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69화 (69/200)

=======================================

< 069.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10)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69화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10)

맨유와의 FA컵 3라운드까지 이틀 앞둔 시점.

오후 훈련이 끝나고 난 뒤 인구는 헐레벌떡 자전거를 타고 퇴근에 임했다.

“또, 또...!”

살로몬 런던은 엉덩이까지 들어 올린 채 전력으로 자전거를 모는 인구의 뒷모습을 경악스레 바라봤다.

수영만 없었을 뿐이지, 훈련이 끝난 뒤 인구는 진정 철인 3종을 방불케 하는 2종 경기를 홀로 임하고 있었으니까.

*       *       *

붉은 노을이 내려앉은 오후.

“후윽! 후우욱!”

뉴캐슬 어폰타인의 대표적인 자랑거리. 키사이드 강변에서 몸에 딱 달라붙은 타이즈를 입은 한 남자가 자전거 페달을 연신 밟았다.

“후욱-! 후우욱!”

그 입에선 수십 년간 숙달해온 일정한 호흡법이 터져 나왔다.

값비싼 헬멧을 비롯해 시퍼런 안경까지 착용한 그의 이름은 마크 디쉬.

영국의 트랙 및 로드레이싱 사이클 선수였다.

포지션은 스프린터!

100M ~ 200M 정도의 짧은 코스를 최고 속력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포지션이었다.

지난 2010년도. 프랑스 대회, 투르 드 프랑스를 통해 데뷔전을 가진 그였지만 아직은 그럴싸한 성적을 기록하지 못했다.

투르 드 프랑스에선 포인트 종합 랭킹 11위를 기록.

이후 지로 이탈리아란 대회에선 13위.

부엘타 아 에스파냐라는 메이저 대회에선 15위를 기록했다.

그에게 있어 1등은커녕 2등도 멀고도 먼 것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매일 이 시간대, 이곳 키사이드 강변에 나와 끊임없이 훈련에 임했다.

두 다리에 무게추까지 달아가면서 말이다.

오늘은 하지 않았지만.

‘반드시! 반드시 10위권 안으로 들거야...!’

더 나아가선 스테이지 우승을 비롯해 포인트 종합 랭킹 1위.

그리고 로드 월드 챔피언십 금메달을 목에 매다는 게 일평생의 소원이었다.

‘남자라면···! 내가 택한 종목에서 한번쯤은 최고가 되어봐야지!’

바로 그때였다.

수욱-!

“뭣?”

마크 디시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갑자기 제 왼측면을 지나쳐버린 또 다른 자전거에 화들짝 놀라 살짝이지만 휘청이기까지...!

그도 그럴 게...,

‘빠, 빨라!’

눈 깜짝할 사이 자전거 코스를 지나친 남자의 페달 굴리는 속도가 상상 이상으로 빨랐다.

헬멧 사이로 얼핏 비친 검은 머리칼에, 검정색 트레이닝 차림새임에도 드러난 몸매는..., 결코 일반인의 몸이 아니었다.

‘사이클 선수인가?’

뉴캐슬 어폰타인에도 몇몇 사이클 선수가 거주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마크 디쉬의 페달 밟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다.

최대한 가까이 붙어 말이라도 걸어볼 참이었다. 누구인지 얼굴도 궁금했고 말이다.

‘유명한 선수로는 캐빈 프린스가 있어...!’

‘아톰도...!’

언급한 선수 모두 자신보다 뛰어난 사이클 선수였다.

포지션도 같은 스프린터.

아톰의 특징 중 하나는 검은 머리칼까지 지니고 있다는 것이었다.

단단하고도 커 보이는 몸뚱이도 얼핏 일치했다.

‘서, 설마...!’

마크 디쉬는 눈앞의 존재가 지난 시즌, 포지션 랭킹 3위를 기록한 아톰 일러스라 확신했다.

그래서일까?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미친...!’

속력을 드높여도 봤지만 10M까지 벌어진 간격은 고작 유지가 되는 게 전부.

순간 심장 부근에서부터 열망이란 게 화르륵 치솟았다.

‘이, 이건 기회야....!’

아톰과 이런 자리에서 맞붙어볼 기회는 절대로 흔치 않은 것이었다.

