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24화
국민 아이돌.
뉴블랙이 국민 아이돌이라는 데는 거의 모두가 동의하고 있었다.
“뉴블랙? 우리 할아버지도 애들 이름 다 알아요. 맨날 중현이를 중헌이라고 하시긴 하는데…….”
“우리 아들이 초등학생인데 학교에서 맨날 뉴블랙이 뭐 했다 하면 자기들도 그거 하면서 논대.”
“선우주 알지! 우리 선우 가문의 자랑 아닌가! …선씨라고?”
중년 세대와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이름과 얼굴을 아는 아이돌.
그런 까닭에…….
“상 탔다!”
“어이구! 상 탔네!”
“얼른 와! 뉴블랙 상 탔다!”
다른 가수였다면 뉴스 보도로 처리되었을 빌보드 어워드가 공영방송에서 생중계되고 있었다.
[빌보드 어워드 3관왕이네요! 무려 세 개의 트로피를 얻어 온…….]
음악 평론가가 ‘메달입니다! 메달!’ 하는 스포츠 아나운서처럼 흥분해서 외치고.
한국인들이 캬! 하면서 기뻐했다.
그 때문에 뉴블랙의 빌보드 어워드 소식은 일상 대화에서도 가장 큰 핫 이슈였다.
“이번 어워드 중계 보셨어요? 뉴블랙 상 탄 거.”
“미국에서 인기 장난 아니더만. 환호성이 장난 아니더라.”
“근데 이번에 뭔라이트인가 하는 이상한 놈들 붙었다며.”
일반인들에게는 가장 인지도가 높은 미국 음악 시상식답게 핫한 반응이었다.
-자랑스럽다ㅠㅠㅠㅠㅠㅠㅠ
-아 내가 괜히 기분이 좋네ㅋㅋㅋㅋㅋ
-나만 보면 누나누나하던 옆집 코흘리개들이 하버드에 갔다 이거예요
-그리고 여전히 코흘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빌보드상 탄 우리집 빙구들ㅠㅠㅠㅠㅠ
자기 일처럼 기쁘게 반응하는 한국인들이었다.
마트에서 섬유유연제를 고를 때도 [리혁이 추천하는 향!]이라는 광고가 붙은 제품을 고르고.
중현이 엄지를 들고 있는 감자 봉지를 집어 들거나 비주가 웃고 있는 밀키트를 집어 들고.
명품 매장에 가서 선우주가 입었다는 패션과 비슷한 의상을 시도해 보고.
지호가 즐겨하는 게임의 유저들은 월드 채팅창에 채팅을 도배하는 중이었다.
-헤니아 섭의 자랑 [서리혁] 님의 빌보드 수상을 축하합니다
-지호 형 축하해
-닉네임 헷갈리네 리혁이 지호임???
-ㅇㅇ 자기가 욕먹는 거 싫어서
-개웃기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그렇게 뉴블랙에 대한 관심도가 집중된 상황에서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이들이 있었으니.
“물 들어올 때 우리 노 저어 봅시다!”
“최고의 예고편을 만드는 거예요!”
바로 <여보낚시>의 제작진이었다.
[두둥!]
미튜브에 올라온 한 편의 예고편이 시작이었다.
수상 카드를 들고 있는 미국 유명인이 뉴블랙을 호명하고, 현장에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세 번 정도 반복되는 뉴블랙의 호명!
[2018 빌보드 뮤직 어워드의 3관왕!]
[글로벌 슈퍼스타 뉴블랙!]
그리고 깔리는 자막.
[…이 낚시를 하게 된다면?]
곧바로 바뀌는 장면들.
잉어에게 뺨을 맞고 홍조를 띠는 리혁.
‘저기 장어예요!’ 하며 까치 살모사를 가리키고 좋아하는 지호.
저쪽이구나! 하는 이들의 말에 반대편으로 캐스팅을 하는 비주.
검은 화면에 흰 자막이 깔렸다.
[오늘 밤]
[<여보, 낚시 좀 다녀올게>에서 확인하세요!]
