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912화 (912/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12화

멧 갈라가 열리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지금 이곳은 속속들이 도착한 연예인들로 인해 소란이 벌어지고 있었다.

“에일로! 에일로!”

“이쪽 봐 주세요! 이쪽!”

프레스 라인에 선 기자들이 사진을 촬영하는 동안 여러 가지 포즈를 취하는 스타들.

보석이 가득한 화려한 드레스.

왕관.

근사한 분위기의 제복 등등.

올해 패션 테마에 맞는 의상들을 입은 연예인들이 하나둘 입장하고 있었다.

[Royals]

‘왕실’이 바로 올해의 패션 테마였다.

[왕실 패션 : 군주의 품격]

이런 테마를 재해석한 다양한 패션들이 등장하고 있었다.

“트로이 키드!”

“와. 트로이 키드가 입은 옷을 봐.”

독특한 패션으로 유명한 흑인 남자 래퍼가 민망한 수위의 노출도를 보이는 패션을 입고 있었다.

맨몸에 보석 팬티만 입고 붉은 망토를 걸친 패션.

주최 측인 매거진의 리포터가 그에게 물었다.

“오늘의 패션은 뭔가요. 트로이?”

“벌거벗은 임금님에서 모티브를 얻었죠. You know, 진정한 군주의 멋은 옷차림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육신의 아름다움도 중요하죠. 저는 패션과 제 몸의 아름다움을 조화시키고 싶었어요.”

“그렇군요. 다이아몬드가 어마어마하게 크네요. 보험은 들었나요?”

“200억짜리 보험에 들었죠!”

사타구니에 커다란 보석이 붙은 팬티를 자랑하는 래퍼.

엉덩이를 씰룩이며 붉은 망토를 흩날리는 래퍼의 뒷모습에 모두가 멍한 표정을 지을 때.

“맨디! 맨디 스파이스다!”

“알렉 웨스트가 왔네. 여자 친구는 또 언제 바뀌었대?”

“와, 저 드레스 봐.”

유명인들이 입은 옷들이 저마다 화두에 오르고 있었다.

태양왕 루이 14세의 패션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어느 남자 배우의 패션에 호평이 나오고.

소작농이 입을 법한 소박한 드레스를 입고 온, 프랑스의 유명 배우 레아 드 뤼지냥도 큰 화제가 됐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군주는 곧 국민 아니겠어요? 프랑스 대혁명의 정신을 살려 봤죠.”

“그렇지만 엄청 비싼 목걸이를 걸치셨는데요.”

“귀족들에게 빼앗은 보석이라는 설정이에요. 농민들의 피땀눈물이 담긴 것이니 당연히 되찾아야죠. 그게 레볼루숑이니까요.”

명품 브랜드의 협찬을 재치 있게 설명하는 인물.

기요틴으로 뎅강하는 손짓을 해 보인 프랑스 배우의 말에 리포터가 웃음을 터뜨렸다.

뒤이어 기독교에서 모티브를 얻은 듯 가시나무 왕관을 쓴 배우가 걸어오고.

다양한 패션들이 참석한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었다.

“오우! 저기 후미카 곤도가 오네요!”

“지금 프리야 칸이 오고 있습니다!”

인도계 배우가 보석으로 치장된 인도식 궁중 복장을 입고 오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 모델 곤도 후미카의 독특한 패션 등등.

서구권이 아닌 곳의 왕실 패션들이 주목을 받았다.

“와우…….”

“와….”

오늘의 베스트 드레서라고 할 수 있는 인물 중 하나가 입장했다.

바로 유명 배우 미시 존스였다.

에티오피아계 미국인인 배우가 화려한 붉은 드레스를 입고 등장하면서 모두의 시선을 끌었다.

“Wow…….”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한 그녀에게 매거진의 리포터가 다가갔다.

“정말 아름다우세요. 미시.”

“고마워요.”

“어떤 패션을 의도한 건가요?”

“에티오피아의 왕실 패션을 살려 보았어요. 침략이 있기 전에 존속했던 옛 에티오피아의 왕실이요. 그걸 현대적으로 재해석했죠.”

고혹적인 눈 화장.

머리에 쓰고 있는 꽃 같은 왕관 등등.

