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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6. 빅클럽 (34)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46화 빅클럽 (34)
경기 당일.
애티하드 스타디움.
약 5만 3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맨체스터 시티의 홈구장은 만석을 이뤘다.
양 팀 선수들이 입장하는 그 순간 해설진은 라인업에 대해 소개했다.
[먼저 홈팀 맨체스터 시티입니다!]
맨체스터 시티는 호샙 과르디올라 체제에서 4-2-3-1 플랜을 가동했다.
[최전방 가브리애우 제주스!]
2선은 라임 스털링, 캐빈 더 브라이너, 리아드 마레즈.
[중앙 미드필더엔 퀸도안과 로드이가!]
[포백은 올렉산드르 진챈코, 패르난지뉴, 스툰스, 카힐 워커로 구성되었습니다!]
[골키퍼 장갑은 애데르송이 착용했군요!]
해설진이 라인업을 소개하는 동안 인구는 그라운드로 발을 들이며 피식하니 웃었다.
“체급 차이 봐라.”
그도 그럴 게 맨체스터 시티 벤치 쪽에 자리한 선수들도 하나같이 월드클래스였기 때문이었다.
‘세르이오 아구에로에 배르나르두 실바, 다뷔드 실바, 거기에 주앙 칸샐루까지...’
누구 하나 비주전 멤버라 할 수 없는 선수들이었다.
‘다른 빅팀으로 가도 충분히 주전 자리를 꿰찰 수 있는 레벨들이잖아.’
물론 호화 멤버진에 속된 말로 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인구의 두 눈이 돌연 사납게 번뜩였다.
‘약한 팀 깨부수고 목표를 달성하는 것보다는, 누가 봐도 강팀을 쳐부수고 목표를 달성하는 게 배로 낫지.’
사랑스러운 세나도 그걸 원할 거다.
‘우리 딸은 빅경기 좋아한다고.’
인구의 자신감은 경기 전부터 하늘을 찌를 것처럼 치솟았다.
이는 자신의 개인 실력을 믿을 뿐만 아니라 지난 경기들에서 보여준 동료들의 승리 근성을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었다.
‘누구 하나 지고 싶어하는 녀석은 없다.’
그건 라운드를 치르면 치를수록 더해졌다.
리그 38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전에 이르러선 그라운드에 발을 들인 모두가 무승부도 아닌 확실한 승리를 열망하고 있었고 말이다.
* * *
호샙 과르디올라는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을 이끌 시절부터 티키타카라는 전술을 구사하며 다져왔다.
티키타카란 공간, 점유율, 압박을 중점으로 숏패스, 롱패스를 통한 상대의 라인을 부수는 전술을 말함이었다.
그리고 맨체스터 시티에 이르러선 이러한 티키타카가 보다 현대적으로 변모했다.
전반전 10분이 흘러가는 이 순간에도 맨체스터 시티는 뉴캐슬을 티키타카 전술로 몰아붙이고 있었다.
투욱-!
[퀸도안이 캐빈 더 브라이너에게!]
뉴캐슬 진영, 페널티 아크 아래까지 올라와 등진 캐빈에게 공이 향하자 뉴캐슬 센터백, 자말 라셀스는 즉시 달려들었다.
투욱-!
한 걸음 차까지 간격을 좁혔을 때 캐빈 더 브라이너는 우측 사이드로 빠진 마레즈에게 짧은 패스를 구사.
투읏-!
[빠르게 압박하는 알폰스 대이비스으으!]
뉴캐슬의 레프트백 알폰스 또한 전방에서 그런 마레즈의 움직임을 저지하고자 압박해 들었다.
타앙-!
그 순간 마레즈는 문전이 아닌 반대편 사이드로 낮은 크로스를 올렸다.
투웃-!
이를 맨체스터 시티의 레프트백, 진챈코가 뉴캐슬 진영 깊숙이 올라와 가슴 트래핑으로 공을 받아냈다.
투우웅-!
좌측 하프에 빠져있던 라임 스털링이 중앙을 가로질러 박스 안으로 뛰어든 것도 그때였다.
타앙-!
[오옷! 진챈코오!]
해설진은 엉덩이를 들썩이며 외쳤다.
스털링이 뛰어드는 거의 동시에 진챈코가 문전으로 반 박자 빠른 낮은 크로스를 올렸으니까.
스털링은 순식간에 박스 안을 주파할 뿐만 아니라 아미르 라흐마뉘, 자말 라셀스 사이 공간으로 침투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직후, 그는 슬라이딩 태클을 가하듯 왼 다리를 쭈욱 내질러 필드에 엉덩이를 쓸었다.
