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51화
왕지호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저희 그룹에는 미친 사람이 하나 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미쳤다’는 수식어밖에 안 떠올랐다.
-미튜브에서 막 마술 보면 따라 하고요. 틈만 나면 이상한 신기술 배우는데… 종이비행기로 곡예비행을 한다니까요! 진짜 이상한 형 있어요!
무엇이든 보기만 하면 금방 따라 하는 맏형.
어딜 가든 러브콜을 받는 맏형을 볼 때면 자랑스러움과 혼란스러움이 공존하곤 했다.
‘진짜 뭐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어느 순간부터 셰프가 신이 나서 ‘더! 조금 더!’ 하면서 시키는데, 그걸 또 해낸다.
그리고.
‘왜 우주 형은 맨날 본인이 해 놓고 놀라지…?’
자기가 만든 스튜를 보며 놀라고 있다.
솔솔~
스튜에서 흘러나오는 냄새에 제작진이 웅성거렸다.
“냄새 장난 아닌데?”
“그냥 시키는 대로 한다고 해서 저게 되나?”
“우주잖아요. 쟤는 이름을 개연성으로 바꿔야 돼.”
곁에 서 있던 단테 첼리니도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가 스푼을 들어서 선우주가 만든 스튜를 맛보았다.
「맛이 왜 괜찮지?」
「괜찮으면 안 되는 건가요…?」
「아니, 말이 안 되는 건 아닙니다만….」
첼리니가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계량을 해 줬다고 해도 초심자가 낼 수 있는 맛이 아닌데.」
「제가 요리 경력이 꽤 있거든요. 음식점을 운영하는 할머니에게 이런저런 가르침도 받았고.」
「그래서 그런 거였군. 어쩐지 기본기가 탄탄했어.」
단테 첼리니가 팔짱을 끼고는 말했다.
「나쁘지 않은 실력입니다.」
「허어! 진짜요?」
「10년 정도 구르면 훌륭한 요리사가 되겠군요.」
「감사합니다…?」
「극찬입니다. 보통은 30년이 걸리니까.」
우주가 그 말에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지호가 시선을 돌렸다.
셰프의 딸 루나가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지호가 물었다.
「왜 그래요? 루나?」
「아빠가 저렇게 칭찬하는 거 처음 봐요!」
「평소에는 어떻게 하는데요?」
루나가 팔짱을 끼고 자신의 아빠를 따라 했다.
「얼간이 같은 녀석. 내 주방에서 꺼질 때까지 30초를 주지. 30… 29…….」
「…….」
「그러고 진짜로 나가면 왜 끈기가 없냐고 하면서 다시 데려와요. 자기가 나가라고 해 놓구….」
우리 아빠지만 이해가 안 된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딸의 모습에 지호가 삼촌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 단테 첼리니가 우주에게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그럼 이것도 한 번 해 보죠.」
「네, 셰프.」
갑자기 몇 가지 비법을 추가로 전수해 주는 모습에 지호가 슬쩍 누군가에게 시선을 돌렸다.
‘비주 형은 괜찮겠지…?’
보컬, 댄스, 연기 등등.
본업이 아니긴 해도 요리는 비주에게 아이덴티티와 같은 영역이었기 때문이었다.
우주가 주목 받는 상황에 비주 형이 살짝 서운해하지 않을까 고민할 때.
“허어…….”
양 뺨에 손을 올린 비주가 우주를 몽롱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역시 우주 형이야.”
‘중증이다.’
“진짜 우주 형은 어떻게 저렇게 빨리 배우지? 지호야, 되게 신기하지 않아?”
‘심각한 선우주 덕후야.’
지호가 시샘하는 눈으로 우주를 바라보았다.
‘나도 비주 형의 최애가 되고 싶은데!’
언제나 비주 형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맏형을 바라보며 질투심을 빛내는 지호였다.
막내들의 고질병 ‘나만 바라봐 줬으면’이 발동되는 한편.
일편단심인 둘째 형의 모습에 지호가 스윽 움직여서 누군가에게 달라붙었다.
“리혁이 형, 저는 형이 최고예요.”
“?”
‘그러니까 너도 나한테 최고라고 말해랏!’
그 말에 리혁이 확신하는 표정으로 속삭였다.
“너 나한테 뭐 잘못한 거 있지.”
“…….”
지호는 형들이 미웠다.
