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953화 (953/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53화

구재영 피디가 다급한 얼굴로 재촉했다.

“찍었어?”

“잠시만요.”

“얼른, 얼른 확인해 봐. 이거 진짜 찍은 거 맞니? 찍혔어? 찍어 놨었어야 하는데…….”

카메라 감독이 다급하게 카메라를 뒤적거렸다.

구 피디가 발을 동동 굴렀다.

‘찍혀 있어야 되는데…!’

다른 제작진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찍었어?”

“주성아, 우리 방금 거 찍었니?”

“잠시만요…….”

카메라를 담당하는 이가 메모리를 훑어보고는 말했다.

“찍었어요! 와, 살았다.”

“찍혔어? 제대로?”

“제대로 찍혀 있어요. 피디님이 멤버들 쉴 때도 6mm 카메라 계속 돌리라고 했잖아요.”

“잘했다, 잘했어!”

스탭들끼리 와아악 하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양미현 작가가 이마의 땀을 훔쳤다.

“와, 진짜 쫄렸네.”

“이거 진짜 찍어서 다행이지. 못 찍었으면 한 달 내내 생각났을걸.”

“어디 제대로 찍혔는지나 보자.”

구재영 피디의 말에 스탭들이 6mm 카메라 앞에 모였다.

주방에서 미니 선풍기를 들고 있던 뉴블랙 멤버들이 노래를 흥얼흥얼거린다.

[Overcooked~ overcooked~]

[그저 조금만 익혔을 뿐인데~♪]

우주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있던 막내가 화음을 넣어 주고.

곁에 있던 리혁이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멤버들이 아무 말이나 하나씩 덧붙이며 노래가 탄생한다.

우주가 시작한 멜로디가 반복되면서 덧붙여지는 가사들.

“와…….”

처음에는 안도의 숨을 내뱉었던 제작진이 감탄한 얼굴로 영상을 다시 재생했다.

[아무래도 널 향한 사랑이 과했나 봐~♬]

[Overcooked~ overcooked~]

귓가에 계속해서 맴돈다.

구간 반복하듯이 영상을 몇 번 정도 돌려 본 제작진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미쳤다.”

“그니까, 이게 즉흥곡인 거지? 애들이 그냥 아무렇게나 만들었다는 거 아냐.”

“그런 거 같은데요…? 평소에도 노래 이런 식으로 만든다고 하잖아요.”

척 보기에도 범상치 않았던 퀄리티였다.

아니.

처음에는 퀄리티에 대한 평가 자체를 하지 않았던 노래였다.

‘그냥 있는 노래인 줄 알았지.’

누군가 노래를 흥얼거리면 유명한 노래인가 보다 하듯이, 뉴블랙이 부르는 노래 역시 이미 엄청 유명한 노래인 줄 알았다.

노래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 이미 있는 노래라고 생각한 것이다.

뉴블랙이 ‘사실 W.J. Sun이라는 팝 가수가 부른 Overcooked입니다’ 했어도 스탭들은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을 터였다.

그런데 세상에 없었던 노래라니.

제작진이 휴식 장면을 찍어두었냐고 괜히 카메라 감독을 닦달했던 것이 아니었다.

-뉴니버스 미공개 장면 공개, 주방에서 영감을 얻은 뉴블랙?

-오늘 방송되는 뉴니버스, ‘뉴블랙 신곡’ 비하인드 담긴다.. 구재영 피디 “놀라운 장면 나올 것”

-뉴니버스, 뉴블랙 신곡 비하인드에 시청률 껑충

…그런 기사들이 제작진의 눈앞에 스쳐 갔다.

구재영 피디의 눈이 초롱초롱 반짝였다.

‘뉴블랙 영어 신곡이 나올 때, 해당 주에 신곡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비하인드를 공개하는 거야. 거기에 몇 가지 장면을 추가해서 더 재미있게…….’

예능 피디가 머릿속으로 온갖 편집점을 잡을 때.

카메라 감독 이주성이 한숨을 쉬었다.

“아, 진짜 살 떨리네요. 무슨 출연진이 잠깐 한눈팔고 있는 사이에 노래를 다 만들고….”

“우리가 적응해야지. 뉴블랙이잖아.”

“혹시나 해서 6mm 카메라 돌리고 있어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진짜 두고두고 억울할 뻔했어요. 남들한테 얘기해 봐야 믿어 줬겠어요? 다들 거짓말한다고 안 믿어 줄 거고.”

