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35화
나는 예능에 출연하기 전에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편이다.
어떤 상황이 벌어지면 어떻게 대처를 해야겠다 하는 식으로.
그런 점에서 육아 예능을 준비하면서 아이들이 우는 상황에 대해서도 상상을 하긴 했다.
-으아아아앙!
-왜 울어?
-넘어져쪄!
아이가 꽈당 하고 으아앙 한다든가.
장난감을 사 달라고 하면서 운다든가.
아이가 울게 된다면 대충 이런 상황들 때문이지 않을까 하고 상상했는데.
“으아아아아앙!”
“으아아앙!”
바게트를 들고 복화술 한 번 했다고 이렇게 울 줄이야.
대성통곡하는 삼남매의 모습에 우리가 당황했다.
“어, 어떡하죠?”
“형! 애기들이 우는데요?!”
동생들이 당황해서 애기들에게 ‘우르르! 까꿍!’ 하거나 ‘울지 마’ 하면서 다독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쉽게 울음을 그칠 기미가 안 보이는 아기들.
이럴 때는…….
“괜찮아?”
삼남매와 눈높이를 맞추고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
“…….”
예상대로 뚝 그치는 울음.
눈물이 방울방울 맺힌 아이들의 눈가를 스윽 닦아 주면서 안아 주었다.
“삼촌이 놀라게 해서 미안해.”
“우웅.”
“많이 놀랐지? 얼마나 놀랐겠어.”
“응…….”
토닥토닥.
그 짧은 시간에도 얼마나 울었는지 내 어깨에 닿는 아이들의 눈가가 축축하다.
“많이 무서웠어?”
“응.”
“어디가 무서웠어?”
여울이가 멀찍이 바게트를 바라보며 말했다.
“무섭게 생긴 빵이 말을 했어.”
“빵이 말을 했어?”
“웅.”
멀찍이 보이는 바게트 삼촌을 두렵다는 듯 바라보는 아기들.
내가 복화술로 말했다고는 상상도 하지 못하는 듯했다.
“근데 이게 무섭게 생겼나?”
중현이가 갸웃했다.
“되게 귀엽게 만든 것 같은데.”
“그러니까.”
우리 입장에서는 딱히 무서운 포인트가 이해가 되진 않았다.
그냥 바게트 빵에 토마토 슬라이스가 눈동자처럼 붙어 있는 귀여운 모습 아니겠는가.
머스타드로 콧수염까지 그려서 귀엽다.
“무서워…….”
“무서워?”
그래. 아이들이 무서워하면 무서운 거지.
다른 데로 치워야겠다.
바게트 삼촌을 흘깃 바라보고는 중현이에게 말했다.
“중현아.”
“네.”
내 손짓에 중현이가 바게트에 머리카락처럼 얹은 양배추를 떼서 입에 넣었다.
대머리가 된 바게트.
“!”
“!!”
충격 받는 표정의 어린이들.
이내 다시 눈에 눈물이 울멍울멍 맺히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앙!”
“으아앙!”
내가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말했다.
“중현아.”
“…머, 먹으라는 뜻 아니었어요?”
“치우라는 말이었어…….”
대머리 돼써! 하면서 대성통곡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내가 다시 한번 토닥여 주었다.
그러고는 동생들에게 말했다.
“일단… 인형은 바꾸자.”
다른 건 모르겠지만 인형은 다른 걸로 해야겠다.
* * *
“자, 그럼 바게트 삼촌이랑 헤어질 시간이야.”
“안뇽!”
“자, 그럼 바게트 삼촌 간다~”
바게트를 품에 안은 지호가 안녕~ 하면서 부엌으로 떠났다.
아이들이 열심히 손을 흔들어 주었다.
내가 복화술로 인사했다.
[아이들! 삼촌이 놀라게 해서 미안해!]
바게트 삼촌이 유유히 사라지면서 한숨을 돌렸다.
“휴우.”
“후우.”
겨우 처리했다.
이대로 두면 아이들에게 안 좋은 기억을 남길 수 있을까 봐, 바게트 삼촌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기 위해 노력했다.
아이들과 양배추로 다시 바게트 삼촌의 머리카락을 만들어 주고.
[네 이놈 김중현! 너 때문에 내가 대머리가 되지 않았느냐!]
“죄송합니다. 대표… 아니 삼촌.”
[반성하거라!]
“잘못했습니다….”
