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42화
갈빗집에서의 회식은 금세 끝났다.
“잘 먹었습니다. 대표님!”
“어어, 그래요.”
카드로 회식비를 결제한 대표님이 직원들에게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비용이 많이 나왔군.’
‘대표님 머리 봐요.’
‘머리 어느 쪽?’
결제하시면서 정수리가 흥건하게 땀으로 젖으시는 걸 보니, 비용이 만만치 않게 나온 모양이었다.
반짝반짝.
손수건으로 머리를 닦던 대표님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다들 배불리 먹었으면 했는데, 어째 먹은 게 없는 얼굴들이네.”
“아니에요. 대표님, 저희 잘 먹었어요.”
우리 말에 대표님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박규호 대표님의 시선이 공손히 서 있는 임원들에게 향했다.
“자네들은 나랑 술 한 잔 하러 가고, 우리 실무진들은 어디 가지? 2차를 가나?”
“예, 대표님.”
구재영 피디가 말했다.
“저희 근처에 있는 호프집에 가서 2차 하려고 합니다. 맥주 한 잔씩 하면서 보려고요.”
“그래요. 고생 많았고, 또 봅시다.”
CEO처럼 위엄 있게 말하던 대표님이 내게 시선을 돌렸다.
“대표님 갈게.”
“또 봬요. 대표님!”
수줍게 웃으며 손을 흔들던 대표님이 임원들을 데리고 떠났다.
뒤돌아보며 아쉬워하는 NBS의 임원들.
부하 직원들과 2차를 함께 가고 싶어 하는 표정이었지만, 우리 대표님의 손에 붙들려 사라지고 있었다.
상사 없이 남겨진 NBS의 실무진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박규호 대표님은 정말 멋지신 분이구나…….”
“아름다우신 분…….”
뉴니버스의 스탭들과 NBS 실무진만이 남게 되면서 조금 더 편한 분위기가 흘렀다.
내가 대표로 말했다.
“그럼 저희는 자리 이동할까요?”
“네!”
2차 자리는 근처에 있는 호프집이었다.
뉴니버스는 밤 9시에 하는 예능이기 때문에 저녁 식사를 하면서 보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치킨과 안주가 나오고 직원들이 저마다 맥주잔을 들며 기뻐했다.
“후우…….”
하지만 안주에 손을 대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치킨이 나와 있는데도 다들 손을 대기는커녕 알록달록한 뻥튀기들만 주워 먹는 중이었다.
“너희는 배 안 고프니?”
“네?”
뉴니버스의 공동 연출이자 넘버 2인 오태준 피디가 물었다.
“아까부터 갈비도 별로 안 먹길래.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입맛이 없어서요.”
“하긴….”
“피디님도 거의 안 드시던데요.”
“뭘 먹어도 안 넘어가더라고. 갈비를 먹어도 이게 네 맛인지 내 맛인지….”
다른 뉴니버스 스탭들도 말했다.
“나도, 나도. 앞에 소갈비가 있는데 눈에 안 들어오더라니까요.”
“꽉 막힌 것 같이 좀 그래….”
“어우, 나는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겠더라구.”
분명 회식을 했지만 제대로 배가 부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약간 허기가 지는 상황.
“흐아…….”
첫 방송을 앞두고 모두 긴장하고 있었다.
우리에게는 첫 단독 예능의 성과.
제작진에게는 TBC라는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나와 도전하는 첫 예능.
방송국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일대의 기회가 될 수도 있는 프로그램.
NBS 마케팅팀의 김대명 과장님이 맥주잔을 벌컥 들이켰다.
“안 되겠다. 맨정신으로는 못 보겠어요.”
“저도요.”
“짠이나 할까요?”
결국에 어른들이 택한 방법은 술이었다.
TV에서 NBS 채널이 흘러나오는 동안 거의 10분에 한 번 꼴로 맥주 한 잔을 비우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그저 제로콜라만 홀짝일 뿐이었다.
“으음…….”
카페인이 계속 들어가서 그런지 가슴이 콩닥콩닥하는 기분.
가만히만 있어도 초조하고, 심장 박동 소리가 귓가에 쿵, 쿵 하며 울려 퍼진다.
나도 모르게 테이블 아래로 동생들과 손을 잡고 있었다.
“그런데 저희는 그렇다 치는데…….”
우리보다 예능 짬밥을 10년은 더 넘게 먹은 (구) 주세한, (현) 뉴니버스 제작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다들 왜 이렇게 떠시는…?”
“솔직히 우리도 너희만큼 떨릴 수밖에 없지.”
