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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48화 (48/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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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8. 마! (5) >

아빠는 축구인생 2회차

48화 마! (5)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리그 2라운드 프레스턴 노스 엔드전에서도 3 : 2 승리를 따냈다.

해당 경기에서 선발로 출전한 마인구는 선제골을 넣었다.

리그 3라운드 브리스톨 시티전에서 인구는 연속해서 득점을 기록하는 데 성공.

툰들의 기대는 갈수록 커졌다.

- : 미쳤다, 진짜. 3경기 6골 실화냐!

- : 현재 우리 뉴캐슬 순위 애스턴 빌라, 웨스트 브롬위치 알비온에 이어 3위입니다. 인쿠는 득점 랭킹 1위고요!

- : 가자. 지지난 시즌처럼 또 다이렉트 승격하자고오오!

과거 대다수가 뉴캐슬의 부진을 예상했던 만큼, 이러한 이변에 각 지역 방송국들의 반응은 일변했다.

제스먼드를 연고로 한 축구 전문 방송국, DJ 에런 포이스도 그중 한 명이었다.

[일전에, 저는 올 시즌 뉴캐슬의 부진을 예상한 바 있었죠. 기억나나요, 알렉스?]

당시 패널로 참여했던 제스먼드 출신의 기자, 알렉스는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저 역시 뉴캐슬의 부진에 동조했었죠. 그땐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공격진만 하더라도 아유세 페레즈를 제외하고선..., 이렇다 할 자원이 남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예상은 철저히 빗나갔습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개막전에서 브렌트포드를 상대로 대역전승을 만들더니 3경기 연속 승리를 따내는 데 성공했으니까요!]

에런 포이스와 알렉스 모두 ‘툰’이었다.

그렇듯 그들은 허심탄회하게 지난날의 비판을 사과했다.

[축구공은 둥글어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던 게..., 맞았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청취자분들께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금세 에런 포이스는 조금은 설레는 목소리를 띠며 말을 이었다.

[K리그2에서 21경기 동안 45골 20도움을 기록한 마인쿠 선수는..., 개인적으로 챔피언십에서도 그만한 공격포인트를 기록할 만한 역량을 갖추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금까지 보여준 플레이만 본다면 말이죠!]

[라파엘은 그를 산티아구 무네즈라고 하더군요.]

알렉스의 말에 포이스는 피식하니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동의합니다. 영화 속에서도 그는 혜성처럼 갑자기 뚝 등장했으니까요. 인쿠도 혜성처럼 우리 앞에 나타났죠.]

에런 포이스는 솔직히 뉴캐슬의 명운이 다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 영입생들에 대한 기대감은 전무 그 자체였다.

하지만 브렌트포드전에서 보여준 마인구의 플레이는 포이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 잡기에 충분했다.

그는 뉴캐슬의 새로운 영웅의 등장에 두 뺨이 달아오른 채 말을 이었다.

[앞선 3경기에서 본 마인쿠의 장점은 순간 스피드, 그리고 전방 지역에서의 태클, 마킹, 타고난 체격, 집중력, 양발잡이, 그리고 킥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대적인 스트라이커가 가져야 할 대부분 장점을 지녔다고 봐도 무방하죠!]

뭐든 이기면 장땡이라는 말은 영국에서도 통하는 법이었다.

이처럼 180도 평가가 달라졌으니.

*       *       *

물론 대다수 언론이 찬사를 보내는 건 아니었다.

뉴캐슬의 승전에 긍정적인 기사를 작성하는 건 아직 뉴캐슬어폰타인 내에 일어나는 일일 뿐.

몇몇 다른 지역은 뉴캐슬의 승전에도 약소한 평가 또는 비판 기사를 업로드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 약소팀 상대로 3연승 행진...!]

[뉴캐슬! 승리에도 불구하고 수비에서의 위험 계속 돼 ...]

언제는 브렌트포드를 순위 9위로 예측했건만, 리그 3경기가 치러진 동안 그 팀은 최약체 팀으로 새로 분류가 돼버렸다.

“‘약소’ 라고 붙였구만.”

집무실 접객용 소파에 앉아 여러 기사를 살펴보던 라파엘 배니테즈는 실소를 머금었다.

“그럴 만도 하지요.”

맞은편에 앉아 뜨거운 차를 한 모금 음미한 단장, 댄 라셀스가 쓰게 웃었다.

