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61화
평균 시청률 0.5퍼센트.
새롭게 개편된 K넷의 음악 방송 <뮤직 K>가 일상적으로 기록하는 시청률이었다.
스트릿 보이즈나 세레니티 같은 인기 그룹들이 컴백하면 조금 상승하긴 하나, 대체로 1퍼센트대는 못 넘기는 시청률.
하지만.
지금의 실시간 시청률은 무려 3퍼센트대를 넘어서고 있었다.
-토끼 삼촌 무대 기대된다
-ㄷㄱㄷㄱ
-1년 전의 나에게 너 동요 보려고 음방 튼다고 했으면 믿었을까
-뉴블랙이라고 하면 믿었을듯
-그건 인정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음방 시작 전부터 실시간으로 북적이는 아이돌 팬들.
아이돌 팬들이 코를 슥 비볐다.
‘이야. 옛날 생각나고 좋구만.’
12년도나 13년도 당시의 대중성 있었던 음악 방송을 떠올리는 아이돌 팬들이었다.
‘그때 참 재미있었지.’
최애가 안 나와도 그냥 음악 방송 틀어 놓고 ‘저 신인은 누구냐?’, ‘오늘 누구 무대 어떻네’ 하던 이야기가 나오던 시절.
물론 그때도 시청률이 8퍼센트였던 게 3퍼센트 4퍼센트까지 떨어졌다면서 이제 음방 다 죽었다고 하던 시기긴 했지만… 요즘은 1퍼센트도 잘 나왔다고 하는 시기였다.
과거 분위기를 새록새록 느끼며 아이돌 팬들이 훈훈하게 웃는 한편.
광고 타임을 기다리던 아이돌 팬들은 축제 분위기였다.
-글 리젠 장난 아니네
-토삼이♡
-용궁 사기계약 해명해 ㅡㅡ 간 준다고 해 놓고 안 줬다며
-얘 거북이랑 경주 논란 있던데 어케 된 거임?
-그거 사실 토끼가 피해자인데 이야기가 왜곡된거야ㅠㅠㅠㅠ 사람들이 진짜 오해 많이 하더라
-벌써부터 정병들 판치는 거 보니 핫하네ㅎㅎ 울 천재토끼 슈스될듯
신인 아이돌 토끼 삼촌의 음악 방송 데뷔!
간만에 드립칠 기회가 생겨 신이 나 있던 아이돌 팬들이 떠드는 동안, 사진이나 영상이 속속 올라왔다.
[토끼삼촌 퇴근길 사진]
아이들이랑 사녹 마치고 퇴근하나 봄
애기들에게 안뇽~ 해 주고 있는 뉴블랙 멤버들과 토끼 인형의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애기들이랑 사녹찍은 거야???
-귀여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가들 완전 계탔네
-뉴블랙 말고 토삼이만 보는 거 봐ㅋㅋㅋ
-이제 저러고 초등학교 들어간 다음에 후회할 거 같은데ㅋㅋㅋㅋ 뉴블 초통령이라며
-얘들아 토삼이 옆에 그 미남들을 잘 봐둬야 해.. 앞으로 너희 걔네 평생 보게 될 거란 말이야ㅠㅠㅠ
뽀짝한 아기들의 모습에 엄마미소를 짓던 아이돌 팬들이 멈칫했다.
‘이, 이럴 때가 아니지!’
귀여움에 정신이 팔려 본분을 잊고 있었다.
그들이 재빨리 댓글을 달았다.
-신인이.. 선배들 생방 뛰는 동안 먼저 퇴근?
-소속사 끼워팔기 미쳤네 ㅡㅡ 신인 홍보하겠다고 지금 뉴블랙 동원하는 거임???
-트럭 시위 모집 (1/100)
그렇게 아이돌 팬들이 신나게 놀고 있을 때였다.
-오 시작한다
-ㄷㄱㄷㄱ
갓 데뷔한 신인 걸그룹의 무대가 끝나고 VCR이 흘러나왔다.
[히잉….]
[힝.]
동물 머리띠를 쓴 뉴블랙 멤버들이 훌쩍이고 있다.
[너무 떨려! 무대하기 무섭다냥.]
[난 이제 지쳤어요~]
중현의 말에 시청자들이 저도 모르게 ‘땡벌, 땡벌’ 하며 중얼거리고 있는 동안.
복도를 걸어오는 누군가의 손에 들린 실루엣이 눈에 들어온다.
솜덩이 같은 손.
토실토실한 엉덩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실루엣부터 스타성 진짜 미쳤다고
-힙업 오졌다
-토삼이ㅠㅠㅠㅠㅠ
그리고 얼굴이 공개되면서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맑은 눈.