메인 작가인 양미현 작가가 말했다.
“TBC에서 하도 지랄을… 에고, 말이 좀 험했네. 하도 괴롭혀서 박차고 나왔거든.”
“미현이는 그래도 낫지. 태준이는 국장한테 지랄하고 나왔다. 어디 나중에 어떻게 되나 두고 보자고.”
“그만 이야기해요, 조명 감독님…. 나 그거 지금 후회 중이야. 그건 그냥 재영이 형을 못 살게 구니까 열 받아서 지른 거고…….”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조용히 맥주를 들이켜던 구재영 피디가 제작진들의 등짝을 쳤다.
“억!”
“청승들 그만 떨어. 누가 보면 벌써부터 프로그램 망한 줄 알겠네. 아직 결과 나오지도 않았구만.”
“아, 피디님! 망한다는 말 쓰지 마요!”
“내가 언제 망한다고 했어?”
뉴니버스 스탭들이 옥신각신하면서 자기들끼리 나름대로 긴장을 푸는 한편.
술이 살짝 들어간 NBS 직원들이 말했다.
“저희는 기대가 커요. 조금 긴장될 뿐이지… 사실 결과 자체는 굉장히 좋을 거라고 보거든요.”
“우주 씨가 남극 공약을 걸면서 언급량이 확 증가하기도 했고.”
“보여지는 모든 수치가 좋거든요. 뉴니버스 예고편 조회수, SNS에서의 언급량, 검색어……”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직원들의 말에 우리와 제작진이 웃으며 음료를 들이켰다.
사실 다들 엄살을 부리고 있을 뿐이지, 정말로 망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어느 NBS 직원이 물었다.
“그나저나 뉴블랙 분들은 오늘 어떻게 보세요?”
“저희요?”
“네.”
“여기저기서 시청률 예측이 나온 건 들었지만, 뉴블랙 분들이 어떻게 보는지는 이야기를 못 들어서요.”
“저희가 보는 시청률이야 뭐…….”
내가 웃으며 물었다.
“다들 공약 보셨죠?”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저희 20퍼센트 가나요?!”
“이야. 우주 씨가 저 말 한 거 보면 우리 20퍼센트 갈 건가 보다. 연예계에서 잘 되는 거 알아보기로 소문났잖아.”
“진짜 그랬으면 좋겠다…!”
그때 지호가 말했다.
“근데 이렇게 얘기하는 것보다 더 정확한 게 있어요.”
“?”
“중현이 형.”
그 말에 중현이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JH’s Magic Book]
“나왔다…!”
“저게 바로 그 유명한 젤리 바이블!”
“나 저거 실물 궁금했어!”
두툼한 책을 경전처럼 든 중현이에게 모두 몰려들었다.
호프집 알바생도 다가와서 까치발을 한 채 지켜보고 있을 때, 중현이 곁에 우리가 모였다.
비주가 중현이의 얼굴 앞으로 손을 들어 눈을 가렸다.
“젤리젤리 마법젤리…….”
중얼중얼하던 중현이가 책의 한 지점을 촤악 펼쳤다.
그리고 그 순간.
쫘아아악-
어딘가 뜯어지는 소리가 났다.
“??”
“???”
책이 두 동강 나서 찢어졌다.
“…….”
“…….”
당사자를 포함해 모두가 눈을 깜빡이고 있을 때, NBS의 한 직원이 물었다.
“이건 무슨 의미인가요?”
“저희도 모르겠는데요…?”
“…….”
“…….”
의미를 알 수 없는 점괘를 보는 것처럼 모두 모여서 찢어진 책을 바라보고 있을 때.
지호가 먼저 말을 꺼냈다.
“이거 그거 아닐까요?”
“?”
“시청률 찢었다?”
“!”
“!!”
너무나 그럴듯한 해석에 모두 입이 귀에 걸렸다.
“그냥 힘 조절 잘못한 건데…….”
“조용히 해. 중현아.”
“네.”
경우가 어쨌건 점괘라는 건 좋은 쪽으로 받아들이면 그만이다.
센스 있게 분위기를 띄운 막내에게 잘했다는 눈빛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어, 어, 이제 나옵니다!”
“나온다!”
누군가의 외침에 다들 TV로 시선을 돌렸다.
[곧이어, 뉴니버스 프로젝트가 방영됩니다.]
내레이션에 환호성이 흘러나왔다.
긴장감 가득했던 분위기는 사라져 가고 설렘이 핑크빛 비눗방울처럼 공중에 떠다니는 현장.
“형.”
비주가 말했다.
“진짜 우리 예능이에요.”
