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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16화 (16/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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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6. 아빠의 도전 (5) >

아빠, 축구 한다

16화 아빠의 도전 (5)

양 팀 모두 4-3-3 플랜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인구는 B팀의 최전방 스트라이커의 역할을 맡았다.

팀 분배도도 나름 적정한 것 같았다.

아니, 오히려 염동규가 속한 A팀에 비주전 비율이 더 높았다.

‘강이나 담당관 말대로야.’

일전에 그녀는 그랬다. 염동규는 자존심이 강하고 확실히 밟아주지 않는 이상은 누구를 잘 인정하지 않으려 든다고.

하지만 또 정직하댔다. 특히 축구와 관련된 종목에서는.

그렇듯 동규는 연습 경기 전, 선수들에게 누누이 강조했다.

[똑바로 해. 실전처럼. 저 마인구가 나인 것처럼 적극적으로 패스하고 지원하라고.]

이것 하나는 마음에 들었다.

물론 동규가 그리 말해도 알아 처먹지 않는 이들도 있는 법이었다.

타앙-!

우측면에서부터 반원을 그리며 굴러온 스루패스에 막 아크 아래까지 발을 들였던 인구는 힘껏 오른발을 뻗었다.

쓰윽!

발끝이 아슬아슬하게 공의 옆면을 스쳤다.

툭!

그대로 상대 수비수에게 공격 기회를 넘겨주었다.

“새끼가.”

인구는 살포시 미간을 찡그렸다. 팀 동료의 패스였음에도 불구하고 방금 건 거의 슈팅을 방불케 하는 강도였으니까.

“그냥 받지 말라는 소리네?”

흠칫!

조금 전 제게 게이 소리 들은 어린 인상의 라이트백이 잘게 몸을 떨고는 급히 시선을 피했다.

확실히 K리그2의 템포는 달랐다.

‘R리그보다 훨 빨라.’

툭, 탓, 툭!

공이 전개되는 과정부터가 빨랐다.

반대로 후방에서부터의 압박 강도도 강했다.

퍼억!

인구가 아크 아래서 골문을 등진 채 공을 받아 돌아선 순간, 여지없이 앞으로 튕겨 나갔다.

등짝을 밀어버린 190cm에 달하는 상대 수비수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벌어진 가랑이 사이로 긴 학다리를 뻗었다.

투욱!

공이 인구의 품 안에서 더욱 멀어졌다.

퍼억!

기어이 어깨로 비집고 들어와 공을 강탈하기까지.

커피를 사들고 온 박동일 사단은 멀지 않은 거리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썩, 좋지는 않은데요?”

옆에 있던 공격 전담 코치, 정일근이 썩 밝지 않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 말처럼 동일이 본 인구는 최전방에서 벌써 4번이나 턴 오버를 허용했다.

턴 오버란 상대에게 소유권을 넘겨주는 일을 말함이었다.

“확실히 덩치 큰 수비수들 압박에 고전하는 것도 그렇고..., 움직임이 둔하네요.”

한 달. 짧지만 꽤 굵직하게 인구의 훈련을 전담했던 동룡은 입을 꼭 다문 채 경기를 지켜봤다.

그 입장에선 확실히 아쉬움이 남는 경기력이었다.

허나...,

‘모른다.’

축구는 끝날 때까지 모르는 법이었다. 스트라이커는 90분 내내 부진해도 한 골로 얼마든지 경기력을 세탁할 수 있었고 말이다.

더군다나, 동룡은 인구의 급발진적인 플레이가 오늘 경기에서도 충분히 위력을 발휘하리라 기대하고 있었다.

A팀 수비수, 김거한은 전반전 20분이 흐르면서 어느 때보다 여유로워졌다.

‘별 거 아니네.’

첫인상과 인구가 풍기는 기세는 분명 남달랐다. 염동규를 상대로 보여준 당돌함과 패기는 억 소리가 날 정도였고 말이다.

하지만 경기력만큼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살짝 압박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녀석에게서 공을 빼낼 수 있었으니까.

이제 녀석은 자신이 접근만 해도 그대로 백패스를 구사해 위기를 모면했다.

‘말빨만 그럴싸하게 지껄이는 놈이었잖아?’

그러던 순간이었다.

투욱-!

인구가 흘러온 공을 받을 새도 없이 기습적으로 가랑이 사이로 흘려버렸다.

스윽!

바짝 붙어 대인방어로 그를 죽이려 한 거한은 반사적으로 다리를 오므렸으나 늦었다.

“이런 씨...!”

동룡의 기대처럼, 인구의 급작스러운 플레이가 눈 깜짝할 사이 발휘된 것이다.

물론, 거한은 충분히 녀석을 막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치익!

거한은 녀석의 쇄도 구간을 차단하고자 스터드를 급히 비틀어 돌아섰다.

