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53화 (5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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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3. 마! (10)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53화 마! (10)

경기가 종료되었다.

최종 스코어는 4 : 3.

인터넷 또는 모바일을 통해 실시간 경기를 시청한 툰들은 감격에 겨워했다.

- : 또 이겼다! 또 이겼어어어어어~~!

- : 인쿠 진짜 물건이네. 이런 선수는 대체 어디서 건져온 거야?

- : 노리치 상대로 3 : 0으로 털릴 때만 하더라도 끝난 줄 알았더니..., 그새 4 : 3으로 역전을 해?

- : 마인쿠 해트트릭. 리그 4경기에서 10골..., 현 득점 랭킹 1위. 그는..., 한국판 엘런 시어러입니까?

ㄴ : 산티아구 무네즈라니까. :)

ㄴ : 내가 볼 땐 뤼트 판니스텔루이도 보인다. 덩치에 맞지 않은 순속하며, 동물같은 움직임까지.

ㄴ : 놉! 호나우두임.

ㄴ : 고럼 마두?

툰들은 이제 역전승의 주역인 인구를 두고 새로운 별명까지 고심하고 있었다.

*       *       *

해설진은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소리쳤다.

[마인쿠우우! 오늘 경기에서 그는 3골 1도움을 기록하며 MOM에 선정됐습니다!]

[리그 4라운드까지 치러진 현재!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4전 전승을 달성하며 순위가 한 단계 상승! 2위에 안착하게 되었었는데요!]

[사실상 1위 애스턴 빌라와 득실차에서 밀릴 뿐인지라..., 언제든 1위로 치고 올라갈 수도 있는 상황이죠!]

툰이기도 한 한 해설진은 뿌듯한 얼굴로 덧붙였다.

[툰들은 뉴캐슬 선수들이 자랑스러울 겁니다! 경기 내내 그들은 승리하고자 모든 힘을 짜냈으니까요! 최선을 다했고, 후회 없이 싸웠습니다! 더불어 좋은 결과까지 가져왔고 말입니다!]

해설진의 평과 달리, 사실 아유세 페레즈만이 아닌 상당수 선수들의 애정은 식은 상태였다.

구단의 비전이 바래지면 선수의 사기가 떨어지는 건 당연지사가 아니던가.

하지만 적어도 최근 몇 경기 동안은 달랐다.

“이걸 이렇게 이기네.”

존조 셀비는 아직도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라커룸에 들어서며 중얼거렸다.

옆에서 나란히 거닐던 라이트백 디안드루 예들린은 두 뺨이 붉게 상기되어있기까지.

리그 1라운드 전에 이어 아주 간만에 느껴 보는 짜릿한 승리였으니까.

“진짜, 이게 얼마만인지...”

슬쩍, 예들린은 옷통을 훌라당 깐 채 막 라커룸에 입장한 한 선수를 살펴보았다.

‘인쿠...!’

예들린 또한 처음엔 인구의 역량을 의심했다.

하지만 그 의심은 라운드가 치러지면 치러질수록 과하게 사그라졌다.

지금에선 느꼈다.

‘진짜 천재야...! 내가 여태 함께 뛰어본 선수 중에 가장 뛰어날 만큼.’

천재에 천재에 그 천재가 모인 잉글랜드 챔피언십에서도 인구는 유별난 퍼포먼스를 연속해서 뽐내고 있었다.

‘원샷 원킬도 원킬이지만...’

그보단 타고난 시야력을 활용한 리딩 능력이 경악할 만한 수준이었다.

자신의 위치까지 일일이 조정하지 않았는가.

물론 처음엔 삐꺽 대는 움직임도 보였고, 리딩에 반응하지 않기도 했었다.

하지만 한 번 그 리딩에 따라 움직인 순간, 예들린은 단번에 매료되었다.

‘훨씬 플레이하기가 쉬워졌잖아.’

당장 오늘 경기에서도 그랬다.

전반전 30분까지는 인구의 리딩이 없어 노리치 공격수들에게 뒤가 뻥뻥 뚫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후 인구의 수비와 더불어 공격 리딩이 시작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노리치 공격진이 걸리지 않던 오프사이드 트랩에 발만 뻗으면 걸리기 시작했어.’

공격적으로도 빛을 발했다.

볼 전개는 고사하고 수비에만 급급하던 자신이 라이트 윙어 멧 리치와 함께 수시로 올라가 한 개 측면을 흔들었으니까.

그렇듯..., 예들린은 이끌리듯 걸음을 옮겼다.

“응?”

인구는 라커의자에 착석하자마자 드리운 그림자에 고개를 들었다.

목 정면에 굵직한 문신과 더불어 미국 갱스터 같이 생긴 녀석이 세상 온순한 얼굴로 제 앞에 서 있었다.