가뜩이나 저번 방송 때문에 관심도가 높은 상황.
거기에 빌보드 수상 소식까지 겹치면서, 평소 낚시 예능에 관심 없던 시청자들까지 유입되고 있었다.
‘재미있을 것 같은데?’
‘꿀잼삘이다.’
‘간만에 뉴블랙 예능 봐야지.’
그것이 바로 삼블랙 특집이 <여보 낚시>의 역대 최고 시청률을 갱신하게 된 이유였다.
* * *
삼블랙 특집의 2회 차 본방송!
시청자들이 복작복작 모여들었다.
-오늘 접속자 수 보소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은 뉴블랙 데이 아닙니까?
-다이어트 하려고 했는데 오늘 뉴블랙 데이라서 치킨 먹기로 함 ㅡㅡ 아무튼 뉴블랙 때문임
-뉴블랙 빌보드 축하하다가 넘어지는바람에 실수로 배달 주문을 눌렀다ㅠㅠㅠ
재미있는 걸 보기 위해 모여드는 사람들.
평소처럼 연령가 알림이 뜨면서 지난주 요약이 흘러나왔다.
리혁이 잉어와 혼신의 결투를 펼쳤던 장면이 큰 웃음을 준 후.
지난 화의 마지막 장면에 이어서 바로 본방송이 시작됐다.
[아이고, 반가워요~ 나 중현이 할아버지 되는 사람입니다.]
TV 화면 속에 등장한 푸근한 노인.
물론 표정만 푸근했다.
-할아버님 인상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저분 삼국지에서 본 거 같아 황충이라고..
-뉴블랙에서 가장 인상이 센 중현이를 두부상으로 만드시네ㅋㅋㅋㅋㅋㅋㅋ
-손주가 약하다 (팩트)
-저 나이대에 저 근육이.. 가능하신가??
-우리 할머니 흡족해하심
이목구비가 짙어서 남자들 사이에서 ‘뉴블랙에서 우주 다음 미남이 누구?’ 하면 꼽히는 게 중현이었다.
그런 중현이 순해 보일 만큼 노인의 인상은 강했다.
-예능인들 온순해진거봐ㅋㅋㅋㅋㅋㅋ
-백상교 쌤은 두 손 왜 모으시는데요
-나 같아도 공손해질 거 같아
-아 살모사처럼 되기 싫으면 조심해야지ㅋㅋㅋ
TV 화면 속에서 쑥스럽게 손주에게 영상 편지를 날리던 김택만 옹.
물고기가 안 잡혀서 포인트를 이동한다는 제작진의 말에 그가 의구심을 품는다.
[여기서 물고기가 안 잡힌다고?]
진심으로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
그러면서 직접 본인이 시범을 보인다.
“오, 낚시를…….”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바라볼 때.
김택만 옹의 손이 물을 향해 촤악! 하고 파고들었다.
“?”
“??”
작살총과 같은 움직임.
물에서 손을 빼자 물고기가 손에 붙잡혀 퍼덕거린다.
-낚시 (물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낚시꾼들 표정봐ㅋㅋㅋㅋㅋㅋㅋ
-아 아무튼 낚았으면 낚시지ㅋㅋㅋㅋㅋㅋ
처음에만 해도 다들 믿지 않고 있었다.
중현의 할아버지가 한창 파릇파릇한 20대인 김중현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에이. 그래도 나이라는 게 있는데…….’
하지만 방금 전의 장면으로 시청자들은 납득을 해 버렸다.
김중현도 저건 못할 것 같았다.
-작고 귀여운 손주였구나
-중현이는 아가야..
-저런 분들이 ㄹㅇ 옛날에 나라 건국한 거임
-사진이나 영상이 있는 시대에 계셔서 다행임ㅋㅋㅋㅋㅋ 안 그랬으면 100년후에 역사학자들이 ‘그 괴력은 왕권의 상징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하고 있었음
-저 집안 사람들에게 약하다는 건 뭘까
그러면서 직접 낚시를 보여 주겠다는 듯 낚싯대까지 잡아서 앉는다.
