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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8. 빅클럽 (16)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28화 빅클럽 (16)
런던은 수없이 연습했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인구의 크로스를 헤더로 받아내는 훈련을.
단순히 받아내는 정도가 아니라, 골키퍼가 채 반응하기도 전에 빠르고 강하게 연결하게끔...!
또, 확신했다.
‘인쿠의 크로스야!’
런던이 알고 있는 인구의 크로스 실력은 압도적이었다.
적어도 뉴캐슬 내에서 최고일 만큼.
지금도 그랬다.
인프런트로 휘어진 공은 보다 앞선 위치에서 헤더를 들먹인 맨유의 미드필더를 쌩하니 지나쳤다.
런던은 한순간 날아올랐다.
“우어어어어어엇!”
괴성을 지르며 골망 속에 공이 아닌 자신의 머리를 들이밀 기세로 몸을 던졌으며 이윽고,
타아앙-!
그 내지른 정수리 끝에 인프런트로 휘어져 떨어진 공이 정확히 맞고 골문으로 굴절되었다.
공이 제 이마에 맞는 와중에도 감탄했다.
‘마치 내가 이 지점에 도달하리라는 것을 알고서 정확히 떨어졌다...!’
직접 머리를 가져다 댔다는 느낌보다는 공이 유도탄마냥 제 머리를 타겟 삼은 느낌이었다.
“#@#!#....!”
골라인 앞으로 한 걸음 뛰쳐나왔던 맨유의 수문장, 다뷔드 데 헤아는 짧은 욕지거리와 함께 즉시 좌측으로 몸을 던졌다.
공이 갑자기 반대편 포스트로 향하면서 반사적인 움직임이라 할 수 있었다.
허나 그 찡그린 표정은 펴질 새가 없었다.
힘껏 손을 뻗은 그 순간에 이미 공은 골망을 시원하게 물결쳤으니까.
촤라악-!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살로몬 런더어어어어어언~! 역전 골! 드디어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역전에 성공합니다아아아아!]
우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홈팬들의 어마어마한 함성이 그라운드를 가득 채우는 순간이었다.
득점에 성공한 런던은 중심이 무너지며 앞으로 엎드리듯 쓰러졌으나 곧장 일어나지를 못했다.
“이 새뀌이이이! 이 귀여운 새뀌이이이이이!”
인구가 제일 먼저 다가가 그를 위에서부터 뭉개버렸으니까.
뒤이어 신이 날대로 난 동료들도 그를 위에서부터 무참히 깔아뭉갰다.
“세, 세레머니...!”
그 탓에 런던은 어머니를 위한 세레머니를 준비했음에도 펼칠 수 없었다.
* * *
뉴캐슬과 맨유의 경기를 실시간으로 보며 분석하던 패널들의 반응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경기 내내 똥 씹은 표정만을 짓고 있던 앨런 시어러가 어느덧 흥에 겨워 외친 것이다.
[런던은 강력한 헤더를 보유한 스트라이커지요! 괜히 제2의 올리비애 지루라 하겠습니까? 빅토르 린댈로프는 그를 보다 더 적극적으로 마크할 필요가 있었어요! 결국은 제대로 된 마크가 안 되면서 실점을 허용한 거 아니겠습니까? 하핫!]
인구를 향한 칭찬도 이어졌다.
[사실상 방금 전 득점도 인쿠의 지분이 상당 부분 있다고 봅니다! 정확히 런던이 쇄도할 최종 지점을 예측하고서 정교하고도 강력한 인프런트 크로스를 구사했으니 말이죠.]
앨런 시어러는 덧붙였다.
그 외에도 인구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존재 자체만으로 맨유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또 일부 맨유 선수들을 비판했다.
[매이슨 그리운드는 교체아웃이라도 된 건가요? 전반전 초반에 골을 넣더니 그걸로 안주한 겁니까? 왜 후반전에는 보이지 않나요?]
[해리 맥과이어는 오늘 경기에 그냥 투입되어선 안 됐습니다. 오늘 보여준 폼은 최악, 그 자체였으니까요!]
[마커스 래시퍼드, 매이슨 그린우드도 내려 와서 수비를 할 필요가 있어 보이는데요? 예? 저리 디펜시브 라인이 뻥뻥 뚫리기 시작하는데 올라가서 멀뚱히 구경만 하잖습니까?]
조금 전과는 달리 이젠 리오 퍼디난드가 똥 씹은 얼굴로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면서도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고 말이다.
* * *
실점이 있고 나서야 주심은 교체 사인을 내렸다.
