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925화 (925/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25화

HBS 미튜브 계정에서 올려 준 컨텐츠.

[HBS 옛날 TV 다시 보기]

컨텐츠 자체는 요즘 자주 보이는 포맷이었다.

최근 들어 미튜브가 돈이 된다고 생각했는지 갑자기 ‘저희 미튜브 합니다♡’하고 있는 방송국들.

그런 지상파 방송국들이 자신들의 옛날 드라마나 화제가 된 과거 영상들을 업로드하는 컨텐츠였다.

“요정 컴미 같은 것도 올려 주면 좋을 텐데.”

“그게 뭐예요?”

“지호 너는 어렸을 때 안 봤어? 어린이 드라마?”

“어린이 드라마…? 저는 달빛천사 봤는데염.”

그게 뭐지.

세일러문이랑 비슷한 건가?

5살에도 세대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눈앞의 컨텐츠를 바라보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그…….”

중현이가 말했다.

“저 조금 부끄러운데.”

“괜찮아. 중현아. 부끄러워할 필요 없어.”

“아니….”

“이리 와. 어서.”

중현이의 흑역사가 담겨 있을 것 같은 옛날 영상.

정말 흔치 않은 기회였다.

“진짜 이런 거 흔치 않죠.”

리혁이가 키득거리며 말했다.

“우리는 뭐 옛날에 사소한 거 하나하나 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잖아요.”

“그니까.”

내가 TJ에서 연습생으로 있던 시절의 영상들이라든가.

리혁이가 동요 대회에서 우승을 한 영상이라든가. 중학교 수련회 무대에서부터 두각을 드러내는 비주의 영상이라든가.

놀이공원에서 누나들에게 떼를 쓰다가 뉴스에 박제된 8살 왕지호 어린이라든가.

그에 비해 중현이는 과거 영상이 적은 편이었다.

비주가 썸네일을 보며 말했다.

“여태까지 아무도 몰랐다는 게 정말 신기해요.”

“그러게.”

“할아버님이 주인공이라서 그런가?”

중현이네 할아버님이 메인인 영상이라 사람들이 거기에 중현이가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을 수도.

게다가 2000년대 초반 영상이니까.

2002 월드컵만 해도 벌써 16년 전이다.

“저는 안 볼래요.”

“어허.”

“…….”

꼼지락하는 중현이를 우리 사이에 끼워두고는 호텔 TV에 영상을 틀었다.

“이런 건 큰 걸로 봐 줘야지.”

“그거 맞다.”

곧이어 영상이 재생됐다.

2000년대 방송 특유의 로고가 흘러나온다.

<어머나, 세상에 이런 일이!>

매일 자정만 되면 마을에 울려 퍼지는 기묘한 종소리라든가.

중세 갑옷을 입은 채 소를 타고 산책하는 할아버지라든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일들에 제보를 받는 프로그램이다.

화면 상단에 뜨는 자막.

『괴산군 몸짱 할아버지』

2000년대 프로그램 특유의 익살맞은 내레이션이 깔린다.

자료 화면으로 나오는 각종 화장품과 농산물.

[바야흐로 웰빙 붐이라 할 수 있는 요즘! 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점점 높아져만 가고 있는데.]

제작진에게 들어온 독특한 제보.

사무실에서 전화기를 든 제작진이 어색하게 연기한다.

[네? 괴산군에 몸짱 할아버지가 있다고요…?]

그러면서 괴산군의 ‘B 면’ 하는 자막이 깔린다.

마을에 돌아다니던 주민들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아! 그 양반이 힘이 아주 와따야! 와따!]

[우리 동네에 그 할아버지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어찌나 몸이 좋은지, 젊은 애들도 못 따라가.]

[아주 어마어마한 양반이지.]

주인공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이 모락모락 일어날 때.

제작진들이 뛰어간다.

[저, 저기 있다!]

갑자기 찾은 척하며 논밭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는 남자에게 달려간다.

제작진이 카메라를 들고 달려가자 중현이네 할아버지가 어색한 얼굴로 묻는다.

[어… 카메라… 무슨 일이에요?]

제작진에게 대본을 받은 것처럼 너무나 어설픈 연기.