그도 그럴 게 뉴캐슬에게 패한 이후 브렌트포드는 이후 2경기에서도 내리 패하며 22위로 추락했기 때문이었다.

라파엘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프레스턴과 브리스톨, 두 팀 역시 현재 순위 17위, 19위를 기록 중입니다. 상대한 팀들마다 부진하니 일부 언론에선 마냥 우리를 높이 평하진 않는군요. 특히 같은 지역을 연고로 한 선덜랜드는 더욱이.”

간만에 깨달았다.

축구는 진짜 뚜껑을 까보기 전까지는 그 무엇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이로 인한 긍정적인 작용도 있었다.

“몇몇 팀은 여전히 우리를 얕잡아 볼 겁니다. 좋은 현상이지요.”

“좋은, 현상이라고요?”

댄 라셀스가 의아한 얼굴로 반문했다.

라파엘은 손에든 태블릿 PC로 또 다른 기사를 살펴보며 말을 이었다.

“그럼요. 조금이나마 방심을 지닌 채 경기에 임하게 될 테니까. 특히나 애스턴 빌라나 웨스트브롬 같은 팀이..., 우리를 자기들 보다 아래 티어로 본다면 더없이 좋지요. 실제로도, 그렇다만.”

방금 언급한 두 팀은 승격 1순위 후보들이었다.

그들은 각각 1위, 2위를 달리는 중이었고 말이다.

라파엘은 두 눈을 가늘게 뜨며 덧붙였다.

“애스턴 빌라는 3경기 동안 단 한 번의 실점도 허용치 않았고, 웨스트브롬은 고작 2실점...,”

“반면에 우리 뉴캐슬은 3경기에서 5실점. 몇몇 전문가들은 뉴캐슬의 수비가 다소 헐겁다고 하는데, 라파엘 감독님이 보기에도 그렇습니까?”

“부정할 수 없습니다.”

라파엘은 일부 전문가들의 비판적인 반응에 긍정했다.

단순 실점 수를 떠나 경기당 상대에게 허용하는 슈팅 숫자가 많아도 너무 많았으니.

더불어 앞선 상대한 팀들은 이제 하위팀에 머물러 있었다. 뉴캐슬은 하위팀에게 연속해서 일격을 허용한 격이었고 말이다.

“선수 간의 간격을 좁히고, 라인 자체를 내려 앉혔음에도 그만한 실점이 나온다는 건, 확실히 문제가 있는 거죠.”

“일부는..., 상위권, 또는 진정 강팀을 상대로 붙었을 때 우리의 현재 약점이 치명적인 패배로 직결될 거라 경고하던데 말입니다.”

라셀스의 우려 섞인 반응에도 라파엘은 부정 하나 없이 작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다 그는 지끈거리는 관자놀이 부근을 손끝으로 꾸욱, 꾸욱 눌러주며 중얼거렸다.

“누가 봐도 우리 뉴캐슬은 수비가 약합니다. 미드필더 라인도 그리 단단한 편이 아니죠. 중상위권, 최상위권과 비교한다면 말이오.”

“해결 방안이 있습니까?”

아직 여름 이적시장이 닫히진 않았다. 하지만 댄 라셀스는 방금 에둘러 답했다.

해결 방안이 있냐고, 묻는 것으로 추가 영입은 불가능하다고 말이다.

다행히 라파엘은 그 부분에 대해 불평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히려 아까부터 고뇌에 찬 얼굴로 태블릿 속 기사에 이어 테이블 위에 놓인 작전판을 힐끗거렸다.

그러다 말고 그는 의미심장한 눈길로 말했다.

“어쩌면..., 말입니다. 이제 4-2-3-1 플랜을 가동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이 들 군요.”

해당 플랜은 라파엘의 축구 인생에 있어 가장 행복하고도 가장 저주스러웠던 시즌을 선사한 전술이었다.

*       *       *

다음 날.

라파엘 배니테즈는 훈련장에 일찍 출근하자마자 한 선수를 보고는 멈춰섰다.

타앙!

촤락!

타앙!

촤락!

훈련 시작까지 1시간 30분 전이건만, 인구가 홀로 공을 줄지어 두고 슈팅 훈련에 매진 중이었다.

‘성실하기까지 하군.’

실상 인구는 오늘 가은이의 휴무일인 탓에 세나와 함께 하지 못해 그냥 일찍 나온 거였다.

