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52화
나는 배움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다.
뭐든 배워 두면 쓸모가 있기 때문이다.
TJ 엔터에서 영어를 배워 둔 덕분에 수능 공부할 때도 덕을 톡톡히 보았고, 지금까지도 해외 활동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거기에 작곡은 또 어떤가.
TJ 시절부터 음대 준비하던 시기까지 계속 공부해 왔던 작곡도 지금의 나와 뉴블랙이 있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결국 뭐든 언젠가 써 먹을 날이 온다.
…라는 것이 나의 지론이었다.
지금은 ‘이걸 왜 배워야 되지?’ 하는 생각이 들진 몰라도, 언젠가는 나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제가 어려운 걸 좋아한다니, 그건 큰 오해예요.」
일부러 난이도를 올려서 배우는 요상한 취미는 없었다.
미튜브 보고 요리를 배운 것도 실용적인 기술이기 때문이었다.
-할머니. 내가 이번에 미튜브에서 면발 뽑는 거 봤는데… 요거 봐봐. 내가 수타 짜장면 해 줄게.
-넌 어디서 이렇게 이상한 것만 배워 오냐?
-짜잔~
-어디 가서 중국집 손자라고 해도 믿겄네.
김덕순 여사에게 특제 요리를 해 줄 때 써먹으려고 배웠던 취미인 것이다.
적당히 ‘맛있는 요리’를 해 주고 싶어서 한 것이지, 어디 미슐랭 레스토랑에 취업하려고 준비한 게 아니었다.
「…라는 이야기인 거죠.」
「흐음.」
그런 내 말에 바비 로스 셰프가 팔짱을 끼었다.
우람한 근육을 자랑하던 흑인 셰프가 고민하고는 물었다.
「그럼 쉬운 걸로 알려 드릴까요?」
「아뇨…!」
내 앞에 놓인 과제물을 치우려고 하는 셰프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
「배우고 싶어요.」
「역시, 그럴 줄 알았습니다. 하하!」
「…….」
내가 이게 문제다.
기회가 보이면 놓치질 못해….
당장 세계적인 셰프가 고급 기술을 알려 주겠다는데, 어렵다는 이유로 거절할 수 없었다.
「오해만 정정하고 싶어요. 저는 어려운 걸 좋아하지 않아요.」
「단지 요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할 뿐인 거군요!」
「그…….」
「솔직히 말해, 이 바비 로스 감탄하고 말았습니다. 톱스타들이 얼마나 바쁜지 알거든요. 그런 스케줄 속에서도 틈틈이 시간을 내어 요리를 연구했다는 것 아닌가요?」
「…….」
묘하게 틀린 말이 아니라 반박할 수가 없었다.
동생들이 간신배처럼 셰프에게 고자질했다.
「맞아요. 남들 다 자고 있을 때, 혼자 거실 소파에서 미튜브 보면서 이것저것 배우고 그래요.」
「열정이 대단한 사람이에요. 빡세게 굴려 주세요. 셰프님.」
눈을 흘겼지만 동생들은 꺄르륵 웃으며 셰프를 부추길 뿐이었다.
바비 로스 셰프가 껄껄 웃으며 ‘맡겨만 주시죠!’ 하고 있을 때, 내가 셰프님에게 물었다.
「질문이 하나 있어요.」
「무엇이든 물어보시죠! 하하!」
「첼리니 셰프님께서 다른 셰프님들에게 ‘제가 어려운 걸 좋아한다’고 말씀하셨다는데…….」
「그랬죠.」
「그분이 몇 분한테 그런 말씀을 하신 건가요?」
그런 괴소문이 어디까지 퍼져 있는지 파악하려고 할 때.
바비 로스 셰프가 손가락 3개를 펴 보였다.
「!」
내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역시, 꼬장꼬장한 성격의 첼리니 셰프는 요리 업계에서 인맥을 적게 맺는 게 틀림없었다.
「3명 정도 빼고 전부 다일 겁니다.」
「…….」
「그분과 사이가 안 좋은 사람이 3명 정도 될 거니까. 그 외에 전 세계의 유명 셰프들은 다 알았다고 봐야죠. 첼리니 셰프님은 세계 요리사 협회의 주요 인사이기도 하고….」
우리끼리 네트워크가 있거든요, 하며 웃는 말에 멍하니 허공을 올려다보았다.
머릿속에서 어려운 과제들을 내미는 요리사들이 그려진다.