속눈썹과 각종 메이크업이 붙으면서 토끼 삼촌의 외모가 업그레이드되어 있었다.
‘귀여워!’
거기에 청량한 신인 아이돌 패션까지.
[달칵.]
문을 열고 들어온 토끼가 울적해하는 뉴블랙 멤버들에게 힐링이 되는 조언들을 해 준다.
여우 머리띠의 지호가 묻는다.
[근데 삼촌은 몇 살인가요?]
[나?]
토삼이가 웃으며 말했다.
[삼촌은 9살이란다!]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9살인데 인생선배인척 오져
-미자한테 말이 심하네 ㅡㅡ
-토끼 기준으로 9살은 70세래
-그렇군..
-죄송합니다 할아버지ㅠㅠㅠ 오래오래 사세요
그동안 토끼 삼촌과 뉴블랙이 오늘 출연하는 가수들에 대해서 소개했다.
1위 후보인 걸스온탑과 월간소년을 비롯해 K넷 오디션 프로의 특별 무대를 소개하는 등.
수플레들이 흐음 하며 턱을 쓰다듬었다.
‘K넷 놈들 싱글벙글하는 소리 여기까지 들리네.’
글로벌 걸그룹 오디션 <플로라 프로젝트>.
최근 들어 K넷이 작정하고 홍보 물량을 어마어마하게 쏟아붓고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런 프로의 특별 무대에 대한 언급이 뉴블랙의 입에서 나오니 K넷 입장에선 싱글벙글할 수밖에.
‘뭐. 애들한테 잘해 줬으니까.’
뉴블랙 SNS에 올라온 걸로 봐서는 K넷이 내한가수를 대접하듯이 정성을 보인 모양이었다.
수플레들이 눈을 가늘게 뜨면서 넘어가는 한편.
‘어디 보자.’
거대한 빵의 무리가 게시판을 바라보며 달봉이를 만지작거렸다.
‘데헷!’
뽁 하고 튀어나오는 안티 하나.
‘토끼삼촌 견제플을 달리며 노는 이 분위기에서 은근슬쩍 뉴블랙을 까주겠…….’
콰앙!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긴 듯한 느낌에 깔깔 놀던 아이돌 팬들이 흠칫했다.
‘…….’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이돌 팬들이 수플레들과 눈을 피하며 다시 드립을 치기 시작했다.
은근슬쩍 선을 넘는 안티들을 부수던 수플레들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곤 TV를 다시 바라보았다.
‘아직도 약간 얼떨떨하긴 하지만…….’
아니.
그냥 얼떨떨한 게 아니라 당황스럽다.
보통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육아예능에 출연한다고 하면 대체로 다들 비슷한 장면을 상상할 것이다.
-안녕. 얘들아.
-예쁜 오빠다!
-하핫, 우리 재미있게 놀까~? 오빠들이 선물도 가지고 왔어.
어린이와 하루 정도 놀아준 다음 20분 정도 분량으로 편집되어 나오고.
언론 기사로 ‘미모 뿜뿜 오빠들에 아기들 행복 폭발’ 같은 기사가 나오며 끝나는 흐뭇한 전개.
그런데…….
‘아니 얘가 복화술을 하고 동요를 만들더니…….’
‘그 동요가 갑자기 망고에 차트인을 하고.’
‘역대 5천만 뷰 최단기록 뭔데… 우리 이거 다음 곡으로 깰 수 있기는 한 건가? 애기들한테 화력 밀리면 안 되는데.’
어지간한 일에는 눈 하나 깜빡 안 하는 수플레들도 당황스러운 성적들이었다.
곰곰이 생각하던 수플레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즐기자.’
기왕 이렇게 된 거 토끼 삼촌의 활동을 팍팍 밀어 주기로 하는 한편.
마침내 오매불망 기다리던 토끼 삼촌의 무대 시간이 됐다.
[Hot Debut!]
[UNCLE BUNNY]
알록달록한 로고.
무대 시작 전에 나오는 소개 영상에서 토끼 삼촌의 치명적인 화보가 흘러나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잠시만요ㅋㅋㅋㅋㅋㅋㅋ
-뭐야???ㅋㅋㅋㅋ
-치명적인척하는 거 개열 받네ㅋㅋㅋㅋㅋ
이윽고 본격적으로 시작된 무대!
카메라가 토끼 삼촌을 클로즈업으로 잡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왜일케 카메라 감독님 뒤에서 웃고 있을 거같지
-프로정신에 감탄ㅋㅋㅋㅋ 나였으면 못참았다ㅋㅋ
-카메라가 미세하게 흔들리는 느낌은 감독님의 웃음일까
토끼가 양팔을 벌리며 외친다.