단연 울레 군나르 솔사르는 주심의 판단에 불만을 터뜨렸다.
2점 차 스코어에서 한순간 역전을 허용한 만큼 더는 솔사르의 입가엔 특유의 착한 미소라곤 없었다.
“이게 말이 됩니까아? 예? 교체선수를 3분씩이나 대기심 옆에 세워두는 게 말이 되냐고요!”
대기심을 비롯한 일부 스탭들이 그를 말렸음에도 불구하고 솔사르는 분통을 계속해서 터뜨렸다.
“애릭 바이를 투입시키기만 했어도 방금처럼 골을 먹히진 않았을 거라니까? 어?”
“이봐요, 레프리! 내 말이 안 들립니까? 예? 교체 사인을 줬어야 했다니까! 골이 터지기 전에!”
그러다 결국...,
삐이이이이!
[아 주심! 잠시 경기를 멈추는데요! 오오, 어디로 가나요? 아~! 울레 군나르 솔사르에게 향하는 주심...!]
척!
[옐로카드군요! 주심! 항의하는 솔사르를 향해 경고를 줍니다!]
* * *
후반전 43분이라는 시간이 훌쩍 흘렀다.
홈팬들은 단체로 일어나 더는 자리에 앉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어깨동무를 하며 한목소리로 외쳤다.
이대로! 이대로! 이 스코어로오-!
툰들은 진정 4 : 3 스코어로 경기가 끝나기를 바라고 있었다.
반면 레드 데빌스들은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은 만큼 열띤 응원을 펼치며 동점 골을 원했다.
울레 군나르 솔사르 또한 언제 주심을 향해 불만을 토해냈냐는 듯 달아오른 얼굴로 선수들을 북돋웠다.
“올라가아! 브루노오! 슈웃! 그냥 슛을 때려!”
“할 수 있다! 아직 게임 안 끝났으니 조금 더! 조금만 더 힘을 내거라!”
솔사르로선 이 경기가 최소한 동점으로라도 끝나기를 바랐다.
그래야지만 갖은 비판을 조금은 피할 수 있었으니까.
무엇보다,
‘개같은 인쿠...!’
패할 시 저 빌어먹을 인구가 어떤 행동을 취해올지 상상이 되었다.
‘필시 농락할 게 뻔하다...!’
매이슨 그리운드에게 한 차례 농락을 당한 만큼 이를 벼르고 있을 게 분명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오늘의 경기는 솔사르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후반전 45분.
추가시간 2분이 약 부여된 시점.
투웅-!
[디안드루 예들린! 우측 사이드로 이동한 인쿠에게 짧게 전방 패스를 찔러줍니다!]
뉴캐슬로선 이대로 시간 지연을 벌여도 이상할 게 없었지만 인구의 생각은 달랐다.
그 귓가론 아까부터 들렸다.
“후흣, 흐윽!”
“후욱!”
맨유 선수들의 입에서 꽤 고르지 못한 숨소리가 터져 나오던 것을.
이는 맨유가 연달아 3일, 4일 간격으로 원정 경기를 치른 탓이었다.
‘체력이 갈릴 대로 갈린 거지!’
체력이 떨어지면 판단력도, 그리고 움직임도 굼떠질 수밖에 없다.
특히 지금 시간대는 후반전 45분.
거의 경기가 끝나가는 상황인 만큼 집중력은 더욱이 흐트러졌을 시점이었고 말이다.
지금도 봐라.
자신이 하프라인과 사이드라인이 맞닿는 지점에서 공을 소유했음에도 로크 쇼는 몇 걸음 거리를 두고 섰다.
그 스탠스마저 지친 기색이 역력...!
그렇듯, 다음 동작은 간단했다.
투웅-!
[오오옷! 인쿠! 갑자기 전방으로 공을 차고 나가기 시작합니다아아!]
인구는 사이드를 타고 질주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질주에 로크 쇼는 뒤늦게 반응했지만, 뒤늦게 반응한 것만으로 그새 한 걸음 차 이상 거리가 벌어졌다.
“이익...!”
이를 악물고 달렸음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음에 로크 쇼는 손까지 뻗었다.
허나 그마저 헛손질...!
그나마 센터백 애릭 바이가 측면에서부터 급히 뛰어와 협력 수비에 임했지만,
툭, 타앗-!
좁은 공간 속, 인구가 오른발 인사이드에 이어 왼발 인사이드.
재차 오른발 아웃프런트로 공을 짧게 짧게 이동시켰다.
움찔, 움찔!