오늘의 베스트 드레서 중 하나라고 할 만한 인물이 슥 지나가면서 기자들이 수다를 떨었다.

“전체적으로 올해 수준이 높은데?”

“난 레아도 좋았어. 다들 너무 화려하기만 해서 그런지 심심한 게 더 나은 것 같네.”

“영국 스타들 패션이 좀 심심하네.”

아무래도 주제 때문일까.

영국이나 스웨덴, 일본처럼 왕실이 존재하는 국가의 연예인들은 필사적으로 자국 왕실의 패션을 피하는 중이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왕자다!”

“공주님! 여기를 봐 주세요!”

주제가 주제인 만큼 오늘 진짜 왕족들도 멧 갈라에 방문했기 때문이었다.

영국의 왕자나 스웨덴의 공주같이 멧 갈라의 초청에 응한 이들이 느긋하게 입장을 하는 중이었다.

왕실만 보면 선망하는 미국인들이 허어어… 하며 왕족과 귀족들의 입장을 지켜볼 때.

“다음 순서는 누구지?”

“음… 어디 보자.”

주변에 있는 경호원들이 주고받는 무전이 들린다.

-치익. 우주와 지미 로빈스가…….

-뉴블랙 우주가 탄 차량이…. 주변에 팬이 많으니 안전에 유의 바람.

-확인. 젠장, 누가 이 팬들 좀 진정하라고 해 줬으면 좋겠군. 에너지에 압도당하는 기분이야.

기자들이 눈을 크게 떴다.

‘뉴블랙이 오는구나.’

카메라 세팅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기자들이었다.

인기에 비해 미국 스케줄이 적은 만큼 뉴블랙의 파파라치 사진은 희소하기로 유명했다.

뉴블랙 독점 사진이란 타이틀만 달아도 불티나게 팔린다는 이야기는 이미 업계에서 너무나 유명했다.

-최근에 가장 핫한 보이밴드.

글로벌 음원인 메트로를 발매하기 전에는 유망주와 같은 포지션이었다면.

지금의 뉴블랙은 급격하게 상승세를 타고 있는 라이징 가수로 취급을 받고 있었다.

여기서 곡 한두 개만 더 터지면 ‘탑급 가수’라고 할 만한 임팩트였다.

본래 모두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른 속도.

그 이유는 너무나도 간단했다.

-Answer가 6주째 빌보드 Hot 100의 1위를 수성하다.. ‘콜드 브라운, 그래미상에 한 발짝 더’

현재 미국 시장에서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스페셜 음원 Answer였다.

올해 상반기 최대 히트곡.

그 덕에 멤버인 우주의 인지도가 확 올라가 있었다.

작년이었다면 ‘뉴블랙이 뭐지’ 했던 이들도 이제 우주의 이름 하나 정도는 확실하게 기억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여기에 하나 더.

“나 이제 두 명 기억할 수 있어. 지호 맞지?”

“Ji-ho. 맞아.”

“그거 진짜 재미있었는데. Korean Horror Stories.”

넷플러스에 업로드된 호러 드라마 <신이>가 매니아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었다.

미국에 있는 비슷한 제목의 시리즈처럼 KHS라는 약칭으로 불리며 팬덤이 생겼을 정도.

그들이 그런 이야기를 나눌 때였다.

“왔… 아, 콜드 브라운이네.”

“콜드!”

힙합과 왕실을 조합한 듯한 독특한 느낌의 패션 정장.

소매에 보석이 달린 옷을 입은 래퍼가 선글라스를 쓴 채 입장하고 있었다.

“독특한 패션이네요. 콜드. 무슨 의미가 담겨 있나요?”

“킹 오브 힙합.”

힙합의 왕이니 당연한 것 아니겠냐는 자신감 넘치는 말에 리포터가 감탄할 때.

그들의 뒤에서 소란이 일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

마치 미국에 왕실이 존재했다면 저런 함성이 나오지 않을까 싶은 괴성.

‘선우주 The Great’ 같은 호칭이 붙어야 할 법한 인기였다.

“우주가 왔구나.”

“우주네.”

서서히 진입을 하는 동안 기자들이 관심을 보였다.