우리가 웃음을 터뜨리면서 중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거짓말 못 하는 게 저희 집안 내력이에요.”

그러면서 [김택만] 하며 소개가 깔린다.

요즘이었다면 중년과 노년 사이의 애매한 경계선이지만, 당시에는 할아버지라 부르던 나이대.

옛날 이런 프로그램 특유의 내용들이 이어진다.

[젊은이와 팔씨름을 해 보는데!]

동네 젊은이들이 다 달려들어도 1초 만에 승부를 내는 중현이네 할아버지.

[멧돼지와도 싸웠다던 젊은 시절의 사진을 공개하시는데.]

그리고 이런 프로그램에 꼭 나오는 사진첩 공개.

젊은 시절 굉장한 미남이었단 할아버님의 얼굴에 우리가 감탄했다.

“저래서 지금도 미남이시구나.”

“와, 이렇게 보니까 중현이 형, 할아버님 되게 닮았네요?”

“근데 할아버지가 나보다 좀 더 진하게 생기셨어.”

눈썹이 부리부리하고 초롱초롱한 눈을 자랑하는 중현이네 할아버지의 젊은 사진에 감탄하고.

이제 왜 몸짱이 되었는지, 어떤 사연이 있는지를 깊게 파고들 시간인데.

[그냥 나기를 이렇게 나 버렸는데…….]

그렇다.

할아버님에겐 그런 서사가 없었던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강했던 것뿐.

그런 까닭에 제작진이 서사를 주고 싶어 어떻게든 흥밋거리를 찾은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할아버지에게도 큰 고민이 있는데…….]

마루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의 근심 어린 표정.

“할아버지가 배고프실 때 짓는 표정이에요.”

“……그렇군.”

거기에 슬픈 BGM이 깔린다.

[이렇게 몸짱으로 칭송 받는 할아버지에게 말 못 할 고민이 과연 무엇일까?]

중현이네 할아버지가 인터뷰에서 말한다.

[우리 손주가 몸이 좀 많이 약해.]

우리가 중현이를 바라보았다.

[몸이 약해서 아주 걱정이야. 내가 매일 보약을 달여 주고, 몸에 좋은 거란 좋은 거는 다 먹였는데. 이놈이 몸이 어찌나 허약한지.]

그리고 중현이가 나온 순간.

우리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김중현 / 손자 (8세)]

어린 중현이가 이불을 깔고 드러누운 채 이마에 물수건을 올리고 있다.

중현이의 비하인드를 알아서 웃긴 게 아니라, 그냥 봐도 너무 얼토당토 안 해서 웃긴 장면이었다.

8세인데도 이미 초등학교 고학년 같은 중현이의 몸.

너무나 건강해 보였다.

“저때 진짜로 아팠어요. 형?”

“아니… 할아버지가 방송 나와야 되니까 최대한 아픈 척하고 있으라고 해서. 평소에도 한약 먹으면 열 오른다고 저거 해 주시긴 했는데, 저 날은 좀 막 아픈 척하라고 했어.”

중현이를 내려다보는 할아버지의 근심 어린 표정.

그리고 거기에 깔리는 자막.

[유난히 병약한 손자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

우리가 박수를 치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중현이의 인터뷰가 이어진다.

제작진이 묻는다.

[몸이 많이 약해요?]

[녜….]

젖살이 약간 통통하지만 크면 대단한 미남이 되겠구나 하는 얼굴.

그러면서 손주를 학교까지 할아버지가 배웅해 주시는데, 그 장면만 보면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할아버님 키가 어떻게 되시지…?”

“188인가 그러실 걸요? 나이 드셔서 이제는 조금 줄었다고 하시는데.”

할아버지의 손을 잡을 때는 앙증맞았던 손주가 초등학생 친구들 틈바귀에 끼니 갑자기 거인이 됐다.

머리통 하나는 작은 친구들을 데리고 다니는 초등학생의 뒷모습.

그리고 그걸 아련히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눈빛.

“흐하하하하!”

“흐하핫!”

당시 제작진의 고민이 눈에 보여서 웃음이 나왔다.

‘뭔가 서사가 있어야 하는데…’ 하면서 어떻게든 작고 병약한 손주를 만들어 낸 느낌.

