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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31화 (3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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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 멋진 아빠란 (8) >

아빠는 축구인생 2회차

31화 멋진 아빠란 (8)

골망이 물결치자 홈팬들이 벌떡 일어나 소리를 내질렀다. 펜스 가까이 있던 팬들은 당장이라도 담장을 넘어설 것처럼 배를 부닥쳤다.

“미, 미췬...!”

“와!”

“마인구우우우우우우!”

득점은 간결했다.

인구는 눈앞, 센터백이 두 걸음 간격을 두고 지역 방어로 임하길래 공을 우측 방향으로 살짝 돌려세웠다.

상대 센터백의 무게 중심이 공이 나아간 방향으로 쏠린 그 순간, 돌연 왼발을 공의 기준점에서 우측 30도 앞에 두었다.

그걸로 끝이었다.

뒤쪽에서 또 다른 미드필더가 달려들기도 전, 오른발이 내지른 왼발 뒤쪽으로 교차하듯 옮겨져 라보나 슈팅을 구사했으니까.

‘존나 깔끔했어!’

스스로 생각해도 상대의 허를 찌르는 간결하고도 위협적인 슈팅이었다.

골키퍼조차 미처 반응할 새 없이 우측 포스트 중앙으로 쏙! 들어갔으니까.

부르르르-

이 순간엔 웬일인지 발밑에서부터 차고 올라온 전율이 몸을 부르르 떨게 만들었다.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희열이었다.

*       *       *

전반전은 3 : 0, 한강 fc의 완승으로 끝났다.

해설진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간 보여준 시흥 프로축구단의 조직력은 상상 이상으로 단단했습니다만..., 한강, 아니 마인구 선수 앞에선 무용지물이었군요!]

[와..., 마인구. 굉장합니다! 마치 어린아이 다루듯이 시흥을 농락했는데요!]

해설진의 말처럼 마인구는 오늘은 이렇다 할 활동량을 과시하지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재적소에서 간결한 동작만으로 시흥의 디펜시브를 뚫어냈다.

그러다 말고 해설진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아마,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교체아웃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맞습니다. 지난 4라운드에서도 마인구 선수는 전반전 40분 만에 교체되었죠. 물론 그 짧은 시간 동안 모든 걸 보여주었지만 말입니다.]

박동일 감독은 언론에다 언급한 바 있었다.

아직 체력적으로 온전치 않은 터라 조금씩 조금씩 경기 시간을 늘리는 중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후반전.

저벅, 저벅, 저벅!

해설진은 두 눈을 크게 떴다.

[오오...!]

교체아웃 대신 전반전과 달리 무스 칠을 할 건지 머리를 올백으로 넘긴 마인구가 그대로 걸어들어왔다.

인구로선 딸에게 외관적으로도 멋져 보이고 싶었다.

[오...! 마인구 선수! 오늘은 후반전에도 뛰려나 모양인데요?]

[확실히 지난 라운드에 비해 체력을 아껴가며 플레이하긴 했어요!]

[오늘 홈팬들의 수는 약 1700명입니다! 팬들로서도 더욱 긴 시간 눈이 즐거울 수 있겠네요!]

*       *       *

이연겸은 혼란스러웠다.

‘말도 안 된다!’

철옹성 같던 그 표정은 균열이 간 지 오래였다.

그럼에도 그는 아직 포기하지 않은 채 양 눈썹을 한껏 세우며 지시를 내렸다.

“석준이는 지역 방어로.”

“라인 간격을 보다 더 좁히지!”

“익준이랑 현준이를 투입시켜!”

“포메이션은 6-2-2로 전환한다.”

“롱 카운터 어택 전략으로 가는 거야. 투톱만 전방에 배치하고 나머지는 모두 내려서 선 수비에 임하게끔...!”

수비 숫자를 더욱 늘려 인구에게서 턴 오버를 유발할 참이었다.

직후 역습 카운터로 득점을 노리는 전략.

‘놈은 전방에 머물러 있지만, 공격의 중추다! 녀석만 잡으면 모든 게 일사천리로 풀릴 거야!’

벌써 전술만 몇 번째 바꿨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더 혼란스러웠다.

‘왜, 왜 안 먹히는 건가!’

불과 지난 라운드 때만 하더라도 자신의 전술 변화는 어떤 상대로든 쏠쏠하게 먹혀들었다.

암만 날뛰는 상대 선수라도 포메이션을 변화시키고, 선수의 개인 지침만 수정해도 두 발목에 사슬을 채울 수 있었던 거다.

