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41화
대개 첫 방송을 이틀가량 앞두고 진행하는 제작발표회.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런 제발회를 하는 이유는 대중들에게 최대한 관심을 끌어모으기 위해서다.
그런 면에서 뉴니버스의 제작발표회는 대성공이라고 할 수 있었다.
“뉴블랙 단독 예능 나오나 봐.”
“그래?”
“그거 아니야? 저번에 연예인들이랑 운전했다는 거.”
연예계에 관심이 별로 없는 일반인들조차 카페나 음식점에서 뉴니버스를 입에 올리고 있었다.
모르려고 해도 모를 수가 없었다.
뉴니버스 소식이 실시간으로 인터넷을 뒤덮고 있었으니까.
-‘국민 아이돌’ 뉴블랙, 단독 예능 ‘뉴니버스 프로젝트’ 런칭
-[포토] 뉴니버스 제작발표회, 중현 “버스 몰아요”
-뉴니버스 프로젝트 D-2, 예능계 긴장 “큰 거 온다”
거기에 하이라이트 영상이 공개된 이후부터는 더욱더 화제가 되고 있었다.
-잠깐만 왜 중현이가 버스를 몰아?????
-상상도못한정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 김중현 도랏냐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
-뉴니버스가 그 버스임??
-아니야ㅋ큐ㅠㅠㅠ 뉴블랙+유니버스라구ㅠㅠ
버스를 몰고 있는 중현.
휴게소에 지인들을 방치하고 고속도로로 도망쳐 버린 리혁.
5분가량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며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재미있을 거 같은데?’
단순히 장면이 웃긴 것을 떠나서 편집도 굉장히 깔끔했다.
GTV나 IBC 같은 대형 채널에서 볼 법한 깔끔한 자막이 눈길을 끌고 있었다.
“근데 어디서 한대?”
“NBS…라는데?”
대부분의 일반인에게는 생전 처음 들어 보는 채널이었다.
“어디 OTT랑은 계약 안 했나? 집에 TV 없는데.”
“몇 번이야. 이거?”
“아… 재미있을 것 같긴 한데……. 채널이 장벽이네.”
종편 정도만 되어도 접근성이 나쁘지 않았을 텐데, 너무나 생소한 채널이었다.
어딘가 93번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97번 CNN 사이에 끼어 있을 것 같은 느낌.
‘귀찮은데.’
어지간히 재미있다고 입소문 탄 게 아니라면 굳이 신생 채널까지 찾아가지 않는 게 일반인들이었다.
‘미튜브에 영상 올라오는 거나 좀 봐봐야지.’
머글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와 달리 연예계에 관심이 많거나 예능 매니아인 사람들에게 뉴니버스 소식은 어마어마한 빅뉴스였다.
온라인 커뮤니티마다 가득한 게시글들.
-뉴니버스 D-2 하이라이트 영상 공개
-오늘 공개된 뉴니버스 하이라이트 예고편
-독기 품고 등장한 오늘자 구재영 셔플댄스
‘이게 웬 떡밥이냐!’
재미있는 것을 볼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느 프로에 나와도 빅 재미를 뽑아내는 뉴블랙의 단독 예능에, PD는 다름 아닌 구재영이다.
그리고 한태현, 이견우, 차우현 등을 비롯한 특급 게스트들까지.
-게스트 라인업이 뭔 시상식이야ㅋㅋㅋㅋ
-저 사람들 모아다놓고 한다는 게 운전연수ㅋㅋ 이 하찮은 스케일이 너무 뉴블랙스럽다
-버라이어티 붐은 온다ㅠㅠㅠ
-드디어 뉴니버스ㅠㅠㅠㅠㅠㅠ 하 오래 기다렸다
-nbs 몇 번이야???
-꼭 본다 ㄹㅇ
여기까지만 해도 뉴블랙의 평소 프로모션에 가까운 상황이었다.
호감을 가진 일반인들이 ‘어머 뉴블랙 새로운 거 하나 보네? 볼까?’ 하고 관심을 보이고, 덕후들이 곧 다가올 예능을 기다리며 가슴을 콩닥거리는 상황.