이를 알 리 없는 배니테즈는 그런 그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원래 양발잡이인 건가? 아니면 어릴 때부터 숙달한 건가.”

흠칫.

막 오른발 아웃프런트로 공을 차려던 인구는 하던 동작을 멈췄다.

소리가 난 방향을 보니 어느덧 라파엘 배니테즈가 몇 걸음 앞에서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속으론 생각했다.

‘맨날 보니 이젠 연예인 같지는 않네.’

인구는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선천적인 건데요.”

“타고났다라, 스카우팅 리포트를 보니 10년간이나 축구를 쉬었다던데. 이유가 있나.”

솔직히 라파엘은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10년 이상이나 쉬었는데도 불구하고 저런 경기력이 나온다는 건 듣도보도 못했으니까.

타앙!

인구는 오른발 인프런트로 골망을 물결친 뒤 재차 답했다.

“그냥 이런저런 개인적인 일들로 쉬었습니다. 쉬었다기보다는 잠깐 접었던 거죠. 다시 축구를 하게 될지도 몰랐고요.”

“...그런가.”

“예.”

굳이 과거사까지 밝히긴 귀찮았다. 다행히 라파엘은 물고 늘어지지 않았다. 대신 그는 뜻밖의 말을 건넸다.

“전술을 바꿔 볼 참이야. 기존 4-4-2가 아니라, 4-2-3-1로.”

“4-2-3-1이요?”

“그래. 그 전술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아나?”

인구는 라파엘 쪽으로 완전히 돌아서서는 살포시 미간을 좁혔다.

“아니요, 모릅니다.”

‘그걸 왜 나한테 물어?’

한편으로 이 인간이 왜 이리 친근한 척 말을 거는 지도 궁금했다.

‘부담스럽게시리.’

시선부터가 뜨겁기 그지없었다.

‘왜 이래?’

솔직히 4-2-3-1 플랜을 가동한다 할 때 모른 척한 것도 있었다.

말 그대로 앞에 2가 아닌 1이 붙으면 스트라이커의 한 자리가 줄어드는 거니까.

문득 이런 의심도 들었다.

'시발. 지금 나 벤치에 앉히려고 빌드업 하는 거야?'

감독이 이렇게 찾아온 것부터가 영 이상하잖나.

'그리고 잘 나가고 있는 기존 전술을 두고 새로운 플랜을 짠다고?'

가만 생각해보면, 변화가 마냥 나쁜 건 아니었다. 확실히 인구도 경기를 뛰면서 수비 쪽과 미들라인에서의 볼 소유가 크게 떨어짐을 느꼈으니까.

‘압박 좋은 팀 상대로는 죽도 못 쓸 만큼.’

라파엘은 말했다.

“4-2-3-1 플랜은, 나의 전성기를 이끌어 준 전술이라 할 수 있지. 리버풀 시절에 스티븐 재라드, 페르난도 토래스가 비상한 전술이기도 해.”

“아..., 예. 그러시구나.”

“동시에 나를 벼랑으로 내몬 전술이기도 하고 말이야.”

“...오호.”

인구는 대충 호응해주었다.

별달리 궁금하지는 않았다.

반면에 라파엘은 세상 어느 때보다 진지하기 그지없었다.

굳이 인구를 찾아가 전술에 관해 언급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선수단 내에서 누구보다 전술적 역량이 뛰어난 선수다.’

훈련 및 경기를 통해 똑똑히 보지 않았는가.

새로운 전술에도 곧잘 녹아들다 못 해 주변 선수들까지 리딩하던 모습을.

“발렌시아, 리버풀에선 해당 전술이 나를 명장의 길로 이끌었지. 내 스스로 명장이라 여겼기보다는, 세상 사람들이 그렇게 불렀다는 거야.”

명장이라 강조하는 데서 라파엘의 입꼬리가 순간 씰룩, 하니 끌어 올라간 걸 인구는 똑똑히 봤다.

‘이 양반도 은근 자뻑이 있단 말이야.’

생각과 달리 겉으론 방긋, 웃음 지었다.

아무래도 눈앞의 남자는 선발 유무를 결정짓는 자였으니.

‘나도 직장인 다 됐네.’

인구는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반면에 인테르 밀란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에선 단점만 비친 전술이었네. 맞지 않는 선수들로 4-2-3-1 플랜을 구사하면서 배후가 털리다 못해 아예 찢어발겨 졌거든.”