중현이와 꽁트까지 찍어가면서 바게트 삼촌을 친근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리혁이가 말했다.
“그래도 인형은 다른 걸 쓰는 게 낫겠어요.”
“그래야겠어.”
여울이네 삼남매도 바게트 삼촌과 친해지는 데 10분이나 걸렸다.
다른 집 아이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이따가 아이들 앞에서 ‘바게트 삼촌이야!’ 하면 다들 울음을 터뜨릴 게 분명했다.
“바게트 삼촌 전략은 취소한다.”
1차 계획은 실패.
비주가 말했다.
“그냥 아이들에게 맞춰 주는 게 제일 좋을 거 같아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이라든가.”
“그거 좋은 생각이네.”
곧장 아이들에게 여론 조사를 했다.
“혹시 좋아하는 동물이 있어?”
“토끼!”
“사자!”
“어흥이!”
정말 다양한 동물이 나왔다.
“악어도 좋아. 악어새랑 양치해.”
“코끼리 아저씨!”
“공룡!”
자기가 좋아하는 동물들을 끝도 없이 나열하는 아기들의 모습에 우리가 웃었다.
그중에서 무슨 동물을 할까 고민했다.
저 중에서 인형을 구하기 가장 쉬운 거라면….
“토끼.”
“토끼네요.”
토끼가 가장 무난할 터였다.
우리가 팬사인회에서 받는 아이템 중에서도 토끼류가 가장 흔하니까.
“원석이 형.”
곧장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어서 부탁을 했다.
“아까 그 마트에서 토끼 인형 하나 부탁할 수 있을까요? 토끼가 아니더라도 간단한 동물 인형이면 돼요.”
-토끼나 동물 인형?
“네.”
-애기들 놀아주려고 하는 거지? 금방 다녀올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는 통화를 종료했다.
마트야 이 근처에 있으니 금방 준비가 될 거고.
이제 남은 건….
“노래도 좀 준비해야겠어.”
“노래요?”
“응. 어린이 프로그램을 좀 봤는데, MC 분들이 노래를 하더라고.”
요즘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노래를 숙지하기로 했다.
여울이와 유나, 민우에게 좋아하는 동요나 노래들을 물어보면서 준비를 했다.
“리혁아.”
“네?”
“가성으로 부르지 말고….”
“이게 직업병이라 어쩔 수 없단 말이에요.”
동요를 슬쩍 부르는데 옆을 바라보면 비주가 저도 모르게 화음을 넣어 주고 그랬다.
쓸데없이 감미로워지는 동요들.
그렇게 동생들과 흥얼흥얼하며 무대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근데 애기들마다 아는 노래들도 다르고, 좋아하는 곡도 다 다를 것 같은데….”
“네.”
“그러면 아이들이 가사를 다 모를 수도 있으니까.”
내가 동생들에게 제안했다.
“아예 아이들이 모르는 노래를 하나 골라서, 그걸 가르쳐 주는 건 어떨까?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그러던데.”
“흐으으음…….”
“어때?”
동생들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형.”
“응?”
“동요 하나 만들어 보고 싶다는 거죠?”
“응!”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는 내 모습에 동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사실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만든 동요를 듣다 보니 내 안에서 꿈틀꿈틀하는 무언가가 느껴진다고 할까.
리혁이가 시계를 바라보고는 물었다.
“시간 안에 가능하겠어요?”
“이미 다 썼어.”
“어디서요?”
“머릿속에서.”
“…….”
그냥 촤르륵 하고 떠올랐다.
본업이 아니라서 그런 걸까.
항상 컴백 곡 구상할 때는 두통이 가득하고 눈물이 나오는데.
다른 분야의 작곡은 머리가 빠르게 굴러 갔다.
“멜로디를 벌써 다 구상했다고요?”
“동요니까 간단하거든. 형식도 간결하고. 반복되는 멜로디를 약간만 변주하면 되니까.”
“그건 그렇죠.”
그러고는 리혁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근데 동요도 작곡할 줄 알았어요?”
“군대에서 공부를 많이 했거든.”
한창 군대에서 작곡가가 되겠다며 동요 공부를 하던 시기가 있었다.
당시 후임인 은성이에게 ‘은성아. 맘마 먹으러 가자’고 무의식적으로 말했을 만큼 심취해서 공부하던 시기.
역시 뭐든 배워 놓으면 언젠가 써먹게 되는 것 같다.
스르륵.
