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933화 (933/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33화

마트 좋아.

너무 좋아.

뉴블랙은 마트에서 살 거야!

“꺄르륵!”

“꺄륵!”

자꾸만 실없이 웃음이 새어나왔다.

아이들 앞이라고 근엄하게 웃고 다니려고 하는데, 역시 사람이 본성을 감추기가 쉽지 않다.

“아이고! 우리 아들들! 이리 와 봐!”

“네!”

돈까스를 판촉하시는 분의 손짓에 우리가 다가갔다.

싹둑싹둑.

갓 튀긴 돈까스가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졌다.

녹말 이쑤시개로 콕 찍어서 건네주는 어머님에게 감사합니다! 하고는 아기들에게 건넸다.

“얘들아! 이번에는 돈까스야.”

“돈까스!”

오물오물.

음식을 먹은 아기들을 보며 웃고는 우리도 돈까스를 받아들었다.

“으음~”

개그맨 서지형이 홍보하는 치즈 돈까스.

그런 판넬이 붙은 곳에서 우리가 으흠~ 하며 리액션을 하자 사람들이 돈까스를 집어 들기 시작했다.

흥분한 판촉 아주머니가 돈까스를 더 내밀었다.

“더 먹어요. 더.”

“아유, 감사합니다. 안 그러셔도 되는데…….”

“뉴블랙이라면 내가 여기 돈까스 10장도 튀겨 줄 수 있어!”

우리가 흐뭇하게 웃었다.

‘그렇죠.’

‘지금 20팩을 파셨으니까요.’

5분 만에 20팩.

우리가 돈까스 코너를 떠난 뒤에도 돈까스 코너는 계속 복작거렸다.

“돈까스 먹었으니까 느글느글할 것 같은데. 여기서 주스 한 잔 마시고 가요!”

“네!”

오렌지 주스도 한 모금씩 마시고.

카트를 밀면서 이동하자 이번에는 불고기를 맛나게 굽고 있는 아저씨가 우릴 맞이했다.

“아이고! 사장님들 오셨습니까!”

반갑다면서 장갑까지 벗고 악수를 청하는 분에게 우리가 꾸벅 인사하며 악수를 했다.

“사장님…?”

“우리 사장님이죠, 뭐!”

“?”

이내 상품명을 확인하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뉴불백]

김덕순 여사의 심통맞은 빨간 캐리커처가 그려진 밀키트였다.

우리가 재작년에 홈쇼핑에서 팔았던 식품.

“시식 한 번 해 보시죠.”

“애기들은 조금 매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럼 간장 뉴불백을 드릴까요?”

“네!”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는 아기들에게 종이컵에 담긴 불백을 건네주었다.

장사 잘 되시냐는 물음에 뉴불백을 파시는 아저씨가 답했다.

“항상 잘 되죠. 우리 사장님들의 은총 덕분에…….”

“은총이라니요.”

과장된 말에 부끄러워하는 우리 모습에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 빌보드도 잘하고, 그래미 차트에도 오르시고! 화이팅입니다.”

“감사합니다!”

“최고의 가수! 뉴블랙!”

쌍으로 엄지까지 들어주는 사장님에게 꾸벅 인사하며 발걸음을 움직였다.

뒤를 돌아보니 사람들이 뉴불백을 거의 쓸어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곤 내 손을 잡고 있는 여울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여울아.”

“응.”

“방금 삼촌이 뭐 하는 사람인지 들었지?”

“응. 가수.”

“삼촌은 직업이 두 개야. 마트 삼촌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여울이가 ‘가수’ 하고 되뇌면서 동그란 눈을 내게 향했다.

“일이 두 개면 안 힘들어?”

“쉽지는 않지.”

“그럼 왜 두 개 해?”

“사람들이 삼촌들이 하는 일을 좋아해 주거든. 그래서 되게 이것저것 많이 해 보고 싶어.”

그렇게 답해 주자,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던 아가가 말했다.

“그래도 힘들면 안 돼.”

“알았어. 조심할게.”

내가 웃으며 답을 해 주니 여울이가 쑥스럽게 웃으며 몸을 꼬았다.

혼자 팔을 파닥거리며 막 몸을 꿈틀거리는데, 아이라 그런지 이런 장면이 쑥스러운 모양이다.

