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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111화 (11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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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1. 늑대가 되기로 했다 (29)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11화 늑대가 되기로 했다 (29)

맨체스터 시티 감독, 호샙 과르디올라는 집무실 소파에 앉아 연신 감탄을 터뜨리고 있었다.

“엄청나군.”

“영입하고 싶으십니까?”

한때 아스널과 에버턴에서 선수로 활약한 미겔 아르테타가 물었다.

힐끗 소리가 난 방향을 보자 왼편에 앉은 아르테타는 이쪽을 특유의 부리부리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호샙은 픽하니 웃으며 말했다.

“영입? 하긴. 스트라이커가 필요하긴 하다만.”

집무실 정면 벽걸이 tv엔 한창 웨스트햄 vs 뉴캐슬과의 대결이 진행 중이었다.

시간은 후반전 17분이었으며 스코어는 뉴캐슬이 3점 차로 앞서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경기 내내 인구는 웨스트햄을 상대로 그 누구보다 위협적인 퍼포먼스를 뽐냈다.

지금도 그랬다.

타아앙-!

[아미르 라흐마뉘의 로빙 패스으!]

뉴캐슬의 센터백, 아미르 라흐마뉘가 웨스트햄의 공격수 안토니우에게서 공을 빼앗자마자 롱볼을 때렸다.

순간 인구는 골문을 등진 채 뒷걸음질 쳤고 그를 향해 두 명의 선수가 달려들었다.

퍼억-!

공이 인구의 가슴에 뚝 떨어질 타이밍엔 여지없이 웨스트햄의 센터백 안젤루 오그본나가 뒤쪽에서부터 푸싱을 가했다.

그러나 인구는 앞으로 딱 한 걸음 밀려날 뿐 이내 가슴 트래핑으로 공을 잡아내더니,

툭!

공이 필드에 바운드 되기도 전, 무릎 높이에서 오른발 아웃사이드로 공을 몸 바깥으로 차 냈다.

호샙의 두 눈이 가늘게 떠진 것도 바로 그 순간이었다.

스윽-!

공을 우측 바깥으로 차내기 직전 이미 상체는 그 반대인 좌측으로 기울어 있었으니까.

자연스레 뒤쪽에서 푸싱을 가했던 오그본나의 밸런스는 똑같이 좌측으로 기울었다.

그보다 더 뒤쪽에서부터 달려든 풀백은 빠르게 접근했다가 말고 주춤거렸다.

후욱-!

인구가 돌연 공이 나아간 방향으로 불시에 돌아서 뛰어나갔으니까.

[오오! 인쿠! 눈 깜짝할 사이 상체 페인트로 웨스트햄 센터백을 역동작에 빠뜨린 뒤 우측 열린 공간으로 쇄도합니다아!]

미겔 아르테타의 입에서도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저 덩치에 저런 방향전환이 가능하다니. 놀랍군요.”

“처음부터 페인트 목적으로 공을 받아낸 거야. 플레이를 구사하는 데 있어 군더더기가 없잖나.”

호샙이 본 인구의 플레이는 말 그대로 신속 정확 그 자체였다.

[인쿠우! 인쿠우우! 인쿠우우!]

아까부터 해설진은 그가 공만 잡으면 저렇게 침을 튀겨내듯 외쳐댔다.

이유야 간단했다.

호샙은 소파 등받이에 느슨하게 등을 기대며 중얼거렸다.

“공만 잡으면..., 세상 위험한 존재가 된다.”

또 어지간해선 빼앗기지 않았다.

방금처럼 역으로 상대를 얼려버리며 박스 깊숙이 시시때때로 전진 또 전진하기까지.

타앙-!

기어이 에어리어 부근에 도달할 시점엔 여지없이 무시무시한 슈팅이 구사되었다.

치익-!

[오옷! 골키퍼 데이비드 마튄! 폴짝 뛰어올라 손끝으로 공을 쳐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신들린 선방이군요오!]

폴짝 뛰어올랐던 마튄은 온 전력을 쏟았는지 그만 중심을 잃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다행히 공은 크로스바 위로 벗어났다.

미겔 아르테타는 말했다.

“운이 좋았군요.”

호샙은 골키퍼를 향한 말임을 잘 알았다.

이어 미겔은 진지하기 그지없는 눈길로 호샙을 보며 덧붙였다.

“아구에로, 가브리우 제주스가 있지만... 그 둘 모두 아쉬운 감이 있습니다.”

“....”

호샙은 부정하지 않았다.

제주스는 쉬운 찬스를 놓치는 경우가 허다했다.

세르히우 아구에로는 분명 최고의 스트라이커이자 맨체스터 시티의 레전드라 할 수 있었다.

허나.

‘기량 저하가 왔다.’

활동량도 시즌을 치르면 치를수록 떨어지고 있었고, 부상 빈도도 늘었다.

“라임 스털링 또한, 정통 스트라이커는 결코 아닙니다. 더욱이 우리가 보유한 공격진 모두 비슷한 성향의 강점을 지닌 선수들이죠.”

