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971화 (971/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71화

리혁이 후렴구를 부르는 동안 관객들은 멍하니 입만 벌렸다.

자 여기 바다야

네가 보고 싶어 하던

그 바다야

고음이 한 차례 올라갔다가 잦아들고.

다시 한번 또 고음이 맑고, 푸르게 무대 위로 번져 나갔다.

그것은 거대한 합창과도 같았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한데 모여서 부르는 하모니와 같은 아름다운 목소리가 퍼져 나간다.

단지 지금 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게 단 한 사람이라는 점이 차이점일 뿐.

‘어떻게….’

관객들의 머릿속에 비슷한 생각이 떠올랐다.

‘어떻게 저렇게 부를 수가 있지?’

1라운드에서 보았던 <숲속의 소녀> 무대는 리혁의 기량에 대해서 알 수 있었던 무대였다.

하지만 지금 보고 있는 <꿈의 조각>은 뭔가 다르다.

가수가 한 소절씩 부를 때마다 가슴속에 있는 무언가가 간질간질한 기분이 들었으니까.

노래가 감정을 어루만져 준다는 말은 아마 이런 때 쓰는 게 아닐까 싶었다.

단순히 기량이 뛰어난 것뿐만 아니라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관객들에게 다가오는 가수였다.

지금의 노래에 표어가 있다면 아마 이런 제목일 터였다.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 모두의 유년 시절을 위해서.

저마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조용히 바라보는 관객들이었다.

누군가는 촉촉한 눈으로 입가에 손을 올리기도 하고, 누군가는 조용히 미소를 짓기도 하고.

웅장한 멜로디 속에서 벅차오르는 분위기의 노래가 이어진다.

기나긴 터널을 지나 마침내 빛에 다다른 어린아이가 어른으로서 부르는 노래.

그렇게 나는

아이였던 나는

어른이 되었네

마침내

마침내- 하는 글자가 허공에 아로새겨지는 듯한 느낌.

파스스스 하며 먼지처럼 스러지는 듯한 글자를 느끼며 관객들은 우레와 같은 환호성을 터뜨렸다.

“와아아아아아아-!”

콘서트였다면 저도 모르게 ‘앵콜!’ 하는 소리가 나왔을 법한 분위기.

조용히 마이크를 내려놓은 가왕 선우주가 제자리에 섰을 때도 분위기는 여전히 뜨거웠다.

그리고….

‘리혁이가 이겼다.’

‘이건 리혁이다.’

모든 면에서 서리혁의 압승이라고 평가하는 방청객들이었다.

조유리의 무대도 대단하긴 했다.

목을 긁으며 연인에게 절절한 사랑 고백을 하는 고음 파트는 정말이지 감탄이 나왔으니까.

하지만….

-봐라. 이게 내 기량이다.

…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던 무대였다.

기술적으로 대단하긴 했지만 마치 대단한 묘기를 보았을 때 나오는 탄성과 비슷했다.

그와 달리 리혁의 무대는 무언가 달랐다.

특별했다.

전자가 경연에서 이길 목적으로 자신의 스킬을 자랑한다면 이쪽은 자신의 스킬을 이용해서 감정을 전달하는 느낌.

그리고….

“리혁이가 더 잘 부른 거 같은데? 그치?”

“확실히.”

단순히 기술적으로 비교해도 서리혁의 압승이었다.

힘을 빼고 불렀던 1라운드와는 다르다.

2라운드 때도 제법 강자였던 발라드 가수 독고영과 맞서느라 조금 힘을 쓰긴 했지만….

3라운드에서의 서리혁은 말 그대로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 줬다.

-바다처럼 넓은 음역대와 안정적인 발성.

이번 무대에서 리혁은 낮은 음에서 3옥타브까지 올라가는 고음을 안정적으로 선보이며 그야말로 극한의 세밀한 컨트롤이 무엇인지 보여 주었다.

그 말인즉, 소화할 수 있는 노래의 폭이 굉장히 넓다는 뜻이었다.

단순히 맑고 청량한 노래들만 잘 부르는 게 아니라 모든 노래를 다 부를 수 있는 만능 보컬.

거기에 음색 전환을 이용해서 다채롭게 감정을 표현하기까지.

평소 아이돌 활동을 위해 사용하는 음색과 달리, 단순히 청량한 톤만 부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결승전 무대로 증명한 리혁이었다.

‘진짜 미쳤어.’

‘이렇게도 부를 수가 있었구나. 리혁이.’

