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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8. 멋진 아빠란 (15) >
아빠는 축구인생 2회차
38화 멋진 아빠란 (15)
마인구에 앞서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이번 2018-2019시즌을 앞두고 여러 명의 선수를 내보냈다.
뉴캐슬 내 도시 제스먼드를 연고로 한 축구 전문 방송국 DJ 에런 포이스는 신랄하게 라이브 방송을 이어갔다.
[올 시즌 뉴캐슬의 전망은 암울하기 그지없습니다. 결국 강등을 맞으며 이번 2018-2019시즌엔 챔피언십에서 시작하게 되었으니까요. 그 과정에서 몇몇 방출도 있었죠. 그렇지 않나요, 알렉스?]
패널로 출연한 제스먼드 출신의 기자, 알렉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이크에 대고 거들었다.
[핵심 미드필더 미캘 메리노를 레알 소시에다드에, 음뱀바를 포르투에, 그리고 알렉산드르 미트루비치를 자유계약으로 풀어주었죠.]
[알렉산드르 미트루비치는 우리 뉴캐슬이 지난 2016-2017시즌 당시 팀을 EPL로 승격시킨 일등 공신이었는데 말입니다.]
그랬다.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2010년대 이후로 벌써 두 차례나 강등과 승격을 반복하고 있었다.
특히나 2015년 이후 후반기부터 뉴캐슬은 줏대 없이 흔들리며 툰들의 원성을 자아냈다.
그건 두 사람도 다르지 않았다.
[라파엘 배니테즈 감독은 구단의 소극적인 투자에 연신 불만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몇몇 선수들을 영입하긴 했습니다만...]
DJ 포이스는 살포시 미간을 좁히며 말을 끌었다.
[이름이 뭐였죠?]
[마르틴 셰어, 로스 키언, 페데리코 쿠마..,]
패널의 대답에 에런 포이스는 마이크에 대고 한숨을 푸우~ 내쉬며 설명을 덧댔다.
[죄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요. 두 명은 자유계약으로 데려왔고, 한 명은 고작해야 50만 파운드(한화 8억)를 투자했을 뿐이죠.]
[그리고 최근에 영입한 동양인 선수가 있습니다.]
[인쿠였던가요?]
[아아, 맞습니다. 마인쿠.]
[이 선수에 관해 한 번 이야기해보도록 하죠. 아무래도 이번 영입생들 중에선 툰들이 가장 의아해하고도, 잘 모르는 선수가 아닐까 싶은데요. 그런데도 가장 비쌉니다.]
7월이 되며 현재까지 뉴캐슬이 영입한 선수는 4명이었다.
하지만 툰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었다.
영입생 모두 유럽 무대에서 이름을 알린 바가 없었으니까.
그 중심에는 마인구가 있었고 말이다.
포이스는 PD가 사전에 제공한 정보를 읽어나가며 작게 감탄했다.
[K리그2..., 라는 곳도 처음 들어봤지만. 그래도 공격포인트는 굉장하네요. 21경기에 출전해 45골 20도움!]
[리오넬 매시인가요?]
기자가 헛웃음을 터뜨리며 받아쳤다.
포이스는 어깨를 으쓱였다.
[어쩌면 로날두일지도요.]
분명 그들의 입 밖으로 언급되는 선수는 월드클래스를 뛰어넘어 축구계의 살아있는 전설 그 자체였다.
하지만 실상 두 사람은 인구의 공격포인트를 곧이곧대로 인정치 않았다.
[K리그2는 한국에 속한 리그입니다. 그것도 2부 리그죠. 우리 뉴캐슬의 유능한 스카우트들은..., 굳이 저 먼 나라에 있는 한국, 그것도 2부 리그에서 뛰는 선수한테까지 손길을 뻗쳤군요.]
끝에서 포이스는 한 번 더 강조했다.
[굳이, 말입니다.]
대놓고 뉴캐슬의 영입 방식과 듣보 마인구를 비난하고 있던 것이다.
영국은 축구에 살고 축구에 죽는 나라였다.
특히나 뉴캐슬은 이러한 성향이 더욱 극성맞은 편이었다.
뉴캐슬 내 지역 언론에선 매일같이 뉴캐슬 내 벌어지는 사소한 일화까지 언급할 정도로.
[뉴캐슬 주장, 자밀 라셀스! 제스먼드의 한 식당에서 포착돼...!]
[뉴캐슬의 베테랑, 멧 리치. 가족들과 시티 센터로 나들이 나와...!]
실시간 기사가 업로드되면 해당 식당을 검색해 찾아가는 팬들도 있을 정도였다.
허나 최근 일부 팬들의 관심사는 마인구였다.
일단 변방 리그라곤 해도 45골 20도움을 올렸다는 것에서 기대감이 피어나긴 했으니까.
- : 변방리그라도 어디 반 시즌 정도만에 45골 때려 박는 선수가 흔할까?
ㄴ : 그만큼 리그가 후진 걸수도...