하지만 얼마 안 가 모든 게 바뀌었다.
-뉴블랙 우주 시청률 공약 발표, ‘20퍼센트 넘기면 남극 가겠다’
선우주가 작은 공을 쏘아 올린 것이었다.
[남극 가겠습니다.. 반드시!]
날조 자막이 붙은 밈이 삽시간에 퍼지기 시작했다.
TNT를 시작으로 뉴니버스에 출연했던 게스트들이 짤을 올리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뉴블랙의 남극 길을 응원합니다♡]
[남극 꼭 갔으면 좋겠다ㅎㅎㅎ 우리 뉴블이들 대박 나자!!]
[화이팅! 눈꽃길만 걷자!! ^^]
네티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뜻밖의 절친인증
-분위기 대유쾌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홍보를 하면 내 친구를 남극에 보내버릴 수 있다??? 이건 못참음ㅋㅋㅋㅋ
-다들 진심인게 넘 웃겨ㅋㅋㅋ
-이 악물고 응원하는 친구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를 남극에 보내버리려는 못난 모습들 같지만 사실 알고 보면 응원해 주려고 하는 따스한 모습임ㅠㅠ
-지옥불처럼 따스한 우정ㅠㅠㅠㅠㅠ
-손 치워봐 너네 웃고 있지
-???: 손 치워보라고요? 저 지금 웃는 거 아니,, 푸흐흐흡,,
그러는 한편.
장난기가 발동한 절친들의 SNS가 올라오면서 뉴블랙과 친분이 있는 연예인들도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왠지 모르게 챌린지 같은 분위기.
[아직 그 어떤 예능인도 가지 않았던 전인미답의 세계.. 예능 후배들의 꿈을 응원합니다!!!]
[TV 틀어 놓고 있을게]
[(펭귄이 춤추는 영상)]
한 번 재미있어 보이는 것을 찾으면 너 나 할 것 없이 끼어드는 흥과 해학의 민족이었다.
네티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까 20퍼 찍으면 남극에 보내 버릴 수 있다 이거지??
-그..그게 맞긴한데
-20퍼가 순간최고시청률 기준인가?? 아니면 평균시청률인가 기준부터 말해 줘 우주야
-닐슨 기준임 TNMS 기준임??
-어케 하면 됨? 시청률 집계하는 것도 스밍이랑 비슷해??
-주객전도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들 공부를 이렇게 하라구ㅠㅠㅠㅋㅋㅋㅋ
-나중에 재방으로 보려고 했는데 본방 간당
-그냥 선우주가 남극에 가 보고 싶었다는 게 정설ㅋㅋㅋㅋㅋ
그러면서 첫 방송에 대해 쏟아지는 관심들.
뉴블랙도 몰랐던 것이 하나 있었다면…….
그것은 바로 그들을 놀리는 데 진심인 사람들이 가득하다는 점이었다.
* * *
고민이다.
“이건 지인 농사를 잘 지은 거라고 봐야 될까. 아니면 실패한 거라고 봐야 될까?”
“반반 아닐까요.”
중현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미묘하구나.”
친구들이 ‘뉴니버스 대박 나세요’ 하고 올려 준 SNS를 바라보며 애매한 미소를 지었다.
분명 친구를 사랑하는 따스한 마음이 보인다.
솔직히 자기 프로모션하기도 바쁜 연예인들이 ‘우리 친구 예능도 봐 주세요!’ 하고 SNS에 올려 주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 저 중에는 팔로워만 수백만이 되는 사람들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남극 간다고?? 진짜 20퍼 넘으면 보내 버릴 수 있다는 거지???
……왜 이런 환청이 들리는 기분일까.
특히 이현조 씨의 목소리로 들린다.
“흐으으음…….”
눈을 가늘게 뜨고 친구들의 SNS를 보다가 이내 기분 좋은 웃음을 터뜨렸다.
“아무렴 어때. 다들 홍보해 주고 고맙지.”
