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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136화 (118/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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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6. 빅클럽 (24)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36화 빅클럽 (24)

알렉스 앤드루는 올해 7살이 된 콥이었다.

머지사이드주에서 태어난 만큼 그는 아버지를 따라 자연스레 리버풀에 매료된 것이다.

[아들아. 리버풀은 뭐다?]

[리버풀은 최고!]

[리버풀은 뭐다아~?!]

[리버풀은 머지사이드 주의 대표하는 클러어업!]

그건 약 몇 개월 전 뉴캐슬 어폰타인으로 이사 온 지금도 변함이 없었다.

그래서일까?

“오늘 뉴캐슬이랑 리버풀이랑 경기 있는 거 아라?”

“웅. 나 수업 끝나고 그 경기 보러 가! 아빠가 데리러 온대써.”

“와, 부럽다...! 우리 아빠는 위험하다구 가지 말자던데.”

“위험해?”

“웅. 리버풀 원정이자나. 콥들은 무시무시하고 성격이 포악하대!”

“으, 맞아!”

“그나저나 누가 이길까?”

“당연 뉴캐슬이지!”

같은 key stage 1(만5~7세) 반. 쉬는 시간 동안 담소를 주고받는 아이들의 중얼거림에 앤드루의 눈빛이 불편하게 꿈틀거렸다.

“근데 살라가 너무 잘하지 않아? 발이 안 보이게 달리던데...,”

“살라 무서버...”

“괜차나! 인쿠가 더 무서우니까!”

“마자 인쿠가 짱이야!”

“뉴캐슬이 최고지!”

앤드루는 찡그린 눈으로 ‘온리 뉴캐슬!’ 만 외치는 아이들에 짧게 혀를 찼다.

속으론 생각했다.

‘이 자식들. 어떤 팀을 상대로든 무조건 뉴캐슬이 이긴다고만 하네.’

언제나 그랬다.

첼시전에서도, 맨체스터 시티전에서도.

‘그렇게 허무하게 패배해놓고선...,’

하지만 이런 속마음을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다.

‘여긴, 적지 한복판이잖아.’

아빠가 그랬다.

뉴캐슬 어폰타인에 왔으니 웬만해선 콥임을 이 동네 주민들에게 들키지 말라고.

알려서 좋을 건 없다고 말이다.

허나 이 순간만큼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의 주절거림이 자꾸만 앤드루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으니.

“살라는 왜소해! 그래서 아미르 라흐마뉘가 강하게 부딪치면 그냥 나가 떨어질거야!”

“마네두! 마네두!”

앤드루의 잇새는 이내 비틀어졌다.

‘지금 우리 살라 무시해...?’

방금 저들이 리버풀 내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선수인 살라를 모욕하지 않았는가?

‘2연속 득점왕 무시하는 거야? 응?’

앤드루의 생각대로 살라는 2017-2018시즌, 그리고 2018-2019시즌 2연속 득점왕에 오른 월드클래스였다.

‘어떤 수비수를 상대로든 무시무시한 퍼포먼스를 뽐내는 게 우리 살라라구!’

버질 판 다이크는 또 어떤가?

‘epl..., 아니 유럽 5대 리그 내에서도 최고의 수비수 중 한 명이지!’

그리고 앤드루는 자신했다.

버질 판 다이크라면 충분히 뉴캐슬의 자랑이라는 인구의 두 발을 꽁꽁 묶을 수 있으리라!

이렇게 항의 아닌 항의를 하고 싶었지만 입만 벙긋거렸다.

자칫 자신의 정체가 탄로나지 않을까 싶어서.

이제는 뉴캐슬로 이사온 이 순간이 다 후회되었다.

‘후, 왜 하필 뉴캐슬로 이사와서는...,’

주변 눈치 없이 순수한 콥으로서의 열정을 토해냈던 지난날이 무척이나 그리워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때였다.

툭, 툭!

흠칫!

“으응...?”

웬 손가락 하나가 뒤쪽에서부터 앤드루의 어깨를 콕콕 찍었다.

흠칫한 앤드루는 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너?”

앤드루의 두 눈은 이내 크게 떠졌다.

양갈 머리를 한 key stage 1에서 가장 예쁘고 귀여운 세나가 빤히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허벅지까지 오는 꽤 큰 사이즈의 뉴캐슬 유니폼을 입고 있는 그 모습에 앤드루는 심장 부근이 미약하나마 아팠다.

“윽...!”

자기도 모르게 짧은 신음마저 터져 나왔다.

그도 그럴 게 세나는 앤드루가 여태 그려왔던 완벽한 이상형이었으니까.