-핫하! 우주 씨를 위한 어려운 요리 기술을 준비했습니다.
-어려운 거 좋아한다죠?
-이 요리가 어렵긴 하지만 우주 씨의 실력이라면 할 수 있을 겁니다. 토할 정도로 힘들긴 하지만….
갑자기 눈앞이 뿌옇게 변하는 기분이었다.
다른 게 슬픈 게 아니었다.
나 스스로를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슬픈 거였다.
힘들어도 새로운 거 가르쳐 준다고 하면 솔깃해서 배우고, 또 고생하고 파스를 덕지덕지 붙이고 그럴 게 뻔하니까.
“괜찮아요.”
리혁이가 내 어깨에 손을 턱 얹었다.
“말은 그렇게 해도 잘 해낼 거 알고 있어요. 그리고 시청자들이 얼마나 좋아하겠어요? 일단 형이 고생을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하겠어요. 그대의 눈물이 곧 시청률인 거예요.”
“맞아요. 형이 고생할수록 시청자들은 즐거워한다고요.”
동생들이 그런 말을 하니 또 솔깃하긴 하다.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무엇을 못할까.
그런 말을 하며 구재영 피디님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호오….”
구재영 피디님이 솔깃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초보 요리사가 마스터 셰프가 될 때까지… 선우주의 극한 직업 도전기를 서브 컨텐츠로 뽑아서…….”
“…….”
“너무 재미있을 거 같은데? 그치?”
피디님의 말에 동의하듯 끄덕이는 제작진과 우리 멤버들.
한국어는 모르지만 유명인 뉴블랙과 함께 뭘 한다며 좋아하고 있는 바비 로스 셰프까지.
“하핫! 시청률 대박이겠는데!”
“너무 멋진 계획이에요. 피디님!”
「조회수, 더 높은 조회수가 느껴지는군요!」
“…….”
나 빼고 모두가 행복했다.
* * *
「자, 그러면 촬영 들어가겠습니다!」
우리가 슬레이트를 탁 치면서 촬영이 시작됐다.
TV 출연 경력이 많은 덕분인지 바비 로스 셰프가 큐 사인에 맞춰 바로 멘트를 했다.
「자! 오늘은 뉴블랙 여러분을 위해서 저 바비 로스의 특제 레시피를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
「오늘의 메뉴는 바로 햄버거 스테이크. 흔히 솔즈베리 스테이크(Salisbury steak)라 불리는 메뉴입니다. 칼로 한 번 썰면 육즙이 쫙 나오는, 그야말로 풍미가 환상적인 요리죠.」
바비 로스 셰프가 직접 시범을 보여 주었다.
「여러분에게 우선 가르쳐 주기 전에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한 번 보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흑인 셰프가 센스 있게 흥얼흥얼 를 부르면서 유쾌하게 칼질을 했다.
미리 준비해 두었던 카라멜라이즈 양파를 볶으면서 좋은 향이 퍼지고, 고기 반죽과 함께 다양한 향신료가 섞인다.
「어때요? 냄새가 좋죠?」
「네.」
「바비의 특제 레시피에는 이 카라멜라이즈 양파가 들어가기 때문에 더욱더 풍미가 좋습니다.」
「오오오….」
곧이어 완성된 햄버거 스테이크.
카메라 감독님이 인서트를 찍고 나서 바비 로스 셰프가 나이프를 들었다.
「보시죠.」
겉으로는 굉장히 바삭해 보이는 햄버거 스테이크였다.
하지만 칼을 슥 대자, 푹 터지면서 육즙이 새어 나오는 게 보였다.
「으음~♪」
요리사가 근육을 꿈틀거리며 기쁨의 댄스를 추었다.
「요리사가 되길 잘했다고 느끼는 순간 중 하나죠. 한 번 맛을 보세요.」
동생들과 내가 침을 꿀꺽 삼키고 포크로 콕 찔렀다.
그리고는 한 입 먹었다.
「!!」
눈앞에 미미(美味)라는 글자가 뾰로롱 뜨는 기분이었다.
고소한 향과 함께 육즙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대, 대박이다….”
“형들, 이거 진짜 맛이 장난 아닌데요? 소스 없이 이것만 팔아도 바로 대박 날 거 같아요.”
저도 모르게 한국어로 리액션이 나왔다.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는 바비 로스 셰프에게 우리가 엄지를 들어 보였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
「하하! 손님들이 행복해할 때야말로 요리사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죠. 맛있었다니 다행입니다.」
「진짜 최고예요.」
「보셨죠? 수플레 여러분?」
바비 로스가 카메라를 향해 눈을 찡긋했다.