“아, 홍보 또 뭐 해야 되지 하면서 고민했는데, 친구들이 그래도 걱정을 덜어 줬네요.”
“진짜 고마워요.”
신생 채널에서 새로 시작하는 예능인 만큼 지푸라기든 뭐든 다 잡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조금 놀리려는 의도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지인들이 홍보해 준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지호가 말했다.
“사실 20퍼센트 넘으면 남극 웃으면서 갈 자신 있어요.”
“나도.”
전국의 예능인들 불러 모아서 ‘예능 시청률 20% 나오는데 남극 가기 VS 그냥 평소 시청률’ 하면 압도적으로 전자일걸.
2018년에 20퍼센트 시청률이라는 것은 그 해에 가장 화제성 높은 프로라는 뜻이다.
올해 초에 GTV에서 초대박이 터졌던 메디컬 드라마 <골든 아워>도 시청률 20.3퍼센트를 찍었는데, 몇 달간 TV가 온통 해당 드라마 이야기로 뒤덮여 있을 정도였다.
보통 평균 시청률이 15퍼센트를 넘기면 열풍이라는 말이 붙는 게 요즘이다.
“제발….”
우리가 모여서 기도했다.
“20퍼센트 나오면 남극이든 북극이든 어디든 갈 테니까… 저희를 굽어 살펴 주세요.”
“근데 우리 누구한테 기도하는 거예요?”
“아마도 예능신…?”
동생들이 나에게 기도하기 시작했다.
“왜 나한테 기도하는데?”
“약간 예능신의 대주교 같은 느낌.”
“…….”
“아니다. 예능신보다는 흑역사교의 사악한 대사제… 아악!”
지호를 응징하고는 동생들에게 자애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예능의 아이들이여. 어서 이 대주교의 품에 안겨 예능신의 온기를 느끼도록 하세요!”
“네!”
불안하고 초조할 때는 포옹이 최고다.
동생들과 으아아아 하면서 포옹을 하고는 긴장을 풀었다.
리혁이가 말했다.
“뭐, 그리고 남극 가는 것도 쉬운 게 아니잖아요. 20퍼 찍어도 진짜로 갈 수 있을지도 미지수고.”
“멀어서?”
“아뇨. 남극 가려면 외교부 장관 허락도 받아야 하거든요.”
“오.”
“여태까지 괜히 예능에서 북극 쪽은 잘 나와도 남극 쪽은 잘 안 나오는 게 다 이유가 있어요. 관련 조약이 있어서 방송 촬영하기에 현실적으로 까다로운 문제들도 있…….”
딩동.
리혁이가 핸드폰을 들었다.
“뭐 올라왔어?”
“아, 팔로잉한 SNS 계정 알림인가 봐요.”
그리고 핸드폰을 든 리혁이가 눈을 깜빡거렸다.
“왜?”
“…….”
리혁이가 말없이 핸드폰을 돌려보여 주었다.
대한민국 해양수산부 (공식)
@korea_mof
[남극 세종과학기지가 뉴블랙의 방문을 기다립니다♡]
남극 문제에 대해 관심을 환기할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굉장히 기대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허락은 쉽게 받겠군…….”
“그렇겠네요…….”
왠지 모르게 자꾸만 눈앞에 빙산이 아른거리는 기분이었다.
* * *
그렇게 이틀.
첫 방송 당일까지도 우리는 홍보를 하는 데 주력했다.
“이거 홍보도 잘해야 돼.”
“네.”
“너무 과하게 하면 대중들이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으니까, 적당하게 완급 조절도 잘하고…….”
“형. 제가 아직도 애기로 보여요?”
지호에게 질문에 내가 어처구니없는 기분을 느꼈다.
“응. You 애기.”
다른 동생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So much 애기.”
“몹시 애기.”
“Cute but not 어른.”
억울해하는 막내를 보며 우리가 툭툭 쳤다.
“야. 어딜 스물한 살이 어른이라고.”
“그러니까요. 나처럼 스물두 살쯤은 되어야지.”