* * *
세계적인 셰프 단테 첼리니로부터 받은 극찬.
-너에게는 재능이 있다!
-어맛! 세상에!
하지만 ‘그러니 네가 주방의 헤드 셰프를 맡거라…!’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안타깝군.」
단테 첼리니 셰프가 말했다.
「요리 실력과 지식 수준이 이토록 차이가 나다니… 이건 마치 유체역학은 모르지만 항공기 조립은 잘하는 사람 같군요. 기술과 이론의 괴리가 심해요.」
쉽게 말해서 너 칼질은 잘하는데 재료들 궁합은 잘 모르는구나 하는 말이었다.
당연했다.
할머니에게 ‘조미료는 감으로 넣는 것이여’ 라는 말과 함께 제육볶음을 배운 사람에게 ‘아스파라거스와 궁합이 좋은 재료가 뭘까?’는 너무나 어려운 질문.
하지만 그런 나에 비해….
「아스파라거스가 들어간 샐러드에서는 딸기가 어울릴 거 같아요.」
「그럼 드레싱은?」
「음… 발사믹 식초와 올리브 오일 혹은 소금 정도가 아닐까 싶은데요.」
「훌륭합니다.」
모범생 같은 비주의 대답에 첼리니 셰프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곁에서 비주에게 이런저런 요리를 시켜 보던 그가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기술적인 부분도 나쁘지 않군요.」
「감사합니다.」
「하지만 비주 당신의 진정한 장점은 바로 창의력과 문제 해결력입니다.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하는 능력이 몹시 마음에 드는군요.」
첼리니 씨의 칭찬에 비주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평소 존경하던 요리 업계의 거장으로부터 들은 따스한 칭찬에 비주와 우리의 어깨가 용솟음 쳤다.
「주방을 이끌어 갈 헤드 셰프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입니다. 요식업에선 항상 예측 외의 상황이 벌어지죠. 그런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비주 당신이 헤드 셰프의 적임자입니다.」
「와아아아아!」
「그러니 지금부터 주방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당신의 책임ㅇ…….」
팍-
「너무 부담… 가질 필요 없습니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동료 셰프가 있어 순탄하게 흘러갈 테니.」
곧이어 첼리니 셰프가 우리에게 업무 분담을 해 주었다.
요리 : 우주, 비주
주방 보조 : 지호
음료 : 리혁
홀 : 중현
깔끔하게 배치된 업무 표를 보며 우리가 호오 하고 있을 때였다.
「우주와 비주, 두 사람의 요리 실력을 파악했으니 메뉴 추천도 도와드리겠습니다.」
우리가 적은 메뉴 후보들을 건네주자 첼리니 씨가 메뉴마다 별을 그렸다.
별 1개부터 5개까지.
우리 수준으로 3개까지는 할 만하고 4개부터는 하지 않는 게 낫다는 모양이었다.
「비주.」
「네?」
「이 요리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네, 있어요. 제 능력으로는 저런 류의 조리 방법이 좀 어려울 거 같긴 한데…….」
조리 방법이 어렵다는 말에 별 4개를 그리려던 첼리니 씨가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별 3개를 그렸다.
내가 물었다.
「셰프님? 조리 방법이 어렵다고 하지 않았나요?」
「당신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우주.」
「어렵다면서요…?」
「미튜브 보고 칼질을 익힌 당신이라면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열정으로는 못 해낼 게 없죠.」
그러고 나서 다른 메뉴 칸에 별 4개를 그리려던 첼리니 씨가 다시 한번 나를 바라보았다.
「가능…….」
「셰프님?」
「이것도… 음… 가능…….」
척 봐도 땀을 뻘뻘 흘리고 고생할 것 같은 메뉴들이 계속해서 별 3개에서 멈추는 상황.
「이건 좀 어렵지만… 가능…….」
「……셰프님?」
「비주, 어려운 건 우주에게 시키도록 하세요. 당신에겐 힘들어도 이 친구는 해낼 수 있을 겁니다.」
「저, 셰프님?」
「이것도 으음… 가능하겠군.」
내 말을 무시하고 중얼중얼 별을 3개까지만 그리는 첼리니 셰프의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힘내요.」
수플레인 루나가 나를 토닥토닥해 주는 한편.
못난이 같은 동생들이 빙글빙글 춤을 추면서 애교를 부렸다.
“축하합니다~ 축하합니다~”
“당신의 고생길을 축하합니다~”
“…….”