웅장한 음악 속에서 파워풀한 모습을 보여 주었던 가왕 선우주의 잔상이 자꾸만 아른거린다.

조유리의 무대가 어땠는지 떠오르지 않을 만큼 승패가 명확했다.

[자! 이제 투표의 시간입니다!]

늑대 가면을 쓴 조유리가 무대 위로 올라온다.

왠지 모르게 터덜터덜 하는 걸음이었다.

본인도 느끼는 것 같았다.

자신이 패배했다는 걸.

[그럼 판정단 여러분은 버튼을 눌러 주세요!]

방청객들이 스위치를 바라보며 1번과 2번을 헷갈리지 않도록 신경 쓰며 꾸욱 눌렀다.

제대로 눌렸는지 확실히 하기 위해 또 한 번 꾸욱.

투표를 진행한 사람들의 시선이 무대에 서 있는 ‘가왕 선우주’와 ‘외로운 늑대’에게 향했다.

‘갑자기 조유리가 약해 보이네.’

‘늑대 왜 이렇게 약해 보이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최종 보스의 분위기를 물씬 풍겼던 늑대가 지금은 동네 바둑이처럼 보였다.

그만큼 실력의 차이가 명확했다.

믿기 힘들지만….

‘리혁이 진짜 장난 아니구나.’

뉴블랙의 메인보컬이 유명 보컬리스트와 견줄 정도로 빼어나다는 점을 드디어 깨닫게 된 대중들이었다.

아이돌 보컬에 대한 단단한 선입견.

1라운드의 충격적인 무대로 대중들의 선입견에 쩌저적 금이 갔다면….

3라운드의 무대는 그 편견을 완벽하게 깨고, 새롭게 인식을 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네! 투표가 종료되었습니다!]

두 가수 위로 스포트라이트가 내리쬈다.

두 손을 공손히 모은 꽃 가면과 후우- 한숨을 내쉬며 허공을 올려다보는 늑대 가면.

[그럼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오늘 <미션 싱어> 3라운드 가왕 진출전의 승자는……!]

긴박한 분위기의 BGM.

사람들이 침을 꿀꺽 삼키고 과연 몇 표 차이로 리혁이 이겼는지 보려고 할 때.

두둥!

[결과 발표합니다!]

화면에 점수 차이가 떴다.

호일들의 가슴이 콩닥거렸다.

[외로운 늑대 : 14]

[가왕 선우주 : 86]

늑대 가면 위로 조명이 꺼지고, 꽃 가면 위로 화려한 조명이 내리쬐기 시작했다.

“!”

“!!”

점수 차이를 본 사람들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아니! 이건….]

중계진도 놀랄 정도였다.

[역대 3라운드에서 이 정도로 점수 차이가 난 적이 있었나요?!]

[정말 압도적입니다! 가왕 선우주!]

단순히 인기로만 나올 수 있는 표차가 아니었다.

방청객들이 그럴 만했다는 표정으로 박수를 쳤다.

‘조유리도 잘했지만… 상대가 너무 나빴다.’

‘안타깝네.’

‘그러게 왜 리혁이랑 붙어서… 안 됐다.’

오늘 처음 알았지만, 처음부터 리혁의 노래 실력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빠르게 태세를 전환하는 방청객들이었다.

‘강하다! 뉴블랙!’

‘역시 뉴블랙이야.’

왜 자신이 키웠다는 표정으로 뿌듯하게 웃는지는 알 수 없지만….

누구보다 더 흐뭇해하는 방청객들이었다.

*   *   *

무대를 내려온 조유리가 늑대 가면을 거칠게 벗었다.

파스스-

멘탈이 바스러지는 소리가 있다면 아마 지금 자신의 귓가에 들릴 거라고 생각하는 조유리였다.

백스테이지로 내려온 그의 눈으로 모니터가 들어온다.

[감사합니다~ 이 영광은 제가 사랑하는 ‘그분’께 돌려 드리도록 할게요!]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린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여자 친구인가?’ 했을 멘트인데, 모두가 김덕순 여사라는 이름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저게 뭐가 웃기다고.’

웃음소리마저 자신을 비웃는 것처럼 들려 불쾌한 조유리였다.

“아…….”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았다.

멘탈이 깨진다.

자존심이 깨진다.

마음 같아서는 손에 들고 있는 가면을 바닥에 내던지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참을 때였다.

“늑대 씨~”

“예?”

“가면 써 주시고요. 대기실 아니면 가면은 벗지 말아달라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아… 죄송…합니다.”

