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962화 (962/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62화

바야흐로 지구촌 시대!

미튜브 키즈에 올라온 <토끼 삼촌>은 그야말로 빛과 같은 속도로 퍼지는 중이었다.

첫 시작은 당연히 어린이들이었다.

“토끼 삼촌 틀어 줘!”

“Bunny! Uncle Bunny!”

“Tío conejo! (토끼 삼촌!)”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아이들을 홀리는 마성의 동요.

당연하게도 이런 중독성은 어른들에게도 통하고 있었다.

“폴짝 폴짝~ 토끼 춤~”

“어디로 가요~”

일상 속에서 <토끼 삼촌>을 흥얼거리는 부모들에게 주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그건 뭐예요?”

“엉클 버니라는 건데 진짜 우리 딸이 어제부터 계속 부르는 거 있지. 나도 중독된 거 같아.”

“엉클 버니?”

“이런 거야. 봐봐.”

컴퓨터나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보여 주는 부모들.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게 뭐예요? 동요?”

“뮤직비디오 같네.”

동요라고 하기에는 독특한 뮤직비디오처럼 꾸며진 영상.

스타성 가득한 토끼의 비주얼에 사람들이 감탄했다.

“진짜 귀엽다….”

“토끼인형 춤 진짜 잘 추네요. 댄서의 자질이 있는데…?”

이윽고 모두들 웃음을 터뜨리며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폴짝폴짝 토끼춤~ 어디로 가요~♪

키보드를 두드리거나, 화장실에서 손을 씻거나 하는 일상적인 행동을 할 때마다 멜로디가 귓가에 맴돌았다.

결국 점심시간에 샌드위치를 먹거나 커피를 홀짝이며 영상을 보는 사람들.

‘중독된다….’

‘아씨, 자꾸 보게 되네.’

계속해서 토끼 삼촌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있을 때였다.

추천 영상으로 뉴블랙이 토끼 삼촌을 들고 춤을 추는 클립이 뜨면서 멈칫했다.

“잠깐만… 저거…….”

진짜 그 뉴블랙이었다.

지금 세계적으로 부상한 슈퍼스타 뉴블랙.

어딜 가든 팬덤을 메뚜기떼처럼 몰고 다니며 주변 상권을 돈으로 쓸어버리는 그룹.

“?”

“??”

최근 들어 뉴블랙이 주 무대로 삼았던 미국의 시민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뉴블랙이 왜 토끼 삼촌을……?’

검색 엔진에 뉴블랙과 엉클 버니가 입력되기 시작했다.

곧이어 나오는 설명.

-K팝 가수 뉴블랙, 한국의 TV쇼에 나왔던 동요를 발매하다

어린이들을 돌보는 TV쇼에서 동요를 만들었는데, 그 퀄리티가 너무 좋아서 발매했다는 모양이었다.

‘근데 노래가 진짜 좋은데?’

우연히 얻어 걸린 노래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좋았다.

자기만 그런 건가 싶어 댓글을 확인하려고 하던 미국의 네티즌들이 탄식을 흘렸다.

[댓글 사용이 중지된 영상입니다]

키즈 컨텐츠라 댓글을 달 수 없었다.

결국 SNS로 옮겨 온 네티즌들이 글을 올리거나 주변에 이메일을 보내기 시작하면서 모든 것이 시작됐다.

-뉴블랙이 만든 동요라는데 이거 봄? 엉클 버니 (웃음) (웃음) (눈물)

-조카 때문에 계속 보는 중인 토끼 삼촌. 그런데 들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자꾸 듣게 돼

-지금 1억 뷰 찍은 동요 영상이래

-버니버니 엉클버니 버니버니 엉클버니

바이럴처럼 뻗어 나가는 영상.

이렇게 불이 붙은 상황에서 인플루언서들이 기름을 붓기 시작했다.

틱톡과 미튜브 영상 등등.

<토끼 삼촌>의 율동을 추면서 따라 하는 챌린지 영상들이 퍼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unclebunnychallenge

이른바 엉클 버니 챌린지.

인플루언서들을 중심으로 토끼 영상이 쫙 퍼지기 시작하고.

@Haley_Blue

(침대에 드러누워 토끼 삼촌을 열심히 보는 딸 써머의 뒤통수.jpg)

3시간째.

