들은 이윽고 나오는 우주의 랩에 다시 또 감탄했다.
부드러운 싱잉랩.
이 세상에 이 무대 하나만 존재하는 것처럼 시선이 빨려 들어간다.
마이크를 쥔 리드보컬이 가사를 흥얼거리듯 부르면서 조명이 그에게 집중됐다. 환한 빛 아래서 자신의 그림자를 바라보며 노래하는 우주.
부감 카메라가 위에서 그 모습을 담았다.
“저건 어떻게 하는 거지?”
부조정실에 앉아 있던 피디가 감탄했다.
“손을 움직일 때마다 그림자가 바뀌는데?”
“와…….”
가사를 표현할 때마다 손동작을 살짝씩 바꾸는데 그때마다 그의 그림자가 변화무쌍하게 변했다.
마치 왜소한 사람 같기도 하고.
어딘가 웃는 사람 같기도 하고.
그런 자신의 그림자를 바라보던 우주가 차분하게 시선을 내리깔고 눈을 감을 때.
난 이제 답을 알 것 같아
내가 헤매던 그 답
너도 알고 있잖아
콜드 브라운이 보컬로 노래를 부르면서 두 남자의 몸이 부드럽게 움직였다.
후렴구에 어울리는 안무였다.
양손을 모은 두 가수가 어깨를 흔들면서 부드럽게 웨이브를 탔다.
‘그러고 보니…….’
가수들이 눈을 깜빡였다.
‘둘 다 춤 잘 추는구나.’
콜드 브라운이 보컬, 댄스가 가능한 멀티 엔터테이너라는 사실을 알고 있긴 했다.
그런데 그 옆에서 밀리지 않고 춤을 추는 우주의 모습에 헛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다들 ‘봤어?’ 하며 서로를 바라보는 동안 틴스피릿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같은 팀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진짜 팀에 저런 사람 있으면 연습량 조때는데…….’
‘뉴블랙 행님들 조졌죠. 깔깔깔!’
전 급식, 현 학식들이 대만족한 표정으로 손뼉을 치며 좋아하고 하고 있을 때.
2절에 이어서 3절까지 무대가 끝나면서 콜드 브라운과 우주가 관객들에게 손을 뻗었다.
그러곤 씩 웃으며 마이크를 떨어뜨렸다.
‘찢었다.’
수플레들이 흐뭇한 얼굴로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 무대가 끝나기 전에 준비해 두었던 슬로건을 꺼내 들었다.
영어로 적힌 문구.
[봄날의 바람처럼 당신의 답이 우리를 감싸니]
우주가 활짝 웃으며 미소를 짓는 한편, 문구를 바라보던 콜드 브라운의 눈가가 촉촉해지기 시작했다.
그가 마이크를 들었다.
-For me?
아이돌들에게는 흔한 이벤트였지만 미국의 힙합 가수에겐 그 감흥이 다른 모양이었다.
그 촉촉한 눈을 바라보며 수플레들이 미소를 지었다.
‘울어라. 미국인. 크큭….’
‘이것이 바로 K 조공이다.’
이윽고 눈물을 흘리는 미국의 가수를 바라보며 수플레들이 꺄르르 웃기 시작했다.
* * *
뮤직 On의 방영 시간.
평상시처럼 주조정실에서 시청률 그래프를 체크하고 있던 직원들이 눈을 깜빡거렸다.
“이거 지금 내가 잘못 봤나. 벌써 3퍼센트 넘긴 거 같은데?”
“맞는데요…?”
눈을 비비며 확인할 만큼 의아한 시청률이었다.
2018년도 들어서 예전만큼의 화제성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는 음악 방송이었다.
10년 전만 해도 3.5퍼센트에서 4퍼센트 남짓한 시청률을 보여 주었던 음악 방송은 이제는 1퍼센트 시청률도 잘 나왔다고 평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왜 시작도 전에 3프로가…?’
해외 K팝 콘서트로 진행한 특집 방송에서나 볼 법한 시청률이었다.
합동 콘서트 때문에 다양한 아이돌 팬들이 모일 때나 나오는 시청률이 단 두 명 때문에 나오고 있었다.
“콜드 브라운이 아니라 골드 브라운이네. 금덩이야 금덩이.”
“이 정도면 2010년대 음방 최고의 화제는 우리 방송국 거겠는데?”
“그죠. 뉴블랙이 뭘 또 특별한 걸 하기 전까지는…….”
그런 말을 들은 방송국 직원들이 아 했다.
‘그러네. 뉴블랙이 뭘 하느냐에 따라…….’
다른 방송국에서 더 좋은 화젯거리가 탄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뉴블랙으로 초점이 옮겨 갔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 K넷도 준비 엄청 한다던데요. 우주랑 콜드 브라운이 내일 힙합 프로 녹화 들어간다잖아요. 요즘에 인기 있는 힙합 서바이벌 프로 아시죠?”
“넥스트 미션?”
“네. K넷 쪽 친구한테 들어 보니까 벌써부터 제작국장이 마중 나가니 마니 난리래요.”
