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54화
“왜 그러세요?”
“어흐흐흑!”
“아니, 왜 그러시는지 말로 좀…….”
작곡가들이 원통한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또 낚였어!”
“이번에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다들 밤하늘 보지 마! 저기도 우주야!”
땅바닥에게 화풀이를 하는 작곡가들을 보면서 내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고는 이 자리에서 유일하게 표정 변화가 없는 솔트맨 작곡가에게 다가갔다.
바베큐용 고기에 소금을 뿌리고 있던 작곡가에게 내가 물었다.
“솔 피디님.”
“응?”
“다들 지금 저러시는 게 혹시… 저 때문인가요?”
“너 때문에 그런 건 아니지. 내가 봤을 때 다들 좀 김칫국을 마셨어.”
“김칫국이요?”
상대가 집게로 고기를 뒤집으며 말했다.
“미국에서 실력이 늘었으니까 이제 영어 곡도 한 번 만들만 하지 않을까, 하면서 곡을 쓴 거지. 마침 네가 곡도 아직 안 썼다고 소식을 듣고 막 설레더라고.”
“아하…….”
“어리석은 자들 같으니, 나처럼 처음부터 안 될 걸 알고 안 썼어야지. 후후후.”
솔트맨 작곡가님이 자신의 현명함을 자화자찬하고 있을 때.
내가 작곡가들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울음 뚝!”
“어흐흐흑!”
“우는 사람은 저와 개인 면담하겠습니다.”
“히끅…….”
작곡가들의 통곡이 멈췄다.
잠시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표정으로 작곡가들 앞에 섰다.
“여러분은 지금 중요한 점을 간과하고 있어요.”
“?”
“왜 저의 곡이 반드시 타이틀 곡이 될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여러분이 쓴 곡이 더 좋을 수도 있잖아요.”
“…….”
“아니, 왜 다시 우세요?!”
작곡가들이 다시 통곡하기 시작했다.
“……왜 이러시지.”
“솔직히 제 생각에도 형이 쓴 곡이 질 거 같지는 않아요….”
비주가 소곤거렸다.
“너무 좋긴 하잖아요.”
“그런가? 그래도 길고 짧은 건 대 봐야 아는 거잖아. 정말로 더 좋은 곡이 있을 수도 있는 거고.”
“그… 뭔가 맞는 말인데 틀린 말 같아요. 형.”
비주의 말에 다른 동생들도 동의했다.
그 동안 세상을 한탄하던 작곡가들이 이내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현실을 받아들였다.
“어휴, 또 속았네.”
“제가 속인 건 아닌데…….”
며칠 전에 들었던 정말로 ‘곡은 쓴 거 없니?’ 라는 나상윤 팀장님의 질문에 ‘아직 없어요’ 라고 한 것 뿐인데.
헛웃음을 짓던 작곡가들이 이내 우리에게 팔을 벌렸다.
“잘 왔어, 얘들아!”
“얼른 이리 와. 마침 잘 왔어, 지금 고기가 막 다 구워졌거든.”
매캐한 연기가 마당에 피어오르는 가운데, 숙소에 놓인 피크닉 테이블에 우리와 매니저들이 둘러앉았다.
민기 형이 말했다.
“숙소가 좋네요.”
“대표님이 보내주셨어요. 연수 간다고 하니까 좋은 데서 머물러야 한다고. 진짜 좋은 데서 두 달 보냈죠.”
프로듀싱팀 직원들이 그런 말을 하며 접시를 건네주었다.
뜨끈한 고기를 저마다 한 입에 넣으며 감탄했다.
지호가 눈물을 머금은 눈으로 말했다.
“…진짜 마히허여, 호행한 한흥 혹이 홍하허니.”
“진짜 맛있고, 고생한 만큼 복이 온다더니, 라는 말이구나.”
“헤….”
“네, 라고 한 거구나?”
햄스터처럼 빵빵한 볼을 자랑하는 동생을 토닥여 주고는 나도 고기를 먹었다.
진짜 요리 배우느라 몇 시간 동안 서서 진땀을 흘려서 그런지, 음식이 살살 녹는 것 같다.
평소에 우아하게 먹는 리혁이마저도 미친 듯이 깨작거리고 있었다.
“어이구.”
“배가 많이 고팠나 보다. 더 먹을래?”
“네!”
나와 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프로듀싱팀 직원들이 우리를 위해 준비한 고기들을 몽땅 다 굽고, 우리가 맛나게 먹어치웠다.
그러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후식으로 구워지는 마시멜로를 보며 멍 때리고 있었다.