“뭐, 왜?”

면상 따위 신경 쓰지 않는 인구는 수건으로 대충 땀을 닦으며 물었다.

예들린은 그런 모습까지 멋져 보이자 대뜸 감격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big brother...!”

축구 잘하면 형이 될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라커룸에 라파엘 배니테즈와 코치진이 입장했다.

그리고,

“잠시만, 아주 잠시만 내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란다.”

라파엘 배니테즈가 진중하기 그지없는 눈으로 선수들에게 청했다.

*       *       *

지난 시즌 후반기, 라파엘 배니테즈는 그 어떤 때보다 많은 라커룸 연설을 진행했다.

[이렇게 해선 안 된다! 이렇게 플레이하면 매번 지기만 할 뿐이야!]

[처참했다! 엉망이었고, 이런 식으론 우린 EPL에서 살아남지를 못해!]

[툰들을 위해서, 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을 자식들, 가족들을 위해서 뛰어라! 분발해라!]

그렇다.

어떡해서든 EPL 무대에 살아남기 위해 선수들을 자극하고 또 자극한 것이다.

그렇게 했음에도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강등을 피하지 못했다.

EPL에서 38경기가 치러지는 동안 고작 7승만을 기록하면서.

와중에도 꾸준히 선수단 규모는 더욱 축소되었다.

선수의 사기와 승부욕이 바닥난 것처럼, 라파엘 또한 다를 바 없었다.

올 시즌에 이르러선 연설이 전무했다.

[잘해라.]

[파이팅이다.]

[승리해라.]

이런 약소한 발언들이 전부였을 만큼.

몇몇 선수들은 라파엘이 머지않아 떠나리라고 까지 생각하였다.

그래서 라커 의자에 앉은 일부 선수들의 표정엔 의문이 어렸다.

‘웬일이래?’

‘무슨 말을 하려고...?’

반면에 인구는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두 눈에 힘을 한껏 주며 앉아있었다.

힐끗, 힐끗 눈동자는 굴렸다.

정면엔 미리 세팅해둔 휴대폰이 보였다.

축구를 사랑하는 딸에게 선물로 주고자 휴대폰 카메라를 통해 영상을 녹화 중에 있었으니까.

이미 선수와 구단에 승인까지 받은 상태였다.

‘뉴캐슬이 얼마나 매력적인 구단인지 보여주겠어!’

일종의 빌드업 작업이었다.

일반인이 시청하기 힘든 뉴캐슬의 깊은 내면을 딸에게 보여주며, 이 팀에 점차 애정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에서 말이다.

‘동 시간대에 빅경기가 열려도 고민 없이 뉴캐슬 경기를 시청하게끔...!’

더불어...,

‘세나야, 봐. 이게 아빠야.’

아빠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때, 라파엘 배니테즈는 선수들을 한 명 한 명 찬찬히 살펴보더니 대뜸 허리를 숙였다.

“미안합니다.”

자리한 선수들이 하나같이 당혹어린 표정을 지었다.

허리까지 숙인 라파엘은 약 5초가 지나서야 천천히 상체를 세우고는 말을 이었다.

“사과를 해야 할 것 같았다. 너희들의 노고에도 불구하고, 나는 언제든 팀을 떠날 생각만 했으니까.”

폭탄 발언까진 아니었다.

이미 대다수가 예상한 바였다.

선수들끼리도 자주 오간 말이 아니던가.

암만 부진한다 할지라도 라파엘 배니테즈의 이름값은..., 결코 챔피언십 리그에 어울리지 않았으니까.

라파엘, 그 스스로가 가장 그렇게 생각해왔고 말이다.

“솔직히 챔피언십에서 지휘하고 싶지가 않았다. EPL에서 뛰고 싶었고, 혹은 또 다른 유럽 4대 리그에서 팀을 이끌고 싶었다. 예전처럼 말이지.”

그랬던 라파엘은 오늘 선수들에게 가감 없이 속내를 털어놨다.

“이 팀은, 죽었다고까지 생각했다. 암만 발악해도..., 더는 EPL이라는 무대로 올라설 수 없으리라고까지 여겼고 말이야.”

라파엘은 덧붙였다.

“매시즌 선수단 댑스는 축소되었다. 일부 선수들에겐 기존 연봉을 삭감하기까지 했지. 동기부여란 동기부여는 떨어질 대로 떨어졌고...,”

챔피언십으로 강등당하며 일부 선수들은 기존 연봉이 50%나 삭감되었다.

“너희들이 지지했던 선수들은..., 하나 둘, 매 이적시장마다 다른 팀으로 떠났다. 구단은 개선은커녕 이 약소해진 규모 안에서 우리끼리 해결하기를 바랐고 말이다. 이러니 있던 애정도 떨어지는 게 당연하지.”

