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909화 (909/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09화

수플레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와아아아아아아-!”

열광적으로 응원봉을 흔드는 팬들.

그들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내가 백야를 코앞에서 봤어.’

‘백야를…!’

고작 5미터도 안 되는 짧은 거리.

가수들의 숨소리까지 들릴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본 <백야>는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카메라로 보는 거랑 너무 다르잖아!’

음악 방송 카메라로는 느끼지 못했던 생동감이 느껴졌다.

거기에 가수들의 생생한 목소리까지.

“와아아아…….”

팬들이 입가에 손을 모으고 눈물을 글썽이거나 박수를 치고 있을 때.

<백야> 무대를 마친 뉴블랙 멤버들이 땀을 닦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이고야.”

“여러분. 이게 보기보다 힘들거든요.”

제작진이 건네주는 생수로 목을 축이는 뉴블랙 멤버들.

물을 꿀꺽이며 갈증을 해소한 우주가 팬들에게 물었다.

“어때요? 가까이서 보니까?”

“좋아요!”

“장난 아니죠?”

지호가 말했다.

“저희끼리 맨날 그 이야기 하거든요. 우리 무대 진짜 팬들이서 가까이서 보면 좋겠다.”

“카메라를 통해 보는 거랑 직접 가까이서 보는 건 느낌이 다르거든요.”

리혁의 말에 팬들도 동의했다.

우주가 그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는 듯 물었다.

“가끔씩 이런 공연해 볼까요? 16년도에 저희 소극장 투어했던 것처럼 추첨으로 팬분들을 뽑아서 이런 공연도 가끔씩 하는 거예요. 뉴블랙을 코앞에서 볼 수 있는 공연.”

“좋아요!”

“괜찮을 거 같죠? 저희가 미니 팬 미팅 같은 걸 한지도 오래 돼서.”

방송국 근처에서 미니 팬 미팅을 하려고 할 때마다 매번 천여 명 가까이 모이려고 해서 못하는 뉴블랙이었다.

그 정도 인원을 수용할 만한 장소가 없기 때문이었다.

미니 팬 미팅을 하고 싶으면 최소 장충 체육관 정도는 잡아야 할 수 있는 정도.

“TF팀에 한 번 문의를…….”

우주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였다.

제작진이 무언가 신호를 줬는지 우주가 말을 멈추었다.

수플레들도 고개를 돌려 카메라 앞에 앉아 있는 구재영 피디를 바라보았다.

“그….”

구재영 피디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팬분들, 혹시 응원봉 꺼 주실 수 있나요?”

팬들이 아차 했다.

“헛….”

“네!”

“아, 맞다. 이거 진짜 밝지….”

수플레들이야 이른바 눈뽕에 익숙해 있지만 일반인들은 아닐 터였다.

구재영 피디가 웃으며 말했다.

“저희가 눈이 아파서 그런 게 아니고요. 저희도 매번 조명 앞에서 사는 사람들인데 그 정도 밝기는 익숙하죠. 문제는….”

그가 창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주민 분들이 많이 놀라셨대요.”

“…….”

“지금 밖에 들리시죠. 개들이 짖는 소리.”

다들 조용히 밖을 향해 귀를 기울였다.

어렴풋이 왈왈- 와르륵! 하는 소리들이 들려오면서 수플레들이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동네 주민 분이 무슨 등대가 있는 줄 알았다고. 어두컴컴한데 환하게 빛나는 것이…….”

뉴블랙을 비롯해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떠들썩한 웃음이 감돈 후.

“네.”

우주가 팬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제 저희도 앉을 거라서… 뒤에 저희 보이시나요? 우리 조금 넓게 앉아 볼까요?”

“자리 배치를 조금 바꿔 볼게요.”

수플레의 성별 분포는 상당히 고른 편이었다.

대략 남녀 4대 6의 비율.

비교적 키가 큰 남자와 여자들이 뒤에 가고, 작은 사람들이 앞에 앉아 자리를 정리했다.

“잘 보이시나요? 1열?”

“네!”

“2열?”

“네!”

두 줄로 앉아 반원형으로 뉴블랙을 빙 둘러싼 풍경.

그동안 우주가 매니저로부터 악기 케이스를 전달 받았다.

‘뭐가 많네?’

팬들이 똘망똘망한 눈으로 바라보는 동안 우주가 기타를 꺼내 들었다.

희고 고운 손이 기타의 현을 부드럽게 튕기면서 멘트가 이어진다.

