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1014화 (1,014/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014화

사람 마음이라는 것은 참으로 간사하다.

오늘 가장 마지막 시간대에 입장했던 사람들이 공통으로 하고 있는 생각들이었다.

처음 당첨되었을 때만 해도 행복했다.

"와! 우리 당첨됐대!"

"진짜로?"

"와아아아아아!"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하루 종일 기다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구례 구경이라도 갈까?"

"시간이 애매한데. 이따 차도 엄청 막힐 거 같고… 여기 도깨비 거리 한 번 통과하는 데만 1시간이래."

"그런가…."

"그리고 저녁 입장 전에 미리 줄 서 있어야 뉴블랙 식당을 갈 거 아니야."

구례군의 다른 명소를 체험하기에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혹시나 교통 체증 때문에 이따가 입장 시간에 늦는다면 너무나 슬픈 일 아니겠는가.

그런 이유로 대부분 도깨비 거리 주변에 돗자리를 깔거나, 주차된 차 안에서 시트를 눕혀 라디오만 들으며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던 사람들이었다.

"시간이 왤케 안 가냐…."

"그니깐."

"아, 배터리 다 됐네. 너 보조 배터리 있냐?"

"나 지금 쓰는 중."

그렇게 새벽부터 기다렸다가 시작된 저녁 시간대 입장.

앞 시간대 사람들이 입장하자마자 바로 도깨비 거리 정문에 대기줄이 늘어서기 시작했다.

잔뜩 피곤한 탓에 앞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잠시 자리를 맡아 두고 화장실만 다녀와도 예민한 눈초리로 지켜보는 사람들.

"저거 저래도 돼요? 끝에 가서 다시 서는 게 아니라…?"

"네, 화장실은 다녀와야죠."

"으음, 우린 화장실 다녀오는 것 때문에 좀 늦게 섰는데……."

제작진이 규정상 아무 문제 없다고 말을 하는 것들에도 날선 반응을 보였던 사람들이었다.

힘들고 피곤하면 누구나 나올 수 있는 반응.

"자! 입장하겠습니다! 뛰지 마세요-!"

그렇게 시작된 입장.

당연하게도 뉴블랙이 운영하는 도깨비 식당은 앞서 입장한 사람들이 웨이팅을 꽉 채워 버렸고.

뒤따라 입장한 사람들은 허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후우… 내가 이럴 거 같았어. 우리 뭐 먹지."

"첼리니 피자?"

"더 키친 저기 갈래? 저기 우리 예약 못 했던 데잖아."

"그래도 외국 사람이 하는 데 가야지. 외국은 비행기 타고 가야 되잖아."

다행스럽게도 세계 최고의 셰프들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나온 요리들은 정말이지 근사했다.

"와… 미친… 이게 피자야?"

"내가 지금까지 먹었던 건 뭐지?"

"대박이다. 짤 줄 알았는데 간도 한국식으로 완전히 맞췄는데?"

이탈리아 요리의 최고 전문가가 화덕에서 직접 구운 피자를 비롯해 다양한 요리들.

금세 사람들의 표정이 싱글벙글해졌다.

도깨비 식당이든 다른 셰프의 식당이든, 손님들이 서로를 신포도처럼 바라보며 웃었다.

‘도깨비 식당도 맛있긴 하겠지만 그래도 뉴블랙이 프로 셰프는 아니지. 요리는 우리가 더 만족스러웠을걸?’

‘아~ 맛난 거 먹어서 너무 좋겠다. 그치만 우린 뉴블랙을 코앞에서 봤는데~?’

어쨌거나 모두에게 만족스러웠던 시간이었다.

단지….

"아, 맛있긴 맛있네."

"그러게…."

배가 부르고 나니 피곤함이 미친 듯이 몰려왔다.

손님들이 아련한 눈으로 해가 지고 있는 바깥을 바라보았다.

"뭔가… 좋긴 한데."

"그니까."

분명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경험이긴 했다.

보통 레스토랑에서도 지휘감독을 하지 직접 요리까지는 잘 안 하는 세계적인 셰프들이 직접 요리를 해 주고, 뉴블랙을 멀찍이서나마 지켜볼 수 있는 진귀한 경험이긴 했다.

여기에 불평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욕을 먹을 게 분명했다.

-아니 기존 당첨자도 아니고 제작진이 재량으로 현장에서 당첨시켜 주는 건데, 그 정도는 각오해야 하는 거 아님?

-원래 안 되는 거 당첨시켜 줬더니ㅋㅋㅋㅋ

하지만….