육아를 하고 있는 할리우드 스타들이 SNS에 언급을 하면서 버즈량이 급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의 가장 큰 이슈죠! 뉴블랙의 가 미튜브 역사상 최단 기간으로 1억 뷰를 달성했다고 합니다. Wow!]

인기 토크쇼 호스트들이 토끼 삼촌의 영상을 틀면서 순식간에 메이저 방송에 진출했다.

[오늘 Tonight Show에선 게스트들과 함께 토끼 삼촌 챌린지를 해 보려고 합니다!]

율동을 틀리면 물총을 맞는 게임 등등.

벨라 페이지 같은 유명 배우들이 토크쇼에 나와서 뉴블랙이 만든 동요를 부르며 율동을 추고 있었다.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한 토끼 삼촌!

[오늘 CNN의 문화 섹션에서는 역대 최단 기간 1억 뷰를 기록한 의 뮤비를 볼 텐데요. 하하하! 토끼 삼촌의 움직임이 정말로 귀엽네요. 저게 손으로 하는 거라죠?]

여기에 CNN과 BBC 등을 비롯한 뉴스까지.

만약 지구 밖에 있는 외계인이 있다면, 그리고 그 외계인이 지구에 귀를 기울인다면 이런 소리가 들릴 터였다.

[…치익… 글로벌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토끼 삼촌입니다! 사회적인 현상(phenomenon)이라고 불러야 할 만큼의 인기인데요. 파커 교수님, 문화인류학자로서 당신의 의견은 어떤…]

[…버니버니 엉클버니… 버니버니 엉클버니…치익…]

[어린이 여러분! 오늘 우리 프로그램에서는 다 같이 토끼 삼촌의 춤을 배워 볼 거예요! Lal-la-lala-!]

그야말로 거대한 무언가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   *   *

우주의 기운.

수플레들은 요즘 들어 정말 우주의 기운이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중이었다.

[다음은 지구촌 소식입니다! 인도네시아의 한 대학교에서 올린 <토끼 삼촌>의 플래시몹이 화제인데요.]

TV를 틀면 나오는 문화계 소식.

[캐나다의 한 어린이집 풍경입니다. 어린이들이 단체로 엉클 버니를 연호하고 있는데요. 이 어린이들은 미튜브 키즈에 올라온….]

캐나다, 독일, 필리핀, 호주, 브라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등.

열거하기 힘들 만큼 다양한 나라들에서 어린이들이 노래를 부르거나, 어른들이 율동을 추는 챌린지 영상이 퍼지고 있었다.

아마존 밀림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헬멧을 쓰고 율동을 추고.

칠레의 광부들과 필리핀의 대학생들이 챌린지 영상을 올리고.

-Uncle Bunny EDM Remix

-Uncle Bunny cover

-Presidents singing Uncle Bunny

EDM으로 점철된 클럽 리믹스를 비롯해 전현직 미국 대통령들의 목소리를 AI로 입힌 엉클 버니 등등.

그런 어마어마한 인기에 수플레들의 동공이 흔들렸다.

‘이… 이게 뭐지?’

전 세계 지부들에게서 보고가 들어왔다.

-Unnie! 지금 미국 반응 미쳤습니다!

-중국의 수플레들이 상국의 수플레들에게 보고하나이다. 중화권 플랫폼에 올라온 토끼 삼촌의 공식 영상이….

-프랑스입니다. 광장에서 다들 토끼 삼촌 춤추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어리둥절해하는 해외의 수플레들에게 본토 수플레들이 먼 곳을 바라보았다.

‘몰라. 우리도 모르니까 물어보지 마….’

물론 나쁜 일은 아니었다.

대중성.

한국 가수가 해외에서 대중성을 얻는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지금의 뉴블랙이 전 세계의 10대와 20대들에게 굉장한 인기를 끌고 있다고는 하나 그 인지도는 어린 세대에 국한된 편이었다.

어른들도 ‘뉴블랙? 애들이 좋아하더라’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딱 그 정도에 그칠 뿐이었다.

그런데….

-짜잔! 토끼 삼촌 등장!

……역대급 캐릭터가 등장해 버렸다.

우주가 얼떨결에 탄생시킨, 어린이들을 공략하기 위한 최종 병기.

지금도 세계의 어린이들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를 부르고 있었다.

이건 굉장히 중요한 의미였다.

아기들을 공략하면 누가 딸려오는가?

바로 부모 세대가 딸려온다.