“과연 무슨 패션일까?”

“글쎄.”

“아까 보니까 호텔에 나올 때도 꽁꽁 싸매고 나왔다던데.”

사실 멧 갈라의 레드카펫은 스타의 의상이 처음으로 공개되는 곳은 아니다.

호텔 입구로 걸어 나오면서 팬들에게 손도 한 번 흔들고 오기 때문에 거기서 처음 공개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우주는 요상한 검은 보자기로 꽁꽁 싸매고 있었다.

“솔직히 스타병이지. 그 앞에서 하루 종일 기다렸을 팬들한테 자기가 뭘 입었는지 안 보여 주겠다는 거잖아?”

평소 뉴블랙을 고깝게 보던 한 기자가 코웃음을 쳤다.

“어차피 몇 분 후에 레드카펫에서 보여 줄 옷인데, 거기 있는 팬들한테도 안 보여 줬다는 건 문제가 있는 거야.”

“뭐, 특별한 이유가 있겠지.”

“내 말이 맞지 않아? 팬들을 우습게 보는 거지.”

바로 그때였다.

문이 열리면서 카메라 플래시가 번쩍이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먼저 내린 것은 지미 로빈스였다.

르블랑의 최연소 수석 디자이너이자 패션업계의 천재로 불리는 지미 로빈스가 독특한 정장을 입고 내렸다.

그리고.

“오!”

하얀 꽃신이 사뿐하게 리무진에서 내리고 있었다.

그런데….

‘뭐지?’

우아하게 내린 그 신발의 위를 거슬러 올라간 순간.

모두 당황했다.

“음?”

“검은 보자기…인데?”

검은 보자기를 뒤집어쓴 우주가 얼굴만 드러낸 채 내리고 있었다.

물론 검은 보자기의 디자인이 이상한 건 아니었다.

다양한 동물들이 금색 수실로 새겨져 있어서 한눈에 봐도 우아하다는 느낌이 들었으니까.

검은색 쓰개치마를 둘러맨 우주가 사뿐사뿐 걸어오면서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분명 안에 뭔가 입고 있는 것 같긴 한데.’

대체 무엇을 입었는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었다.

그리고.

“와…….”

“진짜 우아하다.”

“써니 직업 중에 모델도 있나? 코미디언인 건 봤는데.”

런웨이에 선 모델처럼 사뿐사뿐 레드카펫 정중앙에 걸어오는 우주였다.

그러는 동안 르블랑의 보조 스탭들이 한국풍 복식을 입은 채 곁에 서 있었다.

그리고 정중앙에 딱 선 순간.

“?”

“??”

우주가 몸에 두르고 있던 검은색 쓰개치마의 고름을 풀면서 바람에 천이 흩날려 나갔다.

스르륵.

그러면서 스탭들이 우주가 안에 입은 옷을 돌돌돌 펼치기 시작했다.

“흐어어어…….”

옷자락이 어마어마하게 긴 옷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끈 것은 단순히 옷의 길이 때문만이 아니었다.

옛 대한제국의 황후가 중요한 행사에서 입던 대례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아름다운 복장.

그런데… 그 복장의 색이 이상했다.

“온통 흰색…….”

“옷이 완전 하얀색인데?”

눈처럼 새하얀 피부를 지닌 미남이 하얀 옷을 입고 있어서 마치 눈의 여왕처럼 보인다.

북쪽에서 온 설원의 왕 같은 분위기.

하지만 바로 그때였다.

“어?”

“어어어?!”

“어?!”

모두가 눈을 크게 떴다.

“색이 변한다!”

석양에 노출된 의상의 색깔이 변하기 시작했다.

보라색.

붉은색.

색이 있어야 할 곳들이 자외선을 받아 자신의 색상을 되찾고 있었다.

처음에는 하얗기 그지없었던 옷들의 여백에 색이 들어차기 시작하면서 순식간에 화려해지는 의상.

소름이 쫙 돋았다.

‘미친…….’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는 것도 멈추고 입을 멍하니 벌린 기자들.

화려한 의상을 걸친 우주가 그런 이들의 시선을 즐기듯 눈을 지그시 감는 동안 지미 로빈스가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황제가 쓸 법한 면류관의 구슬로 장식된 왕관.