오직 골키퍼와 수비수 사이 공간으로 날아온 공을 건드리기 위하여-!
투읏!
‘예스!’
기어이 내지른 발끝에 공이 걸리며 굴절되었을 땐 속으로 탄성을 내질렀다.
허나 그 표정은 금세 구겨졌다.
하필 굴절된 방향이 우측 포스트 바깥쪽이었던 거다.
오우우-
홈팬들에게선 아쉬운 탄식이 쏟아졌다.
해설진은 중계를 이었다.
[아아! 스털링의 몸을 사리지 않는 다이렉트 슈팅이 아쉽게 포스트 바깥으로 벗어나고 마는군요!]
[조금만! 딱 조금만 더 방향을 안으로 틀었다면 득점이었을 텐데요!]
언제 실망했냐는 듯 스털링은 그새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기막힌 패스를 제공한 진챈코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고작 3분 뒤에도 맨체스터 시티는 찬스를 맞이했다.
그 과정에서 어김없이 그들은 뉴캐슬 진영 안에서 유려하고도 빠른 패스워크를 구사하였다.
[로드이가 퀸도안에게! 퀸도안!]
툭!
[아, 이번엔 센터백 패르난지뉴에게 백패스를...!]
탓-!
[패르난지뉴! 좌측 사이드로 올라간 진챈코에게 다소 긴 스트레이트 패스를 찌릅...!]
투웃-!
[오옷! 진챈코! 다시 한번 반 박자 빠른 중앙으로의 사이드 패스으!]
간결하고도 빠른 패스 몇 번에 공의 위치는 그새 페널티 아크 좌측 지점에 자리한 캐빈 더 브라이너의 발아래 도달했다.
뻐어엉-!
맨체스터 시티의 핵심 중 핵심인 캐빈 더 브라이너는 그 자리에서 망설임 없이 대포알 슈팅을 구사했고 말이다.
뉴캐슬의 골키퍼, 두브라파카는 즉시 니어 포스트 상단을 향해 두 손을 뻗어 몸을 날렸다.
태애애앵-!
다행히 공은 포스트와 크로스바 사이 모서리를 강하게 때리며 굴절되었다.
철푸덕-!
“으읏!”
온몸을 날렸던 두브라파카는 볼품없이 바닥에 쓰러지자마자 벌떡 일어나 자세를 다시금 다잡았다.
하필 굴절된 공이 또다시 캐빈 더 브라이너의 발아래로 연결된 것이다.
“어디일-!”
이번엔 뉴캐슬의 센터백, 자말 라셀스가 사전에 중거리 슈팅을 저지하고자 전방에서부터 달려들었다.
스윽-!
때마침 캐빈은 슈팅을 구사하고자 오른발을 활시위처럼 뒤로 당겼다.
자말은 두 걸음 간격까지 빠르게 좁혔을 때 황급히 몸을 비틀었다.
엉덩이나 등으로 공을 튕겨날 참으로.
그 순간, 캐빈이 슈팅 대신 내지른 오른발을 공 앞에 급정거하듯 멈춰 세운 뒤 오른발 아웃사이드로 방향 전환을 가했다.
스윽-!
“뭣?!”
일순 몸을 틀었던 자말의 이맛살이 와락 구겨졌다.
오른발 슈팅을 구사하리라 여겼던 캐빈이 자신의 빈공간으로 공을 바깥으로 차고 나갈 뿐만 아니라...,
뻐어엉-!
어김없이 강력한 중거리포를 가동했으니까.
* * *
호샙 과르디올라가 추구하는 패스워크는 롱 패스, 숏패스를 가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빠르기까지 하다.
공을 오래 소유할 경우 상대가 스탠스를 다잡으니만큼 발 빠른 패스워크로 공간을 헤집는 것이다.
직후 먹이를 발견한 맹수처럼 드러난 목덜미를 콱 물어 뜯어버리는 식.
티키타카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공 소유권을 빼앗기는 순간 6초 내 공을 재탈환하려는 목적성을 띤다는 거였다.
3면이든, 4면이든 공 근처에 있던 선수라면 불나방처럼 달려들었다.
마치 위르갠 클롭의 게겐프레싱처럼.
여기서 더욱 중요한 건, 공을 탈환한 후 곧바로 다이렉트 플레이가 구사된다는 점이었다.
바로 지금처럼-
투읏-!
[오옷! 카힐 워커어!]
[중앙까지 깊숙이 올라가 뉴캐슬의 미드필더 소피안 암라바트의 발아래서 공을 빼내는 데 성공합니다!]
워커는 망설임이란 게 없었다.
투웅-!
[스틸에 성공하자마자 우측 외곽으로 빠르게 찌르는 보오올!]
