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1013화 (1,013/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013화

도깨비 식당의 마지막 영업.

오늘도 배를 타고 출근하는 뉴블랙의 모습이 화제 되는 것도 잠시.

[오늘 도깨비 식당 라인업 공개됨]

평소처럼 온라인으로 눈팅을 하고 있던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글에 첨부된 영상 때문이었다.

‘미친….’

‘이게 진짜야?’

뉴블랙의 식당이 입점해 있는 구례군의 도깨비 거리에 유명 셰프들이 팝업 식당을 차린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 셰프들의 면면이 심상치 않았다.

[김현욱 셰프]

성수동에서 유명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한국 최고의 셰프 중 하나로, 식당 예약만 6개월 전에 해야 한다는 셰프.

[단테 첼리니]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요식업 사업가이자, 이탈리아 음식으로 유명한 전설적인 셰프.

[바비 로스]

미국 남부 요리를 비롯해 치킨, 스테이크 등의 고기 요리에 특화된 최고의 셰프.

곧바로 실시간 검색어에 셰프들의 이름이 올라오고, 미튜브 댓글창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

-아니 라인업 미쳤나 봐

-와 셰프계의 드림콘ㅋㅋㅋㅋㅋㅋ

-미쳤따 지금 나 구레간다

-않이 선생님들.. 대체 저 사람들을 어케 모은 거지??

-저 사람들이 글케 유명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셰프들이 워너비로 꼽는 셰프들임.. 저 사람들이 직접 요리해 준다고 하면 할리우드 스타들도 줄섬

미쳐 버린 라인업에 대한 관심은 길지 않았다.

그보다 더 관심이 가는 게 있었으니까.

"현장 추첨… 현장 추첨…… 현장 추첨 받나??"

"아, 이거 지금이라도 가야 되나? 2시간 거리긴 한데."

"현장 추첨 제발……."

잔뜩 흥분해서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핸드폰으로 초조하게 ‘도깨비 식당 현장 추첨’을 검색하는 사람들.

다시금 검색어 1위가 뒤바뀌는 가운데.

검색을 마친 사람들이 탄식을 터뜨렸다.

"아아……!"

들떴던 가슴이 차갑게 식어 내렸다.

[지금 도깨비 거리 현장.jpg]

현장 접수 1000명 마감됨.. 여기서 이제 추첨한다고 함

몇 명까지 할지는 미지수긴 하는데 아마 저녁 시간에 입장할 거 같대ㅠㅠ

+덧) 구재영 존나 무섭게 생김.. 가드인 줄 알아써

모두가 눈물을 흘렸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 진짜 우리나라 사람들 왜일케 빠르냐

-이미 현장에 한 200명 있었던듯.. 소식 듣고 부랴부랴 온 사람들까지 현장 추첨 신청하고 감

-그래 봐야 저녁까지 기다리는 거 아님??

-그래 봐야가 아니라 저 셰프들 라인업이면 내일 밤까지 기다려도 괜춘하지ㅋㅋㅋㅋㅋㅋ

뜨거운 열기.

중고 사이트와 트위터 등에 ‘도깨비 거리 입장권 판매합니다~’ 하는 사기글이 올라올 정도였다.

모두가 당첨된 사람들을 부러워했다.

-개부러워ㅠ

-오늘이 진짜 레전드네ㅋㅋ 셰프들 구경도 하고

-도깨비 거리 저기 건물 예쁘다던데..

-부러워 하지 마.. 오늘 당첨된 사람들 아마 전생에 임진왜란에서 병사1로 싸우고 있었을 거임

-ㅠㅠㅠ 나라를 지켜 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

하지만 정작 모두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당첨자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 아니던가.

그들의 얼굴에 고뇌가 가득했다.

"그……."

당첨자들이 일행들에게 물었다.

"우리 어디 가지?"

"……."

"……."

선택지가 너무나도 많으니 괴로웠다.

뉴블랙 식당만 가는 거였다면 행복 그 자체였을 텐데, 이제는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일단 뉴블랙 식당으로 바로 가는 방법이 있어. 거기가 제일 1번으로 마감될 거 같으니까……."

"그래도 뉴블랙을 만나는 게 제일 좋지 않나?"