직원들이 혀를 내두르며 안도했다.
‘우리도 얻어걸린 거긴 하지만 다행이다.’
관계자들 모두 이번 음방 출연에 얽힌 소문을 알고 있었다.
원래였더라면 가수들의 일정상 토요일에 있는 TBC의 음악 방송에 나갔을 텐데.
무리해서 하루 만에 쇼케이스와 음방까지 한 이유는 바로 레몬 엔터와 TBC의 불화 때문이었다.
“구재영이 뉴니버스 한다고 TBC가 난리라면서요.”
“그니까 내보낼 때는 언제고.”
TBC 측에서 구재영 피디에게 ‘갈 테면 가라!’ 해 버렸는데 그걸 뉴블랙과 레몬 엔터가 촙 채간 상황.
그 와중에 뉴니버스 프로젝트가 핫이슈가 되면서 TBC 수뇌부가 노발대발하는 중이었다.
-인재 훔쳐 가네. 원래 구재영 피디 우리 거였음.
-하지만 내쫓았죠?
그 때문에 TBC와 레몬 엔터 사이가 급속히 냉각됐다는 이야기가 돌았던 터였다.
하지만 오래가지는 않을 듯싶었다.
오늘 음악 방송의 화제성으로 또 한 번 보여 준 셈이었으니까.
시청률에 생사가 갈리는 방송국들에게 레몬 엔터는 자신들과 친하게 지내면 어떤 떡고물이 떨어지는지를 보여 주고 있었다.
“레몬도 이제 대형 다 됐네요.”
“대형이지.”
유명 배우들을 비롯해 뉴블랙, 스칼렛, 그리고 이제는 DNS 미디어까지 소유해서 무시할 수 없는 기획사가 된 레몬이었다.
PBS 직원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리혁이 나오는 칫솔 광고가 끝났다.
[네! 전 세계 K팝의 중심! 전 세계로 퍼져 나가는 K팝의 주인공은 과연 누가 될까요?]
신인배우 MC들의 상큼 발랄한 인사.
[소희 씨, 그거 아세요? 가수들이 듣고 제일 설레는 금액이 뭔지?]
[전혀 모르겠어요!]
[그건 바로 널 기‘억’~]
[와! 너무 웃겨요! 아하하!]
관심도가 높아서 그런지 벌써부터 아이돌 팬들이 실시간으로 복작대고 있었다.
-엠씨들 귀여워ㅋㅋㅋ
-오늘 콜드 브라운이랑 우주 무대 언제 나옴?? 마지막인가?
-순서 마지막 부근이긴 한 듯
-사녹후기 보니까 역조공 시카고 피자던데ㅠㅠㅠㅠㅠㅠ 개부럽다
-시카고 피자 콜드 브라운 단골집이래
-하씨 나도 사녹 보러 간척하고 먹으러 갈걸
-콜드 브라운 병크 많다고 베스트에 글 안 올라왔음??? 갑자기 다들 태도가 온건하네???
-눈새는 꺼지시고
-역조공 커피 콜드브루인 것도 개웃김 ㅋㅋㅋㅋㅋㅋ
중간중간 살살 긁어 대는 안티들을 무시하며 수플레들이 음악 방송의 시청을 이어 갔다.
-캐쉬카우ㅋㅋㅋㅋ 개떨리겠다
-아래에서 콜드 브라운이 인이어 끼고 구경하는중
-캐카 표정 개웃기네
유명 래퍼 캐쉬카우의 랩이 지난 후.
마침내 두 사람이 등장하면서 Answer의 무대가 시작됐다.
곡 설명 아래 작곡/작사에 들어간 ‘우주 & Cold Brown’이 묘한 위엄을 풍기는 가운데.
-우주 랩ㅠㅠㅠㅠㅠㅠㅠ 랩 소원성취했다
-콜드씨 당신 왜 1위인지 알겠어
-앤써 맬로디 진심 좋다.. 색소폰 불 때마다 소리 쾌감 개쩔어
-오늘 방청 개부럽다ㅠ
-미국에서 오늘 평들 올라온 거 보니까 그래미 수상각 섰다고 그러던데.. 진짜 곡 잘쓴거 같아
-둘 다 안정감 쩐다.. 라이브 아니고 씨디 틀어논거 같음ㅋㅋㅋ
-이번 곡이 왜이렇게 좋은가 햇더니 의미가 담겨서 그런듯. 우주가 평소 고민하고 있는 게 담겨서 좋은거같아
-졸개들 오열각
자신을 지켜 주고 도와주는 멤버들을 위해 어찌하면 더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을지 고민이 담긴 곡.
지금까지 은유와 비유가 가득 담긴 뉴블랙의 가사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직설적으로 자신의 고민을 전달하는 우주의 랩에 수플레들이 미소를 지었다.
‘힙합은 힙합대로 좋구나.’
명곡을 탄생시킨 최애에 대한 자랑스러움, 지금까지 조심스럽게 감싸두고 있는 속내를 조금 보여 준 최애의 모습.