바짝 붙었던 애릭 바이와 뒤에서 푸싱 타이밍을 노렸던 쇼는 그 세세한 동작 하나하나에 버퍼링에 걸린 것마냥 버벅거렸으며,
투웅-!
그 타이밍에 맞춰 인구는 그들 사이 공간을 오른 어깨를 들먹여 비집고 불시에 파고 나갔다.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옷-!
홈팬들의 기대 어린 고성이 더욱 높아졌다.
주파한 인구가 기어이 하프에서 페널티 우측 에어리어까지 도달했으니까.
곧, 센터백 빅토르 린댈로프가 발을 동동 구르며 막아섰지만,
투웃-!
“헉...?!”
인구는 오른발 슈팅을 때리는 척, 순식간에 몸과 함께 공을 좌측으로 가져가는 페인트로 린댈로프마저 얼려버렸다.
“어어어어억...!”
멀찍이서 이를 보던 솔사르는 입을 쩍 벌린 채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터뜨렸다.
그리고 1초도 되지 않아 입은 초연히 다물어졌다.
타아앙-!
촤라아아악!
인구가 린댈로프를 제치자마자 왼발 인프런트 킥으로 쐐기골을 박아버렸으니까.
우아 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 - - - - -
툰들은 거의 괴성에 가까운 환호성을 내질렀다.
해설진 또한 잔뜩 상기된 얼굴로 소리쳤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올! 골입니다아아아아! 인쿠우우!]
[마치 리오넬 매시를 연상케 하는 원더 골을 터뜨렸어요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몇 명을, 대체 몇 명을 혼자서 제친 건가요! 아니 그보다! 경기 종료 직전에 혼자 공을 몰고 적진 깊숙이 파고들 만한 체력이 아직 남아있었던 건가요? 예에?]
[스코어 5 : 3! 남은 시간이라곤 추가시간 겨우 1분 남짓...! 사실상 경기의 승패는 명확히 결정났다고 봐도 무방합니다아아아아아아!]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이리와! 다들 이리와아!”
인구가 흥에 겨워 달라붙은 동료들을 일일이 떨쳐내 갑자기 이리오라는 손짓 제스처를 취하며 외쳤으니.
그러면서도 두 발은 잔망스레 어느 한 지점으로 향하고 있었다.
씰룩, 씰룩!
입꼬리는 끌어 올라간 채 내려갈 기미가 없었다.
꿈틀, 꿈틀!
반대로 울레 군나르 솔사르의 눈밑은 간만에 꿈틀거렸다.
‘이놈들...?!’
설마 싶었건만, 그 두 눈엔 점점 더 불길한 장면이 선명하게 드리웠다.
세상 악랄한 얼굴을 한 인구가 그새 런던을 비롯해 뉴캐슬 동료들과 손을 맞잡고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것을.
[아아, 아?! 이게 뭔가요!]
해설진은 놀라 외쳤다.
오오옷 오오오오옷 오오오오오오옷!
매이슨 그린우드에게 농락당하며 크게 분통을 터뜨렸던 만큼, 홈팬들은 도리어 기쁨의 고조를 높였다.
단연 원정길에 오른 레드 데빌스들은 팔짝 뛰며 불만을 터뜨렸다.
“노옵! 노오오오!”
“꺼져! 씨발!”“아니지? 아닐 거야! 설마 그럴 리가!”
인구는 좌우로 일렬로 쭉 늘어선 동료들을 향해 만족스러운 미소를 한 번 띄고선 다닥다닥 말처럼 뛰었다.
“크흐허헣!”
점점 더 다가갈수록 솔사르의 얼굴엔 균열이 갔다.
맨유 벤치에 있던 코치들의 얼굴은 그새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딱 봐도 달려들 태세네?’
그러거나 말거나, 인구의 목표는 오직 솔사르였다.
원래 적장의 멱을 따야 확실한 승리라 할 수 있는 거 아니던가?
또 이건 유나이티드 더비다!
인구의 두 눈썹이 성나게 치솟았다.
‘후끈하게 가자고!’
그렇듯.
방정맞게 뛰어가던 인구는 동료들과 함께 솔사르와 3걸음 거리 앞에서 무릎 슬라이딩을 선보였다.
쏴아아아아아 아아아-
“호우우우우-!”
두 팔을 모았다가 벌리며 농락성 호우! 세레머니도 뽐냈고 말이다.
퍼억-!
어디선가 날아온 빈 페트병 하나가 인구의 정수리를 정확히 때린 것도 그때였다.
< 128. 빅클럽 (16)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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