-엄마! 토끼 더 보여 줘!

-자, 잠시만!

-토! 끼! 삼! 초오오온! 토끼삼초오온!

-울고 싶다. 진짜….

토끼 삼촌의 무대 영상을 보여 줘야 한다는 압박감에 부모들이 미튜브를 검색한 것 때문일까.

-토끼 삼촌 @PBS 뮤직On

-[인기가수 직캠] 토끼 삼촌 Focus

-뮤K 비하인드) 토끼 삼촌에게 과연 무슨 일이..?

음악 방송에 나온 토끼 삼촌의 영상들도 지금 어마어마한 조회수를 자랑하는 중이었다.

이 과정 속에서 부모들도 자연스럽게 뉴블랙을 접하고 있을 거라는 게 수플레들의 생각이었다.

‘이제 애들 얼굴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 같은데? 정말 좋은 일이야. 그렇고말고.’

하지만 수플레들은 마냥 웃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어마어마한 일이긴 하다.

억만금을 들여 홍보해도 얻기 힘든 대중성을 세계적으로 얻어 나가는 상황!

모든 가수가 꿈에 그리는 일이었다.

하지만….

‘정말 좋은 건데…….’

왜 자꾸만 눈이 촉촉해지는 걸까.

-이게 뭐냐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않이.. 선생님.. 우리 애들이 멋진걸로 유명해져야 하는데..

-30년후 서프라이즈] 그때, 동요 한 편이 불러온 효과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는데

-왜 우린 동요로 핫해지냐고ㅠㅠㅠㅠㅠㅠㅠㅠ

-왜??? 장사가 잘되는 거지..??

멋진 걸로 유명해지는 걸 원했던 수플레들이 먼 곳을 바라보며 슬픈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근심도 들었다.

‘이거 어떻게 이기냐. 진짜.’

역대 최단 기간 1억 뷰를 어떻게 이겨야 할지 감도 안 왔다.

성적 고민을 하는 수플레들의 모습에 다른 아이돌 팬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런 거 고민하는 팬덤은 너네밖에 없을 거다….’

‘누가 동요를 이길 생각을 해…….’

‘이상한데 숫자가 너무 많은 애들.’

그러면서 수플레들이 고민하는 동안 드립을 주고받는 아이돌 팬들이었다.

[망고 차트 47위까지 상승한 토끼삼촌]

[현재 빌보드 Hot 100 예측 도는 토삼이]

[트위터 실트 1위한 울 토삼이♡]

그냥 이제는 토끼 삼촌의 사진을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왔다.

-와 울 토삼이 슈스다 슈스ㅠㅠㅠㅠ

-스타성 미쳤따

-그래미 가 보자구ㅋㅋㅋ

-얼마 전에는 병크 많다고 까이더니 역시 유팬무죄 무팬유죄구나ㅋ

-거북이 기자회견 준비중이라며ㅠㅠ 토삼이 팬들이 경주 승부조작 루머 퍼뜨려서

-여기 팬덤 평균연령 6세라던데 ㄹㅇ임??

아이돌판뿐만이 아니었다.

토삼이의 글로벌 성공 소식은 그야말로 곳곳에서 화제였다.

경제지에서 ‘레몬 엔터 언제 상장…?’ 같은 기사를 연신 띄우고, 예능에서도 토끼 삼촌 안무가 등장하고.

당연히 일상 속에서도 난리가 벌어지고 있었다.

마트에서 쭉 늘어선 줄.

“지금 몇 시간 기다리셨어요?”

“저 1시간이요….”

“아, 조금만 더 일찍 올 걸. 그래도 저희까지 차례 오겠죠?”

마트에서 토끼 삼촌 인형을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는 부모들이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살기 위해선 사야 한다.’

아이들의 등쌀에 떠밀린 부모들이 토끼 삼촌을 구하기 위해 마트에 전화를 걸고 도매상까지 찾아가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제1차 수플레빵과 제2차 뉴불백에 이은 제3차 토끼삼촌 대란.

마트에서 [품절]이 붙을 때마다 곳곳에서 탄식이 나오는 등 토끼 삼촌이 핫한 인기를 자랑했다.

“와…….”

지나가면서 그런 모습을 구경하던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었다.

“진짜 대박이다. 토삼이.”

“유치원에서도 애들이 요새 저 노래만 부른다며. 나 친구가 유치원 선생님인데 장난 아니래.”