우쿨렐레를 튕기며 멜로디를 들려주자 동생들이 눈을 크게 떴다.
“괜찮은데요?”
그리고 아이들의 반응은 말할 것도 없었다.
“와아아아아아!”
“와아아아!”
폴짝폴짝 뛰는 토끼를 의인화한 것처럼 우쿨렐레 현을 툭툭 튕기니 아이들이 좋아했다.
그렇게 내가 오늘 하루를 땜빵하기 위해 대충 만든 동요를 들려줄 때였다.
딩동.
벨소리에 모니터를 보니 원석이 형과 로드매니저들이 있었다.
우리가 반가워하며 문을 열었다.
“고마워요. 형. 인형을…….”
우리 모두 그 자리에서 우뚝 멈췄다.
“…….”
“…….”
거대한 박스들을 들고 있는 우리 매니저들.
비주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이게 다 뭐예요?”
“동물 인형이 필요하다고 해서, 동물과 관련된 모든 물품을 근처에서 다 쓸어 왔어.”
“…….”
반짝반짝 웃는 매니저들.
그 모습을 본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간과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나치게 유능하다…!’
저번 라스베이거스에서 미니 팬 미팅을 호텔에서 열었을 때부터 깨달았어야 했는데.
여러모로 중간이라는 게 없는 우리 TF팀이었다.
“짜잔.”
원석이 형과 매니저들이 해바라기 턱받침을 하는 모습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 * *
해질녘.
아파트 앞에 다양한 차량들이 모여들었다.
“수민아. 이제 우리 뉴블랙 오빠 만나러 갈까?”
“너희 지금 만나러 가는 삼촌들이 지금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사람들이야. 엄청 인기 많고.”
“뉴블랙 만난다!”
와글와글 모인 가족들.
그 속에서 선물 봉투를 들고 걸어오는 혜원에게 시선이 모였다.
“어머, 안녕하세요. 그거 뭐예요?”
“뉴블랙한테 주려고 준비한 선물이에요.”
“저희도 챙겨 왔는데.”
각자 뉴블랙에게 줄 선물을 주렁주렁 들고 있었다.
팬심도 있지만 친해지고 싶어서였다.
‘가끔 톡이라도 하는 사이가 되고 싶다!’
‘뉴블랙이 빌보드 탔을 때 축하 문자 보낼 수 있는 사이가 되고야 만다!’
국내 최고의 톱스타와 친분을 다질 기회였다.
부모들이 야심 가득한 얼굴로 후후후 웃는 동안,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안녕 하고 인사했다.
“우리 누구 만나?”
“뉴블랙.”
“뉴블랙?”
7살인 유빈이 다른 아이들에게 말했다.
“되게 유명한 사람들이야.”
“으응.”
“나는 이따가 사인도 받을 거다~”
아이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뉴블랙이라고 하니 누구인지는 모르겠다.
‘누구?’
뉴블랙이 뭔지 알기 어려운 아이들이 정체를 고심하고 있을 때.
<서준이는 마트에서 살아>의 메인 피디인 김미나가 다가왔다.
“위에 준비 다 끝났다니까 올라가 볼까요?”
“준비요?”
“아. 뉴블랙이 오늘 아이들이랑 놀아주고 싶다고 특별한 걸 준비했다고 하더라고요.”
“오오오오.”
설레는 얼굴로 엘리베이터에 타는 사람들.
피디가 웃으며 그들을 둘러보았다.
“오늘 다른 분들도 많이 오셨네요.”
“네….”
가족들이 쑥스럽게 웃었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보호자로 출연한 연예인만 나오기 마련인데, 오늘은 그 연예인의 배우자들까지 있었다.
여울이의 아빠이자, 혜원의 남편이 머쓱해하며 말했다.
“오늘 원래 약속 있었는데 다른 날로 미뤘어요.”
“저도요. 오늘 가게 문 일찍 닫았다니까요.”
오늘이 아니면 언제 뉴블랙을 보냐는 말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7층에 도착한 후.
현관문이 열리면서 뉴블랙이 그들을 반겼다.
“어,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모두가 입을 틀어막았다.
‘대박.’
‘진짜 잘생겼다.’
얼굴에서 광채가 나온다.
수민의 엄마이자 개그우먼인 지현영이 뉴블랙의 손을 잡고 반가움을 표현했다.
“내가 진짜 팬이거든요. 어쩜 좋아. 진짜.”
“감사합니다.”