“진짜… 드디어 시작이네.”
동생들과 내가 TV 화면을 바라보며 웃었다.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우리의 단독 예능이 이제 곧 첫 방송을 앞두고 있었다.
* * *
선우주의 남극 발언으로 더욱더 크게 이슈가 된 뉴니버스.
뉴니버스는 비단 예능 매니아들이나 일반인들의 관심만 받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곧이어, 뉴니버스 프로젝트가 방영됩니다.]
“이야. 저거 드디어 하네.”
방송국 근처 술집들.
맥주잔을 든 예능 PD들이 TV를 보며 말했다.
“시청률 얼마 나올 거 같아?”
“5프로는 기본으로 찍지 않으려나? 저 방송국 최고 시청률이 6프로인가 7프로인가 그렇다던데.”
“에이. 5프로 더 가지.”
뉴니버스는 지금 예능 PD들에게 있어 가장 큰 관심사였다.
-구재영 피디가 뉴블랙이랑 단독 예능을 런칭한다!
주세한을 국민 예능으로 만들었던 구재영 피디의 신작.
“근데 이번에 첫 특집이 운전 연수라면서.”
“운전 연수?”
“연예인들 불러다가 뉴블랙 운전 연수시킨대.”
“그걸로 재미를 뽑을 수 있기는 한가?”
아무리 생각해도 피디들의 입장에서 운전 연수는 재미를 뽑기 힘든 기획이었다.
장면 하나하나는 웃길 수 있다.
하지만 예능에도 엄연히 서사라는 것이 있다. 즉,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예능인들이 푸드 트럭을 차리고, 오지에 있는 섬에 가서 주민들에게 요리를 해 준다.
이런 포맷이 있다고 치면 장면 하나하나에 스토리가 담겨 있다.
목적성이 뚜렷하기에 ‘아, 요리 준비를 하는구나’, ‘섬에 가는구나’ 하고 스토리가 연결이 된다.
그러나 운전 연수는…….
“운전 연수는 스토리도 없잖아.”
“그러니까.”
“그냥 장면 나열밖에 못할 것 같은데…….”
다섯 개나 되는 차량에서 운전 연수를 하는 장면을 병렬적으로 쭉 늘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운전 연수 1, 운전 연수 2, 운전 연수 3 같은 식으로.
장면 하나하나는 재미있을 수 있어도, 스토리가 없기 때문에 시청자 입장에선 지루할 수밖에 없다.
“뭐, 좀 지루하면 어때.”
어느 PD가 맥주를 들이켜며 말했다.
“그건 우리 같은 사람들이 하는 걱정인 거야. 뉴블랙이 나오는데 사람들이 안 보겠냐고.”
“그러네.”
“하긴, 우리가 감히 누구를 평가하냐. 우리 예능계 최고 존엄들인데.”
자조적으로 웃던 피디들이 방송을 기다릴 때였다.
“근데… 언제 하는 거지?”
“그러게?”
치킨집에 있던 PD들을 비롯해 손님들이 TV를 흘깃흘깃 바라보았다.
오프닝이 나오고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뉴니버스는 시작할 기미가 안 보였다.
‘광고가 대체 몇 개가 붙은 거지?!’
‘저 정도면 5억 정도는 될 것 같은데…….’
연매출로 따지면 200억도 훌쩍 넘을 법한 금액이 그려진다.
물론 시즌제라서 그 정도까지 매출이 나오진 않겠지만, 그 광고비만 해도 어지간한 방송국은 압도하는 수준.
뉴블랙이 광고 모델로 있는 통신사 광고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화장품 광고까지.
‘……신생 케이블 채널에 붙을 광고들이 아닌데?’
‘이야. 케이블에 나와도 뉴블랙은 뉴블랙이구나.’
국민 아이돌이자 월드 스타의 위엄에 PD들이 왠지 모르게 공손해지는 기분을 느낄 때.
오랜 광고 끝에 드디어 뉴니버스가 시작했다.
“어어, 저거 시작한다.”
“뭐? 아! 그 뉴블랙 예능?”
“미친, 대박이다.”
치킨집에 있던 손님들의 시선이 자동으로 TV에 고정됐다.
“음?”
“만화가 나오는데?”
귀여운 만화 그림체로 애니메이션이 나오고 있었다.
연필로 대충 그린 비주얼.
『때는 2017년 12월 19일.』
서프라이즈 성우의 내레이션과 함께 뉴블랙을 대충 그린 듯한 캐릭터들이 핸드폰 앞에 모인다.
재연 배우 같은 뉴블랙 멤버들의 목소리.