솔직히 제작진도 직접 눈앞에서 목격하지 않았다면 믿기 힘들었을 이야기였다.

작업실에서 최소 수십 시간을 공들여야 탄생할 노래가 얼렁뚱땅 탄생했다고 하면 누가 믿을까.

“저기 봐요.”

“응?”

“우주 얼굴 좀 봐요. 우리만 놀란 게 아니라 우주도 놀란 거 같은데요?”

눈을 부릅뜬 우주의 모습에 제작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왜 당사자가 놀라냐고…!’

*   *   *

왠지 이런 기분이다.

-선 박사님은 천재군요! 어떻게 이 로봇을 탄생시킨 건가요?!

-아침에 샌드위치를 먹다가 설계 도면이 떠올랐죠. 하지만 아직 작동이… 어어어! 작동이 되고 있다!?

-?

-세상에?! 왜 작동이 되지?

아무 생각 없이 ‘왜 자꾸 너무 익혔다고 뭐라고 하시나요!’ 하소연 하듯이 흥얼거린 노래일 뿐인데.

지나치게 좋은 노래가 탄생해 버렸다.

「예? 세상에 없던 노래라고요?!」

바비 로스 셰프가 당황해서 근육을 꿈틀거렸다.

불끈!

상대가 손에 쥐고 있던 당근이 소멸해 버렸다.

「Oh my, 이걸 지금 만들었다는 겁니까?」

「그…렇게까지 놀랄 만한 일은 아닐 거 같은데요.」

우리야 놀라는 게 당연하다.

노래 부르는 게 직업인 만큼, 방금 내가 흥얼거린 멜로디가 얼마나 좋은 건지 바로 알아차렸으니까.

그에 반해 일반 대중이라면 ‘음 좋네~’ 하는 정도가 보통의 반응 아닐까 싶었는데.

「당연히 놀라운 일이죠!」

바비 로스 셰프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여러분의 반응을 보아하니 굉장한 곡이 나온 것 같은데… 그 말인즉슨 뉴블랙의 다음 곡이 될 가능성이 높은 곡이고, 또 그 노래가 저의 식당에서 나온 거 아닙니까?!」

속사포 같은 목소리가 휘몰아친다.

「만약에 이 곡이 성공을 거둔다면 식당에 현판을 하나 걸 수 있겠네요! 뉴블랙이 노래를 만든 바로 이 장소!! 수플레의 성지! 뉴블랙의 위대한 명곡이 탄생한 수플레 문명의 발상지…!!」

셰프의 동공 위로 슬롯머신처럼 ‘$$$’가 촤르륵 떠오른다.

바비 로스 셰프가 물었다.

「제목이 뭐죠?!」

「아마도 로 해야 되지 않을까요…?」

그 말에 상대가 환호했다.

「노래가 출시된다면 벽에다 현판을 걸어야겠군요. ‘뉴올리언스 식당, 오버쿡드의 탄생지’ 라고 적는 겁니다. 그러면 앞으로 10년은 손님 걱정 없이 장사를…….」

「그, 셰프님.」

아직 이걸 타이틀로 할지 확정한 게 아니라고 말을 하려고 할 때.

「아차차! 일단 비밀유지각서부터 써야겠군요. 오늘 촬영장에서 들었던 노래에 대해서는 발매 전까지 입도 끔뻑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의 비밀은 이 바비가 지켜 주겠습니다!!」

「어… 그, 그러세요.」

비밀 유지각서까지 쓰겠다고 말하는 분의 기백에 압도되는 기분이었다.

장사를 하려면 이 정도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하는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는 한편.

“그나저나…….”

졸개들과 내가 회의 대형으로 모였다.

“이거 어떻게 하지?”

“일단 타이틀감 나온 거 같아요.”

지호가 말했다.

“회사 사람들이랑 이야기해 봐야 될 거 같긴 한데…… 이거 뭐 거의 확정 아니에요?”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중현이가 동의했다.

“후렴 만드는 게 제일 어려운데, 일단 그게 된 거니까. 잘만 다듬으면 메트로 후속곡으로 내도 될 거 같아요.”

“이따 호텔 돌아가서 작업할까요. 형?”

비주까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우리의 시선이 지금까지 조용히 있던 한 사람에게로 향했다.

“으음…….”

“똑똑. 녀브제영. 서리혁 씨.”

지호의 말에도 뭔가 골똘히 생각에 잠긴 리혁이.

의문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우리에게 리혁이가 고개를 들었다.

