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63화
갑자기 움직인 토끼 인형의 모습에 모두 당황했다.
“우주야?”
“네?”
“방금… 토끼 인형이 움직인 거니?”
대표님과 이사님의 눈에서 지진이 일어나고 있었다.
“리혁이가 만들었어요.”
“리혁이가?”
리혁이가 대신 설명을 해 주었다.
“안에 뼈대가 있는 거예요. 음성에 반응하는 메커니즘인데, 음성 변화에 따라 랜덤으로 왼손이나 오른팔을 드는 거예요.”
“그, 그렇구나. 이…걸 어떻게 만든 거니?”
“카이스트 대학원생들한테 받은 부품으로요.”
“?”
대화를 나눌수록 더욱더 혼란에 빠져드는 대표님이었다.
조규환 이사님이 [예]를 들고 있는 토끼 인형을 바라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진짜 깜짝 놀랐네. 난 또 토끼 인형이 살아서 움직이는 줄 알고.”
“타이밍이 진짜 절묘하긴 했네요.”
애니메이션 프로젝트가 잘 될까요? 하고 물은 타이밍에 바로 [예]를 들어 버린 토삼이.
조 이사님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인형이 정말 살아 있을 리가 없는데.”
지이잉-
토끼 인형이 [아니오]를 들었다.
“!”
“!!”
지호가 폴짝 뛰어서 내 등 뒤로 숨었다.
모두가 숨죽이고 있는 동안 대표님이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나는 대머리다.”
토끼 삼촌이 [예]를 들었다.
대표님이 진지하게 물었다.
“레몬 엔터는 잘 될 것인가. 레몬 엔터의 미래는 밝은가?”
토끼 삼촌이 [예]를 들면서 모두 흥분했다.
“이, 이건 진짜다!”
“토끼 삼촌이 살아 있어여!”
“허어… 이 집 용한 거 같아요!”
리혁이가 한심해하는 표정을 짓는 동안 우리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뉴블랙은 평생 함께 산다?!”
[예]
“왕지호는 오스카 상을 수상한다!? 그리고 형들이 평생 귀여워해 준다?!”
[예]
거침없이 대답해 주는 토끼 인형의 모습에 내가 물었다.
“김덕순은 매일 손자 생각을 하며 흐뭇해하고 있다!?”
[아니오]
“가짜로군.”
내가 차갑게 식은 얼굴로 말했다.
“이 녀석은 그저 인간의 음성에 따라 무작위로 대답하는 기계일 뿐이야.”
“내 말이 그 말이에요.”
리혁이와 함께 팔짱을 끼고는 졸개들이 꺄르륵 하는 모습을 한심하게 바라보았다.
그러곤 레몬 엔터의 냉철한 이성, 조규환 이사님에게 시선을 돌렸다.
“저런 걸 믿다니. 그죠, 이사님?”
“으, 응?”
토끼 삼촌에게 질문할 리스트를 차분하게 작성하고 있던 이사님과 눈이 마주쳤다.
“…….”
“…….”
셋이 서로 눈을 피했다.
그동안 비주가 중현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너도 뭐 하나 물어봐봐.”
“기달. 나 질문 좀 제대로 고르고.”
“?”
“나 정말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 있어서.”
설렘 가득한 얼굴로 손을 모은 중현이가 토삼이에게 물었다.
“삼촌~ 과연 KG 드래곤스가 10년 내에 우승을 할 수 있을까요~?”
[아니오]
“그러면 20년 내에는요~~?”
[아니오]
“얘 가짜네요.”
“…….”
“그럴 리가 없어요. 그럴 리가…….”
촉촉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는 중현이의 어깨에 우리가 조용히 손을 올렸다.
* * *
너무나 당연하게도 토끼 삼촌은 진짜가 아니었다.
리혁이가 테스트용 질문을 던졌다.
“뉴블랙은 성공을 지양하고 있다.”
[예]
“후후. 틀렸어. 뉴블랙은 성공을 ‘지양’이 아니라 ‘지향’하고 있지. 이거 봐요. 토끼 삼촌은 진짜가 아니라니까요.”
[아니오]
‘토끼가 원망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거 같은데.’
‘저건 좀 치사했다.’
