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1026화 (1,026/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026화

장내의 소란이 잦아든 후.

방청객들은 아직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었다.

"와, 진짜 장난 아니다."

"지금 그러니까 리혁이한테 최선을 다해서 준비해 오라고 한 거지?"

"대박……."

다른 참가자가 했다면 난리가 났을 발언이었다.

현재 역대급 화제성을 끌어모으며, 보컬 실력을 극찬 받고 있는 서리혁에게 저런 발언을 한다?

수플레들이 화염병을 들고, 대중들이 뒤에서 기름과 유리병을 공급해 줄 것이다.

하지만….

‘차우현은 인정.’

그 실력이 실력인 만큼 납득이 갔다.

서리혁보다 최소 10년 이상 더 긴 경력을 가진 가수이자 업계에서 원탑으로 꼽히는 인물.

"진짜 탑 클래스는 탑 클래스인 이유가 있구나. 나 같으면 그냥 불안해서 홀라당 가왕 먹었을 텐데."

"그니까."

과연 일반인과는 생각하는 게 다른 보컬 괴인이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냉큼 가왕 자리를 먹을 것이다.

다음 주에 또 가왕전까지 올라간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하지만 차우현의 저 발언은 자신이 다음 주에도 무조건 이 자리에 올라올 것을 전제하고 있었다.

"허어……."

모두가 오르페우스가 남긴 발언의 여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을 때.

[정말이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군요!]

[다음 경연에서 맞붙겠다… 그야말로 역대급 예고를 하고 떠난 노래의 신 오르페우스입니다.]

[과연 다음 경연이 어떻게 될지…….]

중계진이 다음 경연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동안 방청객들이 미소를 지었다.

‘결국 나는 못 보는군.’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그래도 가까이서 우비즈 봤으니깐.’

애써 합리화를 하고 있을 때 중계진이 외쳤다.

[오늘은 도전자가 없는 관계로, 가왕의 무대에 앞서 먼저 탈락자들의 고별 무대가 있겠습니다.]

본래 가왕전에 누군가 도전했다면 패자 부활전을 진행했을 텐데.

모조리 탈락해 버린 기존 참가자들이 눈물 섞인 무대를 하며 정체를 밝히고 떠났다.

[네, 제가 주연으로 나오는 뮤지컬 <블루 노트#> 많은 사랑 부탁드리고요. 지금까지 장재림이었습니다.]

최장기 잔류자인 명품조연 장조림이 뮤지컬 배우로서의 정체를 공개하며 손을 흔들고.

방청객들도 그동안 정들었던 이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래도 최고의 타이밍에 떠나네.’

1회차, 2회차로 나누어서 방영하는 <미션 싱어>.

1회차에서 역대급 가수들이 나온다는 소식이 퍼진다면 2회차의 시청률이 폭발할 테니까.

아마 미래에 TV로 이 장면을 보고 있을 시청자들은 차우현과 서리혁의 무대를 기대하다가 좌절하고 있을 터였다.

‘깔깔깔!’

‘후후후후!’

갑자기 미래의 시청자들이 ‘어?!’ 하고 있을 모습에 기분이 좋아진 방청객들.

그렇게 탈락자들의 인사가 끝난 후.

[네, 그러면 오늘의 마지막 순서. 가왕의 무대가 있겠습니다~]

드라이아이스 속에 보랏빛 조명이 깔리고.

라일락 꽃향기가 연상되는 부드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밤 편지를 쓰면

그대에게 닿을까

이 밤을 지새우면

내 마음 담길까

1994년에 발표된 서정화의 3집 앨범 <연필>에 실린 <손편지>였다.

당시 대학가의 사랑 노래로 유명했던 곡이 선우주의 손을 거쳐 현대적으로 재탄생하고.

서리혁의 보컬이 따뜻한 색을 채워 주고 있었다.

‘하…….’

‘좋다….’

하지만 만약에 오늘 이 상태 그대로 경연에 임했다면?

보통의 가왕전이었다면 서리혁의 펀치 한 방에 KO 당했겠지만, 오늘 출연한 괴인들은 상황이 전혀 달랐다.

-한 방에 보내드리겠습니… 엇?

-후후. 젊은이… 그것은 나의 잔상이라네.

-헉!

어두운 오라에 둘러싸인 채 후후후 웃는 선배 가수들이 상상된다.

그에 아무런 대비가 되지 않아서 입가에 피를 주르륵 흘리며 마이크를 잡은 채 쓰러지는 서리혁.

‘리혁이 화이팅.’

