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47화 (47/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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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7. 마! (4) >

아빠는 축구인생 2회차

47화 마! (4)

뉴캐슬 지역 언론은 난리였다.

[뉴캐슬 유나이티드! 개막전 브렌트포드 원정에서 4 : 2 대역전승 거둬...!]

[뉴캐슬! 후반전 교체투입한 마인쿠 혼자 4골 몰아쳐...!]

[브렌트포드 감독, 후반전 한 선수에 의해 상황이 역전돼... 충격적이야.]

[한국의 마인쿠! 뉴캐슬의 구세주 되나?!]

[마인쿠! 개막전에서 홀로 4골 몰아치며 1라운드 득점 랭킹 1위에 올라...!]

영국 커뮤니티 사이트 속 툰들은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은 언제 마인구를 듣보랬냐는 듯 찬양에 찬양을 이었다.

- : 크으! 우리 뉴캐슬에 이런 공격수가 나온 게 대체 얼마만인지...!

- : 2 : 0에서 화장실 들렸는데 갔다 온 사이에 2 : 4로 역전했더라?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 : 어제 우리 마, 감차 봤냐? 수비수 앞에 두고 왼발로 때렸는데 엄청 휘어져 들어가더니만.

- : 라파엘 배니테즈는 이번 기자회견장에서 말했지. 인쿠는 뉴캐슬의 산티아구 무네즈입니다. 라고.

- ㄴ 산티아구 무네즈면..., 조만간 레알 마드리드 가는 거야?

비판과 더불어 조금 더 신중히 바라봐야 한다는 입장 차이도 있었다.

- : 아직 한 경기입니다. 여러분. 조금 더 신중히 지켜볼 필요가 있어요.

- : 나 축구 코치 자격증있는데..., 딱 관찰한바, 브렌트포드 감독이 인쿠에 대해 어떤 방비도 안 한 것처럼 보였음. 아론이 인쿠 막아섰을 때도 갈피를 못 잡다더니만. 그러니 이건 좀 더 두고 볼 필요가 있음. 상대팀에 플레이 스타일 분석된 후가 진짜란 거지. 물론 이번 건 잘했으니 박수!

- : 그냥 듣보인 줄 알았는데. 그래도 결정력 하나는 좋네. 어쩌면 브렌트포드가 뚜껑 까보니 개판 그 자체인 거일 지도...,

*       *       *

한국 팬들도 열광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아직 인구의 챔피언십 경기까지는 한국에 송출되지 않았다.

그러나 관련 뉴스를 비롯, 불법으로 영상을 시청한 사람들의 입에서 삽시간에 퍼져나간 거다.

- <청량리> : 아구구 우리 인구, k리그2 제패하고 이제 잉글랜드 챔피언십까지 박살 내려고 그래?

- <내안에축신강림> : 와. 한 경기에서 4골 실화냐? ㅋㅋㅋㅋㅋㅋ 그것도 후반전 투입해서??

- <지송팍은전설입니다> : 오늘도 저는 축협을 욕합니다. 이런 선수를 떡잎 때부터 짓밟은 축협 이 개새끼들은 진정 인간인 건가요?

- <침대축구가답> : 10년간 축구 쉬었다가 복귀했는데 이렇게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다고? 이게 판타지 소설이지 뭐냐.

ㄴ <사우스포입니다> : 원래부터 재능이 차고도 넘쳤다는 거겠지. 그냥 천재 중에 천재인 거임. 다만 아쉬운 건..., 축구 포기하지 않고 계속 뛰었다면 진짜 일찍부터 손흥빈 이상 가는 월클이 됐을지도 모른다는 거?

- <손세이셔널> : 자자! 이제 챔피언십 제패하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진출하즈아아!

- <축구인생2회차> : 이 정도면 epl에서도 충분히 먹히는 거 아닌가요?!

ㄴ <감차지존> : 진짜 손흥빈이랑 마인구랑 epl에서 붙는 거 보고싶다.

ㄴ <뚝배기메타가짱> : 좌 흥빈. 전방에 인구. 박으면 우리나라 월드컵 8강 확정?? 인정?

물론 국까들은 여전히 국까였다.

- <진지충> : 챔피언십에서 30골 40골 때려 박아도 프리미어리그 가서 죽 쒀는 선수가 어디 한 둘이던가. ㅋㅋㅋㅋㅋ 벌써부터 epl 거리는 애들은 뭔 병신들이냐.

- <국뽕경멸> : 이제 개막전 한 경기 뛰었다. 이것들아. 그리고 브렌트포드 애들 죄다 수비를 개 줘엇같이 하더만.