지호가 항의했다.
“저래 놓고서 내가 스물두 살 되면 또 스물셋 돼야 어른이라고 할 거면서…!”
“꺄르륵!”
“진짜 형들은 저 서른 돼도 애기 취급할 거죠?”
“아니. 그쯤이면 어른 취급해 줘야지.”
우리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과연 그때도 네가 귀여울까?”
“넹.”
“……아니라고 해야 되는데 되게 설득력이 있네.”
과자를 우물우물하는 우리 집 애기를 보며 웃고는 시선을 돌렸다.
운전대를 잡고 있는 민기 형에게 물었다.
“형, 이제 어디예요?”
“거의 다 왔어.”
마포구의 건물들이 차창 밖으로 슥슥 지나간다.
오늘은 대망의 <뉴니버스 프로젝트>가 첫 방송을 하는 날.
그 첫 방송을 보기 위해서 NBS 사옥을 방문하기로 했다.
구재영 피디님의 제안이 있었다.
-그날 NBS 직원들이랑 다 같이 뉴니버스 시사하려고 하거든. 너희도 와서 같이 볼래?
우리도 혼자 보는 건 외로워서 바로 승낙했다.
다 같이 보면 덜 떨리겠지.
“아. NBS 사옥 되게 궁금하다.”
막내가 손바닥을 비비며 물었다.
“형들은 가 본 적 있어요?”
“아니.”
아무도 가 본 적 없는 NBS 사옥에 대해 동생들과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방송 스튜디오.
NBS 로고가 붙은 사원증을 걸고 다니는 직원들.
깔끔한 인테리어와 현대적인 분위기의 사옥을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그…….”
민기 형이 웃음을 참는 얼굴로 말했다.
“너무 큰 기대는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
“한 번 가 본 적 있는데 그런 느낌은 아니거든. NBS 이전에 작은 케이블 방송국이었던 곳이라서…….”
“아아.”
하긴, 너무 크게 상상하긴 했다.
방송국이라는 키워드 때문에 저절로 그런 모습을 상상하게 된 모양이었다.
우리가 방문하는 방송국들이라고 하면 대부분이 거대한 지상파였고, 지상파가 아니어도 IBC나 K-net 같은 메이저한 채널의 방송국들이 대부분이었으니까.
“그럼 조금 소박하게 상상을 해 보자.”
“으음…….”
하지만 상상은 데이터에서 나오는 법.
작은 방송국에 대한 데이터가 없는 우리로서는 아무리 그려도 잘 그려지지가 않았다.
“얘들아. 상상은 그만하고 직접 봐봐. 이제 다 왔어.”
“다 왔어요?”
민기 형의 말에 우리가 차창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리고 놀랐다.
“오!”
“오오!”
생각보다 괜찮았다.
모던한 인테리어로 꾸며진 6층짜리 건물.
“생각보다 괜찮은데?”
“그러게요.”
“근데 학원도 같이 하나 봐요.”
“응? 학원?”
중현이의 말에 우리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 보니 왜 방송국 건물에 학원이나 음식점 간판도 같이 붙어 있는 거지?
“그쪽이 아니야. 거긴 상가 건물이고.”
“?”
“왼쪽이야. 얘들아.”
민기 형의 말에 우리가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우리는 보았다.
“……저기라고요?”
“응.”
“……진짜로?”
“응.”
70년대에 지어졌을 것 같은 외관의 4층 건물.
나름 방송국이라고 송신탑이 옥상에 세워져 있긴 했지만 당황스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충격 받은 우리에게 인사하듯 방송국 로고의 ‘NBS’가 반짝거렸다.
“저기 대표님 계시네요.”
“아… 어. 그러네.”
1층 주차장 쪽에서 박규호 대표님이 환히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고 있었다.
우리가 차에서 내렸다.
“대표니이이임!”
“아이고, 우리 대주주님들!”
“보고 싶었어요~!”
“나도~ 하하하하!”
중현이가 대표님을 들어서 한 바퀴 빙글 돌려주었다.
