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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4. 마! (11)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54화 마! (11)
“바비 룹슨과 엘런 시어러가 몸담았던 클럽이 바로 뉴캐슬 유나이티드야. 바비 룹슨은 알랙스 퍼거슨과 함께 영국 최고의 감독으로 평가받는 인물 중 한 명이고.”
“우웅.”
“엘런 시어러는 우리 귀여운 세나도 알다시피 뉴캐슬 최고의 골잡이였지. 아니, 전 세계를 통틀어서도 최고의 골잡이 손가락 탑 파이브 안에 포함될걸?”
“우우웅.”
영국에서 벌써 10년째 택시기사로 일을 하고 있는 심 짐슨은 룸미러 너머를 힐끗거리며 생각했다.
‘이 인간...’
한참 전, 우버 콜이 아닌 휴대폰 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절 기억할는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전 당신을 잊지 않았습니다. 단 한 시도 말이에요. 그러니 오전 9시 10분. 우즈번 000 000 앞으로 와주십시오. 이곳으로 오는 거리 비용을 포함해 돈은 따블로 드리죠. 오늘은 아주 중요한 날이니 말입니다.]
수화기 너머로 차갑기 그지없는 목소리가 들리더니 일방적으로 통화는 끝났다.
그 즉시 심 짐슨은 우즈번 지역으로 향했다.
‘일단 돈을 따블로 준다니까...’
거기다 어디서 들어본 목소리였다.
막상 도착하자 짐슨은 자신의 예상이 정확히 맞아떨어졌음을 확신했다.
손님으로 마주한 건 다름 아닌 지난날 보디가드라 착각했던 남자와 그의 딸이었으니까.
궁금한 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내 전화번호는 어찌 안 거지?’
우버 등록을 하긴 했으나 전화벨이 울리기 직전 자신은 맨체스터주에 있었다.
‘이 거리에선 내 차량이 목록에 안 잡힐 텐데...’
전화번호 자체도 손님들에게 제공한 바가 없었다.
그런데 뒷좌석에 앉은 검은 머리칼을 올백으로 넘긴 남자는 알고 있었다.
‘대체 뭐지...?’
남자는 몸에 적당히 달라붙는 검은 정장 차림새였다.
누런 선글라스까지 착용한 그 모습은 전형적인 마피아 상이었고 말이다.
간만에 봤음에도 190cm에 달하는 키와 옷 핏 사이로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단단한 체격은 보는 것만으로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어째 몸이 더 좋아진 것 같기도...’
그러다 말고 짐슨은 입을 달싹거렸다.
“흐헣. 세나야. 뉴캐슬은 원래 뉴캐슬 이스트 엔드랑 뉴캐슬 웨스트 엔드가 합쳐져서 만들어졌다는 걸 알아?”
“몰라쒀.”
“응. 지금이라도 알면 돼. 아빠가 알고 있으니까 가르쳐줄게. 1892년에 그렇게 합쳐져서 탄생한 게 바로 뉴캐슬 유나이티드야.”
“우웅. 아빠는 똑똑해.”
“세나야. 아빠 칭찬에 약한 거 알면서 그렇게 칭찬을 밥 먹듯이 해주면 어떡해? 웅?”
“...”
심 짐슨은 두 눈을 가늘게 떴다.
‘누가 봐도...’
저 양 갈래 머리 꼬마 아이는 애써 아빠의 대화에 맞춰주고 있었다.
‘애가 벌써부터 배려심이 차고도 넘치네...’
그도 그럴 게 저 남자는 10분째 뉴캐슬에 관한 이야기만 주야장천 하고 있었다.
빙구 미소와 함께 말이다.
“또 그거 알아?”
“뭐어?”
“뉴캐슬엔 말이지. 유명한 인물을 다수 배출했어. 엘런 시어러는 잘 알겠고, 로완 엣킨슨이라고 알아?”
“몰라쒀.”
“유명한 코미디언이자 배우야. 피터 힉스는?”
“몰라쒀.”
“이론물리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지!”
“우어...!”
“우리 세나. 방금 아빠한테 똑똑하다고 한 거지? 흐헣!”
“우웅. 아빠 똑똑해!”
“아빠 영어 실력도 많이 늘지 않았어? 봐. 지금 거의 뭐 뉴캐슬 토박이처럼 말하고 있잖아.”
“우웅. 마자! 뉴캐슬 토바기같아!”
“저기 봐. 기사 아저씨도 영국인인 줄 알았다잖아?”
“우웅! 그러네!”
“...”
절대 자의에 의해서 나온 대답이 아니었다.