미겔은 차분히 현재 호샙의 고민거리에 대해 읊었다.

“그렇기야 하지.”

“반면에 인쿠는..., 확실히 현재 맨체스터 시티에 없는 공격수이긴 합니다. 정통형 타켓터 역할도 수행 가능한데다..., 우선적으로 이거.”

툭, 툭!

미겔은 자신의 머리를 손끝으로 건드리며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공중볼 장악이 된다는 거죠.”

타앗-!

툭!

때맞춰 화면 속 인구는 코너킥 상황에서 다시 한번 수비수 둘과의 고공 경합에서 승리를 따냈다.

휘두른 헤더에 굴절된 공은 니어 포스트와 골라인이 맞닿는 지점 아래로 훅 떨어졌다.

순간, 한 걸음 뒤쪽에서 다른 선수를 견제하고 있던 라이스는 이를 악물며 골망 안으로 몸을 던졌다.

뻐엉-!

철푸덕!

[오오오옷! 대클란 라이스으!]

[온 몸을 던져 득점으로 직결될 뻔한 공을 터닝 슛으로 힘껏 걷어냅니다! 터치라인 바깥으로 벗어나는 고오옹~ 한 골을 막아낸 것과 다를 바 없죠오! 대신 골망 속으로 엉덩방아를 찧는 라이스으으!]

후반전 돌입 이후, 웨스트햄은 거의 전 포지션이 수비에 가담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오직 인구라는 골게터에 의해.

‘그것도 반강제적으로...!’

똑똑히 보았다.

인구가 공만 잡으면 어느 순간부터 웨스트햄 선수들은 쉬이 달려들지 못하고 뒷걸음질 쳤다.

올라갔던 선수들마저 급히 내려왔고 말이다.

곧 호샙은 미겔의 말에 픽하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겔은 계속해서 말했다.

“활동량도 아주 우수합니다. 때때로 디펜스라인까지 내려오지 않습니까? 뭐, 최근 epl에선 그러한 플레이를 잘 보여주진 않지만.”

“아직 EPL에서 두 경기를 소화중 인 것 뿐이지만..., 결정력도 상상 이상으로 뛰어나고 말입니다.”

호샙은 미겔의 말에 단 한 번의 반박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생각과 일치했다.

시선은 여전히 인구에 못 박혀 있었다.

해트트릭을 작성한 이후부터 중계 카메라는 인구를 양 팀 내에서 가장 많이 비추기도 했으니.

그러다 말고 호샙은 묘한 미소를 띠며 중얼거렸다.

“공격수 보강이 필요한 시기이긴 하지.”

*       *       *

데이비드 모에스는 비록 3점 차 스코어로 밀리고 있을지라도 겉으로 보기엔 갖은 노력을 다했다.

그는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끝없이 지시하고 선수단을 북돋웠다.

“4-4-2 플랜으로 전환을...!”

“전체 라인을 내려 앉힌다!”

새로운 공격수도 투입하였다.

[아아! 웨스트햄! 경기 내내 부진한 미카일 안토니우를 빼고 190cm의 장신 스트라이커, 세바스티앙 알러의 투입을 준비합니다!]

눈밑 떨림도 지금은 가라앉았다.

한편으로는 인구를 향한 집착이 더욱 커졌다.

‘이 정도일 줄이야...!’

전방에서 인구는 웨스트햄을 자기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었다.

전반전에 터진 단독 드리블 질주 후 원더골도 놀라웠건만.

‘가진 무기가 많아도 너무 많군...!’

양발잡이에다, 모진 압박에도 버텨내는 피지컬.

거기에 순간 스퍼트와 덩치에 어울리지 않은 발재간 등.

‘결정력까지 갖췄다!’

그래서일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웨스트햄 선수들은 뒤로 물러섰다.

자신의 지시가 아니었어도 말이다!

‘마치 모진 공격에 케이지 구석으로 밀려나는 느낌이다...!’

그것도 주먹을 내지를 엄두조차 하지 못하고 최대한 웅크린 채 얼굴을 양팔로 감싸며...!

지금도 봐라.

툭, 투욱-!

[오옷 인쿠우우!]

그새 인구는 오를레앙 추아매니의 전진 패스를 받아 공을 툭 툭 차며 전진했다.

몇십 분 전까지 일단 들이박듯이 압박하고 봤던 웨스트햄 센터백들은 흠칫, 흠칫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멀리서 봐도 바짝 긴장한 게 보였다.

다다다다다-!

그나마 수비수처럼 일찍이 내려앉은 대클란 라이스만이 전방에서부터 몸을 던졌지만,

스윽-!

순간 인구가 우측 에어리어 바깥에서 기습적인 오른발 슈팅 스탠스를 취하자 흠칫하며 멈춰섰다.

으득-!

이내 라이스는 이를 갈았다.

인구가 슈팅을 때리는 척, 오른발 인사이드로 공을 왼발로 교묘히 가져간 것이다.

툭-!

재차 왼발에서 오른발로 가져 가기까지...!

그때쯤 라이스의 상체는 인구의 페인트에 속아 우측으로 크게 기운 상태였다.

