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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40화 (4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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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0. 멋진 아빠란 (17) >

아빠는 축구인생 2회차

40화 멋진 아빠란 (17)

A팀은 4-4-2 포메이션 형태를 구성했다.

최전방 투톱엔 크리스티안 아추(26세), 아유세 페레스(25세).

좌우 윙어엔 제이코 머피(23세), 호베르투 케네지(22세).

중원은 모하메드 디아매(31세), 존조 셀비(26세).

포백은 하비에르 만키오(24세), 파비안 세어(27세), 키어론 클락(29세), 디안드루 예들린(25세).

골키퍼 장갑은 마르틴 두브라파카(29세).

인구는 B팀에 편성됐다.

B팀 역시 4-4-2 플랜이었으며, 주장 라샐스와 부주장, 폴 다밋이 함께였다.

라파엘 배니테즈는 벤치 한편에 팔짱을 끼고 서 있는 반면, 수석코치 던컨 이클스는 선수들을 불러 모아 말했다.

“살로몬 런던(29세)이랑 자네가 함께 투톱을 형성할 거야. 그리고 좌우 윙어엔 마르틴 셰어(22세), 멧 리치(29세)가.”

중원은 롤란드 아룬스(23세), 페데리코 쿠마(24세).

포백은 폴 다밋(27세), 자말 라셀스, 플로리안 르쥔(27세), 재이미 스테리(22세).

골키퍼 장갑은 프래디 우드먼(21세)이 착용했다.

이번 시즌 영입된 4명의 선수 중 3명이 B팀에 편성됐다.

나머지 윙어, 로스 키언은 기타 선수들과 함께 터치라인 바깥에서 교체 지시가 있기까지 코치와 1대1 훈련에 임했고 말이다.

“이야. 보고 또 봐도 신기하네.”

수석코치가 무어라 설명을 하든 말든 인구는 힐끗, 힐끗 지근의 선수들을 살피기 바빴다.

TV에서나 보던 선수들과 함께 뛴다는 것만으로 은근한 설렘을 느꼈다.

반면 자신과 함께 영입된 신입생들의 얼굴엔 하나같이 당혹감이 어렸다.

‘그럴 만도 하지.’

오늘 처음 훈련장에 발을 들이자마자 경기를 치르는 거였다.

‘라파엘의 전술에 대해서도 모르는 상태잖아.’

라파엘 배니테즈의 전술뿐만 아니라 기존 선수들의 특성은커녕 성격조차 모른 채 경기에 임하는 거다.

훈련장 펜스 너머엔 상당수의 툰들이 구경하고 있기까지.

이 상태에선 본인의 플레이를 제대로 펼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때, 참지 못하고 얼굴에 나 혼란해요, 라고 대놓고 쓰여있던 신입생 마르틴 셰어가 손을 들어 말했다.

“저기 코치님? 저는 전술 훈련은 둘째치고 여기서 아직 제대로 된 훈련조차 받은 적이 없는데요?”

어린 티가 팍팍 나는 셰어의 말에 콧수염이 멋들어진 수석코치, 던컨 이클스는 그런 그를 빤히 보다 말고 툭 내뱉었다.

“그럼 나가.”

“예...?”

“벤치에서 한번 지켜보라고. 선수들이 어떻게 플레이하고, 감독이 무얼 원하는지.”

“무, 무슨...?”

“어이! 너!”

던컨은 대번에 고개를 돌렸다. 그는 터치라인 바깥에서 또 다른 코치의 지시를 받아 가볍게 몸을 풀던 신입생에게 소리쳤다.

“넵!”

“뛸 수 있지?”

“물론입니다!”

멀찍이서 단번에 내쳐진 셰어를 봤기에, 신입생 로스 키언은 야무지게 답했다.

던컨은 대충 손을 까딱였다.

“그럼 들어와!”

“예엡!”

인구는 경기에 뛰기도 전에 어깨가 축 처진 채 터치라인으로 물러나는 동기에 눈빛으로나마 심심한 위로를 건넸다.

‘고맙다, 희생양아.’

셰어가 한 2초만 더 늦게 말했다면 자신이 먼저 의문을 제기하고 나갈 뻔했으니까.

‘나댔다가 첫 단추부터 못 잠글 뻔했네.’

새삼 다시 한번 깨달았다.

원래 이 바닥은 약육강식이었다.

*       *       *

삐이이이이!

주심의 휘슬과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다.

펜스 너머에서 툰들은 저마다 선호하는 선수를 향해 외쳤다.

“메에엣! 사정없이 때려버려어!”

“아추우우! 밀고 들어가! 남자답게 밀고 들어가 버려!”

벤치에 앉은 감독, 라파엘 배니테즈의 표정은 무료하기 그지없었다.

‘제기랄.’