이런 방송들이 그러하듯 마지막에는 중현이네 할아버지가 [특제 보양식!] 하면서 손주를 위한 보양식을 만들고, 앞으로 손주에게 조금씩 운동을 시켜 보겠다고 하면서 영상이 끝났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손을 잡고 걸어가는 영상의 뒤에 내레이션이 깔린다.

[중현이도 앞으로 건강하게 잘 살아야 한다~]

우리가 박수를 치며 웃음을 터뜨렸다.

중현이가 손등으로 눈가를 덮고 슬픈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우리는 댓글창을 살펴보았다.

-아니 선생님.. 애기가 다른 애기들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큰데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어처구니없어서 웃ㅇ김ㅋㅋㅋㅋ

-저 둘만 걸어가면 원근법이 다름ㅋㅋㅋㅋㅋㅋㅋ 사람들 다 작아지고

-저게 어딜 봐서 초등학교 1학년이냐고ㅋㅋㅋㅋㅋㅋ

-병ㅋㅋㅋ약ㅋㅋㅋㅋㅋ

-할아버님이 들고 있는 생수 2리터가 500미리처럼 보이는 이 기현상

-곰돌이 가족 보는 거 같아ㅋㅋㅋㅋ 긔여워

그걸 시작으로 온라인에 짤이 잔뜩 퍼져 있었다.

중현이가 창피한 얼굴로 말했다.

“당분간은 인터넷 안 들어가야겠어요.”

“흐하하하!”

“아무도 내 이야기 안 듣네…….”

“흐하하하하핫!”

우리가 메신저 프사를 단체로 [유난히 병약한 손자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 짤로 바꾸고 있을 때.

지호가 깔깔 웃으며 말했다.

“아, 근데 예능 출연은 우리가 했는데~ 이슈는 중현이 형이 되네요. 와 부럽다~”

“그러니까 진짜 부럽다.”

“출연도 안 하고 제일 핫해졌네.”

중현이가 살짝 세모꼴이 된 눈으로 흘겨보는 동안 내가 깔깔 웃고 있었다.

잉어에게 뺨을 맞는 리혁이라든가.

모태병약 중현이라든가.

각자 하나씩 부끄러운 것들을 얻어 온 동생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후후후후.”

그렇다.

귀염둥이 우주는 아무 짤도 탄생시키지 않고 무사히 지나간 것이다!

“우주 형 표정 봐요. 진짜 얄미워.”

“자기는 무사히 지나갔다 이거지.”

그렇게 혼자 히죽히죽 웃고 있을 때.

평소처럼 눈팅하고 있던 팬카페의 게시글이 하나 보인다.

나를 부르는 글.

[이 사람 오빠 닮았는데 오빠보다 옷 더 잘입는 거 같아요]

도전 욕구를 느끼며 글을 클릭했다.

그러자 뜨는 사진 하나.

그것은 바로 우중현 봇이었다.

내가 그 아래 댓글을 달았다.

-쟤 아무것도 안 입고 있잖아요?

그러자마자 달리는 답댓글.

-헐!!!!!!! 대박!!!!

-ㅇㅇ 아무것도 안 입고 있어요

[강퇴] 버튼에 손이 근질근질한 것을 참으며 댓글을 달았다.

-어디 사시나요

-혹시 오징어 공주님처럼 유명해지실 생각은 없나요

그런 댓글을 달면서 팬카페를 평소처럼 주르륵 훑어보았다.

“으음…….”

“왜 그래요. 형?”

“팬카페가 점점 더 보기 힘들어지는 것 같아서.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되지… 너무 방대해지는?”

팬카페 사이트가 과부하가 걸린 것 같다고 해야 되나.

매일 생산되는 글의 양은 엄청 많은데, 그게 여기저기 분산되면서 내가 카페 돌아가는 상황을 직관적으로 보기 힘든 구조였다.

워낙 우리 팬이 많아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잘 굴러가던 시스템이 점점 한계치까지 다다르는 느낌이다.

“이건 마치 도시국가 체제에서는 가능했던 직접 민주주의가 현대사회에서는 적용하기 힘든 것과 비슷한 거죠.”