여보 낚시의 애청자들인 중년 남성들이 웃었다.
마침 바닷가의 횟집에서 TV로 보고 있던 낚시꾼들이 술잔을 부딪치며 웃었다.
“저 양반 재미있는 분이네. 근데 낚시라는 게 저렇게 힘으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
“그니까! 저걸로 되면 헬스하는 사람이 낚시를 제일로 잘해야지.”
“저번에 축구 국가대표였나? 그 사람도 허탕치고 갔잖아.”
낚시란 게 만만하지 않다! 하며 말을 하던 이들.
얼마 안 가 김택만 옹이 ‘안 잡히네’ 하며 뒤통수를 긁적이는 모습에 다들 거봐! 하며 웃었다.
하지만 바로 그때.
[이럴 때는 다 방법이 있지.]
[워허이~]
“흐하하하!”
“흐하하! 아니 저런 걸 한다고 물고기가…….”
[와! 대박! 형들 저거 봐요! 물고기가 잡혀요!]
[지, 진짜 물고기가 잡힌다!]
“잡혀?”
“잡히는데?”
워허이~ 하자마자 물고기가 잡혔다.
“…….”
“…….”
낚시꾼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민물낚시라… 되나?”
“그, 잡네.”
“저기가 괴산 어디라고? 가서 한 번 해 봐야겠는데?”
낚시꾼들이 ‘한 번 가 봐야겠다’ 하며 수다를 떨고 있을 때.
[열쇠가 어디 있더라.]
깜짝 출연을 마친 김택만 옹이 트럭 열쇠를 찾으며 헤매다가 트럭을 들어 올린다.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할아버지.. 보통 사람들은 열쇠 찾겠다고 트럭을 들어 올리지 않아요..
-중현이도 저건 못해ㅋㅋㅋㅋㅋ
-비범한데 본인이 비범한 걸 모르는 게 포인트임ㅋㅋㅋ
-등장시간은 짧았지만 여낚 최고의 카메오였다..
자막으로도 깔리는 제작진의 코멘트.
[분명 떠나신 뒤에도 남아 있는 듯한 존재감]
너무나 강렬했던 임팩트 때문인지 아직도 잔상이 아른거리는 분위기였다.
그동안 홀린 듯한 표정을 짓고 있던 제작진과 삼블랙이 다시 낚시 배틀을 시작했다.
잠잠했던 경쟁이 다시 화르륵 불타오른다.
[저희는 초등학생이 아닌 사람들에게 져 본 적이 없습니다!]
[맞다!]
예능인들도 반격했다.
[우리도 우리보다 잘생긴 애들한테 진 적 없어!]
[그거… 맞다….]
서로 야비하게 방해 공작을 하면서 펼쳐지는 남녀노소 간의 옹졸한 낚시 배틀!
어른과 청년들이 섞여서 유치하게 노는 것을 바라보던 시청자들이 웃을 때였다.
[하지만….]
자막이 깔렸다.
[오늘 낚시의 승자는 뉴블랙도, 여보낚시 팀도 아니었다.]
시청자들이 호기심을 보였다.
‘그럼 누가 이겼다는 거야?’
양쪽 다 이긴 게 아니라면 과연 누가 이긴 것이란 말인가.
그런 이들에게 답해 주듯 로봇이 화면에 잡혔다.
“아, 저거!”
“저거가 있었네.”
모두가 그 존재감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우중현 봇이었다.
우주와 중현의 사진을 스카치테이프로 붙인 낚시 로봇.
영화 화면처럼 화면이 위아래로 좁아지더니 과거 회상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 로봇은요.]
제작진과의 사전 미팅 자리에서 KAIST 연구팀이 직접 시연을 해 보이며 소개한다.
그러나 어딘가 엉성한 모습에 제작진이 의문을 표한다.
[실제 낚시가 가능한가요?]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저희도 조금 회의적이지만….]