“얘네 얼굴 봐.”
작곡가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윽고 서로의 얼굴을 본 우리도 웃음을 터뜨렸다.
진짜 꾀죄죄하다.
머리도 북슬북슬한 것이, 산을 헤매던 시골 강아지가 도깨비풀을 잔뜩 몸에 붙이고 돌아온 것 같았다.
나상윤 팀장님이 물었다.
“무슨 특집을 하길래 그렇게 열심히 준비하는 거야?”
“저희 식당 특집이요.”
글로벌 앨범의 주제가 될 요리에 맞춰서 뉴니버스의 주제도 요리로 맞췄다는 이야기에 작곡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독특하지만 재미있는 프로모션이긴 하네.”
“이번에 주제가 되게 괜찮은 거 같아. 우주 네가 주제가 요리라고 하자마자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이 떠오르더라고.”
“나도 앉은 자리에서 바로 썼잖아.”
그런 대화를 하면서 프로듀싱팀과 밀린 이야기를 했다.
지난 두 달 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무엇을 배웠는지, 어떤 일화들이 있었는지 등등.
그런 대화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화제가 이번 영어 곡으로 옮겨갔다.
“참.”
작곡가들에게 물었다.
“말 나온 김에 노래들도 한 번 들어볼까요?”
“노래?”
“저희가 쓴 도 들려 드리고, 여러분이 쓴 곡들도 들어보면 좋을 거 같아서요.”
“그럴까?”
작곡가들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내가 쓴 곡이 궁금했다는 모양이었다.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하자.”
바깥에서는 다른 사람이 듣게 될 수 있으니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숙소로 들어오자 리혁이가 헤드폰을 쓰고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손에 든 탐지기와 함께.
“……리혁이는 뭐 하니? 수맥이라도 찾나.”
“취미 생활이에요. 요즘에 리혁이가 도청 탐지기에 흥미를 붙여서.”
“그, 그렇구나….”
“그래도 나름 건전하고 유익한 취미니까요.”
“그…런가?”
작곡가들이 눈을 깜빡였다.
그 동안 리혁이가 우뚝 멈춰서서 어떤 소리를 포착한 것처럼 헤드폰 한쪽에 손을 올렸다.
그러고는 아쉬워하듯 탄식했다.
‘왜 아쉬워하는 건데….’
‘없는 게 좋은 거지, 리혁아.’
우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역시 우리 그룹에서 쟤가 제일 이상해.“
“동의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 밥에 그 나물… 이라고 말하려던 나상윤 팀장님에게 무언의 눈빛을 보낸 후.
다 같이 둘러앉은 거실에서 음악 감상대회를 가졌다.
“자, 그러면 지금부터 우리 프로듀싱팀이 지난 두 달간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그 결과물을 보여 주도록 하겠습니다.”
“와아아아!”
“저희가 두 달간 놀고먹은 게 아니거든요.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곡들을 탄생시켰습니다.”
“와아아아아!”
이윽고 고개를 끄덕이며 웃던 나상윤 팀장님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물론 어느 작곡 요괴 때문에 꿈은 이루지 못하게 되었습니다만….”
동생들과 직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눈을 찌릿 하고 째려보자 나 팀장님이 말했다.
“…흠흠, 아무튼 저희의 노력을 결과로 확인할 시간입니다. 자! 그러면 제출한 곡들을 하나씩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곧이어 작곡가들이 쓴 곡들이 흘러나왔다.
처음에는 고개를 까딱까딱하며 듣던 나와 동생들이 눈을 크게 뜨고 작곡가들을 바라보았다.
“!”
“!!”
놀란 우리에게 ‘봤지?’ 하고 고개를 끄덕여 주는 작곡가들.
내가 감탄한 얼굴로 유웅 작곡가에게 시선을 돌렸다.
“작곡가님, 이번 곡 진짜 좋은데요?”
“어? 제가 쓴 건지 어떻게 알았어요…?”
“작곡가마다 지문이라는 게 있잖아요. 전개하는 방식이 유웅 작곡가님 작품 같던데요.”
작곡가들이 그런가? 하면서 고개를 갸웃하고 있을 때.
“와, 진짜 좋다. 이거 얼마 만에 쓰신 거예요? 이 정도면 쓰는 데만 일주일 넘게 걸리셨을 거 같은데.”
“두 달 걸렸어요….”
“…….”
“…….”
재빨리 노래 감상하는 척을 했지만, 유웅 작곡가님의 눈가가 촉촉해져 있었다.
내가 덧붙였다.
“곡이 진짜 좋아요.”