“조심해 주세요~”

조연출이 심드렁한 얼굴로 말했다.

“고생하셨습니다~ 대기실로 돌아가세요.”

일하는데 방해가 되니 얼쩡거리지 말고 가라는 말이었다.

그것조차 울컥했다.

‘서리혁이었으면 저랬을까?’

뉴블랙 리혁이 자기랑 똑같이 이러고 있었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스탭이 얼른 대기실에 가라고 저런 말을 했겠는가?

가면을 벗어도 절대 다시 써 달라고 감히 부탁조차 못했을 것이다.

오히려 막 웃으면서 리혁이랑 잡담을 떨면서 깨소금이 쏟아졌겠지.

“늑대 씨?”

“예? 아, 예….”

하지만 뉴블랙과 달리 그에게 있어 방송국은 슈퍼 갑이고 그는 철저하게 을이었다.

마지못해 대기실로 발걸음을 뗄 때.

“저…….”

그의 말에 스탭이 고개를 돌렸다.

바빠 죽겠는데 왜 귀찮게 하느냐는 기색이 역력했다.

“예?”

“그… 방금 곡 누가 편곡한 건지 알 수 있나요?”

“그건 왜요?”

“그…….”

솔직하게 얘기할 수는 없었다.

-그거 편곡 선우주가 했나요?

…라고 물어볼 순 없었으니까.

그는 3라운드에서 불렀던 <소나기>를 직접 편곡했다.

하지만 노래면 몰라도 리혁이 자신이 불렀던 <꿈의 조각>을 편곡했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누가 만졌겠는가?

현재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작곡가로 꼽히는 선우주가 만져 줬을 게 틀림없었다.

솔직히 좀 불공평하지 않는가.

“흠.”

그가 우물쭈물할 때, 조연출의 눈이 그를 훑었다.

네 생각을 훤히 알고 있다는 듯 보던 조연출이 대답해 주었다.

“김형섭이란 분이 하셨어요.”

“아, 예….”

낯선 이름이 나오면서 조유리가 발걸음을 돌렸다.

돌부리라도 있으면 걷어차고 싶었다.

‘존나 철저하네, 진짜…….’

혹시나 ‘선우주 편곡 덕 본 거임’ 하는 안티들의 말이 나올까 봐, 직접 본인이 손을 안 댄 듯했다.

그가 중얼거렸다.

“김형섭은 또 누구야…?”

조유리로선 알 수 없었다.

그 이름이 과거 의 리믹스 하나로 레몬 엔터 프로듀싱 팀에 입사한 작곡가이자, 편곡 하나만큼은 선우주보다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편곡 천재라는 것을.

또 평창 올림픽에도 자신의 리믹스로 나온 인물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선우주의 노림수였다는 것을.

‘몰라. 다다음 주를 기약한다.’

2주 뒤의 경연을 기다리는 조유리였다.

*   *   *

“와아아아아아!”

“해 냈다!”

“선우주! 선우주!”

“가왕! 가왕!”

우리 대기실은 그야말로 혼란의 도가니였다.

사람들이 나를 얼싸안고 외쳤다.

“선우주! 선우주!”

“역시 우주가 강해!”

‘저거 리혁이인데….’

내가 이긴 것처럼 기뻐하는 스탭들의 모습에 웃음이 나올 때.

무대 위에서 패널들, 중계진의 극찬을 듣고 있던 리혁이에게 마침내 질문이 던져진다.

[가왕 선우주 님!]

[네.]

[이제 가왕전만을 앞두고 있습니다.]

화려한 의자 위에 앉아 있는 가왕 ‘올리브유’ 유재찬 씨의 모습이 나온다.

왠지 모르게 올리브유 가면 위로 마치 기름땀을 흘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저! 할 말 있습니다!]

올리브유가 손을 번쩍 들었다.

[네, 올리브유 씨.]

[그… 가왕 선우주 님이 지금까지 세 곡이나 연달아 부르면서 많이 지치셨을 것 같은데 한 번쯤 쉬시는 것도 좋을…….]

관객들과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왠지 가면 속으로 애처로운 눈망울이 보이는 것 같을 때.

가왕 선우주가 가면을 들었다.

[괜찮습니다! 저는 지치지 않거든요!! 언제나 제 곁에는 이렇게 동생들이 있기에 지칠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 어깨에 올린 네 명의 인형을 만지는 리혁이.

쓰다듬고 있을 때 툭 하고 리혁이 인형이 떨어졌다.

[안 돼…! 하필이면 내가 제일 사랑하는 리혁이의 인형이……!]

