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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2. 늑대가 되기로 했다 (30)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12화 늑대가 되기로 했다 (30)
인구의 습관성 도발이라면 도발이었다.
더욱이 그는 오늘 경기에서 웨스트햄을 상대로 단 한 골도 허용하고 싶지 않았다.
‘2경기 연속 해트트릭이잖아!’
여기에 상대 팀에서 누군가 추격 골을 기록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약간의 퇴색이 되는 기분이었다.
거기다.
증명하고 싶었다.
이 경기를 계기로 뉴캐슬이 더는 언더독이 아니라는 것을.
웨스트햄과의 경기를 앞두고서도 수많은 언론은 이런 평가를 했었다.
[뉴캐슬! 웨스트햄 상대로 2경기 연속 승리 쟁취할 수 있을까?]
[대부분 전문가들. 웨스트햄 승리 점쳐...!]
[대클란 라이스를 중심으로 한 웨스트햄! 단단한 수비 디펜스로 뉴캐슬의 공격 무력화할 것...!]
암만 챔피언십에서의 활약이었다 해도 뉴캐슬은 그간 규격 외의 성적을 뽐내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빌어먹을 영국 언론 및 여론들은 여지없이 뉴캐슬의 성적을 곧이곧대로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직전 시즌, 울버햄튼을 상대로 완승을 거뒀는데도 말이야.’
웨스트햄 지역 언론은 뉴캐슬을 아주 손쉬운 상대라 도발하기까지.
‘울버햄튼 승리는 운이 좋았던 것뿐이라고 했었지. 이 빌어먹을 해머스 새뀌들.’
팀을 욕보이는 언론과 여론에 인구는 경기력으로 복수하고 싶었다.
이런 복합적인 이유로 그는 오늘 경기를 완승으로 끝내고자 결심에 찼다.
무엇보다...,
힐끗 인구의 시선이 테크니컬 에어리어로 향했다.
자신이 의도한 도발에 달아오를 대로 오른 모에스가 새로운 전술 지침을 내리는 게 보였다.
인구의 두 눈이 먹이를 발견한 맹수의 그것처럼 번뜩였다.
‘더 물고 뜯을 수 있잖아.’
아직 적은 살점이 두둑하니 많았다.
이대로 경기를 끝내는 건 아쉬웠다.
‘암, 그럴 수 없지!’
그래서 인구는 습관성 도발을 통해 모에스의 판단력을 흩트려놨다.
이는 곧장 먹혔다.
“알러어! 포스트플레이!”
막 필드로 발을 들인 웨스트햄 공격수, 세바스티앙 알러는 황당한 얼굴로 테크니컬 에어리어를 바라봤다.
“포스트플레이라니?”
모에스가 어째선지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이쪽을 향해 지침 변경을 내렸다.
포스트 플레이는 신장이 큰 선수를 상대 진영 지근에 배치하여 침투하는 동료에게 패스를 연결하는 방식을 말함이었다.
그렇듯 알러의 두 동공은 일순간 흔들렸다.
‘득점만 노리라며...?’
경기 투입 전까지만 하더라도 모에스는 자신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었다.
[부담 갖지 말고 게임에 임해! 져도 된다! 최전방에서 오직 득점만 노려! 한 골이라도 만회해 보자고!]
모에스는 네 진가를 발휘해보라며 자신의 부담감을 덜어내 주었다.
그런 자가 갑자기 태도를 돌변하다니?
더욱이 알러는 웨스트햄에 몸 담은 지 채 두 달이 지나지 않았을뿐더러 포스트플레이에 익숙치 않았다.
‘난 전 구단에서도 박스 부근에서 골만 노렸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이미 빡이 친 모에스는 도끼 눈을 뜬 채 전술 변경에 임하고 있었다.
“사이드백들도 올라가아! 올라가서 문전으로 공을 찔러줘어!”
챔피언십 시절부터 필드의 사령관으로 군림하기 시작한 인구가 아미르 라흐마뉘에게 지시를 내린 것도 바로 그때였다.
그는 피슬피슬 웃으며 자신을 지나쳐 올라가는 아미르 라흐마뉘를 향해 말했다.
“물고기가 맛난 미끼 물었다,”
그 말 한마디면 충분했다.
“오케이!”
라흐마뉘는 고개를 주억대며 곧장 세바스티앙 알러에게 찰거머리처럼 붙었다.
뉴캐슬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도 지시가 떨어졌다.
라파엘 배니테즈가 모에스의 처음 보는 전술에 맞춰 변화를 꾀한 것이다.
[아! 스코어 3 : 0까지 벌어진 마당에 보다 공격적인 플랜을 가동하려던 웨스트햄이었는데요!]
[좌우 풀백까지 라인을 보다 높여 공격에 가담코자 했지요!]
허나 해설진은 뒤이어진 뉴캐슬의 전술 변화에 당황하면서도 놀랬다.