지난 1년간, 뼈가 닳고 피가 나는 훈련을 거듭한 만큼, 눈앞의 스파링 상대로 자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도 궁금했다.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서 작년엔 대회에 참여하는 대신 훈련에만 매진하지 않았던가!

으득!

생각을 끝으로 이를 악문 마크 디쉬는 엉덩이를 들어 올려 온 힘을 다해 페달을 밟았다.

*       *       *

마크 디쉬는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이 사람은 대체...’

때때로 그는 포지션 랭킹 10위권 이내 드는 선수들은 하나같이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났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생각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똑같았다.

‘내가 암만 노력해도..., 따라잡을 수가 없었잖아!’

그런데 지금.

“후욱-! 후욱-! 후욱!”

눈앞, 아톰의 질주는 벌써 10분째 멈추지 않았다.

이제 마크 디쉬는 따라잡으려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오늘 처음 마주한 이 베테랑은 훈련도 실전처럼! 마치 매 10M마다 결승선이 있는 것마냥 최선을 다해 페달을 놀려댔으니까.

‘이렇게까지 훈련에 임한다고...?’

그에겐 잠깐의 호흡을 골라내는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다.

같은 동업자인 만큼 마크 디쉬는 알 수 있었다.

지금쯤 입에서 단내가 나고, 폐가 터질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을!

‘그럼에도 멈추지 않아...!’

이때쯤 마크 디쉬는 그의 널따란 등을 보며 경외감에 심취했다.

‘노력이었어...! 노력이었다고...!’

옛 자신의 스승은 이러한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노력도 재능의 영역 중 하나야.]

라고.

그리고 마크 디쉬는 그 말을 여지껏 부정해왔었다.

자신은 백날 노력해봤자 한계가 명확했으니까.

하지만 지금 눈앞의 아톰 일러스를 보자니 자신은 우물 안의 개구리란 걸 깨달았다.

가만 보니 그의 자전거도 결단코 좋은 자전거가 아니었다.

장비도 최소한으로 착용했을 뿐이거니와 물통 거치대엔 물조차 없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서였을까.

끼이이익-

아톰의 자전거가 어느 한 대형 매장에 멈춰섰다.

뒤따라 마크 디쉬 또한 정차했다.

이어 그는 허겁지겁 자전거에서 내려 말이라도 걸어보고자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저기, 아톰...!”

다다다다다다-!

아톰이 자전거에서 내리자마자 전속력으로 대형 매장을 향해 달려간 것이다.

땀에 흠뻑 젖다 못해 안색이 하얗게 질리기까지 한 마크 디쉬는 두 눈만 끔뻑거렸다.

몇 분여가 더 지나서였을까.

“흐헛, 흐허허헣.”

아톰이 빙구 미소를 흘리며 매장에서부터 걸어 나왔다.

양 손목엔 큼지막한 쇼핑백을 한가득 걸치고서.

그러다 자전거 앞에 멈춰서 서는 쇼핑백 속 방금 전 구매한 물건 하나를 꺼내 보았다.

“한정판매 ATS 굿즈...!”

“....”

포지션 랭킹 3위, 아톰 일러스, 아니 마인구는 오늘 한정판 K 아이돌 ATS의 굿즈 판매 시간에 맞춰 전력을 다해 이곳으로 향한 거였다.

손에 들린 포토카드 키링을 보는 것만으로 입꼬리는 히죽하니 올라갔다.

깜짝 선물에 세나가 콩콩 날뛰며 기뻐할 것을 상상하니 뿌듯함이 밀려들었으니까.

인구는 쇼핑백 속에서 또 다른 물건을 꺼냈다.

“이건 ATS 피규어...! 크으!”

세나가 가장 좋아할 굿즈 피규어였다.

1분만 늦었어도 매진될 뻔한 걸 가까스로 구했다.

그러다 문득, 인구의 미간이 좁혀졌다.

“음?”

조금 전부터 느껴진 시선에 인구는 고개를 돌렸다.

“...?”

불과 세 걸음 거리.

몸에 딱 달라붙은 타이즈를 입은, 파리 눈 같은 선글라스를 착용한 남자가 입을 동그랗게 벌린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 남자는 인구와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입을 벙긋대다 말고 물었다.

“...누구, 세효?”

*       *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집무실.

뉴캐슬과의 FA컵 3라운드를 앞두고 수석코치, 마이크 팰란은 말했다.

