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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91. 늑대가 되기로 했다 (9)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91화 늑대가 되기로 했다 (9)
베네수엘라 출신의 살로몬 런던은 영국 생활에 나름 만족하는 중이었다.
그런 그는 지난 2015년, 러시아 제니트에서 웨스트 브롬위치 알비온으로 이적하며 벌써 4년째 영국 생활에 접어들었다.
“뉴캐슬에서는 2년 차인가. 크흠.”
솔직히 웨스트브롬보다는 뉴캐슬에서 삶이 더 좋았다.
그러다 문득 런던은 텁텁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음식은..., 쩝.”
영국 음식이 아직 적응되진 않았지만 그건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함께 사는 엄마가 베네수엘라 고향 음식의 대가였으니까.
그리고 현재, 시즌이 끝난 뒤 살로몬 런던은 집 마당에서 벌초 낫으로 잔디를 베어내고 있었다.
가능하다면 기계를 사용하고 싶었지만..., 런던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엄마 귀 아프니까.”
안 그래도 귀가 좋지 않은 어머니였다. 그런 만큼 런던은 최대한 조용히 무럭무럭 자라난 잔디를 베어냈다.
“이 또한 훈련의 일환이고 말이야!”
낫을 꽤 휘둘러 보니 상완이두근과 상완근에 적절한 자극이 왔다.
휘익-! 휘익-!
허리를 과하게 활용하니 복사근과 복직근이 아야! 하는 게 느껴졌다.
“허벅지에도 힘주고!”
불끈!
대퇴사두근이 움찔 움찔 거리는 게 아주 좋았고 말이다.
옛날이었다면 잔디 관리사를 불렀겠지만 이젠 달랐다.
지금 런던은 팔과 발목에 무게추까지 달아가며 잔디 관리에 한창이었으니까.
“흐헛, 흐허헛!”
관자놀이를 타고 땀방울 하나가 주르륵 흘러내리자 벌어진 잇새론 기분 좋은 웃음이 흘러나왔다.
이 모든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마인구, 단 한 사람에 의한 영향이었다.
‘인쿠...!’
런던은 똑똑히 보았다.
인구의 체력이 나날이 비정상적으로 발전하던 것을.
꾸준히 관찰한 끝에, 런던은 그 이유를 파악해냈다.
‘훈련도 훈련이지만...!’
인구는 일상 그 자체가 훈련이었다.
문득 지난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훈련이 종료된 후 간만에 자전거가 아닌 도보로 이동하던 인구가 돌연 맨바닥에 엎드려 팔굽혀펴기를 한 것이다.
[으아! 우오! 으아!]
사람이 보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
인구는 팔굽혀펴기를 하며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외쳤다.
[아아 맛있다아~]
얼마 지나지 않아선 대뜸 스프린트 훈련을.
또 몇 블록 걸어간 뒤엔 점핑 스쿼트를...!
집으로 돌아가서도 그의 훈련은 끝난 게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지!’
[아빠아아아아~!]
[오오! 우리 딸 왔어?]
[나, 나! 목마 태워줘!]
[그래! 딸! 얼른 타!]
[꺄하하하핫! 달려어! 달려어어!]
[어디로 가까?]
[한구우욱!]
[오케이 접수 완료! 시속 740KM로 달려갑니다아!]
다다다다다다-!
[꺄하하핫! 느려 아빠아!]
그 날 런던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미 정규 훈련 및 추가 훈련,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온몸을 조졌으면서, 집에서까지 온몸을 조져댔으니까!
‘녀석은 일과 자체가 훈련의 연속인 거야...!’
인구에 반해 자신은 정말 편안한 삶을 살아왔던 거였다.
꽈악-!
낫을 쥔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한심했지! 바보 같았어!’
인구처럼 노력은커녕 불평만 늘어났던 자신이었다.
출전 시간이 줄어들자 경쟁보다는 팀을 아예 떠나버릴 생각까지 했고 말이다.
‘난 나약한 놈이었던 거야...!’
하지만 이젠 아니었다.
인구의 참된 모습을 알게 된 후부터 그 역시 녀석을 조금이라도 쫓아가기 위해 분전하는 중이었으니까.
그 결과는 꽤 만족스러웠다.
‘주전 자리를 꿰찼잖아.’
완전한 주전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으나 런던은 그 나름대로 충족스러웠다.
‘올 시즌에만 12골 6도움을 올렸거든.’
지난 시즌은 지금보다 더 많은 출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4골을 기록한 게 전부였다.
도움은 고작 1개.
허나 이번 시즌은 단순 공격 포인트를 떠나 공격수임에도 수비 기여도에 있어서도 빛을 발했다.