[이에 맞서는 뉴캐슬 유나이티드 또한..., 라인을 높입니다!]
[아예 사이드백들을 하프라인까지 올렸어요!]
[맞불 작전이군요!]
“뭐?”
모에스는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필드의 전황을 살폈다.
‘라파엘 이놈...!’
인구의 도발에 걸리며 기존 전술이 아닌 다른 전술을 가동한 모에스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스스로의 기억을 날조했다.
이건 순전히 자신의 계획일뿐이라며.
‘질 땐 지더라도 바짓가랑이를 끝까지 붙들어 버릴 테다!’
인구에게 어제부터 연달아 도발을 당한 끝에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후반전 37분이 흐른 데다 스코어는 3점 차.
단연 자신이 맹공 전술을 퍼부으려 한다면 상대는 내려앉기 마련이었다.
‘대개는 체력도 아낄 겸 내려 앉아 경기를 이대로 끝내려 할 텐데...!’
사실상 경기의 승패는 완전히 갈렸다고 봐도 무방한 스코어 차와 시간대가 아니던가?
허나 라파엘은 달랐다.
자신이 전체 라인을 올리니 도리어 똑같이 라인을 높여 맞불을 놓으려는 게 아닌가?
으득!
절로 이가 갈리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이는 곧, 순수하게 공격 vs 공격으로 맞붙었을 때 뉴캐슬이 웨스트햄보다 강하다는 소리였으니까.
‘자신 있다는 건가?’
허나 모에스는 부릅뜬 눈으로 부정했다.
‘인쿠만 제외하고선 우리 공격수보다 우위에 있는 선수는 없다!’
어쩌면, 이건 기회일지도 몰랐다.
씰룩.
그렇게 생각하자 입꼬리가 씰룩였다.
‘라파엘. 나이를 먹더니 판단력이 흐려지셨군.’
상대가 자신처럼 라인을 높이디 높인 만큼 발 빠른 웨스트햄 선수들은 특유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건 바로 빠른 스피드로 배후 공간을 파고드는 거였다.
모에스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교체 투입된 알러는 최전선에서 전봇대처럼 포스트플레이에 임할 것이다.
‘그 순간 좌우 사이드백들과 하프 사이로 공격진이 파고들어 득점을 노린다...!’
혹은 순차적으로 상대 진영에 도달할 대클란 라이스의 중거리 슈팅에 기대할 만도 했다.
* * *
후반전 39분.
대클란 라이스의 날 선 로빙 패스가 페널티 에어리어 중앙으로 향했다.
오옷!
아직 관중석을 떠나지 않은 해머스들은 짧은 탄성과 함께 엉덩이를 들썩였다.
툭, 투욱, 투웃-!
190cm의 장신, 세바스티앙 알러가 뒷걸음질 치더니 이내 강하게 어깨 푸싱으로 진로를 방해하던 라흐마뉘를 밀쳐낸 것이다.
때마침 낙하한 공은 알러의 이마로 뚝 떨어졌다.
그때였다.
퍼억-!
“크헛?!”
한 걸음 앞으로 밀려났던 라흐마뉘가 그새 밸런스를 회복해 어깨 푸싱으로 알러의 상체를 흔들었다.
트잇!
휘청인 탓에 공은 알러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오옷! 전방으로 길게 튕겨 나간 공!]
[마치 퍼스트터치가 길어진 것마냥 공이 앞으로 튕겨 나갔어요!]
[뉴캐슬 진영으로 단거리 경주하듯 뛰쳐나갔던 웨스트햄 공격수들이 급히 돌아서 복귀합니다!]
“마, 막아아아아!”
멀찍이서 조마조마한 얼굴로 구경하던 모에스는 버럭 소리쳤다.
하필 공이 뒤쪽에서 세컨 볼을 노리고 있던 뉴캐슬의 오를레랑 추아매니의 발 앞에 뚝 떨어졌으니.
그러나 웨스트햄의 선수 중 누구 하나 추아매니에게 달려드는 이는 없었다.
타앙-!
[오를래앙 추아메니이! 좌측 사이드로 깊숙이 땅볼 패스를!]
고민하는 것도 사치라는 것마냥 추아매니가 한 박자 빠른 스트레이트 패스를 찌른 것이다.
투웅-!
필드를 가로지른 공은 이내 엄청난 스피드로 하프라인을 넘어선 알폰스 데이비스의 오른발 아웃스텝에 걸렸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투웅! 투웅! 투우웅-!
아웃스텝으로 공을 정지시킨 게 아닌 길게 앞으로 굴린 그가 이윽고 폭발적인 전진 드리블을 구사하기 시작했으니까.
‘달린다! 달리기만 하면 돼!’
알폰스는 이를 악물며 오직 전진 플레이만 펼쳤다.
속으론 지난 인구와의 연습 장면을 떠올렸다.