「여러분의 가수가 인증해 준 맛입니다. 바비 로스의 식당에서 햄버거 스테이크를 시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진짜 맛있어요. 여러분!」
우리가 품속에서 별 모양 초콜릿을 꺼내 미슐랭 스타처럼 건네주자 바비 로스 씨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동안 순식간에 바닥이 난 햄버거 스테이크.
제작진 대표로 양미현 작가님도 한 입 먹고는 엄지를 척 들었다.
“맛있죠. 작가님?”
“내가 돼지고기를 선호하지 않아서 함박은 잘 안 먹거든. 근데 이건 진짜 완전 소고기다.”
엄지 척 하는 작가님의 모습에 셰프님이 미소를 지었다.
「사실 이 햄버거 스테이크는 절반만 완성된 상태입니다.」
「?」
「여기에 소스가 더해져야 하거든요.」
「아…!」
너무 맛있어서 소스가 필요하다는 사실조차 깜빡했다.
「소스에 대해서도 알려 주긴 하겠습니다만, 여러분이 우선적으로 집중해야 할 부분은 바로 햄버거 스테이크 그 자체입니다. 여러분이 배우고 싶다고 했던 것도 이 부분이었고.」
우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소스는 우리가 한국식으로 바꾸면서 따로 만들 계획이었으니까.
「우선 햄버거 스테이크를 고른 것은 정말 탁월한 판단이라는 칭찬을 드리고 싶군요.」
바비 로스가 말했다
「레시피의 응용 방법이 무궁무진하거든요. 여기에 소스를 얹어 라이스나 매쉬 포테이토를 같이 제공해도 될 것이고, 또 여기서 위아래로 빵을 얹으면 그게 바로 햄버거죠.」
우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햄버거와 밥 양쪽으로 타깃을 잡아 젊은 세대든 나이 든 세대든 상관없이 입맛을 사로잡는 것이 우리 목표였다.
「기본적으로 햄버거 스테이크는 쉽습니다. 마냥 쉬운 메뉴는 아닙니다만 우주와 비주, 두 사람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메뉴죠.」
「하지만, 하는 말이 나올 차례 같은데요.」
「정확합니다.」
셰프가 눈을 찡긋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이 햄버거 스테이크의 진정한 묘미는 디테일들에 있습니다.」
그가 재료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야채를 잘 볶아서 재료의 풍미를 얼마나 살리는지, 그리고 얼마나 형태를 잘 잡는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 부분은 밑줄 쳐 주세요. 어떻게 굽느냐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인 요리입니다.」
우리가 열심히 메모를 했다.
「그래서 지금부터 그 부분을 자세하게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때 지호가 손을 들었다.
「그런데 저는 설거지랑 주방 보조인데요.」
「만약에 헤드 셰프인 비주와 세컨드인 우주가 모두 손을 다치게 된다면 어떻겠어요, 지호?」
「제 마음이 아프지 않을까요?」
나와 비주가 흐뭇하게 웃었다.
「……그, 그렇죠. 그렇지만 만약에 두 요리사 모두 요리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면?」
「음.」
막내가 턱을 매만졌다.
「그날의 영업은 중단하고, 손님들에게 사과문을 돌릴 거예요. 소정의 보상을 하겠다는 말과 함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이야기를 변명하지 않고 자세하게 적어서…….」
「맞습니다! 바로 그거죠!」
납득하던 바비 로스 씨가 말했다.
「아, 아니…! 이게 아니고… 아무튼 세 사람도 레시피를 알아야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형들이 다쳤으면 형들을 간호해야 되지 않나… 하며 중얼거리는 막내를 나와 비주가 쓰다듬었다.
“형들 없으면 안 돼요.”
‘기특한 우리 막내.’
“형들 없으면 내가 일해야 되는데….”
나와 비주가 지호의 옆구리를 꼬집거나 콕콕 찔렀다.
막내가 아얏, 하는 동안 바비 로스 씨가 동생들에게 각자 임무를 할당해 주었다.
「그리고 우주.」
「네, 셰프!」
「지금부터 우주에게는 아주 어려운 고난이도의 기술을 전수해 주도록 하겠습니다.」
「……!」
긴장한 얼굴로 바라보는 나에게 바비 로스가 씩 웃으며 말했다.