‘포스트 플레이가 늘었어.’
이 역시 인구 덕이 가장 컸고 말이다.
그 덕에 시즌이 종료된 직후부터 몇몇 구단에서 제안이 왔다.
그 중 하나는 EPL 하위권 구단인 브라이튼.
제시한 연봉은 130만 파운드(한화 20억 8천 만원) 수준이었다.
현재 런던이 뉴캐슬에게 지급받는 연봉은 70만 파운드(한화 11억).
‘혹하긴 해.’
에이전트에게 듣기로 브라이튼의 선수단 1인당 평균 연봉액은 100만 파운드(한화 15억)랬다.
그 말인즉슨, 연봉 수준만 놓고 봤을 때 주전감이라 할 수 있었다.
적어도 전반기 시즌이었다면..., 한치 고민없이 제안에 응했을 거고 말이다.
스윽!
런던은 흘러내리는 땀을 손등으로 닦아내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지.”
뉴캐슬은 승격했다.
크진 않지만 그 또한 이번 승격에 꽤 기여를 하지 않았나 싶었다.
동시에 팀에 대한 애정은 증가했다.
[살로모오온 런더어어언!]
후반기 들어 툰들은 제 이름을 열정적으로 부르짖었다.
무엇보다, 이 팀엔 인구가 있었다.
그리고 그는 미리 알려주었다.
당분간은 뉴캐슬을 떠날 생각이 없다고.
런던에게 있어 인구는 성장을 촉구하는 동기부여제 그 자체였고 말이다.
물론 팀 내부적으로 아쉬움이 따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런던은 쓴 것을 먹은 것처럼 중얼거렸다.
“재계약이 분명 오긴 하겠지만..., 브라이튼이 제시한 수준은 아닐 거야.”
그간 보아온 뉴캐슬의 마이크 애슬리 구단주는 짠돌이 그 자체였으니까.
바로 그때였다.
부우우우웅!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마저 남은 잔디를 슥삭 베어낸 런던은 바지 주머니 속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수신된 메시지를 확인한 런던의 두 눈은 이내 크게 떠졌다.
[여름 이적시장을 앞두고 뉴캐슬에서 재계약 제안이 왔습니다. 계약 기간은 4년이며 제시한 연봉은 170만 파운드(한화 27억)입니다. -블룸 에이전트-]
* * *
일부 팬들은 뉴캐슬의 구단주가 지난날처럼 또 핵심 몇몇을 팔아치울 것이라 예측하고 있었다.
- : 런던이랑 예들린한테 몇몇 구단이 접근했더만.
ㄴ : 마이크 애슬리라면 당연히 옳다구나! 하고 팔아치우겠지?
ㄴ : 진짜 팔아치울까요? 이제 막 승격했는데? EPL에서 싸우려면 선수단 축소가 아닌 선수단 댑스를 더 늘려야 하는 게 정상 아니에요?
ㄴ : 마이크 애슬리부터가 비정상입니다. 우리의 상식으론 통하지 않는 남자에요.
- : 내가 볼 땐 지지난 시즌처럼 막 팔지는 않을 것 같아. 그래도 최소 두 명 이상은 타 구단으로 보내겠지. 나름 유망한 자원이라며 싼 가격에 어린 선수로 화제 진압하려 할 테구.
- : 제발, 핵심 자원만은 남겼으면 좋겠는데..., 크흡.
하지만 언론의 갑작스러운 줄지은 보도에 그들의 입은 꾹 닫히다 못해 쩌억 벌어졌다.
[살로몬 런던!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재계약! 연봉 100% 이상 인상! 기존 70만 파운드(한화 11억)에서 170만 파운드(한화 27억)로...!]
[뉴캐슬! 라이트백 디안드루 예들린에게 4년 재계약 제시! 기존 연봉 40만 파운드(한화 6억)에서 80만 파운드(한화 12억)로...!]
[뉴캐슬! 윙어 크리스티안 아추에게 1년간 150만 파운드(한화 23억) 연봉 제시...! 계약 기간은 총 4년!]
해당 소식을 접한 팬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 : 와! 마이크 애슬리! 이 양반 이제 죽을 때가 된 건가?
- : 스스로 셀링 클럽이라 자처한 뉴캐슬이, 핵심 선수와 재계약을 해? 이건 미라클이야!
- : 예에에에에! 이번 시즌은 다르다! 이번 시즌은 다르다구우우!
이는 인구의 계약에서 비롯된 거였다.
* * *
화창한 오후.
인구는 단골 카페 실외 테라스에 앉아 에스프레소만 벌써 세 잔째 벌컥 들이켰다.
