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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1. 멋진 아빠란 (18) >
아빠는 축구인생 2회차
41화 멋진 아빠란 (18)
인구는 상대 라이트백을 제치자마자 포착했다.
골키퍼, 마르틴 두브라파카가 포스트를 옆에 두고 약 두 걸음 이상 나와 있는 것을.
동시에 두브라파카는 실시간으로 수비수들을 리딩했다.
“키어론! 롤란드를 마크해!”
“파비안! 넌 런던을! 놈이 뛰어오르지 못하게 바짝 붙어서 압박하라고!”
A팀의 수비수들은 모두 다 골문을 등지고 선 형태를 갖췄다.
그리고 인구와 가장 가까이 위치한 수비수들의 시선은 죄다 이쪽에 쏠렸다.
반면 B팀의 공격수들이 중앙, 반대 측면에서 침투한 만큼 절반 이상의 스탠스는 가지가 뻗친 것마냥 가지각색이었다.
순간, 인구는 눈을 빛냈다.
전체적으로 아군 선수들은 크로스 득점을 노리는 것 같았고, A팀의 선수들 역시 크로스에 대비하는 방어 스탠스를 취하고 있었으니까.
‘오케이.’
정확히는, 최종 수비수와 골키퍼의 간격이 약 1M 이상 벌어진 것을 보고 직접 골을 택했다.
생각은 길지 않았다.
곧장 그는 왼발을 공 좌측 앞에 디뎠다.
치익!
디딘 왼발의 스터드는 필드를 꼬집듯 거하게 비틀었다.
직후 인구는 상체를 우측으로 크게 접다시피 숙이며, 활대처럼 당긴 오른발을 휘둘렀다.
이는 킥력을 평소보다 올리기 위한 인구만의 슛폼이었다.
퍼어엉!
공기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쭉 뻗어 나간 공은 힘껏 점프한 상대 선수와 아군 선수의 헤더를 한 뼘 이상 가로지르더니...,
촤라악!
그대로 반대편 골망 아래로 쏙 감겨 들어갔다.
“오오오, 오우우웈쿸!”
팬스 너머에서 구경 중에 있던 한 팬은 너무 놀라 괴성과 함께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또다른 팬은 먹던 음료를 뿜으며 소리쳤다.
“데이비드 배컴이다아!”
“후윽!”
인구는 골망이 시원하게 물결친 것을 보며 짧게 숨을 토해냈다.
a팀의 페널티 박스 안엔 양 팀 선수들이 혼전 상황을 연출했다가 말고 하나같이 얼빠진 표정을 하고서 서 있었다.
“대박!”
짝, 짝, 짝!
처음부터 제게 친근하게 다가왔던 주장, 자말 라샐스는 센터서클 부근에서 손뼉을 쳐주었다.
슈팅을 막지 못한 골키퍼, 마르틴 두브라파카는 허리에 양손을 얹은 채 쉽사리 말을 잇지 못했다.
인구는 슬그머니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한강의 박동일 감독도 그랬고, 이곳에 발을 들이기 전 스카우트 로보트 파이기도 말했다.
[유럽 무대는 다를 거야.]
[유럽 무대는 레벨이 달라. 네가 생각했던 것과는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태클 타이밍이나 압박 강도부터가 차원이 다르지. 템포는..., 상상 이상으로 빠를걸?]
마음가짐부터가 달라져야 한다고 그들은 조언해주었다.
언론이며 여론 역시 다르지 않았다.
[성공한 해외파 선수들 보다, 실패한 해외파 선수들이 더 많아.]
[박지송 ‘유럽 무대는 성난 파도와 같아. 실력도 실력이지만 멘탈적으로도 준비가 되어있어야 해.’]
인구 그 스스로도 유럽 무대는 다를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천재 중에서도 천재가, 또 그 천재를 이긴 천재들만이 살아남는 무대가 아니던가.
허나, 25분간의 비교적 짧은 경기를 소화하며, 인구는 작게 결론을 내렸다.
“먹히네.”
“와, 우.”
수석코치, 던컨 이클스의 감탄에 이어 지근에 있던 코치들도 저마다 놀란 얼굴로 몇 마디씩 터뜨렸다.
“방금 저기서 슈팅을 때릴 생각을 한 거야? 또 그게 들어가?”
“두브라파카가 아예 예상 못한 것 같던데?”
“그걸 떠나서 예상하고 대비했어도 막기 버거워 보였어. 방금 슈팅은..., 궤적부터 강도까지 엄청났잖아!”
라파엘 배니테즈는 어느덧 벤치에서 엉덩이를 들고 일어나 있었다.
‘저놈.’
