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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134화 (117/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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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4. 빅클럽 (22)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34화 빅클럽 (22)

리버풀 서포터즈들은 뉴캐슬전에서의 승리를 염원하고 또 염원했다.

우승 경쟁팀인 맨체스터 시티와 승점 4점 차를 유지 중이긴 하나 불안했던 것이다.

- 맨체스터 시티 정도 팀이라면 남은 경기에서 충분히 전승할 수 있는 팀이야.

ㄴ 인정. 그러니 우리도 남은 경기에서 로테이션 가동 같은 병신같은 짓 말고 전력으로 승부할 필요가 있어. 특히 뉴캐슬은 도깨비팀이라고.

- 첼시전에 패한 뉴캐슬은, 아마 4위 수성을 위해 우리 상대로 전력의 120%를 발휘하겠지.

- 얼마만에 찾아온 기회냐? 응? 120%가 뭐야. 140% 발휘해서 지금 순위 지켜도 모잘라!

일부 언론은 리버풀이 4점 앞서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국에는 맨체스터 시티에게 자리를 내줄 것이라 평했다.

[꾸준한 맨체스터 시티! 경기력 기복 심한 리버풀과의 우승 경쟁에서 막판 역전 기대...!]

[리버풀, 복병 뉴캐슬 상대로 승리 거둘 수 있을까?]

[뒷심 약한 리버풀에 반해 맨체스터 시티는 EPL 모든 팀 상대로 강해...! 거기다 강력한 우승 DNA를 지니고 있어...!]

한 언론의 말처럼 맨체스터 시티는 어떤 팀을 상대로든 엄청난 퍼포먼스를 뽐냈다.

반면에 리버풀은 간혹가다가 당연하게 이겨야 할 경기에서 패하는, 소위 의적풀 모드가 된 것이다.

의적풀이란 강팀과의 경기에선 쉽게 지지 않지만 약한 팀에게 자주 패해 승점을 내주는 데서 나온 별명이었다.

그런 패배가 마치 의적같다고 하여서...!

그렇듯 리버풀로선 어느 때보다 리그 우승을 절실히 바라고 있었다.

이유야 간단했다.

과거 1989-1990시즌 이후 리버풀이 1부 리그에서 우승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리그 우승뿐만 아니라 모든 컵대회를 통틀어 봐도 리버풀이 우승한 가장 가까운 시즌은 2005-2006시즌 fa컵과 커뮤니티 실드 우승이었다.

고로 리버풀 서포터즈들은 뉴캐슬전을 결승전처럼 임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그건 뉴캐슬 서포터즈도 같은 마음이었다.

- 첼시전에서 패하며 5위 토트넘, 6위 아스널과 승점 차를 벌리지 못했어. 겨우 2점 차라고!

- 남은 3경기 무조건 잡아야 하네;;;

- 이러다 마지막 경기에서 패하고 4위 자리 내주는 거 아닌지 몰라.

ㄴ 리버풀전도 패하면 순위는 뒤바뀜. 같은 날 토트넘은 리즈 유나이티드가 상대고, 아스널은 브렌트포드임. 상대적으로도 우리가 매우 불리해....

- 하필 일정이 남아도 죄다 강팀들만 남았네! 지랄하네 진짜.

- 제발, 인쿠 횽! 리버풀전에 해트트릭 박고 팀에 귀중한 승리를 선물해주세요! 맨시티전에서도 해트트릭을...! 브라이튼전에선 멀티골을...! 그렇게 우리를 챔피언스 리그로 인도하소서어!

*       *       *

리버풀과의 일전을 며칠 앞둔 오늘.

발레 교사 케렌 엠버는 휴식 시간 동안 스트레칭 바에 한 다리를 쭈욱 올린 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화면 속 관련 기사는 죄다 뉴캐슬에 관한 것이었다.

“케렌. 뭐해?”

동료 교사이자 동업자이기도 한 친구 세렌 필리가 몸을 기대며 다가오자 케렌은 방긋 웃음 지었다.

“뉴캐슬 관련 기사 봐.”

“인쿠네?”

세렌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자 케렌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인쿠야.”

화면 속엔 뉴캐슬 관련 기사와 더불어 인쿠의 득점 후 포효 세레머니 사진이 기재되어 있었다.

케렌 또한 오랜 툰이었기에 최근 뉴캐슬의 상승세에 더없이 기분이 좋았다.

특히 리그에서만 39골을 기록한 이 괴물 골잡이에겐 완전히 매료되었고 말이다.

‘어떻게 뉴캐슬이 이렇게 뛰어난 선수를 영입할 수 있었던 걸까?’