투읏-!
[리아드 마레즈! 왼발 아웃사이드로 공을 깔끔히 받아냅니다!]
[즉시 압박해드는 알폰스 대이비스인데...!]
투, 탓-!
[팬텀드리블로 알폰스 대이비스의 배후를 눈 깜짝할 사이 파고드는 데 성공한 마레즈으으으으!]
타앙-!
뉴캐슬의 풀백을 제치자마자 마레즈는 문전 바깥으로 이번엔 높은 크로스를 띄웠다.
우다다다 다다-!
맨시티의 센터백, 스툰스가 페널티 박스 뒤쪽에서 접근해 기습적으로 몸을 던진 것도 그때였다.
타앙-!
촤라아악-!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스툰스으으으으! 카힐 워커가 볼을 탈환 직후부터 맨체스터 시티 진영에서 뉴캐슬 진영까지 전력 질주한 그가 기어이 맨체스터 시티에 선취 골을 선물합니다아아아아아!]
[전반전 17분 만에 터진 득점인데요오오!]
[아아, 아직 이른 시간이긴 합니다만. 글쎄요! 지금과 같은 경기력이라면..., 맨체스터 시티가 몇 골은 더 넣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 * *
전반전 20분이 흘렀을 때 홈팬들은 이런 확신을 가졌다.
이 경기,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겠다.
이제 리버풀이 패하는 시나리오만 그리면 되겠다고 말이다.
그만큼 경기는 일방적이게 흘러가고 있었다.
뉴캐슬은 전반전 20분 동안 겨우 2번의 슈팅만을 기록했을 뿐이었다.
유효슈팅은 0회.
그에 반해 맨체스터 시티는 벌써 두 배에 가까운 패스 기록을 만들어냈고 유효슈팅만도 4개였다.
그중 하나는 골로 직결되었고 말이다.
그래서일까?
맨체스터 시티 골키퍼, 애데르송은 페널티 박스 끝자락까지 나와 우두커니 서서 생각했다.
‘괜히 긴장했네.’
애데르송에게 있어서도 인구는 위협적인 스트라이커일 수밖에 없었다.
양발잡이에다가 해리 캐인처럼 강력한 슈팅 및 각이 없는 위치에서도 곧잘 골을 넣는 존재였으니까.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보여준 그 모습은...,
‘동료들이 적절히 마크하고 있어.’
그래서인지 인구 또한 20분 동안 단 한 번의 슈팅을 기록하지 못했다.
‘아니, 아니지.’
놈이 맨체스터 시티 박스 안으로 발을 들인 것도 본 적이 없었다.
그 말인즉슨, 현재 맨체스터 시티는 뉴캐슬을 상당히를 뛰어넘어 아주 잘 공략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그것도 일방적으로...!’
그런 만큼 어서 빨리 추가 골을 넣어 상대의 동점 의지를 꺾었으면 하는...!
채 애데르송의 생각은 이어지지 않았다.
뻐어어어어엉-!
“어...?”
하프라인에서부터 웬 대포 소리가 들리더니 높다랗게 치솟은 공 하나가 이쪽으로 빠르게 날아왔으니까.
“헉...!”
순간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던 애데르송은 기겁하며 뒤늦게 뒷걸음질 쳤다.
허나, 늦었다.
스윽-!
분명 멀리 있던 공이, 그새 황급히 물러나던 애데르송의 왼 측면을 지나쳐 골망 중앙으로 강하게 빨려들어 갔으니까.
촤라아아아악-!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인쿠우우우우! 인쿠 마가 기습적인 중장거리 슈팅으로 이른 시간 동점 골을 만드는 데 성공합니다아아아아아아아!]
[미쳤군요오오! 저 거리에서 슈팅을 구사할 생각을 하다니! 또 저렇게 깔끔하게 들어갈 줄 누가 예상이나 했겠습니까아?!]
원더골에 성공한 인구는 득점 세레머니 대신 동료들에게 외쳤다.
“자리 잡아아! 아직 경기 끝나려면 한참 멀었어어!”
* * *
불과 6분 뒤.
타앙!
촤라악-!
[고오오오오오오오올!]
[살로몬 런더어어어언! 인쿠의 로빙 패스를 다이빙 헤더로 마무리 짓습니다아아!]
[뉴캐슬 유나이티드으으으! 스코어 1 : 2를 만드는 데 성공합니다아!]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요오!]
[25분이라는 시간 동안 경기 리드는 분명 맨체스터 시티가 주도하고 있었습니다만...!]
[실속은 뉴캐슬이 다 챙기고 있군요오오!]
< 146. 빅클럽 (3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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