이런저런 시범을 보이는 동안 덩그러니 놓여 있는 로봇에게 클로즈업이 된다.
마치 인간들이 스카이넷을 개발하고 나서 안일하게 ‘별거 없겠지’ 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
거기에 음산한 배경음악이 깔리면서 다시 현재로 돌아온다.
[위잉]
[철컥]
로봇이 처음으로 물고기를 낚았을 때만 해도 리혁과 카이스트 대학원생들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기뻐했다.
[개선 방법이 통했어요! 리혁 씨!]
[지, 진짜로 통했다!]
무언가를 수정했는지 로봇의 움직임이 바뀌었다.
드디어 첫 수를 기록한 로봇의 머리를 지호가 ‘잘했어요! 형들!’ 하며 쓰다듬어 주었다.
로봇이 뭔가 보여 줄 것 같은 분위기.
“글쎄.”
횟집에서 보던 낚시꾼들이 단체로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낚시란 건 사람이 하는 거지.”
“낚시란 건 로봇으로 따라 할 수 있는 기교가 아니야. 낚싯대를 그냥 걸쳐 둔다고 물고기가 무조건 무나.”
“맞아. 맞아.”
“기계가 아무리 뛰어나도 사람 손 못 따라가지.”
바로 그때였다.
[위잉-]
[철컥-]
낚시꾼들이 들이켜려던 소주잔을 멈췄다.
‘어?’
[위이이잉-]
[철컥-]
팔을 들어 올렸다가 내릴 때마다 물고기들이 숭숭 잡히고 있었다.
전국의 낚시꾼들이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동안, 시청자들은 단체로 웃음을 터뜨렸다.
-표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야흐로 알파고님의 시대
-기계픽 음원은 이겼지만 낚시 기계는 못 이기는 뉴블랙ㅠㅠㅠ
-다음 주부터 여보낚시 대신 로봇낚시가 방영됩니다
-이러다 드론 낚시도 나올 듯ㅋㅋㅋㅋㅋㅋㅋㅋ
-드론낚시 존재함ㅇㅇ 드론 이용해서 낚싯줄 100미터 넘게 떨구고 그런 식으로 해
-드론낚시가 있..다고?
실시간 댓글창이 복작거리는 동안 여보 낚시는 어느덧 종반부에 접어들었다.
[…….]
[…….]
분명 낚시가 끝나서 이제 홀가분한 표정으로 앉아 있어야 하는 사람들.
그런데 출연진과 게스트 모두 멍하고 허탈한 얼굴로 테이블에 둘러앉아 있었다.
지호가 눈물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기계한테 졌네요.]
[나, 나는 대체 뭘 탄생시킨 거지…?]
기계의 메커니즘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었던 리혁도 얼굴을 감싼 채 슬퍼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현장 사람들의 생각일 뿐.
보는 사람들은 기계 때문에 한참 웃음을 터뜨린 터였다.
기계 하나를 이기기 위해서 중반부터는 인간들이 연합을 했기 때문이었다.
[아이 진짜! 다음부터는 절대 로보트 같은 거 부르지 마!]
트로트 가수 백상교를 비롯해 출연진들이 ‘떼잉!’ 하며 제작진을 비난하는 한편.
이어질 순서에 시청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그거 나올 시간이네.”
태블릿 PC나 핸드폰으로 실시간 TV 재생을 한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난주의 예고편 때문일까.
사람들이 냉장고 문을 열고 미리 준비한 생선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비주의 생선조림 레시피!]
아예 재료까지 사다 놓고 기다리고 있던 시청자들이었다.
화면 속에서 앞치마와 투명 마스크를 한 비주가 손질된 생선을 가지고 조리를 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기름을 조금 넣어 주시고요. 고추장은 요만큼….]
얼마나 계량을 해야 하는지 생선의 양에 따라 설명해 주는 비주.
거기에 맞춰 여기에 들어가는 독특한 재료들이 없을 경우에 대체품으로 무엇을 쓰면 되는지.