"근데 이게 시간제한이 있으니까. 괜히 도깨비 식당 줄 섰다가 나중에 급하게 먹으면 어떡해."

일단 최우선은 뉴블랙 식당.

하지만 웨이팅이 너무나 길어질 경우를 대비해서 2순위와 3순위를 정리하는 사람들이었다.

문제는….

"이거 동영상 봐봐."

오늘 셰프들이 주 종목으로 선보이는 요리들이 심상치 않았다는 점이었다.

단테 첼리니가 선보이는 정통 해산물 파스타와 나폴리식 피자, 그리고 후식으로 나오는 젤라또까지.

"난 그것보다 이 플래터가 더 땡기긴 하는데."

"그니까…."

"와, 육즙이……."

미국 최고의 셰프 중 하나인 바비 로스가 선보이는 남부식 치킨 요리와 텍사스 바베큐 플래터.

그걸 비롯해 다양한 셰프들의 요리가 나열되면서 당첨자들의 눈빛에 고뇌가 깃들었다.

이 무수한 식당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식권은 단 한 장.

‘어디를 가야 하지?’

당첨자들이 머리를 쥐어뜯기 시작했다.

* * *

옆구리에 쟁반을 낀 중현이가 주방으로 들어왔다.

"형."

"어때? 밖에 사람들 많니?"

"그……."

내가 기대감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오늘은 그래도 다른 셰프님들도 계시니까 우리 가게 앞에는 줄을 조금 덜 서 있겠지?"

"아뇨. 그대로인데요."

"어째서…?"

"그걸 저한테 물어봐도 저는 잘……."

셰프님들이 장사를 개시했을 텐데도 여전히 도깨비 식당의 웨이팅이 제일 긴 모양이었다.

내가 비주를 바라보았다.

"비주야. 일단 요리는 얼추 된 거 같지?"

"네. 완성됐어요."

블고기 메뉴들의 기본이 되는 햄버거 스테이크를 비롯해 밀라네사 등이 미리 완성되어 있다.

주방 돌아가는 모습을 확인하고는 중현이와 리혁이에게 말했다.

"중현아, 리혁아. 손님 받자."

"네."

곧이어 주방 밖으로 나간 중현이와 리혁이가 손님들을 안내하며 테이블에 앉히는 소리가 들린다.

얼추 꽉 찼을 때 즈음 다 같이 나가서 인사도 한 번 했다.

"유명 셰프님들도 많은데 그래도 저희 식당을 찾아주셨네요."

"아~ 이럴 때 아니면 뉴블랙을 언제 보겠어~"

어떤 아저씨 손님의 말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울타리와 정문 너머 바깥에서 아쉬운 듯 서 있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색하게 꾸벅하는 손님들.

웨이팅 초반 줄을 기다리는 분들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뒤쪽에 줄 선 분들 중에 일부가 다른 셰프님들의 식당으로 향하는 게 보였다.

"저희가 맛있게 조리를 해서 가져다드릴 테니까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네!!"

다시 주방으로 돌아와 빠르게 요리를 했다.

딩동!

딩동!

딩동!

모니터에 추가되는 주문을 확인하면서 비주와 함께 햄버거 스테이크가 들어가는 요리들을 조리했다.

지호가 열심히 플레이팅을 하며 말했다.

"진짜 콘서트도 그렇고, 어케 된 게 막날이 제일 잘된다니까. 꼭 끝날 때 되면 완벽해져요."

"진짜."

"그래서 우리가 피날레 콘을 하는 거잖아."

그러면서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저희 뉴블랙이 이번 가을에도 서울에서 피날레 콘서트 하는 거 아시죠? 수플레 여러분. 기대해 주세요~"

조리 마스크를 쓴 동생들과 장갑 낀 손을 흔들며 웃었다.

확실히 지호 말마따나 마지막 날이 되니 다들 힘들다고 하면서도 일을 척척 해내고 있었다.

홀을 맡고 있는 중현이가 센스 있게 손님들을 안내하고 주문을 받고.

리혁이는 홀과 주방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상황을 알려 주거나, 지호가 하고 있는 플레이팅을 도와주었다.

우리 막내는 설거지 거리를 챙겨 오거나 나와 비주가 부탁하는 부분들을 빠르게 처리하고.

비주는….

