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911화 (911/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11화

75장. 저희는 그러니까 어… 졸개들입니다

뉴욕시.

여느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뉴욕시 역시 교통체증이 심한 편으로 유명한 도시였다.

미국에서 가장 길이 막히는 도시 1위로 선정된 위엄.

그런데….

“이상하다.”

뉴욕 시민들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이 구간은 일요일에 널널한데.’

특정 구간이 이상할 정도로 꽉 막혀 있었다.

노란 택시들이 도로에서 꾸물꾸물 움직이는 걸 보고 있자면, 그냥 걸어가는 게 더 빠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뭐지.”

택시에 타고 있던 한국인 유학생, 오지혜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기사에게 말을 걸었다.

“오늘 차가 굉장히 막히네요.”

“하루 종일 이래요.”

택시 기사가 껌을 질근질근 씹으며 말했다.

그러고는 주변 가로등에 걸린 깃발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MET GALA 2018]

펄럭이는 깃발을 바라보며 유학생이 아 했다.

‘멧 갈라 시즌이구나.’

유명한 연예인들이 와서 코스튬 파티를 하는 시즌이었다.

올해는 어떤 관종들이 베스트 드레서를 차지할지 문득 호기심이 들 때였다.

“…랙이 온다고 하더라고요.”

“예?”

택시 기사가 길이 막히는 이유를 말했다.

“멧 갈라에 뉴블랙이 온다더라고요.”

“……?”

“그것 때문에 이렇게 막히나 봐요. 뉴블랙이 머무는 호텔 근처에 팬들이 또 어마어마하게 모였답니다.”

“…….”

갑자기 나온 친근한 이름에 잠시 머릿속이 정지했다.

‘뉴블랙이 멧 갈라에… 나와?’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한국에서 유명한 인물들이 미국에서도 유명한 느낌.

게다가 택시 기사가 자연스럽게 ‘뉴블랙이 와서 길이 막힌대요’ 하는 모습이 이상했다.

“뉴블랙을 아세요?”

“손님은 뉴블랙을 모르세요…?”

“아뇨.”

뻔히 아는 걸 왜 묻느냐는 말투.

한국인 유학생이 눈을 깜빡이고 있는 동안 라디오에서는 가 흘러나왔다.

-다음 곡 듣고 오겠습니다. 인생의 답을 원하시나요? 콜드 브라운과 우주의 입니다!

3월 달에 발매해 5월 초인 지금까지 여전히 빌보드 Hot 100 1위를 지키고 있는 상반기 최대 히트곡.

재즈와 힙합이 섞인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택시 기사가 립싱크를 하듯 도입부를 따라 불렀다.

“Marcus said, waste no more time arguing what a good man should be~”

그가 음정 박자를 다 틀리면서도 흥겹게 Answer를 따라 부르고 있을 때.

가장 막히는 구간에 도착한 한국인 유학생은 믿기 힘든 광경을 목도하고 있었다.

“미친…….”

호텔 근처에 팬들이 운집해 있었다.

뺨에 태극기나 수플레 마크 등을 페이스프린팅하고, 손에 플래카드와 달봉이를 든 팬들이 바글거렸다.

거기에 카메라를 들고 있는 기자들까지.

주변에 세워진 순찰차들을 비롯해 경찰관들도 팔짱을 낀 채 혀를 내두르며 지켜보고 있었다.

택시 기사가 감탄했다.

“추수감사절이 일찍 온 것 같네요.”

“그러게요.”

추수감사절 퍼레이드에서 볼 법한 인파가 호텔 근처에 모여 있었다.

택시 기사가 물었다.

“저, 그런데 손님.”

“네?”

“혹시 한국 분이신가요?”

“어떻게 아셨어요?”

“한국 분들 특유의 표정이 있거든요. 뉴블랙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그, 반가워하는 표정이라고 해야 되나. 중국이나 일본 사람들은 뉴블랙 이야기를 하면 안 좋아해서.”

티가 좀 났던 모양이었다.

택시 기사가 호기심을 보였다.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요.”

“네, 물어보세요.”

“한국에서는 뉴블랙이 어마어마한 인기라던데, 바베큐만 팔아도 고속도로가 마비되고 그런다던데… 진짜 한국 사람들이 그 정도로 뉴블랙을 좋아합니까?”