좀 치사한 질문이긴 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우리가 심심풀이로 쏟아 내는 질문들이 길어지면서 토끼 삼촌이 정말 랜덤으로 [예], [아니오]를 든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조규환 이사님이 멍한 얼굴로 물었다.
“우리가 어디까지 이야기를 했었…지?”
“그…러게요?”
리혁이가 속기록을 보며 대답했다.
“30분 전이 마지막이었네요. 애니메이션 프로젝트가 잘 될까요? 라고 물어본 게 마지막이었어요.”
“아, 그거였구나.”
조 이사님이 다시 본론으로 돌아갔다.
“토끼 삼촌의 애니메이션 프로젝트가 잘 될지 안 될지는 솔직히 말해서 알 수 없지. 보통 이런 아동용 애니메이션은 제작기간으로 최소 1년 6개월은 잡아야 하거든.”
“지금으로부터 1년 6개월이면…….”
“아마 2020년 1월이나 2월쯤? 물론 최소치로 잡았을 때야.”
무슨 말뜻인지 이해했다.
그때까지 동요의 인기가 이어지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것.
“그리고 동요가 인기 있다고 애니메이션까지 인기가 있다는 건 아니니까. OST만 좋은 평가를 받는 영화들이 있듯이.”
하지만, 하면서 조 이사님이 말했다.
“그렇지만 추진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봐. 컨텐츠 기업으로 나아가려는 우리 회사의 청사진과도 어울리는 기획이고. 무엇보다… 내 생각에는 이 프로젝트에 대한 감이 좋거든.”
그걸 시작으로 조규환 이사님이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했다.
투자금은 어디서 조달할 것인지.
어떤 인력들과 작업을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안은 아니었지만, 대략적으로 조 이사님이 그리고 있는 그림이 보였다.
-유치원생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 나이대의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프로젝트로 기획을 하려는 모양이었다.
“물론 캐릭터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업체 사장님과 미팅을 진행해 봐야 알겠지만….”
“사장님이요?”
“토끼 인형 공장 사장님.”
“아하.”
박규호 대표님이 말했다.
“우주 네가 썼던 그 인형이 그곳 사장님이 직접 디자인하신 거거든.”
“사장님이 직접 디자인하신 거래요?”
동생들과 내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디자인 감각이 뛰어난 분이 아닐까 싶었다.
스타성 넘치는 외모의 토삼이.
토끼 삼촌이 지금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이유 중에서는 이런 외모의 영향도 있었으니까.
박규호 대표님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
“곧 만날 기회가 있을 거야. 안 그래도 여기 사장님이 너희랑 만나고 싶다고 얼마나 얘기하시던지.”
“진짜요? 저희도 만나 뵙고 싶어요.”
지금 지구촌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토끼 삼촌.
그 캐릭터의 원형을 만들어 낸 토삼이의 디자이너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
애니메이션과 관련해서 추후 미팅을 할 때, 다 같이 만나기로 약속을 잡은 후.
“그럼 저희는 가 보겠습니다~”
“아, 참.”
조규환 이사님이 씩 웃으며 말했다.
“2억 뷰 축하한다. 얘들아.”
“?”
“우리가 지금 얘기하는 사이에 2억 뷰가 됐더라고.”
조 이사님이 보여 주는 핸드폰 위로 [200,087,382회]라는 숫자가 보였다.
비주가 물었다.
“역대 최단…인 건가요?”
“응. 역대 최단기간 2억 뷰.”
우리가 눈을 지그시 감았다.
솔직히 내가 토끼 삼촌의 본체기도 하고, 내가 만든 노래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건 좋긴 하다.
하지만 본업이 아닌 부업으로 이렇게 이슈가 되고 있는 걸 보고 있자니 기분이 좀 묘하다.
조 이사님이 웃음을 터뜨렸다.
“너무 그런 쪽으로 생각하지 마.”
“?”
“토삼이랑 너희는 별개가 아니니까. 엄밀히 말하자면 이 현상은 너희 덕에 발생한 거야.”
우리가 솔깃한 표정으로 귀를 기울였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이사님?”
“토끼 삼촌도 인기 있을 만한 노래긴 했지만 단순히 노래가 좋아서 이 정도로 일이 커진 건 아니라는 거야. 1차적으로는 너희 미튜브에 올라왔기 때문에 가능한 거지.”
