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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7. 빅클럽 (35)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47화 빅클럽 (35)
경기 며칠 전.
화창한 오후 인구는 살로몬 런던이 멀리 뛰어가는 것을 보며 멀찍이서 소리쳤다.
“좀 더, 좀 더 속도를 높여봐!”
“우, 우어어어!”
그 말에 따라 살로몬 런던은 보다 힘차게 다리를 뻗어가며 골문을 향해 질주했다.
타아아아앙-!
때마침 인구는 발아래 둔 공을 길게 차올렸다.
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공은 런던이 페널티 에어리어를 넘어서는 순간에 맞춰 그 머리 앞으로 떨어졌다.
“어딜!”
훈련에 가담한 자말 라셀스가 런던의 우측면 어깨를 향해 몸을 던진 것도 그때였다.
퍼억-!
어깨 푸싱이 가해지자 런던의 중심이 살짝이지만 흐트러졌다.
스피드도 확 죽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으어어!”
인구와 함께 밸런스 및 피지컬 훈련에 많은 시간을 쏟은 만큼 기어이 라셀스의 압박을 떨쳐내 한 걸음 더 뛰쳐나간 것이다.
투웅-!
끝에선 필드에 디딘 발에 힘주어 미사일처럼 온 몸을 던졌다.
툿!
촤라악~!
런던의 이마에 자신이 차올린 공이 맞고 골망을 시원하게 물결치자 인구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에에에!”
득점에 성공한 런던은 불끈 쥔 주먹을 들어 보이며 포효했다.
은근한 자부심도 있었다.
적어도 팀 내에선 자신이 인구의 로빙패스를 제일 잘 받게 되는 수준까지 올랐다고.
‘이젠 딱 눈빛만 봐도 알 것 같아. 언제 어떤 타이밍에 무슨 패스를 구사할지!’
이는 주에 5번 이상 인구와 함께 호흡을 맞춘 덕이었다.
그러나 그 우쭐함은 잠시에 지나지 않았다.
“집하아압-!”
하프라인 가운데 서 있던 인구가 손뼉을 치며 필드 곳곳에 흩어져있던 선수들을 불러모았다.
추가 훈련 시간이었던 만큼 주변에 코치들은 없었다.
채 몇 초가 지나지 않아 늘 그래온 것처럼 인구의 주변으로 선수들이 원을 그리고 섰다.
자말 라셀스, 살로몬 런던, 크리스티안 아추, 디안드루 예들린, 알폰스 대이비스, 오를레앙 추아매니까지.
때때론 선발진 전원이 참여할 만큼 인구의 일과 후 수업은 인기가 많았다.
예들린, 아추, 런던의 성장이 눈에 띄면서부터 더욱이 참여하고자 하는 선수들은 늘었고 말이다.
그리고 지금 인구를 보고 자리한 이들은 입을 꾹 다문 채 기다리고 있었다.
곧 맨체스터 시티와의 대결을 앞둔 만큼, 인구가 생각한 공략법을.
일찍이 라파엘 배니테즈는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구사할 전술을 선수들에게 제공한 바 있다.
그렇듯 인구의 공략 멘트는 일종의 복습에 가까웠다.
더 나아가선 개개인에게 상황에 따른 세부지침을 설정하는 방식.
라파엘 배니테즈의 전술 안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고로 자리한 런던은 두 눈을 빛내며 생각했다.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난 뭘하면 될까? 응?’
가능한 세부지침 간에 중요 임무가 내려졌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뤼트 반니스텔루이가 되라면 되겠어!’
그만큼 경기력도 오른 데다 자신감도 상승했으니까.
또 맨체스터 시티전 이 외에도 인구에게서 세부지침을 받고 경기에 나설 때마다 항상 경기력 하나만큼은 좋았다.
자연스레 인구를 향한 동경심은 커졌다.
허나 인구는 지난날과는 달리 선수 면면을 찬찬히 살펴보더니 가볍게 입을 열었다.
“평소처럼 하자.”
“평소처럼?”
예상과는 다른 가벼움에 주장인 자말 라셀스가 두 눈을 끔뻑이며 반문했다.
인구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맨체스터 시티전에선 딱히, 추가 지침을 하달할 게 없어.”
이어 인구는 차분히 덧붙였다.
“살로몬 너는 내가 하프라인에 내려와 있으면 평소대로 상대 수비라인 틈에 껴있다가 눈치껏 라인 브레이킹을 시도해. 그럼 내가 타이밍 맞게 공을 띄워줄 테니까.”