“방금 벌어진 현상에 대해 생각 중이었어요. 과학자는 우연히 벌어진 현상에도 주목하는 법이거든요.”

‘넌 가수잖아….’

“과학도로서 방금 벌어진 현상의 원인을 분석하고 있었어요.”

“무슨 현상?”

리혁이가 눈을 빛냈다.

“우연히 흥얼흥얼했는데 명곡이 탄생해 버린 상황이요.”

“이거야 그냥 있는 일이잖아?”

지금까지 없던 일은 아니었다.

내가 지금까지 작곡한 곡 중에서 이런 식으로 우연히 탄생한 곡들도 꽤 있었으니까.

“아니죠.”

리혁이가 단언했다.

“거기서 생각이 끝나면 안 돼요. 사과가 떨어지는 현상을 보고 ‘사과가 하늘에서 떨어지는군’ 하면 안 되는 거예요.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그 뒤에 있는 중력까지 파악을 해야… 왜, 왕지호?”

“무슨 소리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방금 어떻게 된 것인지 원인을 파악하자는 거지.”

하품을 하며 듣는 우리에게 리혁이가 말했다.

“이 현상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면 앞으로도 똑같이 재현할 수가 있는 거잖아요.”

“!”

“!!”

이 말은 좀 솔깃했다.

명곡이 탄생한 원인을 파악하면 다음번에도 이 현상을 똑같이 재현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말이었다.

“왜 방금 명곡이 나왔는가…….”

우리가 턱을 매만지며 고민에 잠겼다.

비주가 말했다.

“힘들어서 그랬던 게 아닐까요?”

“!”

일리 있었다.

희한하게 컴백이 다가오거나 다른 일로 바쁠 때면, 청개구리처럼 작곡에 대한 아이디어가 샘솟곤 했으니까.

중현이가 동의했다.

“너무 힘드니까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었던 것도 이유 같아요. 물론 저는 안 힘들었지만.”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다…….”

작곡 이론이나 완벽한 멜로디에 대한 집착 없이 그냥 입에서 나오는 대로 나왔던 멜로디.

“수능만 다가오면 모든 게 재미있어지는 청개구리 심보와 다른 생각을 할 틈 없는 바쁨이 비결인가….”

우리가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바비 로스 셰프가 물었다.

「오늘은 그만할까요?」

「네?」

「제가 예술가는 아니지만, 지금처럼 영감이 찾아온 순간을 놓치면 안 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습니다. 하하! 내일 마저 하고 오늘은 곡 작업을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아니에요.」

우리가 고개를 저었다.

중요한 것이 있어도 일단 하고 있는 것을 제대로 마무리 지어야 직성이 풀리는 게 우리였다.

게다가….

지금은 실험을 해 볼 게 하나 더 있었다.

-요리하다가 힘들어서 좋은 후렴이 나왔다!

그러면 추가로 더 힘들면 나머지 파트도 자연스럽게 같이 나오지 않을까?

「저희를 빡세게 굴려 주세요. 셰프님!」

「?」

「입에서 단내가 날 만큼 굴려 주세요. 저희가 셰프님이 가르쳐 주는 모든 스킬을 마스터할 때까지…!」

상대가 활짝 웃었다.

「오, 정말로요? 저는 좋습니다만!」

「저희도 좋아요!」

「하하! 하하하하!」

「꺄르륵!」

*   *   *

비슷한 시각.

수평선 너머로 노을이 지고 있는 LA 숙소에서는 지금 준비가 한창이었다.

“불판 이쪽으로 옮기자.”

“네, 팀장님.”

“다들 짐들은 다 챙긴 거지? 캐리어 짐 싼 사람들만 와서 바베큐 파티 준비하고!”

마당에 바베큐 장비를 세팅하는 이들은 바로 레몬 엔터의 프로듀싱 팀이었다.

-앞으로 두 달간 워크숍을 다녀오겠습니다. 우주선 님.

-다녀오세요.

-감사합니다!

실력 증진을 하기 위해 지난 두 달간 미국에서 열심히 수련을 했던 작곡가들이었다.

목표는 단 하나.

-뉴블랙의 미국 진출을 돕는다!

작곡 실력에 대해서라면 전 세계에 있는 어떤 작곡 집단과 비교해도 우수하다고 자부하는 프로듀싱 팀이었다.