자석에 끌려나가듯 테크니컬 에어리어까지 걸어간 그의 두 눈은 어느덧 마인구에게 박힌 채 쉬이 벗어나지 못했다.
* * *
축구는 성적 만능주의다.
그건 어딜 가나 변하지 않았다.
그렇듯 이른 시간 원더 골을 달성한 인구를 향해, 조금 전과 달리 패스 공급이 원활히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툭, 탓!
부주장 폴 다밋이 중원의 롤란드 아룬스에게.
아룬스는 우측의 런던과 좌측의 인구를 살피더니 곧장 좌측으로 땅볼 패스를 굴렸다.
우다다다다!
그 순간 A팀의 센터백 키어론 클락이 뒤쪽에서부터 압박해 들었다.
퍼억!
등진 인구의 등짝을 힘으로 밀어붙였으나 당황한 건 키어론이었다.
‘안 밀려?’
진짜로, 살짝 휘청인 것 말고는 녀석은 굴러온 공을 온전히 소유해냈다.
투읏!
“!”
키어런의 두 눈이 아래로 훅 떨어졌다.
자신이 2차 압박 차 상체를 뒤로 뺐다가 다시금 몸을 던지려는 그 타이밍에 놈이 오른발 백힐로 공을 우측 배후로 흘렸다.
수윽!
“...!?”
이번엔 키어런의 뒷목 털이 쭈뼛 서버렸다.
자신의 우측 발목을 스치듯 지나쳐버린 공에 시선이 쏠린 틈을 타, 인구가 반대 방향으로 돌아 뛰었으니까.
‘뭔 움직임이...!’
덩치에 맞지 않은 기민한 움직임이었다.
한 템포 늦게 인구가 나아간 방향으로 몸을 돌렸을 땐 어처구니없는 웃음마저 터져 나왔다.
기본적인 스피드는 평범한 편이었건만, 1대1 대치 상황에서의 순간 스퍼트가 비정상적으로 빨랐다.
그렇듯 놈은 이미 자신과 4걸음 차 이상까지 거리가 벌어져 있었다.
타앙!
때맞춰 녀석은 우측 에어리어로 주파해든 B팀의 라이트백 재이미 스테리를 향해 왼발 크로스를 올렸다.
여기서 키어런은 한 번 더 놀랐다.
“양발잡이였어?”
그도 그럴 게, 곡선을 그리며 훅 떨어진 공이 정확히 스테리가 침투하는 앞선 지점으로 향했으니까.
어느새 목을 쏙 빼놓고 바라보던 코치진의 입은 동그랗게 벌어졌다.
“오오?”
“오오옷?”
라파엘 배니테즈 역시 숨죽인 채 뚝 떨어지는 공에 집중했다.
두 눈은 충격으로 부릅떠지기까지.
굳이 끝까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저건 골이다!’
라는 확신이 강하게 일 만큼 패스 줄기가 아름답고도 정확했으니.
그 예측대로였다.
툭!
스테리는 발 앞에 떨어지는 공을, 잡을 새도 없이 오른발 콧발로 때려 찼다.
촤라악!
인구의 환상적인 어시스트였다. 거의 득점의 9할의 지분을 가졌다고 할 만큼.
* * *
잉글랜드 챔피언십은 프리미어리그의 하위 리그이며 총 24개 팀이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46경기를 치른다.
1위와 2위는 자동 승격, 3위부터 6위는 승격 플레이오프를 진행하며 승리한 팀 포함, 최종 3개 팀이 승격하는 시스템이었다.
반대로 22위에서 24위는 3부 리그로의 강등을 겪는 방식.
그리고 2018-2019시즌을 앞두고 각 언론사들은 잉글랜드 챔피언십의 예상 순위를 집계했다.
1위 <스완지 시티 AFC>
2위 <스토크 시티 FC>
3위 <웨스트 브롬위치 알비온 FC>
4위 <애스턴 빌라 FC>
5위 <리즈 유나이티드 FC>
6위 <미들즈브러 FC>
7위 <더비 카운티 FC>
8위 <풀럼 FC>
9위 <브렌트포드 FC>
10위 <뉴캐슬 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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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EPL에 소속되어 있다가 강등된 팀은 총 세 팀으로 스완지시티, 애스턴 빌라, 그리고 뉴캐슬 유나이티드였다.
대개는 순위 집계 시, 최상위권엔 프리미어리그 강등팀이 차지하기 마련이었다.
암만 강등이라고 하더라도 전력 자체가 기존 챔피언십에 소속되어있던 팀과는 차이나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뉴캐슬은 예외였다.
언론사들은 간단한 코멘트리를 남겼다.
[<고스포스> 뉴캐슬은 한순간에 몰락한 선덜랜드의 길을 따라가고 있어.]