미국인에게는 믿기 힘든 이야기인 듯했다.

아무리 슈퍼스타라 한들 미국에서는 그 어떤 스타도 그 정도 인기를 보여 주기는 힘들기 때문이었다.

한국인 유학생이 으음 하고 말했다.

“그…….”

그녀가 말했다.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저는 뉴블랙을 좋아해요.”

“하하.”

갑자기 폭소를 하는 택시 기사에게 한국인 유학생이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러세요?”

“한국 분들 말을 들어 보면 다 똑같은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대학생이 웃음을 터뜨렸다.

*   *   *

뉴블랙의 멧 갈라 참석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큰 화제였다.

특히나 연예 매체들에게 있어 어마어마한 관심사 중 하나였다.

[멧 갈라가 열리기 전날인 오늘, 드디어 참석 명단이 공개되었죠?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스타들의 향연입니다. 알렉 웨스트, 이사벨라 도리스, 레지나, 콜드 브라운, 헤이미쉬 스턴…….]

[이런 스타들 중에서 눈길을 끄는 이들이 하나 있죠? 다들 알고 있는 바로… 뉴블랙입니다!]

뉴블랙이 큰 관심을 받는 이유 중 하나.

그것은 단순히 인기 보이밴드가 멧 갈라에 참석한다는 이유 때문만이 아니었다.

[보이밴드의 멤버들이 멧 갈라에 참석한 건 처음이 아닙니다. 16년도에 오션 파이브의 리드보컬 프레디 오션이 참석했고, 그 전에는 로건 스미스가 대표적인 패션 아이콘이었죠.]

그룹 최고의 인기 멤버들이 가끔씩 불려오는 건 자주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룹 멤버 전원이 참석하는 건 정말 처음으로 있는 일인데요.]

[더 주목할 점은 그들 모두가 세계 5대 패션 브랜드의 앰버서더를 맡고 있다는 겁니다.]

[와우.]

그룹 멤버 전원이 참석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것이 큰 이슈였다.

‘저런 건 처음 본다.’

그룹 전원이 초청장을 받아서 온 것에 대해 모두가 호기심을 보이고 있었다.

그 때문인지 멧 갈라 전날이면 열리는 기자회견에서도 관련 질문이 날아들었다.

“이번에 뉴블랙이 전원 초청 받았다고 들었는데요. 그렇게 된 배경이 있습니까?”

“이 질문이 나올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죠.”

이번 멧 갈라의 공동의장(co-chair)을 맡은 유명 배우 이사벨라 도리스가 웃으며 말했다.

“작년도의 파리 패션 위크에서 저의 절친한 친구, 로라의 추천을 받아 우주의 영상을 보게 되었어요.”

패션계를 좌지우지할 만큼 영향력이 큰 원로 칼럼니스트 로라 맥코넬.

그녀의 추천이 시작이었다.

“정말이지 환상적인 런웨이 영상이었죠. 머리에 화관을 쓰고 걷는 그의 모습이 정말 인상 깊었어요.”

뮤직비디오도 아닌데 조회수가 1억 뷰를 돌파한 영상이었다.

신화 속에 등장하는 신처럼 꽃의 왕관을 쓴 채 걷는 우주의 영상은 그야말로 센세이셔널 했다.

그 때문에 단박에 패션 아이콘으로 주목을 받지 않았던가.

명품 브랜드 <르블랑>의 올해 1분기 의류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20프로나 또 증가한 것은 바로 선우주 덕분이었다.

‘나도 비슷한 거 입어보고 싶다!’

선우주와 완벽하게 같은 옷은 부담스러워서 입을 수는 없지만 그가 패션쇼에서 입은 것을 무던하게 개량한 옷들이 인기를 끌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이른바 할매룩이라 불리는 ‘그래니 시크(granny chic).’의 창시자기도 했다.

“이런저런 요소들이 뉴블랙의 섭외에 영향력을 미쳤죠.”

우주에 대해 언급하던 이사벨라 도리스가 말을 이었다.

