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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139화 (12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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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9. 빅클럽 (27)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39화 빅클럽 (27)

버질 판 다이크는 193cm에 달하는 장신 수비수였다.

그러나 장신임에도 불구하고 버질만큼은 엄청난 민첩성과 주력을 장착한 센터백이었다.

현시점, 최고의 수비수로 불릴 만큼.

거기에 피지컬 싸움까지-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버질은 적잖게 당황하고야 말았다.

휘익-!

인구가 공을 소유하고 즉시 돌아서자마자 자신의 우측 배후 공간을 파고들었다.

거의 동시에 버질은 어깨 푸싱을 가해 그를 튕겨내려 했으나 애먼 허공만 가격했을 뿐이다.

‘빠르다...!’

순식간에 간격이 벌어졌다.

전반기, 녀석을 상대하는 중에도 인구는 이런 순간 스퍼트를 보이곤 했었다.

물론 버질은 잠깐 당황했을 뿐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이를 악물며 바닥에 딛고 있는 오른발 스터드를 강하게 틀었다.

투읏-!

그새 두 걸음 차까지 간격을 벌린 인구를 향해 있는 힘껏 쫓아간 것이다.

[아아! 버질 판 다이크으! 드리블 돌파에 성공한 인쿠를 추격합니다아!]

한순간 뒷공간을 허용한 만큼 콥(리버풀 서포터즈)들은 당황했지만 이내 기대했다.

“할 수 있다 버지이일!”

“막아! 저 새끼 막아아!”“파울로라도 끊어버려어어!”

흔치 않으나 가끔, 버질은 발 빠른 공격수들에게 배후 공간을 내주는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그는 일반적인 장신 수비수와는 다르게 엄청난 스피드로 쫓아가 따라잡는 모습을 자주 연출했다.

그러한 퍼포먼스는 지금도 여지없이 뽐냈다.

퍼억-!

[오! 버질 판 다이크으! 좌측면으로 바짝 붙어 어깨 푸싱으로 인쿠를 흔들어버립니다아!]

잽싸게 따라붙은 버질은 한 차례 더 인쿠의 어깨를 가격했다.

인구가 살짝 휘청이며 속도가 급감한 찰나엔,

홱-!

길게 학 다리를 뻗어 그가 나아가는 길목을 막아서며 돌아섰고 말이다.

그것만으로 버질 판 다이크는 확신했다.

‘시간 지연엔 어느 정도 성공했어.’

여기서 한 차례 더 마크에 성공한다면 좌우 사이드와 하프에서 빠르게 복귀 중인 동료들이 수비 지역을 완벽히 메울 거였다.

물론 인구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투읏-!

“!”

다시금 한 걸음 간격을 두고 선 인구가 망설임 없이 오른발 아웃사이드로 공을 건드렸다.

버질의 눈동자는 그의 상체를 빠르게 훑었다.

재차 오른쪽으로 기우는 우측 어깨였지만 버질은 발만 동동 구를 뿐 반응하지 않았다.

그는 이게 페인트라는 걸 진즉부터 눈치챘으니까.

그렇듯, 버질은 인구가 반걸음까지 접근하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말고,

‘여기다!’

쏴아아 아아-!

그는 우측이 아닌 좌측을 향해 오른발을 힘껏 내뻗었다.

예상대로 반걸음 간격에서 인구의 상체는 좌측으로 불시에 기울었다.

공 역시 오른발 아웃사이드에서 인사이드로 툭 때렸다.

다음 장면도 예측되었다.

‘페인트를 주고 좌측으로 공을 찔러 쇄도할 계획인 거다!’

허나 버질은 이를 예측하고서 도중에 차단해냈다.

마치 끼어들기처럼!

순간 버질의 두 눈엔 승리의 기빛이 얼핏 스쳤다.

그런데.

툭탓-!

“뭣...?!”

인구가 갑자기 좌측으로 굴러오던 공을 왼발 인사이드로 다시금 핀볼마냥 우측으로 빠르게 차 냈다.

찰나의 순간, 오른발은 슬쩍 뒤로 뺐다가 말고 인스텝으로 툭-! 굴러온 공을 우측방으로 찌르기까지-!

후욱-!

인구의 우측 어깨가 갑자기 아래로 꺼진 것도 바로 그때였다.

버질의 얼굴 근육은 꿈틀거렸다.

투웅-!

필드에 디딘 왼발을 비튼 인구가 어마무시한 순간 스퍼트로 한 번 더 버질의 우측 배후를 파고 들어버렸으니까.

“말도...!”