방청객들이 그런 미소를 지으며 무대 위의 해바라기 가면을 바라보았다.

평소처럼 최선을 다해 노래 부르는 서리혁.

이 밤 그리운 당신에

편지를

별 하나에 내 사랑과

진심을-

아름다운 노랫소리에 방청객들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무대 위의 가왕을 바라보았다.

과연 최선의 준비를 하고 온 서리혁이 어떤 모습일지 너무나 궁금했다.

* * *

가왕 대기실.

방송이 끝나고 나서 비주와 나는 대기실에서 케이크를 들고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축! 4연속 가왕!]

촛농이 흘러내리는 걸 보며 초조하게 중얼거렸다.

"왜 이렇게 안 오지?"

"그러게요…."

중현이가 있었더라면 귀를 쫑긋 기울이면서 ‘어, 리혁이 오고 있어요~’ 했을 텐데.

범상한 인간의 청력을 가진 우리는 그저 기다릴 뿐이었다.

이윽고.

달칵-

문이 열리고 해바라기 가면을 쓴 가왕이 들어오면서 다 같이 외쳤다.

"가왕 선우주님!"

"4연속 가왕을 축하합니다!"

"와아아아아아-!"

스탭들과 함께 꽃가루를 뿌리며 콩그레츌레이션~ 하며 축하할 때였다.

"꺼……."

"?"

내가 고개를 갸웃하고 있을 때, 가면을 벗은 리혁이가 땀에 절은 얼굴로 우리에게 말했다.

"꺼어어어……."

"?"

"꺼어어억……."

그 상태로 무릎을 털썩 꿇은 채 주저앉는 리혁이.

"리혁아!"

"리혁아, 왜 그래?"

옛날에 인터넷에 한창 화제 되었던 OTL 자세의 정석을 보여 주는 리혁이었다.

혹시 수분 부족인가 싶어서 재빠르게 생수를 들고 갔지만, 고개 숙인 리혁이의 입에서 중얼거림만 들려왔다.

"난 망했어… 난 망했어… 완전히 망해 버렸다고……."

비주와 내가 바닥에 드러누워서 리혁이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땀에 젖은 검푸른 머리카락이 흘러내리고 있는 가운데, 눈물을 뚝뚝 흘리는 고양이가 보였다.

"리혁아. 왜 그래?"

"나 망했어요. 어흐흐흑…."

자세를 바꿔서 소파에 등을 기댄 리혁이가 얼굴을 감쌌다.

"아… 나 진짜 다음 주에 어떡하죠."

"그게 왜?"

나는 이해가 안 갔다.

"지금 기회가 생긴 거잖아. 차우현 선배가 시간을 줬으니까 얼마나 좋아. 더 준비해서……."

"이게 더 잔인한 거라는 거 몰라요? 다음 주에 제대로 준비를 해 와라. 그 상태로 짓밟아 주겠다는 거잖아요……."

그래도 준비할 시간이 더 생겨서 좋은 거 아닌가?

8대 2에서 끝날 싸움이 잘하면 7대 3 혹은 최대치로 6대 4까지도 갈 수 있는 거 아닌가 싶었지만….

"어흐흑……."

그것 때문에 눈물을 쏟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애써 티는 안 내고 있었지만 너무나 쟁쟁한 선배 가수들이 등장해서 잔뜩 위축됐던 모양이었다.

"울지 말고."

"안 울어요…."

"코는 왜 이렇게 또 벌써부터 벌게졌어."

"안 운다니까."

비주와 내가 울고 있는 리혁이의 손에 빵칼을 쥐어 주고 케이크를 커팅했다.

그러고는 비주가 포크로 한 조각 내밀었다.

"아~ 우리 리혁이 달콤한 거 먹자."

"아기 아니라니까……."

"아~"

우물우물.

코와 귀가 벌건 우리 메인보컬이 케이크 조각을 우물우물하더니….

씰룩-

뺨이 씰룩였다.

‘그렇지!’

‘역시 설탕이다! 효과 확실하고!’

최애 케이크인 얼그레이 케이크를 흘깃 보는 리혁이의 모습에 우리가 앞다투어 케이크를 먹여 주었다.

내가 리혁이의 등을 두드리며 자신했다.

"괜찮아. 괜찮아. 형이 이번에 제대로 도와줄게. 내가 6대 4까지 만들어 줄게."

"리혁아. 들었지? 우주 형이 차우현 선배랑 보컬 배틀에서 6대 4까지 만들어 주겠대~ 신기하지~ 좋지?"

"우르르 까꿍~!"

"옳지~"

끄덕끄덕.