“여러분이 여기 왜 계시는지 궁금하시죠?”

“네.”

“이상하셨을 거예요. 운전면허 특집이라고 해서 나왔는데, 정작 운전과 연관된 내용은 별로 없잖아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운전 연수를 시켜 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드라이브 거리가 긴 것도 아니었다.

뉴블랙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여러분. 운전은 이용당한 거예요.”

“여러분을 만나기 위해 운전면허 특집이라는 핑계를 댔죠.”

수플레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우주가 말했다.

“말 그대로예요. 운전은 핑계일 뿐, 오늘 촬영은 여러분을 만나고 싶어서 기획한 특집이에요.”

리더의 시선이 팬들을 쭈욱 훑었다.

“여러분 덕분에 저희가 매번 어마어마한 성과를 거두고 있잖아요? 그런데 정작 해가 갈수록 여러분과 만나기가 어려워지더라고요. 그러니까 만나기 어렵다는 뜻이 뭐냐면…….”

적절한 단어를 고민하듯 눈동자가 반짝인다.

“여러분과 함께 이렇게 얼굴을 마주 보고 시간을 보내기가 어렵다는 뜻이었어요.”

인기 가수의 딜레마였다.

인기가 많아질수록 콘서트 규모도 커지고, 워낙 만나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에 가수가 팬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기 어려워지니까.

하물며 뉴블랙은 Y앱만 켜도 수백만이 시청하는 가수였다.

“저는 일이 있으면 무조건 사람을 직접 만나거든요. 예를 들어 의상과 관련해서 디자이너님이 있으면, 함께 작업하기 전에 직접 만나서 이야기부터 해요. 어떤 분인지 알아야 하니까.”

“저에게는 어려운 일이죠.”

내향인인 리혁의 덧붙임에 수플레들이 웃었다.

우주가 말을 이었다.

“저는 소통하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하지만… 이게 소통이라는 게, 인원수가 일정 이상을 넘어가면 양방향으로 이뤄지기가 어렵더라고요. 저 한 명과 여러분 모두가 대화를 하는 거니까.”

그런 말이 이어지면서 왜 이런 특집을 기획했는지 수플레들도 그 이유를 납득했다.

‘얘기하고 싶었구나.’

평소 팬들의 생각이 어떤지.

그들의 무대를 볼 때 팬들이 어떤 기분인지.

짧게 몇 분만 이야기하는 팬사인회나 온라인상으로는 할 수 없었던 그런 대화를 팬들과 하고 싶다는 듯했다.

우주가 씩 웃었다.

“물론, 여기에 음악이 빠질 수 없겠죠?”

손가락을 튕기면서 부드러운 기타 연주가 흘러나온다.

뉴블랙 멤버들이 활짝 웃었다.

“신청곡 받습니다!”

“정말 아무 노래 상관없어요. 다른 동료 아이돌 분들 노래도 좋고, 트로트도 좋고, 동요도 좋고.”

그런 말을 하는 동안 리혁이 손을 들었다.

우주가 고개를 돌렸다.

“왜?”

“공연하기 전에 안내부터 해 주려고요.”

리혁이 A4 용지를 꺼내 들었다.

자를 댄 것처럼 깔끔하게 도면이 정리되어 있었다.

“비상구 안내입니다.”

그걸 본 우주가 오 하며 기타를 치기 시작했다.

익숙한 영화관 안내 음악과 함께 멤버들이 ‘랄랄랄라라~’ 하며 배경음을 넣어 주는 모습에 다들 웃었다.

리혁이 비상시 행동 요령을 알려 주는 한편.

“아.”

비주가 말했다.

“그리고 중간에 화장실을 가시고 싶은 분들은 조용히 나가셔서 다녀오시면 돼요.”

“저희가 모른 척해 드립니다!”

과민성인 팬들이 안도했다.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혹시 중간에 배가 아프거나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어떻게 일어나지 하고 걱정했던 이들이었다.

그런 안내를 마친 우주가 다시 물었다.

“신청곡 생각할 시간은 충분하셨죠? 듣고 싶은 음악을 다 들려 드립니다!”

곧이어 쏟아지는 신청곡들.

특히 리혁에게 신청이 쇄도했다.

“그 별, 그 바람이요!”

“귀화(鬼花) OST 중에서 도깨비불이요!”

그중에서 꽤 많은 수는 드라마 OST.

수플레들 사이에서 암묵적인 공감대가 생겨났다.