버질의 뒷목 털은 한순간 주뼛 서버렸다.

입은 경악에 가깝게 벌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질은 본능적으로 동료들의 위치를 파악했고 이맛살을 찡그렸다.

‘부족해...!’

아직 채 동료들이 수비 지역으로 복귀하지 못했다.

이렇게 배후가 뚫린다면 골키퍼에게 1대1 찬스를 제공해주는 것밖에는 되지 않았다.

그런 생각과는 별개로 이미 몸은 움직였다.

쏴아아 아아아아-!

즉시 돌아서는 와중에 온 몸을 던지듯 슬라이딩 태클을 가한 것이다.

그러나 그마저 한 걸음 차로 애먼 허공만 훑었을 뿐이다.

[아! 버질! 인쿠를 놓치고 맙니다아아!]

“이익...!”

절체절명의 순간인 만큼 버질은 본능적으로 두 손을 바닥에 짚어 빠르게 기었다.

힘껏 팔을 뻗어 자신을 추월해버린 인구의 발목이라도 붙들고 싶은 심정이었으니까.

“...?!”

웃기게도 이 긴박한 상황에서 버질은 다른 의미에서 충격을 받았다.

‘이, 이건...,’

엉금엉금 기어가는 자신의 모습과, 공을 몰고 전방으로 질주하는 인구의 모습이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장면 같았으니까.

‘마치 데자뷔처럼...’

때마침 한 걸음 차보다 더 간격을 벌리기 직전, 인구는 충격에 휩싸인 버질을 힐끗 돌아보고는 하얀 이를 드러내 웃었다.

그 벌어진 입 밖으론 전날 멘션을 통해 보았던 단어가 들렸다.

“훔바, 훔바!”

*       *       *

최종 수비수 버질 판 다이크를 제친 만큼 직후 득점은 간단히 터졌다.

페널티 에어리어를 단독으로 주파하는 순간, 리버풀의 골키퍼 알리손 베커는 뛰쳐나왔다.

인구는 그 즉시 우측 포스트 사이 공간을 노리고 감아차기를 시전.

타앙-!

촤라악~!

가볍게 찬 공은 알리손 베커의 내지른 손끝을 두 뼘 차 이상 벗어나 손쉽게 포스트 구석 골망을 물결쳤다.

우 아아 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경기를 관전하던 원정팬, 툰(뉴캐슬 서포터즈)들은 단체로 두 팔 벌려 환호를 내질렀다.

경기 내내 두드려 맞다시피 하던 뉴캐슬이 반격에 성공하자 해설진은 흥분에 겨워 외쳤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인쿠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후반전 27분 만에 인쿠가 기어이 리버풀에 일격을 선사합니다아아아아! 이번 동점 골로 경기의 행방을 알 수 없게 됐군요오오오오오오오!]

[리그 40골의 고지를 밟은 인쿠 마아아아아아! 역대급 스트라이커가 아닐 수 없습니다아아아아아아!]

비록 동점일지라도 뉴캐슬 테크니컬 에어리어는 난리였다.

“예에에에!”

“그렇지! 바로 그거야아아!”“인쿠우우우우!”

코칭 스태프들이 테크니컬 에어리어 끝자락까지 뛰쳐나와 기쁨을 포효한 것이다.

벤치에 앉아있던 로테이션 멤버들도 하나같이 벌떡 일어나 환호를 내질렀다.

라파엘 배니테즈는 불끈 쥔 주먹으로 수차례 어퍼컷 세레머니를 날렸다.

단연 다소 늦은 시간에 터진 상대측 동점 골에 리버풀 진영은 참담하기 그지없었다.

코치들이며 벤치에 앉은 이들이며 혼란한 얼굴로 침묵에 빠진 것이다.

교체아웃되고 얼마 되지 않아 실점을 허용했다는 것에 조던 핸더슨은 손에 든 물병을 거칠게 집어던지기까지.

물론 단 한 명, 위르갠 클롭만은 우두커니 서서 와우- 라는 감탄을 터뜨렸다.

‘굉장하구만.’

눈 깜짝할 사이, 인구는 버질의 배후를 파고들었다.

속도의 지속성이 떨어져 금세 추월당했으나 그마저 인구는 개인 역량으로 극복해냈고 말이다.

더욱이 인구는 버질 판 다이크의 무릎을 꿇려버리다 못해 기어가게 만들었다.

동점 상황에서도 클롭은 피식한 웃음을 터뜨렸다.

‘훔바훔바라더니.’

그 역시 멘션과 기사를 통해 인구의 도발을 접했었다.

