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86화 (86/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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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86. 늑대가 되기로 했다 (4)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86화 늑대가 되기로 했다 (4)

경기가 끝난 후 관중석을 비롯해 뉴캐슬 광장은 축제의 장이었다.

“으아아아아아! 우린 또 진출한드아아! epl로오오오!”

툰들은 거리 곳곳에서 서로를 얼싸안으며 기뻐했다.

술집에서도, 일반 음식점에서도 해당 경기가 끝나자마자 팬들은 두 팔 벌려 환호를 내질렀다.

언론사들은 일제히 보도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 입스위치 타운 상대로 승리하며 조기 승점 100점 달성...!]

[2위 애스턴 빌라와 14점 차 유지...! 3위 스완지시티와 16점 차로 남은 경기 전패해도 2위 확정...!]

[굴러온 인쿠에 행복한 툰들...!]

[41경기에서 60골의 고지를 밟은 마인쿠...! 뉴캐슬 서포터즈 한 목소리로 ‘앨런 시어러의 귀환이야...!’]

툰들이 기뻐할 만한 소식은 추가로 터졌다.

[인쿠! 뉴캐슬과 재계약!]

[연봉 160만 파운드(한화 25억)에 뉴캐슬과 3년 재계약 성공...!]

[추가 옵션 포함됐으나 비공개...!]

*       *       *

파파팟, 파파파팟-!

경기 후 믹스트존에 발을 들이자마자 카메라 스트로보가 사방에서 터졌다.

‘이야, 많이도 왔다.’

땀에 흠뻑 젖은 인구는 곧 그 앞에 위치했다.

최근 들어 기자 중엔 한국인들도 더러 보였다.

오늘도 sbc 스포츠, mdc 스포츠 등에서 파견 온 기자들이 발그스레한 얼굴로 질물을 건넸다.

“인구 선수! 오늘 경기에 대해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후반전 교체투입 돼 멀티골을 작렬하며 리그에서만 60골의 고지를 밟았는데요! 기분이 어떠십니까?”

“한국 팬들이 손흥빈 다음으로 인구 선수의 경기를 즐겨본다는 거 아십니까아?”

인구는 이제는 꽤 능숙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물론 툰들에겐 깜찍이로, 타 팀 팬들에겐 악동으로 불리는 만큼 악동스러운 면도 여지없이 보였다.

보이즈(입스위치 서포터)이기도 한 기자가 간절한 얼굴로 질문을 건넸다.

“입스위치 타운은 이번 경기에서 패하며 8위까지 떨어졌는데요. 그들이 과연 승격 플레이오프 경쟁에 참여할 수 있을까요?”

“아뇨.”

“...예?”

대개는 상대팀 일지라도 응원하는 마음에서 긍정하기 마련이건만, 인구는 달랐다.

그는 오히려 특유의 사납게 뜬 눈으로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 보였다.

“오늘 경기력을 보면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후반전 말미에 버스 전략을 세웠는데 하나같이 공에 겁먹어서 자동문처럼 비켜주더라고요.”

“그, 그건...”

질문을 건넨 기자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러거나 말거나 인구는 다음 질문에 대한 답변을 이어갔다.

그로선 딱히 입스위치에 악감정은 없었다.

그저 경기 전부터 일부 팬들이 동양인 비하 발언을 한 만큼, 되로 주고 말로 받았을 뿐.

그때, 한 기자가 이런 질문을 건넸다.

“이제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남은 한 경기에서마저 승점을 획득할 시, 조기 우승을 확정 짓게 되는데요. 공교롭게도 다음 상대는 스완지 시티입니다.”

그 말처럼 이제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남은 한 경기에서 승리 또는 무승부만 기록해도 조기 우승을 확정 짓는다.

그리고 스완지 시티는 애스턴 빌라와의 2위 경쟁을 위해서라도 뉴캐슬을 반드시 잡으려 들 것이었다.

“스완지와의 경기가 아니어도, 사실상 애스턴 빌라가 한 경기라도 무승부 또는 패배할 시에 뉴캐슬은 우승을 확정 짓는데요. 그런 만큼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경기에 임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가만 보니 질문을 건넨 기자는 스완지 시티의 서포터즈인 것 같았다.

‘눈빛부터가..., 제발, 어차피 우승인데 살살해줄거져? 라고 말하는 것 같네.’

허나 인구는 세상 거만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거절했다.

“이왕 이길 거, 일찍 스완지를 아예 일어서지 못하게 찍어누르고 남은 경기 즐기면서 하는 게 낫죠.”