「그것은 바로….」
「바로…?」
「‘볶기’와 ‘굽기’입니다!」
「?」
내가 눈을 깜빡였다.
「그냥 기본적인 기술 아닌가요?」
「정말로 요리에 대해 잘 모르는군요, 우주. 볶기야말로 정말 어려운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셰프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한 번 해 보면 알게 될 겁니다.」
* * *
그 말은 정말이었다.
「어때요. 셰프님?」
「으음.」
「이번에는요?」
「으흐으음.」
「그럼 이번에는!?」
「으음.」
내가 결과물을 보여 줄 때마다 셰프가 고개를 저었다.
「불 조절 타이밍이 안 좋았습니다. 약불을 해야 될 타이밍에 강불을 하고 있으니 재료의 풍미가 죽죠.」
볶는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 건지는 몰랐다.
「볶기라는 건 식재료의 풍미를 끌어올리는 거예요. 노래에도 완급이 있듯이 볶기에도 완급이 있습니다. 강불로 재료의 수분을 날리고, 물기가 너무 적다면 중불로 수분을 나오게 하고.」
단순히 양파뿐만 아니라 다양한 식재료들로 연습을 시켜 주는 셰프였다.
「양배추같이 잎이 모인 채소는 밑동을 잘라 단면을 볶아 주고, 잎이 표면에 닿는 채소는 중불에 빠르게 볶아야 합니다. 멈춰야 할 타이밍은 채소의 빛깔이….」
정말이지 어려운 작업이었다.
왜냐하면 동작을 배우는 것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타이밍을 알아야 한다고 해야 되나.
언제 강불이나 약불을 사용하는지, 언제까지 하면 다 된 것인지 타이밍을 파악하는 연습.
다행히 셰프님에게 금방 칭찬을 듣긴 했다.
「우주는 다른 분야로 나갔어도 성공했을 겁니다. 이렇게 피드백이 빠른 사람은 처음 봅니다!」
「감사합니다. 이제 그럼 다 된 건가요?」
「앞으로 3시간 정도 더 하면 숙련될 거 같습니다. 정말 빠른 속도예요! 하하하!」
「…….」
슬픈 얼굴로 야채를 볶았다.
6월의 초여름에다가 에어컨이 약하다 보니 얼굴에서 땀이 뻘뻘 흐른다.
비주가 손수건으로 내 이마를 콕콕 닦아 주었다.
“비주야. 나 콧잔등도.”
“네.”
“어때? 형 코 높지?”
“마치 에베레스트를 보는 거 같아요.”
“비주 너도 그 옆에 있는 안나푸르나 같아.”
비주와 내가 호호호홋 하며 웃자 옆에 있는 졸개들이 못 볼 꼴을 본다는 표정을 지었다.
곁에 있던 바비 로스 셰프가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지금이야 힘들게 느껴질지 모릅니다, 우주. 사실 당신이 아니었다면 이런 연습까지는 안 시켰을 테니까요. 하지만, 이걸 연습하고 나면 요리의 품질이 급격하게 오를 겁니다.」
「네, 셰프.」
그 말에 내가 후라이팬을 들이밀며 말했다.
「그럼 이건 어떤가요?」
「다시.」
「…….」
역시나 배움의 길은 험하고 멀었다.
하지만 나만 이렇게 고생을 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동생들이 완성된 햄버거 스테이크를 들이밀 때마다 바비 로스 셰프님이 껄껄 웃으며 격려했다.
「다시!」
「…….」
「할 수 있습니다! 뉴블랙! 여러분은 정말 할 수 있어요! 여러분의 뒤에 있는 수플레들이 이걸 본다면…!」
바비 로스 씨가 활짝 웃다가 멈췄다.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우리를 보고 멈추더니, 곧바로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나를 죽이러 오는 거 아닌가?!」
이미 협박 편지를 10만 장을 받은 것 같은 얼굴이었다.
우리가 웃음을 터뜨리며 괜찮다고 말했다.
「괜찮아요.」
「저희는 이렇게 배우는 게 더 좋아요.」
벌써 몇 시간째 볶고 굽고 하다 보니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를 만큼 힘들고, 옷이 축축 젖는다.
하지만 제대로 배워 놔야 나중에 고생을 덜 하는 것 아니겠는가.
게다가 아무리 방송이라고 해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셰프가 자기 시간을 내주며 가르쳐 주고 있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이분도 계속해서 손수건으로 땀을 훔치고 있었다.
「그럼 계속할까요?」
셰프가 유쾌하게 웃으며 작업 진행을 지시했다.