결국은 그가 말한 대로 훔바훔바의 재림을 방금 전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야 말았고 말이다.

동시에 두 눈은 날카롭게 번뜩였다.

‘우리 측 선수들이 체력이 빠지기를 기다리고 있었구만. 확실한 카운터로 공략하고자...!’

*       *       *

리플레이 화면 속엔 버질 판 다이크가 결국 인구의 페인트에 속아 무릎을 꿇었고 두 차례 두 손을 짚어 기어가기까지 했다.

실시간 라이브 시청 중에 있던 팬들은 단연 난리였다.

- <인생은구만리> : 훔바훔바아아아아아!

- <나쁜남좌> : 와, 인쿠. 남자네. 남자야! 훔바훔바의 재림이라더니 진짜 재림시켰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의적풀이조아> : 이걸 버질 판 다이크 상대로 해내는 인구 횽! 당신은 대체...! >.

- <인구는형이다> : 훔바훔바 전략으로 버질 제치고 가볍게 골망 흔드는 우리의 마인구는 진정한 월클입니다아!!

- <칼국수맛있다> : 위르갠 클롭은 이 와중에도 와우~라며 감탄하고 있네. 역시 대인배...!

반면 콥들은 꾹 참고 있던 분노를 터뜨렸다.

- <킹캐리거> : 유효슈팅을 그리 많이 기록하고도 기어이 동점 골을 허용하냐? 어?!

- <스티븐재라드> : 내려앉아서 좀 더 수비 전략으로 임해도 됐을 거 같은데...? 그럼 방금 전처럼 배후 공간 털리는 일도 없었을 거 아니냐.

- <알리손손손> : 이건 위르갠 클롭 전술 실패인 듯?

ㄴ <리버풀우승염원20년째> : 인구가 확실히 잘하긴 한 듯. 버질 판 다이크는 인구 페인트에 처참하게 속아버렸고;;;

- <빨간토레스가그리워> : 시발 줫같은...! 이거 또 의적풀 모드 냄새가 진동하는데 나만 맡은 거임? 응?

*       *       *

후반전 30분.

리버풀은 여전히 공격자의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인구는 똑같이 최후방에 자리한 버질의 앞에 서서 어슬렁거리고 있었고 말이다.

‘말이 최후방이지.’

실점을 허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버질의 위치는 여지없이 하프라인이었다.

‘리버풀의 뒷공간은 여전히 커.’

언제든 조금 전과 같은 카운터 어택을 구사할 수 있는 여건이 충족된다는 뜻이었다.

더군다나, 인구는 보았다.

리버풀 선수들의 숨이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다는 것을.

물론 뉴캐슬 선수들 또한 체력이 눈에 띄게 떨어진 건 마찬가지였다.

‘육탄방어도 체력 소모를 오지게 하니까.’

지금도 자말 라셀스는 복부로 나미 케이타의 슈팅을 막아냈다.

퍼억-!

“꾸억...?!”

요상한 신음을 터뜨린 그는 그대로 주저앉았고 말이다.

하지만 채 몇 초도 되지 않아 벌떡, 일어났다.

아픈 배를 부여잡는 게 꽤 고통스러워 보였지만 인구는 그가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으려는 이유를 아주 잘 알았다.

순간 인구의 두 눈이 매섭게 빛났다.

‘이 경기, 무승부로 끝나선 안 된다.’

현재 뉴캐슬의 순위는 4위였다.

하지만 5위를 비롯한 6위와의 승점 차는 고작 2점.

하프타임 중에 듣기로 이미 토트넘과 아스널은 하위권 팀을 상대로 2점 차 이상 스코어를 유지 중이었다.

고로,

‘이 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하면 득실차에서 우리가 우위인지라 순위 변동이야 없겠지만...,’

승점이 동률이 된다는 소리였다.

더욱이 뉴캐슬의 남은 상대는 브라이튼과 맨체스터 시티.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가능한 모든 경기에서 승리를 거둘 필요성이 있었다.

투웅-!

같은 마음인지, 때마침 센터백 아미르 라흐마뉘는 육탄방어로 리버풀의 공격을 막아낸 뒤 곧장 인구를 향해 롱볼을 때렸다.

퍼억-!

조금 전과 달리 버질은 빠르게 붙다 못해 아예 자신의 왼 어깨를 비집고 튀어나와 위치선정에서 우위를 점하려 들었다.

물론, 인구는 쉬이 그가 원하는 대로 두지 않았다.

< 139. 빅클럽 (27)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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