그걸 머리에 살포시 얹은 우주가 눈을 뜨면서 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했다.

“!”

“!!”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셔터를 누르기 시작하는 기자들.

‘옷이 햇빛에 노출이 되면 안 되는 이유가 있었구나.’

아까 뉴블랙의 우주가 스타병이라고 지적했던 인물마저 침을 꿀꺽 삼키고 셔터를 누르는 가운데.

기자들이 혀를 내둘렀다.

‘오늘의 베스트 드레서는….’

‘확실하다.’

‘역대 최고 수준의 의상이야.’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멧 갈라의 레드 카펫에서 최고의 베스트 드레서가 가려지는 순간이었다.

*   *   *

「써니! 써니!」

「여기 봐 주세요! 제발! 이쪽… 여기요!」

「우주!」

확실하게 느껴졌다.

오늘의 베스트 드레서는 나다.

“흐힛.”

자꾸 나오려는 빙구 같은 웃음을 참기 위해 입가에 손을 올렸다.

소매가 굉장히 긴 옷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그 모습이 보기 좋았던 모양이었다.

「이쪽에서도 입 가린 포즈 한 번 보여 주세요!」

「써니!」

내 이름을 부르는 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해 보이고는, 근처에 운집한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끼야아아아아악-!”

“와아아아아!”

팬들의 반응도 제법 좋았다.

지미와 함께 계단을 한 칸씩 올라가는 동안 근처에 있는 스탭들이 옷자락을 붙잡고 같이 걸어 올라왔다.

하필 신발도 꽃신이라 그런지 올라가는 게 쉽지 않다.

내가 말했다.

「신데렐라의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대체 신데렐라는 치마를 입은 채로 어떻게 달렸던 걸까요.」

거기에 구두도 신고 말이야.

내 말에 지미가 웃음을 터뜨렸다.

겨우겨우 레드카펫을 걸어 올라가자 패션 매거진의 리포터가 득달같이 달려왔다.

「썬! 써니!」

「안녕하세요.」

「와우… 진짜 정말이지… 방금은 너무나 아름다운 순간이었어요.」

황홀한 표정을 짓는 패션 관계자의 말에 내가 공손하게 답했다.

「감사합니다. 지미가 만들어 준 옷 덕분에 가능했죠.」

「무슨 소리.」

지미 로빈스가 손사래를 쳤다.

「옷도 입어 줄 사람이 없으면 의미가 없는 법. 이런 패션을 소화할 나의 뮤즈가 없었다면 절대 이 옷은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별말씀을요. 패션 업계의 천재 지미 로빈스에 비하면…!」

「아니에요. 21세기 패션의 아이콘 선우주가 없었더라면……!」

리포터가 중단시킬 때까지 우리가 서로의 얼굴에 금칠을 촵촵 해 준 후.

어마어마한 양의 질문이 날아들었다.

그만큼 임팩트가 강했던 모양이다.

「대체 그 옷은 어떻게 만든 거죠?」

「자외선을 받으면 색이 바뀌는 섬유예요. 다양한 색을 조합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노력이 들었고… 제작 기간에만 거의 6개월이 걸렸죠. 한 땀 한 땀 수작업으로 만든 옷입니다.」

지미 로빈스가 기술적인 면을 설명하고.

나는 역사적인 배경을 설명했다.

「처음에는 조선의 왕이 입었던 옷을 재현할까 생각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꼭 King의 옷을 입어야만 할까? Queen의 옷을 얼마든지 개량해서 입어도 되는 거잖아요?」

더 화려하고 멋진 옷을 입고 싶었다.

「정말 이 옷 하나에 많은 것이 집약되어 있죠. 한국의 역사학자들을 비롯해 다양한 분들이 아이디어를 모아준 옷이에요. 시간 관계상 설명 드릴 수 없지만 이 흰 옷에도 의미가 있고요.」

그런 식으로 옷을 설명하면서 멧 갈라 측에 대한 감사 인사도 했다.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은 입장이라 이런 스케줄에 초청해 주신 매거진 측에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패션의 예술화를 보여 주기 위해 만든 것이 멧 갈라라고 하더라고요.」

멧 갈라의 주최 측은 패션 매거진, 그리고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코스튬 인스티튜트라는 기관.