개개인 하나하나는 스타 작곡가들에 비해 떨어질지 몰라도, 집단으로 운용되는 작곡 시스템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어느 곳보다 선진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팀장님. 이건 쪼오금 비효율적이지 않을까요? 한 번 하면 끝나는 일인데 두 번이나 하게 돼서 번거로울 거 같고.

-그렇지?

-이런 쪽으로 개선해 보는 건 어떨까요?

나상윤 팀장과 우주가 매일 회의를 하며 업무 방식을 가장 효율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매일 천재로 불리는 인물과 함께 작업하다 보니 쌓이는 경험치까지.

이제는 개인 하나하나가 K팝 업계에서 작곡가로서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해.’

한국 활동에 대해서라면 누구보다 전문가라고 할 수 있지만, 뉴블랙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면서 문제가 생겼다.

-미국 쪽은 뭐가 트렌드지?

-그…러게? 우주한테 물어보면 알 거 같긴 한데.

-지금 멤버들 화보 촬영 준비 중일 걸요. 며칠 정도 고기 못 먹어서 엄청 예민해요.

작곡가들에게 해외 트렌드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게 문제였다.

물론 해외 작곡가들과 협업을 하면 간단히 해결되는 것이지만, 해외 작곡가들이 영어 곡으로 만들어야 할 K팝 특유의 매력 포인트를 이해하지 못하는 점도 컸다.

한국 불고기를 미국식으로 만들고 싶은 거지, 그냥 미국식 햄버거를 만들고 싶은 건 아니니까.

그런 이유로.

‘그냥 우리가 빡세게 공부해서 서포트하자.’

…라는 일념 하에 프로듀싱팀 직원들은 지난 두 달간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공부를 했다.

우주가 인맥으로 주선해 준 미국의 거물 작곡가에게 가르침을 받기도 하고, 매일 같이 직원들끼리 모여 혹독하게 트레이닝을 통해 해외 트렌드에 대한 감각을 키웠다.

새벽까지 맥주캔을 구부려 가며 작업을 하고, 다음 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 또 공부를 하고.

지난 두 달간 작곡가들은 눈에 독기가 가득한 상태였다.

-우리 애가 벌어 온 돈이다.

LA의 좋은 숙소에서 매일 좋은 식사를 할 수 있는, 그것도 두 달이나 월급을 받으며 공부할 수 있는 기회.

이런 기회가 누가 벌어 오는 돈에서 나왔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 때문에 수험생처럼 눈에 독기가 가득했던 프로듀싱팀 팀원들이었는데…….

“하하!”

“하하하!”

오늘은 여기저기서 웃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제 두 달간의 연수가 끝나기도 했고, 곧 한국으로 돌아가기 때문이었다.

“LA에서 한국 음식 많이 먹긴 했지만 그래도 한국 음식이 그립긴 해요.”

“나 요새 구내식당 음식이 그립다니까. 이모님이 만드시는 설렁탕 국물이 진짜….”

“솔직히 우리가 SNH 엔터보다 더 밥 맛있을걸. 저번에 대표님이 회사 인수하는 거 실사 따라가서 먹어 봤는데 우리 회사가 더 낫더라구요.”

다양한 주제로 한국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우는 작곡가들.

‘엄마 보고 싶당.’

‘여보….’

가족들과 친구들, 한국에 있을 사람들을 만날 생각을 하며 들떠 있는 작곡가들이었다.

그리고, 소심했던 두 달 전과 달리 지금은 자신감도 가득해 있었다.

“이제 슬슬 해 볼 만한 것 같은데요?”

작년 송 캠프 이후로 레몬 엔터에 입사한 유웅 작곡가가 자신감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이제 우리도 타이틀에 도전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미국 관련해서 지식도 풍부하게 쌓였고.”

“가능하지.”

“그래, 우리가 틴스피릿이랑 스트릿 보이즈 곡도 쓰는 사람인데. 우주랑 싸워서 이기진 못하더라도 이제 비벼볼 순 있지.”

거기다 이번에는 정말 좋은 기회가 하나 더 있었다.

-요리를 주제로 할 거예요!

-곡은 썼어?

-아뇨. 좀처럼 떠오르지가 않네요….

…라는 말을 듣고 작곡가들이 지난 몇 주 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든 곡들이 있었다.

자기 전에 한 번 만지고, 아침에 일어나서 한 번 만져서 완성시킨 곡들.

저마다 그 곡을 출품할 생각을 하며 자신감 있는 미소를 지었다.