행복하게 웃던 박규호 대표님이 말했다.
“NBS 사옥은 처음이지?”
“네.”
“어때? 조금 허름하지?”
“약간….”
우리가 웃으며 하는 말에 대표님이 설명해 주었다.
“아직 인수한 지 얼마 안 된 곳이라 예전 사옥을 계속해서 쓰고 있어. 큰 곳을 쓰기에는 아직 사업 규모가 작은 편이라…….”
“아하….”
“겉보기에는 허름해도 안에는 괜찮아.”
그렇게 우리가 대표님의 안내를 따라 들어가려고 할 때였다.
“저, 대표님.”
“응?”
“방송사 로고의 저 N이… 쪼오금 휘어 보이는 것 같은데요.”
“하하하.”
농담도 잘한다며 웃던 대표님이 NBS 로고를 올려다보았다.
“저게 휘어져 있을 리가… 어어? 진짜 휘어 있네?”
“…….”
“…….”
안에는 괜찮은 거 맞겠지?
* * *
NBS.
대표님이 ‘New Black, Scarlet’의 약자를 따서 지은 것이 바로 이 방송국 이름의 유래다.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
현재 대표님과 조 이사님이 그리는 청사진의 핵심적인 회사다.
컨텐츠를 제작하고 직접 유통하는 것 중에서 직접 유통하는 플랫폼이 바로 이 NBS라는 방송국이었다.
“개국하고 나서 지금까지 쭈욱 성장만 하고 있지. 하하!”
대표님이 흐뭇하게 웃는 동안 안내역으로 붙은 NBS의 마케팅팀 김대명 과장님이 이야기를 했다.
몇 퍼센트 성장했고.
신규 런칭한 드라마와 예능이 어떤 성적들을 거두었고, 방송국의 광고 수입 등등은 어떻고.
“그런 면에서 저희 직원들 모두 이번 뉴니버스 프로젝트에 걸고 있는 기대가 큽니다.”
“그래요?”
“지금까지의 NBS가 점진적으로 성장해 왔다면… 이번 뉴니버스는 폭발적으로 성장할 기회니까요.”
우리가 미국에서 METRO를 발매하고 나서 어마어마한 성장을 거두었듯이.
NBS 역시 뉴니버스를 통해 도약하겠다는 그런 마음이 보였다.
“실제로 광고 수익이 폭증하고 있고요. 지금 뉴니버스 앞시간대에 편성된 광고만 해도…….”
통신사 광고 등을 비롯해 이름만 들으면 다 아는 대기업들이 줄줄이 나열됐다.
리혁이가 물었다.
“시청률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서 그런 건가요?”
“…그보다는 선제적인 투자에 가깝죠. 뉴니버스의 성공에 베팅한 셈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나중에 광고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으니 ‘우리 너희 프로그램 시작할 때부터 광고 넣은 거 알지?’ 하며 어필하려는 계획인 듯했다.
마케팅 팀의 김대명 과장님이 하핫 웃으며 말했다.
“물론 시청률도 잘 나올 거라고 기대합니다.”
“잘 나와야죠.”
그런 말을 하며 우리는 NBS 사옥을 둘러보았다.
“안녕하세요!”
“어, 어어어! 어… 안녕하세요…….”
“조금 더 일찍 인사를 왔어야 했는데 저희가 늦었죠? 인사도 드리고 떡도 드릴 겸해서 왔어요!”
우리의 최애 방앗간에서 준비한 떡들을 직원들에게 돌리며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와… 이거 어떻게 먹어.”
“그냥 편히 드세요.”
“안 돼요. 가보로 간직해야 돼요!”
반갑게 맞이해 주는 직원들과 화기애애하게 인사를 나누었다.
‘좋다.’
‘분위기 좋네요.’
직원들의 리액션이나 회사 분위기를 살펴본 우리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우리가 16년도에 탑으로 치고 올라가던 그 시기의 레몬 엔터와 비슷하다.
활력이 넘치는 느낌.
“와. 인테리어도 좋네요.”