“?”
“너희 구독자가 몇 명이지?”
“요즘에는 안 세고 있어요.”
수천만이 넘은 다음부터는 딱히 안 세고 있다.
조 이사님이 어깨를 으쓱였다.
“중요한 건 너희가 토끼 삼촌을 불렀다는 거야. 너희가 라이브에서 비빔면만 먹어도 해외 매출이 500퍼센트 뛰는 판인데, 토끼 삼촌 같은 동요를 불렀으니 오죽하겠니.”
토끼 삼촌이라는 동요가 뻗어 나가는 데 있어서 뉴블랙 TV의 영향력이 결정적이었다는 말인 듯했다.
수플레들이 SNS상으로 노래를 퍼뜨리고.
뉴블랙이 불렀다는 이유로 미디어에서 관심을 가져 주고.
“지금의 토끼 삼촌은 너희가 지금까지 열심히 해 온 것의 집합체라고 봐도 좋을 거야. 일반 동요였다면 절대 이렇게 빠른 시간 내에 바이럴처럼 퍼질 수가 없거든. 최소 두 달은 걸려야 정상이야.”
그런 말을 하던 이사님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그리고 지금의 이 현상은 앞으로의 더 큰 무언가를 예고하는 것이기도 해.”
리혁이가 바로 요점을 이야기했다.
“홍보네요.”
“그렇지.”
“토끼 삼촌으로 인해서 우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그게 신곡으로 이어지고요.”
“정확해. 바로 그거야.”
동생들과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의 <토끼 삼촌>은 동요만 인기를 끌고 있는 게 아니었다.
[글로벌 인기 가수 뉴블랙이 토끼 삼촌이라는 동요로 돌아왔습니다!]
[뉴블랙의 노래죠. 토끼 삼촌 듣고 오겠습니다! 주파수 고정해 주세요~!]
[이거 보셨어요? 뉴블랙이 만든 노래인데…….]
SNS와 검색 엔진 등에서 뉴블랙의 언급량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
전 세계 어린이들의 위력 덕분이었다.
평소에 우리에게 관심이 없거나 몰랐던 외국의 일반인들도 우리를 알아가고 있는 것이다.
-뉴블랙이 누구야?
-버니버니 엉클버니. 버니버니 엉클버니….
-잘생겼구나. 애들도 귀여운 거 같고… 근데 이름이 되게 생소하네. 우…주?
-버니버니 엉클버니. 버니버니 엉클버니… 버니버니… 옴버니 엉클반메홈…….
-우주, 비주, 중현, 리혁, 지호…….
100명에게 우리를 노출시켜서 그중에 1명이라도 관심을 보이게 만드는 것이 홍보의 기본.
그런데 2억 뷰를 찍은 동요라면….
수천억을 들여도 절대 얻지 못할 홍보 효과를 얻는 셈이었다.
그쯤에서 우리 모두 눈을 크게 떴다.
“!”
“!!”
만약 이 상황에서 오버쿡이 나온다면.
토삼이가 이 정도로 어그로를 끌어 준 상황에서 우리의 영어 곡이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뮤직비디오 썸네일로 우리가 요리사 복장에 칼을 들고 있는 가 두둥 등장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일단 한 번씩은 들어 볼 거 같은데요. 궁금해서라도.”
“그러게…?”
“진짜 다음 곡 화력은 걱정 안 해도 되겠는데요. 수플레 아니었던 사람들도 다 들어 볼 거 같아요.”
동생들과 내가 활짝 웃으며 토삼이를 안아 주었다.
“토삼아!”
“장하다! 뉴토삼!”
“우리 뉴씨 집안의 새로운 자랑이로구나! 아핫핫핫!”
인형이 눈으로 욕을 하는 것 같지만 기분 탓이겠지.
인형을 붙잡고 빙글빙글 돌면서 춤을 추는 우리 모습에 대표님과 이사님이 웃음을 터뜨렸다.
조규환 이사님이 바로 그거라는 듯 말했다.
“토삼이가 잘 될수록 너희 입장에서는 더 좋은 거야. 사실 토삼이가 아니고 너희 인기인 거니까.”