최근, 세나는 매경기 뉴캐슬 경기를 시청한댔다.

*       *       *

입스위치 감독, 마커스 채임버스는 저벅, 저벅 복도를 거닐었다.

그 표정은 경기 직후부터 급격하게 핼쑥해져 있었다.

‘제기랄. 이렇게 역전패를 당할 줄이야...’

다잡은 대어를 놓친 만큼 그 표정은 좀처럼 펴질 새가 없었다.

걸음걸이부터가 힘이 쭉 빠졌다.

그런 그가 향하는 곳은 다름 아닌 뉴캐슬의 라커룸.

동양의 운세에 심취한 만큼, 그에겐 일종의 징크스란 것도 있었다.

당일 홈 경기에서 진다면 다음 경기에서도 여지없이 패배하는 징크스.

그렇듯.

‘이긴 팀 라커룸에 가서 수고했다고 악수하는 척, 승리 기운을 받아오는 거야.’

그런 불길함을 없애고자 마커스는 자주 승리 팀의 라커룸을 지금처럼 찾아가곤 했었다.

한편으론 의문이었다.

‘승천하는 용이라더니...’

승천은커녕 선수들이 인구의 악랄한 슈팅에 연달아 맞고 진짜 승천할 뻔했다.

‘매번 운세가 맞아떨어지는 건 아니니까.’

그래도 이번만큼은 맞았으면 했는데 하는 진득한 아쉬움이 어렸다.

오늘의 패배로 입스위치는 순위 8위까지 곤두박질쳤으니까.

“후우...”

입 밖으론 절로 맥빠진 한숨이 새어나왔다.

얼마나 더 가서였을까?

마커스는 뉴캐슬 라커룸 문 앞에 도착했다.

“큼! 큼!”

그는 제자리에서 목소리를 가다듬은 뒤 노크했고, 문 너머에선 곧장 예~ 라는 답변이 왔다.

끼이익-

마커스는 최대한 표정 관리를 하며 라커룸 문을 열었다.

막 샤워를 끝낸 건지 일부 선수들은 수건으로 중요 부위만 가린 채 이쪽을 힐끗 보았다.

또 몇몇은 팬티만 입고서 방방 날뛰며 승리를 자축하고 있었다.

마커스는 그들에게 찡긋!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오늘 다들 수고했네!”

“앗, 입스위치 감독님이시구나!”

“수고하셨습니다!”

몇몇 선수들은 하던 동작을 멈추고 다가와 마커스가 내민 손을 맞잡아주었다.

마커스는 한 명의 손이라도 더 잡으려 들었다.

미신을 믿는 만큼, 승리 기운을 몽땅 가져가고자!

그리고 이어서..., 마커스의 두 눈에 한 선수가 잡혔다.

검은 머리칼을 올백으로 넘긴 그...!

‘마인쿠...!’

사납고도 구릿빛 근육을 버젓이 드러낸 그는 수건도 걸치지 않은 채 우두커니 서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얼마나 휴대폰에 집중하고 있으면 이쪽은 쳐다도 보지 않았다.

‘내가 온 것도 모르는 것 같은데...?’

그러거나 말거나 마커스는 인구를 향해 힘찬 걸음을 옮겼다.

‘멀티골...!’

오늘 경기에서 역전 골뿐만 아니라 올 시즌 60골을 때려 박은 괴물 공격수가 아니던가?

마커스는 그 기운을 진정 받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걸음은 채 두 걸음 걷다 말고 우뚝! 멈췄다.

두 눈은 점점 더 크게 떠졌다.

“...!”

마커스는 그만, 보고야 말았으니까.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기도 전에 벌어진 입에선 비명에 가까운 탄성이 새어나왔다.

“오오오옷, 오오오오오오옷....!?”

이제 두 눈은 한 곳에 고정된 채 떨어질 새가 없었다.

바로 인구의 중심부!

승천하는 흑염룡을...!

마커스가 여태 본 것 중에서도, 가장 큰 것이 어두운 기운을 발산해내고 있었다.

‘이, 이렇게 클 줄이야...!’

오늘의 운세가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아시아에 대한 편견이 쩌저적 깨졌다.

*       *       *

다음 날.

“흐허헛, 흐허헝.”

인구는 아침 일찍부터 콧노래를 흥얼대며 전날 다림질한 흰색 셔츠를 입었다.

거울 앞에 선 그 모습은...,

“이 새끼 이거, 졸라 멋지네.”