왠지 모르게 고생길이 열리는 기분이었다.
* * *
모두가 행복했다.
우리와 사진을 함께 찍은 첼리니 씨도 만족스러운 얼굴로 떠났고, 수플레인 루나도 우리 포옹을 받고 행복하게 떠났다.
제작진도 신이 났다.
“이야. 단테 첼리니가 우리 방송에…….”
“진짜 계 탔다. 시청률 15퍼센트 찍을 수도 있을 거 같은데요? 이걸로 알래스카 가능할지도 몰라요.”
요리사 중에서 가장 유명한 셀럽이 방송에 출연했다며 설레는 제작진.
그 속에서 졸개들도 꺄르르 웃었다.
“첼리니 씨가 요리 칭찬해 줬어.”
“우리 뉴씨 집안에 요리사가 둘이나 나오다니…! 형들 이건 정말 경사예요! 경사!“
졸개들도 신이 나 있고, 존경하는 셰프에게 칭찬을 잔뜩 받은 비주도 엄청 설레고 있었다.
그저….
그저 나만 슬픈 얼굴로 LA의 저녁 하늘을 올려다볼 뿐.
“떼잉….”
왜 낭만적이게 별은 또 많은 거야.
LA의 근사한 밤하늘을 보고 있을 때 동생들이 찰싹 달라붙었다.
“형만 믿을게요.”
“어려운 메뉴를 담당할 형을 위한 동생들의 애교~”
“…….”
내가 메뉴 후보군을 보며 말했다.
“인간적으로 우리 별 두 개짜리만 하자.”
“세 개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거 말이 세 개지, 아무리 봐도 세 개가 아닌 걸.”
까딱하면 타기 쉽고, 미디엄이나 레어 등으로 굽기 조절을 해야 돼서 초심자는 할 수 없는 스테이크가 별 세 개였다.
다음 식당으로 이동하는 동안 동생들과 메뉴를 고민했다.
첼리니 씨가 메뉴 난이도를 알려 준 덕에 고민은 길지 않았다.
“이걸로 갈까?”
“저도 이거에 한 표.”
“조리하기도 무난하고… 차별화를 하기도 좋을 거 같아요. 함박 스테이크랑은 좀 다르니까.”
“형들 뭐 골랐어요? 저도 그거 할게요.”
처음부터 ‘이걸로 할까?’ 하고 고민하던 요리가 선정됐다.
별 두 개짜리 요리.
[미국식 햄버거 스테이크]
어린아이부터 시작해 연세가 있는 분들까지도 공략하기 좋은 메뉴였다.
그리고 우리가 손님들에게 보여 주고 싶은 미국의 맛이기도 했다.
미국에서 먹었던 것 중에서 우리가 가장 좋아했던 메뉴들이 바로 이런 햄버거 패티들이었으니까.
한국에서 먹던 패티와는 뭔가 다르다.
한 입 베어 먹으면 육즙이 쫘악 하고 나오는데… 진짜 맛집에서 나오는 이런 패티들은 황홀한 맛이었다.
“얘들아, 우리 도착했어.”
“오…!”
멀찍이서 번쩍이는 네온사인이 눈에 들어왔다.
[New Orleans]
오늘의 마지막 장소이자 유명한 셰프인 바비 로스(Bobby Ross) 씨가 운영하는 식당이었다.
-남부 요리 최고의 전문가.
한국에서도 굉장히 유명한 단테 첼리니와 다르게 한국에서의 인지도는 조금 낮은 분이긴 하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첼리니 씨만큼 유명한 셰프라고 들었다.
분야는 미국의 대중음식.
튀기거나 굽거나 하는 요리에 대해서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셰프였다.
LA에서 시작한 푸드 트럭 사업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푸드트럭의 왕’이라는 별명을 얻은 분으로, 이분의 인생 역정을 모티브로 한 라는 영화도 있다.
이번에 지호랑 같이 비행기에서 넷플러스에 저장해 둔 걸로 보고 왔다.
「어서 옵쇼!」
우리가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키가 2미터가 넘는 우람한 체격의 흑인이 우리를 반겼다.
마리오 같은 콧수염.
머리 위에 흰 주방장 모자를 쓰고 흰색 옷을 입고 계셨는데, 그 아래로 근육이 꿈틀거렸다.