전문 요리사처럼 자세한 설명이 이어진다.
지호가 묻는다.
[형은 근데 계량 안 해요?]
[대충 보면 알아.]
사람들의 감탄에 멋쩍게 웃던 비주가 조리를 시작했다.
[보글보글-]
TV 속에서 조리가 되는 동안 뉴블랙이 과거 연습생 시절이나 신인 시절의 이야기를 풀고.
그렇게 현실에서 조리를 하고 있는 동안 TV 속에선 생선조림이 완성됐다.
예능인 추기석이 한 입을 후릅- 하고는 눈을 크게 뜬다.
[어?! 어…?! 뭐야. 맛있는데요?]
[와…….]
[우리 엄마가 해 준 것보다 더 맛있는데?]
돈 받고 팔아도 되겠다는 호들갑이 이어지면서 시청자들이 웃었다.
‘생선조림이 아무리 맛있어도 생선조림이지.’
그 정도로 맛이 있겠나 싶었다.
방송이 슬슬 마무리될 즈음 시청자들도 조리가 끝난 생선조림을 가져왔다.
그러곤 국물을 한 입 먹었다.
“!”
“!!”
모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맛있다!’
너무 달거나 짜지 않고 간이 딱 적절하다.
적당히 달콤하고 매콤한 국물이 입에 들어오면서 절로 침샘이 고인다.
그리고 생선은.
‘나 비린내 예민한데 비린내가 안 난다…!’
‘맛있어!’
새하얀 생선살 위로 잘 익은 조림무를 하나 올린다.
그대로 한 입 먹자, 왜 TV 속 사람들이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알 것 같았다.
‘밥이 더 필요하다!’
즉석밥을 한 개씩 더 데우는 시청자들.
“이거 진짜 맛있는데?”
“아니, 이게 이… 이런 맛이 나는 건가? 재료 뭐 특별한 거 들어가는 것도 없는데?”
“레시피대로 하니까 이 맛이더라고.”
야식 대신 생선조림을 허겁지겁 먹는 사람들.
어느새 TV에 나오는 뉴블랙의 작별 인사는 귓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오직 보이는 것이라고는 생선조림뿐.
그리고.
[지금 간증글 폭발 중인 비주표 생선조림 레시피]
[생선조림 레시피 꼭 봐줘ㅠㅠㅠㅠㅠ 존맛]
[비주 생선조림 대박이다]
곧바로 인터넷에도 생선조림 레시피에 대한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 존맛을 알려야 한다!’
‘나만 알고 있을 순 없어!’
맛 좋은 음식에 대해서라면 누구보다 진심인 한국 사람들.
바야흐로 ‘생선조림 대란’의 시작이었다.
* * *
바다 건너에 있는 우리의 그리운 고향.
한국에서 벌어지는 소란들이 우리의 귀에 들려오고 있었다.
[오늘 마트 생선코너]
생선 다 팔림
온라인에 올라온 한 글에 마트의 사진이 있다.
사람들이 생선조림에 쓸 생선을 몽땅 다 사 가서 생선 코너가 텅텅 비어 있는 장면.
마트 배송 코너에 고등어 등이 [품절] 하고 뜬 캡처 등.
지호가 말했다.
“다른 연예인들은 보면 막 화장품 완판 시키고 그러는데, 우리는 생선을 완판 시키네요.”
“그…러게.”
뉴불백 때 축산농가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러는 동안, 당사자인 비주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이… 정도 반응이 올 정도는 아닌 것 같았는데.”
“아니야. 비주야. 그럴 만 해.”
먹어 본 사람으로서 인정할 수밖에 없다.
보통 우리 집에서 후각이 제일 예민한 아이는 중현이인데.
특정 부분, 그러니까 음식 잡내라든가 비린내에는 중현이보다 더 예민한 아이가 있었다.
“뭐요?”
“아니야.”
그런 아이를 위해 비주가 ‘오메가3가 풍부한 생선을 먹여야 한다!’며 열심히 개발한 생선조림.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
그 때문인지 온라인에서 반응이 폭발 중이다.