‘지금까지 음원만 있던 노래들을 라이브로 들어야 한다!’

차우현과 윤찬혁을 비롯해 최고의 가창력을 지닌 선배들에게 인정받는 가수가 바로 리혁이었다.

그 때문에 OST 업계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중.

문제는 대부분 무대가 없는 노래라는 거였다.

뮤직비디오라고 해도 드라마 남주와 여주만 있는 상태에서 음악이 깔려 나오는 정도.

그렇기 때문에 이런 기회를 통해서 꼭 무대를 보고 싶었다.

“어어…….”

리혁의 OST를 비롯해 지금까지 무대가 없던 곡들이 신청곡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화이트보드에 적힌 리스트가 꽉 찼다.

처음에는 큼지막하게 쓰다가 점점 작아지는 폰트.

마지막에는 구석에 조그맣게 글씨를 써야 할 정도로 신청곡이 많았다.

중현이 물었다.

“여러분들, 집에 안 가실 생각인가요?”

팬들이 민망한 웃음을 터뜨렸다.

‘너무 욕심냈나?’

모든 신청곡들을 다 하면 거의 50개는 될 법한 리스트였다.

한 곡당 3분이라 생각하면, 쉬지 않고 음원을 재생해도 2시간 30분이 걸리는 분량.

우주가 손뼉을 치며 타협안을 제시했다.

“이걸 보니 여러분들의 마음을 알겠어요. 지금까지 무대가 없는 곡들이 보고 싶으셨던 거죠?”

“네!”

“그러면… 저희가 이 곡 중에서 일부만 부르고. 나머지 중에서 정말 무대가 없는 곡들은 뉴블랙 TV에 별도 영상으로 업로드할게요.”

“허어어어…!”

“N 라이브 아시죠? 그걸로 업로드할게요.”

뉴블랙 TV에 올라오는 컨텐츠 중 하나였다.

노래 컨셉에 맞는 세트를 꾸린 다음에 거기서 가수가 직접 호흡이 섞인 라이브를 부르는 영상.

‘너무 좋아…!’

‘와, 무대 없는 곡들 라이브…….’

팬들이 좋아하는 반응에 우주가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이 이렇게 좋아하실 줄은 몰랐어요.”

“너무 좋아요!”

“사실 저희 입장에서는 ‘이런 곡까지 궁금하실까?’ 하는 의문이 있거든요. 여러분들이 보고 싶어 하실 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정말 이번에 저희가 중요한 사실을 알아가네요.”

그러면서 한쪽 눈을 찡긋하는 우주.

“왜 우리가 이렇게 직접 만나서 소통을 해야 하는지, 이유가 하나 더 생겼죠?”

“네!”

“자, 그러면 뉴블랙의 토크 콘서트!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졸개들과 팬들이 함께 외치면서 공연이 시작됐다.

“일단 화음부터 맞출게요.”

5인조 가수가 아카펠라처럼 화음을 맞추며 노래를 불렀다.

아~ 아~ 아~ 아~

한 옥타브씩 올라가는 음.

굿모닝~ 둔둔둔~

빠빠빠빠빠~ 빠빠빠~

예상치 못한 노래가 나오면서 모두가 빵 터졌다.

감미로운 기상송으로 목을 푼 뉴블랙 멤버들이 본격적으로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쏴아아아아-

밖에서는 비가 오는 소리들이.

안에서는 감미로운 목소리가 감돈다.

비가 오는 밤이야

넌 잘 지내니

비가 와서 그런 걸까.

공기가 머금은 습기를 타고 목소리가 더욱더 진하고 낮게 깔리는 기분이었다.

수플레들이 손을 흔들거나 미소를 지으면서 노래를 감상했다.

‘진짜… 너무 좋아.’

뉴블랙을 덕질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

그것은 바로 직접 음악을 만드는 아티스트적인 느낌이 좋기 때문이었다.

자신들이 작사작곡한 노래를 감미롭게 부르는 이들을 바라보며 팬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분을 느꼈다.

“와…….”

감동적인 곡을 부를 때는 눈물이 찔끔 나고.

“흐하하하하!”

전설적인 ‘지호야 지호야’ 하는 지호 송을 들을 때는 웃음이 나오고.

라디오 DJ처럼 곡에 대한 비하인드나 관련된 경험을 능숙하게 푸는 멤버들의 모습에 감탄이 나왔다.

중현이 스윗 포테이토라는 예명으로 낸 음원들의 라이브를 직접 랩으로 들려주고.