그런 말을 하고 있을 때였다.

“어?”

“백야다.”

“백야!”

보통 K마트 로고송이 흘러나오는 스피커에서 우리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제작진이 귀띔을 해주었다.

“마트에서 뉴블랙 분들 환영한다고 틀었대요.”

“아 진짜요?”

<백야>가 흘러나오면서 사람들이 손뼉을 치며 와아아아 했다.

“와아아! 뉴블랙 무대한다!”

“뉴블랙 노래한다!”

“노래하고 춤도 춘다!”

짓궂게 웃으며 우릴 바라보는 사람들.

우리가 노래하고 춤춘다고 한 적도 없는데 본인들이 서동요처럼 몰아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일제히 둥그렇게 거리를 벌려 주는데, 정말 합이 착착 맞는 사람들이었다.

“그럼 백야의 무대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

우리가 후렴을 부르며 가볍게 춤을 췄다.

Cause We’re villains

아무것도 두려워할 필요 없어

밤은 우리의 시간이야

다들 환호성과 함께 박수를 쳐 주었다.

“와아아아아아…!”

가볍게 안무를 보여 준 우리가 옷매무새를 정돈했다.

그러곤 오늘 무대의 가장 중요한 VIP를 바라보았다.

멀찍이서 친한 마트 아주머니의 손을 잡고 구경 중이던 여울이와 유나, 민우.

“…….”

“…….”

아기들의 눈이 동그래져 있었다.

그리고 조금 몽롱했다.

“어때?”

우리가 기대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삼촌들 멋있지?”

“으응…….”

“응…….”

처음에는 놀란 얼굴.

하지만 아이들의 입가에 씰룩씰룩하는 웃음이 감돌고 있었다.

특히 여울이와 유나는 부끄러운 듯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손틈 사이로 우리를 빼꼼히 보고 있었다.

중현이가 흐뭇하게 웃으며 물었다.

“이제 삼촌들 뭐 하는 사람인지 알겠지?”

“응!”

“삼촌들은 뭐 하는 사람들일까?”

“마트 삼촌!”

동생들과 함께 아련한 미소를 지었다.

‘쉽지 않다, 오늘 방송.’

*   *   *

어딜 가든 환호해 주고 귀엽다고 말해 주는 사람들.

마트에서 흘러나오는 우리 음악.

쇼핑을 하면서 우리는 내내 흐뭇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자. 썸네일 각 잡자.”

동생들과 함께 마트에서 행복한 포즈를 취했다.

“하나 둘 셋.”

“뿅!”

정지 상태로 3초 굳은 우리에게 제작진이 물었다.

“뭐 하신 거예요?”

“아. 요새 방송국에서도 미튜브 많이 하시잖아요. 그거 썸네일에 쓰실 사진 찍었어요.”

“아! 그런…!”

“저희 기특하죠?”

제작진이 대만족한 얼굴로 박수를 쳤다.

조연출 분이 말했다.

“아. 근데 정말 행복한 고민이네요. 벌써 분량을 한참 초과해서…….”

“그래요?”

“네, 지금 방송에 쓸 장면만 해도 한참을 초과해 버려서 고민이에요. 좋긴 한데…….”

“저희가 좀 분량을 잘 만들어요.”

분량이 너무 많아져서 고민이라는 조연출에게 웃어 보이고는 비주에게 시선을 돌렸다.

“살 건 다 샀어?”

“네. 얼추.”

카트에 담긴 물건들을 확인했다.

“잡채 재료는 다 샀어요.”

“오키.”

“쿠키 만들 재료도 샀고, 고기도 넉넉하게 샀고… 과자랑 음료들도 조금 샀고….”

일단 아이들에게 해 주려고 계획한 것들은 다 샀다.

물론 이 요리들을 다 하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삼촌.”

유나가 우리에게 말했다.

“나 배불러.”

“나두.”

“나도 배가 쪼금 불러.”

우리도 고개를 끄덕였다.

“삼촌들도 엄청 배불러.”

“진짜?”

“응.”

모두 배가 엄청나게 불러 있었다.

시식 코너에서 한두 개씩 주는 걸 계속 먹다 보니까 어느 순간 음식이 꽈악 차 있었다.

“커피.”

리혁이가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말했다.

“커피가 필요해요.”