“고마워요….”
“아니, 진짜 좋다니까요.”
“괜찮아요. 괜찮아….”
왠지 수렁으로 빠져드는 기분을 느끼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리혁이가 픽 웃었다.
“하여간, 우리한테도 전에 완성본이냐고 물어보더니.”
“그때 진짜 저 너무 속상해서 30분 정도 잠이 안 왔어요.”
“…….”
모른 척하며 작곡가들의 노래를 감상했다.
확실히….
‘다들 엄청 늘으셨는데요?’
‘진짜 다 좋아요.’
기존의 K팝과는 다른 미국 쪽 팝의 감성을 잘 살리고 있는 곡들이었다.
사실, 실력 면에서 두 달 전의 프로듀싱팀과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비슷비슷한 느낌.
하지만 그건 우리 작곡가들이 기존의 실력이 워낙 좋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좋아졌는가?
“망설이는 게 좀 사라졌지?”
나상윤 팀장님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예전에는 ‘영어권에서 활동할 곡을 쓰려고 하는데요’ 라고 의뢰하면 작곡가들이 망설이곤 했다.
곡에서도 느껴질 만큼.
-이렇게 진행해도 되려나…?
조금 모험적으로 진행하려고 하다가도 중간에 안정적으로 방향을 트는 경향이 있었다.
해외 트렌드나 리스너들의 취향을 잘 모르기에 생긴 문제라고 할까.
한식 전문 요리사가 미국 손님들을 위한 요리를 만들면서 주저주저 하는 것과 비슷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두 달간 체류하며 현지 작곡가들과 소통하고 공부한 덕분인지 이제는 망설임이 없어졌다.
“우주야, 어때?”
“진짜 좋은데요.”
“솔직하게.”
“진짜로 정말 좋아요. 원래도 그랬지만, 이제 미국 활동 관해서도 여러분에게 모든 걸 믿고 맡기고 싶을 만큼요.”
내가 진지한 눈으로 작곡가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무도 기뻐하지 않았다.
“믿는다는 게 혹시 하루 종일 굴리겠다거나 그런 뜻은 아니지? 얼른 아니라고 말해줘.”
“너무 의지 안 해도 돼…!”
“우주야. 아직 너에 비하면 우리는 부족한 편이라서…….”
“…….”
이 사람들이 정말.
마치 악덕 사장을 바라보는 듯한 시선에 내가 입술을 비죽일 때였다.
“근데 진짜 다 좋네요.”
중현이가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타이틀곡 후보로 올려도 될 만큼 다 쟁쟁한 거 같아요.”
“그래?”
연기를 너무 못해서 빈말을 못하는 우리 애의 말에 작곡가들이 자신감을 얻었다.
나도 동의했다.
우리의 글로벌 앨범에 넣을 곡으로 따로 공모를 받지 않아도 될 만큼, 좋은 곡들이 많았다.
여기서 뭘 빼야 할지 벌써부터 아까울 정도로.
“그 정도로 좋은가?”
처음에는 의아해하던 작곡가들이 이내 기쁜 표정을 지었다.
“아, 이러면 혹시 타이틀 노려봐도 되나?”
“솔직히 내가 봐도 잘 뽑긴 했어.”
“진짜 이번에 두 달간 내가 이걸…….”
그리고 그 순간.
흐릿한 저음질의 음원이 흘러나왔다.
“?”
손바닥으로 허벅지를 탁탁 치면서 리듬을 더하는 소리와 함께 포크팝 같은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가사 대신 흘러나오는 나의 허밍.
작곡가들과 동생들이 귀를 기울이고 있는 동안, 노래가 전개되더니 후렴의 가사가 흘러나왔다.
Overcooked~ overcooked~♬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형, 뭐예요?”
“우주야. 이거 뭐야. 후렴만 만들었다면서? 아예 완성된 곡인데?”
내가 답했다.
“차에서 동생들이 자고 있을 때 대충 그려봤거든요. 후렴이 있으니까 여기에 대충 어울릴 만한 멜로디 생각해서… 이동하는 동안 핸드폰으로 대충 녹음을 했어요.”
“…….”
“너무 힘들어서 대충 흥얼거렸는데, 또 되긴 하더라고요.”
“…….”
다들 눈을 깜빡이며 나를 바라보고, 리혁이만 ‘역시 실험이 성공한 건가?!’ 하며 좋아할 때.
나상윤 팀장님이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타이틀곡으로 뭘 뽑을지는 고민할 필요도 없겠네. 그래서 이 곡의 제목이 뭐라고?”