“뉴블랙 멤버들 모두 확고한 패션 스타일로 유명한 스타들이고, 그들의 진가를 알아본 명품 브랜드들에서 앰버서더로 활동하고 있죠.”

원래 주최 측에서 따로 섭외를 할까 고민했던 가수들이었다.

하지만 명품 브랜드들에서 의욕적으로 ‘뉴블랙 멤버 꼭 집어넣을 거야!’ 하면서 자연스럽게 완성이 됐다.

-뉴블랙을 꼭 참석시킨다!

멧 갈라의 참석비는 대개 3만 달러 정도.

테이블에 앉아서 밥을 먹고 싶다면 27만 달러 정도를 내야 한다.

물론, 이 자리에 오는 스타들 중에서 입장료를 감당 못할 인물은 하나도 없지만 대체로 자신의 사비로 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 전에 초청장을 받으니까.

대체로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나 대기업들이 테이블 하나를 통째로 사서 자신들의 친구들에게 ‘멧 갈라 오세용’ 하며 자리를 나눠 주는 식이었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뉴블랙의 라인업이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우리도 르블랑처럼 매출이 오를 것이다!

-비주! 여러분 비주가 입은 옷을 보세요!

-저희 중현이의 스포티한 모습을 보시죠. 저희가 황금 목걸이도 하나 준비했습니다. 허헛!

개개인이 팬들에게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뉴블랙 멤버들에게 자신들의 옷을 입혀 홍보할 기회!

기자들이 노트북을 두드리며 뉴블랙에 대한 기사를 작성하는 한편, 이사벨라 도리스가 말했다.

“다음 질문 받겠습니다.”

“헤일리 블루의 멧 갈라 블랙리스트는 언제 해제되는 건가요?”

“헤일리가 주최 측에 대한 무례한 발언을 철회하면요. 아마 제 생각에는 안 그럴 것 같지만요.”

미국 연예계의 말썽꾸러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기자회견장에 웃음이 감돌 때.

명품 브랜드들에서는 전운이 감돌고 있었다.

각 브랜드마다 유명 디자이너들이 눈에 핏발이 선 채 광기 서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늘은 정말 중요한 날입니다. 여러분.”

“예!”

“우리 브랜드의 명예를 걸고… 멧 갈라에서 최고의 패션을 선보이라는 수석 디자이넘의 지시 사항입니다.”

뉴블랙의 우주 덕분에 매출이 상승한 르블랑.

그 돈맛을 지켜본 다른 브랜드들이 혈안이 되어 있었다.

“최고의 대우를 해 줘야 합니다.”

“정말 최고의 대우를 해서…!”

*   *   *

부담스럽다.

호텔에 들어오자마자 무언가 부담스럽다는 느낌이 쫘악 올라오고 있었다.

“아니…….”

“세상에.”

“저게 다 뭘까요.”

본래였다면 뉴욕 시가 보여야 하는 스위트룸의 유리창.

그런데 그곳이 막혀 있었다.

산더미 같은 선물로.

“…….”

“…….”

매니저들이 입을 떡하니 벌린 가운데, 우리가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지호가 말했다.

“이거 진짜 선물꾸러미 무너지면 리혁이 형은 갇힐 수도 있겠는데요?”

“가능.”

리혁이도 반박을 하지 않았다.

각자 다섯 개의 탑에 다가갔다.

[뉴블랙 우주 님께]

고풍스러운 카드에는 한국어로 ‘정말 감사합니다’ 하는 문구들이 정성스럽게 적혀 있었다.

마지막에 르블랑의 회장인 조르주 벵거의 친필 사인이 적혀 있었다.

“흐어…….”

동생들과 함께 각자의 선물을 보며 질린 표정을 지었다.

“진짜 완전 부담.”

“뭐가 되게 많네요. 신발이랑 향수도 있고.”

“이거 열어 보는 것도 일이겠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면 열어 보기로 결정했다.

오늘 스케줄은 바쁘니까.

호텔 주방의 널찍한 테이블에 둘러앉을 때.

“오.”

고급스러운 쿠키 등이 진열되어 있었다.

[저희 호텔에 묵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호텔 측에서 준비한 선물인 모양이었다.

여기저기서 고급스러운 것들을 내어 오는 모습에 부담을 느꼈다.