왼팔에 비주, 오른팔에 리혁이가 달려 있는 것 같은 굵기.
「정말 반가워요! 핫핫! 이것 참 웃음이 멈추질 않는구만!」
그리고 이분의 특이점이라면 바로 유명세를 엄청나게 좋아한다는 것.
첼리니 씨가 점잖게 ‘사진 좀 찍읍시다’ 하면서 사진을 거는 스타일이라면, 이분은 SNS에다가 ‘내가!! 뉴블랙!! 만났다!!’ 하는 분이었다.
「자, 이리로 오시죠! 오늘 뉴블랙을 위해 끝내주는 요리들을 준비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첼리니 씨의 레스토랑을 갔다 왔다고 했죠? 우리 식당이 파인 다이닝은 아니어도 그에 못지않은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이 바비 로스가 이름을 걸고 장담합니다!」
엄청 신이 나 보이셨다.
「에너지가 굉장하시네요.」
「유명인을 만나면 그렇죠. 여러분의 팬들이 이제 곧 이곳을 점령해 뉴블랙이 먹은 메뉴를 달라고 할 테니까요.」
솔직한 대답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안 그래도 우리가 레스토랑을 이동할 때마다 팬들이 서서히 불어나고 있었으니까.
「그나저나 저번에 제가 올린 생선 스튜 영상은 봤나요?」
「네.」
비주의 생선조림이 화제가 됐을 때, 이분이 미튜브에서 비주의 생선조림을 지중해식 스튜처럼 바꿨다.
LA 오면 꼭 방문해 달라고 했던 멘트가 기억난다고 하자 상대가 싱글벙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리 오시죠.」
따로 마련된 테이블에 도착하자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종류의 메뉴들이 쌓여 있었다.
어니언링을 비롯한 각종 겉바속촉 튀김.
필라델피아 스테이크 샌드위치.
텍사스 바베큐 등등.
「!」
놀란 얼굴로 멈춰 선 우리에게 바비 로스 셰프가 말했다.
「무엇을 좋아할지 몰라 전부 준비해 뒀습니다.」
「셰프님…!」
갑자기 이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테이블에 둘러앉은 우리에게 셰프가 손짓했다.
「한 번 드셔보시죠.」
「……!」
「맛이 끝내주죠?」
「네!」
오늘 먹은 것 중에서 제일 맛있었다.
마지막으로 먹은 음식이라 감동이 덜해야 하는데, 희한하게 제일 맛있었다.
바비 로스 셰프가 말했다.
「여러분의 입맛에 맞춰 간을 조절했죠.」
「우와….」
「친구 중에 한국인이 하나 있거든요. 그 친구에게 물어봐서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염도와 기름기를 맞췄습니다. 디저트도 너무 달지 않아야 좋아한다던데, 맞나요?」
「네, 맞아요.」
세심하게 배려를 해 준 덕분인지 정말 입맛에 딱 맞았다.
배가 부르다고 못 먹겠다던 우리 제작진도 몇 입 먹고는 계속해서 먹을 정도.
「여러분의 TV쇼로 찍고 있는 프로젝트의 미션이 바로 미국의 요리를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게 가져가는 거라고 들었어요.」
「네, 맞아요.」
「어떤 요리를 할지 결정했나요?」
햄버거 스테이크를 결정했다는 말에 상대가 반가워했다.
「잘됐군요! 내가 가르쳐 주죠.」
「!」
「좋은 햄버거 스테이크 레시피들이 있거든요. 물론 방송에선 비밀로 해 줘야겠지만….」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셰프 중 하나가 자기 레시피까지 따로 알려 주겠다는 말에 우리가 눈을 크게 떴다.
「감사하긴 한데…….」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아니겠는가.
무엇을 원하느냐는 우리의 눈빛에 바비 로스 셰프가 수줍게 요구했다.
「미튜브 조회수….」
끄덕.
우리가 일어나서 손을 내밀자 두툼한 손이 마주 잡았다.
거래 성립이었다.
* * *
[뉴블랙 미식 투어] 편의 미국 촬영을 그렇게 마무리한 후.
우리와 바비 로스 셰프가 다시 만난 건 LA에서의 로즈볼 콘서트가 끝난 다음 날이었다.
혹시 요리를 배우다가 어디 한구석이라도 삐끗하면 콘서트에 지장이 가기 때문이었다.