그런 것들에 대한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얽혔다.
수플레들이 몽글몽글한 미소를 짓고 있을 때.
[네! 오늘의 1위는…!]
NYX의 무대와 틴스피릿의 컴백 무대를 지나 이제 1위 발표.
예상대로 NYX가 1위가 되면서 수상소감을 전하고 앵콜 라이브를 할 때였다.
보통 가수들이 내려가야 하기 마련인데 콜드 브라운이 멀뚱멀뚱 눈을 뜨고 서 있었다.
-ㅋㅋㅋㅋㅋㅋ 뉴비라서 모름
-표정만은 음방에 첫 출연한 신인의 표정ㅋㅋㅋㅋㅋㅋ
-15년차 경력의 가수도 신입이 되는 냉혹한 K음방
-오 춤춰 준다ㅋㅋㅋㅋ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NYX 멤버들이 수줍게 앵콜 라이브를 하고 있는 동안 콜드 브라운이 무언가를 우주에게 물었다.
이윽고 안무를 보여 주는 우주.
콜드 브라운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들의 뒤에서 걸그룹 춤을 같이 추기 시작했다.
현장 가수들 사이로 터지는 웃음.
그야말로 간만에 역대급 엔딩이 나왔다는 말이 나온 음악 방송이었다.
* * *
1위 앵콜이 끝나고 가수들이 혼잡하게 나가는 무대.
“헉!”
“허억!”
그곳에서 비명이 짧게 나왔다.
방송국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는 졸개즈의 얼굴 때문이었다.
“어엇…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후배 가수들의 인사에 고개를 끄덕여 주며 마주 웃는 4블랙.
다른 가수들을 따라 출입구를 나오던 틴스피릿이 친구들을 알아보고 멈췄다.
“하이~”
지호가 손을 흔드는 가운데 틴스피릿이 눈을 깜빡였다.
“뭐야? 왜 옴?”
“우주 형 축하해 주려고.”
“축하? 아… 음원 순위?”
끄덕끄덕.
하지만 틴스피릿이 진정으로 궁금한 건 그 부분이 아니었다.
‘왜 케이크가 네 개지?’
저마다 케이크를 한 개씩 들고 거기에 초를 꽂고 있었다.
지호의 동갑내기 친구인 하현이 물었다.
“왜 케이크가 4개임?”
“4개면 안 돼? 케이크가 4개일 수도 있는 거잖아. 네가 우리의 아픔을 알아?! 케이크가 쓰레기통에 들어가는 아픔을 알아?”
“뭐래는 거야. 왜 한강에서 뺨 맞고 나한테 싸대기 날리냐.”
“후우… 그런 일이 있다.”
케이크가 4개가 된 사정이 있는 모양이었다.
아무렴 어떠랴.
틴스피릿이 케이크를 바라보며 침을 꼴깍였다.
“한 입 얻어먹을 수 있어요?”
“줄게.”
웃으며 끄덕이는 비주의 말에 틴스피릿 멤버들이 활짝 웃었다.
마침내 ‘고생하셨습니다’ 하며 내려오던 우주가 그들을 발견하고는 기뻐했다.
그러더니 케이크를 보고 갸웃했다.
“음? 왜 케이크가 4개야?”
“마… 많이 먹으려고요.”
중현이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했지만 놀랍게도 우주는 납득한 기색이었다.
대기실로 장소를 옮긴 콜드 브라운과 한국의 가수들이 ‘음원 1위 축하합니다!’ 하며 축하를 한 후.
케이크를 접시에 받아 든 틴스피릿이 축하 인사를 건넸다.
“행님. 이번에 대박 나셨던데요. 축하드립니다.”
“고마워. 너희도 신곡 진짜 좋더라.”
“들어 보셨어요?”
“어, 곡 좋던데. 너무 좋더라.”
그런 덕담을 나누던 틴스피릿이 잠시 원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왜 그래?”
“곡은 좋은데 하필이면 행님과 겹쳐서…….”
“하핫.”
후우- 하고 한숨을 쉰 연후가 농담하듯 말했다.
“진짜 이럴 거면 차라리 매달 컴백을 하세요. 이번 달엔 리혁이랑 누구 콜라보. 다음 달엔 누구 이런 식으로 매달 콜라보를 해서…….”
“맞아.”
“그냥 매달 나와요. 그럼 걱정 안 해도 되겠네.”
그런 말을 할 때였다.
갑자기 뉴블랙 멤버들이 케이크를 먹던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반짝반짝.
불길함을 느낀 연후가 물었다.
“왜… 왜 그래요?”
“그 아이디어…….”
리혁이 눈을 빛냈다.
“좋은데…?”
“형, 저거 저희 스페셜 앨범으로 해 볼까요? 아이디어 진짜 좋은 거 같은데요.”
“아이디어 무슨 일이야. 너무 좋다.”
솔깃해하는 뉴블랙.
성난 참새처럼 조잘거리던 틴스피릿 멤버들이 멈칫했다.
‘어?’
뭔가 이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