스윽!

얼굴 옆면을 날선 바람이 스쳤다.

“뭐?”

거한의 두 눈이 크게 흔들렸다.

막 등지는 타이밍에 서슬퍼런 눈을 빛낸 인구가 전과는 다른 매서운 순속으로 공이 가는 방향이 아닌 반대 방향으로 뛰어들었다.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뛰어들 듯이 말이다.

‘저게 닿을 리가 없잖아!’

전반전 20분간 보여준 인구의 플레이는 둔탁하기 그지없었다.

스프린트랄 것도 없던 데다, 스피드 자체도 엉망이었다.

동작에도 군더더기가 많아  공략하기란 쉬웠다.

그런데 이 순간 거한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 순간 움직임은 뭐야?’

툭!

기어이 인구가 가랑이 사이로 통과한 공을 오른발을 길게 뻗어 잡아냈다.

직후 인구는 아크 아래서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을 때렸다.

뻐어엉!

“헉!”

1배속으로 흘러가던 인구의 움직임이 갑자기 2배속도 아닌 4배속으로 급등하자 골키퍼는 크게 당황했다.

미사일처럼 날아든 공에 손을 쓸 새는 없었다.

태애애애애애앵-!

우측 골포스트가 비명을 질렀다.

“아우!”

인구는 팔짝 뛰며 아쉬움을 토해냈다.

“한 치만 살짝 덜 감았어도 골인데.”

그 아쉬움 섞인 발언에도 불구하고 골키퍼는 순간 굳은 채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못했다.

인구는 그런 골키퍼와 그새 사색이 된 수비수 외 여러 선수들을 훑으며 씨익, 하얀 이를 드러내 웃었다.

“왜? 놀랐어? 깜빡이 켜고 들어갔어야 했나?”

*       *       *

전반전 40분 동안 경기는 0 : 0으로 팽팽하게 진행되었다.

동규의 지시에 맞게 양 팀은 실전처럼 공격하고 수비하기를 반복하는 중.

인구의 플레이도 점점 팀에 녹아들었다.

전반전 20분과 비교하자면 플레이 자체가 번뜩여졌다.

이유야 간단했다.

‘김거한은 대인압박을 즐기는 타입이긴 하다만. 수비 시에 복귀가 늦어. 민첩성도 떨어지고.’

‘191cm의 적지 않은 키를 가졌으나 골키퍼는 중거리 공략에 취약하다.’

‘전체적으로 수비수와 미들라인 간의 간격이 넓어. 그러니 볼을 받고 한 템포, 두 템포 정도는 가벼운 개인기를 활용해 재끼고 파고들 타이밍이 있다.’

‘그 이상은 무리야. 미들라인이랑 디펜시브 라인이 넓다 해도, 디펜시브 내에서의 간격은 또 아니니까.’

인구는 20분 만에 대부분 선수들의 플레이 성향과 장점, 단점을 파악했다.

상대 전술의 취약점까지.

그뿐만 아니라 어찌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지도.

이는 인구가 가진 선천적인 재능이라 할 수 있었다.

더욱이..., 인구는 묘한 웃음을 띠었다.

‘옛날까지는 아니다만. 은근 순간 가속도가 살아나네?’

경기 중에 순간 대시가 간간이 발휘되었다.

이는 수비수가 자신을 등지다 놓치며, 보는 시선에서 보자면 더욱 빠른 순속처럼 보였고 말이다.

실상은 수비수가 버벅되면서 반대로 경합 대상이 빨라 보인 거다.

그렇다 보니..., 동료의 패스의 질과 횟수가 갈수록 늘어가는 추세였다.

한편으론 플레이 스타일 자체의 변화에 웃음이 나왔다.

‘옛날엔 제2의 카카라 불릴 만큼 직선적이며 빠르게 움직였었는데.’

스피드에 녹이 잔뜩 껴있다 보니 조금 더 팀 동료를 활용하는 방안으로 움직였다.

‘그땐 왼쪽으로 곧잘 치우쳐서 안으로 파고 들어가는 걸 좋아했었어.’

새삼 감회가 새로웠다.

허나 지금은 위치상도 높았고, 헤더 경합도 적극적으로 임한다.

마치 올리비애 지루처럼 말이다.

타앙!

또 한 차례 인구의 중거리포가 구사되었다.

치익!

이번엔 골문 상단을 아슬아슬하게 비켜나갔다.

2순위 골키퍼의 안색은 이미 하얗게 질려버렸다.

'공 세기가 너무 강해...!'

반대편 진영에서 골을 넣기 위해 악착같이 뛰던 염동규는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갑자기 이런 플레이를 구사한다고?’

전반전 20분만 해도 실망 그 자체였다.