“와… 줄 선 거 봐. 우리도 설래?”

“아니야. 인간적으로 저긴 서면 안 될 거 같아.”

그런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의 눈길이 토끼 삼촌에게 향했다.

스타성 있는 미모.

귀엽게 접힌 귀.

맑은 눈.

보면 볼수록 그 뒤에 있을 토끼 삼촌의 본체가 떠올랐다.

‘또 대박을 터뜨렸구나. 우주야.’

그런 생각을 하던 사람들의 머릿속에 비슷한 생각이 떠올랐다.

“레몬 엔터는 지금 엄청 행복하겠네.”

“그니까. 완전 웃고 있을 거 같은데?”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   *   *

처음에는 우리도 행복했다.

“꺄르르르!”

“꺄르르! 아 너무 좋당!”

나의 또 다른 부캐가 전 세계로 진출하는 상황!

“아, 행복해.”

“진정한 승리자는 토끼 뒤에 숨은 형이네요. 후후.”

“이 어린이들이 자라서 수플레가 되겠지? 그러면 우리 완전 30년은 거뜬한 거예요. 형들!”

하지만 우리의 웃음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스케일이 점점 커져 갔으니까.

[안녕하세요! 엉클 버니! 여긴 Late Night Show입니다! 슈퍼스타가 된 기분이 어떤가요?]

미국 유명 토크쇼에서 나한테 전화를 걸어서 토끼 삼촌과 영상 통화하기를 요청했다.

[삼촌은 너희의 율동 실력에 실망했단다. 더 노력하도록 하렴! 노력하면 스타가 될 수 있을 거란다!]

호스트와 게스트들이 율동을 추면 토끼 인형이 심사위원처럼 혹평을 하는 꽁트도 찍고.

[형. 나 콘서트에서 이벤트로 토끼 삼촌 하려는데, 사람 버전으로 안무 알려 주라.]

TNT 콘서트를 앞둔 태현이한테는 팬 이벤트를 하고 싶으니 안무를 가르쳐 달라는 요청이 왔다.

요즘에 아이돌 사이에서 핫하다나.

인기 걸그룹 NYX의 리더 뮤리가 팬 미팅에서 토끼 머리띠를 쓰고 율동을 췄던 영상이 인기 직캠이 되면서 열풍이 시작됐다는 모양이다.

지금도 미튜브에 ‘토끼 삼촌’을 검색하면 아이돌 프로그램에 출연한 가수들이 율동을 추는 영상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저는 미션 중에서 애교 도전하겠습니다!]

[아, 애교 좋죠! 뭘로 할 건가요?]

[요즘에 토끼 삼촌… 님의 노래가 인기잖아요. 토끼 삼촌 파워 안무 보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리얼리티나 예능에 출연한 아이돌들의 커버 안무를 비롯해 미튜버들이 따라 하는 영상도 올라오고.

“형.”

“응?”

“우리 빌보드 Hot 100에도 하위권이지만 진입할 거 같다는데요? 미튜브 추이가 너무 좋다고….”

“…….”

빌보드 Hot 100 차트까지 진입할 것 같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는 정신이 멍했다.

“?”

“??”

온 세상이 나를 빼고 깜짝 카메라라도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시무시한 이야기들이 하나씩 들려올 때마다 동생들과 나의 안색이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일본에서도 지금 어마어마하게 대박 터졌다는데요. 온통 우사-오니쨩이라고…….”

“!”

“1억 뷰 돌파한 것보다 2억 뷰 돌파하는 속도가 더 빠를지도 모른다는데요?”

“!!”

“토끼 삼촌 인형 해외 수출 타진…?”

아무리 스케일 큰 걸 좋아하는 우리라고 해도 이쯤 되니 조금 두려웠다.

동생들과 함께 토끼 인형을 붙잡고 흔들었다.

“토삼아!”

“너 어디까지 갈 거야? 왜 사람 무섭게 그래?”

“흔들지 마요! 흔들면 화낼지도 몰라여!”

왠지 모르게 거만하게 웃는 듯한 인형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당연히 대화가 될 리 없었다.

리혁이가 훗 하고 웃었다.

“이럴 때는 방법이 있어요.”

“?”

“저번 낚시 때 만난 카이스트 석사 분들한테 몇 가지 선물을 받았거든요.”