“그, 그거면 돼?”
이는 런던이 평소에 주로 구사하던 플레이스타일이었다.
인구는 대답 대신 아추를 보며 말을 이었다.
“크리스티안. 넌 미끼 역할 잘 하고. 살로몬이 움직이기 전에 먼저 좌측면에서 스프린트를 시도하라고. 상대 수비수들 시선 빼앗게.”“아, 응!”
“감독님은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선 수비 후 역습 전술로 가고자 하시잖아. 그리고 내 생각에도 그게 최선의 방향이야.”
이후로도 인구는 설명에 설명을 덧댔다.
맨체스터 시티라는 강팀을 상대로 평소처럼 플레이하는 이유에 관해.
“맨체스터 시티는 리버풀과도 엇비슷한 팀이야. 그 말은 뭐다?”
검지를 얼굴 옆에 쳐든 인구는 좌우로 까딱이며 말했다.
“풀백 활용 빈도가 높고, 기본적으로 라인을 더럽게 올린다는 거지. 그러니까 우리로선 배후 공간을 노릴 찬스가 생길 수밖에 없어. 물론-! 맨체스터 시티의 서슬 퍼런 공격을 꿋꿋이 막아낸다는 가정하에.”
“한 골, 두 골 정도는 허용할 수 있겠지. 맨체스터 시티의 공격력은 올 시즌 리버풀과 함께 최고 수준이니.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족해. 충분히 잘 막아낸 거니까.”
“호샙 감독은 사이드 체인지를 적극 활용하는 데다가, 중거리에 능한 자원도 여럿 두고 있잖아. 사방 온천지에 기관총이 깔려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거기다 훌륭한 드리블러도 보유했다.
두, 세 명이 블록을 형성해도 유려한 드리블 스킬로 단독 돌파를 해낼 만큼의!
“혹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센터백들, 또는 장신을 이용해 일격을 가할지도 모르지.”
자리한 모두가 수긍하는 순간이었다.
그만큼 맨체스터 시티는 강하니까.
허나 다음으로 인구는 확신에 차 말했다.
“하지만, 결국 우리가 이긴다. 맨체스터 시티가 기존에 상대했던 팀처럼, 라인을 높이고 우리를 상대해준다면 말이야. 그러니까 평소처럼만 하면 돼. 꿋꿋이 하프라인 아래서 버티다가 한 방을 노리는 거라고.”
자리한 이들 중 어떻게 승리를 확신에 차 말하냐? 고 반문하는 이는 없었다.
오히려 런던은 우쭐하니 웃었다.
‘그래, 이게 인쿠지!’
자말 또한 살짝 굽혔던 허리를 폈다. 은근슬쩍 자신의 소중한 거시기를 만지며.
‘또 한 번 희생해야 하는 건가...!’
알폰스 데이비스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의지를 다졌다.
‘평소처럼이니까, 눈치껏 사이드에서 왔다 갔다하며 상대 윙어나 풀백 체력 빼놓는 데 주력하면 되겠어...! 감독님 지시도 그랬구.’
끝에서 선수들의 면면을 한 번 더 찬찬히 살펴본 인구는 돌연 슬그머니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말했다.
“자부심을 가져도 돼. 우린 맨체스터 시티와 비교해서도 이젠 부족함 없는 빅클럽이니까. 곧 있을 맨체스터 시티전이 끝나면..., 아마 세상 모두가 알게 되겠지.”
* * *
현재.
“우어어어어어~!”
역전 골에 성공한 살로몬 런던이 괴성을 지르며 인구를 향해 달려왔다.
와락-!
런던이 거칠게 정면에서부터 끌어안자 인구는 그런 녀석의 등을 가볍게 때리며 축하를 건넸다.
“잘했다, 이 새끼야.”
우아아아아 아아아아아 아아아아-!
원정 팬들은 방방 날뛰며 환호를 내질렀다.
어느덧 주변 동료들까지 달려와 두 사람을 포개듯 앞뒤 좌우에서 끌어안았다.
와중에 인구는 피식하니 웃으며 생각했다.
‘예상대로 흘러갔어.’
호샙 과르디올라의 4-2-3-1 플랜은 기본 라인 고저부터가 높다.
이유야 간단했다.
‘티키타카가 그런 거니까.’
패스를 받고, 또 패스하고, 기회를 만든다.
실패할 시 곧장 압박해 스틸하고 또 패스하고 패스하며 기회를 만든다.
이러한 전술이 구사되기 위해선 맨시티로선 수적 우위를 점해야 했다.