[어린이들!]
[네!]
[삼촌과 신나는 노래를 불러볼까~?]
그러면서 풀샷으로 잡히는 무대.
테이블에 앉아 인형을 조종하는 우주 곁에서 동물 머리띠를 쓴 졸개들이 허리춤에 손을 올렸다.
으쓱으쓱.
수플레들이 순간적으로 헛 하고 숨을 삼켰다.
‘어?’
‘아니…?!’
오늘따라 멤버들의 미모가 유독 청순했다.
하얀 티셔츠에 청바지.
토끼 삼촌에게 이목이 가도록 평범하게 입은 패션인데… 왠지 모르게 청량하고 순수했다.
‘귀하다. 이거…!’
작년의 이 이런 컨셉이긴 했지만 아무래도 평소에는 보기 힘든 컨셉이었다.
너무나 유명 스타가 되면서 풋풋한 분위기를 주는 스타일링은 회사에서 잘 안 시켜 주고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 부르는 것은 동요!
그 컨셉 때문인지 멤버들이 유독 청순해 보였다.
새하얀 피부에 얹어진 볼 터치.
어린이들에게 활짝 웃어 주는 멤버들의 미모를 보고 있자니 수플레들의 입가가 올라갔다.
-토삼아.. 고맙다ㅠㅠㅠㅠㅠ
-오늘 진짜 왜일케 귀엽지????
-ㄹㅇ 귀여움의 의인화
-지호야 제발 그만 귀여워
-오늘 진짜 귀여워서 숨 쉬기 힘들다ㅠㅠㅠㅠ
뭔가 전체적으로 귀여움 가득한 무대였다.
중간중간 들려오는 아기들의 떼창이 마치 삐약이들의 합창처럼 들려오고.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며 못 견디겠다는 듯 웃어 주는 가수들도 너무 귀엽고.
율동도 너무 귀여웠다!
‘우와…….’
거기에 무대가 끝나자마자 바로바로 올라오는 영상들까지.
-[릴레이댄스] 토끼삼촌 & 뉴블랙 - 토끼 삼촌 (Uncle Bunny) (4K)
-[K직캠] 뉴블랙 리혁 직캠 4K ‘토끼 삼촌 (Uncle Bunny).’ (The NBLK LEEHYUK Fancam) | @MusicK_2018
-[뮤직K 비하인드] 토끼삼촌의 출근길!
멜빵바지에 꾸러기 모자를 쓴 뉴블랙 멤버들이 토끼 삼촌과 함께 춤을 추는 릴레이 댄스.
유독 지호가 귀엽게 나오는 세로로 된 직캠 등등.
수플레들의 눈이 반짝였다.
‘대박이다…….’
본래 어린이들을 즐겁게 해 주기 위해 탄생한 동요 <토끼 삼촌>.
애기들이 좋아하면 됐지~ 하고 넘겼던 수플레들이 자신들에게 주어지는 콩고물을 보며 입꼬리를 씰룩이기 시작했다.
‘꺄르륵!’
‘꺄륵!’
행복해하는 어린이들 뒤에서 누구보다 더 활짝 웃고 있는 수플레들이었다.
* * *
K넷 음악 방송의 성과는 몹시 좋았다.
“엥?”
지호가 조회수를 체크하더니 말했다.
“평소 직캠이나 릴레이 댄스보다도 훨씬 더 조회수가 높은데요?”
“그럴 리가…?”
“진짜예요. 봐봐요.”
“진짜네?”
그냥 짧게 동요로 나온 것이니 뭐 특별한 반응은 없겠거니 하고 있었는데.
평소보다 조회수도 2배 정도 된다.
“동요라서 그런가?”
…라고 하기에는 수플레들도 댓글창에서 엄청 귀엽다며 좋아하고 있었다.
동생들과 함께 핸드폰을 보며 댓글창을 좋아요 순으로 바꿨다.
-열심히 살자. 저렇게 성공하고도 토끼인형 흔드는 선우주처럼..
동생들과 내가 웃음을 터뜨렸다.
-너무너무 귀여워요ㅠㅠㅠㅠㅠㅠ
-우리 토삼이 표정 연기 넘 잘하는데? 프로아이돌 토삼이♡
-간만에 보는 육각형 아이돌ㅠㅠㅠ 보컬 댄스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동요 음방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정도 스타성이면 솔직히 빌보드 가능하다고 본다ㅋㅋㅋ
귀엽다는 말로 도배된 댓글창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그러곤 멈칫했다.