[<제스먼드> 지난 몇 시즌 간의 행보를 보면, 뉴캐슬의 구단주는 구단에 대한 애정이 붕 떠버린 것 같다. 이는 참담한 성적으로 여실히 반영되는 중.]
[<바이커> 뉴캐슬은 챔피언십에서도 암담한 시즌을 보낼 확률이 크다. 그들은 투자하는 법을 잊어버렸으니까.]
툰들은 해당 집계를 보고 분통을 터뜨렸다.
- : 염병하네. 우리 뉴캐슬이 언제 이렇게까지 추락한 거냐;;
- : 하! 나 이제 뉴캐슬 팬 안 할래.
- : 잘하던 선수들을 이적시장마다 죄다 내보내는데 성적이 유지될 리가...,
- : 웨스트 브롬이랑 리즈, 스토크도 이번 여름시장에서 우리보다 더 많은 이적자금을 쏟아부었어!
- : 다들 타윈위어주를 대표하는 선덜랜드로 건너와! :) 우린 늘 너희들을 환영해!
ㄴ : 풉 3부 리그 따위가.
ㄴ : 망한 선덜랜드보다는 그래도 뉴캐슬이 낫지...
축구 전문 매체, 뉴캐슬어폰타인의 방송인이자 축구전문가 루벤 하우도 뉴캐슬을 작심 비판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올 시즌 여름 이적시장에서 가장 많은 핵심 자원들을 내보냈습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핵심 자원을 내보내 놓고 전혀 보충하지 않았단 거에요.]
루벤 하우는 딱 잘라 덧붙였다.
대부분 언론이 매긴 순위에서 뉴캐슬은 최상위권도 아닌 중위권에 머물러있다고.
그리고 이건 예견된 수순이라고 말이다.
[뉴캐슬은 프리미어리그에 머물 당시부터 점점 더 전력이 약화되어 왔죠. 라파엘 배니테즈는 매 이적시장마다 선수 영입과 관련해 불만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하물며 챔피언십으로까지 강등을 당한 마당에..., 적극적인 투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어요. 반면에 함께 강등당한 스완지 시티와 애스턴 빌라는 기존 핵심 자원들을 대다수 지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일각에선 12년간 뉴캐슬을 이끄는 중인 구단주, 마이클 애슬리가 구단 매각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였다.
그러다 말고 루벤 하우는 한 선수에 관해 언급했다.
[뉴캐슬이 새롭게 영입한 마인쿠 선수가 지난 라파엘 배니테즈가 주관한 공개 경기 간에 1골 1도움을 기록했다더군요. 우리의 저명한 스카우트, 로보트 파이기는 그가, 팀의 구원선수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고 있기까지...,]
뉴캐슬의 스카우트, 로보트 파이기는 툰들 사이에서 나름 유명인사로 통했다.
한때 그가 영입한 선수 중엔 조르지오 바이날둠(현 리버풀), 재임스 밀너(현 리버풀), 뉴캐슬의 키플레이어로 불리던 셰이크 티오테 등이 있었으니까.
[툰이라면 아시다시피 로보트 파이기는 우리 뉴캐슬의 부흥기에 크게 기여한 스카우트입니다. 그런 그가 이번에 데리고 온 선수가 바로 한국의 마인쿠이고요.]
문득 하우는 해당 방송을 시청하고 있을 툰들에게 반문했다.
[이 선수가, 제2의 티오테, 밀너, 바이날둠이 될 수 있으리라 보십니까?]
애석하게도 해당 방송을 시청하고 있던 상당수 팬들은 부정적인 입장을 비쳤다.
실시간 채팅창엔 빗줄기처럼 글들이 달렸다.
- : 로보트 파이기가 언제 적 그 파이기인가요.
- : 전방에서 전붓대처럼 서있기만 하고, 골결정력 하자있는 살로몬 런던 영입한 것도 파이기 아님?
- : 중앙에서 카드 수집의 달인인 모하매드 디아메 영입한 것도 로보트 파이기야.
- : 으음. 내가 볼 때 파이기는 한 물 갔어. 라파엘 배니테즈처럼...,
ㄴ : 하하핫! 우리 뉴캐슬은 한물 간 양반들의 집합소네! 너무 웃겨! 웃겨서 눈물이 나!
그중 한 팬은 본질적이고도 가장 현실적인 의문을 표했다.
- : 라파엘 배니테즈. 그 고집불통에 쓰던 선수만 주야장천 기용하는 인간이 마인쿠를 쓰기나 할까? 솔직히 내가 감독이어도 당장은 벤치에도 못 앉게 할 거 같은데? 검증 안 된 걔 말고도 벤치급 선수는 꽤 있잖아.
< 041. 멋진 아빠란 (18)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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