우리는 고급 쿠키보다는 라면을 끓여먹거나 감자칩을 부스럭부스럭하는 걸 더 좋아하는 취향이라.

“자, 그럼 전달사항 이야기할게.”

“네.”

TF팀에게 전달사항을 전해 들었다.

석환 형이 말했다.

“일단 내일 메이크업이나 의상 등은 전부 브랜드 측에서 다 알아서 할 거야. 그 부분은 그렇게 알아 두면 되고.”

“넹.”

“그리고 내일 입장 같은 경우는 너희 모두 다 같이 들어갈 수가 없어.”

“!”

비주가 충격 받은 표정으로 쿠키를 내려놓았다.

“저희가 다 같이… 못 들어가요?”

“엄밀히 말하자면 우주랑 너희 넷이 따로 들어가게 될 거야.”

“왜… 왜요? 어째서요?”

“내일 르블랑은 수석 디자이너인 지미 로빈스 씨가 멧 갈라에 참석하기로 했거든. 우주랑 같이 입장할 거야.”

수석 디자이너인 지미 로빈스와 그의 뮤즈인 내가 함께 입장할 예정이었다.

다른 졸개들도 물었다.

“그럼 우리 넷이서 따로 가요?”

“저희끼리 멘트해야 돼요? 묻어가는 거 없고?”

졸개들끼리 서로를 바라보았다.

“…….”

“…….”

그러고서는 다시금 내게 애처로운 시선이 날아들었다.

분리불안 증세를 보이는 이들에게 내가 말했다.

“너희도 이제 따로 나가면 잘하잖아.”

“그치만 그건 한국이잖아요. 여긴 모르는 미국인들 사이에서 말을 해야 되는 건데…!”

“약한 소리 하지 마. 지호야. 형이 널 그렇게 약하게 키웠니?”

“온실 속 파채처럼 저를 키웠잖아여!”

“그건 그렇지.”

동생들에게 쓸 만한 멘트들을 알려 주겠다는 말을 한 후.

리혁이가 큰 깨달음을 얻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잠시만요. 이거 명품 브랜드들이 각자 자기네들이 구매한 테이블에 게스트를 앉히는 거잖아요.”

“그렇지.”

“그럼 우리 다 따로 앉아요?”

“그치?”

멧 갈라 행사를 진행하는 동안 따로 앉아야 한다는 말에 동생들과 내가 슬픈 표정을 지었다.

“보고 싶을 거야.”

“저두요….”

홍서영 과장님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누가 보면 너희 생이별하는 줄 알겠다.”

“그치만 해외 스케줄 나와서 이렇게 따로 앉아본 적이 거의 없어서…….”

“할 수 있어. 너희 뭉치면 약하지만 흩어지면 강하잖아.”

“그건 그렇긴 해요.”

그런 이야기들을 하며 멧 갈라에 대한 전달사항을 들은 후.

저마다 옷을 챙겨 입고 호텔방을 나설 준비를 했다.

각 브랜드에서 우리의 의상을 피팅하기 위해 호텔에 방을 하나씩 빌렸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내일이면 다 보게 될 텐데.

그냥 스위트룸에 있는 각자의 방에서 의상을 피팅하면 안 되나 싶었는데, 패션 업계도 비밀 유지가 굉장히 중요한 모양이다.

중현이가 말했다.

“TJ 프로듀싱팀이 있는데 우리 프로듀싱팀이 곡을 들려주는 그런 느낌이지 않을까요?”

“아. 딱 알겠다.”

그러고 보니 프로듀싱팀은 미국에서 잘하고 있으려나.

시간이 나면 방문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뉴욕 방문에서 멧 갈라를 포함해 콘서트와 영화 OST 등 해야 할 일을 떠올리는 한편.

「오. 써니!」

르블랑의 호텔방에서 수석 디자이너 지미 로빈스가 나를 맞이했다.

안경을 쓴 예민한 인상의 젊은 남자.

내가 다가가서 인사했다.

「아니 이게 누구야!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 지미 로빈스님 아니십니까!」

「그러는 그대는 세계 최고의 패션 아이콘이자 21세기 패션의 희망과 같은 존재 선우주!」

「하하하!」

「하하하하하!」

언제나 나와 쿵짝이 잘 맞는 영혼의 패션 듀오였다.