“잠…깐만…….”
내가 댓글창을 보며 말했다.
“왜 우리에 대한 댓글은 별로 없지?”
“그, 그러게요.”
신인 아이돌 토삼이에 대한 반응으로 가득한 댓글창을 보며 왠지 모르게 미묘한 기분을 느꼈다.
괜히 가만히 있는 토끼 삼촌 인형을 흘겨보며 눈을 가늘게 뜨고 있을 때.
비주가 말했다.
“근데 시청률 엄청 잘 나왔대요. 실시간 최고로 6퍼센트까지 나왔다고 그러던데.”
“진짜…?”
“13년도 이후 최고 시청률이래요.”
“!”
토삼이가 다시 예뻐 보였다.
중현이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근데 언제부터 토삼이가 된 거예요? 토끼 삼촌 이름이 토삼이었어요?”
“아니. 그냥 사람들이 토삼이라고 하길래.”
“아….”
“어차피 나도 이름으로 생각해 둔 게 없어서. 잘 됐지, 뭐. 사람들이 이름도 붙여 주고.”
토삼이 팬클럽 놀이를 하며 노는 네티즌들의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잠시 인터넷에 올라온 팬들 반응을 모니터링하고는 동생들에게 손뼉을 쳤다.
“자. 그럼 토삼이도 슬슬 마무리 짓자.”
“네~!”
K넷에 출연했으니 다른 방송국의 음악 방송에도 출연해야 할 시간.
도장깨기를 하듯이 각 방송국 스튜디오들에서 짧게 녹화를 끝내며 토끼 삼촌의 활동을 마무리 지었다.
-토끼 삼촌, PBS 뮤직온 녹화 마쳤다.. 뮤온 PD ‘토끼 삼촌의 특별한 의상 볼 수 있을 것’
-역대 최단 5000만뷰 돌파 ‘토끼 삼촌’.. 레몬 엔터 어린이 사업 진출 초읽기?
-[단독] 토끼 삼촌, 활동 종료 소감 남겨.. “어린이들과 함께한 모든 순간이 아름다웠다”
HBS의 연예 중계 프로그램과의 인터뷰를 끝으로 토끼 삼촌에 대한 스케줄은 빠르게 정리했다.
회사로 돌아온 우리에게 석환 형이 물었다.
“광고도 지금 엄청 들어왔어.”
“그래?”
“진짜 며칠 사이에 수십 개가 들어와서, 이걸 어떻게 처리를 해야 될지를 모르겠네.”
“몇 개인데?”
“47개.”
“…….”
게다가 대부분 알짜배기들이었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해열제나 반창고를 출시하는 제약회사부터 시작해서 편의점 음식까지.
“근데 이걸 왜 나한테…?”
“네가 토끼 삼촌이니까…?”
“그치만 토끼 인형은 거기 공장 사장님 소유잖아.”
“아.”
석환 형이 말했다.
“거기 이제 우리 자회사야.”
“?”
“…그쪽 사장님이 대표님이랑 아예 지분 계약을 맺었다고 하더라고. 되게 작은 공장인데 갑자기 일이 너무 커져서 당혹스러우신가 봐. 이 정도 규모는 상상도 못 했다고.”
겁에 질리셨을 어느 자그마한 토끼 인형 공장 사장님의 얼굴이 상상된다.
지호가 물었다.
“근데 이거 어떻게 되는 거예요? 우주 형이 노래 부르고 토끼 삼촌을 만들긴 했는데…….”
“그…러게?”
“…….”
“…….”
우리 모두 누군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대체 왜 나를 보는 거죠?”
“왠지 너라면 알고 있지 않을까 해서.”
“……이런 건 법무팀한테 물어봐야죠. 내가 무슨 물어보기만 하면 답이 튀어나오는 로봇도 아니고.”
그런 리혁이의 말에 지호가 재빠르게 물었다.
“고구마의 분류는?”
“메꽃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란 걸 알고 있지만 내가 법조 지식까지 있는 건 아니라고.”
“떼잉, 아무 쓸모도 없구. 공부 좀 하구 다녀요. 형.”
“!”
리혁이가 막내를 붙잡고 짤짤 흔들어 대는 동안 석환 형과 내가 토끼 삼촌 인형을 보며 고심했다.
그냥 동요만 만들었을 때는 아무 문제없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일이 커지다 보니 어떤 식으로 정리해야 될지를 모르겠다.
“복잡하네.”
“차차 정리해 볼까? 법무팀에다 문의해서.”
동요 쪽은 확실히 내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토끼 삼촌에 관해서는 어찌 될지 모르겠다.