- <분석충> : 일단 상대 골키퍼가 엄청난 기름손이었고. 상대 수비수들이 죄다 병신들이었음. 거기에 마인구에 대한 정보도 없었음. 이 세 개가 작용해 저런 결과가 나온 거. 다음 몇 경기에서도 지금처럼 잘하면 인정은 하겠음.

- : 진짜 축알못들 졸라게 많네. ㅋㅋㅋ 좌흥빈 전방 인구 이 지랄은... 후. 고작 한 경기로 월드클래스라도 됐다고 생각하는  건지..;; 그리고 손흥빈이 무슨 월클이냐.

*       *       *

다음 날.

뉴캐슬 제스먼드에서 장난감 가게를 운영 중임 샘 레먼은 오늘도 파리만 날리는 가게에 진짜 파리만 잡고 있었다.

“이놈의 파리는 잡아도 잡아도 어디서 계속 기어 나오는 건지...!”

삐쩍 마른 30대 초반 청년인 그는 카운터에 팔을 걸치고 앉아 연신 한숨을 토해냈다.

“후우...!”

그도 그럴 게 이 넓은 매장에서 최근 몇달 간 이렇다 할 수익은 고사하고 적자만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월세에, 전기세에 어후...”

지금도 가게 안엔 파리 한 마리만이 윙윙거리며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다.

손님이라곤 한 명도 없었다.

이렇게 된 원인은 이 가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새로운 장난감 가게가 오픈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유명한 대기업 브랜드···!

“나쁜 새끼...!”

기존 고객마저 외관부터 멋들어진 저 장난감 가게에 빼앗겼다.

샘 레먼은 이제 점포 정리도 고려하고 있었다.

버티고 버틸수록 손해만 보고 있었으니까.

“아부지. 미안합니다...”

3대째 대를 이어 운영 중에 있던 이 낡은 가게가 자신 대에서 종말을 맞는다니, 새삼 레먼은 울적해졌다.

“죽어서 조상님들 볼 면목이 없겠어...”

그러다 말고, 레먼은 벌떡 일어나 한 손에 들고 있던 파리채를 신랄하게 휘둘렀다.

짝!

“예스! 잡았다!”

아까부터 윙윙대던 파리의 찰진 사망선고 소리에 레먼의 입가엔 승리의 미소가 걸렸다.

금세 차디찬 현실에 시들해졌지만 말이다.

요동치는 감정의 기복에 레먼은 씁쓸히 중얼거렸다.

“우울증까지 온 건가. 크흡...”

그때였다.

띵 띠링~

할아버지 대에서부터 이어오던 낡은 나무문이 열리며 덩치 큰 검은 머리 남자가 가게 안에 발을 들였다.

“어서 오세요!”

레먼은 언제 서글픈 표정을 지었냐는 듯 최대한 상냥하게 인사를 건넸다.

남자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 장난감이 질서정연하게 쌓인 진열대로 걸어갔다.

레먼은 카운터 앞에 서서 고개를 살포시 갸웃거렸다.

“어디서 본 얼굴인데...?”

딱 누구라고는 떠오르지 않았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서였을까.

“....”

샘 레먼은 그새 카운터 뒤쪽 의자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지루한 표정으로 한 남자를 바라봤다.

속으론 생각했다.

‘저 인간...’

힐끗, 손목시계를 보니 남자가 이 가게에 발을 들인 지도 벌써 1시간이 훌쩍 지났다.

이쯤 되자 의심이 무럭무럭 샘솟았다.

‘그냥 구경하러 온 건가? 아니면 비가 와서?’

딱 저 남자가 발을 들인 시점부터 지금까지 쭉 장댓 비가 쏟아지긴 했다.

남자의 손엔 우산 따위 없었고 말이다.

“....”

그런 남자는 아직도 진열대를 탐닉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며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이동했다.

스윽!

장난감을 만져보더니 다시 원위치시키기를 수십 번.

샘 레먼은 두 눈을 날카롭게 떴다.

‘딱 봐도 비 피하려고 온 거네!’

벌써 5년 째 대를 이어 이 가게의 사장이 된 만큼 레먼은 잡다한 고객을 많이도 상대해 왔다.

‘그중엔 비나, 더워서 에어컨 바람 쐬려고 들어오는 사람도 있었다고!’

대놓고 가게 한편에 죽치고 앉아 손에 든 차가운 음료를 몽땅 비우곤 수고해요~ 하고 나가는 뻔뻔한 손님도 있었고 말이다.

레먼은 지난날, 진상 손님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이가 으득 갈렸다.

‘아까운 전깃세...!’

고로, 다음이 예상 갔다.

