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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70.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11) <무료 마지막>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70화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11)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승리 전망...]
[뉴캐슬 유나이티드 라인업 발표! 인쿠 선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신예들 대거 선발로 기용해...!]
경기 전부터 언론 보도가 줄지었다.
그만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팀은 영국에서 인기리가 있는 구단이었다.
암만 잉글랜드 챔피언십이 상대라고 해도 말이다.
대다수 언론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승리를 당연시하게 점치고 있었다.
인구의 입김도 작용했다.
[맨유는 빅클럽이 아니야.]
라는 그 발언에 레드 데빌스들이 며칠 내내 끓어올랐으니까.
당일 경기에 이르러서 그들은 진정 뉴캐슬을 초전박살 내기를 원하고 있었다.
- : 줫같은 뉴캐슬 따위는 최소 6점차 이상으로 밟아줘야지!
- : 인쿠 이 새끼 입 좀 다물게 해줘!
- : 우리 스물링이 인쿠 90분 내내 봉쇄할 거야.
- : 재시 린가드보다 못한 놈이, 감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건드려?
- : 울레 군나르 솔사르가 아주 좋은 라인업을 꺼내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뉴캐슬을 박살내기에 딱 안성맞춤이에요!
ㄴ : 난 저것도 과하다고 생각하는데? 리저브 팀만으로도 뉴캐슬 정도는 잡을 수 있잖아.
잉글랜드 챔피언십 1위를 달리고 있는 구단인 만큼 만만히 보아선 안 된다는 팬들도 더러 있었으나 이는 소수에 불가했다.
거기다 당장 같은 시간에 발표된 뉴캐슬의 선발 라인업은, 1군이 아니었다.
* * *
약 7만 4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올드 트래퍼드엔 5만여 명이 방문했다.
3천여 명은 뉴캐슬의 툰이었으며 나머지는 전원 레드 데빌스.
원정인 만큼 경기 전 라커룸에 자리한 선수들은 평소보다 긴장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난 올드 트래퍼드만 오면 심장이 나대더라.”
“왜?”
어린 디안드루 예들린이 라커 의자에 앉아 말하자 인구가 살포시 미간을 좁히며 반문했다.
예들린은 출입문 쪽을 손끝으로 가리켰다.
“봐봐. 쟤들 너무 무섭다고.”
Fuck! Newcastle Football Club!
덜덜덜!
Fuck! Newcastle Football Club!
덜덜덜!
Fuck! Newcastle Football Club!
덜덜덜!
라커룸 바깥에서부터 레드 데빌스의 성난 외침이 연달아 들려왔다.
FUCK! IN KOO!
FUCK! IN KOO!
FUCK! IN KOO!
‘내 욕도 하네?’
인구는 황당한 웃음을 머금었다.
그럴 때마다 예들린이 가리킨 출입문이 잘게 떨었다.
그때, 인구의 우측에 자리하고 있던 주장, 자말 라셀스가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차분하게 중얼거렸다.
“저 새끼들. 우리보고 뉴캐슬 풋볼 클럽이래. 뉴캐슬 유나이티드라고는 절대 안 한다니까?”
“그건 또 왜 그런 건데.”
인구의 물음에 라셀스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답했다.
“그냥 같은 유나이티드라고 인정하기 싫은 거겠지.”
얼마 지나지 않아 라파엘 배니테즈가 입장했다.
그 표정은 오히려 애스턴 빌라전 때보단 한결 풀어져 있었다.
이유야 간단했다.
“많은 팬들이 우리를 언더독이라 평하고 있다. 또, 뉴캐슬 유나이티드에게 있어 이 경기는, 목숨을 걸만한 대회까진 아니야.”
그런 것 치고는 수비 전술 훈련을 비롯해 공격 전환 시의 선수 개개인의 위치까지 일일이 조정해가며 수없이 반복시킨 라파엘이었다.
하지만 그 말이 맞다.
“우리에게 당장 중요한 건 승격 경쟁이다. 여기서 무리하게 힘을 뺄 필요가 없단 소리지. FA컵 3라운드에서 패한다 할지라도, 누구도 우릴 비난하지 않아.”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선수들은 허리를 곧게 세우고서 경청했다.
인구 또한 에너지 드링크를 입에 물고서 두 귀를 활짝 열었다.
라파엘은 덧붙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암만 과거에 비해 수준이 떨어졌다 할지라도 EPL 최상위권 팀 중 하나라고.