짐슨은 이제 투 머치 투커에 의해 차창 너머로 시선을 돌리기까지 한 세나라는 딸을 보며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저런 빙구 미소를 짓고서 강요를 하다니...!’
* * *
오늘은 세나의 유아 학교 입학식이 있는 날이었다.
그렇듯 인구는 경기 후 당일 휴식이 제공된 만큼 전날 가은이에게 말해 대신 세나를 데리고 학교로 향했다.
[내가 가도 되는데...,]
[어허! 무슨 소리야? 넌 회사에 집중해. 아빠가 이렇게 버젓이 쉬고 있는데 굳이 무슨... 시간이 나는 사람이 가는 거지. 그리고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며 승승장구하는 게 세나를 위한 길인 거야.]
[아니, 진짜 내가 가도...]
[에헤이~ 걱정하지 마. 세나한테 그 어떤 위험도 접근하지 못하게 내가 막을 테니까. 아빠인 내가 반드시 지킬 거야.]
[위, 위험이라니?]
그렇게 유아 학교로 가는 가장 안전한 루트를 알고 있는 심 짐슨이라는 택시운전사를 호출했다.
‘낯선 택시 운전사의 차를 탈 수는 없는 법!’
세나의 중요한 입학식인 만큼 어떠한 변수도 끼어들 틈을 주고 싶지 않았다.
“덕분이요.”
“예, 예?”
심 짐슨은 작은 아이를 유아학교에 입학시킨 뒤, 몇십 분 후에야 돌아와 뒷좌석에 혼자 탑승한 남자의 말에 흠칫거렸다.
“뭐, 뭐를요?”
언제 빙구 미소를 지었냐는 듯, 유아 학교에 세나를 맡기고 온 인구는 무뚝뚝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를 냈다.
“내 딸을 안전하게 유아 학교에 입학시킨 데 당신 역할이 아주 컸거든.”
“....”
“우즈번에서 이곳 뉴캐슬 유아 학교로 향하는 데 있어 가장 능수능란한 데다, 운전 실력이 출중한 사람이 바로 그쪽 아닙니까? 심 짐슨씨?”
“...그, 그렇죠. 아무래도 전 뉴캐슬 토박이기도 하니까.”
짐슨은 칭찬에 멋쩍게 웃으며 콧등을 손끝으로 긁적였다.
그러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 남자..., 딸이 있을 때랑 없을 때랑 분위기가 180도 달라!’
스윽.
자세부터가 바뀌었다.
새삼 근엄한 분위기를 풍기며 뒷좌석에 편히 기대어 앉았으니까.
콧대에 걸친 선글라스 너머로는 날카로운 눈을 빛냈다.
“기사 양반. 궁금하겠죠?”
“...뭐를 말입니까?”
“제가 어떻게 당신을 찾아냈는지. 그 먼 맨체스터주에서 택시 영업을 하는 중에 이곳 뉴캐슬까지 불러들였으니까.”
짐슨은 습관처럼 입을 달싹거렸다.
궁금하긴 했다.
짐슨은 긴장된 눈길로 룸미러 너머의 검은 머리 남자를 살폈다.
그는 입을 살짝 닫고서 이쪽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꿀꺽!
짐슨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문득, 어쩌면 정말 그가 일전에 자신이 생각했던 특별한 직업의 남자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얼핏 듣기로 훈련이라고 언급했던 것 같은데...’
저 몸뚱이와 분위기는 도저히 일반인의 것이 아니었다.
절대 축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뉴캐슬 토박이인 것과 달리, 짐슨은 축구에는 딱히 관심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는 금세 진이 빠져버렸다.
인구는 슬쩍 고개를 차창으로 돌리며 말했다.
“알려드리지 않을 겁니다. 기밀 사항이라.”
“...”
순간 욕이 나올 뻔했지만 짐슨은 애써 미소지으며 참았다.
그러다 말고 문득 일전에 부녀의 대화가 떠올라 물었다.
“그런데 직접, 데려다주신다지 않았어요?”
분명 그랬다.
본인이 직접 운전을 하게 되면 햄버거 가게에 들러 햄버거를 사주겠노라! 며 호언장담했었잖은가.
그러나 검은 머리 남자, 인구는 느릿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운전면허증이 없어서.”
“...”
“그리고 전 베스트 드라이버가 아닙니다. 내 딸을 위험에 빠뜨릴 수가 없어요.”
“위, 위험에 빠뜨릴 것까지야...”
“사실 운전대를 잡아 본 적이 없죠.”
“그건 진짜 위험하네요.”