“요.”
“오버쿡….”
작곡가들이 칭찬이 섞인 감상평을 들려주었다.
“잘했어. 곡이 진짜 좋다.”
“또 해냈구나. 우주야.”
“곡을 진짜 너무 예쁘게 잘 뽑았다니깐.”
기특하게 선물이라도 줄 것처럼 나를 칭찬해 주는 작곡가들.
선물이라는 키워드에 문득 무언가 떠올랐다.
“근데…….”
내가 거실 근처에 있는 선물 꾸러미들을 보며 물었다.
“아까부터 궁금했는데, 저기 있는 거 저희한테 주려고 준비한 선물이신가요?”
“아닌데!”
“아니!”
빤히 ‘To 우주’라고 쪽지가 붙어 있는데도 내 선물이 아니라고 말하는 작곡가들.
어딘가 잔뜩 토라져 있는 표정에 내가 웃음을 터뜨렸다.
* * *
의 작업은 순조로웠다.
-우주야. 마침 말 나온 김에 이거 곡 좀 만져보자.
미국에서 오래 쉬셔서 그런지 의욕이 충만한 프로듀싱 팀이었다.
다들 피곤해서 오래 작업하지는 못했지만….
“그게 짧았다고요?”
“랄랄라라~”
아무튼 짧은 시간 만에 의 기본 얼개는 잡을 수 있었다.
이제 이걸 어떻게 쓸지 TF팀과 기나긴 회의를 거치고, 다른 부서와도 회의를 해야 하지만….
일단 시작은 좋았다.
“고생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우리를 석환 형이 반겨주었다.
“민기가 그러던데 노래 하나 썼다면서.”
“응.”
“파일 보내줘. TF팀이랑 타이틀곡 회의하고 나서 이야기해 줄게.”
“타이틀곡으로 아직 결정한 건 아닌…….”
“야. 여기 사람들이 너를 4년 넘게 봐 왔는데. 이쯤 되면 다들 알지.”
그런 말을 하는 석환 형에게 웃으며 USB를 건네주었다.
졸개들이 TF팀 사람들에게 미국에서 산 선물을 돌리는 동안 석환 형이 안경을 고쳐 썼다.
“시청률 소식은 들었지?”
“응.”
석환 형과 내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이번에 미국에서 콘서트를 하고 있는 동안, <뉴니버스>의 운전면허 특집 2화가 방영됐다.
시청률은 무려 1화 대비 2.2퍼센트나 상승한….
[11.1%]
어마어마하게 대단한 수치였다.
“구재영 피디님 말로는 운전면허 특집 최고 시청률이 13프로까지도 갈 수 있을 거라고 하더라.”
“13프로…….”
“더 올려서 남극 가야지.”
“…….”
얄밉게 웃는 수학귀신을 째려보았다.
“웃을 때가 아닐 텐데? 내가 매니저도 데려갈 수 있는 거 알지?”
“제발 데려가줬으면 좋겠네.”
석환 형이 웃으며 말했다.
“20퍼센트면 뭐야. 진짜 남극에서 팔짝팔짝 국민 체조하고 다닐 자신 있어.”
“내가 진짜 기억한다, 형.”
“기억해라. 기억해. 그렇게 속이 좁쌀 같이 좁으니까 별명이 선옹졸이지.”
기회를 잡았다고 놀려대는 모습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남극에 가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그렇게 예능 특집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한편, 한국으로 돌아온 우리는 바쁘게 움직였다.
준비해야 할 게 너무 많았으니까.
“형. 이거 안무 요 부분만 더 연습하면 될 거 같아요.”
“비주야, 우리 밥은 언제…?”
“밥 먹으면 몸이 둔해져서 안 돼요. 다 하고 먹어요.”
“…….”
“초콜릿 줄까요?”
“웅.”
비주와 유닛 활동곡으로 하기로 한 의 연습도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고.
「프랭크. 메일로 보낸 곡들 확인 부탁할게요.」
-알았어.
「조만간 녹음 들어가려고 하는데, 참관하실래요?」
-스케줄을 확인해 봐야겠군. 하지만 어차피 우주 네가 출연진을 쥐 잡듯이 잡을 텐데 내가 있을 필요까지는….
「쥐 잡듯이 잡다니요. 저는 조언하는 걸 좋아하는 것뿐이에요.」
유명 뮤지컬 제작자 프랭크 차우와 함께 하는 <사운드 오브 선>의 뮤지컬 넘버 작업도 성공적으로 마무리 중이었다.