‘후후후. 성장한 나를 보여 주겠어..☆’

‘깜짝 놀랄 거다. 우주야. 너의 턱밑에 내 곡이 아이스크림처럼 서늘하게 다가가겠지.’

‘운 좋으면 내 곡이 뽑히는 거 아냐!?’

저마다 속으로 의기양양한 웃음을 터뜨릴 때였다.

“그나저나 애들은 언제 온대요?”

“곧 올 거야. 아마.”

나상윤 팀장이 시계를 보며 말했다.

“아마 바베큐 파티 시작할 때 즈음에 올 거 같은데? 지금 예능에서 요리 레슨하는 거 끝나 간대.”

“일단 그럼 고기 굽고 있을까요?”

“그러자.”

마당에 마련된 불판 위로 고기가 올라왔다.

오늘은 미국에서의 마지막 밤.

내일 뉴블랙과 함께 비행기를 같이 타고 출발할 작곡가들이 마지막으로 먹는 미국 식사였다.

그리고 뉴블랙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기도 했다.

[뉴블랙! 사랑한다!]

…라는 현수막이 LA의 여름 바람에 펄럭였다.

그들에게 아낌없이 투자를 해 주고 두 달이나 기다려 준 회사 가수를 위해 준비한 파티.

“선물은?”

“거실에 잘 숨겨 놨어요.”

뉴블랙에게 줄 선물들까지 준비가 되었을 때.

고기가 어느 정도 굽고 있자, 멀찍이서 차량 한 대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오, 온다!”

“왔어요! 우리 팡파레 준비해요!”

검은 SUV가 숙소 앞에 멈춰 서면서 문이 열렸다.

그리고….

“?”

“??”

비실비실한 다리가 털썩 하고 내렸다.

‘……주저앉는 거 아니야?’

균형을 살짝 잃는 리혁이를 지호가 힘겹게 부축해 준다.

마치 부상당한 전우와 어깨동무하는 듯한 모습에 작곡가들이 눈을 깜빡이고 있을 때.

다른 멤버들도 차량에서 힘겹게 내렸다.

달달달달달-

근육통으로 몸을 덜덜 떨며 내리는 멤버들.

분명 평소와 똑같이 귀여운데, 어딘가 할아버지들처럼 폭삭 늙은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

나상윤 팀장이 당황해서 물었다.

“왜… 왜 그래?”

“실험이… 실패했어요…….”

리혁이가 그 말을 하며 털썩 주저앉았다.

“리혁아…!”

“형이 쓰러지면 안 돼요! 형 때문에 다 이 고생을 한 건데…!”

“나도 이럴 줄은 몰랐지!”

바보들처럼 옥신각신하는 모습에 프로듀싱팀 직원들이 물었다.

“무슨 상황이야?”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요.”

우주가 차분하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래도 긍정적인 점이 없는 건 아니에요. 요리 스킬을 완벽하게 마스터했으니까. 후렴도 만들었고.”

그런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멤버들에게서 양파 구운 냄새와 햄버거 스테이크 냄새가 진동했다.

“떼잉…….”

“에잇! 힘만 들구!”

불쌍하면서도 바보들 같은 모습에 작곡가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흐하하하하하!”

“흐하하!”

“흐하하하하!”

그렇게 미소를 짓고 있을 때였다.

“어…?”

작곡가들이 멈칫했다.

방금 들은 이야기 중에 이상한 부분이 떠오른 것이다.

-후렴도 만들었고….

나상윤 팀장이 물었다.

“우주야…?”

“네.”

“타이틀곡을 만들었다고?”

“아! 아직 확정한 건 아닌데요. 타이틀곡 급으로 잘 뽑힌 게 나왔어요! 정말 좋은 일이죠~?”

“막혔… 다면서?”

며칠 전에 ‘아직 곡을 쓴 게 없니?’라는 물음에 ‘네 없어요’ 하고 답했던 우주였다.

“물론 어제까지는 그랬는데….”

천재가 반짝 웃었다.

“마침 오늘 떠오르지 뭐예요!”

“…….”

“그런데 왜 그러세요?”

지난 두 달간 영어 타이틀곡을 만들기 위해 공부했던 작곡가들 사이에서 멍하니 정적이 흘렀다.

이윽고 그들이 털썩 주저앉았다.

“왜… 그러세요?”

“꺼흐흐흑…!”

“어어어…! 왜 우세요?”

“어흐흐흐흑!”

그냥 미국에서 두 달간 공부한 사람이 되어 버린 작곡가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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