가볍게 손짓하며 노래를 부르는데도 몸으로 음악을 들리게 만드는 비주.

형들 사이에 가려져 몰랐지만 자신의 솔로곡을 부를 때, 굉장한 가창력을 선보이는 지호.

메인보컬인 리혁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리고.

‘우주는 진짜 아버님이랑 닮았구나.’

그야말로 부전자전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우주였다.

단순히 아우라 같은 그런 주관적인 감상이 아니었다.

“자, 다음 곡은요.”

화이트보드에 적힌 곡들을 슥 훑어보고는 바로 공연 세트리스트로 만드는 우주였다.

공연의 흐름을 꿰고 있는 듯한 느낌.

어떤 곡을 해야 관객들을 들었다 놨다 할 수 있을지를 제대로 알고 있었다.

-울어라.

-네!

-웃어라.

-네!

그 때문인지 가수가 요구하는 대로 저도 모르게 반응하고 있는 팬들이었다.

무엇보다 이 세트리스트라는 것이 미리 정해 둔 게 아니라는 것이 가장 신기했다.

순간순간 관객들의 분위기를 캐치하고 ‘다음 곡은 요걸 할까요?’ 하며 자연스럽게 이끈다.

그리고 다양한 악기는 덤이었다.

‘바이올린은 또 언제 배운 건데.’

‘이러니까 외국 애들이 선우주 복제인간설을 미는 거지.’

‘하모니카 진짜 잘 부네.’

80년대 유명 가객의 노래를 부를 때는 하모니카를 연주하기도 하고.

영화 음악을 배우기 위해 오케스트라를 공부해야 하는데, 그 때문에 현악기인 바이올린을 연습했다며 실력을 보여 주고.

단순히 자신의 가수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경외심을 느끼게 하는 최애였다.

“우주 형이 신기하죠. 여러분? 저희도 신기해요.”

“밥 먹고 잠자는 시간 빼고는 항상 뭘 하고 있다고 보시면 돼요. 이 형의 취미가 일이랑 연습이거든요.”

졸개들도 공감한다는 모습에 팬들이 웃었다.

그렇게 분위기가 서서히 무르익을 때, 뉴블랙의 리더가 물었다.

“너무 노래만 듣고 그러니까 심심하죠?”

“아니요!”

“으음… 비가 아직도 안 그치고 있네요.”

운을 띄우는 맏형의 멘트에 지호가 스윽 끼어들었다.

“여러분. 귀신 이야기 들어 보실래요?”

“허어어!”

제작진들이 조명을 최대한 낮춘 가운데.

우주가 새로운 악기를 선보였다.

‘대금?’

‘대금은 또 언제 배운 건데?’

우주가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물론 취미용으로 배우는 거라 조금 미흡해요.”

그러면서 대금을 불기 시작하는데 전설의 고향 OST처럼 기가 막힌 곡조가 흘러나왔다.

수플레들이 눈을 감았다.

‘집에 가면 공부 열심히 해야지.’

‘반성하자. 가만히 있어도 돈이 쏟아지는 저작권 부자도 저렇게 일을 열심히 하는데…….’

‘앞으로 열심히 살겠습니다.’

왠지 모르게 반성하게 되는 기분이었다.

그러는 한편.

“때는 2017년 여름이었습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

어두운 방.

스산한 대금 소리.

모두가 숨을 죽이거나 침을 꿀꺽 삼켰다.

중현이 따라 하는 음머어 소리를 비롯해 다양한 효과음이 더해지면서 공포감이 배가됐다.

뉴블랙이 겪은 공포 이야기가 흘러나올 때마다 터져 나오는 비명들.

물론 모든 이야기가 무서운 건 아니었다.

“저랑 중현이 형이 대만 골목에서 샀던 물건이 하나 있거든요. 뭐라고 하는지 잘 못 알아들었는데 그냥 막대기 같은 걸 하나 샀거든요.”

“…….”

“어느 순간부터 거기서 보니까 사람 머리카락 같은 게 삐져나오는 거예요.”

팬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그 머리카락이 날이 갈수록 조금씩… 조금씩 길어지는 거 있죠.”

“!”

“사실 그 물건의 정체는 바로….”

“!!”

뉴블랙 멤버들이 말했다.

“치실이었습니다.”

팬들이 저항 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   *   *

대략 두어 시간가량 공연을 마친 후.

“아이고.”

