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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0. 늑대가 되기로 했다 (28)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10화 늑대가 되기로 했다 (28)
전날 인구는 기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말했다.
[데이비드 모에스는 속된 말로 뻥 축구의 대명사입니다.]
일단 공을 길게 때려 넣고 발 빠른 공격수들이 빠르게 쇄도해 득점을 노리는 패턴 축구를 구사했다.
이는 전형적인 잉글랜드식 축구라 할 수 있었다.
[킥 앤드 러시죠. 웨스트햄에서도 이러한 전술을 구사하고 있고요.]
또 공이 없는 상황에서 공격진에 전방 압박을 통해 일차적인 볼 탈취를 지시한다.
인구는 이를 뉴캐슬이 제공한 지난날의 경기 영상 등을 보고 분석하였다.
라파엘에게서도 전해 들었고 말이다.
물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는 이러한 모에스의 전술 철학이 통하지 않았었다.
그리고, 오늘.
인구는 킥오프를 앞두고 똑똑히 보았다.
자신을 향해 불만 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던 웨스트햄 공격진의 상체가 앞으로 하나같이 기울어 있던 것을.
그리고 확신했다.
그들이 주심의 휘슬이 울리는 순간 누구 먼저 할 것 없이 튀어나올 것이라고.
전날 인터뷰장에서 인구의 도발이 잘 먹힌 건지 그들의 스탠스 동작은 평소보다 컸다.
다음 움직임이 곧잘 예측될 만큼, 적어도 상대를 분석하고 파훼하는 데 특출난 인구의 눈엔 들춰지다시피 했던 거다.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삐이이이-!
투웅-!
투우웅-!
투우웅!
인구가 킥오프를 하자마자 하프라인 아래에 있던 웨스트햄 공격진 다수가 빠르게 뛰어든 것이다.
동시에 인구는 돌아서 그들을 향해 백병전을 치르는 전사처럼 달려들었다.
툭-!
살로몬 런던의 짧은 패스가 발밑에 들어온 것도 바로 그 순간이었다.
투욱, 투욱, 투웅-!
직후 인구는 공을 멈춰 세울 새 없이 오른발, 왼발 인스텝, 아웃스텝으로 빠르게 전진했다.
‘미친...!?’
쓰윽-!
웨스트햄의 최전방 공격수 미카일 안토니우는 하프라인으로 올라섰다가 말고 급정거하듯 멈춰섰다.
홱-!
볼 탈취를 목적으로 달려들었건만, 도리어 인구가 공을 몰고 자신의 좌측 배후를 파고들었다.
‘그것도 눈 깜짝 할 새에...!’
주춤하며 역동작에 걸려버린 안토니우로선 그를 좇을 수조차 없었다.
당황하긴 했으나 그리 큰 문제는 아니라고 여겼다.
단독 드리블 돌파가 아닌가?
4명에 달하는 웨스트햄 공격진이 전진하는 타이밍에 맞춰 놈은 배후를 파고들었다지만 거기까지였다.
‘우리 수비에 막힐 거야.’
인구가 뚫어야 할 산이 많아도 너무나 많았으니까.
더욱이, 전진했다 말고 주춤거렸던 웨스트햄 공격진의 역할 또한 이걸로 끝난 게 아니었다.
퍼억-!
투욱!
꽈악-!
인구를 지원하기 위해 올라가려던 뉴캐슬의 또 다른 공격 자원들을 몸으로, 사전 길목을 차단하는 식으로 막아 세웠으니.
[아아! 웨스트햄의 공격수들이 지원에 임하려는 뉴캐슬 선수들을 악착같이 막아세우는 군요!]
미카일 안토니우 또한 곧장 스탠스를 다잡고서 뉴캐슬의 살로몬 런던을 정면에서 막아 세웠다.
‘끝이야!’
다음으로 안토니우는 생각했다.
이러한 1차 압박만으로 인구는 지원 없이 무리하게 공을 끌고 가다 턴 오버를 허용할 것이라고...!
이미 그를 향해선 웨스트햄의 두 명의 미드필더가 전방, 그리고 측방에서 무섭게 달려들었다.
웨스트햄의 핵심으로 불리는 대클란 라이스는 멀지 않은 거리에서 달려오는 인구를 보며 다음 동작을 예측했다.
‘우측엔 로블이 거리를 좁히고 있어.’
‘사실상 파고들 공간이라곤 정면 돌파나...,’
‘개인기로 직접 돌파를 강행하려나?’
‘아니면 내 오른쪽 배후로 공을 길게 때리고 쇄도하는 식밖에 없어 보이는데.’
차라리 라이스로선 마지막 방식을 상대하는 게 나았다.
그리고 혹 인구가 그 방향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제 배후를 노린다면, 직접 나서 수비 페인트로 공간을 일부러 내주면 그만이었다.