솔직한 말로 배니테즈는 지금 뉴캐슬에 이렇다 할 애정이란 게 없었다.

오히려 시간이 가면 갈수록 구단주와의 악감정만 쌓여가던 참이었다.

‘계약만 묶이지 않았어도 당장 다른 팀을 알아봤을 텐데.’

한편으로는 울적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몇몇 팀들은 자신을 영입하고자 위약금까지 대신 물려가 데려갈 정도였는데.

‘확실히, 나도 늙었나 보군.’

신세 한탄은 뒤로하고 배니테즈는 무료한 눈으로 그라운드를 훑었다.

기존 선수들은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에 맞게 움직여주고 있었다.

플레이메이커가 공을 소유하면 발 빠른 스트라이커는 아낌없이 전방으로 침투했다.

‘수비, 미드필더, 공격수 간의 간격도 상당히 좁군.’

이 역시 라파엘 배니테즈가 추구해오는 방향이었다.

하지만 B팀의 몇몇 선수들은 어긋나는 플레이를 펼쳤다.

당장 신입생이자 중앙 미드필더 페데리코 쿠마만 하더라도 동료들과의 간격이 과하게 벌어졌으니까.

“좁혀어!”

센터백이자 뒤쪽에 있던 주장인 라샐스는 버럭 소리쳤다.

당황한 쿠마는 갈대처럼 이리저리 왔다 갔다, 제대로 된 위치를 잡지 못했다.

배니테즈는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벤치 자원이니.’

그건 다른 신입생들을 비롯해, 마인구도 포함이었다.

지금은 그저 스파링 상대로 써먹는 것뿐.

전반전 25분이 훌쩍 흘렀다.

주장과 부주장이 B팀에 있다 해도, 1군 전력의 상당수는 A팀에 포진해 있었다.

그런 만큼 25분 동안 주도권은 A팀이 가져갔다.

퍼어엉!

“아추가 벌써 4번째 슈팅을 기록했네요.”

옆에 있던 수석코치의 중얼거림에 배니테즈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왼편에 있던 비디오 분석관은 말했다.

“마인쿠는 25분 동안 겨우 세 차례 볼 터치를 가져갔을 뿐입니다.”

그것도 백패스였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A팀이 반코트로 몰다시피 B팀을 공략하고 있던 데다, 이제 막 손발을 처음 맞춰보는 과정이었으니.

수석코치 던컨 이클스는 차분히 거들었다.

“아직은 믿음이 없는 것 같네요. 인쿠보단 보다 어려운 위치에 있는 런던에게 패스를 연결하는 것을 보면.”

다른 의미에서 보자면, 첫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인구의 위치선정만큼은 좋다는 소리였다.

그에게 관심이 일절 없던 배니테즈마저 때때론 동료들이 좋은 위치에 가 있는 인구에게 패스했으면 하는 바람이 들 만큼.

전반전 28분.

타아앙!

A팀의 존조 셀비가 중장거리 로빙 패스를 구사했다.

투욱!

B팀의 센터백, 자말 라샐스는 폴짝 뛰어올라 뒤쪽으로 침투한 공격수보다 먼저 헤더로 공을 앞으로 잘라냈다.

타아앙!

거의 동시에 아크까지 내려앉았던 A팀의 미드필더, 롤란드 아룬스가 터닝 동작과 함께 긴 롱볼을 때렸다.

“눈먼 볼이군.”

라파엘 배니테즈는 찡그린 눈으로 작게 평했다.

그 말대로 방금 전, 아룬스를 향해 두 명의 A팀 선수가 좌우에서 달라붙었다.

이에 어린 아룬스는 전방에 머무른 선수는 보지도 않고 무작정 걷어내기를 시도한 거다.

전방에 골문을 등진 채 머물러있던 마인구는 뒷걸음질 치다 말고 급히 하프를 가로질러 좌측으로 뛰었다.

“컷팅 당하겠어.”

라파엘 배니테즈는 냉정하게 다음을 예상했다.

이미 좌측 사이드엔 A팀의 라이트백 디안드루 예들린이 버티고 있었다.

조금은, 기대했다.

마인구가 아닌 예들린에게.

벌어진 입으론 작게 소리쳤다.

“공이 바운드되는 순간에 인스텝으로 툭 쳐!”

이어 배니테즈는 예들린이 깔끔한 퍼스트 터치 후 롱 카운터의 시발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빠른 발을 활용하라고!”

반면에 마인구를 향한 기대는 아예 전무했다.

애초에 자신이 원한 영입도 아니었던 데다, 굳이 주전급이 있는데 변방 리그에, 의문점이 가득한 선수를 기용해서 뭐하나.

이미 그 머릿속엔 1군과 2군이 명확히 가려져 있었다.

투욱!

때마침 두 사람이 낙하하는 볼을 두고 동시에 뛰어올랐다.