“음료 한 잔씩 할까?”

“네.”

사람들도 엄청 많은 데다가 위험한 카트들이 돌아다니는 마트.

아이들에게 온 신경을 쏟으면서 움직였더니 동생들도 기력이 쭈욱 빨려 나간 얼굴이었다.

“여울이랑 유나, 민우는 아이스크림 사 줄까?”

“응!”

“그럼 가자!”

마트에서 쇼핑을 마친 우리는 푸드코트가 있는 2층으로 향했다.

푸드코트에서도 비슷한 소란이 벌어졌다.

음식을 먹고 있던 아기들이 포크를 떨어뜨리며 충격 받은 얼굴로 우리를 바라보고.

“안녕. 마트 삼촌이야!”

“반가워, 얘들아! 마트 삼촌이야!”

해탈한 미소를 지으며 마트 삼촌으로서의 정체성을 받아들였다.

아기들이 뭘 알까.

나만 해도 7살 때 국회의원이라고 하면 한의원이랑 비슷한 건 줄 알았다.

애기들의 세계관에선 우리는 마트 삼촌인 것이다.

“하하하하하!”

“조금 지나치게 포기한 것 같은데요.”

“받아들이는 거지.”

리혁이의 말에 답을 하고는 2층 푸드코트를 돌았다.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에서 아이들이 먹고 싶다고 하는 아이스크림을 골라 주고.

“유나 아이스크림 볼래.”

“푸는 거 보고 싶어?”

“응!”

아이스크림 푸는 걸 보고 싶다고 보채는 아이들을 들어 올려서 같이 구경을 했다.

돌돌돌.

아르바이트생이 아이스크림을 풀 때마다 우리와 삼남매가 오오오 했다.

“오오오오오~”

“우와아아아아아!”

아이스크림을 푸다 말고 알바생 분이 고개를 돌려 웃음을 터뜨렸다.

웃다가 사레가 들렸는지 ‘째송합니다, 콜록!’ 하던 알바생이 아이스크림을 건네주곤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웃겼나.

아이스크림을 건네주는 알바생 분에게 우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시 오와앙? 해 보였다.

“으하… 콜록!”

벌건 얼굴로 기침을 한 알바생이 얼굴을 감추며 도망쳤다.

흐뭇하다.

뭐가 웃긴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오늘도 한 사람의 지친 사회인에게 웃음을 준 것 아니겠는가.

그동안 리혁이가 음료를 시켰다.

“형은 뭐 마실 거예요?”

“나는 아이스 초코.”

“작가님들은 뭐 드실 거예요? 저희가 사 드릴게요.”

제작진도 인파를 헤치며 촬영을 하느라 지쳤는지 반색한 얼굴로 주문을 했다.

그렇게 음료를 시키고 진동벨을 받아 들었을 때.

“삼촌.”

여울이가 내게 말했다.

“나 해 보고 싶은 거 하나 있어….”

“뭔데?”

“저거 띠리링 해 보고 싶어.”

“진동벨?”

끄덕끄덕.

띠리링이 뭔가 해서 머리를 굴려 보고는 물었다.

“이따가 저게 띠리링 하면 가져가 보고 싶다는 거지?”

“응.”

“그래. 여울이가 해 봐.”

“응!”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걸 해 보고 싶어 하는 것처럼 진동벨을 해 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 됴아!”

아이들이 꺄르륵 웃으며 스푼으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을 때.

카메라를 세팅한 제작진과 함께 테이블에서 휴식을 취했다.

“으어어어어…….”

“제작진 분들은 이걸 매주 하시는 거네요.”

“그렇죠.”

“진짜 대단하시네요.”

어른들은 이미 지쳐 있는데 아기들은 아이스크림을 먹고 쌩쌩한 얼굴이었다.

제작진과 두런두런 대화를 나눌 때였다.

지이잉.

얼마 안 가 울리는 진동벨.

여울이가 화색이 돈 얼굴로 진동벨을 집고 앙증맞게 걸어갔다.

“나두!”

언니 하는 건 나도 해야 한다며 따라가는 동생 유나.

중현이가 아기들을 뒤따라가며 미소를 짓는 걸 보고 있을 때였다.

오디오가 하나 비는 걸 깨닫고는 고개를 돌렸다.

“?”