나와 졸개들이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토삼이가 아니라 우리의 인기…!’
지이잉-
토삼이가 [아니오]를 들었지만 우리 모두 하핫 웃으면서 무시했다.
* * *
토삼이의 인기는 고공행진하는 중이었다.
-레몬 엔터 ‘토끼 삼촌’ 회사 인수, 글로벌 IP 사업으로 부상하나?
-누적 2억 뷰 동요 토끼 삼촌, “지금 지구촌은 토끼삼촌 열풍”
-구독자만 5천만 명 이상 ‘루비버튼’ 뉴블랙 TV, 토끼 삼촌의 인기를 이끈 원동력은..?
“후후!”
“장하다. 토삼아! 더 힘내라!”
“우리 노래 나올 때까지만 버텨…!”
보통 빠르게 식는 인기와 꽤 오래가는 인기가 있는데, 토삼이는 그중에서 후자에 속하는 것 같다.
할리우드 유명인들이 커버를 하면서 장작을 넣어 주기도 하고.
“이거 봤어요? 문라이트가 커버했다는데요?”
“그래…?”
자칭 라이벌 그룹인 문라이트도 마지못해 율동을 추는 영상이 있는 걸 보면 인기가 대단하긴 한 것 같다.
그만큼 러브콜도 많았다.
해외로 수출하는 자동차 광고에서 토삼이가 타고 있는 광고를 찍자고 하기도 하고.
미국의 유명 음료 제조사나 시리얼 업체에서 ‘토삼이랑 시리얼 콜라보 어때?’ 하고 요청이 들어오고 있었다.
물론 상업적인 요청들은 전부 다 거절했다.
-지금부터 이미지 소비를 최대한 줄여야 해.
회사에서 추진하는 신규 사업을 하기 전에 시리얼이나 자동차같이 상업적인 이미지를 덕지덕지 붙여 봐야 좋을 게 없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미지 소비를 최대한 조절해야 인기가 오래가기 때문이었다.
과도한 노출은 대중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법이다.
다만 몇 가지 요청은 응했다.
대표적으로 어린이들의 안전과 관련한 캠페인에 홍보대사로 얼굴을 비추는 요청들이었다.
신호등 보고 잘 건너기.
손 씻기, 양치 잘하기 등등.
[랄랄라라! 다들 손 씻고 양치 잘해야 한단다!]
그럴 때마다 올라오는 ‘토끼 삼촌의 선한 영향력’ 같은 기사.
우리 모두 훈훈한 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그래, 어린이들아. 무럭무럭 자라나서 수플레가 되거라.”
“지금이야 토끼 삼촌을 보고 있을 테지만 정신을 차려 보면 너희는 수플레가 되어 있을 거란다.”
“진짜, 지금 유치원생 입덕시키면 우리 칠순 디너쇼할 때 50대 팬들이 있는 거 아니에여? 너무 좋은데?”
디너쇼 라이브를 하는 동안 박수를 쳐 줄 젊은 50대 팬들의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정말이지 아름다운 미래였다.
그렇게 토삼이의 활동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한편.
“안녕하세요.”
드디어 토끼 삼촌의 디자이너와도 만남을 가졌다.
“이혜인이라고 해요. 만나서 너무 반가워요…!”
“안녕하세요! 저희도 너무 뵙고 싶었어요!”
토끼 삼촌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사장님이었다.
인형 공장이라고 해서 대표님과 비슷한 연배를 상상했는데 30대 여자 분이었다.
아버님이 운영하시는 작은 공장을 물려받으셨다나.
“슬슬 사업을 정리하려고 하던 참이었거든요.”
대표실 소파에 앉아 차를 홀짝이던 사장님이 말했다.
“매출이 너무 안 나오기도 하고, 이렇게 운영해 봐야 적자만 늘어나겠다 싶었던 상황이었는데…….”
“저희가 나온 거군요.”
“네.”
그때를 회상하듯 사장님이 양손으로 잔을 붙잡았다.
“갑자기 우주 씨가 제가 만든 인형을 들고 짠 하고 등장하더니… 미튜브에 제 인형이 나오고, 미국 사람들이 인형이랑 같이 춤을 추고 있고…….”
“죄송합니다. 갑작스러우셨을 텐데.”