인구는 라파엘이 구상하고자 하는 4-2-3-1이 어떤 전술인지 자세히는 몰랐다.

하지만 방금 언급한 발언만으로 대충 눈치는 챘다.

“높은 라인에서부터 시작하는 전술인가 보네요.”

“맞아. 디펜시브 라인부터가 기본적으로 아군 센터서클까지 올라가 있거든.”

“리버풀의 위르갠 클롭 전술처럼요?”

“엇비슷하지. 그럴 경우 장점은, 수비수들까지 라인을 올린 만큼 패스 워크에 있어서도 수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거야.”

“그럼 공수 간격도 촘촘해야겠네요. 지금 우리 전술처럼.”

라파엘은 작게 감탄했다. 짧게 말을 주고받는 것만으로 인구는 자신이 구사할 전술을 실시간으로 그려나가고 있었으니까.

그러다 말고 인구는 살포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면, 4-2-3-1의 1은, 발 빠른 공격수여야겠는데요? 전체적으로 컴팩트한 상태에서 확실한 일격을 가하려면, 대개는 라인 브레이킹으로 상대 디펜시브를 일시에 뚫어내야 하는 방식을 구사해야 할 테니. 그 옛날 토래스처럼요.”

인구는 덧붙였다.

발만 빨라서는 안 된다고. 결정력에 있어서도 출중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가 알기로 두 가지 모두 장착한 선수는, 지금 뉴캐슬엔 없었다.

‘아유세 패레즈는 발이 빠르지만 결정력에 하자가...,’

‘살로몬 런던은 타켓터 성향이 짙고.’

호샐루나 다른 선수들 역시 엇비슷한 유형이었다.

자신은 꾸준히 속력이 향상 중이지만 기본적으론 평균적인 속도를 지녔다.

순간 스프린트의 지속성도 짧았고 말이다.

문득 이맛살이 와락 구겨졌다.

그래도 결국은 저 전술에선 문전까지 빠르게 뛰어갈 수 있는 발 빠른 선수가 더 이로운 자원이었으니.

'빌드업 맞네. 이 쒸발..!'

아유세 페레즈는 몸값도 비싼 데다 올시즌 벌써 3골 2도움을 기록 중이었다. 득점수야 자신이 더 많다지만...  원래도 라파엘은 지지난 시즌부터 페레즈를  전방에 줄기차게 박아둘 만큼 애착했다.

‘그러니까 지금 세컨 플랜에선 날 제외할 수도 있으니 이런 말 하는 거 아니냐고.’

인구가 이런 확신에 가까운 의혹을 품는 데는 그가 아주 찐한 전적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과거 리버풀 시절, 라이언 바밸이 펄펄 날아도 벤치에 박아둔 양반이 바로 라파엘 배니테즈였으니까.

‘이 인간이 그래서 리버풀 시절에 유망주 살인자라고 불렸었지.’

당시 바밸은 어느 팀을 가더라도 주전으로 뛸 만한 역량을 지녔었다.

혹자는 바밸씩이나 되니 그래도 라파엘 체제에서 선발로 뛸 수 있는 거라며 비판했고 말이다.

‘루카스 래이바도 기존 주전들이 줄줄이 부상 당하면서 겨우 출전할 수 있었고.’

이 모든 걸 인구는 스카우트, 로보트 파이기에게 들었다. 자주 훈련장에 출몰하곤 했으니까.

그때, 라파엘은 딱 잘라 입을 열었다.

“자네를 1에다가 배치하려 하네. 지금 딱 보니 대충 말해줘도 벌써 내 전술을 아주 잘 이해한 것 같으니.”

"에헤?"

예상을 빗나간 발언에 인구의 발음이 새버렸다. 툭!

그런 인구를 향해 배니테즈는 한쪽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덧붙였다.

“자넨 뉴캐슬의 현재이자 미래야.”

“...”

라파엘의 눈이 뜨겁게 타올랐다. 진짜 태양이라도 품은 것처럼. 가볍게 두드리던 손은 어느덧 인구의 어깨를 강하게 끌어 잡았다.

그리고 그는 참아왔던 숨을 토해내듯, 살짝 벌어진 입을 인구에게 조금 더 가까이 가져가며 아련하게 속삭였다.

“페르난도 토래스...”

“...?”

“부탁한다.”

“...”

...미친놈이었어?

< 048. 마! (5)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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