직후 빠르게 밸런스를 다잡아 공은 허용하되 다음으로 파고들려는 인구를 몸으로 막아 세우고 말이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머릿속으로 실시간 시물레이션을 그린 라이스는 즉시 행동으로 실천했다.
투욱-!
왼발을 좌측으로 한 칸 디뎌 무게중심을 일부러 협력 수비에 임하는 로블 쪽으로 기운 것이다.
그 덕에 반대 공간이 활짝 열렸다.
투웅-!
계획대로 인구는 무게가 빠진 해당 공간으로 공을 빠르게 차 냈다.
이제 라이스는 그 공간을 즉시 어깨를 밀어붙여 메우면 그만이었다.
활짝 열었던 문을 닫아버리는 것처럼!
그런데,
투우웅-!
“...?!”
막 공기를 때리듯 어깨를 가져갔던 라이스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뭐...?!’
순간 장면은 슬로모션처럼 흘러갔다.
그도 그럴 게 홱 돌아간 동공 속, 이미 인구가 자신이 어깨로 침투로를 차단하기도 전 동일 선상까지 발을 들였으니까.
지금에선 인구의 옆얼굴이 코앞에서 보였다.
‘순간 스퍼트가 말도 안 되게 빠르다...!’
사전 전력분석관을 통해 인구의 순간 스퍼트가 비정상적으로 빠르다는 소리는 들었다.
그럼에도 라이스는 자신이 있었다.
사람들이 말하지 않았던가?
자신은 리그 탑급의 수비력과 리커버리! 태클 타이밍을 지녔다고...!
그 칭찬처럼 라이스는 epl이라는 격전 속에서 수많은 재능들을 막아 세웠다.
하지만,
후욱-!
이윽고 칼바람이 콧등을 스쳤다.
“....!”
고개는 자연스레 홱 하니 뒤로 돌아갔다.
채 문을 닫기도 전에 인구가 그새 한 걸음 차 이상 자신을 추월해버렸으니까.
평소였다면 뒷공간이 털렸다는데 자존심이 상했겠으나 잠깐에 지나지 않았을 거다.
자신이 뚫렸다 할지라도 바로 뒤쪽 포백이 버티고 있으니까.
상대는 혼자였고 말이다.
허나 웨스트햄의 디펜시브 라인에 시선을 둔 라이스의 표정은 그만 쩌저적 균열이 갔다.
툭, 투웅-!
공을 몰고 가는 인구가 속도를 늦췄다가 말고 갑자기 치타처럼 무시무시한 스퍼트를 뽐내더니 다시 급정거하듯 멈춰설 듯하다,
투우우웅-!
빠르게 공을 차고 올라갔다.
두 눈으로 봐도 관절에 무리가 갈 것 같은 속도의 완급 조절이었다.
달려드는 수비수를 비스듬히 두고 위치해 왼쪽으로 튀어나갈 것 같은 각도에서 갑자기 오른쪽으로 급전환하기까지!
휘청!
수비수는 그런 인구의 기민한 움직임에 밸런스를 채 잡지 못하고 갈대처럼 흔들렸다.
직후 상대 배후를 뚫어내는 스퍼트는 말도 안 되게 빨랐다.
‘저게 말이 돼...?’
라이스로선 보고도 믿기지 않는 장면이었다.
무엇보다..., 믿었던 포백은 파도에 휩쓸린 것마냥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리다 기어이 빠르게 차고 나가는 인구를 놓쳐버렸다.
오오옷, 오오오오오옷! 오오오오오오오옷!
웨스트햄의 홈구장임에도 불구하고 자리한 툰들의 기대에 찬 탄성이 점점 더 커지는 순간이었다.
현지 해설진은 오직 한 사람의 이름만을 외쳤다.
[인쿠, 인쿠우우! 인쿠우우우---?!]
그들의 두 눈은 빠질 것처럼 커졌다.
오오오오오옷-!
보다 더 큰 툰들의 탄성이 홈구장을 가득 메웠을 땐 웨스트햄의 골키퍼가 기겁한 얼굴로 뛰쳐나왔다.
기어이 인구가 모든 웨스트햄 선수들을 제치고 어태킹 서드에 발을 들였으니까.
타앙-!
인구는 골키퍼가 골라인을 딱 한 발, 이탈한 시점에 맞춰 오른발 감아 차기를 시전 했다.
촤라아악-!
* * *
예전만큼의 평균 스피드를 되찾을 순 없었다.
하지만 꾸준한 노력을 통해 적정선의 스피드를 회복할 수 있었고, 순간 스퍼트만큼은 더욱이 날이 서린 것마냥 빨라졌다.
또 인구는 생각했다.
상대를 제치는 데 있어선 속도 외에도 많은 종류가 있다고.
이는 인구에게 있어 아주 간단했다.
드리블의 3요소 플러스 1가지를 갖추면 되는 거였으니.
첫 번째 상대와의 거리.
두 번째 원하는 방향으로 공을 다룰 수 있는 컨트롤.
