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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129화 (18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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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9. 빅클럽 (17)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29화 빅클럽 (17)

뉴캐슬 관련 지역지는 난리였다.

[뉴캐슬 유나이티드! 유나이티드 더비전에서 5 : 3 대역전극 벌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다 잡은 승리 놓쳐...!]

[인쿠! 4골 1도움! 평점 10점 만점!]

[라파엘 배니테즈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충분히 우승 경쟁을 할 수 있는 레벨에 올랐어!’]

[울레 군나르 솔사르 ‘전반은 우리가 주도했지만 후반은 심판이 주도한 게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뉴캐슬에 패하며 순위 7위로 하락...!]

해당 경기를 실시간으로 시청하고 있던 한국 팬들 또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 <감기조심> : 와~ 이걸 뒤집는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세나아빠인구> : 아니 나 전반전만 보고 tv 껐다가 다시 돌아왔는데 왜 5 : 3으로 뉴캐슬이 이긴 거냐? 후반전에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거임???

- <인생은구만리> : 우리 인구형은 진짜 물건이네요. 그냥 때리면 다 들어가니까.

- <승우네백반집> : 루이스 인쿠스키! 한반도인쿠스키! 인쿠리우! 리오낼 인쿠우! 크리스티아누 인쿠두~~~~~~~~~!

ㄴ <지송팍> : 인쿠두는 뭔가 어감이 좀;;;

물론 레드 데빌스들은 심판 판정에 불만을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유나이티드 더비라 칭하는 툰들을 비판했다.

- <띵킹포드> : 오늘 심판이 전체적으로 판정 속도가 느린 부분이 있었음. 또 불어야 할 상황에서 불지 않으면서 뉴캐슬에 좀 더 이롭게 흘러갔고!

- <폴스쿨스> : 씨발. 이렇게 지면 또 빌어먹을 툰놈들이 더비전 승리니 뭐니 지랄발광을 떨거 아니냐? 어?

- <알랙슨경입니다> : 겨우 두 번 이겨놓고 유나이티드 더비 이러는 거 진짜 웃기네. 근본도 없는 뉴캐슬 따위가 우리를 라이벌로 칭하는 것부터가 무지 화딱지나!

*       *       *

다음 날.

슥슥, 스슥!

나른한 햇살이 반쯤 열린 블라인드 사이로 새어들어 침대를 비췄다.

“으우움.”

인구는 곤히 자고 있다가 말고 두 눈을 찡그렸다.

스슥, 스슥! 꾸욱!

다리 쪽에선 묵직한 무언가가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결국 잠에서 깬 인구는 슬쩍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이불 속에 무언가가 있는 게 보였다.

옴자 모양으로 튀어나온 그 정체불명은 이내 서서히 제 몸을 타고 올라오더니 가슴 부근에서 멈췄다가 말고,

활짝!

“우어어엉!”

이불을 급히 걷어내며 새끼 사자와 같은 포효를 내질렀다.

“흐헣.”

인구는 절로 빙구 미소를 흘렸다.

모습을 드러낸 작은 맹수는 다름 아닌 세나 공주였으니까.

“우리 세나. 심심하구나?”

“웅! 그리고 아빠 깨운 거야! 난 아빠의 알람시계니까.”

“어이쿠, 기특해라!”

그새 반쯤 몸을 일으킨 인구는 세나를 양팔로 꼬옥 끌어안으며 아무렇게나 자란 까칠한 수염을 얼굴께에 가져가는 척 했다.

“우우! 우우우우!”

세나가 몸을 뒤척이며 피하려 하자 인구의 입꼬리는 더욱이 장난스레 끌어 올라갔다.

“악당을 깨웠으니 그 대가를 치러야 하지 않겠소? 우리 세나 공주우?”

“우우우! 시러! 너무 까칠해!”

슬쩍 두 팔에 힘을 풀자 그새 세나는 침대에서 빠져나와 우다다다! 거실로 뛰어갔다.

그 모습에 인구는 피식하니 웃음을 흘렸다.

“고양이네, 고양이야.”

*       *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 승리로 뉴캐슬의 사기는 크게 달아올랐다.

인구가 ‘맨빅아’ 주장론을 끝없이 펼치고 있다 하더라도 여전히 맨유는 강팀이었고, 그런 강팀을 상대로 승리하지 않았던가?

‘그것도 대역전승.’

그래서인지 훈련장에 발을 들인 지금. 인구는 보았다.

하루 휴식이 부여된 와중에도 훈련장에 출근한 선수들이 열띤 훈련에 임하는 중인 것을.

“핫 둘! 핫 둘! 핫 둘!”

“우오오오옷!”

타아앙-!

“달려! 달려어어어!”