“팬이라는 게 진심이에요. 0619 0718, 불꽃놀이 마커 바람꽃 나인 겨울잠 낙화…….”
팬심을 어필하는 모습에 뉴블랙 멤버들이 즐겁게 웃으며 팬 서비스를 했다.
그렇게 하나둘 집안에 들어오면서 아이들과 뉴블랙도 인사를 나눴다.
“안녕.”
“아, 아… 안…….”
아이들에게 ‘뉴블랙 만난다!’ 하며 가장 설레어했던 7살 유빈이 말을 더듬었다.
눈높이를 맞춘 우주가 웃으며 물었다.
“응?”
“저… 저…….”
저도 모르게 얼굴이 새빨개졌다.
귀에서 모락모락 김이 나올 것 같은 기분!
심장이 터질 듯 쿵쾅거렸다.
“저는 유, 유빈이에요…….”
“유빈이구나. 삼촌은 우주야.”
“아… 알아요.”
“알아?”
가볍게 ‘알아?’ 하고 묻는데 그 목소리가 어찌나 달콤한지.
게다가 얼굴에서 빛도 났다!
남몰래 유치원에서 짝사랑하고 있던 유준이가 갑자기 오징어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좋아해요.”
“고마워.”
유빈이 집으로 들어갔다.
뉴블랙 오빠들의 시선이 느껴질 때마다 자꾸만 몸이 삐걱댄다.
얼굴에서 열이 나고, 몸이 뻣뻣하게 굳어서 소파까지 가는 동안에도 한참을 삐걱댔다.
‘……잘생겼어.’
뉴블랙을 알고 있는 나이대의 아이가 심호흡을 할 때.
그보다 어린 아기들은 놀라고 있는 중이었다.
“마… 마…….”
“그래. 마트 삼촌은 처음 만나지?”
“마트 삼촌!”
마트 삼촌을 영접하고 놀란 아기들의 모습에 여울이 삼남매가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
‘우후후.’
‘엄청 놀란다. 아기들.’
아기들이 홀린 듯한 얼굴로 집에 들어섰다.
그 모습에 부모들이 뒤에서 소곤거렸다.
“자기네 집에서도 마트 삼촌이라고 그래?”
“딱히 부를 말이 없어서. 애들 알잖아요. 하나 설명하면 왜? 왜? 그러는 거…….”
“신기하네.”
꼭 그런 걸 보는 듯했다.
분명 합의를 한 것도 아니건만 집집마다 있는 국민 그릇이라든가, 창립 100주년이 적힌 수건이라든가.
“그런데…….”
거실에 모인 아이들과 달리 부엌으로 향한 부모들이 코를 킁킁거렸다.
어디선가 좋은 냄새가 났다.
“…….”
그들의 시선이 뚜껑을 덮은 냄비로 향했다.
냄비를 열자 잡채가 나타났다. 그 옆에 있는 쿠키들을 비롯해 소고기 양념 구이도 있고.
그들이 고개를 돌렸다.
“비주 씨!”
“네!”
“이거 비주 씨가 만든 거예요?”
“네. 우주 형이랑 여울이랑 같이 만들었어요.”
“먹어도 돼요?”
“그럼요!”
활짝 웃는 비주의 말에 그들이 전자레인지에 가볍게 음식을 돌렸다.
그리고.
“!”
“!!”
모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비, 비주 씨.”
“네?”
“이거 레시피 방송에 나와요?”
“아뇨. 딱히 시청자 분들이 궁금해하실 것 같지는 않아서…….”
잡채 레시피가 특별할 게 뭐가 있느냐는 말에 부모들이 고개를 저었다.
“모두 궁금해할 거예요.”
“지금 생선 조림 때문에 얼마나 난리가 나 있는데.”
“혹시 비밀로 할 거면 우리한테라도 알려 줘요.”
비주가 레시피는 나중에 따로 공개하겠다는 말을 하면서 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개그우먼 지현영이 말했다.
“최근에 우리 남편이랑 여보 낚시 보면서 그랬거든. 생선조림이 생선조림이지, 저렇게까지 맛이 있을까 싶었는데….”
“장난 아니던데요.”
“그러니까. 대박인데…?”
그런 리액션을 하며 요리를 해치우던 어른들이 거실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뭘 하는 거지?’
뉴블랙이 특별하게 준비한 게 뭔가 궁금해할 때.
