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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64.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5)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64화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5)
인구의 기습 공격에 툰들은 열광했다.
해당 인터뷰만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관련된 모든 기사가 단지 루머였을 뿐임을 증명했으니까.
- : 인쿠우우우우우~ 뉴캐슬의 산티아구 무네즈으으으으!
- : 그렇지! 인쿠라면 뉴캐슬을 위해 남을 줄 알았어!
- : 응~! 맨유는 빅팀 아니야~!
반면 레드 데빌스들은 언제 인구의 영입을 환영했냐는 듯 분통을 터뜨렸다.
- : 이 미친놈이 돌았나?
- : 우리가 빅팀이 아니라고? 그러면 누가 빅팀인데? 설마 영화 속에서나 빅팀인 너네가 빅팀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 : 팍이 진짜 착한 거였어. 인쿠 저놈은 아대바요르랑 발로탤리같은 놈이라고!
- : 어휴! 근본이 없네. 근본이 없어.
- : 잉글랜드 챔피언십 선수 따위가 EPL에서 가장 많은 리그 우승을 거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저런다고? 쟤 또라이 아니야?
* * *
몇 시간 뒤.
뉴캐슬의 구단주 집무실.
“이렇게 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이적 사가는 완전히 끝났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
구단주, 마이클 애슐리는 중역의자에 앉아 단장 댄 라셀스의 보고를 받고서도 아무런 답변을 하지 못했다.
이에 댄 라셀스는 쓰게 웃으며 덧붙였다.
“선수 본인 또한 당장은 팀을 떠날 의사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후우...”
이내 입 밖으로 쓰라린 한숨이 새어나왔다.
마이클 애슐리로선 답답할 노릇이었다.
사실 그는 언론이 말한 대로 인구를 팔아버릴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100만 파운드(한화 15억)에 영입한 선수의 이적료가 반 시즌만에 3200만 파운드(499억)나 치솟았다.
소위 말하는 잭팟이었다.
‘지금이 딱 적기라 여겼건만...’
이 순간이 지나면 언제 또 가격이 폭락할지 몰랐다.
지난 몇 년간 이 축구판에 몸담은 만큼 선수의 몸값은 주식 그래프같다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자칫 재수 없게 부상이라도 당하게 된다면...,
‘몸값은 크게 떨어지지.’
한 시즌 잘했다가 다음 시즌 부진을 넘어 아예 폭망하는 선수도 더러 있었고 말이다.
현재까지의 리그 순위 역시 압도적이었다.
인구의 덕이 컸지만, 지금 선수단 텐션에선 굳이 그가 없더라도 끝까지 우승 경쟁을 다툴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어렸다.
‘인쿠를 매각하고 벌어들인 절반 금액으로 주전급 공격수를 영입해도 되고 말이야.’
이미 몇몇 스트라이커 리스트까지 만들어놓은 참이었다.
“맨유 측은, 뭐라나?”
“노골적으로 불쾌한 감정을 비치고 있습니다. 선수를 영입할 의사는 완전히 접은 것 같고요.”
“다른 구단은...?”
“몇몇 epl 중하위권 팀들의 제안은 유효하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제시한 금액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으음.”
애슐리의 입에서 절로 찜찜한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로서도 이 이적 사가가 선수의 발언만으로 이렇게 한순간에 엎어지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결국, 그가 현재 할 수 있는 차선은 하나였다.
“한동안 인터뷰 금지시키게.”
계약 기간이 그리 길지 않은 만큼, 애슐리는 덧붙였다.
“조만간 재계약 협상 자리를 갖도록 하지.”
* * *
이번 인구의 인터뷰로 울레 군나르 솔사르는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해버렸다.
팀의 졸전 속에서 갑자기 나타나 연승을 이끈 감독답게, 레드 데빌스들은 솔사르를 적극 지지해주었다.
상당수는 인구의 개인 SNS까지 찾아가 맹비난을 가했을 정도다.
물론 인구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구단 측은 단지 인터뷰 금지령만 내렸을 뿐이니까.
고로, 별스타그램에 직접 맨유에 관한 게시글을 남기는 광기를 보였다.
[적어도 알랙스 퍼거슨, 아니, 조제 무리뉴의 맨유까지는 인정한다만. 이후의 맨유는..., 완전히 저물어버린 해야. 정 부정한다면..., 뭐 어쩔 수 없지. FA컵 3라운드에 내가 직접 증명시켜줄게. 아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악감정은 없어. :) <임시> 감독인 울레 군나르 솔사르에겐 더더욱 없고.]