그런데,

탓!

[오오 마인구!]

[3면에서 압박이 들어와도 꿋꿋이 버텨냅니다아!]

퍽, 퍽, 퍼퍼퍽! 퍼퍼퍽!

앞뒤 측면에서 바짝 붙은 시흥 선수들이 공을 향해 사정없이 발길질을 가했다.

인구는 그들을 등진 채 엉덩이를 뒤로 쏙 빼 공을 최대한 끝에 두어 버텨냈고 말이다.

한 해설진은 앞으로 좌로 휘청이면서도 버티는 인구에 자기도 모르게 이런 말을 내뱉었다.

[흔들림 없는 시문스...! 아앗, 마인구 선수우우!]

툭!

한순간, 인구는 우측 사이드로 오버래핑을 시도한 라이트백에게 공을 연결했다.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던 이연겸은 속에서부터 차오르는 화에 그만 참지 못하고 빼액 외쳤다.

“왜 안 뺏기는 건데에에!”

오늘 경기엔 특별한 손님이 방문했다.

바로 k리그1 소속 구단의 스카우트들.

그리고 후반전 5분이 지난 현재. 그들은 좀처럼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미쳤군.”

지난 시즌 준우승 팀인 울산 호랑이의 김석근 스카우트는 짧게 평했다.

맛난 먹이를 발견한 것 같은 그 눈은 오직 전방에 머물러 있는 마인구를 향해 있었다

스윽!

[오오! 마인구! 우측 사이드에서 흘러온 공을 그대로 흘려버립니다!]

[마인구에게 붙은 두 명의 수비수가 그대로 얼어버렸네요!]

툭!

[페널티 아크까지 올라온 염동규! 흘러온 공을 슈팅...! 아! 타점이 부정확했는지 골키퍼 정면 땅볼로 굴러가...!]

투웅!

[어억!?]

해설진은 입을 쩍 벌렸다.

골키퍼의 품속에 그대로 굴러가리라 여겼던 공을 노리고 마인구가 돌연 얼린 수비수 사이로 파고든 거다.

“헉!”

기겁한 시흥의 골키퍼는 무릎을 웅크려 공을 품속에 안으려다 말고 개구리처럼 온몸을 던졌다.

이 순간 시흥의 골키퍼는 시간이 느리게 가는 현상을 겪었다.

두 뺨엔 그래도 화색이 감돌았다.

내지른 손마디 끝에 제게 굴러오는 공 끝이 아슬아슬하게 닿았으니까.

이대로 끌어다 감싸면...,

툭-!

“어어억?!”

골키퍼는 채 생각을 잇지 못했다. 떨리는 두 동공은 위로 급하게 치솟았다.

눈 깜짝할 사이 골키퍼와 반걸음 차까지 좁힌 인구는 녀석이 채 공을 완전히 소유하기 전에 오른발등으로 띄웠다.

이어선,

투웅!

딱 목 높이까지 치솟은 공을 왼 어깨를 퉁기며 넣었다.

촤라악!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마인구우....! 해트트릭! 또다시 해트트릭을 달성합니다아아아아아!]

[이 선수...! 이 선수 대체 뭔가요오오오!]

원정길에 오른 시흥 서포터즈는 이제 질린 얼굴이 되었다.

“저, 저 미친놈...!”

“자비가 없네, 이 개쉐끼...!”

일부는 벌써부터 구장을 빠져나갔다.

반대로 한강 서포터즈는 끊임없이 마인구의 이름을 연호했다.

득점에 성공한 인구는 동료들의 축하를 받으며 어느 한 지점으로 향했다.

“너 이 새끼, 크흡...!”

“뭐야, 이 울보는?”

세나의 보호자로 있던 홍석구는 제 자리에 서서 왜인지 감동의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아빠아?!”

그 옆, 세나는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오직 자신을 바라봐주었다.

마음 같아선 안아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야 없었다.

자신은 지금 지저분한 상태였으니까.

대신, 인구는 활짝 웃으며 왼팔을 휙! 좌측 하늘을 향해 뻗었고 꽉 쥔 오른 주먹은 가슴께에 들어 보였다.

이어 인구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며 소리쳤다.

“액숀가면 등자아아아앙!”

“우오오오오오! 액숀가며어어언! 코이뚜우우우!”

최근 애청하는 애니프로의 액숀가면 세레머니에 세나의 두 뺨에 봉숭아 물이 한가득 물들었다.