선수들도 공감하는 바였다.

이미 언론과 여론에서도 줄기차게 비판해오던 문제점이 아니던가.

한순간 장내의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멧 리치 또한 팀을 떠나고자 했던 이들 중 한 명이기에 침울한 얼굴로 고개를 떨구었다.

승리의 기쁨 뒤에 금방 차디찬 현실이 엄습했으니까.

하지만 그 고개는 금방 다시 들어 올려졌다.

라파엘의 진중하기 없는 눈빛에서, 갑자기 불씨가 튀기듯 하더니 불꽃이 화르륵 일었다.

“허나, 나는 팀에 남는다. 아니, 남고 싶어졌어. 그리고 이 팀을 다시금 EPL로 승격시킬 거다. 그게 이번 시즌 뉴캐슬의 최종 목표고 말이야! 그래, 내가 멍청했다! 이기적이었으며 너희들의 수준을 얕잡아봤지!”

멧 리치를 비롯해 나머지 선수들의 고개마저 번쩍 들렸다.

자말 라셀스의 두 눈은 크게 떠졌다.

‘감독님...!’

지금 감독은 그간 생각하던 바를 스스럼없이 밝힐 뿐만 아니라 지난날의 자신을 꾸짖었다.

나아가 선수들에게 새로운 목표의식을 심어주고 있었다.

라파엘은 들어 올린 오른 주먹을 꽈악 쥐었다.

그는 목청을 높였다.

“리그 4라운드가 치러진 현재! 우리는 4연승을 달리고 있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리그 순위 2위에 올랐으며 매 경기 이변을 연출하고 있어!”

라파엘 배니테즈는 두 눈을 부릅떠 덧붙였다.

“내 오판이었다. 내 자만이었지! 너희들만으로도 충분히 이 챔피언십 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릴 만한데 말이야!”

“...!”

“!”

이 순간 선수들의 마음이 뜨겁게 꿀렁였다.

감독은 지금 말하고 있었다.

단지 승격이 아니라, 챔피언십 우승을...!

라파엘은 그치지 않고 열변을 토해냈고 또 토해냈다.

이에 누구 하나 빠짐없이 경청하였으며 동화되었다.

“불가능하다라고는 말하지 마라! 지난 경기에서, 오늘 경기에서 난 확신했어! 이렇게만 플레이한다면..., 진정 다시금 우리의 고향인 EPL로 복귀할 수 있으리라고!”

단지 4연승을 했으니만큼 선수들의 사기를 더욱 끌어 올리기 위한 연설이 아니었다.

라파엘은 이 4경기가 치러질 동안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고 온몸으로 체감했다.

‘어떤 상대든 이길 수 있다는...!’

그래서일까. 식다 못해 바스라졌던 열망이란 게 일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도전해보고 싶다는 의욕이 솟았다.

그리고 그 중심엔 다른 누구도 아닌 마인구가 있었다.

그 한 명만으로 천국과 지옥을 오가게 만들던 4-2-3-1 플랜이 오늘 경기에서 살아났잖은가!

마인구, 단 한 명의 선수만으로 일부 선수들의 플레이는 한 단계 더 진보했다.

그렇듯 라파엘은 사죄와 함께 선수단에 이제라도 시즌 목표를 명확히 심고자 하였다.

“결단코, 어려운 게 아니다. 왜? 우리는 툰이니까.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노스이스트 잉글랜드 타인 위어 주를 대표하는 구단이니까! 우린 프리미어리그에서 4번이나 우승한 저력이 있는 명문팀이니까!”

영화 스코어를 통해 뉴캐슬 사이에서도 유명해진 명대사도 활용했다.

“런던에는 팀이 여럿 있고, 중부 지방도 마찬가지야. 글래스고엔 셀틱과 레인저스가...! 하지만 툰에는, 오직 뉴캐슬 하나뿐이지! 그 팀에 몸담은 선수가 바로 너희들이고 말이야.”

인구는 라파엘의 침을 튀겨대며 말하는 열정 어린 연설에 연대감이란 걸 다 느끼고 있었다.

‘이게 팀이란 건가?’

마치 스포츠 영화의 연설 장면이 떠오르는 것도 같았다.

실제로도 라파엘은 침을 사방으로 뿌려대며 열변을 토해냈다.

선수들의 달궈질 대로 달궈진 두 눈은 오직 라파엘에게 못 박힌 채.

라파엘의 정면에 앉은 부주장 폴 다밋은 이마에 튀기는 침을 틈틈이 수건으로 닦아내면서도 집중했다.

더불어 인구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스토리...!’

세나가 굉장히 좋아할 것 같았다.

< 053. 마! (10)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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