인구에 의해 유나이티드 더비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 *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 앞서, 뉴캐슬은 애스턴 빌라와의 리그 경기가 예정되어 있었다.
많은 툰들은 이 경기를 결승전 못지않게 여겼다.
그도 그럴 게 양 팀 간의 승점 차는 고작 5점에 불과했으니까.
- : 이 경기 이기면 애스턴 빌라랑 승점 8점 차로 벌릴 수 있어!
ㄴ : 반대로 패하는 순간엔..., 승점 2점 차로 좁혀지지. 아마 다음 경기에서도 많은 영향을 끼칠 거고!
- : 툰들이여! 조기 우승하자아!
- : 일단 이 경기 반드시 잡고 가야 체력 안배 차원에서 최하위권 경기에서 로테이션도 돌리고 하지.
- : 얘들아, 애스턴 빌라를 만만하게 봐선 안 돼! 이 팀엔 EPL급 선수진이 다수 포함되어 있거든.
ㄴ : 그걸 누가 모르나? 얘네도 우리처럼 강등된 팀이잖아. 반면에 얘네는 주전급 대부분 지키는 데 성공했지.
애스턴 빌라 서포터즈들은 팀의 핵심인 잭 그릴리시가 부상에서 돌아오면서 한껏 기대감에 들떴다.
- : 잭 그릴리시가 지난 경기에 드디어 복귀해서 멀티골을 작렬했어. 몸 상태는 완벽해 보였고!
- : 채 아담스도 있고, 재레미 보가도 이제 돌아왔다! 진정한 애스턴 빌라의 시대가 도래한 거라고!
애초에 애스턴 빌라는 대다수 언론이 평가한 승격 1순위 팀이었다.
그만큼 EPL에서 노닐던 다수의 주전급 선수들을 지키는 데 성공했으니까.
단지 문제가 있었다 라고 한다면 시즌 초, 중반 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잭 그릴리시와 일부 선수들이 연달아 부상을 당했다는 것이었다.
* * *
[잭 그릴리시의 현재 트랜스마켓이 책정한 이적료는 3800만 파운드(한화 590억)입니다. 이는..., 잉글랜드 챔피언십 최고 금액이죠.]
경기 며칠 전을 앞두고 뉴캐슬의 축구 관련 매체들은 애스턴 빌라에 관한 분석 리뷰에 임하고 있었다.
인구는 소파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잭 그릴리시라.’
생긴 것도 잘생긴 놈이었다.
마치 데이비드 배컴을 얼핏 떠올리게 할 만큼.
TV 속 전문가는 말을 이었다.
[이마저 EPL에서 챔피언십으로 강등당하며 하향된 금액입니다.]
[잭 그릴리시는 애스턴 빌라 유스 출신으로 지난 2013년 프로 데뷔전을 가졌으며 팀이 강등됐음에도 불구하고 잔류를 택해 로맨티스트적인 면모를 보여주었죠. 애스턴 빌라 팬들은..., 그를 사랑합니다.]
[플레이스타일은..., 유려한 플레이메이커라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인구는 구단 전력분석관을 통해 그를 비롯한 애스턴 빌라의 선수들, 전술에 관한 사항을 제공 받은 상태였다.
곧 화면엔 잭 그릴리시의 몇몇 하이라이트 장면이 재생되었다.
툭, 툭, 타앗!
1대1 대치 상황에서 왼발과 오른발을 적절히 섞어가며 상대 수비수를 혼동시키더니,
투웅!
순식간에 공과 함께 배후 공간을 파고들었다.
뻐어엉!
이윽고 좌측 사이드 끝자락에서 오른발 아웃프런트 크로스를 구사했다.
길게 필드를 가로질러 날아간 공은 때마침 우측 페널티 에어리어 바깥에서부터 침투한 동료 공격수의 머리에 뚝 떨어졌다.
철렁~
골망이 시원하게 물결쳤다.
“우오오오오...!”
함께 리뷰 분석을 보고 있던 세나의 입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순간 인구의 한쪽 눈썹 끝이 씰룩였다.
“와아~ 잘생겨쒀...!”
세나가 TV 가까이 다가가 두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서 화면에 띄워진 잭 그릴리시를 빤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탓!
포동포동한 손이 tv 속 그릴리시의 뺨에 닿기까지...!
인구의 눈썹이 한 번 더 꿈틀거렸다. 곧 그는 세나를 향해 말했다.
절대 질투가 나서가 아니었다.
“세나야. 뒤로 와.”
“우웅? 왜에?”
“TV 가까이 가서 보면 눈 아야해.”
“하지만 세나는 아빠 닮아서 눈도 강한데에?”