비가 그치는 순간 이 남자 또한 아무것도 구매하지 않고 나갈 것이다.

예상은 적중했다.

언제 먹구름이 잔뜩 끼고 비가 콸콸콸 쏟아 졌는 듯, 하늘은 그새 맑아졌다.

때맞춰 검은 머리 남자는 카운터 쪽으로 슬그머니 다가왔다.

두 손은, 역시나 빈손이었다.

“너무 많아서 쉽게 고를 수가 없네요.”

남자는 깊은 고뇌에 잠긴 사람처럼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 보였다.

“아아, 그러세요?”

“예. 장난감이 너무 많아요. 마음에 드는 것도 너무 많고.”

“하하. 그러, 시구나.”

레먼은 애써 웃음 지어주었다.

‘그럼 그렇지.’

뻔한 레파토리였다.

다음으로 이어질 말도 뻔했다.

‘그냥 다음에 올게요, 라고 하려고?’

결국은 비를 피할 목적으로...!

“그래서 말인데,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여기 있는 거 다 주세요. 당일 배송되죠?”

“...예, 예에?”

샘 레먼은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어 입을 벙긋대며 반문했다.

그러자 검은 머리 남자, 마인구는 진열대의 시작부터, 끝까지 손끝으로 가리키며 세상 진지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말했다.

“저기 있는 거 다 달라구요. 아아, 저기 한쪽에 전시되어있는 전동식 브이엠떠블유 자동차도. 마새라튀, 밴뜰리도 같이요.”

“...저, 정말효오?”

너무 놀라 끝말이 새버렸다.

인구는 거의 울 것 같은 얼굴이 된 가게 사장을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고는 덧붙였다.

“예. 딸이 무얼 좋아할지 잘 몰라서. 일단 다 사가려고요.”

끝말도 잇지 않았다. 문득 인구의 입꼬리가 우쭐하니 끌어 올라갔다.

“제가 이번에 수당을 받게 됐거든요. 득.점.수.당.이.요. 한 골 당 보너스를 받는데, 4.골.이.나 넣어서. 자그마치 4. 골. 말.입.니.다. 그것도 한.경.기.에.서. 4. 골.”

손가락 4개를 펴 보이며 레먼의 얼굴 앞에 천천히 흔들어 보이기까지 했다.

하나하나 강조하는 그 악센트엔, 오늘 처음 본 레먼이 칭찬해주길 바라는 감정이 버젓이 전달되었다.

“축, 축하합니다! 고객님!”

짝, 짝, 짝!

엄청난 고객이었다는 것에 감명한 레먼은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열띤 박수를 쳐주었다.

*       *       *

연봉의 지급 방식에 있어선 구단마다, 또 계약 형식에 따라 다른 편이었다.

인구 역시 매월 입금되는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한 상태였지만, 오늘은 달랐다.

“후흣.”

4골이나 넣은 만큼 감독에게 말하니 속전속결로 승리 수당 및 보너스 수당이 당일 입금 된 거다.

8월 8일이 딸의 생일이었던 만큼, 인구는 선물이란 선물은 몽땅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마음 같아선 이 세상을 선물로 주고 싶다...!’

그렇듯.

“아빠아?”

집 현관 앞, 곰돌이 후드에, 양갈 머리를 한 세나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치 놀라운 것을 본 것마냥.

그 자그마한 입꼬리는 서서히 벌어졌다.

커다란 택배 트럭이 집 앞에 정차하더니 열린 화물칸에서부터 장난감들이 마구 내리기 시작했으니.

이윽고 세나는 세상 행복에 겨운 얼굴로 우다다다 달려왔다.

“우오오오오...! 자동차다아아아! 로보트도 이쒀어!”

인구는 그런 딸을 보며 어깨가 한껏 솟은 채로 말했다.

최대한 멋들어진 목소리와 표정을 짓고서.

“우리 딸. 아빠가 오다가 주웠어.”

“우오오오오오! 이거 다 내꼬야아?”

“그럼, 그럼.”

“코이뜨으으으으!”

촤압!

그만 장난감에 몸을 던지는 세나에 인구는 흐뭇한 표정을 짓다 말고 빙구 미소를 흘려버렸다.

“흐헣..!”

그리고 그날. 인구는 가은이에게 혼났다.

집안에 꾸역꾸역 집어넣고도 절반의 장난감이 현관 입구 앞에서 들어가지를 못했으니.

결국 남은 반은 인구의 집으로 향했고, 몇 가지 장난감은 이웃주민들에게 나눠주면서 일단락됐다.

인구는 동네 어린이들에게 검은 머리 산타클로스로 불리기 시작했고 말이다.

< 047. 마! (4)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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