"비주야. 손목은?"

"괜찮아요."

손목에 부상 방지용 밴드를 하고 있는 비주가 프라이팬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야채를 볶았다.

화르르륵-

화구 위로 솟는 뜨거운 불길 때문인지 땀이 성글성글하다.

떨어져 내린 머리카락 한 가닥이 뒷목에 땀 때문에 달라붙어서 안 떨어지고 있을 정도.

비주가 손목을 돌리며 미간을 모았다.

"으."

"괜찮아?"

"네. 괜찮아요. 오늘까지가 딱 마지노선인 거 같아요…. 내일까지 했으면 진짜 탈이 났을 거 같고."

"조심해."

내 말에 비주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형은요? 괜찮아요?"

"나도 멀쩡하진 않은 거 같아."

비주 걱정을 하긴 했지만 사실 나도 상태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닌 것 같다.

"어우…."

곡 작업을 괜히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되는데도 잠깐 멍 때리고 있다 보면 선 채로 고개를 꾸벅할 뻔한 순간들이 생기곤 했다.

그럴 때면 다행히 동생들이 도움을 주었다.

중현이가 와서 내 뒷목을 주물러 주었다.

"힘내요. 형. 할 수 있어요."

"그래. 할 수 있다, 선우주!"

내가 주먹을 쥐고 화이팅 하는 동안 리혁이가 얼음 생수를 가져다주었다.

그렇게 영업을 이어 갔다.

어린이 메뉴가 나가면 토삼이 서비스도 해 주고, 중간중간 단체로 나가서 사람들에게 인사도 해 주고, 혼자 온 어르신에게 노래도 불러 드리고.

도깨비 식당 밖으로 매시 정각마다 걸어 나가서 손님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거나 악수를 하고.

점심 먹는 시간을 제외하면 정말이지 쉴 틈이 없었다.

"조금만 더 참자. 영업 종료까지 세 시간!"

"세 시간!"

하도 뛰어다녀서 그런지 헛구역질이 올라온 지호가 토하기 위해 화장실로 달려가고.

"두 시간 남았다!"

"두 시간!"

디저트를 만들던 리혁이가 너무 피곤해서 실수를 하다가 손을 살짝 베였다.

"이제 한 시간이에요~!"

"한 시간!"

밖에 나가서 사람들에겐 ‘안녕하세요~’ 하면서 밝게 웃지만 안에서는 점점 우리도 말수가 적어졌다.

중간중간 우리 막내가 ‘저를 보고 힘내요!’ 하면서 우리를 웃기기도 하고.

"힘들 때는 노동요지."

"노동요 틀자."

주방에 있는 스피커로 미튜브에 있는 ‘노동요’라는 유명한 영상을 틀며 음식을 조리했다.

2세대 케이팝 플레이리스트가 믹스된 노래.

그러다가도 힘들어서 동료 아이돌들의 노래를 흥얼흥얼거리며 요리를 했다.

"What a dang- dang- dang- ding- ding- ding- 대래대래댓댓댓~"

"널 위한 추락에는 날개가 없어~ 윙윙윙~ 버팔로 윙윙~ 틴스피릿 선배님들 감사합니다~"

"버팔로윙 아니야. 지호야… 선배님들이 우리 고소하겠다."

케이팝 명곡 메들리를 흥얼흥얼하면서 영업을 마무리 지었다.

식사를 마친 손님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점점 홀이 한산해지는 것을 보고 있자니 미소가 지어진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나둘 빠져나가는 손님들에게 인사하고.

현장 추첨에 당첨되어서 마지막에 입장한 사람들도 이제 식사를 마치고 하나둘 떠나고 있었다.

"후우… 비주야. 재료는?"

"거의 다 소진됐어요."

"이제 끝인가?"

"네."

"잘했다. 잘했어."

그 말을 하다가 비주에게 팔을 벌리며 말했다.

"비주야. 이리 와 봐."

"형~!"

"아으으, 진짜 고생 많았다. 내 동생."

비주를 껴안은 채로 몸을 좌우로 흔들며 기뻐하고 있을 때.

막내가 촉촉한 눈으로 뛰어왔다.

"저도 안아 주세요…! 저 눈물 날 거 같아요. 지금."