그래도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당장이야 핫하기는 하지만 토끼 삼촌은 그리 오래갈 화제성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토끼 삼촌>의 뮤직비디오도 최단기간으로 5천만 뷰를 넘기는 했지만, 그 이후로는 상승세가 더딘 편이다.
“맞다.”
“응?”
석환 형이 시계를 보고는 말했다.
“그거 얘기한다는 걸 깜빡했네. 너희 촬영하고 있는 동안 토끼 삼촌 영어 버전도 업로드 됐을 거야.”
그 말에 핸드폰을 들어 확인했다.
미튜브 키즈 계정으로 영상 하나가 올라와 있었다.
[Uncle Bunny]
똑같은 멜로디에 가사만 영어로 부른 음원.
업로드가 제대로 된 것을 확인하고는 TF팀 사무실로 나섰다.
“고생했어, 토삼아~!”
내가 토끼 삼촌의 볼을 톡톡 두드려 주었다.
이제 6층에 있는 트로피 진열장에 토삼이를 넣어야 할 시간이었다.
푹신한 의자에 토삼이를 넣고는 열쇠로 잠갔다.
“이제 뉴블랙의 역사로 기억될 토삼이네요.”
“그치….”
“이제 편히 쉬렴. 토삼군.”
유리창 안에서 빵긋 웃고 있는 토끼 인형을 보며 우리가 등을 돌렸다.
“후후후.”
“후후후후.”
“토삼아. 너의 시대는 갔다.”
“이제 다시 뉴블랙의 시대……!”
잠시나마 토삼이의 인기를 질투했던 우리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꺄르륵!”
“꺄륵!”
그런 우리를 향해 토삼이가 무언의 눈빛을 보냈지만, 우리는 그저 즐겁게 웃을 뿐이었다.
* * *
미튜브 키즈.
15년도에 출시된 이 어플은 어린이들과 그 부모들을 위해 미튜브에서 만든 어플이었다.
말 그대로 어린이들을 위한 플랫폼!
“엄마가 동요 보여 줄까?”
“응!”
그 때문에 전 세계의 부모들이 애용하는 어플이었다.
특히나 아이를 키우느라 바쁘다면 그냥 미튜브 키즈만 사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신디, 엄마가 뭐 보여 줄까?”
“이거… 토끼 보여됴.”
“토끼?”
전 세계의 부모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것은 올라온 지 얼마 안 됐는데도 수백만 뷰를 기록하고 있는 어느 영상이었다.
[Uncle Bunny]
토끼가 동물친구들과 발랄하게 웃는 영상.
육아에 바빠 뉴블랙이나 미튜브에 대해 관심 없던 시청자들 앞에 토끼삼촌이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한 번 틀어 볼까.’
영상을 틀자 동요가 흘러나왔다.
반복되는 리듬과 함께 둠칫둠칫 몸을 흔들게 만드는 동요.
동요가 끝나자마자 아기들이 삐약거렸다.
“다시 틀어됴!”
“다시 틀어 줄까?”
“웅.”
반복.
“다시.”
“반복재생을 해 놔야 하나….”
반복 또 반복.
멍하니 손가락을 쭙쭙하며 키즈 컨텐츠인 를 보는 어린이들.
밥 먹는 것 빼고는 남는 것이 시간인 어린이들의 눈이 초롱초롱 반짝였다.
‘토끼 삼촌!’
그러면서 늘어나는 조회수.
+1
+1
+1
..
‘히히.’
‘됴아… 너무 됴아.’
‘또 볼래.’
아기들의 눈이 순수한 광기로 번뜩였다.
* * *
“아. 고생했다.”
“고생했어요~”
오늘치 연습을 마치고 연습실에서 퇴근한 나와 졸개들.
동생들과 함께 어깨를 주무르며 엘리베이터를 향해 다가갈 때였다.
“!”
핸드폰을 보던 막내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혀… 형들!”
“응?”
“이… 이, 이거 봐요!”
다 함께 지호가 내민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토끼 삼촌 영어버전, 미튜브 역대 최단 기간 1억 뷰 돌파했다.. ‘신기록’
“?”
“??”
벙찐 얼굴로 기사를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툭.
진열장 속에서 들린 소리.
아까 중현이가 고정을 제대로 안 했는지 토끼 인형이 의자에서 툭 떨어져 있었다.
왠지 모르게 애나벨의 한 장면이 떠오를 때.
“!”
“!!”
요염하게 누운 토끼 삼촌과 우리의 눈이 마주쳤다.
“기분 탓이겠지?”
“그…러게요.”
어디선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후후후’ 하는 환청이 들려오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