하루 종일 중압감에 시달렸던 우리 애를 그렇게 달랜 후.

"우주야."

원석이 형이 말했다.

"문 밖에서 사람들 목소리 들리는데."

"아."

목소리를 들어 보니 오늘 탈락한 사람들이 리혁이와 우리를 만나기 위해 온 모양이다.

코가 살짝 벌게서 운 티가 나는 리혁이에게 말했다.

"형들이 먼저 나가 있을게. 조금 있다가 나와."

"네."

비주가 리혁이의 입가에 묻은 케이크를 톡톡 털어 주는 모습을 보고는 밖으로 나왔다.

"안녕하세요~!"

"와아아아아!"

맨얼굴로 만나는 건 처음인 장재림 씨부터 시작해서 오늘 탈락한 참가자들과 사진을 찍거나 인사를 나누었다.

나중에 뮤지컬 보러 오라는 이야기도 듣고.

다른 곳에서도 만났으면 좋겠다는 덕담도 주고받고.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가면을 쓴 리혁이가 나오면서 환호성이 터졌다.

"와아아아아아-!"

"가왕! 가왕!"

그동안 꽤 친해졌는지 탈락자들과 리혁이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친구들과 노는 듯한 모습이라 훈훈하게 웃고 있을 때.

"우주 씨!"

"헉."

"우주 씨는 우리 프로그램의 은인이에요-!"

<미션 싱어>의 메인 PD인 박연희 피디님이 내 손을 붙잡고 연신 흔들어댔다.

방송국 피디님에게 거의 90도에 가까운 인사를 받아보는 건 처음이라 얼떨떨하고 당황스러웠다.

"이거는 저희 사장님께서 보내시는 선물이에요."

"어머나."

"한우 좋아하신다고 해서……."

TBC 방송국 사장 명의로 된 한우 세트도 선물로 받았다.

감사하다, 잘 먹겠다 하는 이야기를 하자 언제든 필요한 일 있으면 연락 달라는 박 피디님의 말을 들었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감사의 말을 하던 피디님이 다시 스탭들에게 돌아갈 때.

"형."

톡톡.

비주가 나를 불렀다.

"저기 봐요."

"응?"

"리혁이요."

이번에는 차우현을 비롯해 가면을 쓴 발라드 가수 3인방에게 둘러싸여 있는 리혁이었다.

슥슥.

리혁이를 연신 기특하다는 듯이 쓰다듬어 주고 있는 발라드 가수들.

‘무슨 고양이 만지시는 것처럼….’

‘리혁이 엄청 좋아하시네요.’

그리 큰 접점이 없을 텐데도 마치 정말 아끼는 후배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다.

가면을 쓰고 있는데도 다들 눈에서 꿀이 떨어지는 게 느껴진다고 해야 되나.

그런 걸 보며 웃고 있을 때.

[자기~]

내 등 뒤에서 스윽하고 들린 목소리에 비주와 내가 화들짝 놀랐다.

고개를 돌리자 흑장미 가면이 보였다.

베일을 두르고 있는 검은 드레스 차림의 가수.

"헛, 안녕하세요. 선배님."

오늘 차우현 선배에게 아깝게 밀렸지만 락 보컬의 최강자 중 하나로 꼽히는 백시연 선배님이었다.

지금까지 노래만 들었을 뿐 오늘 초면인 상황.

그런데…….

"?"

선배 가수가 나를 굉장히 친근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 * *

일반인들에게는 그냥 다 잘 부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가수들의 노래들.

하지만 깊게 들어가면 그 아래에는 복잡한 이론과 여러 가지 테크닉이 깔려 있었다.

귀가 예민한 가수들에게는 다르게 들리는 것이다.

-음! 저 친구는 실용음악과 나온 친구구나.

-성악 쪽을 베이스로 하다가 이쪽으로 나왔나 보네.

그리고 가수들마다 성향이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정통파라고 인정하는 보컬이 있었다.

음악 교과서에 실릴 만한 보컬들.

모든 가수들이 이상향으로 꼽는 보컬이 있으니 바로 차우현을 위시로 한 더 문, 연과 같은 가수들이 그 대표적인 예시였다.

하지만….

-떼잉! 어쩌다 우리의 명맥이 이리 끊겼을고…….

요즘에는 그렇게 부르는 가수들이 별로 없었다.

창법 자체야 실용음악과 출신 아이돌 중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었지만 기존 선배들의 눈에 차는 이들은 몇 되지 않았다.

하지만 바로 그때였다.

천하제일 가요대회에 뉴씨 세가에서 음공 최강자로 꼽히는 인물이 등장한 것이다!