그가 손가락을 딱 튕기자 직원들이 행거를 밀고 오기 시작했다.

누구나 어린 시절에는 거대 로보트에 탑승하는 꿈을 꾼 적이 있지 않던가.

마치 그런 꿈이 이뤄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Oh my…….」

가슴이 덕순덕순했다.

지미 로빈스가 말했다.

「지난 몇 달간 우리가 회의를 하면서 연구했던 바로 그 역작이 드디어 탄생했지.」

「세상에….」

그 결과물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손을 모았다.

행거에 걸린 결과물이 등장하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

「지미. 우리는 내일 전설이 될 거예요.」

「모두가 우릴 영원히 기억하겠지.」

「하하!」

「하하하하!」

지미 로빈스와 내가 기쁨의 댄스를 추었다.

*   *   *

마침내 밝아 오른 월요일.

뉴욕 최대의 박물관 중 하나인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현수막이 펄럭이고 있었다.

[MET GALA]

1년 내내 휴일 없이 개관하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이 휴관하는 날은 1년 중 딱 4일.

새해 첫날과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그리고 멧 갈라였다.

굉장히 중요한 행사인 만큼 박물관 근처에는 평소 보기 힘든 것들이 가득했다.

입구에 깔린 레드카펫.

기자들이 이른 시각부터 대기하고 있는 프레스 라인.

각종 촬영 장비와 보안 요원 등등.

패션계의 최대 행사라 불리는 파티인 만큼 그야말로 철저하게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마크 호텔 쪽으로 가 볼게. 너희는 칼라일 호텔로…….”

“맨디 스파이스가 묵은 곳이 어디지? 이번에 남자 친구랑 같이 입장한다던데?”

연예 매체의 기자와 파파라치들은 호텔에서 진을 치고 있는 중이었다.

그중에서 뉴블랙이 묵은 호텔에는 그들을 보기 위한 팬들과 파파라치들이 대기 중이었다.

호텔 측에서 따로 경호원들을 입구에 세워둘 정도.

“Wow.”

구경꾼들에게 손을 흔들던 유명 스타들이 도리어 물어볼 정도였다.

“호텔에 오늘 누구 있어요?”

“뉴블랙이 있답니다.”

“아하.”

바로 납득하며 차량에 탑승하는 이들.

그렇게 각자 화려한 의상을 차려입은 이들이 호텔을 나서는 가운데.

“어?”

“어어?”

“어어어어!”

우주와 지미 로빈스가 나온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모두가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카메라 셔터에 손을 올린 파파라치들이 렌즈를 집중했다.

‘누구보다 빨리!’

우주가 멧 갈라에 입을 패션을 누구보다 먼저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음?”

그들의 예상과 달리 거무죽죽한 것이 느릿느릿 다가왔다.

검은 망토를 뒤집어쓴 존재.

한국인들이 보았다면 ‘가오나시…?’ 라고 말했을 느낌이었다.

아마 의상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얼굴만 드러낸 채 느릿하게 걸어오고 있는 이를 보며 수플레들이 침을 삼켰다.

‘디멘터?’

‘디멘터다.’

얼굴만 동동 드러낸 우주가 지미 로빈스와 함께 걸어 나오고 있었다.

“와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

우주가 호홍 웃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팬들이 환호하며 살짝 외면했다.

안에 옷을 엄청 입었는지 풍성해 보이는 느낌.

빵빵한 검은 감자가 그들에게 인사하는 듯한 인상이라 귀엽지만 왠지 어디 내놓기 창피했다.

미용실 보자기를 뒤집어쓴 것처럼 팔을 펄럭펄럭하며 장난치는 우주.

“어?”

우주가 앞서 차에 타고 있는 인물을 불렀다.

“콜드!”

차량에 탑승하고 있던 콜드 브라운.

그의 시선이 선우주에게 살짝 향했다.

‘!’

그에게 달려오는 검은 감자.

콜드 브라운이 냉큼 차량에 탑승했다.

‘어?’

‘못 본 척한다.’

부아앙- 하며 출발하는 차량과 손을 뻗는 우주의 모습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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