"이리 와. 지호도 진짜 고생했어."

그렇게 둘이 오니 리혁이와 중현이도 슬쩍 다가와서 펭귄들처럼 안겼다.

손님들이 다 빠져나가고 한산한 가게.

"후아……."

어느새 해가 지고 있는 바깥.

중현이가 이마 위로 손을 올리더니 바깥 풍경을 응시했다.

"다른 셰프님들은 이미 다 마감하신 거 같아요. 지금 서 있는 줄은 아마 바비 로스 셰프님이 따로 팔고 있는 간식들인 것 같고."

"우리도 이제 슬슬 마감할까? 슬슬 마감하고 나가서 인사드리자."

그런 말을 하고 있을 때였다.

제작진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 우주야."

"네?"

"지금 손님 두 분이 늦게 도착을 했는데……."

늦게 입장을 한 손님들이 있는데 다른 식당들이 전부 마감이 끝난 상황.

우리가 고민하고는 말했다.

"식사 자체는 어렵지 않을 거 같아요. 다만 지금 재료가 거의 다 소진돼서 그래도 괜찮은지 물어보셔야 할 거 같아요."

"알았어."

"그런데 어쩌다가 늦으신 건가요?"

보통 제작진이 이럴 때는 ‘시간 관계상 힘듭니다’ 하고 알아서 커트를 할 텐데, 입장이 됐다는 것은 정상 참작할 만한 부분이 있었다는 뜻일 것이다.

"신혼부부인데 오면서 접촉 사고가 났대. 급하게 병원 갔다가 오는데 차가 막혀서 늦었다고…."

"아."

내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 그러면 식당에 올 때가 아닌 것 같은데. 크게 다치시고 그런 건 아니래요?"

"응. 아무 이상 없대. 우리도 문제가 될까 봐 확인했어."

"다행이네요. 저희가 그러면 한 번 방법을 찾아볼게요."

그러고는 동생들에게 말했다.

"딱 한 테이블만 더 받자."

"네~!"

이윽고 신혼부부로 보이는 30대 남녀가 입장했다.

직장인 분위기를 풍기는 안경을 쓴 남편 분과 푸근한 인상을 가지고 있는 아내 분.

두 분이 꾸벅 하며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어… 그, 그 저희는 손님들이 아직 있는 줄 알고……."

"아니에요. 괜찮아요."

"어어, 죄송합니다."

"진짜 괜찮아요. 저희 아직 마감 시작도 안 했는걸요."

고장난 인형처럼 꾸벅꾸벅하는 분들에게 손을 저어 보이고는 몸 상태가 괜찮은지를 물었다.

다행히 아무 문제 없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리혁이가 말했다.

"그래도 오늘은 좀 놀라셨을 테니까. 운전은 오늘 더 이상 안 하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예, 그럴게요."

"저랑 약속하셔야 돼요. 오늘은 심신의 안정을 취하기."

"예…."

그동안 내가 메뉴를 소개했다.

"근데 저희가 이제 재료 대부분을 소진했거든요. 입장이 다 끝난 줄 알고 추가 손님들을 끝까지 꽉 받아서…."

"아……."

"그래서 블고기 스테이크 빼고는 조금 힘들 것 같은데. 저희가 좀 다른 메뉴들로 준비를 해 드려도 될까요?"

남편 분이 말했다.

"저희는 진짜 아무거나 좋아요. 한 번 여기를 오고 싶어서 온 거라서."

"그럼 저희가 맛난 걸로 준비해 드릴게요~"

주방으로 들어가서 남는 재료로 비주와 회의를 했다.

일단은 블고기 스테이크 한 쪽은 가능하고.

"리혁아. 파김치 있니? 김덕순 여사가 준 거?"

"있어요."

"오케이."

조금 값싼 맛처럼 느껴질 수는 있어도 수년 간을 연마한 특제 짜장라면 레시피가 있었다.

평창 한우와 양파를 맛나게 볶고.

불향 가득한 소스와 면이 어우러지면서 뜨거운 김이 솟았다.

"와……."

지호가 내 귓가에 콧김을 불었다.

"형, 이거 우리가 먹으면 안 돼요?"

"안 돼."

"저도 그냥 해 본 말이에요. 넘 맛나 보여서…."