‘새벽부터 기다릴 만… 했나?’

직접 경험해 본 도깨비 거리는 미묘했다.

팝업 식당만 있을 뿐이지 딱히 여기서 뭔가 볼거리가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그냥 몇 가지 조형물 앞에서 기념사진만 찍고 나면 안에서 할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밥 먹으면 끝.

"……."

"……."

그냥 바로 입장했던 다른 시간대 손님들과 달리 새벽부터 힘들게 대기했던 그들에게 묘한 현타가 찾아와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아아- 도깨비 거리를 방문해 주신 방문객 여러분- 행복한 시간 보내고 계신가요?]

도깨비 거리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안내 방송이 울렸다.

[잠시 안내 말씀드리겠습니다.]

사람들이 귀를 쫑긋 기울였다.

뉴블랙 리더의 목소리였기 때문이었다.

목소리만 들어도 마이크 뒤에서 방긋방긋 웃고 있는 듯한 얼굴이 그려진다.

[오늘 여러모로 오래 기다리셨죠? 다름이 아니라 저희 뉴블랙이 여러분을 위해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두둥!]

[오늘 오후 8시에 도깨비 거리의 마지막 행사로….]

‘설마?’

‘어? 이거…?’

[-뉴블랙의 미니 콘서트가 있을 예정입니다.]

그 순간 ‘와아아아아아!’ 하는 거대한 함성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모두가 비슷한 반응이었다.

모르는 사람들과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어깨동무를 하고 방방 뛸 정도.

"대박!!!"

"미쳤다, 미쳤어…."

"와. 마지막이 최고였네!"

갑자기 피로가 싸악 날아갔다.

고생 끝에 낙이 오는 느낌.

해가 지고 있는 구례군의 하늘이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했다.

"저기 봐. 무대 설치하고 있어."

제작진이 간이 무대를 설치하기 시작하고, 사람들이 곧바로 공연장 앞에 줄을 서기 시작했다.

일반 관객들은 제작진에게 방석을 받아 들어 바닥에 앉고.

연세가 있는 어른들은 따로 마련된 의자에 앉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모두의 눈빛이 초롱초롱했다.

‘세계 최고의 관광지 도깨비 거리!’

‘뉴니버스는 신이다.’

‘오늘 하루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하핫~’

그동안 가게 영업을 마감한 셰프들도 하나둘 바깥으로 나섰다.

190이 넘는 체구의 바비 로스 셰프를 비롯해 세계적인 셰프들이 팔짱을 꼈다.

「후후.」

「드디어 때가 되었나….」

그들의 입가에 음험한 미소가 감돌았다.

‘한국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이것만 기다렸다.’

그들이 오늘 도깨비 거리에서 장사를 한 것은 단순히 뉴블랙의 이름값 때문이 아니었다.

엄연히 사업가인 이들에게 중요한 기회였으니까.

-셰프님. 최근 한국에서 뉴니버스라는 프로그램의 화제성이 심상치 않은 것 같습니다.

요리 특집을 시작한 이후로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는 뉴니버스.

그런 쇼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에 등장해서 한국인들에게 이름을 각인시킬 기회였다.

「이 나라 사람들은 정말 맛있는 걸 먹는 데 진심이란 말이지.」

이걸 발판으로 삼아 한국에서 레스토랑을 차리게 될 경우의 수익을 생각하며 흐뭇하게 웃는 이들이었다.

그런고로 셰프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펄럭~

흩날리는 현수막과 함께 여기저기 세워지는 간식 코너.

[바비 로스의 특제 팝콘]

[콜라는 무료입니다!! 콜라라도 받아가세요~!]

거구의 흑인 셰프가 운영하는 간식 코너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가 웃을 때마다 하얀 이가 찡- 하고 빛났다.

"Kam-sa 합니다! Bobby 행복해요!"

팝콘을 건네주며 손님들을 위해 왼쪽 가슴과 오른쪽 가슴을 꿈틀- 꿈틀- 하며 익살맞게 웃는 셰프.

그런 이를 따라 다른 셰프들도 영업에 나섰다.

"Argentina 본토 밀라네사~!"

"저희 아이스크림 드세요~!"

"시원한 생맥주 드시죠!"

정말이지 다양한 세계의 간식들.

단테 첼리니가 우아하게 팔고 있는 피자 튀김을 비롯해 여러 간식을 든 이들이 바닥에 쪼그려 앉았다.

"마시써……."