리혁이가 몇 가지 부품을 이용해 토끼 삼촌의 속에 넣었다.

그러고는 불렀다.

“토삼아.”

지이이잉-

오른팔 부분이 움직이면서 우리가 놀랐다.

“외부 음성 변화에 무작위 반응을 보이는 메커니즘이에요. 랜덤으로 오른팔이나 왼팔을 드는 거죠.”

“오오!”

중현이가 토삼이를 불렀다.

“토삼아.”

지이잉-

“오오오오!”

“움직인다!”

곧바로 우리가 토삼이의 양손에 [예], [아니오]라 적힌 포스트잇을 붙였다.

“토삼아.”

지잉- 하며 [예]가 떠올랐다.

방긋방긋 웃고 있는 토끼 인형에게 비주가 말을 걸었다.

“토삼아. 일단 고마워. 덕분에…….”

하지만 토삼이는 응답하지 않았다.

지호가 큰 깨달음을 얻은 표정으로 말했다.

“역시 우리한테 화가 난 게 분명해요. 저번에 말도 없이 진열장에 가두려고 했잖아요.”

“배터리가 부족해서 그런 거 같은데.”

리혁이가 인형을 톡톡 치며 말했다.

“그냥 음성 반응에 따라서 움직이는 거잖아. 인형이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니에요. 형. 이 토끼 인형에 뭔가 있다니까요.”

리혁이가 그 말을 무시하며 토끼 인형을 수거해서 배터리를 확인할 때였다.

주머니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전화를 받자 조규환 이사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주야. 잠시 다 같이 대표실로 올라올래?

“무슨 일인가요?”

-잠시 토끼 삼촌과 관련해서 상의할 게 있어서.

곧바로 졸개들을 이끌고 꼭대기층으로 향했다.

어딘가 살짝 멍해 보이는 조규환 이사님과 박규호 대표님이 우리를 맞이했다.

“어서 오렴. 차 한 잔 줄까?”

“네.”

대표님이 냉장고로 호다닥 뛰어가 우리 취향의 음료들을 하나씩 만들어서 가져왔다.

조 이사님이 테이블 위에 놓인 토끼 삼촌 인형을 보며 웃었다.

“안 그래도 얘 때문에 진짜 난리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음?”

몹시 당황한 듯한 이사님의 표정에 우리가 물었다.

“이사님은 예상하신 거 아니었나요? 동요 듣자마자 사업 준비하려고 하셨잖아요.”

“이 정도는 아니었어….”

조 이사님이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생각한 건 토끼 삼촌의 인형을 활용한 굿즈 장사 정도였거든. 아니면 적당한 동요 사업 정도…….”

“아아.”

“우주야. 사람이 아무리 예측을 잘해도 토끼가 음방에 나가고 빌보드에 가는 것까지 예상할 수는 없지 않겠니…?”

다 같이 머쓱한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물었다.

“그나저나, 상의할 게 있으시다고….”

현재 토끼 삼촌에 대한 수익 분배나 권리에 대한 법적인 부분은 법무팀의 조율 아래 마무리 된 상황이었다.

추가로 또 이야기할 것이 과연 뭘까.

“아무래도 네가 토끼 삼촌의 원작자기도 하고, 너희가 회사 대주주인 만큼 사업에 대한 진행 상황을 알려 주는 것도 좋을 거 같아서. 너희 의견이 어떤지도 청취를 하고 싶고.”

“사업이요?”

“무슨 사업이요. 이사님?”

우리 물음에 이사님이 답했다.

“애니메이션 사업.”

“푸흡-!”

다 같이 사레가 들려 콜록거렸다.

초코우유가 묻은 입을 훔치며 물었다.

“……애니메이션이요?”

“키즈 초이스 어워드 알지? 그 시상식 운영하는 모회사가 어린이 전문 채널을 운영하거든. 거기서 거액의 투자 제안이 들어왔어. 토끼 삼촌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자고.”

“…….”

“어린이 대상으로 하는 그런 애니메이션이지. 예를 들어 토끼네 식구들 이런 식으로.”

전혀 예상치 못한 소식에 벙 쪘다.

토끼 삼촌의 애니화 결정 소식.

“어…….”

우리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잘 될까요…?”

“음….”

조 이사님이 뭐라고 답을 하려고 할 때였다.

지이잉-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토끼 삼촌이 [예]를 들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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