그걸 비롯해 비주가 여러 반찬과 요리를 빠르게 조리해서 세팅을 했다.

그렇게 예쁘게 플레이팅한 짜장라면과 다양한 요리들을 내어 가서는 손님들에게 안내했다.

"우와……."

"와아아……."

푸짐한 한 상 차림에 신혼부부가 눈을 휘둥그레 뜨는 가운데.

짜장라면을 바라보던 남편 분이 물었다.

"이, 이건 뭔가요? 짜장라면 맞…나?"

"거기에 이제 저만의 특별한 비법이 들어간 레시피죠. 후후후. 이 아이의 이름은 바로……."

잠깐 고민하고는 말했다.

"뉴니짜장입니다."

"!"

두 사람을 비롯해 주변에서 듣고 있던 제작진들도 웃음을 터뜨렸다.

"기억해 주세요. 뉴니짜장…."

"평생 기억할게요."

즐겁게 웃으며 젓가락을 들기 시작하는 두 손님을 바라보고는 동생들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마감할까?’

‘네.’

마침내 길고 길었던 도깨비 식당의 영업에 마침표를 찍는 시간이었다.

* * *

"잘 먹었습니다!"

"저희 진짜 감사해요. 너무 맛있게 먹었어요~!"

마지막으로 떠나는 두 손님.

계산을 마치고 손을 흔들고 떠나는 손님들에게 인사를 하고는 동생들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4일 차 마감. 영업 종료."

잠시 여러 의미가 가득한 침묵이 오간 후.

"와아아아아아아-!"

"끝났다아아-!"

동생들과 얼싸안고 야야~ 야야야야~ 하면서 방방 뛰었다.

마치 쇼케이스를 마친 것처럼 홀가분한 기분과 해방감이 여기저기서 몰려왔다.

오늘 하루 내내 영업하는 동안 피곤했던 것도 싹 날아가고, 지금은 어디론가 훨훨 날아갈 수 있을 듯했다.

동생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기뻐하고는 도깨비 식당에 딸린 간이 세면대에서 깔끔하게 단장을 마쳤다.

"준비는 다 됐어요?"

"응."

구재영 피디님이 소란스러운 바깥을 가리키며 말했다.

"무대 세팅 완료됐어."

"네~!"

깔끔하게 티셔츠 차림으로 갈아입고는 기타를 챙겨 들었다.

도깨비 거리의 마지막 스케줄.

그것은 바로 우리의 무대였다.

마지막 시간대에 입장한 분들은 대부분 현장 추첨인데, 거의 하루 종일 기다렸던 만큼 우리가 직접 나가서 인사하거나 곡이라도 한 곡 부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물론 오로지 관객들을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크큭….’

‘에너지를 가져가 주지.’

지쳐 있는 심신을 관객들의 에너지로 달래기 위한 우리의 음험한 목적도 있었으니까.

"꺄르륵! 꺄륵!"

"아, 노래랑 춤이 이렇게 좋은 거였구낭."

동생들과 꺄르륵 웃으며 바깥으로 나섰다.

널찍한 도깨비 거리의 광장.

아직 흙바닥이지만 그 중앙에 간이 무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곧바로 수백 명의 관객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와아아아아아아아-!"

동생들과 나의 입이 귀에 걸렸다.

"역시."

"역시…."

무대를 앞두고 이렇게 기쁜 것을 보니 우리는 무대 체질인가 보다.

동생들과 기쁘게 웃으면서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며 무대로 향했다.

그런데….

"음?"

잠깐 멈칫하는 나에게 동생들이 물었다.

"왜 그래요. 형?"

"아니. 뭔가……."

뭔가 놓친 게 하나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뭔지는 알 수 없었다.

* * *

도깨비 식당에서 유명 셰프들과 뉴블랙의 영업으로 시끌시끌한 하루.

구례군의 모든 식당이 뉴블랙 특수를 누리며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을 때.

뉴블랙 이야기가 핫해지면서 의도치 않게 오늘 역대급 손님이 몰린 곳이 하나 더 있었으니….

바글바글-

복작복작-

골치 아플 만큼 많은 인파.

좀비 떼에 포위된 듯한 백반집 바깥을 내려다보며 김덕순 여사가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옘병……."

불꽃 효자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