여기에 뉴니버스 예능 회의, 글로벌 앨범 준비, 요리 연습, 남미 투어와 예능 촬영 준비 등등.
초능력 중에서 분신을 만드는 능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 능력이 있더라면 얼마나 좋을….
-김덕순! 여기 선우주 1과 선우주 2 중에 누가 최애인지 말해랏!
-그래! 할머니! 나야, 선우주 3이야?
아니다.
좋지 않은 선택이었구나.
회사 복도를 걸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던 나에게 뾰족한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생각하고 있었어요?”
“내 분신들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별로일 거 같아.”
“그래요? 나는 좋을 거 같은데.”
분신들이랑 같이 토론 동아리를 만들면 좋을 거 같다고 하는 리혁이의 말에 웃었다.
막 연습실에서 나왔는지 땀에 흠뻑 젖은 리혁이에게 물었다.
“연습하고 있었어?”
“네, 뭐.”
“어때? 잘 되고 있어?”
“우승하고 올 수 있을 거 같아요.”
리혁이가 자신 있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뒤에 있을 경연 프로 <미션 싱어>의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는 우리 메인 보컬이었다.
“씻고 올 거니까 먼저 식당 올라가 있어요.”
“간식 사 놓고 있을게.”
리혁이가 손을 가볍게 흔들며 지하에 있는 샤워실로 떠났다.
그 동안 나도 식당으로 올라갔다.
오늘 밤에 방영되는 예능을 지난 며칠간 고생했던 회사 사람들과 같이 보며 실시간으로 반응을 모니터링할 예정이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오늘 볼 프로그램은 바로….
[서준이는 마트에서 살아]
동생들과 내가 여울이 삼남매를 돌봐주었던 육아 예능이었다.
* * *
프로듀싱팀 직원들은 행복했다.
‘너무 좋다.’
‘한국 최고.’
아무리 날씨가 좋고, 조금만 걸어도 해변이 나오는 LA라고 해도 미국은 한국이 아니었다.
가족과 친구들이 있고, 맛난 국밥이 상시 준비되어 있는 한국이 최고였다.
거기다 두 달이나 쉬고 온 덕분인지 업무 효율이 굉장히 오른 듯한 느낌이었다.
“…라는 사실은 우주에게 비밀로 하도록 하자고.”
“알면 일감을 더 줄 거예요.”
“몰라도 더 주지 않나?”
“그래도 양심의 가책은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우주는 그런 거 없어. 마음 속 삼각형이 동그라미야. 그것도 자기 얼굴처럼 엄청 예쁘게 동글동글한 원.”
우주에게 받은 의 원본에 이런저런 사운드를 추가하고 있을 때였다.
근처 A&R팀 사무실의 문이 열리면서 사람들이 우르르 이동하는 소리가 들렸다.
“다들 어디 가나?”
프로듀싱팀이 사무실 문을 열고 어디 가느냐고 물었다.
“예능 모니터링하러 가요.”
“예능이요?”
“지난달에 애들이 아가들이랑 놀아주려고 갔던 예능 있거든요. 서준이.”
“오…….”
그들이 없는 동안 또 다른 예능에 출연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왜 A&R이 예능 모니터링을 하러 가요?”
“여러분이 없는 동안 우리가 그 예능에 나오게 될 곡 작업을 했거든요….”
A&R팀 직원들이 슬픈 표정을 지었다.
“아 갑자기 눈물 나오네.”
“민지 핸드폰 배경화면 우주에서 지호로 바꿨잖아요.”
“다시 우주 씨로 돌아오긴 했어요….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까 차차 회복이 되더라구요. 원래 덕심은 갈대처럼 흔들려도 다시 원래 서 있는 방향으로 돌아오는 거예요.”
“하지만 좀 많이 흔들렸지.”
“…….”
그런 대화를 나누는 이들을 보며 프로듀싱팀 직원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곡 작업?’
‘무슨 곡 작업이 있지?’
워크숍을 떠났다고 한들 회사 아티스트와 관련된 중요한 업무는 여전히 미국에서 원격으로 처리했던 이들이었다.
“……잠깐만, 육아 예능에 곡이 나온다고요?”
“우주가 그 예능 찍으면서 동요를 하나 썼거든요. 곡이 생각보다 좋아서 정식으로 발매하려고 준비 중이에요.”
“아, 동요.”
프로듀싱팀 직원들이 멈칫했다.
“동요라고요?”
“네.”
“동요를 발매한다고요? 진짜로?”
“네. 진짜로요.”
프로듀싱팀의 작곡가들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
“??”
그들이 회사에 부재해 있는 동안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