맞은편에 앉은 에이전트, 미노 라이훌라는 옅게 감탄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렇게 마시면 잠은 오십니까?”
인구는 어깨를 으쓱였다.
“베개에 머리만 대도 금방 잡니다.”
“부럽군요. 그보단..., 만족하십니까?”
마치 라이훌라는 칭찬을 바라는 눈으로 물었다.
인구는 그 속에 있는 말이 무엇을 말함인지 잘 알았다.
‘선수 재계약 건이구만.’
인구는 슬그머니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솔직히 놀랐습니다. 이렇게까지 신경써 줄 줄은 몰랐거든요.”
“에이전트란 게 그런 거지요.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에이전트구요.”
한편으로 인구는 참 복스러운 상인 라이훌라를 보며 에이전트 하나는 잘 뒀구나 라고 생각했다.
‘이리 일사천리로 진행될 줄이야.’
라이훌라와 에이전트 계약 당시 인구는 몇 가지 조건을 내걸었었다.
연봉 대폭 인상을 비롯해 자신에게 이로운 계약을.
하지만 라이훌라는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추가적인 옵션을 언급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EPL로 승격할 시 지정한 몇몇 선수들의 재계약 건이었고 말이다.
인구도 긍정했다.
‘선수단 댑스가 두꺼워져서 나쁠 건 없으니까.’
그 중엔 살로몬 런던, 디안드루 예들린, 크리스티안 아추도 포함이었다.
‘걔들은 나날이 발전하는 중이고.’
팀적으로도 굉장히 조화가 좋은 친구들이었고 말이다.
솔직히 기대는 하지 않았었다.
소문만 들어보면 마이크 애슬리는 짠돌이 중에서도 대빵 수준이었으니까.
그러나 눈앞의 라이훌라는 이 모든 걸 단시간 내 해결해버렸다.
‘진짜 슈퍼 에이전트인 이유가 있구나.’
그때, 라이훌라는 뜻밖의 말을 건넸다.
“모든 건 인쿠, 당신 덕입니다.”
“제 덕이라고요?”
“그럼요. 뉴캐슬은 인쿠, 당신의 가치를 보고서 이번 시즌을 도모 중이니 말입니다. 팀 동료들은 제 클라이언트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고요. 아마 이번 재계약에 임하는 동료분들도 인쿠, 당신의 영향을 꽤 강하게 받았을 겁니다.”
다소 진중한 끄덕임에 인구는 너스레를 떨었다.
“와~ 우리 에이전트님. 역시 슈퍼 에이전트라 불릴 만하네요. 거의 초 단위로 고객에게 좋은 말만 해주니. 기분이 좋아서 어깨 춤이라도 추고 싶을 정도에요.”
“어깨춤이 뭔지는 모르지만 궁금하긴 하군요. 그리고 제 말은 모두 진심입니다.”
인구는 등받이에 편히 등을 기댔다.
어느덧 라이훌라는 보다 더 진중한 눈으로 덧붙였다.
“인쿠. 당신은 월드클래스니까요.”
“그래요?”
“놀라지 않으시는군요. 감정의 요동도 일절 없으시고.”
“워낙 강심장이라서.”
축구 선수에게 있어 월드클래스는 엄청난 찬사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구는 눈썹 하나 꿈틀하지 않았다.
실제로 그 말을 듣고도 아무런 감흥이 없었으니까.
라이훌라의 살짝 끌어올라간 입꼬리가 더욱 짙어졌다.
“처음부터 그릇의 크기가 다른 겁니다. 즐라탄 이브라히무비치도 그랬죠. 한창 유망한 시절부터 그는 그 스스로가 월드클래스의 수준에 올라있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저도 그렇다?”
“예. 제가 보기엔 말입니다.”
“뭐, 좋은 말이라 그런지 기분은 좋네요. 와인 같은 남자라는 즐라탄에 비교까지 해주시고.”
“진실을 전한 것 뿐입니다.”
라이훌라는 미소로 화답해주었다.
이어 그는 마저 에스프레소를 몽땅 비우고는 커피의 깊은 맛에 취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아무쪼록 뉴캐슬에게, 저와 계약 관계에 있는 유망한 클라이언트(선수) 몇몇을 추천하였습니다. 인쿠, 당신도 만족할 만한 재능들로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는 법이랬다.
또 이처럼 자신을 위해 노력하는 에이전트인 만큼, 인구는 조금은 감격한 얼굴로 물었다.
“우리 집에 놀러 올래요? 딸한테 소개 시켜주고 싶은데. 좋은 삼촌(새로운 놀이기구) 있다고.”
< 091. 늑대가 되기로 했다 (9)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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