그러니 부담을 가질 필요도 없으며, 져도 된다고까지 하였다.
“그저 너희들이 할 수 있는 걸 보여주면 된다. 결과의 승패를 떠나서. 최선을 다해서만 뛰어다오.”
그 덕에 아까부터 다소 복잡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일부 선수들의 얼굴은 한결 풀어졌다.
라파엘로선 선수의 심리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물론 승리욕이 강한 그는 이 경기마저 이기고 싶었으나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가 않았다.
‘상대가 1.7군에 가까운 전력을 내세웠다곤 하지만...’
뉴캐슬은 FA컵에 모든 것을 쏟아낼 만한 스쿼드 댑스를 갖추지 못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이 끝나고 난 뒤 불과 4일 뒤엔 리그 경기가 예정되어 있었고 말이다.
고로, 지금은 FA컵보단 리그 승점 차를 더 벌려놓는 게 중요했다.
경기 8분 전임을 구단 관계자가 나타나 알려주었다.
때마침 감독의 라커룸 대화가 끝났다. 라파엘은 손뼉을 치며 선수들을 일으켜 세웠다.
“자자자! 다들 일어나!”
이어 그들은 라커룸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모여들었다.
라파엘은 선수들을 찬찬히 훑어보며 물었다.
“오늘의 연설은 누가 할 텐가?”
뉴캐슬을 비롯해 상당수 팀들은 경기 전,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연설에 임하곤 한다.
때때론 자처해서, 또는 순번에 따라.
그리고 이번엔 인구, 그가 직접 손을 들어 앞으로 나섰다.
“제가 할게요.”
인구는 동료들과 어깨동무를 한 채 면상들을 살펴보았다.
속으론 생각했다.
‘일단 라파엘 감독님이 이 경기에 모든 걸 걸지 않았다는 거, 잘 알겠다.’
선발 라인업부터 핵심 멤버를 빼버렸다.
아유세 페레즈, 존조 셀비, 키어론 클락 등.
대신 그 자리는 로테이션 멤버들이 차지했다.
‘체력 안배 차원인 거지.’
이 경기보단 다음 경기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거다.
인구 또한 감독이라면 라파엘과 같은 행동을 취했을 거였다.
‘혹 이 경기 이겨봤자 경기수만 늘어날 뿐이야.’
스쿼드 두께가 얇은 뉴캐슬에게 있어선 버겁기만 할 뿐이었다.
당장 리그 경기만 해도 46경기를 소화하지 않는가.
'설령 운 좋게 이겨도..., 이 위로는 더 강한 상대를 맞이할 확률이 높고.'
그렇듯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전에 맞서 오늘 전술은 수비 지향적인 플랜으로 구상했다.
‘선 수비 후 역습 전략으로 말이지.’
포메이션 형태는 4-2-3-1 그대로지만 전체 라인이 디펜시브 아래에서부터 촘촘히 시작하는 전략이다.
최전방의 공격수 위치까지 하프라인에 둘 만큼.
인구는 너스레를 떨 듯 서두를 읊었다.
“감독님 말씀대로 이 경기 져도 돼. 부담 가질 필요도 없고. 알다시피 언론이나 여론은 죄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승리를 점치고 있으니까.”
꽈악!
갑자기 인구는 라셀스와 예들린의 어깨에 올려진 양팔에 힘을 주었다.
두 사람이 놀란 눈길로 이쪽을 돌아봤으나 인구는 개의치 않았다.
그의 눈썹은 성나게 끌어 올라갔다.
“그런데. 씨발. 난 이 경기 이기는 걸 떠나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한테 적어도 엿은 선사하고 싶어.”
“엿?”
예들린이 험상궂은 얼굴과 달리 순진한 눈망울로 반문했다.
인구는 한쪽 눈을 찡그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 엿. 빅엿! 이곳 올드 트래퍼드에 빅엿을 선사해서, 경기 전부터 내내 우리보고 뻑! 뉴캐슬 풋볼 클럽이라 외쳐대는 레드 데빌스의 일그러진 얼굴을 한번은 보고 싶다고.”
인구는 턱짓으로 출입문을 가리켰다.
“저 봐. 지금도 들리잖아?”
Fuck! Newcastle Football Club!
FUCK! IN KOO!
덜덜덜!
“뻐꾸기처럼 입을 저리 놀려대는데, 뉴캐슬어폰타인을 대표하는 우리가 매가리 없이 져서 되겠어?”