"진짜 맛있다. 와, 어떻게 간식이 이렇게 맛있지?"

"어우. 좋네."

사람들의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오늘따라 날씨도 나쁘지 않아서 한여름인데도 덥지 않고 선선했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

세계 각국을 테마로 한 음식점들의 외관도 관객들에게 독특한 감흥을 불러일으켰다.

"우와……."

해가 지고 어두워지니 더 명확하게 보였다.

알록달록한 색으로 벽을 칠한 아르헨티나의 전통 가옥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음식점.

미국인들이 팬케이크를 먹을 법한 다이너 분위기의 식당에서 반짝이는 네온사인.

"진짜 도깨비 거리 같다…."

"그니까."

분명 한국적인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그 안에 세계 여러 나라의 분위기가 담겨 있는 거리.

정말 도깨비 거리라는 말이 딱이라는 생각이 들 때쯤이었다.

"음?"

"어어…?"

앞줄에서도 아련한 환호성이 들려오면서 다들 일어서기 시작했다.

뒷줄에 있던 사람들도 얼떨결에 따라 일어났다가 곧장 비명을 질렀다.

"어?! 어!?"

"야! 뉴블랙이다!"

"얘들아아아아악-!"

콘서트 앵콜 때 입을 법한 검은 티셔츠를 입은 미남들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귀염둥이 등장~!"

식당 예능에서 연예인들이 머리에 자주 쓰는 빨간 반다나를 하고 있는 막내가 해맑게 웃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우와아아아…!"

반팔 티셔츠 아래로 잔근육 가득한 팔을 흔들며 사람들에게 꾸벅 인사하며 올라오는 미남.

곰 같은 이미지를 상상한 것과 달리 슬림한 늑대 같은 인상이었다.

‘잘생겼다.’

’중현아…!’

그리고 뒤따라 올라오는 얄쌍한 체구의 미남.

별도로 메이크업을 안 해서 그런지 유달리 청초한 분위기를 풍기는 미청년이 귀를 붉히며 올라왔다.

"가왕! 가왕!"

"가왕이다!!"

워낙 새하얀 피부라 그런지 금세 붉어지는 얼굴을 바라보며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와, 리혁이 오늘 파데 안 발랐나 보다."

"얼굴 홍조 봐. 귀엽다…."

이윽고 비주가 뒤따라 올라오면서 환호성이 터졌다.

뉴니버스 요리 특집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멤버가 나풀나풀한 걸음걸이로 올라왔다.

"우와아아…."

왜 멤버들이 비주를 볼 때면 주변의 모든 게 춤을 추는 것 같다고 말하는지 알 것 같은 느낌이었다.

조명 때문에 주변의 먼지가 빛나 보이는데, 비주가 지나갈 때마다 먼지까지 살랑살랑 춤을 추는 듯했다.

걷는 게 아니라 공기 속을 물 속처럼 사뿐하게 통과하는 분위기.

"와아아아아아……."

"대박. 나 이렇게 뉴블랙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이야."

현재 세계 최고의 보이밴드로 활약 중인 이들의 등장에 모두가 침을 꿀꺽 삼키는 가운데.

"!"

"!!"

기타를 멘 남자가 걸어 올라오면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

5초간 침묵.

그리고….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우와아아아-!!"

잠시 숨이 멎을 만큼 비주얼 쇼크를 자랑한 미남이 올라오면서 장내가 술렁술렁했다.

졸개들이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리더를 가운데 세워두고 졸개 대형으로 모여 선다.

"아아."

기타를 멘 우주가 스탠딩 마이크를 두드렸다.

[아아.]

곧바로 스피커를 통해서 우주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들 즐거운 시간 보내고 계신가요?]

"네에에-!"

[인사부터 드려야겠네요. 둘 셋….]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우레와 같은 환호성과 박수.

뉴블랙이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는 동안 간식 장사를 하던 셰프들이 제작진이 서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아저씨가 어깨에 올려줄까?」

「네! 꺄아아아아아!」

촬영을 하며 친해진 바비 로스가 루나 첼리니를 어깨 위에 올려 주고, 다른 셰프들도 흥미롭다는 듯 바라보았다.

「진귀한 구경을 다 하네요. 뉴블랙의 무대라니.」

「그거 아세요? 뉴블랙 스타디움 콘서트에서 제일 좋은 자리의 암표 가격이 1만 달러라더군요.」

「세상에….」

셰프들이 핸드폰을 들어서 촬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호기심을 보였다.

‘특이하군.’

‘보통의 가수와는 확실히 달라.’