툰이면서도 요 몇 년 간은 구단에 실망감을 금치 못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매 시즌 부진에 부진을 거듭하는 클럽을 보며 혼자서 욕지거리를 터뜨린 것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인구라는 스트라이커가 혜성처럼 뚝 떨어졌다.

‘처음엔 의구심 덩어리였는데...’

변방 리그에, 그것도 20대 후반에 이른 공격수를 영입했다는 데서 기대보단 우려가 더 컸었다.

당시 뉴캐슬의 영입 수완은 썩 좋은 편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막상 뚜껑을 까보니 인구는 차원이 다른 공격수였다.

‘지금에선 그가 공만 잡으면 왠지 모르게 설레...!’

인구가 공만 잡으면 기본적으로 한, 두 선수는 가볍게 제치리란 확신이 있었다.

이윽고 위협적인 슈팅으로 상대의 간담을 서늘케 하고 말이다.

그때, 세렌은 살포시 미간을 좁히며 중얼거렸다.

“듣기론 인쿠 딸도 축구에 재능이 엄청나다던데?”

“...딸?”

“응. 뉴캐슬 유스 아카데미에 인쿠 딸이 다니고 있잖아. 기사도 났어. 시간 날 때 나도 몇 번 가서 구경했는데..., 아예 달라.”“뭐가 달라?”

케렌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자 세렌은 두 눈을 가늘게 좁히더니 말을 이었다.

“뭐랄까? 플레이가? 다른 애들이랑은 차원이 다르게 잘한다고 해야 하나?”

“인쿠 딸 답네.”

케렌은 피식하니 웃었다.

인구의 압도적인 활약 덕에 케렌은 그의 딸을 본 적도 없음에도 호감이 갈 정도였다.

“우리 인쿠는 정말, 복 받았나 봐. 본인 실력도 출중한데 어쩜 딸까지 그렇게 뛰어날 수 있는지!”

세렌의 부러움 가득한 중얼거림에 케렌은 스트레칭 바에 올렸던 다리를 스윽 내렸다.

입가엔 여전히 미끈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인구를 누구보다 동경하는 만큼 그 칭찬과 그 딸의 칭찬까지도 기분이 참 좋았으니까.

한편으로는 인구를 가까이서 마주하고 싶었다.

순수한 팬심으로서 담소도 주고받고 싶었고 말이다.

‘그럴 기회가 있을까...,’

일전에 경기장 가까운 관중석에 자리를 잡긴 했으나 인구는 단 한 번도 자신을 쳐다본 적이 없었다.

‘건물 출입구 앞에서도 틈틈이 가서 기다렸는데...,’

다른 선수들은 퇴근에 임하면서 사인을 해준 반면, 인구는 코빼기도 모습을 비추지 않았다.

뒤늦게 알기론 인구는 차가 없어 자전거로 퇴근을 한댔다.

그것도 편히 가고자 팬들 몰래.

“...휴.”

절로 옅은 한숨이 새어 나오는 바로 그때였다.

끼이이익-!

문이 열리고 낯설면서도 익숙한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 사나운 눈매와 눈썹이 인상적인 덩치 큰 남자가 몇 걸음 다가와 입을 열었다.

“여기가 뉴캐슬 어폰타인 내에서 가장 뛰어난 선생님이 계시다는 발레 학원입니까?”

*       *       *

오늘 인구는 세나를 데리고 발레 학원에 발을 들였다.

이제 6살이 된 만큼, 발레 학원을 통해 세나의 고른 성장을 돕기 위함이었다.

무엇보다 에너지가 차고도 넘치는 세나가 이를 간절히 원했다.

[아빠아.]

[웅?]

[나, 축구 말고도 다른 거 해보고 시퍼.]

[다른 거?]

[웅웅. 발레도 하고 싶구, 수영도 배우고 싶구, 음악도 하고 싶구!]

[우리 세나. 안 힘들어? 피곤하지 않을까?]

[아뉘. 절대! 오히려 너무 심심해! 더 뛰어놀고 시퍼!]

세나의 체력은 다른 일반적인 아이들과 비교해서도 월등히 좋았다.

이를 몸소 체감했던 만큼 인구는 우선 발레 학원에 발을 들인 것이었고 말이다.

지금, 발레복으로 환복한 세나를 빙구 미소로 바라보는 중에도 속으론 생각했다.

‘발레는 표현력과 자신감을 비롯해 잘못된 자세를 바로 잡아 자세가 곧아지게 만든다!’