[패스 연결되면 그냥 공을 끝까지 상대 진영까지 몰고 가. 그리고 문전으로 컷백이든 아웃사이든, 인사이든. 크로스를 올려.]
인구는 사전 말했다.
굳이 문전을 확인할 필요도 없이, 크로스를 구사할 수 있는 지점에 도달하면 일단 때리고 보라고.
그럼, 알아서 받겠다고 말이다.
“어억, 어어억!?”
이를 본 모에스는 똥 마려운 강아지마냥 팔짝 팔짝 뛰며 이상한 소리를 내질렀다.
반사적으로 들어 올린 한 손은 알폰스가 아닌 일찍이 웨스트햄의 박스 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한 선수를 손끝으로 콕 콕 찍어댔다.
“저 놈! 저 노오옴! 저 노오오오옴~!”
모에스가 가리킨 손끝엔 다른 누구도 아닌 인구가 페널티 스퍼트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흐허헣”
세상 빙구 같은 웃음을 지으며!
막아! 저놈 좀 막아! 라고 외치고 싶었으나 그 말은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마치 목 끝에 반강제로 가시처럼 걸린 것마냥.
웨스트햄의 최후방 센터백이자 베테랑, 파비앙 발부에나가 그 옆을 버티고 있었으나 모에스의 안색은 실시간으로 질렸다.
타앙-!
그 불안한 눈엔 이윽고 알폰스가 좌측 하프까지 접근해 무릎 높이의 크로스를 구사하는 장면이 들어찼다.
파비앙 발부에나는 공이 날아오는 방향에 맞춰 인구의 앞을 막아섰으나.
“아, 아니야...!”
모에스는 자기도 모르게 연속해서 소리를 내질렀다.
그도 그럴 게,
스윽-!
발부에나가 오른발을 채 디뎌 중심을 다잡는 순간, 인구가 왼쪽 어깨를 비집고 파고든 것이다.
“어딜...!”
기겁한 발부에나는 어떡해서든 버티려 했으나 도리어 당황했다.
입 밖으론 그만 얼빠진 소리가 터져 나왔다.
“어?”
어떡해서든 몸을 욱여넣어 인구가 파고들 배후 공간을 죽이려 했건만,
투읏.
눈 깜짝할 사이 인구가 제 밸런스를 깨뜨리고 한 걸음 앞서 위치해 자신을 등 뒤에 둔 것이다.
그 시기, 이미 발부에나의 상체는 강풍을 휩쓸린 것처럼 오른쪽으로 크게 밀려나 있었다.
당장이라도 엎어질 듯이!
‘이게 무슨...!’
마치 순간 기억이 삭제당한 것 같은 현 상황에 발부에나는 혼란함에서 쉬이 헤어나오지 못했다.
인구의 막 디딘 오른발 옆으로 공이 휘익~ 지나친 것도 그때였다.
툭-!
인구의 왼발 스터드가 오른발 뒤에서부터 툭 튀어나와 공의 옆구리를 때린 것도 바로 그 순간이었고 말이다.
예상치 못한 라보나킥에 뛰쳐나왔던 골키퍼는 자신의 가랑이 사이로 쏙 빠진 공을 허망하게 바라보는 게 최선이었다.
촤라악-!
* * *
경기 후.
[인쿠! 포트트릭 작렬...!]
[2019-2020시즌 도깨비팀은 다른 그 어떤 팀도 아닌 뉴캐슬 유나이티드!]
[인쿠! 뉴캐슬 역사 최초로 2연속 해트트릭 작렬해...!]
[라파엘 배니테즈의 맞불 전략 먹혀 들어...!]
[4 : 0 완승 거둔 뉴캐슬 유나이티드!]
[뉴캐슬 서포터즈 ‘인쿠는 현대판 엘런 시어러!’]
언론은 뉴캐슬과 인구의 찬양 일색이었다.
반면에 웨스트햄과 모에스를 향해선 날 선 비난이 이어졌다.
[데이비드 모에스! 졸전에 졸전 치러...!]
[4점 차 대패 당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해머스들 ‘모에스 당장 나가!’]
[일부 전문가들 ‘모에스는 라파엘과의 전술 싸움에서 완벽히 패한 거야.’]
인구의 대승 전략이 먹혀서일까?
몇몇 유명 매체는 뉴캐슬의 리그 3라운드 상대가 빅6 중 한 팀인 첼시임에도 이전과는 달라진 반응을 보였다.
[뉴캐슬! 강호 첼시 상대로도 각축전 벌일까?]
[뉴캐슬 서포터즈 ‘어떤 팀이 상대라도 두렵지 않아!’]
[확연히 달라진 뉴캐슬 유나이티드! 역사는 반복되지 않는다?]
[첼시 복병 뉴캐슬 상대로 연승 이어갈 수 있을까?]
< 112. 늑대가 되기로 했다 (30)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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