[어! 형 저희 갤럽 올해의 예능인 순위 떴어요!]
[진짜?]
[우리 이번에는 7위보다 더 높게 가나?]
기대 가득한 얼굴로 바라보는 멤버들의 눈앞에 뜬 [9위].
콰르르릉!
번개 치는 소리와 함께 충격 받는 표정이 나오면서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너네 아이돌이잖아.’
내레이션 성우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전년도보다 더 높은 순위를 기대했던 뉴블랙에겐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엉엉 울부짖는 국민 아이돌의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 대충 그린 우주가 일어서서 주먹을 쥐었다.
[모두 침착해. 이럴 때가 아니야.]
[엉엉!]
[예능 순위를 높일 방법이 있어.]
[그게 뭐예요?]
[지금까지는 게스트로만 나갔지만, 이제 우리만의 단독 예능을 만드는 거야.]
그러면서 음모를 꾸미는 멤버들.
『그리하여 가공할 만큼 무시무시한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장면 전환.
대충 그린 듯한 구재영 피디가 길거리에서 산책을 하고 있었다.
구 피디가 룰루랄라 휘파람을 부를 때였다.
[다그닥 다그닥!]
말을 타고 나타난 뉴블랙 멤버들이 올가미를 빙빙 돌려 구재영 피디를 납치해 간다.
[도와주세요…!]
국민 피디의 어설픈 목소리 연기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이윽고 뉴블랙 멤버들이 묶여 있는 구재영 피디에게 다가와 복면을 벗어 보였다.
[피디님.]
[네…?]
막대사탕을 핥으며 켈켈 웃는 졸개들의 캐릭터와 담배 대신 츄파춥스를 물고 있는 우주의 캐릭터.
[피디님. 저희랑 일 좀 하나같이 하시죠.]
느와르 음악이 깔리면서 내레이션이 나왔다.
『그리하여 NBS의 신규 예능 ‘뉴니버스 프로젝트’가 탄생하게 된 것이었다.』
…하면서 막을 내렸다.
그러면서 바로 전환되는 장면.
[뭐예요. 이게?]
회의실에서 영상을 보던 뉴블랙 멤버들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게 뭐죠. 피디님?]
[뉴니버스라는 이 예능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시청자 분들에게 보여 주려는 거죠. 멋지지 않나요?]
구재영 피디의 뻔뻔한 말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뉴니버스라는 프로그램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30초 만에 시청자들이 납득하는 가운데.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첫 특집에 대한 소개가 이뤄졌다.
제작진과의 회의 장면.
[프로그램명은 뉴니버스 프로젝트예요.]
[오오오!]
[그동안 뉴블랙 여러분이 하고 싶었던 것들을 이 예능에서 펼쳐 보이게 될 겁니다.]
하고 싶은 것들을 나열하는 뉴블랙 멤버들.
그러다가 운전면허로 결론이 난다.
또래 연예인들은 이미 면허를 따서 운전을 하고 있는데, 뉴블랙은 중현 빼고 운전면허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운전을 연습하는 장면들이 빠르게 생략되고.
[※ 출연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신경 썼습니다.]
신경 쓸 사람들을 배려한 자막들이 흘러나왔다.
도로에 나가기 전에 면허 시험의 고득점 합격은 물론이고, 전문가의 운전 연수도 따로 받았다고.
‘으음.’
그런 부분에 예민한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
뉴블랙 멤버들이 말했다.
[저희 뉴니버스가 이제 첫 런칭인데, 기왕이면 개업 축하 파티를 해야 되지 않을까요?]
그리하여 준비된 개업 축하 파티 겸 운전연수.
레몬 엔터 사옥의 지하 주차장에서 출발한 뉴블랙 멤버들이 지인들을 태우기 시작했다.
“어? 한태현이다.”
“와, 이견우가 나오네…….”
화려한 스타들이 차량에 올라타서 안전띠를 맬 때마다 자막이 깔린다.
『한태현 | TNT 멤버』
『이견우 | 배우』
『장소원 | 가수』
별도의 소개 없이 간단히 자막만 깔리는 모습에 예능 PD들이 혀를 내둘렀다.
“와. 게스트들이 누군지 설명도 안 하네.”
“저 사람 중에 한 명이라도 우리 예능에 출연했으면 거의 1분 VCR 나갈 텐데…….”
다른 예능이라면 길게 소개할 특급 스타들을 간단하게 자막으로 처리하는 뉴니버스였다.
워낙 유명 게스트가 많이 나오기 때문이기도 했고.