*       *       *

[참 보기 좋은 아빠와 딸이군요!]

해설진은 두 부녀의 모습에 마음이 따스해진 것 같은 얼굴로 중계를 이어갔다.

반면 시흥의 테크니컬 에어리어는 초상 분위기였다.

“저, 감독님...?”

수석코치는 역전의 명수라 불리는 이연겸을 힐끗, 힐끗 살펴보았다.

언제부터인가. 그는 별다른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대신 굳은 얼굴로 한 선수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바로 마 인구.

“어어, 어흐헛...!”

연겸의 살짝 벌어진 입에선 귀를 가까이 가져다 대야지만 들리는 옅은 신음이 아까부터 흘러나왔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으, 으어어옼...!”

갑자기 이연겸이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며 고통에 겨워했다.

“왜, 왜 그러십니까!”

기겁한 수석코치는 곧장 비틀대는 이연겸을 부축했다.

연겸은 충격을 먹은 얼굴로 힘겹게 중얼거렸다.

“화, 화병이 날 것 같아...! 아니, 났어...!”

“...예?”

당황한 수석코치의 물음에 이제 연겸은 육두문자를 쏟아냈다.

“저, 저 새끼...! 저 새@[email protected]%@$%@$#!! 이런 쒸바[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       *       *

[한강 FC! 시흥 프로축구단 상대로 4 : 0 완승!]

[3골 1도움! 평점 10점 달성한 마인구!]

[딸과 환상의 세레머니 선보인 돌아온 탕아! 아니, 돌아온 아빠 마인구!]

경기 종료 후 언론은 한강과 마인구의 기사를 쏟아냈다.

K리그2만이 아닌, K리그1 커뮤니티 사이트도 마인구로 도배되었다.

- <내안에축구신동> : 마인구 진짜 미친놈 아니냐?

- <배곧동매시> : 마지막 어깨 골 뭔데. 맨시티 시절 발로탤리 보는 줄 ㅋㅋㅋㅋㅋ

- <흥빈쏜> : K리그2 한정 여포인 줄만 알았는데 오늘 경기만 보면..., K리그1에서도 충분히 여포 놀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 <아마추어축구선수입니다> : 오늘부터 마인구 팬입니다. 경기가 너무 시원시원해요!

- <밥줘용> : 한국에 박주용, 황이조 이어서 훌륭한 스트라이커가 또 탄생했군!

- <예언충> : 내가 말했지? 마인구 부활할 거라고! 조만간 봐라. 유럽행 뜬다!

ㄴ <갱년기입니다>  : 그, 그건 좀;;;

*       *       *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마인구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한강이 마인구의 활약에 힘입어 연승을 이어가니 관중수 역시 급증했다.

[한강 FC! 리그 10라운드 관중수 2000명 기록...! 한강 역대 최다 규모!]

[리그 13라운드 한강 FC! 관중수 2600명 기록해...! 올 시즌 K리그2에서 최다관중 달성!]

그리고 시간은 더욱 흘러 리그 16라운드까지 소화한 현재.

상위 5개 팀의 순위는 이랬다.

1위 <한강 FC> 15승 1무 0패 승점 46점

2위 <홍대 프로축구단> 10승 4무 2패 승점 34점

3위 <시흥 프로축구단> 10승 3무 3패 승점 33점

4위 <판교 FC> 9승 3무 4패 승점 30점

5위 <가산 FC> 8승 3무 5패 승점 27점

한 시즌 총 36라운드가 치러지는 K리그2에서 한강 FC는 순위 2위와 벌써 승점 12점 차까지 벌리는 데 성공했다.

시즌 개막전만 하더라도 대다수 언론은 한강을 최하위권으로 예측했었다.

하지만 이젠 그 반대였다.

[한강 FC! K리그1에 가장 가까운 팀...!]

[한강 FC 감독, 박동일 ‘올시즌 한강물은 뜨겁다아!’]

[대다수의 예측! 한강이 K리그2 승격을 넘어 우승한다!]

[한강! K리그2 레벨을 아득히 뛰어넘는 퍼포먼스 고수 중...!]

무엇보다 경이적인 것은 바로 마인구의 공격 포인트였다.

고작 16경기 출전 만에 37골 17도움을 기록했으니까.

지금에선 모든 K리그1 구단이 마인구를 원하고 있었다.

< 031. 멋진 아빠란 (8)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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