“저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리혁이 형.”

“치킨집 테이블이 50개인데 손님이 500명이라고.”

“아하.”

맞는 말이었다.

사실 카페라는 곳은 기본적으로 수백만 이상의 인원을 수용하려고 계획된 곳이 아니니까.

“음…….”

그런데 팬카페만큼 팬들과 소통하기 좋은 곳도 없다.

인스타에 글을 쓰거나 Y앱으로 라이브 방송을 하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고 해야 되나.

주력 소통의 플랫폼 중 하나인 팬카페를 어떻게든 개선하면 좋겠는데.

“너희도 요새 나랑 비슷하게 느끼지?”

“네, 조금?”

“예전에는 글이 조금씩 올라와서 괜찮았는데, 요새는 거의 하루 종일 확인하지 않고서는 힘드니까.”

“요새 영어도 되게 많아요.”

규모가 어마어마해지긴 하지만 온라인에 모일 곳이 없는 해외 팬들이 어렵게 팬카페에 찾아오는 경우도 많고.

팬카페 관리자가 모니터링하기 힘든 새벽 시간대가 되면 이상한 사람들이 우리 욕으로 온갖 도배를 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리혁이가 말했다.

“내 생각에는 새로운 플랫폼이 필요할 때예요.”

솔깃하다.

“새로운 플랫폼?”

“기존의 소통으로는 충족하기 어려운 점들을 만족시켜 줄 새로운 플랫폼이 필요한 거죠.”

그 말에 우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새로운 플랫폼이 있으면 좋지.”

“팬들이 쓰는 글에 직접 소통할 수도 있고, 우리가 댓글 달기도 훨씬 편해지고…….”

“어? 생각보다 아이디어 괜찮은데요?”

모두 좋아하고 있을 때.

비주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말했다.

“저는 팬카페만의 감성이 좀 더 좋은 것 같은데…….”

“…그건 또 그렇긴 하지.”

“사람들이랑 덕질 이야기하면서 수다도 떨고. 장문으로 글 올린 거 보며 같이 감상하고…. 팬들끼리만 느끼는 그런 게 있거든요.”

“팬분들 시점에서?”

“ㄴ…네! 수플레들 시점에서요.”

말을 얼버무리던 비주가 웃으며 말했다.

“근데 요새 팬카페가 너무 커진 것도 사실이라… 무언가 개선책이 필요할 것 같긴 해요.”

비주까지 찬성표를 던진 후.

동생들과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아이디어 회의를 했다.

그러면서 탄생한 다양한 아이디어들.

리혁이가 종이에 빼곡하게 정리한 신기능이나 아이디어를 보며 우리가 미소를 지었다.

“대박이다.”

“진짜 이거 아이디어 너무 좋은데요?”

“형들, 형들. 팀장님한테도 우리 이거 이야기해 봐요!”

“그럴까?”

*   *   *

“이미 개발 중인데.”

“…….”

“관련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야.”

“…….”

석환 형의 말에 우리가 눈을 지그시 감았다.

‘이미 개발 중이었군.’

‘유능하네요. 우리 TF 팀….’

그런 우리의 표정에 TF 팀장이 안경을 고쳐 쓰며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너희가 느낄 정도로 문제점들이 있으면 당연히 우리는 먼저 알지. 그런 거 살피는 게 우리 일인데.”

“그랬구나….”

“이미 7, 8개월 전부터 회사 사람들이랑 하고 있던 고민이야.”

그 옆에 있던 홍서영 과장님도 고개를 끄덕였다.

“팬카페 관리 인력을 늘려도 늘려도 감당이 안 되더라고. 이게 불편한 점도 많고.”

일일 이용자만 해도 어지간한 중소형 온라인 커뮤니티는 이긴다는 이야기에 놀랐다.

어쩐지 자유 게시판 보면 글이 1분 사이에 수백 개고 그렇더라.

비주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사람 생각하는 게 정말 비슷비슷한가 봐요.”

“응, 우리도 너희랑 똑같이 생각했지. 그냥 조금 더 일찍 알았을 뿐.”

홍서영 과장님이 생긋 웃으며 종이를 받아 들었다.