지금까지 뉴블랙에 대해 이런저런 설명을 듣긴 했다.

단순히 팬이 많은 보이밴드를 넘어서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사랑을 많이 받는 스타 중 하나라고.

지금 관객들을 보니 그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연령대가 다양해.’

초등학생을 비롯해 10대 학생부터 시작해서 대학생, 젊은 직장인, 중년 부부, 연세 지긋한 어른들까지.

모두가 비슷한 표정으로 뉴블랙을 바라보고 있었다.

친근함.

기특함.

혹은 애정.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스타라…….’

요즘에는 굉장히 보기 드문 포지션.

1960년대나 70년대에 서구권에 있었던 다양한 슈퍼스타들이 머릿속으로 스쳐 간다.

셰프들의 머릿속에서 뉴블랙이 가지고 있는 위상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는 가운데.

"흐음."

"흐으음…."

환호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그들의 머릿속에 새로운 구상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 * *

본래 40분 정도로 예정되었던 미니 콘서트.

"여러분! 앵콜 원하시죠?"

"앵콜! 앵콜!"

"한 번 더 갑니다!"

1시간.

"앵콜 더?"

"더!"

"갑시다!"

1시간 20분.

"앵콜?"

"앵콜…."

1시간 40분.

그렇다.

대충 사람들이 슬슬 ‘어… 음…’ 하기 시작할 때쯤 되어서 미니 콘서트는 끝맺을 수 있었다.

"더 하고 싶은데……."

"우린 더 할 수 있는데. 떼잉…."

정작 우리가 신이 나서 방방 뛰는데 하루 종일 체력을 썼던 관객들이 우리를 따라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굉장히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리혁이가 미션 싱어에서 불렀던 경연곡을 한 번 더 불러 주기도 하고, 따로 신청곡도 받고.

노래방으로 뒤풀이를 하듯이 2시간 가까이 방방 뛰고 나니 그제야 스트레스가 좀 풀리는 기분이었다.

계속해서 들려오는 함성도 너무 좋았다.

물론… 조금 창피한 일도 있었지만.

-우주야. 너는 참 가잉이다!

-예?

-가잉!

포크송을 부르고 나서 어느 중년 남성의 외침에 내가 고개를 갸웃하고는 머리 위에 고양이 귀를 올렸다.

-냐옹?

-가인(歌人)이라고! 가인! 이 사람아!

아직도 귓가에 사람들의 폭소가 울려 퍼진다.

리혁이가 후후 웃으며 말했다.

"사전적인 의미로 ‘노래를 잘 부르거나 잘 짓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죠. 가객, 명창 같은 의미인 거예요."

"알고 있었어. 그냥 잘못 들은 거야."

"냐옹."

"야!"

리혁이가 도망쳐서는 중현이 뒤에 숨었다.

중현이 뒤에서 리혁이와 지호가 번갈아 가며 두더지 잡기처럼 등장했다.

"냐옹."

"야옹."

중현이도 냐옹- 하며 나를 놀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뿐이었다.

그래도 비주는….

"꺄르르-."

아예 촬영한 영상을 보면서 웃고 있군….

어쨌거나 도깨비 거리의 마지막 공연을 마친 후.

"자. 마무리하자."

"마무리이-!"

공연을 가기 전에 식세기에 돌려 두었던 그릇들을 정리하고 홀을 빠르게 청소하고 나서 마감을 쳤다.

"정산은 이따가 숙소 가서 할까?"

"네."

동생들과 짐을 챙겨들고 나섰다.

꼬르르륵-

"뭐 먹지? 라면이나 먹을까?"

"라면 좋아요."

"오늘은 면이 불어도 잘 먹을 수 있을 거 같아요. 라면 국물에다가 계란 하나 톡 터뜨려서……."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가 도깨비 식당의 문을 잠그고 나설 때였다.

구재영 피디님이 정원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들 고생했어."

"끝나서 너무 다행이에요. 저희 진짜 죽는 줄 알았어요…."

"고생 많았다. 정말로."

"피디님도요."

가볍게 포옹하며 서로를 토닥여 주는 가운데.

구 피디님이 물었다.

"출출하지?"

"네!"

"그럴 것 같아서 우리가 특별하게 준비를 했어."

"?"

그리고 피디님의 안내를 따라 도깨비 거리 광장으로 나온 순간.

"!"

"!!"

온갖 맛있는 냄새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불을 피운 곳에서 고기를 굽고 있고, 다양한 음식들이 광장 위의 테이블에 세팅이 되어 있었다.