“아뇨아뇨! 너무 좋아서 그래요. 로또 1등 당첨된 느낌이라 좀 얼떨떨해서 그랬어요.”
사장님이 옆에 있는 조 이사님을 보며 말했다.
“처음에 이사님이 찾아오셨을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거든요. 예능에 잠깐 나오는 건데 일이 커져 봐야 얼마나 커지나 싶었는데…….”
다들 머쓱한 웃음을 흘렸다.
비주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인형은 직접 다 디자인하신 거예요?”
“네, 원래 전공이 이쪽이라서… 전공을 좀 살려 보고 있어요. 인형 모으는 게 취미거든요. 제가 어떻게 하다 이 토끼가 탄생한 거냐면….”
인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사장님의 말수가 많아졌다.
내가 노래를 이야기할 때 좋아하듯이 동글동글한 얼굴의 눈동자 위로 토삼이와 비슷한 빛이 반짝인다.
“…게다가 애니메이션 사업이라니…! 진짜 제가 만화도 엄청 좋아하거든요. 진짜 꿈에 그리던 상황이에요.”
“사장님께서 이번에 애니메이션 캐릭터 디자인과 관련해서 자문해 주시기로 했어.”
조 이사님의 말에 우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토삼이의 잘 뽑힌 디자인을 생각하면 정말 최적의 인재를 찾은 게 아닐까 싶다.
화기애애하게 ‘ 덕분에 인생 역전했어요!’, ‘저희도 홍보 제대로 했습니다’ 하며 인사를 주고받는 한편.
“혹시 아이디어 같은 거 있으면 들어 볼 수 있을까요?”
“아이디어요?”
“네, 제 토끼 인형에 여러분이 토끼 삼촌이라는 서사를 붙여 줬잖아요. 캐릭터도 찰떡이고. 그래서 혹시 캐릭터와 관련해서 또 다른 아이디어가 있으면 들어 보고 싶어요.”
“으음…….”
특히 집중적으로 ‘토삼이의 본체!’ 하며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 내가 어색하게 웃었다.
“제가 이런 디자인 부분은 조금 혹평을 받는 편이라…….”
“그래도 괜찮아요! 세상에 나쁜 아이디어라는 건 없는 법이거든요.”
“그, 그렇다면….”
아무거나 편하게 이야기해 보라는 표정에 내가 매직펜을 들었다.
슥슥.
“발레 좋아하시나요?”
“네!”
“발레 같은 예술 종목은 외적인 조건이 충족되어야 할 수 있잖아요. 프로 스포츠에서 특정한 능력이나 특정한 체형을 원하듯이.”
슥슥슥.
“그렇죠.”
“다른 예쁜 동물 친구들이 발레를 하고 있을 때, 외적인 조건이 좋지 못해서 발레리나가 되지 못해 슬픈 아이를 떠올렸어요.”
“!”
사장님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더더, 계속해 보세요. 우주 씨.”
“주변의 비난에도 굴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해서 결국에 발레리나가 되는 친구예요.”
그러면서 내가 완성한 그림을 보여 주었다.
사장님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Ƹ̵̡ Ӝ̵̨̄ Ʒ
귀여운 더듬이.
날개.
네 쌍의 눈동자.
여덟 개의 다리.
“이 친구의 이름은 리나.”
내가 그림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벌레리나입니다.”
“!”
“남성형은 벌레-리노.”
“!!”
“어떠신가요? 저의 아이디어가…!”
* * *
의 작업을 위해 작업실에서 대기 중인 작곡가들.
“애들 언제 온대?”
“대표실에서 지금 미팅 중이라고 하더라고. 토끼 삼촌 인형 만든 디자이너랑 이야기 중이라던데.”
“아마 30분 정도 걸릴걸.”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였다.
달칵.
“?”
터덜터덜.
어딘가 패잔병 같은 몰골로 들어온 뉴블랙의 리더가 소파에 털썩 앉았다.
“저 왔어요….”
“뭐야. 왜 이렇게 일찍 왔어?”
“그게….”
우주가 슬픈 표정을 지었다.
“동생들이 내쫓았어요…….”
“?”
“흑흑…….”
쭈글쭈글한 얼굴로 슬퍼하는 우주의 모습에 작곡가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