-진짜 개존맛ㅠㅠㅠㅠㅠㅠㅠ
-비주야 복받아라 자취생 운다
-비주 요리 미튜브 하면 ㄹㅇ 대박날듯
-나 진짜 똥손갑인데 이거 너무 쉽고 맛있었어 셰프들 레시피 따라 하다 항상 망했는데 드디어 성공함ㅠㅠㅠㅠㅠ
-주부로서 칭찬해요~~
그런 반응을 보면서 우리 둘째가 뺨에 손을 올리고 있다.
홍조까지 살짝 떠오른 걸 보니 엄청 행복한 모양이다.
내가 웃으며 물었다.
“그렇게 좋아?”
“네.”
비주가 수줍게 웃었다.
“저 진짜 이런 거 좋아해요. 제가 막 좋거나 맛있는 거 공유하는데 다른 사람들도 좋다고 하면 엄청 기분 좋은 거 알죠?”
“알지. 그 느낌.”
“형, 이 댓글 봐 봐요. 임신하셨는데 생선조림 비린내 때문에 못 먹었다가 제가 해 준 레시피로 잘 드셨대요.”
“그래?”
“그리고 여기 이분은 평소 자취생인데…….”
자신의 레시피가 사람들의 삶에 소소한 보탬이 됐다는 사실에 행복해하는 우리 둘째였다.
어쩜 이런 애가 있을까 싶다.
“갑자기 날 왜 봐요?”
“어쩜 이런 아이가 있나 싶어서…….”
약간 다른 의미로.
리혁이를 보면서 웃는 동안 미튜브 클립의 댓글창에서 리혁이를 칭찬하는 글들도 보인다.
-ㄹㅇ 과학계로 왔어야 했는데
-리혁아 늦지 않았다 대학원생이 되자
-안 된다 이 악마야ㅠㅠㅠㅠㅠ
-리혁아 혹시 빌보드 말고 노벨이라고 관심 있니? 되게 핫한 어워드인데
-근데 전공자로서 신기했음. 기본 아이디어 자체가 좋더라. 기본적인 연구자로서의 감각이 탑재되어 있음
-하지만 본업이 너무 잘되는 바람에..
-ㅇ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연구자로서의 감각이 좋다는 칭찬들을 보여 주니 리혁이의 입가가 짱구처럼 헤벌쭉 올라간다.
그걸 비롯해 동생들에 대한 다양한 반응들이 가득할 때.
헬스 미튜버들이 중현이네 할아버님의 근육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컨텐츠 등을 보고 있을 때였다.
“음?”
어떤 글 하나가 보였다.
[김중현 어렸을 때 나온 방송 찾았다ㅋㅋㅋㅋㅋ]
중현이네 할아버님을 보고 옛날 그분이 나왔던 방송분을 찾았다는 모양이었다.
푸근하게 웃으며 핸드폰을 보고 있던 중현이를 불렀다.
“중현아.”
“네?”
“할아버님이 옛날에 <어머나, 세상에 이런 일이> 이거에 출연하신 적 있어?”
“어. 네.”
2000년대 초반에 몸짱 할아버지로 출연했다는 말에 내가 물었다.
“거기에 너도 나온다는데?”
“……!”
“나오는 거 맞나 보네.”
“그……!”
중현이가 말했다.
“그… 안 돼요.”
“왜?”
“그…….”
왠지 모르게 창피해하는 반응에 우리가 해당 글에 담긴 링크를 눌렀다.
그리고 나오는 썸네일.
HBS 방송국 미튜브 계정에서 알고리즘을 타기 위해 만든 영상이 나타났다.
[작고 연약했던(?) 김중현의 어린 시절]
이마에 손수건을 올린 채 누워 있는 꼬마 중현이의 썸네일.
‘호오?’
‘오호라?’
이건 또 뭘까?
흥미가 동하기 시작하면서 우리의 입가가 행복하게 말려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