“그치?”
대표님 말대로 바깥과 달리 내부는 정말 괜찮았다.
박규호 대표님이 웃으며 말했다.
“오래 머무르지 않을 곳이라고 해도 예쁘게 꾸며야 일할 맛이 나는 법이거든. 사소해 보여도 이런 게 정말 중요해. 너희도 나중에 회사를 경영할 일 있으면 알아 둬야지. 뭐가 제일 중요하냐면 화장실인데…….”
대표님의 경영 철학을 들으며 동생들이 오호 하는 한편.
내가 김대명 과장님에게 시선을 돌렸다.
“저, 그런데…….”
“네?”
“예전에 TJ 엔터에 계시지 않았었나요? 낯이 익어서.”
“아, 맞습니다. TJ 홍보팀에 쭉 있다가… 작년에 개국할 때 이적했습니다.”
“어쩐지. 식당에서 뵌 것 같거든요.”
연습생 시절에 기억에 있는 얼굴이었다.
그때의 TJ 엔터 직원이 지금은 NBS라는 신생 방송국에서 일하니 뭔가 기분이 이상하다.
“TJ 엔터에서 여기로 오시는 것도 쉽지는 않으셨을 텐데.”
“고민이 많긴 했습니다, 하하. 와이프가 조금 걱정하기도 했고. 하지만…….”
상대가 웃으며 말했다.
“미래를 생각하고 왔습니다. 지금이야 작은 방송국일지 모르지만 미래는 모르는 거니까요.”
아마 NBS에 있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이런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
직원들과 인사를 나눌 때마다 살짝 놀랐으니까.
지상파 방송국에서 이적한 PD님도 있고, 유명 케이블 채널에서 건너왔다는 직원들도 있고, 대부분이 미래 하나만을 보고 우리 회사로 건너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오늘 시청률이 꼭 잘 나왔으면 좋겠네요.”
그런 말을 하며 상대와 웃고 있을 때였다.
대표님이 말했다.
“사옥 구경은 이쯤하면 된 것 같고. 이제 고기 먹으러 갈까?”
“네!”
근처에 있다는 갈빗집으로 이동했다.
필수 인력들은 별도로 회식하기로 한 후, 통으로 빌린 갈빗집에서 반갑게 인사가 오갔다.
“어어, 왔어?”
구재영 피디와 오태준 피디를 비롯한 뉴니버스의 스탭들이 손을 흔들며 반겨 주고.
아까 인사를 못한 NBS의 임직원들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대표님이 NBS 임원들과 함께 앉고, 우리는 우리끼리 마련된 좌석에 따로 앉았다.
지호가 소곤거렸다.
“확실히 대표님 여기 계시니까 되게 대장 같아요.”
“그러네.”
대표님이 한마디 할 때마다 NBS 임직원들이 와하하하 하며 웃고 있었다.
레몬 엔터에서의 대표님이 격의 없이 소통하는 느낌이라면, 여기서는 정말 높으신 회장님 같은 느낌.
박규호 대표님이 갈빗집 맞은편의 대게 요리 전문점 간판을 보며 말했다.
“참. 그러고 보니 다들 그거 알고 있나?”
“예?”
“대게가 맛있는 이유 말이야.”
“음…….”
박규호 대표님이 말했다.
“그것은 대개(usually) 맛있기 때문이지.”
“아…… 하하하.”
“하하하!”
적절하게 웃으며 호응해 주는 사람들.
박규호 대표님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덧붙였다.
“우주가 알려 준 농담이야.”
그 순간.
사람들의 표정이 돌변했다.
“하하하하하!”
“아이고 배야!! 너무 웃기다!”
“흐하하하하하! 쓰러집니다 아주!”
내가 알려 준 농담이라고 하자마자 임직원들이 배꼽 빠져서 쓰러지겠다는 듯이 필사적으로 웃기 시작했다.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큰 웃음들.
그리고.
그 속에서 치트키를 쓴 것처럼 흡족하게 웃는 대표님.
“?”
“??”
동생들과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이상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