인구의 발언은 계속됐다.
선수들 또한 그새 심취했다.
마치 때려죽여도 시원찮을 적을 앞에 두고 이를 벼르는 듯한 그 모습에서 일부는 심장 부근이 뜨거워지기까지...!
“래몽 도메니크라고 알아? 프랑스 대표팀을 이끌었던 감독! 그 감독의 명언! 다들 알지? 맨유는 더 이상 빅클럽이 아니야, 라는 희대의 명언!”
“근데 쟤들은 아직도 자기들이 맨체스터 시티, 첼시, 리버풀에 버금가는 빅클럽인 줄 알아.”
“지금에서 저 새끼들은 우리를 최약체 팀으로 보고 있어. 군침을 흘리고 있지. 아 존나 맛있겠다, 하고. 마치, 무리에서 떨어진 임팔라를 사냥하려는 맹수처럼.”
돌연 인구는 황당한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보기엔 하룻강아지인데 말이야.”
예들린과 몇몇 선수들이 가벼운 웃음을 흘렸다.
인구는 그치지 않았다.
다시 한번 라파엘이 말 한대로 이 경기 져도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냥 져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그러니까, 잃을 거 없는 우리 뉴캐슬이, 최소한 저 자존심만 강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발목 정도는 붙들어야 하지 않겠어? 설령 패배하더라도 개줫같이 물고 늘어지다 패배하는 게 맞지 않냐고.”
다음 말은 선수들 간의 연대 의식을 더욱 뚜렷하게 만들었다.
“들어보니 오늘 각 구단별 스카우트들도 많이 왔다더라. 그러니 너희들, 개인 몸값도 좀 올리고.”
“인쿠...?”
마지막 발언에서 라파엘은 자기도 모르게 반문했다.
* * *
Fuck! Newcastle Football Club!
올드 트래퍼드에 발을 들이자 공기부터가 달라졌다.
‘나도 긴장하고 있었나?’
인구는 맨유를 빅클럽이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여태 붙어온 팀 중에선 가장 수준 높은 구단임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벌써부터 살갗이 다닥다닥 돋아올랐다.
쿵! 쿵!
수만 명의 관중 앞에 발을 들이자 심장은 설레여하기까지...!
귓가로는 레드 데빌스의 성난 목소리가 마치 주먹으로 때리는 것마냥 가까이서, 또 더욱 크게 울렸다.
막 그라운드로 발을 들인 시점엔 펜스에 있던 레드 데빌스들이 소리쳤다.
“인쿠우우우우! 넌 오늘 뒈졌어어어!”
“개고기나 먹어라! 이 빌어먹을 새끼야아아!”
“넌 올드 트래퍼드에 올 레벨이 아니야! 당장 돌아가!”
온갖 야유와 비난이 쏟아졌다.
이 경기를 며칠 앞두고 내내 SNS에서 설전을 벌인 게 원인이라면 원인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인구는 앞만 보고 걸어 나갔다.
물론 속으론 생각했다.
‘골 넣으면 역주행 세레머니로 농락한다, 이 개쉐키들아.’
그러다 문득, 인구는 주말인 만큼 가은이와 함께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딸을 떠올렸다.
마음 같아선 티켓 두 장을 쥐여주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적지 한복판이잖아.’
거기다 레드 데빌스들은 자신에게 개인적인 악감정까지 담고 있었다.
FUCK! IN KOO~~!
지금도 봐라.
단체로 제 이름을 부르짖으며 욕설을 퍼붓고 있잖은가.
하지만 그 입가엔 이내 미약한 미소가 걸렸다.
출근에 앞서 세나는 폴짝 뛰어와 자신의 목에 매달리며 말했다.
두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고서.
[아빠아! 꼭 이겨어! 세나 오늘 경기 볼꺼야!]
딸은 일전에 자신이 알려준 뉴캐슬 관련 영화 명대사도 큰 눈망울을 굴리며 띄엄띄엄 읊었다.
[어어, 으음! 런던엔 팀이 여럿 있고오... 준부 지방? 도 마찬가지야! 글래스고엔 두 개가...! 근데 툰에는 하나뿐이래!]
마지막으론 쪽! 볼 뽀뽀까지.
"우오오오오옷!"
순간 인구는 활활 타오르는 눈길로 기합을 내질렀다.
< 070.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11) <무료 마지막>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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