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다들 웃음을 터뜨릴 때.

다시금 진지하게 선 가왕 선우주에게 질문이 던져진다.

[가왕 선우주 님! 가왕전에 도전하시겠습니까?]

그 말에 유려한 몸짓으로 마이크를 든 리혁이가 답했다.

[네.]

자신감 넘치는 대답에 환호성이 쏟아졌다.

그렇게 리혁이가 무대에서 내려가고, 제작진이 탈락자들을 위한 패자부활전을 준비할 때.

스탭들과 나는 리혁이를 기다렸다.

그리고….

“나 왔어요!”

리혁이가 지친 모습으로 들어오자마자 달려들었다.

“와아아아아!”

“장하다!”

“잘했어, 리혁아!”

등을 두드려 주기도 하고, 어깨를 토닥여 주기도 하고.

가면을 벗어 땀투성이가 된 얼굴을 드러내던 리혁이가 싫지 않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아, 진짜 힘들었다.”

“고생했어.”

내가 다가가 가볍게 포옹을 해 주며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어때?”

“좀 후련한데요?”

자신의 모든 실력을 아낌없이 보여 주고 와서 그런지, 날카로운 얼굴 위로 홀가분한 표정이 떠올랐다.

“아직 가왕전이 남아서 완전히 긴장을 풀 수는 없지만, 그래도 고비는 넘은 기분이에요.”

“잘했어. 리혁아. 진짜 자랑스럽다.”

“그리고 그….”

리혁이가 슬쩍 내 눈치를 살폈다.

“아까 나도 모르게 연기하다 보니까 할머님을 언급하게 된 것 같은데….”

“괜찮아.”

“아까 언급만 해도 난입할 거라면서요.”

“당연히 농담이지.”

그리고 아까 그 말은 엄밀히 말해서 날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리혁이를 보호하기 위한 거였다.

대중들 중에서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멤버 할머니 이름 석 자를 저렇게…’ 라고 생각할 사람도 충분히 있을 수 있으니까.

아까처럼 ‘나의 그분~’ 하는 정도는 사람들이 유머로 받아들일 수 있어 딱 좋았다.

“아무튼, 이겨서 기분 좋지?”

“네.”

날카로운 얼굴 위로 맑은 미소가 떠올랐다.

잠시나마 부드러워지는 인상.

“정말 출연하기를 잘한 거 같아요. 홀가분하기도 하고, 그리고… 음…….”

“호오?”

“그…….”

“호오오오??”

“자꾸 기대하는 표정 좀 짓지 마요. 고맙다고 말하려고 하는데 자꾸 안 나오잖아요!”

내가 웃음을 터뜨렸다.

리혁이가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고마워요.”

그러면서 양팔을 어색하게 펼치는 리혁이.

“아니… 이건……!”

드디어 까칠한 동생에게 포옹이라도 한 번 받는 건가 싶어서 설렜는데.

리혁이의 얼굴 위로 고민이 스치더니….

뾱-

두 손을 모아 소심하게 손 하트를 그리는 리혁이의 모습에 내가 큰 웃음을 터뜨렸다.

*   *   *

패자 부활전 무대가 진행된 후.

마침내 가왕전 무대로 올라간 리혁이는 4라운드에서도 자신의 모든 실력을 퍼부었다.

상대가 강하건 약하건 최선을 다하는 우리 애다웠다.

“이겼네.”

“이겼네요.”

스탭들이 손에 땀을 쥐고 지켜봤던 3라운드와 달리 가왕전은 다소 싱거웠다.

유재찬 씨가 최선을 다해 달콤한 사랑 노래를 불렀지만 스코어 차이는 명확했다.

[가왕 선우주 : 92]

[로맨틱 보이스 올리브유 : 8]

3라운드에 이어서 역대 가왕전에서도 최고 점수 차이였다.

가면을 벗고 정체를 공개한 유재찬 씨가 작별 인사를 건네는 장면이 나왔다.

[가왕으로서 활동한 한 달 반 동안 정말 행복했고….]

작별 인사를 하는 동안 내 곁에서 익숙한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야, 김중현. 케이크 조심해서 꺼내야지.”

“조심조심.”

“형, 근데 저 출출한데 케이크 쪼끔 먹어도 돼요?”

바로 방송국 지하 주차장에 있다가 지금 대기실로 숨어들어온 우리 졸개들이었다.

케이크를 들고 리혁이를 반기기 위한 준비를 하는 모습에 웃을 때.