왼 공간이 열린 것을 본 인구는 그제야 오른발을 휘둘렀다.

타아앙-!

에어리어를 가로질러 날아간 공은 정확히 반대편 에어리어 바깥에서부터 뛰어든 런던의 다이빙 헤더에 걸렸다.

투우웅-!

[아아앗! 크로스바 위를 살짝 벗어나는 고오오옹!]

[이번엔 골키퍼가 미처 반응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오우...!

해머스(웨스트햄 서포터즈)가 머리를 감싸 쥐었다가 말고 안도하는 순간이었다.

“후우...!”“이번 건 실점이어도 할 말이 없었어.”

“제기랄! 이건 뭐 계속 두드려 맞고만 있잖아! 후!”

뒤쪽에 있던 코치들에게선 안도의 한숨에 이어 탄식이 쏟아졌다.

일부는 벌써 경기를 포기한 것처럼 보였다.

그만큼 뉴캐슬은 상상 이상으로 웨스트햄을 몰아붙였다.

모에스로선 탐나는 정도가 아니라 당장이라도 인구의 손을 붙들고 애원하고 싶어졌다.

‘제발, 나와 함께 역사를 써 내려가자!’

라고 말이다.

솔직히 말해 모에스, 그 또한 지금 상황에서 판을 뒤집긴 힘들다고 봤다.

‘그래도 경기가 끝날 때까진 두드려 봐야지...!’

아직 리그 2라운드를 치르는 중인 만큼 패한다 할지라도 큰 타격은 없었다.

더욱이 모에스는 오늘 경기를 통해 확신했다.

‘이건 선수 차이로 진 거다...!’

가만 보니 뉴캐슬은 새롭게 영입된 선수들도 뛰어난 활약을 뽐내고 있었다.

당장 센터백 아미르 라흐마뉘만 해도 좋은 위치선정을 통해 웨스트햄의 침투를 원천 차단해냈다.

‘준수한 빌드업 능력까지 지녔다니...!’

레프트백인 알폰스 데이비스라는 어린 자원은 속도 하나만으로 측면을 쉼 없이 뚫어냈다.

‘중원의 오를레앙 추아매니와 소피안 암라바트는 대클란 라이스를 상대로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

모에스는 이를 으득 갈았다.

‘미래가 기대되는 자원들을 대거 영입한 거였어...!’

그중에서도 인구, 그는 단신으로 웨스트햄의 포백을 붙들만한 힘을 갖췄다.

그가 있기에 다른 동료들도 더욱 편하게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었고 말이다.

반면 웨스트햄 선수들은 시간이 갈수록 패스 미스 남발에다가, 무리하게 공을 몰고 가다 턴 오버를 허용하기 일쑤...!

‘1대1 경합에서도 쉬이 상대를 뚫어내지 못하다니!’

속으론 웨스트햄 스카우트들을 질타했다.

‘빌어먹을 놈들! 내가 원하는 선수는 고사하고, 유망한 어린 자원 하나도 영입 못했다...!’

모에스로선 늘 팀이 부진할 때면 자신의 문제가 아닌, 선수 문제로 떠넘기곤 했었다.

그래서인지 시간이 갈수록 인구라는 존재가 더욱 매력적이게 다가왔다.

하지만 올시즌 프랑크푸르트에서 영입된 스트라이커, 알러가 막 그라운드를 가로질러 투입될 때, 멀지 않은 거리에서 한 목소리가 들렸다.

“봐. 봐. 내 말 맞지?”

“...?”

모에스의 두 동공은 자연스레 소리가 난 방향으로 돌아갔다.

어느덧 인구가 웨스트햄 아크 아래에서 세상 평온한 얼굴로 삐딱하니 서서는 중얼거렸다.

“모에스는 뻥축구 한다니까. 저 장신 스트라이커 투입시키는 것만 봐도 뻔하지 않아?”

“오옷, 그렇네!”

“이제 딱 전방에 저놈 하나 박아두고 롱볼 때린다?”

“왠지 그럴 것 같아!”

옆에서 살로몬 런던이 동조하자 인구는 그 어깨에 가볍게 팔까지 걸치며 덧붙였다.

“선수들만 불쌍하지. 맨유 시절 이전부터 일관되게 뻥축구만 고집하는 데, 어후! 나였으면 정신줄 놓고 플레이했겠다. 아아, 그래서 옛날에 웨힌 루니가 진짜 정신줄 놓긴 했었지. 이미 상대한테 파훼 된 전술만 고집하는데 우째?”

인구는 허탈한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보였다.

“이건 달걀로 바위 치기밖에 안 된다니까? 저 봐. 웨스트햄 선수들도 죄다 맥이 빠진 표정들이잖아. 참~ 양반이 구시대적이야. 저래선 절대 빅클럽으로 복귀 못하지. 내가 구단주여도 안 쓰겠다.”

잠자코 듣고만 있던 모에스는 그새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토해내듯 외쳤다.

“....저, 저 쉐키가 어제부터 진짜...!”

< 111. 늑대가 되기로 했다 (29)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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