제대로 된 패스도 구사하지 못했고, 손쉽게 2순위 센터백에게 공을 강탈당하기 일쑤였으니까.

그런데 40분쯤부터는 아예 다른 사람처럼 변모했다.

지금도 그랬다.

툭!

인구가 등진 그대로 흘러온 공을 좌측 사이드로 흘렸다.

나아가는 방향으로 정확히 배달된 포스트 플레이에 B팀의 레프트백은 빠르게 치고 올라갔다.

그러다 러닝 크로스를 시도.

타앙!

이미 페널티 에어리어 앞까지 발을 들인 인구는 활어처럼 튀어 올랐다.

투욱!

마크하던 수비수가 동시에 점프했으나 뚝 떨어진 공은 정확히 인구가 뒤로 젖히듯 휘두른 머리에 닿았다.

타앙!

우측 에어리어 바깥으로 떨어진 공. 순간 막 대각으로 침투한 라이트백은 망설임 없이 왼발 원터치 슈팅을 구사했다.

쐐액!

손바닥 한 뼘 차이로 공이 반대편 포스트 바깥으로 지나쳤다.

“아악...!”

회심의 슈팅을 구사한 라이트백은 아쉬움에 머리를 감싸 쥐었다.

언제 슈팅 같은 패스를 구사했냐는 듯 이제 녀석은 인구를 향해 엄지까지 치켜들었고 말이다.

“...”

염동규의 한쪽 볼이 잘게 떨렸다.

후반전 20분.

타앙!

B팀의 레프트백이 좌측 하프 스페이스에서부터 왼발 얼리 크로스를 올렸다.

에어리어 바깥에 머물러 있던 인구는 불시에 우측 포스트 사이로 파고들었다.

순간 A팀의 센터백, 형식은 그 왼측면으로 뛰어들었다.

‘어딜...!’

인구가 뻔히 다이빙 헤더를 구사하리란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형식의 입가엔 승리의 미소가 걸렸다.

‘공도 뒤쪽으로 흘렀어!’

공간을 잘 잘라들어갔고, 시야 방해를 확실히 해냈다.

인구가 그만 공보다 앞서 박스 깊숙이 발을 들였잖나.

동시에 형식의 두 눈은 크게 떠졌다.

‘저, 저거 뭐야?’

공이 그대로 페널티 에어리어를 지나치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갑자기 인구가 머리부터 골망을 향해 몸을 던지듯 달려간 와중, 뒷발을 쳐들었으니까.

정확히 공이 나아가는 방향을 포착하고서.

“어?”

살짝 벌어진 입에선 얼빠진 소리가 새어나왔다.

두 동공은 급격히 흔들렸다.

인구의 뒷 발굽에 기어이 툭! 페널티 에어리어를 통과하려던 공이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방향이 완전히 꺾인 공에 골키퍼가 대응하기란 쉽지 않은 법이었다.

그것도 페널티 스퍼트 앞에서라면 더더욱.

철렁!

전갈킥이었다.

*       *       *

인구가 선취 골을 가져간 순간부터 염동규는 다급해졌다.

“패스! 패스를 해!”

그는 손짓 발짓을 써가며 동료들의 패스를 바랐다.

타앙!

제법 강한 크로스가 문전 부근으로 날아왔을 때 염동규는 이를 악물며 에어리어를 넘어섰다.

뻐엉!

발밑으로 뚝 떨어진 공의 타격점은 정확했다.

단지 힘이 너무 실려 홈런볼이 돼버리고 말았다.

“하!”

염동규는 팔짝 뛰어 불만을 표출했다.

“좀만 더 약하게 전달했어야지!”

그에 반해 인구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여유롭기 그지없었다.

더 나아가 실시간 지령까지 해내고 있었다.

멀찍이서 두 팀 간의 대결을 보던 박동일은 어처구니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마인구, 저 놈...”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몸을 만들었다. 물론 그 한 달은 턱도 없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정면에 보이는 마인구는 별개의 존재였다.

14살 때, 그를 처음 발굴했을 때도 정확히 그러한 인상을 받았었다.

‘상식 밖의 녀석이었지.’

지금도 봐라.

녀석은 삐꺽, 삐꺼덕 대는 몸뚱이로 간간이 지난 날의 퍼포먼스를 뽐내고 있었다. 적절하게 체력을 안배해가며.

우선 특유의 ‘사이클’이 죽지 않은 게 눈에 띠었다.

‘시간이 갈수록..., 상대의 허점을 공략하고 있어.’

전반전 초반까진 수비수에 꽁꽁 묶이다시피 했는데, 현재는 역으로 수비수를 역동작에 빠뜨리고 있었다.

그것도 최소한의 동작으로.

무엇보다...,

“애들이 따르기 시작했는데요?”

그 말은 동룡이 했다.

< 016. 아빠의 도전 (5)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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