‘자연스레 수비수들까지 높이 라인을 점유하면서 패스 플레이에 참여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맨체스터 시티의 배후 공간엔 구멍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런 배후 공간을 공략하지 못하게끔 볼을 빼앗겨도 곧장 압박을 시도하긴 한다만.’
여기서 인구와 라파엘 배니테즈는 일전에 코치 회의 간 해결점을 찾았다.
‘현 뉴캐슬이라면 충분히 맨시티의 배후 공간을 공략할 수 있으리라고 말이야.’
뉴캐슬엔 발 빠른 윙어와 풀백이 있었고, 살로몬 런던 같은 제공권에 능한 공격수까지 갖췄다.
‘무엇보다..., 이 팀엔 내가 있지.’
거리가 얼마나 됐든, 상대 문전으로 장거리 로빙 패스를 구사할 수 있는 패스마스터가-!
그뿐만이 아니었다.
인구는 힐끗 벤치 쪽을 보았다.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호샙 과르디올라가 선수들을 향해 무어라 외치는 게 보였다.
인구의 두 눈이 살포시 좁혀졌다.
‘어그로도 충분히 끌었고.’
사실 오늘 경기에서 어그로를 끌었다기보단 호샙이 과하게 자신을 마크했다고 보는 게 맞다.
공을 소유하지 않고 있음에도 지근에 두, 세 명의 선수가 언제든 제게 달려들 태세를 취하고 있었으니까.
‘적정 거리를 두고 말이야.’
즉, 호샙은 자신을 존재 자체만으로 위협적인 존재라 판단한 것이다.
‘그 덕에 런던이나 다른 공격 자원이 보다 자유로이 침투할 수 있었어.’
간단히 말해 호샙의 판단 미스였다.
물론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스코어 1 : 2.
이른 시간 내 역전을 허용한 만큼 호샙은 분명 전술 또는 용병술을 통한 변화를 꾀할 테니까.
어떡해서든 판을 뒤집기 위하여.
* * *
인구의 예상대로 전반전만에 맨체스터 시티에 교체 사인이 떨어졌다.
[가브리에우 제주스 OUT, 세르이오 아구에로 IN]
[퀸도안 OUT, 배르나르두 실바 IN]
해설진은 중계를 이어갔다.
[월드클래스가 나가고 월드클래스를 투입하는 맨체스터 시티입니다!]
[이른 시간 교체에 임했다는 건..., 전술 실패를 인정하는 셈인데요!]
그 말처럼 호샙은 이 순간 자신의 실책을 받아들였다.
그는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서서 인구의 움직임을 살폈다.
‘인쿠에게 너무 집중해 있었어.’
이른 중장거리 동점 골만 떠올려봐도 충분히 인구의 주변에 블록을 형성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호샙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막을 수 없는 슈팅이었다.’
지금에선 이런 생각도 들었다.
‘맨 마킹 지시를 내린다 하더라도..., 결국은 필드 플레이어 숫자 하나를 잃을 뿐이야.’
인구라면 분명 맨 마킹 정도는 가뿐히 제칠게 뻔했다.
그렇듯 차라리 인구가 아닌 인구를 통해 공격 찬스를 맞이하는 선수들을 마크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동시에 보다 공격적인 플랜을 구사한다...!’
잠자코 지켜보니 라파엘 배니테즈는 필드 플레이어 전원, 라인을 내려 앉힌 채 올라올 생각이 없어 보였으니까.
반대로 호샙은 라인을 내려 앉힐 생각 따위 없었다.
스코어 1 : 2.
전반전 30분이 채 되지 않아 이런 스코어가 만들어지면서 그 뇌리에 한 가지 확신이 작열한 것이다.
호샙의 두 눈이 뜨겁게 타올랐다.
‘이건..., 다득점 싸움 끝에 결론이 지어질 거다.’
일종의 살을 내어주고 뼈를 취하겠다는 전략이었다.
* * *
전반전이 1 : 2로 마무리되고 하프타임 후 후반전 20분이라는 시간이 쏜살같이 흘렀다.
이 시간에 이르러 에티하드 스타디움은 더욱 더 들끓고 있었다.
해설진 또한 두 뺨을 붉게 물들인 채 외쳤다.
그도 그럴 게-
[인쿠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멀티골! 멀티골을 작렬합니다아아아아아아아!]
[스코어 3 : 4!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다시 1점 차로 앞서 나가는군요오!]
[이곳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만 후반전 20분 동안 4골이 터지는 대이변이 연출되다니요!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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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7. 빅클럽 (3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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