셰프들이 우리에게 손을 흔들었다.

"얼른 와요! 준비하고 있었어요."

"고기 구웠어요~!"

「아빠한테 oppa들이 제일 좋아하는 요리를 해 달라고 했어요-!」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나올 뻔했다.

그때 중현이가 놀란 얼굴로 중얼거렸다.

"내가 어떻게 이걸 감지 못했지."

"하루 종일 음식 냄새를 맡아서 그럴 거야. 후각이 지금 마비돼서 그래. 중현아."

"이럼 큰일인데. 생존에 불리하잖아요."

"…참 큰일이로구나.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지금은 호환마마가 사라진 21세기 문명사회란다. 중현아."

동생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는 와아아아- 하면서 뛰어나갔다.

구 피디님이 말했다.

"고생한 너희를 위해 뭘 준비할까 하다가 그런 문구가 떠오르더라고."

"?"

"남이 해 준 밥이 최고다."

우리가 웃음을 터뜨리자 피디님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웃었다.

"그럼 그중에서 최고의 요리사들이 해 준 밥이 최고 아니겠어?"

"감사합니다."

"나 말고 셰프님들한테 인사드려. 저분들이 흔쾌히 승낙해 주셨으니까."

"감사합니다~!"

졸개들과 함께 즐겁게 식사를 했다.

평소처럼 고기로 잔뜩 배를 채운다기보다는 셰프들이 상에다 올린 여러 요리들을 뷔페처럼 먹었다.

뭔가 즐거운 축제 같은 분위기.

그야말로 도깨비 식당의 완벽한 마무리였다.

"좋구나."

"진짜 너무 좋아요…."

와인 대신 포도맛 탄산음료를 즐기며 주변 사람들과 수다를 떨며 놀았다.

처음에는 살짝 어색해하던 셰프들도 와인이나 맥주가 한 잔씩 들어가면서 말수가 급격히 늘었다.

한국 셰프들이 소맥을 말아서 권유하기도 하고.

어지간하면 한 자리에 모일 일이 없는 세계 최고 수준의 셰프들이 대충 널린 의자에 앉아서 수다를 떠는 모습들이 신기하다.

한바탕 펼쳐진 축제에 우리 모두 기분 좋게 웃었다.

마치 만화 속에서 모험가들이 강력한 적을 쓰러뜨리고 나서 캠프파이어를 하며 노는 분위기.

"얘들아. 진짜 고생했다."

"형도 고생 많았어요."

동생들과 건배를 하며 잔을 들어 올렸다.

유난히도 별이 반짝이는 밤을 바라보며 다 같이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끝났다.’

‘끝이네요.’

도깨비 식당, 마침내 영업 종료.

* * *

도깨비 거리의 장사가 무사히 끝난 후.

영업을 종료하고 축제를 벌이고 있는 뉴블랙과 달리 이제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이들이 있었으니.

"흐음."

"흐으음."

그들은 바로 도깨비 거리에 관해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공무원 및 관계자들이었다.

‘이제 어떻게 하지?’

뉴블랙이 신호탄은 쏴 주었다.

남은 것은 이제 이 ‘도깨비 거리’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운영할 것인가가 이제 관건이었는데.

"……예?"

그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세계적인 셰프 중 하나인 바비 로스로부터 연락이 들어왔다.

"…도깨비 거리에 간단한 간식을 파는 스낵 코너를 만들고 싶으시다고요?"

서울에 차릴 레스토랑과 함께 구례군의 도깨비 거리에도 투자를 하고 싶다는 해외 셰프의 제안이었다.

‘왜?’

‘어째서…?’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를 시작으로 여러 셰프들이 도깨비 거리와 관련된 다양한 투자 제안을 하는 모습에 구례군 관계자들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보통 이런 한철 장사가 끝나면 그때부터 소소하게 운영하는 것이 보통 아니겠는가.

본래 그들의 머릿속에 있었던 앙증맞은 느낌의 도깨비 거리가….

푸우우우욱-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머!’ 하고 행운에 감격하던 관계자들의 눈앞에서 부풀어 오르는 도깨비 거리.

‘어어?’

‘어어어어…?’

그들의 귓가에 마치 어떤 가사가 환청처럼 들려왔다.

가비가비 돗가비

오도까비

조만간 구례군 최고의 관광지 중 하나로 등극할 명소.

아름다운 한옥을 배경으로 세계의 다양한 간식거리를 체험할 수 있는 <도깨비 거리>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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