짐슨은 어색한 미소와 함께 화제를 전환했다.
“그러면 이제 어디로 갈까요?”
유아 학교 앞에서 기다린 이유는 간단했다.
이 남자가 따따블을 줄 테니 기다려달라고 했으니까.
‘다시 집으로 가는 건가?’
딸이 유아 학교에 입학한 만큼 우즈번 지역으로 향하지 않을까 싶었다.
허나 인구는 또다시 느릿하게 고개를 저었다.
“여기 남도록 하죠.”
“예?”
“상황을 끝까지 지켜봐야죠.”
“무슨...?”
“어떤 위협이 도사릴지 모르는 판국에, 이렇게 딸을 두고 떠난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
순간 인구는 차창 너머를 향하고 있던 두 눈을 번뜩였다.
“그러니 여기서 세나의 학교 일과가 끝날 때까지 지켜봅시다. 만에 하나 위급상황이 오면 1분 내로 출동해야 하니까. 입학 날엔 그 어떤 변수도 고려해야 해요. 어쩌면...,”
말끝을 늘어뜨린 인구는 흉흉한 기세를 풍기며 덧붙였다.
“이 주변에 해리포터의 드래이코 말포이 같은 녀석이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오.”
“...”
“상황을 철두철미하게 주시할 필요가 있소. 어떤 경우의 수도 다 따져야 하지.”
짐슨은 이제 할 말을 잃었다.
끝에서 인구는 말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아아, 돈은 걱정하지 말고요. 따따따블로 드릴 테니. 잠복 수고비는 별도로 지급.”
생각지도 못한 제안에 짐슨의 두 눈은 크게 떠졌다.
이어 그는 대뜸 룸미러 속 사장님이 된 그를 보며 외쳤다.
“...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렇게 짐슨은 고용되었다.
돈이 최고였다.
* * *
라파엘 배니테즈는 4라운드부터 4-2-3-1 플랜을 주력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는 고된 전술 훈련을 통해 선수들의 공격 전개 과정을 보다 더 매끄럽게 숙달시키는 데 집중했다.
수비적으로도 열을 올렸다.
기본적으로 라인이 높은 만큼 오프사이드 트랩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그렇게 5라운드, 6라운드에서마저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7라운드 애스턴 빌라전에선 1 : 1 무승부, 8라운드 미들즈브러를 상대론 2 : 2 무승부를 거뒀다.
하지만 팬들은 찬사를 보냈다.
- : 아주 시원시원하구만!
- : 와...! 뉴캐슬이 화끈한 공격 축구로 돌아왔어!
- : 한 골 먹히면 두 골 넣으면 그만! 지금처럼만 하자!
- : 처음엔 플레이 자체가 엉성한 부분이 있었는데..., 꾸준히 사용하니 점점 더 단단해지고 있어!
- : 애스턴 빌라랑 미들즈브러라는 강팀 상대로 무승부면 선방한 거지!
- : 실점이 계속 있긴 하지만..., 확실히 공격 방식이 다채로워졌긴 해. 지난 전술보다는 이 전술로 밀고 가는 게 맞는 것 같기도.
- : 원래 우리 뉴캐슬의 근간은 공격 축구였어! 골을 먹히더라도 지금처럼 악착같이 침투하고 슛을 때리는 게 뉴캐슬의 진짜 모습이라고! 난 라파엘을 지지해! 그러니 지금 전술을 밀고 가!
- : 인쿠 수신호 하는 거 실화냐? 선수들이 인쿠 리딩이랑 수신호에 따라 움직이네??
시간이 가면 갈수록 4-2-3-1에 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툰들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라파엘 배니테즈가 구사한 전술 자체가 매우 공격적인 플랜으로, 이는 툰들이 가장 좋아하는 방식이었으니까.
무엇보다 리그 8라운드 동안 뉴캐슬의 핵심 스트라이커, 인구는 16골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이는 득점 랭킹 2위(10골)를 압도적인 차이로 따돌릴 만큼 엄청난 퍼포먼스였다.
시간은 더욱 흘러 10월 말.
EFL컵, 흔히 리그컵이라 불리는 영국의 전통적인 컵대회의 32강 대진표가 발표되었다.
2라운드부터 EPL팀과 챔피언십 리그 소속 구단이 참가하는 데다, 경기 방식은 넉아웃 스테이지로 치러진다.
그리고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상대는...,
[<11월 3일> 뉴캐슬 유나이티드 VS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
현재 EPL 중위권 팀과 맞붙게 되었다.
< 054. 마! (1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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