ㄴ : 난 전자라고 생각할 거야. 진짜 저 정도 득점력이면 챔피언십에서 그래도 평균은 하지 않을까 싶고!
- : 나도 툰이지만 우리 툰들은 멍청해. 매번 기대했다가 실망했건만..., 또 기대하고 있네?
반면 뉴캐슬 내 방송국 DJ들은 뉴캐슬의 운영과 이번 영입된 선수들의 비판을 이어갔다.
하지만 대체로 마인구를 향한 툰들의 반응은 이랬다.
- : 일단, 지켜본다.
잘하는지 지켜본 뒤에 폭격을 가해도 늦지 않는 법이었으니까.
* * *
뉴캐슬 구단이 위치한 뉴캐슬어폰타인은 대도시였다.
타인 강의 하구에서 약 13km 상류의 북안에 자리 잡은 이곳의 인구수는 약 30만 명.
대학교 캠퍼스를 비롯해 쇼핑몰, 각종 식당이 즐비한 만큼, 인구는 나름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초, 중, 고등학교도 촘촘히 붙어있어. 공기도 맑고, 건물들도 자연과 잘 어우르고, 후훗. 우리 세나 성장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긴 하네.”
행운이라면 행운이었다.
가은이가 발령난 곳 역시 영국의 뉴캐슬어폰타인이었으니까.
사실 그래서 인구가 뉴캐슬행을 대번에 확정 지은 것도 있었다.
그녀와 딸이 사는 곳은 우즈번으로 카페와 어린이 서점, 농장 등이 있는 비교적 조용한 동네였다.
그런 그는 현재, 따사로이 내리쬐는 햇살 아래, 옷매무시를 단정히 했다.
“크흠, 크흠!”
목소리까지 가다듬은 끝에 인구는 얼마 떨어지지 않은 벽돌로 지어진 주택 현관문 앞에 멈춰섰다.
인구의 눈썹 끝이 살짝이지만 치솟았다.
“현관문 열면 바로 도로라는 게, 흠이긴 하다만.”
아무래도 최대한 빨리 돈을 많이 벌어서 정원이 딸린 집으로 이사를 보내야할 것 같았다.
다행이라면 이 도로로 지나다니는 차는 거의 없었다.
오는 내내 자신을 지나친 자동차라곤 한 대가 전부인 데다 속도도 거의 기어가는 수준이었다.
“우훔!”
곧 인구는 한 번 더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작게 되뇌었다.
“치아는 네 개만 보이게. 최대한 과하지 않게 자연스럽고로...!”
곧, 그는 방긋! 하고 웃었다.
끼이익!
때마침 현관문이 열렸다.
“아빠아?”
“...안녕, 딸?”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인구는 순간 당황했다. 작고 귀여운 천사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가! 하지만 방긋 웃는 표정만큼은 풀지 않았다.
“흐헛.”
오히려 두 눈을 말똥말똥 뜨고서 점점 더 앵두같은 입술이 귀엽게 끌어 올라가는 딸을 보자 빙구 미소가 흘러나왔다.
“아빠아!”
방금 전보다 청량하고도 쾌활한 목소리가 세나에게서 터져 나왔다.
인구는 기다렸다는 듯이 등 뒤에 숨겼던 옷을 앞으로 가져와 쫙! 펼쳤다.
검정색과 흰색 줄무늬 디자인이 인상적인, 왼쪽 가슴엔 말과 방패문양의 앰블럼이 새겨져 있는 유니폼이었다.
인구는 그새 촵! 제 허벅지에 달라붙는 딸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우리 딸! 아빠 유니폼 나왔지롱~”
일단 등번호는 이십팔이었다.
* * *
라파엘 배니테즈는 명장이다.
적어도 과거, 발렌시아, 리버풀, 첼시를 이끌 당시엔 세상 사람들이 그를 명장이라 칭했다.
“이스탄불의 기적이..., 언제적이더라?”
배니테즈는 창문 너머로 새어드는 누런 햇살을 보며 손끝으로 한쪽 뺨을 긁적거렸다.
살포시 이맛살을 찡그리다 말고 그는 기억났다는 듯이 창턱을 주먹으로 가볍게 때렸다.
“아아~ 2004년이었지. 이걸 잊을 리가 있나. 부임 첫해에 UEFA 챔피언스 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렸었는데, 후훗.”
“그때 그 경기를 직관했습니다. 영광이었지요.”
접객용 소파에 앉아 있던 중년인이 거들었다.
그는 다름 아닌 단장, 댄 라셀스였다.
배니테즈는 곧 맞은편 소파에 앉으며 피식하니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너무 오래돼서, 일부 팬들의 기억에서도 잊혔을 겁니다.”
“그럴 리가요. 그런 명경기는 몇 세대가 지나도 뚜렷이 전해질 겁니다.”
배니테즈가 뉴캐슬의 지휘봉을 잡은 건 2016년부터였다.