「축하해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고 하던데요. 온 SNS가 여러분의 사진으로 들썩이더군요.」
자기도 티켓을 살 수만 있었다면 갔을 거라는 바비 로스 씨의 말에 웃으며 몸을 풀었다.
“으어어…….”
“으허어….”
3일 연속으로 콘서트를 뛰어서 피곤하긴 하지만 정신은 쌩쌩했다.
미국 투어의 끝.
중간고사에서 가장 긴장했던 과목 하나를 마무리한 것처럼 안도감이 온몸에 퍼져 있는 느낌이다.
「여러분이 행복했을 동안 저도 행복했습니다. 후후후. 여러분이 방문한 직후 매출이 300퍼센트 뛰었거든요.」
「300퍼센트요…?」
「여러분의 팬들은 정말 먹는 데 진심인 사람들 같던데요.」
「…….」
왠지 모르게 머쓱했다.
‘그… 그런 경향이 좀 없잖아 있긴 하지.’
‘수플레들이 우리의 좋은 점을 닮아야 되는데.’
바비 로스 씨가 고맙다며 악수를 청하고는 우리를 주방으로 불렀다.
「자, 다들 여기로 오시죠. 오늘 햄버거 스테이크의 기초를 알려 주도록 하겠습니다.」
「네!」
「여기 한 명씩 서고… 아, 우주 씨는 이쪽으로.」
척 보기에도 어려워 보이는 과제들이 산적한 곳으로 부르는 바비 로스 씨.
내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저, 셰프님?」
「네?」
「왜 멤버들이 하는 거랑 제가 하는 게 다른 건가요? 이거 좀 어려워 보이는데…….」
「아아! 그게 궁금했군요!」
바비 로스가 유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우주 씨는 어려운 걸 시켜야 한다던데요?」
「예? 누가요?」
* * *
여느 직업과 마찬가지로 요리사들에게도 네트워크가 있다.
그것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요리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번에 뉴블랙이 온다고 해서 일단 OK했는데… 어떤 성격인지를 몰라서 대비가 안 되네. 까탈스러운가? 저번에 로건 스미스랑 그 부인 때문에 돌아 버리는 줄 알았는데….]
[나도. 저 정도 셀럽이 방문하는 건 처음이라…….]
[첼리니 씨, 뉴블랙은 어땠어요?]
영상 통화 속에서 유명 요리사들이 웅성웅성하는 동안 단테 첼리니가 그들에게 조언을 해 주었다.
뉴블랙이 어떤 성격인지.
음식 취향 등은 어떤지 등등.
“그리고 정말 특이한 일이 하나 있었어.”
[?]
“무엇이든 가르쳐 주자마자 흡수하는 친구가 있더라고. 내가 근래 본 재능 중에 최고였지. 가르칠 맛이 나더군.”
단테 첼리니가 턱을 쓰다듬으며 회고했다.
’그것은… 스승님의 칼질과 비슷했다.’
순간이지만 선우주의 칼질에서 그의 옛 스승이 떠오른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그가 자신이 겪었던 일화를 설명해 주자 요리사들이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무엇이든… 보면 바로 배운다고?]
[요리에 대한 열정도 대단하군. 가수 활동을 하면서도 요리를 배우기 위해 미튜브로 칼질 연구까지?]
[확실히 한 번 가르쳐 볼 맛이 나긴 하겠군.]
웅성웅성거리며 호기심을 보이는 요리사들.
‘이 정도면 보답은 한 셈이겠지.’
단테 첼리니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뉴블랙이 방문하고 나서 전 세계에 있는 그의 레스토랑이 매출이 올랐다는 보고를 받았다.
‘왜 저 팬들은 먹는 데 진심인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면 보답을 한 셈이 아닐까.
그의 이야기 때문에 다른 요리사들이 흥미를 보이며 선우주에게 어려운 스킬을 가르쳐 봐야겠다고 하고 있었다.
‘우주. 당신의 꿈을 이뤄드리죠.’
미튜브를 보고 온갖 기술을 배울 만큼 요리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했던 뉴블랙의 리더.
그에게 건배하듯 첼리니가 와인 잔을 들었다.
물론….
-예? 제가요?
-네.
-어려운 걸 좋아한다고요?
-네. 첼리니 씨가 그러던데요.
-…….
그의 말 때문에 누군가 주르륵 눈물을 흘리고, 주변 사람들이 박장대소하고 있다는 것은 모르는 셰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