민우의 상태가 뭔가 이상했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추워서 그런 건가 했는데 몸을 배배 꼬고 있는 느낌.

“민우야.”

“삼촌….”

“응?”

“민우 쉬야 하고 싶어…….”

화장실이 어디였더라.

우리가 침을 꿀꺽 삼키고 물었다.

“많이 급해?”

끄덕.

민우의 손을 재빨리 붙잡고는 걸었다.

화장실.

화장실. 화장실…….

화장실 표시를 보고는 빠르게 걸었다.

“얼마큼 급해?”

몸을 배배 꼬던 민우가 손을 들었다.

손가락 10개.

1에서 10 중에서 고른 건가?

“10만큼?”

“아니.”

“?”

“10초…….”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는 기분이었다.

“민우야. 삼촌이 안아 줄게.”

민우를 안아 들고는 도도도 달려가기 시작했다.

“좀만 참아! 조금만!”

“팔… 칠…….”

“하지 마! 그런 거 하지 말라고!”

“으으음!”

최대한 반동을 주지 않기 위해서 아이를 안아 든 채로 화장실까지 세이프로 도착했다.

그렇게 1분 후.

화장실을 나선 민우의 얼굴에 미소가 감돌았다.

“시원해?”

“응.”

히히 웃는 아이를 들어 올려 손을 닦게 해 주고는 한숨을 돌렸다.

어우.

땀 난 거 봐.

화장실 밖에서 기다리던 카메라 감독님이 나를 향해 수고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휴우. 십 년 감수했네요.”

카메라를 향해 그런 미소를 지어 보일 때였다.

민우가 나를 불렀다.

“삼촌!”

“응?”

고맙다는 인사라도 하려는 걸까.

우물쭈물하는 아이에게 내가 물었다.

“무슨 말 하고 싶어?”

“삼촌.”

“응. 민우야.”

“나 아이스크림 새로 사 주세요.”

민우가 수줍게 웃으며 덧붙였다.

“아이스크림 녹았어.”

“…….”

내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이게 육아로군.

*   *   *

“형. 약간 넋이 나간 것 같은데요.”

“그래 보여?”

“네.”

중현이의 말에 스마트폰을 들어 화면을 바라보았다.

불과 몇 시간 만에 얼굴이 초췌해져 있었다.

마지막에 화장실 때문에 거의 10년은 삭은 느낌.

그거 조금이라도 늦게 갔으면…….

-부르르르….

-민우야?

-삼촌 미안해…….

뜨끈한 감촉.

-괜찮아.

-근데 삼촌한테서 찌링내 나.

그리고 나를 멀리하는 아이들.

그런 장면을 그리며 안도의 숨을 내쉬고는 다른 동생들을 바라보았다.

“근데 너희도 비슷한데?”

“…….”

“…….”

우리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거의 반쯤 넋이 나간 표정.

그에 반해 아이들은 꺄르륵 웃어 대고 있었다.

“꺄르르르-!”

“히히힛!”

이래서 우리 회사 사람들이 우리가 꺄르륵 웃으면 슬퍼했던 걸까.

그런 분위기 속에서 여울이가 내게 속삭였다.

“삼촌.”

“응?”

“고마어. 민우 쉬야 하게 해 줘서.”

“고맙긴.”

아. 왜 갑자기 눈물이 나올 거 같지.

정말 여울이가 최고였다.

“삼촌들 고마어.”

여울이가 그런 말을 하자 다른 두 동생도 ‘고마어’ 하면서 꺄르르 웃었다.

조금 힘들긴 해도 확실히 귀여운 애기들이었다.

“이제 집으로 갈까?”

“응!”

마트에서 장을 본 우리는 혜원 선배의 집으로 돌아갔다.

카드키를 찍어서 집에 들어가자마자 아이들이 우리가 내려놓은 봉지에 달려들었다.

“장난감!”

아이들이 장난감을 집어 들고 놀이방으로 들어가 노는 동안.

우리는 역할 분담을 했다.

“일단 요리부터 하자. 나랑 비주랑 요리하고 있을 테니까 너희는 가서 애들이랑 놀아줘.”

“넹!”

“그럴게요.”

귀찮은 거 싫어하는 바보 형제 둘이 가고.

“나도 요리 도와줄 수 있어요.”