“아니, 그래도 안 돼. 빨리 뒤로 와.”
“우웅...”
세나가 아쉬운 표정으로 뒤뚱뒤뚱 물러섰다.
하지만 큼지막한 두 눈은 그릴리시에게서 떨어질 새가 없다.
“돼찌?”
곧 아이는 소파 위로 엉금엉금 올라와 자신처럼 양반다리를 하고 앉고선 슬쩍 이쪽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초롱초롱하기 그지없는 눈망울에 순두부 같은 볼살을 보자니 금세 입꼬리는 째질 것처럼 걸렸다.
‘너, 너무 귀엽잖아.’
인구는 볼을 꼬집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참았다.
양손에 일회용 장갑을 낀 채로 유부초밥을 열심히 만드는 중이었으니까.
오늘은 간만에 나들이를 가는 날이었다.
물론 방금 전 세나의 행동만으로, 인구는 애스턴 빌라를 그냥도 아닌, 아주 박살을 내버릴 생각이었다.
특히, 저 잭 그릴리시는,
‘나쁜 새끼. 감히 우리 딸을 유혹해? 아주 그냥 절구통처럼 바닥을 뒹굴게 만들어주마.’
나쁜 새끼가 되었다.
* * *
경기 당일.
애스턴 빌라의 홈구장, 빌라 파크엔 4만 2천여 명에 달하는 관중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경기 전부터 애스턴 빌라 선수들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단연 잭 그릴리시의 이름이 가장 크게 울려 퍼졌고 말이다.
재에엑!
그릴리시이이이이이이!
양 팀 선수들이 입장하자 해설진은 애스턴 빌라의 선발 라인업부터 소개했다.
[홈틴 애스턴 빌라의 라인업입니다!]
[4-4-1-1플랜으로 최전방 원톱에 카이런 데이비스(1500만 파운드(한화232억))]
[중앙 플레이 메이커에 잭 그릴리시!(3800만 파운드(한화 590억)!)
좌우 사이드 미드필더엔 제래미 보가(3000만 파운드(한화 466억), 밀란 예디낙(1000만 파운드(한화(155억))이.
[투 볼란테엔 재임스 포터(600만 파운드(한화93억), 마빈 그레고리(1100만 파운드(한화 170억)]
[포백은 재임스 체스터(800만 파운드(한화 124억), 악셀 튀앙재브(1500만 파운드(한화233억), 알런 허튼(800만 파운드(한화108억), 앨 모하메드(700만 파운드(한화 108억))
골키퍼 장갑은 셈 존스턴(700만 파운드(한화 108억)이 착용했다.
해설진은 감탄에 겨워했다.
[대부분의 주전 자원을 지키는 데 성공한 애스턴 빌라아!]
[그들은 이제 오직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위해 힘차게 달려나가고 있습니다!]
[오늘 경기는 애스턴 빌라에게 있어 매우 중요하고요!]
물론 두 명의 핵심 선수를 내보내긴 했으나 매각 금액으로 금방 수준 높은 선수로 메워버린 애스턴 빌라였다.
그렇듯 선수단 전체 몸값은 잉글랜드 챔피언십에서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었다.
더욱이 주전 선수들이 대거 복귀한 만큼,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 경기가 치열한 접전으로 이어지리라 예상했다.
* * *
타아앙!
촤라악!
전반전 7분 만에 골망이 물결쳤다.
득점의 주인공은...,
[인쿠우우우우우! 골키퍼 펀칭을 맞고 튕겨 나온 공을 하프 발리킥으로 결정짓습니다아아아!]
[골라인 앞에서 바운드된 공에 골키퍼가 그만 옆구리 사이로 공을 통과시켜버렸네요!]
인구의 이른 득점이 터지자 툰들은 오늘 경기도 쉽게 쉽게 흘러가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불과 3분 뒤.
뻐어어엉!
촤라악!
애스턴 빌라의 기막힌 중거리 동점 골이 나왔다.
[고오오오오오올! 환상적인 중거리 슈팅에 미처 반응하지 못한 뉴캐슬의 골키퍼어어!]
득점의 주인공은 잭 그릴리시였다.
“으어어어어!”
그릴리시는 동료들에게 둘러쌓이면서도 불끈 쥔 주먹을 휘둘렀다.
두 눈은 열망으로 활활 타올랐다.
‘반드시 이긴다!’
뉴캐슬과의 경기는 승점 6점짜리 경기와 다를 바 없었으니까.
그러나 5분 뒤.
촤락!
인구가 또 한 골을 집어넣으며 금방 격차를 벌렸다.
< 064.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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