물론 여전히 쉽지는 않았다.
우리가 결과물을 보여 줄 때마다 셰프님이 고개를 저었다.
대부분 비슷한 문제점 때문이었다.
「너무 익었군요(Overcooked).」
「너무 익어서 육즙이 다 날아갔어요.」
Overcook이란 단어가 머릿속에 정말 둥둥 떠다니는 기분.
분명히 이 정도면 적당히 익었는데, 너무 익었다고 뭐라고 하시는 분이었다.
그렇다고 덜 익히면 Raw 하다고 하시고.
「너무 힘든 것 같으니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죠.」
「네!」
카메라 메모리를 가는 동안 동생들과 함께 주방에 서서 미니 선풍기를 들고 땀을 식혔다.
정적.
하도 힘들어서 그냥 옹기종기 모여만 있을 때.
“저 진짜 오버쿡 됐다는 이야기만 수백 번 들은 거 같아요.”
“나도.”
“Overcooked. Overcooked.”
그런 말을 하면서 서로 웃고 있을 때였다.
선풍기 바람을 얼럴러럴 하면서 얼굴에 대고 식히면서 흥얼거렸다.
「Overcooked~ overcooked~♬」
흥얼흥얼하는 내 말에 맞춰 리혁이가 피식 웃었다.
그러곤 덧붙였다.
「그저 조금만 익혔을 뿐인데~♪」
웃음을 터뜨리던 다른 동생들이 덧붙였다.
「아무래도 널 향한 사랑이 과했나 봐~♬」
「Overcooked~ overcooked~♬」
아무 말 대잔치를 하면서 동생들과 웃음을 터뜨렸다.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던 바비 로스 셰프와 제작진도 그런 우리 모습에 귀엽다는 듯 웃었다.
내가 동생들에게 손짓하며 어깨동무를 했다.
“조금만 더 고생하자.”
“예압.”
“식당 운영하시는 분들이 우리 보고 ‘그래, 그 정도 노력이면 됐다’ 하고 납득하실 만큼.”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휴식 시간을 마치고 다시 촬영에 들어가려고 할 때였다.
분명 다시 요리 연습에 집중을 해야 하는데….
불현듯 귓가에 뭔가가 맴돌았다.
Overcooked~ overcooked~
그저 조금만 익혔을 뿐인데~♪
후라이팬으로 뻗었던 내 손이 우뚝 멈췄다.
그동안에도 귓가에서 멜로디가 도돌이표처럼 반복된다.
중독성 있는 매콤한 요리처럼.
“…….”
그 상태 그대로 동작을 멈추고는 동생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햄버거 스테이크 패티를 쥐고 있던 리혁이나 구우려고 화덕을 예열하던 중현이, 어딘가 곰곰이 생각에 잠긴 비주와 놀란 표정으로 눈을 깜빡이고 있던 막내까지.
우리 모두의 시선이 마주쳤다.
“나만… 그런 거 아니지?”
동생들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엄청나게 중요한 것을 깨달은 것처럼.
“…….”
“…….”
그동안에도 멜로디가 계속해서 귓가에 맴돌고 있었다.
시간이 느리게 가는 느낌이다.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이 우리의 땀을 식히면서, 앞으로도 이 순간을 기억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뇌리를 스쳤다.
꿀꺽.
침을 삼킨 우리가 제작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혹시….”
“?”
“저희만 그런가요? 방금 노래 되게 귓가에 맴돌지 않았나요?”
제작진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고는 무슨 이야기냐는 듯 물었다.
“그렇긴 한데… 유명한 팝송이라서 그런 거 아니야?”
“유명하다고요? 들어 보신 적 있으세요?”
갑자기 심장이 철렁했다.
제작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냥 유명한 노래 같아서 그런 건데… 왜?”
“그… 방금 저희가 만들었는데요.”
“……?”
처음에는 ‘뭔 소리야?’ 하던 제작진이 무언가를 깨달은 표정으로 눈을 크게 떴다.
구재영 피디님이 ‘방금 휴식 시간 찍고 있었어?’ 하며 다른 제작진을 닦달하고 있을 때.
이 모든 소란에서 한 발짝 벗어나 있던 셰프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Overcooked~ overcooked~♬」
유쾌하게 흥얼거리던 미국인 셰프가 웃으며 물었다.
「정말 마음에 쏙 드는 가사네요. 여러분이 부르는 걸 보니, 요즘에 유행하는 노래인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