“1.5군, 또는 1.7을 가동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FA컵 3라운드를 치른 뒤 고작 3일 만에 우린 또 리그 경기를 소화해야 하니 말이죠.”

울레 군나르 솔사르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맞은편 소파에 앉은 팰란을 향해 답했다.

“물론입니다. 거기다 뉴캐슬 이후 상대는 맨체스터 시티니까요.”

“옳으신 판단이십니다.”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일부 주전 자원들의 체력을 아낄 필요가 있었다.

상대가 잉글랜드 챔피언십 1위 팀인 만큼 주전 전원을 빼기란 무리가 있었고 말이다.

그렇지만, 신경이 쓰였다.

전날 단장인 애드 우드워드가 말하지 않았던가.

[감독님을 조롱한 건, 우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조롱한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러니 그냥 이겨선 안 될 거요. 임시라 해도 감독님은 현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이니까. 레드 데빌스들도..., 압도적인 승리를 원할 겁니다.]

거기다 우드워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준결승까지 올려놓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래야지만 정식 감독직을 제안할 것이라고까지 했고 말이다.

‘개자식...’

이가 절로 으득 갈리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조제 모리뉴 체제 이후 급작스레 이 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팀의 규모는 자신이 선수로 활약하던 시기와 비교해선 눈에 띄게 작아졌다.

솔직히 말해 일부 선수를 제외하곤 맨유에 부합하지 않는 선수를 솎아내는 게 더 쉬울 만큼 스쿼드 규모가 얇아진 거다.

‘그런데 뭐? 준결승 진출?’

어쨌거나 저쨌거나 구단 수뇌부의 목표치에 도달하기 위해선 이번 FA컵 3라운드에선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다.

‘그것도 대승...!’

원래 계획은 마이크 팰란이 제안한 선발 라인업보다도 약한 라인업을 내세울 생각이었다.

리저브에 속한 미래의 재능들, 타휘트 총, 재임스 가너, 애단 해밀튼 등을 기용해서.

암만 이전만 못한 맨유라도 뉴캐슬 따위는 이길 수 있으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베테랑들과 적절히 섞어주면서 말이야.’

그 베테랑들도 주전 자원이 아닌, 벤치 자원이었다.

마루앙 팰라이니 같은.

하지만 전날 우드워드와의 면담으로 솔사르는 기존 플랜을 변경하기로 결심했다.

인구가 끼친 영향도 적지 않았다.

그가 경기 이틀 전을 앞두고서 또 SNS에다가 맨유를 조롱했으니까.

[그만 좀 해라. 맹구들아. 뭐 그렇게까지 땍땍거리는 거야?]

이는 극성 레드 데빌스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인구의 SNS를 공격한 영향도 있었다.

*       *       *

1월 12일 경기 당일, 한 시간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라인업이 공개되었다.

GK : 세르히오 로매로 [2000만 파운드(한화 317억)]

LB : 마태오 다르미안 [1500만 파운드(한화 238억)]

CB : 크리스 스물링 [2500만 파운드(한화 397억)]

CB : 빌 존스 [1900만 파운드(한화 301억)]

RB : 애슬리 영 [1500만 파운드 (한화 238억)]

LCM : 네마나 마티치 [3700만 파운드(약 588억 원)]

RCM : 안데르스 에레라[3000만 파운드(한화 476억))

CDM : 스콧 맥토미니 [2000만 파운드(한화 317억)]

LW : 마커스 래시퍼드 [3500만 파운드(한화 556억))

RW : 재시 린가드 [2000만 파운드(한화 317억))

ST : 매이슨 그린우드[2700만 파운드(한화 428억)]

sub :

다뷔드 데 헤아 (GK)

알렉시스 산채스 (FW)

로맬루 루카쿠 (FW)

호안 마타 (MF)

폴 포그마 (MF)

빅터 린델로프 (CB)

로크 쇼 (LB)

주전 상당수가 빠진 라인업이라 할 수 있었다.

안토니 마샬에겐 아예 휴식을 부여했고 말이다.

대신 울레 군나르 솔사르는 매이슨 그린우드, 스콧 맥토미니와 같은 촉망받는 유망주를 선발로 내세웠다.

< 069.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10) > 끝

ⓒ 강로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