172CM 밖에 되지 않는 예들린이 공중볼 싸움에선 당연하게도 밀렸다.

툭!

인구는 그를 가로막으며 떨어진 공을 가슴 트래핑으로 반동을 죽여 잡아냈다.

바로 그 찰나의 순간, 예들린은 좌측 배후로 왼발 끝을 훅 찔렀다.

“좋았으...!”

배니테즈가 예상한 대로, 예들린이 인스텝으로 공을 빼앗음과 동시에 전진시킨 후 치고 달리기를 시전 할 모양새였다.

투욱, 툭!

“...뭐?!”

배니테즈가 몸을 들썩일 만큼 놀란 것도 그때였다.

인구는 등진 예들린이 왼발을 뻗는 즉시, 바운드 된 공을 왼발 스터드로 안으로 드래그시켜 피했다.

예들린의 왼발 끝이 애먼 필드만 더듬는 그 순간엔,

투욱, 특!

왼발 아웃사이드로 가볍게 예들린의 열린 가랑이 사이로 공을 통과시켰다.

흠칫! 한 예들린은 2차 저지를 위해 즉시 돌아서 통과한 공을 잡으려 들었다.

하지만 그마저 실패했다.

퍼억!

“우어억!”

대신 비명을 질렀다.

수석코치, 던컨 이클스에게서 간만에 진심 어린 감탄이 터져 나왔다.

“제법인데요?”

배니테즈의 입도 작게 벌어져 있었다.

인구가 급하게 돌아선 예들린의 2차 압박 템포를 죽이고자 넛메그를 먹임과 동시에 어깨 피딩으로 밸런스를 깨뜨려버렸으니까.

이제 배니테즈의 두 눈은 휘청이며 터치라인 바깥으로 밀려난 예들린이 아닌 인구에 고정됐다.

“나쁘진 않군.”

의외의 연출에 조금은 놀라긴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애초에 눈먼 볼이었고, 예들린을 제치는 동안 이미 A팀의 수비는 디펜시브 라인으로 복귀해 정렬을 갖춘 뒤였으니까.

A팀 골키퍼, 마르틴 두브라파카는 골라인 부근에서 몸을 웅크렸다가 말고 벌어진 잇새로 옅게 숨을 토해냈다.

“후윽!”

예리하게 뜬 눈엔 보였다.

좌측 사이드에서 예들린을 제치고 공을 받아낸 마인구를.

‘제법이잖아?’

예들린의 승리를 예상했던 만큼, 두브라파카도 인구를 다시금 봤다.

허나 배니테즈의 생각처럼 그 역시 다음은 없다고 못 박았다.

‘밸런스부터가 제대로 잡히지 않았어.’

패스의 질부터가 나빠 녀석이 볼 경합을 벌일 동안에 아군 A팀의 포백들은 정비를 끝냈다.

이어 확신했다.

‘저 위치에서 슈팅을 시도하기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좌측 사이드인 만큼 도저히 각도가 나오지 않았다.

‘거리도 멀고, 거의 골대와 예각 방향이잖아.’

오른발로 찐하게 감아 차도 득점으로 연결하기 힘든 코스였다.

‘드리블로 돌파할 유형도 아닌 것 같고.’

인구가 뉴캐슬의 선수를 모르는 것처럼, 두브라파카도 인구의 플레이 스타일에 관해 몰랐다.

그저 190CM에 달하는 큰 키만 보고 대충 유추했을 뿐.

그렇듯 녀석이 택할 코스를 하나로 좁혔다.

가장 안전하면서도, 쉬운.

‘크로스겠군.’

마인구가 공을 온전히 소유할 동안 B팀의 공격수들은 중앙, 우측, 하프로 빠르게 쇄도해 들었다.

A팀 수비수들이 단단히 페널티 박스를 잠그고 있음에도 그게 최선의 공격 방향이었으니까.

하지만 두브라파카는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음 전개를 머릿속으로 그렸다.

‘높이 있게 온다면 뛰쳐나가서 펀칭으로 걷어내야겠어. 낮게 온다면 수비 쪽에서 먼저 퉁겨내겠지!’

어쩌면, 놈의 크로스가 멀찍이 가로질러 반대편 터치라인 바깥으로 넘어갈지도 몰랐다.

두브라파카 역시 변방 리그 출신의 공격수를 무의식적으로 얕잡아 보고 있던 거다.

그러던 순간이었다.

퍼엉!

공기가 터지는 소리에 두브라파카의 두 눈이 일순 크게 떠졌다.

슈욱!

“어?”

절로 벌어진 입에선 얼빠진 소리가 새어나왔다.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 구르던 중, 멀찍이 있던 공이 불시에 그의 앞을 가로질러 반대편 골망 하단으로 쏙 박혔다.

촤라악!

< 040. 멋진 아빠란 (17)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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