그로선 EPL에서 다시 한번 부활을 꿈꿨다.
아니, 자신의 망가져 가는 커리어를 조금이나마 회복하고 싶은 바람이 아주 컸다.
인테르치오날레, 나폴리,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에서 온갖 비판과 비난을 받아왔으니까.
배니테즈는 그새 씁쓸한 얼굴로 말을 이어나갔다.
“레알 마드리드를 이끌 당시, 팬들과 언론은..., 죄다 저를 악으로 치부했습니다. 모든 이들이 절 최악이라 칭했을 정도로 제 커리어는 박살이 나버렸죠.”
나폴리에선 엉망진창이라는 평을 받았으며, 레알 마드리드에선 무능한 감독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배니테즈는 좋지 않은 옛 회상에 쓴 것을 먹은 얼굴로 투덜거렸다.
“지난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많은 우승컵을 들어 올렸는데 말입니다. 허허.”
결국 팬들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더 나아간 미래에도 오직 승리자만 원할 뿐인 것이다.
“그래도 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이대로 질타를 받으며 무너지기가 싫으니까. 그래서 뉴캐슬의 제안에 임했던 거고. 또다시 도전하고자...,”
마주한 댄 라셀스의 표정이 조금은 굳었다.
다음 말이 예상이 갔기 때문이다.
배니테즈의 푸근한 인상은 일순간 날카로워졌다.
“그런데 구단은, 지난 시즌에도, 하물며 올 시즌에도 내가 원하는 선수는 단 한 명도 영입해주지 않았습니다.”
“일전에 말씀드렸다시피, 현재 뉴캐슬은 재정적으로 형편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닙니다. 감독님의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최근 언론에서 뭐라는 줄 아십니까?”
배니테즈의 눈이 매서워졌다. 그는 하소연하듯 말을 이었다.
“뉴캐슬은 도태되고 있답니다. 그 감독 역시도, 이제 퇴물이라 하고!”
“...”
댄 라셀스는 딱히 반박하지 못했다.
또 다시 강등이라는 수모를 당하면서 언론과 여론은 아낌없이 분노를 표출 중이었으니까.
“매각한 선수들에게서 거둬들인 이적료의 절반이라도 투자했다면 이렇게까지 욕을 먹진 않을 텐데 말이오.”
“그 부분은 저의 권한이 아닙니다. 구단주께서...”
“그놈의 구단주 핑계는 언제까지 될 거요?”
화가 치미는지 배니테즈의 악센트가 꽤 거칠어졌다.
“하하. 일단 진정 좀 하시죠.”
새삼 배니테즈는 가슴 한편이 꽉 막힌 기분에 한 손으로 가슴을 짜증스레 쓸어넘기며 덧붙였다.
“마인쿠라 했습니까?”
“맞습니다. 한국의 스트라이커죠.”
“성인 데뷔전을 치른 게 고작 6개월 전이라죠?”
“그건, 그렇지만...”
“그 부분에 대해선 딱히 물고 늘어질 생각은 없습니다.”
“하하, 다행이군요.”
댄 라셀스는 애써 웃음 지었다.
한편으로는 걱정이긴 했다.
‘이 양반은..., 한 선수만 꾸준히 기용하는 스타일인지라.’
특히나 새로운 유망주 및 선수 육성에 있어선 항상 비판이 따랐던 감독이었다.
‘리버풀의 라이언 바밸만 하더라도 나올 때마다 무서운 활약을 펼쳤음에도 제대로 된 출전 보장을 받지 못했으니...’
실제로 전문가들의 평가는 이랬다.
[라이언 바밸과 일부 젊은 선수들은 라파엘 배니테즈에게 재능을 빨렸다. 적기에 다른 클럽으로 이적할 기회까지 놓쳤다.]
라고.
즉, 필요할 때만 쓴다.
굳이 중요 경기가 아닐 땐 경험을 채워줘도 되건만, 투입시키지 않아 쉽게 성장할 기회를 주지 않았던 거고 말이다.
그리고 예상처럼 배니테즈는 딱 잘라 경고했다.
“기회는 줄 겁니다. 축구는 공평한 것이니까! 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내 성에 차지 않는다면..., 그들은 벤치에도 앉지 못할 테니 그리 아시죠.”
댄 라셀스는 이마저 예상한 부분이었기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의미에서, 은근한 기대가 피어나기도 했다.
자신이 애지중지하는 스카우트, 로보트 파이기가 호언장담하지 않았던가.
[장담합니다! 마인쿠는 라파엘 배니테즈의 새로운 창이 될 거에요. 패르난도 토레스, 이상 가는.]
[라파엘이 도중에 팀을 떠나면? 그 양반, 당장은 계약에 묶여서 강제로 앉아있는 거잖나.]
[그러면..., 그는 자신의 커리어에 다시금 상승곡선을 그리게 할 월드클래스를 코앞에서 놓치는 거죠.]
< 038. 멋진 아빠란 (1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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