그라운드 여기저기서 일찍이 훈련장에 발을 들인 선수들이 저마다 개인 훈련에 임하고 있었다.

‘살로몬 런던에 크리스티안 아추에 예들린에. 뭐 그냥 주전급들은 다 왔네, 다 왔어.’

몇몇은 팀을 맺고서 미니 게임을 진행 중이었고 말이다.

“아빠, 아빠. 오늘 왜케 사람들이 마나?”

아침 식사 후 훈련장에 함께 방문한 세나가 제 손을 꽈악 붙잡아 흔들며 물었다.

인구는 양갈 머리 세나를 한 번 스윽 내려다보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다. 다들 뭘 잘못 먹었나봐.”

그렇게 인구는 세나의 손을 이끌고 훈련장 출입구가 아닌 우선 유소년 센터로 향해 길을 거닐었다.

‘오늘은 세나 훈련이 잡혀 있는 날이니까.’

벌써부터 얼굴엔 우쭐한 웃음꽃이 피어났다.

세나의 실력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본 학부모들은 열이면 열 감탄을 연발하곤 했으니까.

[오오옷...., 미쳤어! 진짜 미쳤어!]

[와~ 그냥 다르네. 다른 애들이랑은 차원이 달라.]

[여자애가 자기보다 나이 많아 보이는 남자애들 상대로 그냥 가지고 노는데? 이게 말이 돼?]

아빠인 입장에서 그들의 감탄은 기쁨 그 자체였다.

또 전날 빌어먹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박살 낸 만큼, 자신을 향한 관심도 만만치 않을 것이 자명했다.

‘흐흐흫. 그래서 미리 사인펜이랑 사인 종이를 준비해놨지.’

탕! 탕!

인구는 가슴 주머니에 넣어둔 준비물을 손바닥으로 뿌듯하니 탕탕! 치고는 유소년 센터 입구에 발을 들였다.

그리고 채 문을 열고 입구에서 두 걸음 정도 거닐었을까?

“어?”

인구는 얼빠진 소리와 함께 그만 걸음을 멈췄다.

*       *       *

훈련장 펜스 너머 학부모들은 옹기종기 모여 자기들끼리 속닥거렸다.

“글쎄. 저 꼬마 아이가 엔디 콜이 낳은 막둥이라니까?”

“엔디 콜? 내가 아는 그 엔디 콜 아니지? 아스널이랑 우리 뉴캐슬 유나이티드에서 뛰었던?”

“맞아! 그 엔디 콜이!”

“오옷. 아니 근데 그 친구 아들이 왜 우리 뉴캐슬 유소년 센터에...?”

“툰이 되고자 왔나보지 뭐!”

예상과 달리 제게는 단 1도 관심없는 학부모들에게서 좀 떨어진 거리.

인구는 두 눈을 가늘게 좁히고서 그라운드를 보았다.

벌써 한 게임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한 학부모가 말한 것처럼 까무잡잡한 피부에 탄력있는 몸매의 꼬마 아이가 경기를 뛰고 있는 게 보였다.

‘저 녀석이 엔디 콜 아들이라고?’

엔디 콜은 한때 잉글랜드 무대를 누빈 스트라이커로 뉴캐슬이 레전드 캐빈 키건과 함께 호흡을 맞춘 바도 있었다.

‘거의 저니맨이긴 했지. 여러 구단을 옮겨다닌 양반이니까.’

피는 못속인다고.

엔디 콜의 아들 역시 여타 아이들과는 다른 몸놀림을 보였다.

툭, 타앗-!

폴짝 뛰듯이 오른 발 인사이드로 공을 가져갔다가 돌연 왼발 아웃프런트로 차내며 한 명을 제쳤다.

투웅-!

이어 좌측면에서 달려드는 상대는 오로지 속도만 드높여 따라붙지 못하게 만들더니...,

타앙-!

골키퍼가 우측 대각으로 가로지르는 자신을 향해 끌려나온 빈틈을 놓치지 않고 노룩 슈팅으로 골망을 물결쳤다.

‘실력도 출중한데?’

그만큼 선택폭도 넓었을 거다.

인구의 두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

‘굳이 뉴캐슬이 아니어도 아스널 같은 좋은 유스 구단도 많았을 거잖아.’

왜 저 꼬마가 지금 뉴캐슬에 있는지 쉬이 납득이 되지 않았다.

냉정히 보건대 뉴캐슬의 유스 시스템은 형편이 없었으니까.

‘세나야 내가 현재 뉴캐슬에 몸담고 있으니까.’

또 급하게가 아닌 천천히 성장시키고 싶은 마음이었고 말이다.

문제는 엔디 콜의 아들만이 아니었다.

여지없이 학부모들은 속닥거렸다.