세 번째 속도의 완급 조절.
마지막, 자신의 최대 장기라 할 수 있는 순간 스퍼트.
그리고 인구는 방금 하프라인에서부터 공을 몰고 가며 이러한 요소만으로 단독 드리블 돌파 후 원더골을 성공시켰다.
상대의 스탠스가 왼쪽으로 치우친 채 붙어오면 반대 방향으로 공의 위치를 옮겼다.
평속에서 밀릴 것 같으면 속도를 급히 낮췄다.
이에 상대도 따라 속도를 늦추면 갑자기 순간 스퍼트로 공을 차고 나가 거리를 벌렸고 말이다.
상대가 발을 뻗는 간격까지 접근한다면 아웃스텝, 인스텝 같은 간결한 컨트롤로 제친 후 다시 순간 스퍼트로 배후 공간을 뚫었다.
그렇게 전진 또 전진하다 보니 뛰쳐나오는 골키퍼가 보였고 인구는 놈이 손을 뻗어도 닿지 못할 궤적으로 슈팅을 때렸다.
이렇게 하프라인에서 득점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7초.
골망이 물결친 직후 원정 팬들은 여지껏 들어본 적 없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클 것 같은 함성을 내질렀다.
이야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팬스 가까이 있던 팬들은 인구를 당장이라도 끌어안겠다는 양 두 팔을 뻗어가며 저마다 외쳤다.
“인쿠우우우우! 인쿠우우우우우!”
“이리와! 내 사랑! 키스 세레를 퍼부어 줄 테니이이이!”
“미쳤어! 넌 미쳤어어어! 넌 월드클래스야! 인쿠는 월드클래스라고오오!”
이에 맞춰 인구는 달려나가는 대신 슈팅을 구사한 그 자리 그대로 서서 가슴을 활짝 열고 두 팔만 옆으로 스윽 벌렸다.
씨이 이익-
입꼬리는 하얀 이가 드러나 보이게 끌어올렸으며 고개는 아주 거만하게 끄덕, 끄덕였다.
이 순간만큼 인구는 우월함에 취했다.
열광하는 관중 아래, 자신에게 농락당한 웨스트햄 선수들의 표정부터가 장관이었으니.
하나같이 혼란스러워 보였고, 일부는 두 눈에 초점조차 잃었다.
누구는 정신이 아득히 달아난 것 마냥 허공만 응시하고 있었고 말이다.
‘이 새끼들 봐라! 크헛!’
언제 도끼 눈 뜨고 자신을 노려봤냐는 듯 미카일 안토니우 또한 허리에 양손을 얹은 채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인구는 그 아름다운 경치를 오래도록 즐기진 못했다.
“인쿠우우우우!”
“횽니이이임!”
“예에에에에에에!”
“이건 푸스카스야! 푸스카스 감이라고오오!”
그새 달려온 동료들이 등 뒤에서부터 몸을 던져 인구를 그만 무너뜨렸으니까.
* * *
인구의 하프라인에서부터 질주 후 득점은 적장인 데이비드 모에스의 입에서도 절로 감탄사를 터뜨리게 만들었다.
‘미쳤군, 미쳤어...!’
해당 원더 골이 터진 지 벌써 10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여운은 가시지 않았다..
비록 실점을 허용했대도 조금 전과 같은 실점이라면 충분히 납득하고도 감탄할 만 했으니까.
또 득점의 주인공이 자신이 가장 애정하는 인구가 아니던가?
‘비록, 전날 인터뷰에서의 도발이 꽤 과하긴 했다만...!’
그새 말끔히 잊은 모에스였다.
도발에 대한 분노보다는 오늘 또다시 인구의 환상적인 플레이에 매료됨이 더 컸으니까!
물론 이대로 두 손 놓고 있을 모에스가 아니었다.
그는 인구의 슈퍼 원더 골에 멘탈적으로 흔들린 선수들을 다잡고자 외치고 또 외쳤다.
“아직 한 골이야! 시간은 많다!”
“여긴 런던 스타디움이다아아! 다들 정신 차려!”“해머스(웨스트햄 서포터즈)들이! 자네 가족들이 보고 있는 게 안 보이나? 그러니 뛰어! 추격하고 기어이 역전 골까지 뽑아보자고오! 너흰 그럴 만한 자격을 갖췄어!”
전술적으로도 일부 변화를 주며 뉴캐슬에, 또 인구에 대응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주심은 전반전 경기 종료 휘슬을 울렸다.
“....”
열정적으로 외치던 모에스는 어느덧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눈밑은 미약하게 떨렸다.
인구가 이른 시간 해트트릭을 달성해버린 것이다.
스코어는 0 : 3.
모에스는 세 골 실점 후 움찔, 움찔 떨리기 시작한 눈밑에 기력이 급격히 쇠한 얼굴로 생각했다.
‘마, 마그네슘이 부족하다...!’
< 110. 늑대가 되기로 했다 (28)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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