-아니!

가수들은 경악했다.

그들보다 최소 10~20년은 뒤에 태어난 97년생 아이돌에게서 익숙한 향기가 느껴진 것이다.

강박적일 정도의 음정에 대한 집착.

이론적으로 제대로 공부한 발성.

타고난 자질.

그가 부르는 노래에는 선배 가수들이 걸어온 발자취를 연구하고, 또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 재해석한 모습이 보였다.

-틀림없다! 저 아해는 정파로다!

-허허. 사파가 득실거리는 가요계에도 빛이 드는 날이 오는가…….

그런 까닭에.

[우리 리혁이……. 아니 가왕 선우주….]

[사탕 먹을래? 목에 좋은 목캔디란다.]

[오늘 나 때문에 놀랐지, 리혁아? 다음 주에 너랑 좋은 무대 해 보고 싶어서 그랬어.]

지금 서리혁을 둘러싸고 슥슥 쓰다듬어 주는 선배 가수들의 눈에는 꿀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우리의 후계자!’

‘어쩜 이렇게 가면도 귀여울까?’

그들이 지켜 내야 할 가요계의 귀중한 보배였다.

어화둥둥.

그러면서도 근처에서 슬쩍 다가오려고 하는 흑장미에게 그들이 경계 어린 시선을 보냈다.

‘저리 가라! 이 사특한 괴인아!’

‘안 가. 치사해서 안 가.’

서리혁에게 안 좋은 물이 들게 하지 않겠다며 경계하는 발라드 무리들.

아무래도 분야가 다르기도 하지만 백시연의 창법과 그들의 창법은 그야말로 상극이었다.

백시연이 패도의 길을 걷던 젊은 시절, 신문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으니까.

-꼴리는 대로 부르는 게 락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신문 기사로 ‘X대로 부르는 게 락.. 신인 가수 발언 파문’이라고 났을 만큼 화제가 됐던 발언.

과하게 말하긴 했지만 백시연은 자유로운 보컬의 대표 주자였다.

‘굳이 노래를 정해진 대로 완벽하게 부를 필요가 있나?’

음원이면 다르다.

하지만 라이브는 그날따라 느낌이 오는 대로 부르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비 오는 장마철에 부르는 <사랑의 장미>와 햇살이 쨍쨍한 날의 <사랑의 장미>는 다른 곡인 법이다.

‘하여간 저 근본주의자들.’

저 남자애들은 언제 철드는지 모르겠다며 혀를 끌끌 차던 백시연이 우아하게 몸을 돌렸다.

사실 그녀의 관심사는 서리혁보다는 저쪽에 있는 선우주였다.

‘우주야!’

만약 저번 경연에서 표를 줄 수 있었다면 그녀는 서리혁이 아니라 선우주에게 표를 주었을 것이다.

싱어송라이터 같은 면모를 뽐내며, 자잘한 규칙을 무시하며 자유롭게 노래를 부르던 우주.

‘그게 내 취향이거든.’

괜히 내적인 반가움이 드는 보컬이었다.

[안녕~]

그렇게 후배 가수들에게 쏟아지는 친근함 가득한 시선.

‘뭐지?’

‘왜 이러시지?’

당사자들은 여전히 어리둥절해하고 있는 선배 가수들의 내리사랑이었다.

* * *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선배들의 호의.

당연하게도 선배들의 호의는 따뜻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들이 호의를 베풀어 주시면 감사하게 받아야 하는 법 아니겠는가.

그리고.

하늘이 레몬을 주면 레몬 에이드를 만들고, 선배들이 호의를 주면 그걸 컨텐츠로 만들어야 하는 법이다.

"저, 선배님… 혹시 괜찮으시다면 저희랑 챌린지 같은 거 해 주실 수 있나요?"

[챌린지?]

"아, 그 미국에서 유행하는 건데요. 옛날에…."

쉽게 말해서 프로모션 영상을 같이 찍어 줄 수 있느냐는 말에 백시연 선배님이 흔쾌히 승낙했다.

그러자 재미있어 보인다고 생각했는지 다른 선배들도 참여했다.

[나도!]

[나도 할래!]

특별한 영상은 아니었다.

를 한 소절씩 이어 부르는 영상.

나와 비주가 노래를 시작하면서 역대급 보컬들이 한 소절씩 를 부르기 시작했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순식간에 스탭들이 몰려들어서 구경할 정도.

리혁이와 4명의 최정상 가수들이 함께 불러 주는 는 그야말로 극락이었다.

단 한 큐에 끝.

"와……."