-너희는 잘 모르겠지만 패션도 사실 예술의 일부야!

…라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시작된 행사라고 들었다.

그걸 비롯해 이번 쇼를 열기 위해 주최 측이 들인 노고에 감사하는 멘트를 해 주니 상대방도 굉장히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바로 그때, 뒤에서 어수선한 소리가 들렸다.

“와아아아아아아-!”

“끼야아악!”

내가 물었다.

「유명한 분들이 오나 봐요.」

「뉴블랙의 멤버 분들이 곧 온다고 하네요.」

아. 졸개들이었구나.

다들 우리 동생들의 입장을 기다리는 동안 나와 지미 로빈스는 안내를 받아 이동했다.

“후우.”

일단 의상의 무거운 외투를 벗었다.

갇혀 있었던 후끈한 열기가 터져 나오는 기분.

손부채질을 하면서 지미 로빈스와 계단을 올라가기로 했다.

계단 맨 꼭대기 쪽에서 기다리고 있을 멧 갈라의 주최자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함이었다.

“와아아아아아-!”

동생들이 막 도착했는지 울려 퍼지는 함성.

뒤를 흘깃 바라보고는 앞으로 걸어가겠다.

“뭐… 잘하겠지.”

해외 스케줄에서 이렇게 따로 다녀본 건 처음이라 걱정이 됐지만, 동생들도 어련히 잘할 것이라 믿었다.

*   *   *

콩닥콩닥.

두근두근.

‘안 돼.’

‘이제 내려야 한다.’

‘어으으으…!’

리혁이 긴장감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그… 그거 뭐였죠. 기사님한테 한 바퀴만 더 돌아달라고 하려면 뭐라고 말을 해야 하죠?”

“형은 미국에서 살았는데 영어가 기억 안 나면 어떡해요.”

“갑자기 기억이 안 난다고…!”

하지만 리혁에게 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도 마찬가지였으니까.

비주가 말했다.

“아… 멘트 뭐라고 해야 되지? 좋은 거 있을까?”

뭉치면 약하고 흩어지면 강한 뉴블랙.

그런데 지금은 딸랑 4인조만 뭉쳐 있다.

그것도 선우주 없이!

그야말로 최약체인 상황이었다.

‘어으…….’

‘이잉. 엄마랑 누나들 보고 싶당.’

물론 선우주가 없다고 스케줄이 정상적으로 안 돌아가는 건 아니다.

그들도 나름 스타 아니던가.

하지만, 이 정도로 중요한 해외 스케줄에서 쏼라쏼라 영어 멘트를 담당하는 맏형 없이 나가는 건 처음이다.

단순히 영어만 잘하는 거라면 그들도 문제가 없지만, 선우주는 영어가 아니라 그냥 말 자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니까.

「도착했습니다.」

리무진 기사의 말에 그들이 심호흡을 하고는 차량에서 내렸다.

“와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

어마어마한 환호성.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던 4블랙이 레드카펫으로 이동했다.

「지호! 지호!」

「지호! 이쪽 봐 주세요!」

넷플러스 드라마로 이름이 알려진 지호를 비롯해 멤버들의 이름이 불려올 때.

습관적으로 안녕하세요, 4블랙입니다! 라고 인사를 하려고 했던 지호가 멈칫했다.

‘어… 4블랙이 뭐지?’

사블랙이라고 설명하면 한국인들은 다 알아듣지만 미국인들은 모를 터였다.

뭐라고 자기소개를 해야 할지 고민을 하던 뉴블랙 멤버들.

「어… 그…….」

졸개들이란 단어가 영어로 안 떠오를 때였다.

왕지호의 눈빛에 김중현이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중현이 멀찍이 걸어올라가는 우주를 가리켰다.

「저쪽은 썬(Sun).」

그러고는 자신들을 가리키며 소개했다.

「우리는 그의 구름들(his clouds)입니다.」

「!」

「!!」

적절한 소개에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웃음.

한국에서 뉴블랙을 선우주와 졸개들로 지칭하듯.

미국에서 선우주와 졸개들이 Sun & his clouds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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