“오늘 요리 맛있게 해야 돼.”

요리 바보는 낄 수 없다는 냉랭한 선언에 리혁이가 눈빛으로 ‘퉤’ 하고는 도망쳤다.

“자, 그럼…….”

비주와 내가 간단하게 요리할 재료들을 꺼낼 때였다.

꾹꾹.

내 옷깃을 잡아당기는 손길에 시선을 내려다보니 여울이가 눈을 동글동글 뜨고 있었다.

“여울이도 요리할래.”

“그래?”

“응.”

“그러면…….”

여울이가 앉을 만한 의자를 가져와 앉히고, 아일랜드 식탁에 재료들을 세팅했다.

비주가 웃으며 물었다.

“가서 장난감 가지고 안 놀아?”

“으음.”

여울이가 말했다.

“동생들이랑 놀면 안 노는 거 같아.”

“아….”

놀이방을 바라보며 여기 앉아 있는 여울이의 표정은 마치 육아에서 해방된 사람 같았다.

“그럼 여울이 이거 해 볼래?”

“응!”

“이따가 다른 애기들도 올 거니까 간식들 만들어 거거든. 이걸로 쿠키 만들 건데.”

“쿠키!”

아가가 할 수 있는 간단한 작업들을 맡겼다.

그동안 비주와 나도 손을 씻고 조리를 시작했다.

“형, 일단 잡채 재료 좀.”

“응. 알았어.”

당근이나 재료들을 빠르게 손질하고 있는데, 나를 빤히 바라보며 웃는 여울이의 눈이 초롱초롱하다.

“왜?”

“머시써.”

“앞치마 이런 거 둘러도?”

“응.”

곰돌이가 그려진 앞치마를 들어 보이는데도 여울이의 눈은 수플레들과 비슷했다.

그렇다.

콩깍지인 것이다.

타타타타타탑-

일부러 멋들어지게 재료를 손질하니 여울이가 허어어 하면서 좋아했다.

그렇게 놀이방에서 떠들썩한 웃음소리들이 들려오는 동안 세 명이서 열심히 주방에서 일을 했다.

그리고 잠시 후.

“완성!”

첫 번째 요리인 잡채가 완성됐다.

“잡채 한 번 먹어 볼래?”

“응!”

여울이에게 먼저 한 입을 주고는 비주와 나도 비닐장갑을 낀 손으로 한 입씩 먹었다.

분명 배가 불러서 맛이 없어야 하는데…….

“!”

“!!”

여울이와 내가 놀란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천국의 맛…!”

“맛있어!”

비주의 레시피는 이번에도 옳았다.

앞치마를 벗은 비주가 ‘맛있어요?’ 하고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애기들이 엄청 좋아할 거 같은데?”

“그래요?”

“와. 대박이다….”

달짝지근한 고기와 시금치, 당근이 절묘하게 조화된 잡채가 입에서 녹아내리는 느낌이다.

내가 손뼉을 치며 물었다.

“애들 부를까?”

“설거지를 일단…….”

“그건 애들 시키자.”

아이들을 부르기 위해 여울이가 의자에서 촙 하고 내려갈 때.

“여울아. 잠시만.”

“응.”

아이들을 유인하기 위해 초콜릿 길을 깔았다.

오는 동안 초콜릿을 하나씩 주워 먹으면서 올 수 있도록 놀이방에서 부엌까지 초콜릿을 깔았다.

마지막으로 문을 똑똑 두드렸다.

“자. 이제 가서 기다리자.”

부엌으로 총총 뛰어가서 아이들을 기다렸다.

비주와 여울이와 내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아이들을 기다릴 때.

“……음?”

“안 오는데요?”

노크를 못 들었나.

아이들이 안 오는 모습에 우리가 고개를 갸웃하며 부엌을 나섰다.

그리고.

우리 모두 그 상태로 멈췄다.

“우와.”

룰루랄라 좋아하는 목소리.

“형들한테 갖다줘야징~”

우리 막둥이가 이게 웬 떡이냐 하는 얼굴로 바닥의 초콜릿을 쓸어 담고 있었다.

비주가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내가 해탈한 미소를 지었다.

목적대로….

“아기가 오긴 했네.”

오긴 왔다.

단지 그게 우리 집 아기였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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