사실상 소개가 필요 없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유명한 게스트들인지 ‘저 사람은 누구야?’ 라는 말조차 없었다.
“그나저나 편집이 진짜 기가 막히네…….”
예능 피디들이 감탄했다.
짧은 시간 안에서도 운전자와 동승자들이 어떤 관계인지를 잘 보여 주고 있었다.
[형이랑 나랑 TJ 엔터에서 연습생 할 때, 어디 한번 가 보자고 했었잖아.]
[그랬지.]
예를 들어 한태현과 선우주의 짧은 대화를 통해서 ‘아 둘이 같이 연습생 했었구나’ 하는 정보도 들어오고.
굳이 구구절절 어떤 사이라고 설명하지 않아도 같은 차에 탄 사람들의 관계가 머릿속에 들어온다.
그리고….
‘하나도 지루하지가 않네.’
보통이라면 지루하게 뽑혔어야 맞는 포맷이었다.
1호 차량, 2호 차량, 3호 차량 하면서 차량마다 그냥 적당히 재미있는 장면을 번갈아 가며 보여 준다.
그게 예능 PD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피디님. 근데 뉴블랙 멤버들마다 운전 실력이 조금씩 다른데… 이거 도착하는 시간 차이가 좀 나지 않을까요?]
제작진의 회의 장면이 나온다.
멤버별로 운전 실력이 차이가 나기에 도착 시간이 꽤 차이가 날 것 같다고 예상하는 제작진.
그리하여 멤버별로 다른 코스가 주어진다.
『주행 교육을 맡아 주신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참조하여 코스를 다르게 배치하였습니다.』
자연스럽게 뉴블랙이 운전 연수 교육을 잘 받았다는 점을 어필하는 한편.
전문가들이 ‘누구는 운전 스타일이 어떻더라’ 하면서 평가를 하며 점수를 매긴다.
1위 선우주부터 5위 서리혁까지.
그러면서 TV 화면에 코스가 흘러나온다.
TJ 엔터를 시작으로 약간 길을 돌아가야 하는 선우주와 최단 거리로 배려해 준 서리혁까지.
미미하지만 나름대로 의미 있는 차이였다.
『과연 누가 먼저 도착하게 될지 여러분도 맞혀 보세요!』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동시에 출발 지점부터 목적지까지 미니맵 위로 뉴블랙 멤버들의 아이콘이 떠오른다.
“우주 아니면 중현이가 1등일 거 같은데?”
“백퍼지.”
“꼴등을 모르겠네. 은근히 비주일 수도……?”
“아니야. 내비가 있잖아.”
사람들이 누가 꼴등일지 내기를 하는 동안 미니맵 위의 차량 위치가 계속해서 변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러운 장면 전환.
피디들이 감탄했다.
‘이런 식으로 스토리텔링을 하는구나.’
1위였던 우주의 차량을 2위였던 비주가 앞지를 때, 자연스럽게 비주의 차량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보여 주고.
꾸물꾸물 멈춰 있던 리혁의 차량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등등.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연출이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운전 연수에 몰입을 하는 시청자들이었다.
‘대단하다.’
예능 PD들이 혀를 내둘렀다.
흔히 예능은 편집의 미학이라고 불린다.
아무리 노잼인 장면이어도 편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재미가 갈린다는 뜻.
‘내가 편집했으면 그냥 장면 나열만 했을 거 같은데…….’
대충 ‘이쯤 바꿔 볼까?’ 하며 적당한 타이밍에 차량들의 장면만 교체했을 텐데, 과연 구재영은 구재영이었다.
그리고.
“뉴블랙이 진짜 대박이긴 하구나.”
“구재영 피디여도 저건 아이템이 진짜…….”
아무리 구재영 피디어도 못 살리는 순간들이 있다.
끼가 하나도 없거나 오히려 이상한 드립만 날려서 분위기가 싸해지는 그런 게스트들.
그와 달리 뉴니버스는 출연진 하나하나가 웃음 폭탄이었다.
“흐하하하!”
“흐하하!”
운전을 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에 시청자들이 웃고 있을 때.
뉴니버스의 하이라이트라고 불릴 법한 장면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누군가 등장하면서 모두 눈을 깜빡였다.
“어?”
“어어?”
하이라이트 장면의 주인공은 항상 웃음 폭탄을 선사하던 우주나 중현이 아니었다.
예고편에서 큰 웃음을 준 바 있었던 리혁이나 발랄한 지호도 아닌….
『같은 시각, 비주의 차량에서는….』
세 발자국만 걸어도 미아가 되는 어느 예쁜 길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