“저기, 저기 봐!”

인구의 눈동자도 자연스레 한 학부모가 가리킨 방향을 따라 돌아갔다.

“폴 개스쿠인의 막둥이야!”

“폴 개스쿠인? 그 악동 녀석 말하는 거야?”

“응!”

“어쩐지 머리색이나 생김새가 좀 앙칼지다 싶더니만!”

학부모들의 중얼거림에 인구는 조금이지만 놀랐다.

‘폴 개스쿠인이라니?’

폴 개스쿠인은 과거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며 영국 내에서 가장 기대하던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악동에 불같은 성미, 기타 멘탈 문제 등으로 포텐을 다 못 터뜨렸다는 평이 있던 선수였던가.’

이를 인구는 잘 알았다.

자주는 아니나 가끔 마주하는 뉴캐슬의 스카우트, 로보트 파이기가 구단 역사에 대해 끊임없이 읊곤 했으니까.

‘뉴캐슬을 거쳐 간 대표적인 선수에 관해서도 알려줬고 말이야.’

그래서인지 인구 그 또한 이젠 뉴캐슬에 관한 역사는 상당수 꿰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아무쪼록 짧은 전성기 동안은 월드클래스라는 평을 받을 만큼 재능 하나는 압도적인 인간이 바로 폴 개스쿠인이었다.

‘또 뉴캐슬에서도 뛴 적이 있고.’

그런 개스쿠인의 막둥이가 지금 유려한 드리블을 뽐내며 엔디 콜의 자식과 경합을 벌였다.

왼쪽으로, 다시 오른 쯕으로.

왼발 인스텝으로 공을 툭 차고 나가다가 먹히지 않자 즉시 공을 드래그백 시켰다가 말고 팬텀 드리블까지...!

오옷!

오오오옷!

제쳤다아!

학부모들의 입에서 절로 감탄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엔디 콜의 자식을 제친 폴 개스쿠인의 막둥이가 빠르게 공을 차고 달리려는 그때였다.

쏴아아 아아아아!

툭-!

멀지 않은 거리. 웬 금발머리 꼬마가 슬라이딩 태클로 개스쿠인 막둥이의 발밑에서 오직 볼만을 건드려 빼냈다.

직후 퉁기듯 일어난 금발머리 꼬마는 빠르게 공을 오른발 인스텝으로 차내며 역습을 시도!

오오오오옷!

인구는 감탄에 또 감탄을 연발하는 학부모들에게 귀를 기울였다.

“엘런 스미스의 아들이야!”

“엘런 스미스으?! 미쳤군!”

인구는 턱을 작게 주억거렸다.

로보트 파이기에게 들은 바 있는 이름이었다.

‘리즈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그리고 뉴캐슬 유나이티드에서도 활약한 선수잖아.’

인구는 이제 어처구니가 없어 웃음을 흘렸다.

“허, 참나.”

자신이 아는 뉴캐슬 유소년 아카데미는 유명 선수의 아들은 웬만해선 오지 않는 곳이었다.

설령 입단을 위해 왔다가도 낙후된 시설을 보고선 돌아설 정도가 아니던가.

‘그런데 이게 뭔...,’

하루아침 사이에 준네임벨류, 또는 네임벨류의 아들이 셋이나 들어왔다?

그러다 문득, 인구는 슬쩍 옆을 내려다보았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세나가 입을 꾹 다문 채 경기를 관전하고 있었다.

왠지 눈빛이....,

‘자, 잡아먹을 것 같은 눈빛이잖아?’

마냥 귀엽기만 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인구는 세나도 이런 살얼음이 뚝 떨어지는 표정을 지을 수 있다는 것에 조금은 놀랬다.

한편으로는 의문이었다.

‘코치도 그새 늘어난 거야?’

원래라면 리키 제임스 코치 한 명이 다였건만, 오늘은 처음 보는 코치가 주심을 맡고 있었다.

시설 바깥에선 다른 코치가 화분에 물을 주고 있었고 말이다.

리키 제임스가 모습을 드러낸 건 약 4분여가 더 지나서였다.

그는 싱글벙글한 얼굴로 나타났다가 말고 인구와 세나를 발견하곤 즉시 다가갔다.

“오옷! 오셨습니까?”

인구는 제임스의 등장에 시선은 여전히 그라운드로 둔 채 궁금한 것들을 물었다.

“코치가 증원됐네요? 그리고 저 꼬맹이들은 또 뭐고?”

“아아, 네네! 맞습니다. 헤헷. 저 아이들은 요번에 새로 입단한 아이들이고요!”

리키 제임스는 세상 즐거운 얼굴로 덧붙였다.

“이게 다 세나 덕분이죠, 헷.”

< 129. 빅클럽 (17)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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