지금도 보면 볼수록...,

‘귀, 귀여워... 또 예뻐...!’

정말 예쁜 인형이 자신을 마주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허나 안타깝게도 눈앞의 세나는 열렬한 툰이었다.

그것도 인쿠 마를 아빠로 두고 있는...!

‘왜 축구의 신은 우리 사이를 크흡...,’

앤드루의 마음은 금세 울적해졌다.

“왜, 왜?”

소년은 애써 세나의 눈길을 피하며 물었다.

자신의 이상형이 빤히 쳐다보니 두 뺨은 금세 붉게 물들었다.

반면 세나는 커다란 눈망울을 한 번 끔뻑이더니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해.”

“이, 이상해...?”

앤드루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세나는 평소 아빠에게는 보이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과 뚝뚝 얼음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덧붙였다.

발음마저 단 한 치 새지 않고 정확했다.

“왜, 싫어하지?”

“무, 무슨 소리야?”

“방금 똑똑히 봤어. 저 아이들.”

스윽-

세나의 자그마하면서 가느다란 손끝이 조금 전 뉴캐슬을 옹호하던 아이들 무리를 가리켰다.

그 아이들은 세나가 자신을 가리키자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하나같이 다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리버풀이랑 특히 살라를 언급할 때, 눈살을 찡그렸잖아. 얼굴 근육도 꿈틀거리는 거, 내가 봤어.”

앤드루는 순간 등 뒤가 축축하게 젖어듬을 느꼈다.

“하, 하핫. 내가 언제 그랬다고...,”

자신에게 집중된 아이들의 시선엔 ‘대체 왜?’ 라는 순수한 의문이 담겼다.

“내가 봤다니까?”

예상치 못한 세나의 일갈에 앤드루는 눈알을 바삐 굴렸다.

허나 채 머리를 굴릴 순 없었다.

세상 차갑기 그지없는 세나가 스윽, 허리를 숙여 곤란해하는 앤드루의 얼굴 가까이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었으니까.

“으헛...!”

천사같은 세나가 차갑기 그지없는 얼굴을 들이밀자 앤드루는 설렘을 느끼면서도 크게 당황했다.

절로 얼굴을 뒤로 내뺄 만큼.

반면 세나는 개의치 않다는 듯이 물었다.

“솔직히 말해. 너, 콥이지?”

이, 이게 오빠한테 너라니...? 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다 말았다.

콥이라는 순간 근처에 있던 아이들의 시선마저 몽땅 제게 쏠려버렸으니.

앤드루가 느끼기에 지금 아이들의 눈빛은 평범한 아이들의 눈빛이 아니었다.

의문과 동시에 순수한 적의를 슬금슬금 드러내기 시작했으니까.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다 알 정도였다.

[진짜야? 진짜 콥이야?]

[그럼 우리 적이야?]

[그럼 여태 뉴캐슬 서포터즈인 척한 콥이었던 거야?]

[진짜 콥이면 어뜨케?]

[어뜨카긴..., 밟아야지!]

“그, 그럴 리가 없자나아...?”

즉시 앤드루는 아빠의 충고를 떠올리며 어색한 웃음으로 모면하려 했다.

“그래?”

“응. 당연하지! 나, 뉴캐슬 사람이잖아. 토, 토박이는 아니지만...,”

“머지사이드주에서 왔다며?”

“머지사이드주에 산다고 다 콥일 리는 없자나?”

“흐음. 그래?”

“그, 그럼!”

앤드루는 꽤 과장되게 고개를 세 차례 연속해서 끄덕였다.

그러나 세나의 나직한 다음 말에 그만 앤드루의 표정은 쩌저적 굳어버렸다.

“너, 그럼 훔바훔바라고 해봐.”

*       *       *

리버풀 안 필드에서 치러지는 리그 36라운드.

해설진은 외쳤다.

[양 팀 선수들이 입장합니다아!]

해설진의 말처럼 양 팀 선수들이 게이트를 통해 입장하자 관중들에게선 우레와 같은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먼저 홈 팀 리버풀의 라인업입니다!]

오늘 경기에서 리버풀은 4-3-3 플랜을 꺼내 들었다.

[최전방 쓰리톱 사다오 마네! 호베르투 피르마누! 모하매드 살라!]

[중앙엔 조리지뉴 배이날둠, 파비누, 조던 핸더슨이 라인을 형성했군요!]

[포백은 앤드류 로버트슨, 버질 판 다이크, 조 고매스, 알랙산더 아놀드가...!]

[골키퍼 장갑은 알리손 배커가 착용했습니다!]