그러고는 길쭉한 손가락으로 목록의 기능들을 하나하나 가리켰다.

“이것도 들어갈 거고.”

“오.”

“이건 좀 악플러들이 악용할 여지가 있고, 이 기능은 지금 어플 개발자들이랑…….”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

우리가 갸웃했다.

“어플이요?”

“응?”

“온라인 사이트가 아니고요?”

우리가 상상한 것은 수플레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였다.

그런데 어플이라는 말에 약간 어리둥절했다.

홍서영 과장님이 말했다.

“어플로 접속하는 커뮤니티? 그런 개념으로 생각하면 될 거야.”

“아하.”

“기존에 있는 팬카페의 많은 기능을 대신할 만한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돼. Y앱처럼 라이브 방송도 들어갈 거고.”

그 말에 리혁이가 물었다.

“그럼 Y앱은요?”

“그쪽은 요새…….”

석환 형이 말을 대신했다.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고 하더라고.”

“아…….”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Y앱이 앞으로 길어야 2년이나 3년 정도? 갈 거라고 업계 사람들은 보고 있어.”

지호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그럼 거기 있는 우리 라이브나 그런 컨텐츠는요?”

“없어지는 거지.”

“…….”

“…….”

Y앱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 본 것 같다.

석환 형이 말했다.

“그래서 독자적인 플랫폼을 기획하고 있는 거야. 엄밀히 말하면 팬카페는 포털이 주체고, Y앱도 별도 회사가 있으니까.”

“이해했어.”

“예전에는 모르지만 이제는 충분히 시장성도 있거든. 도전할 만한 기회라고 생각해.”

그런 말을 하며 조용히 웃고 있는 두 남녀의 모습에 잠시 감탄했다.

일 잘하는 거야 알고 있다.

그런데 미래에 대해 이렇게 탄탄하게 준비를 하고 있는지는 모르고 있었으니까.

지호가 감탄했다.

“와. 진짜 대단하네요.”

“대단한 건 아니야. 지금 대형 기획사들이 다 비밀리에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이거든.”

TJ 엔터를 비롯해 대형 기획사들이 이런 온라인 플랫폼을 개발하는데 돈을 들이고 있다는 모양이다.

기존 내가 보던 것과는 다른 시장 분위기.

“K팝 파이가 옛날이랑 달라. 시장도 훨씬 더 어마어마하게 커졌고.”

석환 형이 말했다.

“어디든 똑같아. 시장 파이가 작을 때는 교류가 자유롭지만, 파이가 커지기 시작하면 각자 독점적인 벽을 쌓기 시작하거든. 우리도 그 벽을 다른 회사랑 똑같이 쌓는 것뿐이니까.”

새로운 무언가가 나온다고 생각하니 설렌다.

그런 설명을 들으며 내가 물었다.

“개발은 많이 진척된 거야?”

“아직 시작 안 했어. 사업 예정 계획으로 잡는 건 내년 하반기나 내후년 초반 정도?”

2019년 후반이나 2020년 초반.

지금으로선 까마득한 미래의 일 같다.

석환 형이 깍지를 끼며 말했다.

“시작하기 전에 최종 단계도 남았고.”

“최종 단계?”

“너희 의향을 묻는 거.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 프로젝트에서 무엇이 보완되어야 하는지, 무엇이 있으면 좋겠는지 하는.”

“아.”

“그런 의미로 잘 됐어. 이게 필요했거든.”

석환 형이 우리가 만든 기획안을 보이며 웃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평소 좋아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아하는 분위기였다.

“정말 잘됐어. 정말 잘…….”

“정말 잘됐죠!”

홍서영 과장님까지 손뼉을 치며 좋아하고 있다.

리혁이가 고개를 갸웃하고 물었다.

“저희 아이디어 중에서 좋은 게 있어요?”

“가장 좋은 아이디어 하나가 있지.”

두 사람이 가리키는 곳을 우리가 바라보았다.

“이름이요?”

“응.”

우리가 구상한 아이디어는 바로 레몬 엔터의 공식 사이트 같은 분위기였다.

-뉴블랙만을 위해 사이트를 만들어 달라!