이미 발레에 관한 서적을 탐독한 인구였다.

물론 10세 이전엔 뼈가 변형되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었다.

허나 이는 당장은 문제 되지 않았다.

금발을 로우테일로 내려 묶은 어여쁜 발레 교사, 자신을 케렌 엠버라 소개한 그녀가 친절히 상담해주었으니까.

“10세 이전엔 무리하게 발레를 배우는 것보단 기본 동작만 가볍게 익히는 게 좋아요. 이 나잇대엔 자칫 뼈에 탈이 날 수 있어서요.”

그런 그녀는 지금 천진한 미소를 띠며 세나에게 가벼운 스트레칭을 가르쳐준 뒤 기본 동작을 알려주고 있었다.

세상 나긋나긋하게.

“자~ 조금 전에 가르쳐준 대로 준비 자세 취해볼까? 세나야? 앙바!”

“네엡! 앙바아!”

“옳지, 잘하네~ 그럼 이번엔 앙아바를 취해보자!”

“앙아바아~!”

“와~ 우리 세나. 한 번 가르쳐주면 곧장 따라하네에?”

“헤헷.”

“흐헣.”

인구는 발레 교습소 바깥 대기실에서 유리벽을 통해 그런 두 사람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나비네, 나비야!’

바를 앞에 두고 팔랑거리는 세나의 모습이 참 귀여웠다.

한편으로는 의외였다.

다른 누구도 아닌 저 금발을 로우테일로 내려 묶은 청록색 눈동자의 케렌 엠버가 이 뉴캐슬 어폰타인에 있다는 것에...!

‘뉴캐슬에, 저리도 예쁜 여자가 살고 있었다니...!’

*       *       *

얼마의 시간이 흘러서였을까?

케렌 엠버는 두 뺨이 발그랗게 달아오른 채 인구를 마주했다.

그녀는 세상 친절한 미소로 어느덧 인구 옆에 선 작은 공주를 내려다보고는 말했다.

“따님이 재능이 있으세요. 한 번 동작을 알려주면 곧바로 취하고, 몸도 굉장히 유연하구요!”

이는 과장이 아닌 진담이었다. 여타 아이들도 이 나이 땐 유연한 편이긴 하지만, 세나는 뭔가 달랐다.

‘훨씬 유연해...!’

또 자신이 취한 동작을 이 아이는 엉성하게도 아닌, 마치 숙달된 조교처럼 단번에 취했다.

“균형도 상당히 잘 잡혀 있는 것 같구..., 또, 표현력도 굉장히 좋아요.”

거기다 어째선지 인구를 마주한 순간부터 케렌의 얼굴은 터질 것처럼 달아올랐다.

‘내, 내가 왜 이러지...?’

인구 특유의 사나운 눈은 마주칠 엄두조차 못 낸 터라 절로 시선이 세나에게로만 향했다.

이렇게 동경의 대상을 가까이서 본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 심장이 이토록 쿵쾅 뛰는 건지도...!’

마치 tv 속에서나 보던 연예인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이러할까?

한편 세나는 자신을 올려다보며 방긋 미소 짓고 있었다.

그때, 인구가 세상 진지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물었다.

“그럼 슨생님. 우리 세나, 콩쿠르 나가서 우승할 정도의 포텐인가요?”

“...예?”

뜻밖의 질문이었다. 평소였다면 가벼운 농담이라 여기고 마주 농담으로 받아쳤을 터였다.

잠깐 테스트를 한 게 다이지 않던가.

‘기본적인 동작만 취했을 뿐인 걸..., 그래도 충분히 재능이 있는 것 같지만..., 노, 농담으로 한 소리겠지?’

콩쿠르는 15세부터 18세에 이른 꿈나무들이 참가해 자웅을 겨루는 대회였다.

그러나 이 순간 케렌은 입을 벙긋거리는 게 최선이었다.

그도 그럴 게...,

‘너, 너무 진지하잖아...!’

우연치않게 올려다본 인구의 표정과 눈빛이 세상 진심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구의 발언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조금 더 상체를 숙여 케렌과 눈높이를 맞추곤 나직하게 물었다.

“우리 딸, 제2의 킴연아가 될 수 있습니까?”

케렌은 자기도 모르게 상체를 스윽 뒤로 빼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농담으로 받아들이기엔, 인구의 이글이글거리는 눈빛과 표정에 진심 몇 스푼에 이어 기대감마저 피어올랐으니까.

속으로나마 의문을 표했다.

‘킴연아는 피겨스케이팅 선수 아닌가요...?’

< 134. 빅클럽 (22)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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