“어? 리혁이 형 가왕 오른다!”

대기실 TV에서 가왕에 즉위하는 리혁이의 모습이 나왔다.

[제43대 가왕! 가왕 선우주입니다!]

[드디어 탄생했군요! 가왕가왕 선우주!]

[정말 왕중왕이네요.]

꽃 가면을 쓴 리혁이가 화려한 옥좌에 거만하게 앉고.

그 앞에서 늑대 가면을 쓴 조유리, 앨리스 가면을 쓴 걸그룹 보컬 앨리, 패자부활전에서 또 생존한 장조림 씨가 공손하게 인사했다.

[감축 드리옵니다!]

[엣헴~!]

풍악을 울리면서 마침내 가요계에 평화가 찾아온 듯한 분위기를 풍기며 녹화가 끝났다.

“자자! 그럼 우리 준비해요.”

비주의 말에 우리 모두 케이크를 들었다.

“근데….”

내가 물었다.

“왜 케이크가 10개인 거니…?”

“…….”

동생들이 수줍게 답했다.

“스탭들까지 해서 2인 1케이크예요.”

“그렇군….”

보통 축하 케이크라 하면 그냥 축하의 목적으로 하는 거 아닌가.

비주가 먼 곳을 바라보는 동안 중현이와 지호가 당연하지 않느냐는 표정으로 말했다.

“저번에 좀 부족했던 것 같아서.”

“맞아요.”

“그리고 잘못하다가 케이크가 쓰레기통에 빠지게 될 수도 있는 거니깐….”

“?”

마지막은 무슨 얘기지.

아련하게 이야기를 하던 중현이가 말했다.

“음? 오네요.”

확실히 중현이가 있으니까 이게 좋네.

실시간 레이더에 탐지된 리혁이가 이윽고 문을 열고 들어왔다.

“형!”

“리혁아아-! 나 왔어!”

“나도 옴.”

가면 위로 왕관을 쓴 리혁이에게 우리 졸개들이 뛰어들었다.

“와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

가면을 벗은 리혁이가 당황했다.

“뭐, 뭐야? 뭐야??”

“뭐긴 뭐예요. 형 축하하러 온 사람들이지!”

그러면서 동생들과 내가 리혁이를 가운데 두고 빙글빙글 돌았다.

“가왕! 가왕!”

“가왕!”

“왕왕!”

처음에는 정신없다며 타박했지만 이내 헤실헤실 웃는 걸 보니 엄청 기분이 좋아 보인다.

케이크 커팅식을 마친 리혁이가 머리에 티아라 왕관을 쓴 채 새침하게 케이크를 먹을 때.

“정말 축하드려요~!”

대기실로 들어온 <미션 싱어>의 박연희 피디님이 고생했다며 우리와 스탭들에게 인사를 했다.

그러곤 내게 슬쩍 다가왔다.

“정말 잘 됐어요! 리혁 씨가 가왕이 돼서!”

“그러니까요.”

“저… 그래서 말인데.”

박 피디님이 은근하게 속삭였다.

“제안은 유효한 거죠?”

“네, 그럼요.”

“혹시 잊으실까 봐 제가 출연 계약서도 들고 왔어요….”

리혁이에겐 안 보이도록 몰래 종이를 팔락이는 피디님.

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에 리혁이가 가왕이 된다면, 저도 한 번 출연해 보고 싶어요.

뉴블랙의 메인에게 도전하는 리드보컬!

혹은 동생 잡기 위해 등장한 맏형!

방송 구도도 재미있을 거 같고… 또 방송을 지켜보면서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노래 실력이 상승한 건 리혁이뿐만이 아니었으니까.

물론 어디까지나 동생을 위한 마음이 컸다.

내 출연을 통해 동생의 실력이 더욱더 화제가 되도록 만들어 주려는 따뜻한 형의 마음이랄까?

“꺄륵…!”

“우주 씨?”

“흠흠. 아무것도 아니에요.”

피디님이 계약서를 건넸다.

“여기 사인하시면 돼요.”

“예.”

매니저에게 받은 펜으로 간단한 출연 계약서에 서명을 할 때.

“근데 우주 씨는 혹시 이름 생각해 두신 거 있나요? 가왕 선우주처럼.”

“네.”

아무것도 모른 채 환히 웃는 리혁이를 바라보며 내가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저는 이거 하려고요.”

“?”

슥슥.

종이 위로 내가 2주 뒤에 쓸 닉네임을 작성했다.

[국힙원탑 서리혁]

피디님이 대만족한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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