"와아아……."

나와 비주가 팔뚝에 돋은 소름을 문지르며 감탄했다.

뿌듯해하는 선배들에게 말했다.

"이거 다다음 주에 영상 올라가면 댓글에서 ‘음원 따로 내줬으면’, ‘이게 더 낫다’ 이렇게 할 것 같은데요?"

즐겁게 웃으며 좋아하는 선배 가수들에게 감사하다고 꾸벅 고개를 숙이는 한편.

박연희 피디님이 제비뽑기를 들고 가수들을 불렀다.

"다음번 경연 주제 뽑겠습니다! 모두 모여 주세요~!"

가수들이 우르르 몰려가는 동안 비주와 나는 방금 찍은 영상을 확인하고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홍보 거리 하나 얻었고.

이제 다음은…….

"이제부터 리혁이 경연 준비 도와줘야겠다."

"저도 도울 부분이 있으면 돕고 싶어요."

멀찍이서 제비뽑기를 하는 리혁이를 바라보며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가왕님이 모든 준비를 끝내셨을 때 도전하겠습니다.

차우현 선배 덕분에 우리 메인보컬에게 기회가 생겼다.

물론 이기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단지 최대한 표차를 좁히겠다는 계획일 뿐.

"근데 승산이… 있을까요?"

"적긴 하지."

차우현 선배님이 보컬 최강자인 건 맞다.

하지만 우리에겐 리혁이의 보컬 말고도 그에 대항할 만한 무형의 자산이 많았다.

막강한 자본.

TF팀을 비롯해 업계 최고의 인력.

"후후후후후……."

하프 가면을 쓴 차우현 선배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내가 미소를 지었다.

"최대한 바짓가랑이 붙잡고 구질구질하게 늘어지겠습니다. 선배님. 후후후……."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인 거죠, 형…?"

"후후후후후!"

나의 머릿속에 원대한 계획들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 * *

다음 날 오전.

레몬 엔터의 대회의실에 직원들이 모였다.

웅성웅성.

"우주가 회의실에 모여 달라고 그러던데 무슨 일인지 아세요?"

"글쎄요…."

오늘 아침 대회의실에 모여 줄 수 있겠느냐는 우주의 요청.

직원들이 서로를 둘러보았다.

‘다 모였네.’

TF팀과 프로듀싱팀을 비롯해 뉴블랙과 관계된 다양한 핵심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뭔가 대단한 프로젝트라도 준비해야 할 것 같은 느낌.

윤석환 팀장, 홍서영 과장, 나상윤 팀장을 비롯해 레몬 엔터 최고의 인력들이 모이면서 모두가 눈을 빛냈다.

‘뭘까.’

과연 무슨 이유로 레몬 엔터의 주상 전하가 신하들을 불러 모았을 것인가?

이윽고 관종 대왕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안녕~"

"저희도 왔어요~!"

발랄하게 웃으며 입장하는 중현과 지호를 시작으로 비주도 활짝 웃으며 들어왔다.

리혁이만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할 뿐.

곧이어 상석에 앉은 우주가 용건을 꺼냈다.

"바쁘신데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어제 <미션 싱어>에 대한 이야기예요."

"잠깐만, 스포야?!"

"네."

"아아아……."

곧이어 레몬 엔터의 직원들에게 어젯밤 벌어진 일들이 들려왔다.

"와……."

"차우현이랑 다음 주에 승부……."

그런 이들에게 우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포인터를 들어서 스크린에 창을 띄웠다.

"그렇습니다. 여러분. 앞으로 2주 뒤에 있을 가왕전에서 리혁이와 차우현 선배님이 맞붙게 됩니다."

곧이어 스크린에 누군가의 사진이 떴다.

[차우현]

우주가 손에 깍지를 끼고는 말했다.

"오늘부터 저희의 타깃은 바로 이분입니다."

"!"

"!!"

마치 FBI 현상수배범처럼 실린 차우현의 사진.

우주가 말했다.

"사자는 토끼를 잡을 때 정정당당해도 되지만, 토끼가 사자를 잡기 위해선 로켓포를 쏴야 하는 법이죠."

"허어…!"

"그거 맞다."

곧이어 눈을 빛내며 차우현의 10년치 자료를 샅샅이 훑어보는 레몬 엔터 최고의 인력들.

가수들과 소속사 직원들의 입가에 동질감 가득한 미소가 떠올랐다.

"꺄르륵! 꺄륵!"

"핫핫핫핫!"

…그저 정정당당하게 경연을 치르고 싶었을 뿐인 차우현은 상상도 못 했을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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