거실 쪽에서 아이들과 놀아주는 뉴블랙의 모습이 보인다.
거실에 가득 놓인 동물 인형들.
[동물원에 어서 오세요!]
…라는 스케치북이 붙은 곳에서 뉴블랙 멤버들이 등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시작하나 봐요.”
“어머.”
“저러니까 진짜 어린이 프로 같네.”
불이 꺼져서 어두운 거실.
뉴블랙의 매니저가 응원봉으로 광선처럼 스포트라이트 조명을 쏘아주고 있다.
제자리에 앉은 우주가 멤버들을 하나씩 소개했다.
“모두 인사해요! 오늘 율동을 가르쳐 줄 곰중현 삼촌이에요.”
“중현이다곰.”
얼굴을 감싸는 곰돌이 탈을 쓴 중현이가 곰발바닥 장갑을 들어 보이며 인사하자 아이들이 환호했다.
씰룩씰룩 춤을 추는 곰중현의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여기는 쿠키를 구워 준 요리 삼촌 비주예요.”
“안녕~”
“사슴이다!”
루돌프 같은 사슴 머리띠를 쓴 비주가 쿠키가 담긴 쟁반을 들고 오면서 환호가 이어졌다.
이어서 고양이 머리띠를 쓰고 나오는 리혁.
“노래를 알려 줄 리혁 삼촌이에요.”
“리혁이다…냥…….”
“참고로 부끄러움이 많답니다! 랄랄랄라!”
우주의 소개에 리혁이 그를 노려보다가 이내 자괴감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마지막으로 지호의 순서.
“자, 여기는 막내 삼촌 지호예요!”
“여우 삼촌 등장!”
여우 탈을 쓴 지호의 등장에 한 아기가 손을 들었다.
“지호 삼촌은 직업이 없어요?”
“아직 아가인 삼촌이랍니다~ 랄랄라라~”
부모들이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아이들이 물었다.
“그럼 우주 삼촌은 뭐예요?”
“저는 이 동물원의 사장이랍니다~ 랄랄라라~”
“사장님이다!”
‘정말 동심이 충만해지는 세계관이군.’
부모들이 고개를 끄덕일 때.
우주가 앉아 있는 상 아래로 손을 뻗으며 말했다.
“그리고 오늘 만날 사람이 하나 더 있어요!”
“?”
“토끼 삼촌이 지금 등장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토끼!”
차분하게 앉아 있던 여울이 흥분해서 일어났다.
“여울이 토끼 좋아해! 정말 좋아해!”
“나도 좋아해!”
“나도!”
우주가 웃으며 물었다.
“자, 그럼 토끼 삼촌을 불러볼까요?”
“네!”
“근데 토끼 삼촌이 부끄러움을 많이 타서 크게 불러야 한답니다. 다 같이 불러볼까요?”
“토끼 삼초오온!”
그리고 흐르는 적막.
우주가 능청을 떨며 말했다.
“음. 아무래도 토끼 삼촌이 아직 부끄럽나 봐요~ 한 번 더 불러볼까요?”
“토끼 삼초오오온!”
어린이들이 열렬하게 토끼 삼촌을 외치는 모습에 부모들이 감탄했다.
‘애들 진짜 잘 다루는구나.’
‘어린이 프로 해 본 적 있나?’
평생 어린이 프로그램을 진행해 온 것처럼 능숙하게 말하던 우주가 아이들에게 말했다.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더 해 볼까요?”
“토끼 삼초오오온~!”
그러자 평상 아래에서 꾸물꾸물 토끼 인형이 나오기 시작했다.
손을 넣어서 움직이는 토끼 인형이 생동감 넘치게 움직이면서 아이들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이윽고 토끼 인형의 입이 열린다.
[안녕! 토끼 삼촌이란다!]
“허어어어!”
“토끼 삼촌!”
“안뇽하세요!”
동물 머리띠만 쓴 뉴블랙과 달리 진짜 토끼 삼촌이라는 캐릭터에 몰입한 아이들의 얼굴.
그 모습에 부모들이 감탄했다.
“이야, 복화술 진짜 잘하네요. 우주 씨.”
“그러게, 복화술 너무 잘하…….”
그 말을 하던 부모들이 멈칫했다.
‘잠깐만.’
토끼 인형과 대화를 나누는 우주를 보며 모두 눈을 깜빡였다.
‘……왜 아이돌이 복화술을 할 줄 아는 거지?’
뭔가 이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