살이 확 빠졌을 뿐만 아니라 근육까지 아주 잘 붙어 옷핏조차 멋져 보였다.

탓!

일순 인구는 전신 거울에 한 손을 뻗으며 두 눈을 가늘게 좁혔다.

“이 늑대 같은 새뀌.”

여태 제게 붙은 별명은 슈퍼 돼지, 맷돼지, 빌어먹을 후배새끼 같은 엿 같은 별명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인지 딸이 붙여준 늑대라는 별명은..., 아주 달콤하게 느껴졌다.

거실장 위에 자리한 대형 tv에선 뉴캐슬과 관련한 패널들의 멘트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들의 주제는 뉴캐슬의 조기 승격과 더불어 자신에 관한 것이었다.

[기다리고 기다린 끝에 인쿠가 뉴캐슬과 재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 말씀 해주시죠!]

[저는 인쿠가 뉴캐슬과 재계약에 임하리란 걸 알고 있었습니다. 많은 팬들의 우려와 달리요.]

패널로 출연한 사람 중 한 명은 다른 누구도 아닌, 뉴캐슬의 레전드 중의 레전드 엘런 시어러였다.

이제는 머리가 반쯤 까지고 없는 그는 뉴캐슬의 승격에 기분이 좋은지 입꼬리가 귀에 걸린 채 말을 이어나갔다.

[또 현재의 뉴캐슬에서 160만 파운드(한화 25억)라는 연봉은..., 말 그대로 최고 대우죠.]

[일부 매체에선 1부 리그로 승격할 시 약 20퍼센트 이상 연봉 인상액이라는 추가 옵션까지 포함되었다고 추정되는 거로 보도했는데요. 사실로 보십니까?]

[저는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째서죠?]

[인쿠의 에이전트가 미노 라이훌라이니까요.]

엘런 시어러의 그 한 마디에 자리한 패널들이 모두 긍정의 뜻에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만큼 라이훌라는 선수의 이득을 배로 불리는 인물이었으니까.

물론 이번 재계약을 두고 거의 한 달 가까이 줄다리기를 하긴 했다.

‘너무 크게 부른 게 아닌가도 싶었는데.’

솔직히 좀 쫄렸었다.

상대가 짠돌이 중에 짠돌이인 만큼 에라이 모르겠다! 하고 판을 엎어버리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그럼에도 에이전트, 미노 라이훌라는 여유롭기 그지없었다.

일전에 만난 그는 카페 실외 테이블에 자리하며 넌지시 제게 말했었다.

[아마, 한동안은 계산기를 두드릴 겁니다.]

[계산기요?]

[예. 저희 측이 제안한 조건대로 계약에 임할 시,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았을 때 득인지, 실인지 말입니다. 최악의 상황에서의 리스크도 고려할 테죠.]

[최악의 상황은 뭔데요.]

[두 가지입니다. 인쿠, 당신이 epl에서 막말로 죽을 쒀버리던가. 혹은 돌연 장기 부상을 당한다던가. 그럼 가치는 떨어질 테니까요. 구단 입장에선 손해일 테고.]

[아하!]

이어 라이훌라는 두 눈을 빛내며 덧붙였다.

[그리고 마이크 애슬리는 필시, 이번 재계약에 동의할 겁니다.]

그 자신감처럼 입스위치전 시작 전부터 라이훌라는 최종 협상 테이블을 가졌고, 끝내 마이크 애슬리는 항복을 선언했다.

‘나 혼자 해결하려 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오히려 라이훌라는 옵션에 옵션을 추가로 붙여 최초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이득을 선물해주었다.

‘이래서 에이전트 두는 건가?’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알아서 120% 이상을 충족해주니 세상 편안하고도 믿음이 갔다.

슥, 스윽-!

어느덧 인구는 빗으로 앞머리칼을 올백으로 결 따라 넘겼다.

치이익, 치이이익!

이어 스프레이 왁스로 고정시켰고 말이다.

그때였다.

“아빠아. 나도 다 끝나쒀!”

귓가를 간질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새 허리까지 자란 머리칼을 아무렇게나 늘어뜨린 세나가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짠~! 하고 나타났다.

인구는 감동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와, 우리 세나.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같네? 날개는 어딨어?”

“요기!”

세나는 자그마한 손으로 어깨너머로 등 뒤쪽을 가리켜 헤헷 해맑게 웃어 보였다.

오늘은 세나와 함께 미용실을 가는 날이었다.

< 086. 늑대가 되기로 했다 (4)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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