해설진은 두 뺨을 붉게 물들인 채 덧붙였다.

[리버풀 서포터즈로서는 라인업만으로도 든든하겠군요!]

[올 시즌 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는 선발 라인업이 아닙니까? 그뿐인가요?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호성적을 기록 중이죠!]

[이제 레알 마드리드와의 결승전만 앞두고 있으니 말입니다아!]

그 말처럼 현 리버풀의 선발 라인업은 유럽 5대 리그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할 만큼 강력했다.

[이에 맞서는 뉴캐슬 유나이티드입니다!]

뉴캐슬은 4-4-2 플랜을 가동했다.

[최전방 살로몬 런던, 인쿠 마!]

좌우 윙어엔 크리스티안 아추, 소피안 부팔.

투볼란테엔 소피안 암라바트, 오를레앙 추아매니.

[포백은 알폰스 대이비스, 아미르 라흐마뉘, 자말 라셀스, 디안드루 예들린이!]

[골키퍼 장갑은 두브라파카가 착용했습니다!]

라인업만 놓고 봐도 확실히 리버풀이 우위를 띄고 있었다.

최전방 인구를 제외하고선 리버풀, 개개인 선수들의 몸값과 수준이 확연할 정도로 높았으니.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자리한 위르갠 클롭은 자신의 덥수룩한 수염을 쓰다듬으며 한 선수를 지그시 바라봤다.

‘인쿠.’

어느덧 그라운드에 입성한 인구는 자신의 위치에서 제자리 뛰기를 하며 몸을 풀고 있었다.

그런 인구는 전날 멘션을 통해 리버풀과 리버풀의 레전드를 농락했었다.

단연 콥들은 분통을 터뜨렸고 말이다.

그건 지금도 변함이 없었다.

“인쿠우우우우! 이 개자식아아아아아!”

“네 목에 목줄을 채워줄게! 이리와! 이리 오라고오오오오!”

“이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새[email protected]$끼! ㅇ[email protected]! 야! 강냉이를 우수수 털어버릴@[email protected]$!”

관중석 여기저기에서 인구를 향해 욕지거리가 터져 나왔다.

다소 듣기 거북한 상스러운 욕도 섞여 있었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는 아무렇지 않게 혼자서 몸을 풀고 있었다.

“푸흣.”

그만 클롭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 역시 한 명의 콥이긴 했으나 전날 그 조롱에 딱히 어떠한 악감정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인구라는 스트라이커가 더욱 매력적이게 다가왔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나방이라...,’

분명한 건, 그러한 불나방스러운 면이 경기 중에도 여지없이 드러날 거라는 거였다.

한편 인구는 제자리에서 몸을 풀며 짧게 짧게 숨을 토해냈다.

“후웃, 후웃-!”

힐끗 눈동자를 굴리다 말곤 이내 살포시 찡그렸다.

“염병, 죄다 시뻘겋네.”

그 말처럼 관중석 이곳저곳이 온통 붉었다.

원정석은 저 먼 골대 우측 코너플래그에 자리한 고작 2000석이 할당됐을 뿐.

적지 한복판인 만큼 2000명에 불과한 툰(뉴캐슬 서포터즈)들은 다소 긴장된 얼굴로 작게나마 응원을 하고 있었다.

“파, 파이팅!”

“힘내라, 히임~!”

“인쿠우! 이겨줘어!”

이유야 뻔했다.

툰이 자리한 좌우에 위치한 콥들이 끊임없이 위협적인 언사를 쏟아냈으니까.

“야아! 너 툰이지이!?”

“오늘 죄다 네발로 엉금엉금 기어가게 될 거다 어엉?!”

인구는 이제 그라운드로 시선을 두었다.

이글이글!

정면, 붉은 유니폼을 입은 리버풀 선수들의 두 눈이 불타고 있는 게 느껴졌다.

‘이 새끼들 봐라.’

하나같이 다 다른 선수도 아닌 오직 자신을 직시하고 있었다.

어제의 멘션 도발이 제대로 먹힌 모양이었다.

삐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때마침 주심의 휘슬과 함께 경기는 시작되었다.

투웅-!

리버풀의 호배르투 피르마누는 곧장 백패스를 시도했다.

투웅-!

투웅-!

좌우 사이드로 순식간에 빠진 살라와 마네가 100m 달리기마냥 전력으로 뛰어난 것도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리고 2초도 안 되는 시간.

타아아앙-!

백패스를 연결받은 조르지뉴 배이날둠이 우측 사이드로 긴 롱볼을 때렸다.

< 136. 빅클럽 (24)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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