하도 말을 많이 해서 그런지 목이 따끔따끔하다.

목캔디를 입안에서 굴리는 동안, 마을 회관 2층에 스크린 벽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근처에 붙은 A4 용지 현수막.

[수플레 청문회!]

[서로 궁금한 거 물어보기!]

이번에 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코너였다.

-팬들은 평소 어떤 생각을 하는가?

수플레들의 규모가 너무 커지다 보니 이제는 수플레들의 의견을 알기가 힘들어졌다.

이벤트라든가.

컨셉이나 곡의 장르라든가.

그걸 비롯해 수플레들에게 평소 궁금한 것들이 산더미 같았다.

그리고 팬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가수들은 평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

[아아.]

스크린 벽으로 서로를 가로막은 가운데.

수플레들이 대화를 시작했다.

[오예~]

[어어어~]

[나는 개똥벌레~ 와! 진짜 신기해요!]

수플레들이 말할 때마다 음성 변조가 되어 나오고 있었다.

우리와 공연할 때만 해도 차분하고 올망졸망했던 수플레들의 기분이 업 되기 시작했다.

잠입취재 프로에 나오는 사람들과 비슷한 목소리.

[와 익명이다!]

[꺄하하하하!]

[으히힛!]

발랄한 웃음소리를 들으며 우리가 웃었다.

“다들 준비되셨어요?”

[녜에~!]

“네. 그럼 지금부터 본격 Q&A 코너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저희가 질문할게요.”

가벼운 것들부터 묻기로 했다.

“아! 저 궁금한 거 하나 있어요! 왜 저를 상징하는 이모티콘은 선인장인가요? 가끔 주변에서 팬분들이 쓴 글 같은 걸 보여 주는데, 거기에 보면 제가 선인장으로 되어 있어서.”

팬들의 게시글이라고 TF팀이 보내 주는 걸 보면 거기에 내 이모티콘이 선인장이었다.

다른 아이돌들은 보면 호랑이나 곰 같은 동물이던데.

팬들이 답했다.

[ㅅㅇㅈ이라서 선인장이에요!]

“아하….”

그걸 비롯해 동생들이 평소 궁금했던 것들을 수플레들에게 묻기 시작했다.

직접 팬들에게 물어보기는 애매하지만 평소 궁금했던 것들에 대해 명쾌한 답이 쏟아지는 가운데.

내가 물었다.

“제가 이 부분은 너무 욕을 먹어서 그런데… 제 인스타 아이디가 그렇게 별로인가요?”

tjsdnwn라는 아이디에 대해 물어보자마자 익명성에 숨은 수플레들이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구려요!]

[너~~무 별로예요!]

[진짜 제가 본 인스타 아이디 중에서 Top 5로 별로예요!]

내가 촉촉한 눈망울로 허공을 바라보자 동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저는 정말 시키는 대로 한 거거든요. 제 친구 중에 태현 씨가 이렇게 지으면 멋있다고 해서.”

[그건 실제로 멋있으니까요!]

동생들도 동의했다.

태현이의 인스타 아이디를 보며 내가 갸웃했다.

‘태현_한’을 영문 키보드로 친 단어.

@xogus_gks

“저랑 느낌이 비슷하잖아요?”

[하나도 안 비슷해요-!]

[와 양심.]

[너어무~ 양심 없는 거 같아요!]

내가 으음 하고 말했다.

“그럼 Spaceship_1993은 어떠신가요?”

진심 어린 탄식들이 이어졌다.

[에휴….]

[차라리 키보드를 쾅 내려쳐서 만드는 게 나을 거 같아요!]

[버디버디 아이디 같아요!]

내가 예리한 눈으로 물었다.

“방금 버디버디 누구죠? 저랑 동년배 같은데…?”

[….]

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수플레들의 다양한 제안 중에서 ‘@dnwn_sun’으로 바꾸는 것으로 타협을 보았다.

동생들도 이제야 좀 나아졌다고 안심을 하는 가운데.

내가 물었다.

“인스타 하니까 떠올랐는데. 평소 제 사복 패션에 대해서 팬분들의 의견이 궁금…….”

그 순간.

마을 회관이 괴성으로 폭발했다.

“아니….”

내가 억울한 얼굴로 말했다.

“솔직히 제가 그 정도는 아니지 않… 다들 어디 가요?”

“…….”

“얘들아? 선생님?”

스타일리스트들과 동생들이 결연한 얼굴로 팬들 사이에 앉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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