…하는 건 조금 양심 없는 느낌이라, 레몬 엔터 아티스트들의 팬이 모이는 공간! 정도로 구상했다.

그래서 그걸 포괄하는 의미로 제시한 이름인데.

우리가 물었다.

“특별할 것 없는 이름 아니에요?”

“아니야. 안 그래도 지금 이름 때문에 이슈가 많았거든.”

“?”

“대표님이 이름을 지으셨어.”

“!”

우리 모두 침을 꿀꺽 삼키고 물었다.

“지금 무슨 이름인데요?”

*   *   *

레몬 엔터의 또 다른 TF팀.

팬 커뮤니티 기능을 갖춘 어플리케이션을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일하고 있는 특별 팀.

“후우.”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해당 TF팀이 한숨을 쉬었다.

사무실 문에 붙은 팻말 때문이었다.

[뉴토피아 개발팀]

“후우우…….”

“휘우우우….”

박규호 대표가 친히 지어 준 이름이었다.

-새로울 뉴! 거기에 유토피아를 붙여서 뉴토피아 어떤가? 핫핫핫!

뉴블랙과 스칼렛을 이용해 NBS라는 방송국 명을 지은 이후로 다시 자신감을 되찾은 박규호 대표였다.

머리와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말을 하는 통에 ‘그…’ 하며 다들 말만 삼켰다.

‘구려.’

‘어떻게 이 정도로 구리지.’

‘뉴트리아 같아.’

왠지 설치류가 떠오르는 느낌.

하지만 임직원들은 반박하기 힘들었다.

바깥에서야 ‘뉴블랙 덕분에 터졌구나!’ 하며 가볍게 보지만, 업계 사람들에겐 전설적인 기업가가 바로 박규호 대표였다.

특히나 기존 레몬 엔터 직원이 아니라 새롭게 들어온 신규 TF팀 직원들에겐 더더욱 그랬다.

물론, 여기에 조규환 이사의 말도 있었다.

-너무 걱정들 말고 일하도록 하세요. 이름이야 바로잡을 기회가 반드시 생기니까.

굳이 박규호 대표의 기분을 상하게 할 필요 없이, 그런 기회가 생길 거라는 말.

그 말뜻이 무엇일지 모두가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벌컥!

직원 하나가 문을 열고 뛰어 들어왔다.

“대박 소식!”

“뭐야. 뭔데요?”

“우리… 우리 어플 이름 바뀐대요!”

“진짜로?”

갑자기 어플리케이션의 이름이 바뀌게 되었다는 말.

“이름이 뭔데?”

“에이드래요!”

레몬에이드에서 딴 듯한 이름.

곧바로 레몬 모양의 로고 아래 [에이드] 하며 적혀 있을 이름을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본래라면 그럭저럭 괜찮은 이름이지만.

‘서, 선녀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이름이……!’

직원들이 감격한 얼굴로 눈을 크게 떴다.

그때 누군가 물었다.

“이름이 바뀐 건 좋긴 한데… 왜 갑자기 바뀐 거래요?”

“그게…….”

직원이 소문을 전하듯 소곤거렸다.

“저도 확실한 건 모르겠는데.”

“네에….”

같이 소곤거리는 직원들에게 그녀가 말했다.

“뉴블랙이 구리다고 깠나 봐요.”

“…….”

“특히 우주 씨가 절대 뉴토피아는 안 된다고 했다는데요? 그냥 에이드로 쓰라고.”

“…….”

누군가 손을 들었다.

이름에 대해 초롱초롱한 눈으로 좋아하던 박규호 대표는 쉬이 고집을 꺾기 힘들어 보였는데.

“그걸 박규호 대표님은 그대로 따랐고요?”

“네.”

레몬 엔터를 지금의 규모로 키워 낸 전설적인 CEO 박규호.

그런데, 회사의 최고 존엄 위에 진정한 비선실세들이 있었다.

레몬 엔터 직원들 사이에 떠도는 말.

-레몬 엔터의 모든 권력과 부는 우주선에게서 나온다.

깨달음을 얻은 직원들의 표정.

“!”

“!!”

그제야 레몬 엔터의 진정한 권력이 어디에 있는지를 깨달은 신규 직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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